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슈 하이라이트 Vol.03 건강과 과학 과학이슈 하이라이트 3
과학동아 편집부 지음 / 동아엠앤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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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엠앤비 출판사의 ‘과학이슈11 시리즈’에서 그동안 다루었던 주제들 중 특정 주제에 집중한 컨셉으로 론칭된 ‘과학이슈 하이라이트’의 세 번째 시리즈가 나왔다. 주제는 ‘건강과 과학’이다. 특히 건강 문제는 단순히 우리 몸의 건강이나 질병 문제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 식량난, 여전히 논란이 많은 GMO(유전자 조작 농수산물) 식품,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바이러스, 미래의 의학 기술, 마음 건강까지 상상 이상으로 광범위한 문제들을 품고 있는 그야말로 인류에게 있어 핵심 중의 핵심인 사안이라 할 수 있다.

1만 년 전 농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인류는 한차례 도약한 경험이 있다. 이전보다 나아진 식량 사정은 인구를 늘어나게 했고 인류가 더 나은 문명을 구축하고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 그 이후 산업혁명 때까지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다. 19~20세기 들어 육종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류는 또 한 번 급격한 인구 증가와 기술 문명 발전을 이룩한다. 육종이란 기존보다 더 나은 품종을 만드는 농학 기술이다. 이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가장 일반적으로 시행되어 오던 ‘교잡’ 기술에서, 유전자 기술을 바탕으로 한 ‘분자 표지’로의 발전상을 엿볼 수 있다. 네덜란드와 이스라엘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같이 작은 나라도 충분히 품종 독립을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해보게 한다.

지금이야 기술의 발달로 각종 측정 가능한 수치들이 많아져 우리의 건강과 직결되는 다양한 환경 정보들을 접하는 게 어렵지 않은 시대지만, 산업혁명 이후 급격히 나빠진 대기와 수질에 그대로 노출되어 살았던 사람들은 그런 정보는커녕 인식도 가지기 힘든 시대를 살았다. 그만큼 건강에 있어 악조건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사실 서울 기준으로 90년대보다 지금이 더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다고 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개선이 되어서 이 정도인 것이다. 환경과 건강에 대한 인과관계를 뚜렷하게 인식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발암물질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살아왔는지 생각하면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다. 이 책은 BPA와 포름알데히드, 모래 분진, 연기, 나무 분진, 벤젠, 나프타, 전자파 등 다양한 발암 요인을 분석한다. 전자파와 암의 발생 인과관계는 아직까지 뚜렷하게 결론 내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의 세 번째 파트인 ‘미래 건강을 책임지는 과학자의 꿈’에서는 인류에게 보다 안전하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줄 과학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을 소개한다.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과거와 비교해 그 어느 때보다도 팬데믹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유전자와 통계 과학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누구나 알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뿐만 아니라 분자 수준까지 세밀화된 치료법의 발전,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배아줄기세포, 이종장기이식 기술 등 점점 과학적이고 본질적인 의학 기술의 현주소와 미래를 조명하고 있다.

건강이라는 이슈를 과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 문제가 단순히 나 한 사람, 우리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다 명확히 인식할 수 있다. 그만큼 규명된 사실도 많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 반면 그만큼 많이 번진 유사 과학, 유사 의학으로 인해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안타까운 사연들도 많다. 객관적이고 검증된 사실들을 바탕으로 건강 문제에 있어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으려면, 청소년 시기부터 양질의 정보를 접할 필요가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과학이슈 시리즈는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안전이 보장된 건강식품에 비유할 수 있겠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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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로 가니 - 식민지 교실에 울려퍼지던 풍금 소리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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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사고의 유연을 이끌어줄 최고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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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로 가니 - 식민지 교실에 울려퍼지던 풍금 소리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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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에서 1910년부터 1945년까지는 일제강점기였다. 격변하는 국제정세와 그 흐름을 읽어냈는지 못 읽어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지도자들의 무능이 만들어 낸 비극이었다. 이어령 선생님이 태어나신 날은 1933년이다. 그러니까 일제강점이 극에 달한 시기에서 일본이 원폭을 맞고 무조건 항복할 때까지가 이어령 선생님에게는 곧 유년기였던 것이다. 이 책은 이어령 선생님의 유년 시절에서 특히 교육, 한문, 문자 등을 키워드로 하는 식민지 시기 교실 풍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울림이 큰 말은 바로 ‘언어는 생각의 집’이라는 표현이다. 특히 일제의 민족 말살 정책에서 핵심이 되는 것이 언어 교육 정책이었다. 일본어가 곧 우리 민족의 국어가 되어야만 했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아이들은 그것이 무슨 속뜻을 품고 있는지도 모르고 일본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도록 한 강요를 받아들였다. 받아들이게 하는 방법이 여간 고약한 것이 아니었다. 실수로 우리말을 한 마디라도 하게 되면 미리 나눠준 표 같은 것을 한 장씩 뺏어올 수 있는 놀이 혹은 보상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아이들은 그것을 하나라도 더 받아 이득을 보려고 정서적으로 심약한 아이 옆에 붙어 이놈이 한국말을 쓰나 안 쓰나 감시하는 행위를 죄의식도 없이 해댔다. 심지어 집에까지 쫓아가 귀를 기울였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언어가 생각의 집이라는 말에는 우리가 어떤 언어를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어떤 언어가 입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어떤 문화에 속해 있는지, 또 어떤 지식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습득했는지도 중요하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한자 문화권인 아시아, 그중에서도 종주국인 중국와 우리나라, 그리고 일본에서 같은 한자가 어떤 식으로 변용되어 미묘한 차이를 나타내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각국의 문화가 어떤 방향성을 갖고 발전하게 되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특히 이렇게 갈라진 의미를 한 데 모으면 그것이 바로 온전한 하나의 정론으로 형성된다는 것에서 이어령 선생님의 탁월한 통찰을 보게 된다. 예를 들어 ‘공부’가 중국에서는 여가를, 한국에서는 배우고 익힘을, 일본에서는 생각한다는 의미를 각각 지닌다고 하는데, 이것들을 합칠 때 훌륭한 교육론이 된다는 통찰이다. 즉 “시간 여유가 있어야 공부할 수 있고, 공부를 해야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의미 있는 교육론이 도출되는 식이다.

