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2.0은 이번에 처음 사 봤는데, 뒤에 책 소개가 8페이지나 나와 있는 것이 아닌가.

생활의 발견이라는 그 꼭지를 읽고 나니, 읽고 싶은 책들이 무지 많이 생겨버렸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그 중 특히 관심을 끈 몇 권의 소개글만 올려 보자면,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주지사 재임 시절 UFO를 목겨했다. 지미 카터 대통령도 UFO목격자임을 인정했다. 카터는 재임 중 UFO관련 비밀 문서를 일부 공개하기도 했는데, 그 중에는 미 공군 엘리트 조종사들의 생생한 UFO목격담이 수두록했다. 과대망상 환자들이겠거니, 섣부른 편견은 접어두라. 유사 이래 전세계 UFO및 외계인 출몰 사례를 집대성 해 600여쪽의 역작을 펴낸 저자는 말한다. " 정신병자는 절대  UFO를 보지 못한다."

일례로 미국의 10%가 UFO를 목격했다. 외계인에게 납치됐다가 풀려난 미국인만 지금까지 1백만 명이다. 미국만 그런 게 아니다. 오대양 육대주가 예외없다. 하도 재미있어서 이 두껍고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며 이틀 만에 다 읽었다. 장담컨대 UFO에 관한 한 최고의 책이다.

읽는 김에 그레이엄 핸콕의 <우주의 지문 : 화성 멸망의 수수께끼>를 읽어두면 좋다. 화성 탐사선이 찍은 화성의 얼굴 형상과 피라미드 형상을 근거로 외계 문명의 실체를 밝힌다.

 

 

 

 

아내 - 순종 혹은 반항의 역사

 

한때는 남자의 재산이었다. 한때는 떄리는 것이 합법이었다. 이 책은 순종과 복종의 엄혹한 세월을 겨우 지났는가 싶었더니 어느새 멸종 위기에 처한  "아내"의 역사다. 점점 많은 국가들이 인정하는 게이와 레즈비언 커플에서 과연 누가 아내인가? 평등 부부, 싱글 마더, 이혼 여성의 세기에 여전히 불평등의 냄새를 풍기는 "아내"라는 단어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아내>는 이와 같은 멸종의 미래 앞에서 성난 얼굴로 되돌아보는 굴종의 수난사며 세상 모든 커플들이 머리를 맞대고 읽어야 할 필독서다. 매릴린 옐롬이 썼다. 지난 주 소개한  <유방의 역사> 저자다. 순전히 개인적인 믿음이지만, 그분이 쓴 책이라면 우네만하면 읽어주는 것이 좋다.

읽는 김에 - <코르티잔, 매혹의 여인들>(해냄)을 챙겨 보는 수고가 필요하다. 엄연히 조강지처가 있는 남자를 꾀어 돈과 사랑을 차지한 정부, 혹은 창부의 역사다. "아내"는 미처 몰랐던 유혹의 기술도 공개한다.

이 책은 안그래도 예전부터 한 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

그 밖에도

 

 

 

 

 

 

 

 

 

 

둘 다 하인리히 야콥 지음

 

 

 

 

 

 

 

 

중세 유럽에서 줄무늬는 '악마의 무늬'로 취급받았다.그래서 줄무늬 옷은 매춘부, 죄수, 이단자, 어릿광대나 입는 천한 옷이었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 사정이 확 달라졌다. '생동하는 자유'를 상징한다며 너도나도 즐겨 입었다. 아예 3색 줄무늬로 국기를 만든 나라가 한 둘이 아니다. 20세기에 들어 줄무늬의 역사는 또 한번 획기적인 전기를 맞이한다. 정신병원 환자복, 아이들 세일러복, 야구 심판의 유니폼에서 횡단보도와 바코드에 이르기까지.

대관절 줄무늬가 곳곳에 창궐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줄무늬를 선호, 혹은 배척해 온 인간들의 심리는 무엇인가. 170여 쪽의 얇은 책이면서 담긴 내용은 하나도 얄팍하지 않다.

읽는 김에- <블루, 색의 역사>를 보면 이 지은이의 성향을  알 수 있다. 아주 집요한 사람이다. 줄곧 빨강에 밀리다가 20세기 들어 대 역전극을 펼친 '파랑'의 격동 파노라마. 왠지 파란 줄무늬 옷을 입고 싶어진다.  

