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ountry Road by a House, 1620년대, 구리에 유채.

 

Goffredo Wals (German, c. 1595-1638)

고프레도 발스는  1595년 독일에서 태어나 1638년 이탈리아에서 죽었다. 예술 서적들에는 그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없다. 더러 그보다 훨씬 더 유명한 프랑스 풍경화가인 클로드(클로드 로랭?)의 스승으로만 잠깐 언급될 뿐이다. 발스는 요절했고, 그래서 그의 작품도 25점 정도만이 남아 있을 뿐인데, 대부분의 작품들이 작고 둥글며 몇몇 작품은 이 작품처럼 구리 위에 그려져서 색채의 두드러진 선명함이 퇴색되지 않았다.

 

서양에서 풍경은 진정한 예술의 소재로 오랬동안 인정받지 못했다. 발스보다 좀더 유명한 제자인 클로드, 그 영예로운 화가조차도 움직임에 주제를 집중시켰다. 하지만 발스는 그 이상이었다. 나만의 생각이긴 하지만 [집 옆 시골길]은 엄밀한 의미에서 풍경화가 아니다. 이곳은 너무 시시하다. 그림의 소재로 하기에는 아무런 로맨스도 아름다움도 없다. (17세기에는 이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 작품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발스는 이 풍경의 양쪽을 솜씨 좋게 대조시켜 놓았다. 왼쪽의 석벽과 그늘은 강한 선으로 처리되어 있고, 오른쪽의 햇빛이 비치는 자연은 유연한 선을 이룬다. 중앙의 나무는 화폭의 모양을 그대로 되풀이하며 펼쳐져 있고, 빛은 우리의 시선을 수선화 두 송이에서 돌로, 양의 무리로, 그리고는 언덕 위에서 반짝이는 머나먼 도시로 이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경이로운 작품의 감상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나는 이 그림을 볼 때마다 거세게 밀려오는 기쁨을 느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곳, 꽃으로 수놓일 시골길의 먼지 냄새, 오후 햇살의 따스함, 작은 공간의 고요함이 너무나 상하게, 그러면서도 부드럽게 전해진다. 이 그림은 강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내가 대지의 자식임을 감사하게 만든다.

 

 


An Imaginary View with Figures Amongst Ruins

발스의 또다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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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의 여왕
나카무라 우사기 지음, 안수경 옮김 / 사과나무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펄프가 아까운 책 세 권이요.

샤넬에서 우산도 나온다는군요.  이 여자, 샤넬 우산이라니 눈을 반짝거리며 삽니다. 판매원이 비가 샌다고 일러 주었지만, 샤넬 우산은 비를 맞지 않으려고 쓰는 게 아니라 '샤넬' 이란 브랜드를 뽐내기 위해, 나는 우산도 샤넬 걸 쓴다고 자랑하기 위해 쓰는 거니까 상관없나 보지요.

매년 명품에 쏟아붓는 금액은 그야말로 입이 딱 벌어질 액수. 그 돈을 다 어떻게 충당하겠습니까. 대부호와 결혼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카드로 긁고 그 카드 한도가 다 되면 다른 카드로 긁고, 돌려 막고 파산하고. 그러다가 이런 책도 쓰고 말이죠.

수도세를 안 내서 물이 안 나오고 전기세를 안 내서 전기가 끊겨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명품을 사러 가는 이 여자. (돈 아까워서 세금은 못 내겠다는군요. 세무관이 집으로 찾아오면 집 안에 숨어서 없는 척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습니다.) 상을 당해 외국으로 가는 남편에게 모모 브랜드의 물건을 사 오라고 주문하는 이 여자. (그걸 또 사다주는 남편은 뭔지... 유유상종이라더니.. ) 제 정신인지 궁금합니다.

이 책 한 권만이라면 몰라도 거의 비슷한 내용의(사실 내용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지만) 책을 세 권이나 내다니, 정말 나무가 불쌍하고 펄프가 아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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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卵 2004-10-29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에.. 책 소개부터가 좀 웃기네요.

미완성 2004-10-29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출판사까지 '사과나무'잖아요 이럴 순 없어!!

당최 이 책, 뽐내기 위해서 쓴 거예요 아님 난 이렇게 살았어도 너희는 이렇게 살지 말라는 뼈저린 교훈을 주려고 쓴 거예요? 덩말 물어보고 싶어지는데요;;

panda78 2004-10-29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 생각없이 쓰지 않았을까요. 흐흐.
몇 년 전에 기차역 서점에서 읽은 책입니다. 나머지 두 권은 서점에서 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나 들춰 봤구요. ;;
명란님 웃기죠?

