우신, 즉 어리석은 신은 훌륭하다. 우신은 신들과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능력이 있다. 등장하자마자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얼굴을 밝게 하며 주름을 바짝 펴준다. 우신은 자신의 아버지를 플루토스라고 소개한다. 그는 그리스 신화에서 부와 재물의 신이다. 우신은 플루토스를 ‘신들과 인간들의 유일한 아버지’라고 말한다. 이런 내용을 통해 당대 사람들이 어떤 사고방식을 품고 있었으며 사회가 어떤 분위기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시 종교가 사람들에게 참된 만족과 행복에 대한 바른 가르침이 부재했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신에게는 두 유모가 있었다. 그들은 요정이었고 각각 ‘만취’와 ‘무지’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의 시종들로는 ‘자아도취’, ‘아부’, ‘망각’, ‘태만’, ‘쾌락’, ‘경솔’, ‘방탕’, ‘광란’, ‘깊은 잠’ 등이 있다. 이들은 우신으로 하여금 세상을 지배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세상을 지배하는 방식 중 하나로 세상의 통치자들을 자신의 뜻에 복종하게 만드는 것도 있다.
우신이 세상을 즐겁게 해준다면서 오히려 그를 돕는 유모들이라는 존재의 속성은 사람을 인격적으로 타락하게 만드는 것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런 유모들이 세상의 통치자들을 우신의 뜻에 복종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즉 지도자나 백성이나 모두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것과 같은 상태였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당대는 가치관의 부재, 혹은 혼돈 속에서 중심을 잃어버린 팽이와 같은 시대였음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은 종교의 타락 때문이었으며, 이런 흐름과 맞물려 르네상스가 먼저, 뒤이어 종교개혁이 힘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