 

안 그래도 책이 밀려 있는데, 큰일이다 싶으면서도 슬며시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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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sky 2004-06-25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름 2.0 얘기하시니까 떠올랐는데, 영화를 분석하고 선전하는 대중잡지들은 이리도 차고 넘치는 반면(물론 몇 년 전에 비해 많이 죽었다지만요) 왜 책에 대한 '대중잡지'는 없을까요? 같은 기간으로 따지면 영화보다 책이 훨씬 더 많이 나오는데.. 물론 문예지나 평론지들은 많지만 저같이 무식한 사람은 백날 들여다봐야 뭔 소린지 모르겠더이다. 1주일에 한번 나오는 신문 서평섹션으로는 부족해요. 교보문고에서 주는 'Book'이나 몇몇 출판사에서 내는 책 선전용 잡지들도 그저 그렇고.. 요새 유행하는 북칼럼니스트니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책에 대한 대중적인 주간지 하나 내줬음 좋겠네요. 두툼한 걸로.. (페이퍼 내용과 하등 상관 없는 지껄임;)

반딧불,, 2004-06-25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하나 만드소서..^^

아...재력만 되면...
하나 만들어서..
대단한 알라디너들로 구성된 집필자들 거느리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가끔 하옵니다만.
알라딘대주주 마모님을 포섭해보심은^^

불량 2004-06-25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그럼, 유에프오 신드롬....찜......^^
 

Fra Angelico (1400-1455 )

   이탈리아의 화가. 본명은 Guido da Pietro. 평생을 그리스도 신앙의 표현에 헌신했다 하여, 축복받은 천사 사도라는 의미의 "베아토 프라 안젤리코"라고 불렸으며, 프라 조반니 다 피에졸레(Fra Giovanni da Fiesole)라는 통칭도 있다.

 

수태고지 또는 성모영보 (예수의 잉태를 고지함)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수태고지입니다. 장식이 배제된 것이 외려 감동을 배가시키는 듯.

 


 



위 그림의 성모 마리아 부분 확대도.

 


가장 화려한 수태고지

왼편으로 에덴에서 쫓겨나는 아담과 하와가 보입니다.


 

 

 

The Presentation in the Temple


 

 

 

 

The Resurrection of Christ and the Women at the Tomb


 

 

나를 만지지 말라


 

 

 

성모의 대관식


 


역시 이것도 수수한 쪽이 더 좋지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이 사람의 그림은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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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04-06-23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경건한 맘이 드는군요...
이것두 퍼 갈게요~~^^*

panda78 2004-06-23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꼬마 요정님이 마음에 드신다니 올린 보람이 있군요. 마음껏 데리고 가세요 ^^*

stella.K 2004-06-23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쉬신다더니 또 올리셨네요. 좋습니다.^^

panda78 2004-06-23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로우 그림 올릴 때 적었는데, 가만히 있으니 자꾸 그 생각만 나서.. ^^;;;

반딧불,, 2004-06-24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요..예술은 종교도 민족도 모든 것을 뛰어넘기에 ...위대하겠지요.

저도 기독교인 아니지만,,참 대단하다 싶어요.
 
 전출처 : Fox in the snow > 김선일씨의 죽음_진중권

김선일씨의 죽음
원고 쓰고 막 자려다 김선일씨 죽음에 관한 소식을 접했습니다. 착잡함에 오늘도 다시 밤을 새는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희망적 관측이 흘러나와 기대를 걸었으나, 그 희망은 무참히 깨졌습니다. 가장 우려 했던 최악의 사태가 현실이 되어 나타난 것입니다. 비디오를 생각해 보십시요. 대한민국의 한 국민이 처절한 몸짓으로 절규하며 국가에 자신의 생명을 지켜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 호소에 귀를 막고 국가는 단호하게 대답했습니다. "추가파병에 변함 없다."

이라크 전쟁은 우리의 '안보'와 아무 상관이 없는 전쟁입니다. 대한민국이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지 않는다고 우리의 생명이 더 위험해지는 것도 아니고, 군대를 보낸다고 우리의 생명이 더 안전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아니, 외려 그 반대지요. 군대를 보내서 이미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목숨을 잃거나 생명의 위협을 느껴왔습니다. 이것을 저들은 어떤 알 수 없는 이유에서 '안보'라고 부릅니다.

김선일씨가 납치된 것은 지난 17일이라고 합니다. 그 전에 납치가 이루어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 동안 파병 준비에 바빴던 노무현 정권이 자국민이 피납된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었답니다. 미국도 이 사실을 한국 정부에 통보를 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니, 통보를 해줬는데 우리 정부가 추가파병을 발표하기 위해 일부러 모른 척 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게 저들이 말하는 '안보'입니다.  

