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의 힘 생각의 격 - 교양인을 위한 70가지 시사이슈 찬반토론,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허원순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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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어떤 의견을 가지거나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 중에 으뜸은 지식일 것이다. 그런데 지식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방법’이다. 구체적으로는 지식을 흡수하고 자기 것으로 소화하여 자기 의견으로 표현하는 일련의 과정, 태도, 방식 등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방법 중에 가장 효과적인 것이 바로 자기와 다른 생각,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바로 이 부분이 취약해지면서 점점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분노 같은 일차원적인 감각에 더 쉽게 반응하고 때로는 물리적인 폭력으로까지 번지는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은 이러한 의사표현과 소통 능력의 향상을 위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슈들을 가져와서 찬반 의견과 대안적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장 최근에 벌어졌던 ‘카카오톡 먹통 사태’의 경우 기업이 어디까지 소비자들에게 보상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로 시끄럽게 한 바 있다. 물론 상식적으로 데이터 보안과 물리적 안전 문제에 철저하지 못했던 기업이 전적으로 잘못한 부분이라고 생각되지만, 단지 기업의 잘못이라는 이유만으로 명쾌하게 보상 문제가 처리되지 않는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반대 여론을 형성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관점의 다양성을 배울 수 있었다.

공매도 문제도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주제인데, 사실 이 부분은 찬반 대립이 필요한가 싶은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공매도로 기관과 외국인이 대체로 돈을 벌고 개인이 돈을 잃는 이유는 본문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정보의 불균형이 제일 크기 때문이다. 즉 개인에게 좀 더 공매도와 관련한 증권정보 접근성을 높여준다면 비록 돈을 잃는다 해도 크게 비난할 일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지금 주식시장은 개인의 경우 투자자별 실시간 거래량조차도 제한적으로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눈을 가리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것이나 다름없는 입장에서 매매를 하는 것이 개인투자자의 상황이다.

이미 거래 과정에서 세금을 꽤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정보를 얻기 위해 추가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즉 투명성이 결여된 것이 한국 주식시장의 가장 큰 문제며, 한국 공매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부르는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안에 따라서는 찬반 충돌의 관점이 아니라, 바로 핵심으로 들어가야 되는 문제도 있다. 말하자면 진짜 핵심은 피해가고 주변 요인을 찬반 토론의 재료로 끌고 들어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내용도 볼 수 있다.

취약 계층의 빚 탕감 문제도 매우 어려운 토론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빚을 감당할 능력도 없으면서 일단 대출부터 받고 보는 사람들의 심리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런 불안정한 대출을 가능하게 한 정부 정책도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그 중간에서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들만 이익을 취하고, 대다수의 막연한(?) 대출자들의 리스크가 쌓이고 쌓여 지금에 이른 것 아닌가? 이런 부적절한 대출자들의 빚을 탕감해주는 것은 당연히 반대다. 문제는 이들의 빚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가의 경제가 또 다른 차원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위험에 있다. 애초에 대출 조건에 합리적인 계획과 용도 명시가 없으면 대출이 불가하다는, 그런 상식적인 제약도 없다는 게 너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여론이 항상 찬반으로 갈리는 건 아니다. 흑백논리는 대체로 나쁜 결과로 이어진다. 하지만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하기 위한 첫 단계로서의 흑백논리 또는 찬반, 양자택일은 생각하는 능력, 표현하고 타협하고 절충하고 새로운 가치나 지식을 이끌어내는 수단으로서는 꽤 효과적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현대사회의 다양성과 복잡한 양상들을 체계적으로 진단하고 견해를 갖추고 의견으로 만들며 그것을 설득력 있게 전달해줄 논리를 세울 수 있게 되는, 보다 깊이 있는 소통 능력 향상이 가능할 것이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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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력 - 매혹하고 행동하고 저항하는 동물의 힘
남종영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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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중심적 세계관에서 지구중심, 생태계 중심의 세계관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시대인 것 같다. 물론 대중적인 흐름은 아니다. 세상이 워낙 흉흉하다 보니, 이제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봐야 대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다시 한번 떠오르는 것이 이러한 시스템적 세계관이 아닌가 싶다.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이 책은 초기 인류와 동물의 관계가 적대적-경쟁적 관계에서 협력적 관계로, 다시 문명이 발달하면서 일방적인 착취적 관계로, 그리고 자본주의가 극에 달한 이 시대에는 그저 상품으로 취급받는 동물의 처지를 개괄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지금은 동물을 주체로 놓고 인간과 대등한 관점에서 세상을 논하려는 사람들이 제법 많아진 것 같다. 이 책도 그 흐름의 하나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동물의 권리를 존중해준다고 해도 거기에 권력이라는 개념까지 더해지는 것은 다소 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문을 가지고 이 책을 읽어본다면 책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지구적 관점에서 역사를 재구성할 때 동물의 역할이 의미가 있는 것은, 그것이 인간을 비롯한 다른 시스템과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효과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사태의 경우, 인간이 스스로 이런 위기를 초래한 것은 아니다. 야생 동물과의 불법적이고 과도한 접촉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생각되지만, 결국 동물이라는 존재가 인간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동물의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 동물들에게도 나름의 희로애락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로는 인간보다 더 끈끈한 정과 유대감을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동물 세계는 그야말로 냉혹한 약육강식의 세계다. 아무리 인간이 갖가지 의미를 부여한다 해도 결국은 가장 본능에 충실한 것이 동물들의 삶인 것이다.