明卵 2004-10-29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카무라 우사기는 아무 생각없이 썼더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아, 정말 저딴식으로 사는 건 꼴불견이겠구나.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판다님의 리뷰로 판단하건데)
무지 웃겨요;;

panda78 2004-10-29 0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권만이라면 그런 의미가 있다니까요, 명란님. 세 권이나 낼 필요가 있냐 그 말이죠. ^^

panda78 2004-10-29 0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 돈을 빌려가서 떼먹은 한때 친구였던 아이는 속옷뿐만 아니라 화장실 앞에 까는 발닦개(정확한 명칭이 뭔가요? ^^;;) 까지 명품으로 썼답니다.
우리 나라에도 이런 생각없는 사람들 많이 있겠지요. 그 사람들에겐 자기와 같은 사람들이 또 있구나 하는 안도감을 안겨 줄 지도. 흐흐.

(백화점 명품 대전에서 몇 백만원 치의 옷을 한꺼번에 사들이는 걸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요. 그러면서 가끔 전화가 끊깁니다. 돈을 안 내서요. 아니 이런, 그러고 보니 정말 닮았군!)

하얀마녀 2004-10-29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하. 이거참... 추천 들어갑니다. 흐흐흐흐흐.

진/우맘 2004-10-29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가 아니고 책이라구?!

2004-10-29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weetrain 2004-10-29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허허허..웃기네요. 작년에 이런 인간과 살았습니다. 우라질...ㅠ.ㅠ (아, 작년 기숙사 룸메이트가...정말 오리지날 생각없는 인간의 전형이었지요...)

수퍼겜보이 2004-11-02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그 친구 ^^ 이 책 재밌어?

panda78 2004-11-03 0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친구. - _ -
글쎄, 돈 아까울 걸..
 

 

 

 

 

 

야자키 아리미 지음 [ 크리스마스의 돼지돼지]

 

소개글
배구공만한 체구를 가진 분홍색 산타 돼지. 빨간 산타클로스옷을 입고 한쪽 귀엔 모자를 눌러쓰고는, 자기 몸집만한 선물꾸러미를 등에 진 채, 선물 받을 사람을 종종걸음 치며 찾아나선다.

말을 하며 걸어다니는 산타 돼지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황당해한다. 하지만 태연하게 말을 건네고 선물을 나눠주는 산타 돼지를 보며, 사람들은 조금씩 변화해간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소중한 추억,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작은 용기, 화해의 손길을 먼저 내미는 법...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이야기.


그것은 천으로 만든 작은 돼지 인형이었다. 핑크라고 해야 할까, 벚꽃색이라고 해야 좋을까? 크기는 얼마나 될까. 음... 배구공 정도? 커다란 귀에, 튀어나온 코, 비즈로 콕 박아 놓은 눈. 오른쪽 귀는 조금 뒤로 젖혀져 있고, 발굽 부분은 진한 핑크였다.
그런 인형이 모퉁이를 돌아서 유미코를 향하여 달려오고 있었다. 짧은 다리를 종종걸음치면서 짧디짧은 손으로는 등짐을 붙잡고 있었다.
"뭐지, 저건...?"

발굽 부분은 진한 핑크였다.  >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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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10-29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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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y and Gold      by    John Rogers Cox, 1942

존 로저스 콕스의 [잿빛과 금빛], 클리블랜드 미술관.
* 책에 실려있는 도판은 위 두 이미지의 중간 색조입니다.

 

인디애나에 살았던 예술가들을 집중적으로 다루지 않는 한, 예술사에서 존 로저스 콕스라는 이름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그의 예술 작업의 절정을 보여주는 이 초기작을 클리블랜드는 놓치지 않았다.

이 그림은 예사롭지 않은 작품이다. 제목의 잿밫은 어디에서 나온지 쉽게 알 수 있다. 바로 아주 음산한 하늘이다. 이는 한창 사납게 몰아치고 있던 2차 세계대전을 반영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정작 하늘을 그리 사나워 보이지 않는다. 하늘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고, 구름이 겹겹이 솟아올라 있어 마치 자연이 그로부터 도망치지 못하도록 화가가 막아놓은 듯하다.

