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소개서 - 45억 년을 살아온 행성의 뜨겁고 깊은 이야기 인싸이드 과학 4
니콜라 콜티스 외 지음, 도나티엔 마리 그림, 신용림 옮김 / 풀빛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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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재미있게 본 방송으로 디스커버리채널에서 방영되었던 ‘아포칼립스 혼돈의 지구방위대’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인류 멸망 시나리오 8가지를 총 8회에 걸쳐 하나씩 파헤치는 내용이다. 구체적인 멸망 시나리오로 핵전쟁, 소행성 충돌, 바이러스, 기후 위기, 슈퍼 화산 폭발, 외계인 침공, 인공지능의 역습 등이 있다.

이런 종류의 인류 멸망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인류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인식이다. 인간이 생존하는 기본 터는 바로 지구다. 그래서 인류가 멸망할 때 핵심 조건이 지구가 파괴되거나 황폐화되는 상황이다. 물론 인간의 입장에서는 재앙이지만 지구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라 오히려 재생과 회복의 이벤트일 수 있다는 것이 반전이지만 말이다.

인간과 역사에 대한 깊은 성찰은 곧 더 큰 것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인간에게는 그 대표적인 대상이 지구일 것이다. 어째서 이 광활한 우주에서 지구에만 이렇게 인류가, 아니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현재 과학의 수준으로는 확률적으로 외계인이나 기타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을 뿐, 실제로 관측하거나 확인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지구는 생명체가 사는 유일한 행성이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구에 대한 관심과 탐구, 지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풀빛 출판사에서 나온 교양 과학 시리즈인 ‘인싸이드 과학’ 그 네 번째인 『지구 소개서』는 이런 우리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첫 디딤돌로 적당하다. 이 책은 총 10가지 주제로 지구라는 세계를 탐구한다. 지구에 대한 본격적인 과학적 탐사는 20세기에 들어 비로소 제대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계기가 핵폭탄 시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눈길을 끈다. 이 사건을 통해 지구가 광물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지구를 안다는 것은 곧 우리가 디디고 서 있는 땅과 땅을 둘러싼 물, 그리고 맨틀과 핵으로 구성된 중심부에 대한 지식을 의미한다. 이 책이 알려주는 지구의 가장 신비로운 특징은 살아 움직이는 행성이라는 사실이다. 정적인 구체가 아니다. 내부와 외부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폭발하는 하나의 역동적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에서 파생된 생명 현상은 그리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을 정도이다. 이런 지구의 특징을 살펴보면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이 결코 은유적 표현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하게 된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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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오류에 대한 철학적 안내서
호세 A. 디에즈.안드레아 이아코나 지음, 이상원 옮김 / 일므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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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랑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취한다. 철학에서 일반적으로 다루는 분야 중 인식론적 관점에서 사랑을 조명하며, 특히 이 사랑이라는 광범위한 개념 가운데서 에로스와 낭만적 측면에 대해 깊이 파고든다. 다시 말해 사랑의 인식론적 분석이 이 책의 기본적인 틀이다.

이 책은 먼저 사랑의 세 가지 경향을 소개한다. 첫째, 신체적 변화, 둘째, 성적 접촉, 셋째, 비정상적이고 기이한 행동이나 생각이다. 사랑을 하면 눈에 뵈는 게 없다고 한다. 그래서 상대가 무슨 말이나 행동을 해도 긍정적으로 보인다. 따라서 사랑하는 사람은 비이성적 믿음에 자주 빠진다는 명제가 성립한다. 무엇이 이런 성향을 만드는가도 이 책이 탐구하는 핵심 주제 중 한다.

사랑은 의지와 무관하다. 자신의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다. 하지만 사랑은 일관적이거나 계속해서 상승 곡선만 그리지 않는다. 사랑의 강도는 세졌다가 줄어든다. 이러한 불연속적 속성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나타나다. 두 사람의 사랑이 동일하지 않을 때다. 대체로 사랑은 그런 형태를 보인다. 그래서 사랑은 비대칭적이다. 사랑에는 연대감의 형성, 상대방을 염려하는 것 등의 좋은 요소가 있지만 여기에서 다루는 것은 좋은 사랑이 아니라 말 그대로 현실적으로 드러나는 날것의 경향이다.

