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저는 미술사를 가르쳐오면서 작가 한 사람을 천재시 한다든지, 예술적인 업적만을 부각시키는 경향을 경계해 왔습니다. 한 작가가 아무리 뛰어났어도 작품은 사회의 여건과 요구에 의해 생산되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네상스미술을 가르치다보면 저는 언제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를 따로 언급하고, 그들의 업적에 놀라움을 표합니다. 시대의 요구에 따르면서도 언제나 이를 능가하는 이들의 작품이 없이는 르네상스를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미술을 통하여 레오나르도는 자연을 탐구했으며 미켈란젤로는 종교적 구원을 갈망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Leonardo da Vinci, 1452-1519)

레오나르도는 피렌체(지도) 근처의 빈치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이름은 '빈치에서 온 레오나르도'라는 뜻이지요. 변호사와 농촌여인 사이에서 낳은 사생아라고 알려져 있고요. 레오나르도는 14살쯤에 베로키오(Andrea Verrocchio)의 제자로 들어가 화업을 시작했고, 3-4년 후인 1470년경엔 베로키오의 작품 <예수의 세례>(도1)에 레오나르도의 붓질이 처음 보입니다. 다른 화가들처럼 붓 빨고 물감을 만드는 등 도제교육을 받으면서 조수로 일한 기간의 모습이죠. 도1의 작품은 물론 스승 베로키오의 작품이고 일부분만 레오나르도가 했습니다. 여러분도 가려낼 수 있습니다. 도1의 작품을 크게 하여서 어디가 어떻게 다르고, 어느 부분을 레오나르도가 했을까 맞춰보세요.

 

도1 베로키오 <예수의 세례>
 
 
 
도2 도1의 부분
 
 
 
그림의 아래왼쪽 천사부분과 배경부분이죠. 스승 베로키오가 그린 예수 모습은 색채나 윤곽선 묘사가 분명한데 비해 레오나르도가 그린 부분은 다소 어슴프레 합니다. 천사의 머리카락이나 눈, 또는 옷 부분을 보면 잔 선을 여러 번 반복함으로써 경계를 흐릿하게 하였지요.
 
 

이렇게 어려서부터 나타난 그의 그림의 특징은 말년에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또한 드로잉에도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펜으로 그린 스케치는 아르노 강가의 모습입니다(도3). 그는 바위절벽, 잔나무들과 강을 묘사하면서 끊임없이 잔 터치를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그 결과 사물은 우리 앞에 선명히 부각되지 않고 멀리 밀려나 있습니다. 사물과 보는 이 사이엔 공기가 있으며, 자연의 관찰자 레오나르도는 이 공기의 존재를 우리에게 인식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도3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르노 강가>
1473년, 펜 스케치, 피렌체, 우피치
 
 
 

레오나르도는 26살쯤인 1478년에 스승으로부터 독립하였고 그 후 주문을 받은 대표적인 작품이 <동방박사의 경배>(도4,5)입니다. 미완성으로 남아있지만 그의 관심을 읽을 수 있는 중요작품입니다. 레오나르도는 공간에 인물들을 자연스럽게 배치하기 위하여 미리 정확한 원근법의 스케치를 하였습니다(도6). 그리고 이를 확대하여 패널에 옮긴 후 그 위에 비례에 맞게 인물을 배치하였습니다.

도4 레오나르도 다 빈치 <동방박사들의 경배>
1481-82년, 나무패널에 갈색 잉크, 246×243cm
피렌체, 우피치미술관
 
 
도5 레오나르도 다 빈치
<동방박사들의 경배>를 위한 드로잉
 
 
 
도6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인물드로잉>, 1490년경, 윈저, 로얄 라이브러리
 
 
 

 