인간이 알지 못하는 동물의 이면을 더 자세히 파악하고 싶어서 온갖 연구를 하고 감정이입과 역지사지를 시행한다고 해도, 결국 우리는 동물의 내면 혹은 의식구조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할 것이다. 인간과 동물이 의사소통 차원에서 교차되는 지점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뜻하지 않은 대형사고가 종종 터지기도 하는 것 아닐까?

동물의 권리와 주체성을 인정해주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확실한, 당위적인 이유는 그들도 ‘생명’이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숨 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인간은 동물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사자의 눈, 고래의 시선, 고릴라의 마음”을 설사 온전히 공감한다 할지라도, 그것을 훨씬 초월하는 가치 또는 원칙이 있음을 항상 기억해야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인간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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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지도책 - 세계의 부와 권력을 재편하는 인공지능의 실체
케이트 크로퍼드 지음, 노승영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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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 대한 뉴스나 현상, 해설을 볼 때마다 항상 궁금한 점이 있었다. 인공지능도 하나의 기술에 불과한데 왜 마치 인간을 대체할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이 한 것’, ‘사람이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인공지능이다.

즉 인공지능은 사람이 만든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만든 기계 혹은 시스템이 인간을 대체한다? 이번에 번역 출간된 『AI 지도책』은 바로 이런 의문에 대해 폭넓은 내용을 다루고 있어, 인공지능에 대한 과도한 평가 또는 지나친 과소평가 양쪽 모두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의 방향성은 부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 잘 나타나 있다는 의미다. “세계의 부와 권력을 재편하는 인공지능의 실체”. 저자는 인공지능이 인간이나 동물처럼 어떤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거부한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은 주체나 목적이 될 수 없으며, 고도화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의견을 따라가 보면 인공지능이 자아를 갖게 되어 인간을 판단한다거나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이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마케팅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동 환경에서 인공지능의 영향력은 신세기의 노예 산업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이 스스로 뭘 할 것이라는 기대감보다는, 이미 그것을 활용하여 자본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사람들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 훨씬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 인공지능이나 그에 준하는 존재가 인간을 지배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때마다 든 생각은 ‘아니, 전선을 끊어버리면 그만일 텐데 왜 저런 고생을 하나’ 하는 것이었다. 물론 영화에서는 시스템이 위기를 감지하고 전력을 차단하려는 인간의 시도를 간단하게 물리친다. 그런데 그런 장면에서조차도 알 수 있듯, 컴퓨터와 네트워크로 구성된 인공물의 한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은 가상의 존재가 아니다. 비대면 시대는 컴퓨터나 키보드, 카메라, 마이크, 통신선, 전선 등 물리적인 조건이 갖추어져야 가능한 것이다. 하드웨어 없는 소프트웨어의 존재는 의미가 없다. 이 책이 그 부분을 제대로 짚어주고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위해 지구의 어느 부분이 철저히 파괴되고 오염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회적 취약 계층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낱낱이 밝힌다.