이 책은 사랑에 빠진 사람이 근거 없는 믿음을 얻게 되는 방식에 대해서도 다룬다. 근거 없는 믿음은 곧 자기 사랑에 대한 정당화로 이어진다. 이러한 정당화를 통해 사랑에는 경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바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인지적 실수를 다룬다. 다시 말해 사랑은 인식론적으로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랑에 있어서 인지적 실수의 대표적 경향으로 ‘합리화’를 드는데, 예를 들어 이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한다던 그 사람이 기대와 다르거나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초래할 때 이건 내가 알던 네가 아냐, 내가 사랑한다고 말했던 네가 아니라는 식으로 결론나는 경우가 있다. 결국 있는 그대로 타인을 사랑하는 일은 없다. 그저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상대를 규정하고 대했던 것뿐이다. 사랑이 깨졌을 때 나타날 수 있고 깨닫게 되는 가장 우울한 결말이다.

오늘날의 사랑은 너무 가볍다. 상대에 대한 인격적인 관심이나 존중보다 본능적이고 감정적인 것에 너무 치우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쉽게 맺어지고 쉽게 이별한다. 이것이 정상적인 상황일까? 우리가 원시인이나 동물의 수준이라면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다. 그렇기에 에로스든 낭만이든 그 이전에 더 신중한 접근과 교류가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사랑에 빠지기 전에 그 사태를 최대한 대비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가이드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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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치라 불린 사람들 - 지능과 관념 · 법 · 문화 · 인종 담론이 미친 지적 장애의 역사
사이먼 재럿 지음, 최이현 옮김, 정은희 감수 / 생각이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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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인식, 사회상에 따라 지적 장애인의 지위와 처우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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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치라 불린 사람들 - 지능과 관념 · 법 · 문화 · 인종 담론이 미친 지적 장애의 역사
사이먼 재럿 지음, 최이현 옮김, 정은희 감수 / 생각이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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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나 사회의 성숙한 정도는 그 국가나 사회의 사회적 약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또는 어떤 현실에 처해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많은 부분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매우 쾌적하고 안전한 상황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나라답지 않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이나 사회 참여도는 매우 낮은 형편이다. 예를 들어 최근의 전장연의 시위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그들 시위의 본질이 무엇이든, 장애인에게 불편한 사회인 것만은 분명하다.

거대 서사 위주로 다루어졌던 역사의 흐름에서,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 역사의 의미를 찾는 미시사의 발견은 위대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할 수 없었던 전해지지 않았던 일상의 가치가 역사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소외되고 배제되었던 것들의 의미와 권리를 되찾아 준 것은 물론이고, 역사가 놓치고 있었던 본연의 모습 반쪽을 찾은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소외되고 베재되고 차별받고 무시되는 가운데서도, 더욱 그런 취급을 받은 부류가 있었으니 이른바 백치, 즉 ‘지적 장애인’의 삶과 역사가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소위 바보, 천치, 등신, 백치, 그리고 이 책에서 새롭게 접했던 표현으로 치우나 경우 같은, 말하자면 다소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입장에 있었는지,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는 이 부류의 사람들이 모두 장애인의 범주에 속해 있지만, 그렇게 구분되지 않고 한 사회 안에서 자기의 역할을 어느 정도 감당하던 시절도 있었음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18세기 중후반까지도 소위 백치라 불린 사람들은 가족, 친구, 지역사회의 사랑과 보호 속에서 비교적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받고 살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18세기 말에 이르러 부패와 비리가 사회적으로 만연하자 이들은 착취의 대상이 되면서 보호받거나 격리되어야 할 존재로 격하되었다. 백치에 대한 법적 개입과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왕을 비롯한 권력자들이 백치들의 상속 재산을 자기 것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저지른 온갖 조치들을 볼 수 있었다. 여기에는 성직자들도 포함된다. 그만큼 세상은 혼탁했고, 조금 모자라지만 사회의 일원으로 역할을 감당했던 지적 장애인들의 삶은 사회상의 변화에 따라 그 지위와 처우가 천차만별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유럽의 서구 열강들이 식민지 확장을 합리화하기 위한 기초 작업의 일환으로, 단지 문화와 삶의 방식이 다를 뿐인 비유럽 민족들을 자기들의 관점과 기준에서 백치와 동등시하는 과정은, 인간의 뿌리 깊은 인종과 계급 차별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를 보여주며, 오늘날 사회가 왜 그토록 갈등과 분열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지를 깊이 성찰하게 한다는 점에서 「백치라 불린 사람들」은 무척 의미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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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로스코 베이식 아트 2.0
제이콥 발테슈바 지음, 윤채영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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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예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는 것이 피카소나 마티스, 몬드리안, 샤갈처럼 이름이 잘 알려진 화가들이다. 물론 미술에 좀 더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더 많은 작가들의 이름이 떠오를 테지만,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추상미술은 위의 사람들로 대표되며, 보편적인 이미지도 이 사람들의 작품들에 영향을 받아 거의 고정관념화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마크 로스코라는 또 한 명의 걸출한 추상예술계의 거장을 만나게 된다.

