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놀고] <반가워요 팬더댄스>
아니, 지난 주에 기나긴 신간 브리핑을 올렸는데 이 사람은 어쩌자고 또 페이퍼를 올리는가,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어요. 몇 가지 소식이 추가되어서 기다리기가 근질거려 또 씁니다.
주말에 도매상에 놀러가니 아즈마의 <요츠바토>가 8월 10일로 발간확정되었습니다. 이~따만한 실물크기의 요츠바토 주인공(치요를 닮은) 옆에 괜히 서서 히죽거리다가 왔어요. 역시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지 문 앞에 대문짝만하게 발매일을 써놨더군요. 다음은 뉴타입 홈페이지에 올라온 <요츠바토>(한국어 제목은 '요츠바와'로 확정되었습니다) 소개입니다.
우리나라에 네 컷 만화 신드롬을 일으킨 「아즈망가 대왕」작가 아즈마 키요히코의 최신 인기작 「요츠바랑!」이 발간되었습니다. 「요츠바랑!」은 일본 만화잡지 ‘전격대왕’에 연재될 당시부터 인기와 기대를 한몸에 받은 작품으로, 전작보다 더 성숙된 캐릭터와 개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즈마 키요히코가 보여주는 소박하면서도 풋풋한 만화 <요츠바랑!>을 소개하겠습니다.
․ 책이름 : 요츠바랑! 1권
․ 지은이 : 아즈마 키요히코
․ 정가 : 4,000원
․ 출판사 : 대원씨아이
․ ISBN : 89-528-7910-4
․총페이지: 227페이지
무적의 비결은 천진난만
뭉게구름 낀 푸른 하늘이 드높고 매미가 시끄럽게 우는 쨍쨍한 여름날, 꼬마 여자아이 하나가 갑자기 마을에 나타난다. 아이는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옆집 언니나 아줌마들에게도 그랬냐? 저랬냐? 하고 반말을 일삼으며 에어컨이 무엇인지도, 백화점이 무엇 하는 곳인지도, 그네를 어떻게 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커다란 개구리를 무서워하지 않으며 수영이라면 어른들을 기죽일 정도인데다 밝고 쾌활함으로 주위를 은근슬쩍 동참시키는 재주가 있는 그 꼬마의 이름이 바로 「요츠바랑!」의 주인공 요츠바이다.
2002년 한국의 만화 독자들은 「아즈망가 대왕」이라는, 조금은 허황된 제목의 4컷 만화를 접하게 된다. 그리고 이 땅에는 4컷 만화의 붐이 일게 된다. 「아즈망가 대왕」은 우리가 여태껏 고정관념처럼 가지고 있던 4컷 만화의 공식을 신선하게 깨뜨렸던 것이다. 통상적이라면 아즈망가라는 이름의 평범한 주인공 한 명에 고정 조연 1-2명이 등장하며 마지막 컷에서 작은 반전, 혹은 재치를 주는 구성으로 진행되었어야 할 테지만 「아즈망가 대왕」은 우선 고정적인 등장인물부터가 기존과는 달랐다.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그곳의 여학생 4-5명, 그리고 여선생님까지 포함한 그들 하나하나의 개성이 4컷 만화인데도 전부 주인공처럼 또렷이 살아 있었으며 굳이 반전 혹은 재치를 추구하지 않더라도 캐릭터의 개성만으로도 일상적인 이야기를 이어가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아즈망가 대왕」의 작가 아즈마 키요히코의 신작 「요츠바랑!」이라는 작품은 형식상으로는 옴니버스식 만화이지만 역시 커다란 줄기는 「아즈망과 대왕」과 마찬가지로 일상이다. 이사를 온 코이와이 요츠바 부녀의 옆집인 아야세가에는 세 딸과 어머니가 살고 있다. 각 장의 제목대로 요츠바는 ‘이사’를 와서 주위에 적응하며 ‘인사’하는 법과 에어컨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것도 배우며 ‘TV'를 얻어가고 백화점 ’쇼핑‘을 해 본다. 그런 가운데 이 부녀의 친구인 거구의 점보, 「아즈망가 대왕」에서처럼 다양한 여성 군상을 보여주는 아야세가의 세 딸과 어머니는 은근한 애정으로 이 천방지축 꼬마 아가씨를 돌봐주고 같이 어울리며 조금씩 코이와이 부녀에 대해 알게 된다.