이 책을 읽어보면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 지니는 의미가 얼마나 과장되었던 것인지 알 수 있다. 거기서부터 온갖 상상들은 말 그대로 상상일 뿐이고, 실제로 인공지능은 특정 계층의 부와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알 수 있다. 인공지능의 문제는 곧 인터넷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극적으로 실현시켜 줄 것이라 기대되었던 인터넷이 실은 그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 밝혀진 이 시대에, 인공지능은 수많은 사람들을 데이터 단위로 쪼개 더욱 비인간적인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전초 기지 역할을 할 뿐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하게 한다. 어떤 SF 영화에서 인간을 배터리처럼 소모하여 시스템을 돌리는 줄거리를 본 적이 있는데, 사실 지금 이 시대는 그 초기 버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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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인문학 - 돈의 흐름을 읽고 경제의 정곡을 찌르는
가야 게이치 지음, 한세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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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탐구 대상, 그 중심에 인간이 있다. 인간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다루는 학문이 인문학이라고 할 때, 특히 돈과 관련한 인간의 감각, 특성, 역사 등은 인문학의 핵심 주제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공교롭게도 지식을 추구하는 인문학적 활동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 책에 따르면 지식에도 경제적 가치가 생기면서 어떤 사람은 지식을 통해 부를 얻고, 어떤 사람은 위대한 지적 성취를 이뤘음에도 궁핍한 생활을 면치 못했음을 볼 수 있다. 즉 인간의 탐구 활동, 그중에서도 인문학적 행위는 부, 다시 말해 돈 문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자가 되는 것, 돈을 번다는 것 등의 문제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부를 이끌어내는 대상은 다름아닌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라는 시스템 속에서 부는 발생하며, 그것을 차지하는 사람은 부자, 그렇지 못한 사람은 보통이나 그 이하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어떤 사람의 뛰어난 영업 능력을 눈치가 빠르다거나 감각이 있다는 식으로 파악했을 때, 그것은 구체적으로 “상대방을 이해하는 능력” 또 “개별적이고 단편적인 정보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볼 줄 아는 상상력”, “숨어 있는 법칙을 판별할 줄 아는 분석력” 등의 종합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이러한 감각들은 모두 인문학적 토대에서 얻을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을 버는 사람들은 흐름을 읽을 줄 안다. 눈앞의 정보를 단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거기에서 사회나 경제를 움직이는 원리나 법칙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 인문학적 감각이다. 원리나 법칙을 통해 실용적 가치를 구체화할 수 있다는 것은 곧 눈앞에 펼쳐지는 현상을 돈 버는 기회로 볼 줄 아는 능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부자들이 자녀들에게 그렇게 인문학 교육에 공을 들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책은 총 6가지 분야의 지식을 인문학적 감각의 핵심 요소로 정리하고 있다. 사회학, 경제학, 수학, 정보공학, 철학, 역사학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부의 창출은 인간 관계로부터 비롯된다. 그리고 부는 곧 수리적 감각의 영역이기도 하다. 따라서 수학 또는 수학적 감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 오늘날 정보통신 기술은 경제의 혈관 노릇을 하기 때문에 이 분야의 감각을 익히는 것을 게을리 할 수 없다. 철학은 이해의 깊이를 더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인간 대 인간의 의사소통의 문제를 더 근본적으로 파고들 수 있기 위해서 필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집약한 것이 역사라고 한다면, 인문학의 정수로서의 역사 감각은 부를 갈망하는 사람에게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에게 있어 지식은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형이상학적 지식, 다른 하나는 형이하학적 지식이다. 인문학은 형이상학적 지식에 해당하며, 이것은 추상적 사고방식을 토대로 한다. 이것은 본질이나 의미에 관한 고민이다. 전망과 선택, 판단의 영역이기도 하다.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고 하는데, 바꿔 말하면 하늘의 뜻을 읽어낼 수 있는 자가 부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하늘의 뜻은 무엇일까? 그것은 곧 민심, 오늘날로 치면 사람의 마음, 심리, 정서, 경향 등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답은 인간을 탐구의 중심에 놓는 인문학에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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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그들의 정치 - 파시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제이슨 스탠리 지음, 김정훈 옮김 / 솔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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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파시즘이란 무엇인지, ‘파시즘’에 대한 용어 정의를 바로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의 지식백과를 검색해 보면 ‘1919년 무솔리니가 주장한 국수주의적·권위주의적·반공적인 정치적 주의 및 운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개념은 이탈리아의 ‘파쇼’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말로, ‘결속’이나 ‘단결’의 뜻을 갖고 있다.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정치 이데올로기 운동으로 적극 활용된 사상이다.