정권은 김선일씨를 납치한 사람들의 정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약속대로 김선일씨를 잔혹하게 살해함으로써 그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드러냈습니다. 그 와중에도 정권에서는 무슨 자신감에선지 아주 신속하게(!) 파병 원칙을 재확인하고, 이라크의 서희, 제마 부대가 얼마나 cool하게 활동하는지 홍보할 생각이나 하고 있었습니다. 상식적으로, 테러리스트들이라면 미국에 협조하는 한국군이 이라크 사람들 돕는 것을 고운 눈으로 보겠습니까?

2.

김선일씨가 납치당했는데도 어제 광화문에 모인 사람은 고작 2천에 불과했습니다. 선거법 위반 발언하다 탄핵 당한 노무현을 구하자고 수만이 모여든 반면, 국가의 부당한 파병으로 생명에 위험에 처한 김선일씨를 구하는 자리에는 고작 2천이 모였습니다. 그 많던 촛불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요? 노무현이 아니라 이회창이 정권을 잡고 있었다면, 아마 거리는 파병반대의 물결로 넘쳐났을 것입니다. 이게 정치의식입니까? 이게 민주주의입니까?

도대체 이런 전쟁에 반대하고, 파병을 결정한 책임자들을 비판하는 것도 죄가 됩니까? 소위 노빠들의 극성 때문에 파병반대 얘기하는 것도 '모험'이 되어버렸습니다. 파병에는 반대해도, 그 결정을 내린 노무현 정권을 비판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파병 결정해놓고, 비난도 받기 싫다는 겁니까? 파병을 하되 비난은 받기 싫으면 정권을 한나라당에 넘길 일입니다. 그럼 우리의 비판은 한나라당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저 역시 원칙적인 평화주의자는 아닌 모양입니다. 그래서 아직도 정당한 전쟁과 부당한 전쟁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프간 전쟁의 경우 9.11로 3천명의 무고한 시민이 희생당했고, 그 범죄를 저지른 빈 라덴이 아프간에 있었고, 아프간 정부는 그의 신병 인도를 거부했고, 그 전쟁은 유엔의 승인을 받았고, 유럽의 여러 나라를 포함해 다국적군이 참전을 했습니다. 이런 전쟁에 군대를 보내는 것은 이해를 해 줄 여지가 있습니다. 정치인으로서 그 정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은 다릅니다. 후세인과 알카에다는 아무 연관이 없고, 이라크에는 대량살상무기가 없었고, 그래서 유엔의 승인을 받지 못 했고, 누가 봐도 명백한 침략전쟁입니다. 게다가 무차별한 미군의 사격과 폭격으로 인해 수많은 이라크 민간인들이 희생당했고, 포로로 잡힌 이라크의 군인들은 감옥에서 짐승 취급을 당했습니다. 이런 전쟁에 군대를 보내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범죄'입니다. 왜 이런 범죄적인 전쟁에 한국군이 참여를 해야 하는지, 누가 제게 납득할 만한 이유 좀 대 주세요.

3.

김선일씨를 죽인 자들은 해방투사들이 아니라 테러리스트들입니다. 무고한 인명을 살상한다는 점에서 부시와 똑같은 전쟁 범죄자들입니다. 그들은 규탄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파병할 경우 그들이 파병국 국민을 상대로 테러를 저지르리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파병을 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국가의 기본임무를 져버리는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무책임한 일을 청와대에 앉은 분들이 '안보'라는 이름으로 져질렀습니다.

파병을 할 경우, 이와 유사한 일은 앞으로 계속 벌어질 것입니다. 적어도 파병 때문에 이라크와 그 주변 아랍국에 사는 우리 교민들, 거기서 활동을 하는 우리 상사원들의 생명이 위태로워졌습니다. 이게 현 정권의 '안보' 정책입니다. 그렇게 제 나라 국민을 위험에 빠뜨려놓고, 도대체 우리는 얼마나 더 안전해졌을까요? 김선일씨 죽음으로 몰아넣고 자기 삶에 더 안정감을 느끼는 분들 계시면 한번 나와 보세요.