인물들은 마리아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듯 빙 둘려 있는데 특히 우리를 궁금하게 하는 부분은 오른쪽 어두운 부분의 인물들입니다. 수염 난 노인은 아기 예수를 자세히 보려는 듯 눈 위 이마에 손을 뻗어 놀라움을 표시하며 제일 오른쪽의 아름다운 젊은이는 그윽하게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엔 해골과 같은 상태의 노인이 그려져 있습니다. 아름답게 정형화되어 있는 마리아와 대조적으로 이들 인물들은 젊은이, 늙은이 또는 놀라는 이 침착하게 바라보는 이 등 다양합니다(도5). 레오나르도는 많은 글을 남겼는데, 인물의 제스춰와 표정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그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많은 드로잉을 보면 그는 실제 인물의 행동을 관찰한 후 글로 써서 이론화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은 바로 자연과 인간에 대한 탐구의 과정이었습니다. 그는 <동방박사들의 경배>를 완성하지 못한 채 밀라노에 갔으며 거기서 거의 17년을 머물게 됩니다. 루도비코 스포르자(Ludovico Sforza)의 초청으로 밀라노에 가서 그가 주로 한 일은 엔지니어 역할이었습니다. 움직이는 다리를 설계하고, 대포나 전쟁무기를 고안했으며, 건축설계도 하였습니다. 그가 최초로 하늘을 날 수 있는 장치를 고안했다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아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제작된 것은 많지 않지만 그는 물리적인 이치를 적용하여 도구를 만드는데 끊임없는 호기심을 갖고 있었던 최초의 근대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7 레오나르도 다 빈치 <거대한 활> 드로잉
 
 
 
 
 

레오나르도가 밀라노에 있는 동안 제작한 그림은 그리 많지 않지만 그의 화업에서 빼 놓지 못할 작품들입니다. 그 중 하나가 <동굴의 성모>(도8)이며 다른 하나는 <최후의 만찬>입니다. <동굴의 성모>는 현재 루브르 박물관과 대영박물관 소장 2 점의 서로 다른 버전이 전해집니다. 1483년 밀라노의 성 프란체스코 교회가 주문하여 완성한 것은 루브르 소장의 작품이며, 이것을 후에 프랑스의 루이12세에게 선물하면서 다시 그 자리를 위해 그린 것이 런던의 대영박물관작품이라고 연구되었습니다.

 

도8 레오나르도 다 빈치 <동굴의 성모>
1483-86년, 패널에 유화, 199×122cm
파리 루브르박물관
 

 

이 작품에서 가장 궁금한 부분은 왜 마리아와 예수가 동굴에 있는가 하는 점일 것입니다. 아쉽게도 아직 학자들 간에 일치된 해석은 없지만 저는 그 중 두가지에 공감합니다. 하나는 이 제단화가 있었던 예배실이 '원죄없이 잉태한 마리아'에게 바쳐졌다는 사실과 연관지어 보면 동굴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곳, 태초의 곳이라는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레오나르도의 지질학에 대한 관심의 발로가 아니었을까하는 점입니다. 동굴은 이끼가 가득 끼고 습해 보이지만 마리아의 주변엔 물과 바위, 수많은 작은 꽃들이 서생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건축의 배경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우리는 이 그림에서 그와 비슷한 구조를 느끼게 됩니다. 동굴은 마치 커다란 도움 같이 이들을 감싸고 있으며, 아래 있는 네 인물들 또한 원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한 가운데의 마리아는 오른손으로 아기 예수를 이끌면서 왼 손으로는 세례요한을 축복하는 자세입니다. 오른쪽의 천사는 왼 손으로 세례요한을 받쳐주면서 아기 예수를 가리킵니다. 천사와 요한은 메시아가 오심을 우리에게 확인시켜주고 있지요. 그리고 아기 예수의 몸은 천사와 요한에게 향하고 있으면서 마리아에게 이끌려있습니다. 그들의 제스춰는 성경의 의미와 함께 화면구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천사는 관람자를 바라봄으로써 우리를 화면으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스춰를 구도와 의미에 적용하는 레오나르도의 방법은 <최후의 만찬>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앞의 주제1에서 <최후의 만찬>(도9)의 원근법적인 효과를 보았습니다. 이번엔 이야기와 인물의 동작을 봅시다. 잠시 기법을 이야기하죠. 원래 프레스코화는 젖은 회벽에 수성물감을 투입시켜서 말리는 기법입니다. 그러나 언제나 새로움을 시도하려 했던 레오나르도는 마른 회벽에 유성물감을 사용하였습니다. 제작한 지 2년도 안 돼서 물감들이 벗겨져서 현재도 매우 보기에 어려운 상태입니다.

 

도9 레오나르도 다 빈치 <최후의 만찬>, 1498년, 높이 460×880cm
밀라노, 산타마리아 델라 그라찌아
 
 
 
 
복음서의 '최후의 만찬' 부분을 들으면서 그림을 자세히 보십시오.

