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나 사회의 성숙한 정도는 그 국가나 사회의 사회적 약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또는 어떤 현실에 처해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많은 부분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매우 쾌적하고 안전한 상황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나라답지 않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이나 사회 참여도는 매우 낮은 형편이다. 예를 들어 최근의 전장연의 시위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그들 시위의 본질이 무엇이든, 장애인에게 불편한 사회인 것만은 분명하다.
거대 서사 위주로 다루어졌던 역사의 흐름에서,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 역사의 의미를 찾는 미시사의 발견은 위대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할 수 없었던 전해지지 않았던 일상의 가치가 역사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소외되고 배제되었던 것들의 의미와 권리를 되찾아 준 것은 물론이고, 역사가 놓치고 있었던 본연의 모습 반쪽을 찾은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소외되고 베재되고 차별받고 무시되는 가운데서도, 더욱 그런 취급을 받은 부류가 있었으니 이른바 백치, 즉 ‘지적 장애인’의 삶과 역사가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