뭐니뭐니해도 「요츠바랑!」의 최고 강점은 다양한 여성 캐릭터이다. 천방지축 천진난만의 화신인 요츠바뿐만 아니라 긴 머리에 세련된 미모를 지닌 아야세가의 큰딸 아사기, 언니보다는 미모가 약간 떨어지지만 모성애 넘치고 야무진 둘째 딸 후카, 차분하고 여려 보이지만 주관이 뚜렷하고 마음 씀씀이가 고운 막내딸 에나, 남편과 일 때문에 떨어져 살며 세 딸을 키우는 어머니 등은 「아즈망과 대왕」 못지 않게 다채로운 여성 캐릭터의 집합장을 보여준다. 특히 야무지고 어른스러운 세 딸에 대비되어 가끔은 훨씬 아이 같아 보이는 어머니는 요츠바 부녀의 친구 점보와 마찬가지로 「요츠바랑!」의 천진난만한 전체적 분위기를 더욱 돋워주는 역할을 한다.
「요츠바랑!」의 전체 줄기는 앞에서도 말했듯 일상,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여름날의 일상’이다. 매미잡기, 장대비, 그림 그리기, 케이크, 수영장, 개구리 등등 각 장의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름 방학의 나른하면서도 활기찬 일상이 떠오르고 여름날에 대한 향수가 밀려들며 깔끔하고 정돈된 펜선은 시원한 바람처럼 작품에 상쾌한 맛을 더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요츠바 부녀의 독특한 관계가 조금씩 조금씩 밝혀지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작품 하나면 올 여름 지붕 밑 피서는 완전 해결될지도. 「요츠바랑!」 놀아보실래요?
또하나의 소식. 지난주에는 매우 희귀하고 오묘하며 이상하면서도 엊딘지 모르게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반가워요 팬더댄스>가 출간되었습니다. 금요일에 받아보고, 저희 편집팀 사람들 모두 함께 둘러앉아 책장을 넘겨보며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황신혜밴드의 김형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박민규와 함께 '극동삼인방'이라는 퓨전밴드를 결성했던 조경규"
이쯤되면 감이 오실랑가요. 그렇습니다. 그들은 '끼리끼리' 만났던 것입니다! 보통 화려하고 위압감이 느껴지는 수상경력을 적게 마련인 작가 약력에는 이런 것들이 적혀있습니다. '1974년 서울 출생, 1983년 동교초등학교 교내백일장 입선(어쩌라고!), 1986년 MBC 어린이큰잔치 한강백일장 입선(아니, 그래서 뭐!)'
이러한 약력을 가진 저자이니, 범상치 않게 보이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사실 이 만화를 그린 저자는 언더(..라고 해도 좋을까요)에서는 베테랑에 수준급인 만화가입니다. 그리고 심상치 않은 이력도 가지고 있구요.
<피바다 학생작품집>에는 그의 이름 석자가 앞에 박혀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안의 작품은 모두 그의 것입니다. 만두를 팔던 사람이 외계인에게 속아 외딴 행성에 가서 만두를 팔다가 분통이 터져 외계인들을 박살내는 내용이라든지, 옥상에서 별을 보던 젊은이가 수건을 준다는 말에 혹해 외계인에게 끌려가 생체실험을 당하게 된다는 내용은 기상천외합니다.
<800>이라는 저 뻘건 표지의 책 안에는 글씨가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 면발같이 생긴 그림뿐입니다. '국수전'이라고 일컫는 전시회를 통해 대중에게도 선보인 바 있지요.
이번에 나온 <반가워요 팬더댄스>는 이제까지의 작품성향처럼 키치적이지만, 보다 대중적으로 어필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그 이름, 팬더. 읽고 읽고, 또 읽다보면 어느새 팬더에게 반한 당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옆의 그림은 '팬더댄스' 홈페이지의 팝업광고.
궁서체의 정직한 활자로 인쇄된 동시는 직접 보셔야 제맛이지만, 맛보기로 한 편을 보여드립니다.
제목: 엄마 나 1등 먹었어
엄마 몰래 참가해본 꿀떡먹기대회(엄마에겐 도서관에 간다고 했죠)
두근대는 마음으로 일동열중쉬어(누나들이 날라다준 꿀떡 오백개)
달콤달콤 쫄깃쫄깃 너무맛있어(한개두개 먹다보니 다먹었네요)
오마이갓, 오백개를 단육분만에!(회장님이 금메달을 걸어주셨죠)
1등이다 1등이야 1등먹었어(엄마엄마 나도몰라 1등먹었어)
1등이다 1등이야 1등먹었어(엄마엄마 나도몰라 1등먹었어)
그리고 보너스, 책에는 수록되지 않은 시입니다.
(개미핥기 먹이용) 개미에게
개미야 개미야
얼굴좀 보자
너를 잡아서
어디좀 가자
너는 꽤 많으니
몇마리쯤 먹혀도
사는데 큰 지장은
없지 않겠니?
곧 2탄이 나온다고 합니다. 이번 주제는 '홍콩에 간 팬더댄스'라는군요. 암울하고 힘빠지는 뉴스가 연일 터져나오는 현실이지만, 가끔은 이렇게 어깨에 힘을 뺀 조경규씨의 '팬더댄스'도 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