 

예수께서 같이 음식을 나누시면서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배반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제자들은 몹시 걱정이 되어 저마다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하고 물었다. 예수께서 "지금 나와 함께 그릇에 손을 넣은 사람이 바로 나를 배반할 것이다.…" 그때에 예수를 배반한 유다도 나서서 "선생님, 저는 아니지요?" 하고 묻자 예수께서 "그것은 네 말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예수께서 빵을 들어 축복하시고 "받아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 하셨다.(마태복음 26:21-28)

 

도10 레오나르도 다 빈치 도9의 부분
 
 
 

 

이 이야기를 들으며 제자들의 동작을 보니 마치 연극같죠? 제자들은 저마다 두 손으로 자기를 가리키며, 또는 두 팔을 벌리며 "저는 아니겠지요?"를 말하고 있습니다(도10). 그리고 배반할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서로 수근거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마다 놀라고 있는 동작에도 불구하고 침착해 보이는 것은 아마 화면의 구성덕분일 것입니다. 침착한 예수의 좌우에 있는 12명의 제자는 3명씩 네 그룹으로 나뉘어 화면의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 예수 쪽으로 몸을 향하고 있으나 유다 만이 예수와 반대쪽으로 몸을 비키고 있습니다.(왼쪽에서 5번째, 몸을 뒤로 빼어서 머리는 4번째에 그려졌음) 레오나르도의 많은 작품 중에서 여러분이 가장 궁금해하는 작품은 아마 <모나리자> (Mona Lisa)일 것입니다. '신비한 미소'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 이 초상화는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으며 현대에도 작품이나 광고에 수많은 패러디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그림을 신비의 베일로 신화화시키는 것은 감상의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우리가 그동안 살펴 본 레오나르도의 관심들을 상기한다면 이 그림도 그 관심의 결과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모나리자>는 실제 여인이며 프란체스코 델 지오콘다(Francesco del Gioconda)의 부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물론 그 주인공이 아름답기 때문에 그림이 아름다운 건 아니지요.

 

도11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나리자>
1503-05년, 패널에 유채
76×53.3cm, 파리, 루브르 박물관
 
 
 

 

우선 모나리자는 시선은 우리를 바라보고 있지만 몸은 약간 오른쪽으로 틀고 두 손을 앞으로 모았습니다. 따라서 세 변이 서로 약간 다른 삼각형을 이루어, 균형 잡힌 듯하면서 자연스럽습니다. 오늘날에도 개인 사진에 이 포즈를 잘 이용하고 있지요. 눈이나 머리카락, 옷, 손등 등의 모든 세부들은 윤곽선이 선명하지 않습니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사용해 온 스푸마토기법을 더욱 섬세하고 우아하게 적용하였기 때문입니다. 이 기법이 아마 <모나리자>를 신비하게 느끼게 한 주 요인일 것입니다. 배경도 실제의 풍경과 우리가 <동굴의 성모>에서 본 바와 같은 지형학에 대한 관심이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자신 또한 이 그림에 애착을 가진 이유는 아마도 자신이 그림을 통해 추구한 자연의 근원에 대한 탐구와 실제 사물이 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소위 명화라고 지칭하는 레오나르도의 작품들보다 그의 관심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작품들은 드로잉 또는 스케치들입니다. 교황에게 허가를 받아 인체 해부를 하며 그린 인체의 그림들도 그중 일부입니다. 그는 팔, 다리의 근육과 뼈, 동작에 따른 이들의 변화 등을 아주 상세히 관찰하고 묘사했습니다(도12). 일반적으로 화가들이 정확한 인체묘사를 위해 해부학을 공부하지만 그의 해부학은 그러한 목적을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체내의 내장이나 신경조직, 뱃속의 태아까지 연구한 것을 보면 그의 탐구는 바로 생명의 근원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자하는데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도13). 인체 뿐만 아니라 수 많은 물거품을 이루며 부서지는 홍수의 소용돌이에서 그는 사물을 움직이는 원동력, 에너지의 원천을 찾고자 했습니다(도14).