금빛은 물론 곡물이다. 논밬은 잔디처럼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전체적인 선이 한결같이 고르다. 보면 볼 수록 이 풍경은 참으로 비현실적이다. 짧게 깎인 풀밭에도 철사 울타리가 둘러져 있다. 네 갈래 길은 우리가 상상으로 어느 한 길을 택해서 갈 수 있도록  이끈다. 우리는 논밭 사이의 언덕길을 넘어갈 수도 있고, 언덕을 내려와 그 곳에서 멀어질 수도 있으며, 논밭 옆을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하지만 논밭을 완전히 통과할 수는 없다. 그 끝은 너무 멀리 있고, 우리는 좀처럼 그곳에 다다를 수 없다. 전신주들마저도 우리에게서 점점 더 멀어져간다. 이 때문에 이 그림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작품이 된다.

어느 미술관이든 전시할 공간보다 더 많은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고, 그래서 이 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이 작품을 보관소로 보낼 때마다 항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대중의 요구에 따라 이 작품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콕스는 그리 유명한 화가는 아니지만, 이러한 호응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묘하게 황량한 분위기를 띠지만 그것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매력이 충만한 작품이다.

존 로저스 콕스 John Rogers Cox [1915-1990]

[잿빛과 금빛]은 비범한 그림이지만, 대형미술관에 전시된 것은 뜻밖이다. 그리 유명하지 않은 화가 존 로저스 콕스의 유화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이 화가의 미래가 창창해졌을 법도 한데, 웬일인지 그렇지 못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당시 뉴욕에서 열린 한 대회에서 콕스가 [잿빛과 금빛]으로 입상했을 때 그의 나이는 27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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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몇 그림과 그에 대한 웬디 수녀님의 이야기를 올려 보려 합니다.

웬디 수녀님의 그림책을 살까 말까 고민 중이신 분들, 참고하시라는 뜻도 있고,
쉽게 페이퍼 하나 쓰자는 목적도 있고.... ;;;;

 

웬디 베케트 (Wendy Beckett)

웬디 수녀는 BBC 방송의 텔레비전 시리즈 '웬디 수녀의 모험'과 '웬디 수녀와 함께 떠나는 미술 여행'을 통해 잘 알려져 있으며, '예술에 관한 한 최고의 이야기꾼'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1930년 요하네스버그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까지 에딘버러에서 지냈으며 16세에 남아공을 떠나 영국 노트르담의 수녀회에 들어갔다. 수련기간이 끝난 후, 옥스퍼드의 성 안네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으며 그곳에서 학업우수상을 수상했다. 교사수녀들의 모임인 노트르담회의 회원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사 생활을 한 그녀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우수교직원상을 수상했으며 후에 위드워터스랜드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1970년에 영국으로 돌아와 노포크의 카르멜 수도원에서 수도 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지금까지 절제된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미술에 각별한 애정을 지닌 웬디 수녀는 1980년부터 본격적인 미술 연구를 하기 시작해 그녀의 폭넓은 지식을 널리 인정받았다. 현재 그녀는 <현대 여성 예술가>, <예술과 신성>을 비롯한 예술잡지와, <인디펜던트> <선데이 타임즈> 등 일간지에 글을 쓰고 있다. 교육방송(EBS)을 통해 방영된 '미의 세계-웬디 수녀의 그림이야기'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독자에게도 친숙하다. 지은 책으로 <웬디 수녀의 유럽 미술 산책> <웬디 수녀의 나를 사로잡은 그림들>이 있다.

 


 

 

 

미국 미술관 기행에서 발췌하여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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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10-29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ㅂ^ 별 언니, 요것두 담에 책 보낼 때 같이 빌려드릴까요?

내가없는 이 안 2004-10-29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웬디 수녀의 책 좋아하시나 봅니다. 저도 한 권 읽은 바가 있는데
책이 썩 훌륭하게 생겼더군요. 튼실한 두께와 재질, 그리고 친절한 이야기.
저도 조만간 보려고 생각 중인데 이 책이 계속 미뤄지고 있군요.
그래서 당분간 이 페이퍼로 갈증을 좀 식혀보려구요. 반가운 페이퍼방! ^^

panda78 2004-10-29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큰맘먹고 샀어요. ^^
하루에 두 개 정도 올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반가워 해 주시니 기쁠 따름입니다, 이 안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