그의 작품은 미지의 세계를 향한 모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사상의 복잡성을 단순함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을 띤다. 명료함을 중요하게 여기기에 커다란 형태를 추구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시간을 초월한 주제를 중요시한다. 그래서 그의 후기 작품에서 신화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의 작품은 현실을 반영한 이미지보다 신념에 대한 구현에 더 초점을 둔다.

로스코의 작품은 모든 추상예술이 그렇듯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도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종류가 아니라고 했으며, 낯익은 대상들의 사용을 주저한다고 했다. 나아가 로스코는 뿌리를 부정하지는 않았으나, 같은 추상표현주의 계열의 작품들과는 또 다른 차별화된 이미지의 구현을 추구했던 것 같다.

그는 회화 미술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회화를 드라마로, 그 안에 재현된 형상을 배우로 간주한다”라는 표현을 썼다. 회화라는 예술 행위 자체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표현된 이미지들을 그 바탕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처럼 인식한다는 의미 같은데, 이는 로스코가 그림을 ‘그리는 행위 영역’에 국한시키지 않는, 말하자면 문학에서 배웠던 공감각적 인식으로 대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뭉뚱그려진 각각의 색채들이 섞일 듯하면서도 각자의 경계를 지키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로스코의 작품들은 구체성이라는 요소와 직접적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데, 오히려 그는 “뼈와 살의 구체성을 결여한 추상이란 있을 수 없다”는 일종의 모순적 발언을 통해 자신만의 추상표현주의적 특징을 설명한다. 추상이란 용어 자체가 구체성과는 구별되는 개념 같은데 오히려 그 안에서 현실적인 감각을 이끌어내려 했다는 의도는 보통의 감각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

그는 점점 색과 형태의 관계보다 비극이나 운명 등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더 관심을 기울였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의 풍성한 색채 감각은 인간의 따뜻한 감정과 비극적이고 우울하고 슬픈 감정으로 뚜렷하게 나뉘는 느낌을 준다. 오렌지 톤의 밝은 작품들은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게 하며, 반면 어두운 톤의 갈색과 회색, 적색 계열의 작품들은 보기만 해도 우울한 감정에 젖어드는 느낌을 준다.

이 책은 한편 20세기의 시작에서 중반에 접어드는 회화예술의 역사에서 추상예술이 어떻게 발현되었고 전성기와 쇠퇴기의 과정을 거쳤는지 보여주는 역할도 한다. 물론 예술의 경향이란 돌고 도는 것이기에 완전한 쇠락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오늘날의 과도한 추상적 이미지들의 홍수 속에서 숨이 막힐 지경이라면, 이런 회화 예술의 한 축을 담당했던 추상예술의 정통 원류를 찾아가보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되고 미술을 보는 시각도 한층 체계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네이버 「북유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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