이 책에서 적용한 파시즘은 ‘극우민족주의’와 관련된다. 민족주의라는 사상은 정치인들이 즐겨 쓰는 도구다. 이 책은 파시즘에서 파생된 파시스트 정치에 대해 설명한다. 파시스트 정치는 특정 집단들을 배제하고 시민들 사이의 공감대를 떨어뜨리며 자유를 억압하거나 심할 경우 대량학살을 저지르는 일까지 정당화하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사람들을 분열시키는 목적은 위계질서를 통해 인간 가치에 차이를 만들어 자신들이 원하는 정치적 이익을 실현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사회에서든 “파시스트 정치의 가장 분명한 징후는 분열”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처럼 역사문화적으로 생성된 갈등의 요소가 많은 나라에서 파시스트적 정치 기술은, 정치인들이 마음만 먹으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요긴한 방법이 아닐 수 없다.

파시스트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신화적 과거를 만들어낸다. 이를 우리나라의 형편에 대입해 보면 약간은 반대의 특징이 나타난다. 자기들에게 유리한 역사와 전통을 내세우기보다 상대 집단의 약점을 들춰내려고 하고, 그 흔적을 지우려고 하는 데 전력을 기울인다. 즉 집안 내 양대 세력 간의 싸움이 심해지니 아예 나라의 전통이나 문화에서 발전시켜야 할 긍정적인 요소는 전부 내버리는 것처럼 되는 것이다.

파시스트 정치에 대해 주목되는 다음 특징으로는 “음모론과 가짜 뉴스가 이성적인 논쟁을 대체해버리는 비현실의 상태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진정으로 나라의 미래와 다음 세대의 안녕을 위한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오로지 권력을 잡고 이익을 독점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유치한 전투만 계속 벌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실제로 국민들에게는 아무 유익도 도움도 되지 않는 자기네들끼리의 서사 싸움이 언론을 비롯한 모든 소통 창구를 지저분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피로를 느낀다. 그리고 어느 한 편에 서서 개싸움에 동참하게 되는 비극을 겪는다.

파시스트 정치에 입맛 들린 정치인들이 판치는 나라에서는, 자기 나라의 이익 혹은 특정 집단의 권력 공고화를 위해 자국의 암울한 역사는 지우고, 다른 나라의 과거, 역사를 지우는 일에 해당하는 일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진실에 충실하지 않고 거짓 신화를 만들어내는 작업의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보통 사람의 의식구조가 부정적인 역사나 기억에 대해서는 축소하거나 잊어버리려는 경향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또 사람을 계급화하고 우열 관계를 설정하고 그로 인해 일종의 즐거움을 느끼는 가학적 성향도 일정 부분 존재하는 것이 인간 실존의 진실이다. 파시스트적 지도자들은 이런 인간의 내적 특성을 잘 이해하고 이용하는 데 탁월한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주의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유권자다. 유권자가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정치의 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경험하고 있듯이, 어느 하나 적당한 사람이 없어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다. 대중이 우매하다고 비판받고 조롱받는 지점이다. 우리가 선택했거나 선택되도록 내버려둔 그 정치인이 지금 우리의 삶의 방식과 형편을 결정한다. 가장 현명한 대안은 유권자들이 더 똑똑해지는 것이다. 대의민주주의는 그 사람에게 내 모든 권리와 목소리를 맡겨버리는 것만이 아니다. 그렇게 의미를 한정지어버리면, 또 지속적으로 그 정치인에게 강한 압박을 비롯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정치는 죽는다. 정치가 죽으면 시민의 삶은 황폐해진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유권자들이 똑똑해져야 한다. 자신들의 관심과 이익, 안전을 대변해줄 후보로 아무나 나와서는 안된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사회에 흘러넘쳐야 한다. “이 책은 자유민주주의 정치의 정당한 전술과 파시스트 정치의 음흉한 전술의 차이를 인식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바람으로 썼다”는 저자의 저술 목적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도구를 건강하게 취할 수 있다면, 우리는 모든 권위주의적이고 위계적인 이데올로기, 가부장제, 과거의 신화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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