도12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인체 드로잉>
1510, 잉크스케치, 29×20㎝
윈저 궁, 왕실도서관
 
 
도13 레오나르도 다 빈치 <태아연구>
잉크스케치, 30.14×21.25㎝
윈저 궁, 왕실도서관
 
 
도14 레오나르도 다 빈치 <홍수>
1515년경, 검은 목탄, 16×20㎝
원저 궁, 왕실도서관
 
 
 

 

우리는 다방면에 재주 있는 사람을 르네상스맨이라고 부릅니다. 시대의 양식을 이끈 화가이며, 근대적인 경험과학을 시작한 과학자이고, 또 용도에 맞는 기구를 창안한 엔지니어이고 건축가였던 레오나르도야말로 르네상스맨의 전형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물론 그의 업적들은 단순한 재주가 아니라 사물에 대한 통찰과 탐구의 소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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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04-10-09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을 수 없는 모나리자의 미소, 퍼 갑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양장) - 로알드 달 베스트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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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로알드 달의 책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70년대에 나온 [초콜릿 공장]은 DVD로 가지고 있고, 얼마 후에 팀 버튼이 감독한 새 영화가 나온다는데 놓치지 않고 꼬옥 볼 생각이다. 팀 버튼은 로알드 달 특유의 냉소와 재치를 더욱 잘 표현해 낼 것 같다.

가난하기 짝이 없는 집안의 유일한 아이 찰리는 어느 날, 길에서 주운 돈으로 산 초콜릿에서 황금쪽지를 발견한다. 단 5장 밖에 없는 황금카드를 뽑은 것이다. 신비롭기 짝이 없는 윌리 왕카의 초콜릿 공장, 아직 아무도 들어가 본 적 없다는 그 꿈의 초콜릿 공장을 견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나머지 황금카드를 뽑은 아이들과 그들의 가족들과 함께 찰리는 초콜릿 공장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인간이 상상해 낼 수 있는 초콜릿은 모두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왕카의 초콜릿 공장의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초콜릿 강? 그게 없으랴, 물론 있다. 초콜릿 강에서 초콜릿 배도 타는 걸 뭐. 부럽더라도 아빠더러 사달라면 안된단다. 그 이후의 일들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서 말이야. 그리고 말이지, 아무리 초콜릿을 좋아해도 그렇지, 씻지도 않고 초콜릿 강에 풍덩 뛰어드는 일은 삼가해야겠지? 그러다가 저기 보이는 파이프속으로 빨려 들어가면 어떡하려고. 물론 움파룸파 족이 어디선가 꺼내 주겠지만 말이야. 더 멋진 다른 초콜릿들을 못보게 된다고.

씹을 때마다 맛이 변하는 껌? 물론 있다. 그것도 단맛만 나는 것이 아니라, 일류 레스토랑의 최고급 만찬 요리들의 맛이 전부 다 난다. 다만, 아직 실험중이라 부작용은 책임 못진다. 맨날 줄기차게 껌을 씹어대는 바이올렛은 경고하는 말도 듣지 않고 짝-짝- 씹어대다가 블루베리가 되어버렸다지,아마? 그러자 작은 움파룸파족들이 나타나 "움파 룸파 움파디두-"로 시작하는 노래를 부르며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지. 그 이후엔 알게 뭐람.

문을 두드리면 뒤를 돌아보는 각설탕이며(그게 무슨 소용이 있는지 묻지 말란 말이다. 상상력은 어따 뒀나. ), 입을 대고 빨면 그 과일 맛이 나는 과일무늬 벽지도 있지. 과일무늬 벽지는 아이들 방에 도배해 놓으면 정말 좋겠다.  그 밖에도 무지무지 많은 맛난 것들이 잔뜩 나온단다. 그리고 그걸 다 먹어도 아무 말 안한단다. 나중에 집에 갈 때는 평생 먹을 수 있을 양의 초콜릿도 준다던데?

다만 명심할 것이 있으니, 아이야,  아무 것도 안 하고 하루 종일 껌이나 짝짝 씹고 있지 말 것이며, 과한 식탐을 부리지 말거라. 바지 뒷주머니에 몰래 하나 집어 넣지도 말고. 바보상자 텔레비젼만 온종일 들여다보고 있다가 정말 바보가 되어도ㅡ 혹은 쪼만한 미니인간이 되어버려도 나는 모르는 일. 어른이 하는 말은 우선 새겨 듣고, 거짓말하지 말아라. 그러면 윌리 왕카씨가 우주로 떠나는 유리 엘리베이터에 태워 줄 지도 모른단다. 만약 네가 그걸 타게 된다면 너는 또한 그 환상의 초콜릿 공장을 물려받을 후계자가 될 것이니, 그 때는 날 좀 꼭 초청해 주길 바란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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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10-08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았었지요.
그 때는 다른 제목이었던 듯 한데요.
여하튼 대본을 어디선가 보았던 기억이..
나무의자였었나?
 