김선일씨가 당한 비극은 언제라도 '나'의 불행, 내 가족의 불행, 내 친구의 불행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김선일씨의 부모도 파병에 찬성했다지 않습니까? 설마 자기 자식이 거기에 희생당할 것이라 꿈앤들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저마다 다 그건 남의 일이라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불행은 불행하게도 우리가 원하지 않는다고 안 찾아오는 게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잠재적인 희생자입니다. 우리 모두가 잠재적인 김선일입니다.

"한 사람 잡혀간다고 파병철회하는 나라 있냐?" 이게 정부여당의 일반적인 분위기입니다. 이 얼마나 무서운 말입니까? 한나라당 애들이야 원래 그런 애들이라고 치고, '개혁'을 외치는 정부여당까지도 이런 무서운 생각을 서슴없이 내뱉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이런 분들에게, 어떻게 이런 나라에 우리의 생명을 맡겨놓을 수 있습니까? 파쇼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전체주의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사람이 납치된 상황에서 버젓이 저런 발언할 수 있는 저 대담함, 저런 끔찍한 발언을 허용하는 우리 사회의 무감함, 그게 전체주의입니다.

4.

미국이 문제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극단적인 입장을 배격해야 합니다. 하나는 NL류의 극단적인 반미 전민항쟁론입니다. 다른 하나는 미국의 이익이 곧 우리의 이익이라 강변하는 극단적인 친미주의입니다. '한미동맹'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예, 중요하지요. 하지만 '동맹'이란 무엇일까요? 미국이 하자는 대로 간까지 빼주는 게 과연 '동맹'일까요? 그것은 '동맹'이 아니라 주종관계입니다.

대한민국의 국군통수권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노무현 대통령에게요? 아니지요. 국군통수권은 국군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권한을 누가 갖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 권한은 부시가 갖고 있습니다. 부시는 대한민국 국군을 아무 데나 갖다 박을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왜? 노무현 정권이 부시에게 국군통수권을 양도했기 때문입니다. 주권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자기의 기본적 직무를 유기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조차 부시 정권이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해쳤다"는 비난이 나오는 판에, 제 나라 국익을 져버리고 진정한 동맹관계를 해치는 부시의 깽판에 장단 맞춰 춤이나 추는 게 과연 '동맹'입니까? 이것은 한 마디로 무능함과 나태함의 극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 겁니까? 제 나라 국민이 이국땅에서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사태를 보고도 여전히 부시 눈치나 봐야 합니까? 이 나라에 도대체 외교전략이 있는 겁니까? 안보전략이 있는 겁니까?

파병철회해야 합니다.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라는 한국에서 파병을 거부할 경우, 부시 정권은 막대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대선에서 패배할 수도 있습니다. 당하고만 있을 게 아니라 우리 역시 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야 합니다. '한미동맹' 좋다, 하지만 그 방식은 너희들 멋대로 정하게 놔둘 수 없다. 우리도 너희를 날릴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부시는 미국이 아닙니다. 미국의 절반도 채 안 됩니다.

5.

김선일씨의 죽음을 헛되이 할 수 없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와서 울부짖던 그의 모습을 생각해 보십시요. 그는 우리에게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호소를 무시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는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점에 관한 한 우리 모두가 공범입니다. 파병을 결정한 이들은 주범이고, 파병을 묵인한 이들은 종법이고, 파병을 반대하되 힘있게 밀어내지 못한 모든 이들은 넓은 의미의 공범입니다. 앞으로 이런 비극적인 사건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파병반대, 한국군철수를 위한 운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 나라는 정치가 사람들의 의식을 개발시키는 게 아니라, 외려 사람들의 비판적 의식을 마비시킵니다. 선거를 앞두고 있지 않으면 아무리 중요한 사건이 터져도 사람들이 안 모입니다. 특정 정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면 촛불도 켜지지 않습니다. 이게 그 잘난 인터넷 민주주의의 수준입니다. 어제 모인 2천 명, 그게 이 나라 평화주의 역량의 전부입니다. 바로 그래서 이런 비극적인 일을 막을 수 없는 것이지요.

박노자가 그랬던가요?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어서 다행이라고. 그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끔찍할 뻔 했다고. 배울 만큼 배웠다는 지식인이라는 분의 정치의식이 이렇게 나이브합니다. 차라리 이회창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한국인 특유의 정치의식이 발동하여 아마 지금쯤 거리가 파병반대의 물결로 차고 넘피고 있을 겁니다. 아무리 정치에 환장을 해도 그렇지, 어떻게 시민들이 저토록 완벽하게 현실의 정당세력에 포섭될 수가 있을까요? 이럴 때는 정말 절망적인 생각이 듭니다.