인류의 역사를 물질문화와 정신문화의 대립과 경쟁으로 풀이해낸 부분도 눈길을 끌었다. 중국을 예로 들어 동방계 농경집단인 은나라의 ‘조개 패’자와 서방계 유목집단인 주나라의 ‘양 양’자가 각각 구축한 물질문화와 정신문화, 이 두 가지 거대한 문화가 중국 문화의 기본적 틀로 만들어진 셈이라는 분석은 감탄을 자아냈다. 이것은 한자를 풀이하면서 나온 통찰이기는 하지만, 서구 문명에서도 같은 맥락의 분석틀로 접근하면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문명 해석 이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년기는 온전한 한 인간으로서 자리 잡아가는 데 필수인 정신세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다. 이런 시기를 혹독한 일제강점기 아래에 보낸 이어령 선생님이 오늘날 가장 한국적인 것을 세계적인 것으로 해석해내는 선봉장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어떤 한 정신이나 문화, 사상에 물들지 않고 포괄적으로 흡수하여 지성으로 승화시킨 이어령 선생님의 삶은 격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에게 필요하고 꼭 갖추어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우리의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사고의 유연을 이끌어줄 기폭제로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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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바다로 간다면 - NASA의 과학자, 우주의 심해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다
케빈 피터 핸드 지음, 조은영 옮김 / 해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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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는 우주 어딘가의 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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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바다로 간다면 - NASA의 과학자, 우주의 심해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다
케빈 피터 핸드 지음, 조은영 옮김 / 해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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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외의 다른 천체들에서 바다의 존재가 감지되면서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론을 넘어 한층 더 구체적인 가능성을 띠게 되었다. 물은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본 조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우주의 바다라는 표현이 광대한 우주 공간에 대한 하나의 은유적 표현인 줄 알았는데, 말 그대로 지구 아닌 다른 곳에 존재하는 바다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떠올랐던 사실이다.

이 책은 먼저 지구의 심해 환경을 주목한다. 심해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이유는 열수구에 있다. 여기에서 분출된 수소, 메탄, 황화수소, 메탄 등을 먹이로 해서 지상의 식물들이 광합성을 하는 것처럼 화학합성을 일으켜 살아가는 미생물들이 발견된 것이다. 이 발견은 후에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에 바다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전혀 다른 환경에서 지구와는 다른 방식으로 생명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었다. 따라서 지구의 심해 탐사가 지구 아닌 다른 천체의 생명체를 탐사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얼음이 물에 뜨는 현상인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우리에게 어떤 의문을 일으키지 않지만 이 원리가 온 우주에 수십억 개의 바다가 존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한다. 이는 그만큼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의 바다는 태양 에너지에 의해 열이 공급된다. 그러면 항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의 바다는? 이 책은 조석 에너지에 의해 열이 공급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즉 지구와 달이 서로 영향을 주는 것처럼 그런 관계를 가진 두 천체의 중력의 상호작용에 의해 열이 발생할 수 있고, 이 열이 생명체 존재의 기원과 유지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목성의 위성이 바로 그런 사례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한다.

지구 아닌 다른 천체에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천문학에서 중요한 관측 기술인 분광학이 핵심 역할을 한다. 빛의 파장, 즉 스펙트럼으로 사물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아내는 기술이다. 우주의 특정 천체에서 얻을 수 있는 스펙트럼 정보를 분석하면 그 천체에 물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직접 가서 물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지 않고도 외계 바다의 존재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이 책은 인류가 어떻게 외계 천체에서 바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지, 그것을 가능하게 한 세 가지 퍼즐을 소개하는데, 이것이 첫 번째 퍼즐 조각이다.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이제는 좀 더 가까이 가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주탐사선이 그 역할을 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중력이라는 물리 현상이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다. 탐사선이 목표 천체를 지나칠 때 그 천체에서 발생하는 중력으로 인해 미세한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를 역추적하면 천체의 내부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두 번째 퍼즐 조각이다. 마지막 퍼즐 조각은 바로 천체의 자기장을 확인하는 것이다. 앞서 보낸 탐사선에는 그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다. 행성이 아닌 위성 유로파에 자기장이 발견되면서 그것을 유발하는 바다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 책은 현재 우주의 바다의 존재 가능성이 어느 정도 확인된 상황에서 다음 단계를 기다리고 있는 현 상황을 조명해준다.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로 당장은 외계 바다의 탐사가 빠르게 진행되기는 어렵지만 저자는 이번 세기 중반 즈음에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연 외계의 바다에서 생명체가 발견되어 코페르니쿠스 이후 최대의 패러다임 혁명이 일어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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