초원의 집 - 시공주니어문고 3단계 23
로라 잉걸스 와일더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TV에서 해 주던 이 드라마를 보려고 일요일 아침에 눈부비며 일어났던 기억이 난다. 드넓은 초원위의 통나무집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 추억의 TV시리즈는 왜 재방 안해주는지 모르겠다. 홍콩영화들은 지겹도록 틀어주면서. 쩝.

드라마도 정말 좋았지만, 역시 원작이 더 좋다. 이 좋은 책이 왜 달랑 이것만 나오고 안 나오는지도 의문이다. 로라가 커서 결혼해서 사는 것까지 8권 정도 되는 것 같던데, 우리나라에서 지금 구할 수 있는 건 [큰숲의 작은 집]에서 [초원의 집]으로 이름만 바꿔 단 시리즈의 첫권뿐이니 아쉬울 따름이다. 빨강머리 앤의 완역본도 새로 나온 지금, 초원의 집 완역본도 빠른 시일 내에 나와주기를 애타게 바랄 뿐.

서부개척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책을 읽다 보면, 뭐든지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지금보다, 필요한 물건은 뭐든지 직접 만들어 써야만 했던 그 시절이 훨씬 풍요로왔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집 옆의 수퍼만 가면 필요한 물건을 뭐든 사 올 수 있게 되었지만, 그렇게 되면서 뭔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나무를 베어 직접 지은 통나무집의 다락에는 호박이며 당근, 양파에 고추, 종이로 꽁꽁 싸매놓은 그슬린 햄까지 온갖 먹을 거리가 쌓여 있고, 그 곳에서 엄마가 만들어 주신 옷을 입은 여자아이들이 옥수수 자루로 만든 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다. 조금 더 크면 아마 엄마가 헝겊으로 인형을 만들어 주실 것이다. 꼬았다 푼 털실로 머리카락을 만들고 눈은 까맣게, 입술은 빨갛게 그려넣은 예쁜 인형을.  

버터를 만드는 것은 또 어떤가. 크림을 떠내 운두높은 도자기 그릇에 담아 따뜻하게 데운 뒤, 색깔을 예쁘게 하기 위해 당근즙을 첨가하여 뒤섞는 그릇에 담고 공이로 찧는다. 콩콩 찧다보면  어느새 공이 밑에는 조그만 버터 알갱이가 묻어 나오고, 뒤섞는 그릇의 나무 뚜껑을 열면 금빛 덩어리의 버터가 가득 들어있단다.  그러면 그걸 주걱으로 버터틀에 채워 넣은 뒤 잎이 두개 붙은 딸기 모양의 틀로 찍어 내는 것이다. 버터 만드는 일이 끝나면 엄마는 아이들에게 맛있고 신선한 버터 우유를 한잔씩 준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손님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엄마는 달걀과 우유를 넣은 밀가루빵, 인디언식 호밀빵, 스웨덴식 비스킷등을 굽고,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와 당밀이 든 콩을 큰 냄비에 가득 차도록 요리한다. 말린 사과파이도 굽고 쿠키도 만들고 캔디도 만들었다.
캔디를 만드는 장면이 특히 아름다운데, 당밀과 설탕을 매우 진하게 끓여 시럽 형태로 만들어 놓고, 흰 눈을 가득 담은 프라이팬 위에 모양을 내어 따르면 굳어져서 캔디가 된다. 
 
이토록 아름다운 묘사로 가득 차 있는 책이 어디에 또 있으랴. 별 다섯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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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10-07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ㅂ^ 흐흐흐, 저도 쓰면서 침을 한 바가지는 족히 흘렸사와요. 아, 신선한 버터 우유 한잔 마셔보고 싶어요. 하이디 읽을 때도 양젖, 염소젖이랑 치즈가 어찌나 먹고 싶던지.. 아효. ;;

마리사랑 2004-10-08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글로 읽을때는 양젖이니 치즈가 먹고 싶은데 실제로는 정말 입도 안대요.ㅠ.ㅠ
팬더님은 영어실력이 되시니 키즈북세종에 가면 원서시리즈가 있으니 그걸로 읽어도 되시지 않을까요?
제가 중학생때 (초원의집)시리즈가 다 완역되어 나온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제가 에이브에서 초원의집/큰숲작은집/우리읍내를, 그리고 범우문고판으로 플럼강가에서/실버레이크호숫가에서를, 계몽사의 긴겨울을 가지고 있어서 마지막권인 행복한황금시절만 샀는데...지금 문고판은 온데간데없고...사지 않은걸 무지무지 지금도 후회하고 있답니다.
지금은 출판사도 없어요. 로라의 남편인 알만조의 어린시절 이야기만 못 읽어봤어요.
내용은 대충 기억나는데 미국에선 긴겨울은 연극으로 매년 올린다고도 하더라구요.

