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아침 잔디 깎는 가위를 숫돌에 갈고, 잔디깎이를 실은 라이트 밴을
몰고 단골 손님 집으로 가서 잔디를 깎는다. 여러 가지 모양의 정원이 있고,
여러 가지 타입의 주부들이 있다. 얌전하고 친절한 주부가 있는가 하면,
퉁명스러운 사람도 있다. 브래지어도 하지 않은 채 헐렁한 티셔츠를 입고서,
잔디를 깎는 내 앞에서 몸을 구부려 젖꼭지까지 다 보여 주는 젊은 부인도 있다.
어쨌든 나는 잔디를 계속 깎았다. 대개 뜰의 잔디는 풀숲처럼 자랄 대로
잔뜩 자라 있었다. 잔디가 많이 자라 있으면 있을수록, 일하는 보람이
더 있었다. 작업이 끝난 다음에 뜰의 인상이 확 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척 신난다. 마치 두터운 구름이 활짝 걷히고, 찬란한 햇빛이
가득 차는 듯한 느낌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 오후의 마지막 잔디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