성급하게 '희망'을 말하는 사람은 아직 절망의 끝을 경험하지 못한 것입니다. 희망이 없어도 저항하기를 그치지 말아야 합니다. 쉽게 '열정'에 빠지는 사람은 아직 현실의 냉혹함을 경험하지 못한 것입니다. 열정에 들떠 어떤 일을 하기는 쉽습니다. 그것은 창조력이 고갈된 가수가 대마초를 피고, 한계에 도달한 운동선수가 약물을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진정한 가수는 대마초 없이도 상상력을 가질 수 있고, 진정한 선수는 약물 없이도 체력의 한계를 극복합니다. 진정한 저항은 섣부른 희망이나 뜨거운 열정 없이, 현실의 냉정함을 보고 존재의 밑바닥에서 힘을 끌어올리는 용기에서 시작합니다.

파병반대, 국군철수. 여당과 야당이 동조하고, 조중동의 지원을 받고, 김선일씨의 운명을 제 것으로 느끼지 못하는 수많은 무감함의 덩어리들에 맞서 싸우는 싸움입니다. 엄두가 안 나지요. 어제 MBC 저녁뉴스에 파병반대 움직임은 테러범들에게 놀아나는 것이라는 뉘앙스의 얘기를 하더군요. 그것을 들으며 얼마나 끔찍했던지. 하지만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진정한 진보의 전선은 열우당과 한나라당 사이도 아니고, MBC와 조선일보 사이도 아니고, 한겨례와 조선일보 사이도 아니고, 바로 거기에 그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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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y studied illustration at Northampton School of Art before working in art studios in London and the Midlands. In the early 1970s he became a full-time artist and in 1977 he went to live in Dusseldorf, Germany, to concentrate on painting the landscapes and townscapes of Holland, Belgium, Germany, France and Italy.

His subjects often include small villages and towns 'off the beaten track', where he paints and records the more intimate aspects of native life. He returned to the UK in 1983 and now lives in a small village in Norfolk with his wife and children.

He has exhibited at the Royal Academy, the Royal Institute of Oil Painters, the Royal Institute of Painters in Water Colours, the Royal Society of Marine Artists and the Royal Society of British Artists. He has also had shows in numerous major galleries in London and throughout England and Europe.

Jeremy was elected an Associate Member of the ROI in 1990 and a full member in 1994, serving since then as a Council Member from 1995-99. He won the Stanley Grimm Prize in 1994 and 2000 and the Alan Gourlay Memorial Prize in 1999 at the Annual ROI Exhibition at the Mall Galleries. His paintings are to be found in numerous public, private and corporate collections worldwide.

한글 자료는 못 찾겠네요. 그림이라도 더 보세요.

오늘은 글 안 올리려고 했는데, 뭐라도 해야지 답답해서 가만히 못 있겠어요.. 휴우..

 

Bonardi, Venice

 

 


Cafe Bar, Aix

 

 

St Tropez

 

 


Cafe Bar Chez Nico, Aix

 

 


Cafe Des Arts, Paris

 

 


Le Comptoir Des Secteurs

 

 



Le Hollandais, Bordeaux

 


Renee Fleurs

 

 


Terrace Orange

 

 


Balcony with P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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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4-06-23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퍼갈께요. 판다님도 조금이나마 기운 차리시길 바랍니다......

panda78 2004-06-23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걱정마세요. 로렌초의 시종님.

stella.K 2004-06-23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요. 그림 퍼갑니다.

꼬마요정 2004-06-23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퍼 갈게요~^^
조만간 제 서재가 판다님의 그림으로 가득 차지않을까 싶네요..^^*
저는 판다님의 왕팬이어요~~~!!^^*

panda78 2004-06-23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꼬마요정님, 감사합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해 주시다니- 말씀만으로도 감사 ^^*
스텔라님, 항상 감사합니다. ^^
 

로렌초님, 이 그림들 보시고 기운 내세요. 다른 분들도 잠시나마 잊고 숨 돌리시길....

Venice

 

 

Bridge, Venice

 

 

 



Venice Reflections

 

 


Back Alley, St. Tropez

 

 


Ramatuelle

 

 


Kite Flying, Norfolk

 

 


Place Des Lices, St. Trop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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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4-06-23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역시 아늑하고 평화롭네요...... 정말이지...... 퍼갈께요

stella.K 2004-06-23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