우리 같이 다 번역해달라고 졸라볼까요?

panda78 2004-10-08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향 거의 없는 치즈 말고는 먹어 본 적이 없어요. 근데 책 읽다 보면 막 먹고 싶어지긴 하죠. ^^;;;
원서가 있다는 이야긴 들었는데(그래 24에서 팔았었거든요) 아무래도 번역본으로 먼저 보고 싶어요. 그러나.. 안되면 원서로라도 읽고 싶네요.
저도 문고판 플럼크리크 헌책으로 샀구요, 에이브의 세권은 다 있긴 한데, 아무래도 전집으로 보고 싶어요. ㅠ_ㅠ
실버레이크랑 긴 겨울도 빌려본 기억은 나는데 워낙 오래 전이라 가물가물..우리 읍내가 긴 겨울 다음 얘기죠, 아마? 알만조 어린 시절 이야기도 재밌다던데... 참 슬퍼요. 행복한 황금시절은 본 적도 없네요.

번역해 달라고 졸라 봐요. ^^ 알라딘에서 더 모아보면 어떨까요? 초원의 집 시리즈 번역 촉구 모임을 만드는 거에요. ㅎㅎ
 
유니레버 바세린 인텐시브케어 모이스처 로션 - 450ml
유니레버
평점 :
단종


피부타입 : 복합성

사실 일년에 바디로션 챙겨 바르는 횟수 다 따져 봐도 열 손가락이 남는다. 귀찮기도 하고, 또 얼굴에서만 피지가 과잉분비되는 것이 아니라 온몸에서 그러는 듯 바디로션 안 발라도 별 문제가 없었다. 200미리짜리 하나 사면 한 2-3년 쓰다가 다 못쓰고 버리고 그랬으니까. 그런데 유일하게 다 쓴 것이 바로 이 제품, 바세린 인텐시브케어 모이스처 로션이다. (거의 다 쓴 것도 하나 있는데, 바디샵 주스잇 레몬 앤 라임으로 껌냄새가 나는 제품이었다. 250미리에 8900원으로 아주 좋았는데, 주스잇 라인이 단종되는 바람에 이제 다시는 구할 수 없게 되었다. 슬프다. 조금 남아 있는 거 아까워서 못쓰겠다.)

우선 향이 레몬향이다. 옛날 옛적 엄마 경대 서랍을 열면 굴러다니던 로션 샘플에서 나던 그 약간 싸구려틱한(음, 이런 표현을 써서 죄송합니다. ;;) 레몬향이 솔솔 난다.  폭폭 펌프질 해서 바르다 보면 옛날 생각도 솔솔- 난다. ^^

향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흡수가 빠르다. 건성 피부라면 너무 빨리 흡수되고 그리 촉촉하지 않다고 느낄 만큼. 전혀 안 끈적이고 잘 흡수되므로 나처럼 귀찮은 거 싫어하는 게으른 사람에게 딱이다. 바르고 대충 몇번 문질러 주면 끝. 산뜻하게 스며들고 향기도 좋아서 쓸 때마다 기분이 상쾌해졌다. 그래서 이 제품만큼은 꽤 빠른 시간안에 끝까지 다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두 통쯤 쓴 뒤에, 같은 바세린 인텐시브의 무향 제품을 하나 샀는데(그게 보습력이 더 뛰어나고 무지 촉촉하다고 하길래), 확실히 촉촉하긴 했지만 무향 제품 특유의 역한 향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잘 안 바르게 된다. 다 쓰려면 아직 한참 남았지만, 가을도 깊어가고... 레몬향 나는 이 제품이나 하나 새로 사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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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lvia

 

 


The Duet

 

 

 


Portrait of a Lady

 

 

 


Dorothy

 

 

 


Camille, Daughter of Sutton Pal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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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10-07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여 주신님, @ㅂ@? 안왔는데요. 오... 경비실에 가봐야겠어요. 뭘까나 뭘까나 엄머나 세상에- ;;;

panda78 2004-10-07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더 궁금해요... 아아아...몰까 몰까 몰까--------- >ㅂ<

panda78 2004-10-07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경비실에 있는 모냥인데.... - _ - 지금 아자씨가 없어요. 순찰 중이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