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 정신병자 만드는 고양이 농장.
이웃들과의 요절복통 코미디 2탄을 만나 보시라!


여기 한 번 너무 배달 오고 싶었어요
무더운 여름, 땀 뻘뻘 흘리며 시뻘겋고 뜨거운 짬뽕 국물을 들이킨 후, 에어컨 틀고 뻗는 맛을 아시는 분은 아시리라.
그렇다고 아무데나 시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요주의. 나도 짬뽕 맛있는 ‘청룡’에서 내내 시켜먹다 전화번호를 잃어버려 한동안 여름 별미를 즐기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고양이 한 녀석이 냉장고 밑에 팔을 집어 넣고 바둥바둥, 볼 따귀가 납작해지도록 얼굴을 문에 바짝 대고는 뭔가를 열심히 꺼내는 게 아닌가! 나온 것은 바로 ‘청룡’ 이름 석자 뚜렷한 나무 젓가락! 끼야호~ 오늘은 오랜만에 짬뽕 사우나다!
매번 짬뽕 한 그릇 달랑 시켜 조금 미안하던 참인데, 웬걸! 총알같이 달려온 배달 총각, 너무 반갑게 아는 척 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매일 오던 아저씨가 아닌 낯선 총각이 ….
“왜 이렇게 오랜만에 시키셨어요. 한번 꼭 오고 싶었는데”
“아, 네…” (어라? 언제 봤다구? 지금 총각이라구 처녀한테? 아잉~ 부끄…y.y*)
“여기 저희 집에서 너무 유명해요. 고양이 '징그럽게' 많다구.  그래서 꼭 한번 보고  싶었거든요”
“아앗...네…-,-;;;;…(징그럽게....)”
“어디 보자, 하나, 둘, 셋…어휴, 못 세겠다. 아, 정말 많네요”
이러고서 돌아간 총각. 짬뽕 국수도 채 다 먹기 전에 다시 돌아왔다.
[딩동]
“어, 아직 덜 먹었는데”
“아뇨, 여기 고양이가…”
헉…짜장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우리 우게. 철가방에 냉큼 들어가 먹다 남은 짜장을 훔쳐 먹다 먼 길을 갔다 온 것이었다. 고양이 소리가 자꾸 나서 환청인줄 알고 봤더니 가방에서 ‘냐아웅~’ 소리가 나더라나. 국내최초 철가방 여행을 하고 온 우리의 우게!
순간 생각을 했다. 놀이동산에 철가방 놀이기구가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 ^0^ *

이 집, 고양이 장사하죠?
새벽녘, 고양이들이 장롱 위, 책상 밑, 창가 안 가리고 ‘우다다’정신 없이 쫓고 쫓기기 놀이를 시작하면 바닥에 누운 나는 이불인 양, 쿠션인 양 쿵쾅쿵쾅 밟히는 통에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래서 침대를 놓기로 했는데… 침대 배달 아저씨, 분명 설치비를 드리기로 했건만 일하는 것도 영 퉁명스러우신데다 무뚝뚝하기가 돌쇠, 먹쇠 뺨치시는 것이 아닌가.
 “아저씨, 이거 한잔 드시고 하세요”
“…”
“거기는 그렇게 끼는 거 아닌데… “
“…”
 “(꿀 먹은 벙어린가. 대꾸가 없어…--;;;;)”
썰렁한 가운데 뚝딱뚝딱 설치하고 돌아가시는데 집에서 놀던 친구가 자기도 간다며 함께 집을 나섰다.

다음부터는 친구에게 들은 말이다.

아저씨 집을 나서자마자 숨을 내뱉으며
“푸하~~~숨막혀 죽는 줄 알았네. 저게 다 뭐예요? 이러~ 구 날 노려(사실은 쳐다) 보는데…어휴! 이 집, 고양이 장사해요?”
“하하. 아녜요, 주인이 그냥 좋아서 키우는 거예요”
“에이~ 아닌데. 장사하는데~”
하하하. 그 아저씨는 고양이 냄새가 싫어 숨을 못 쉬느라 본의 아니게 무뚝뚝하게 행동하신 것이었다. 버스 정거장까지 동승을 하는데 무뚝뚝은 커녕 수다맨 뺨치게 말이 많은데다 당사자가 아니라는데 자꾸 장사 하는 거 맞다고 우기시더라나.
 아저씨, 그 날 집에 가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아빠가 오늘 고양이 잡아먹는 무서운 마녀 농장에 배달을 갔다 왔는데…”


운다고 말 들을까, 냄새 난다 뭐라 할까, 이 눈치 저 눈치 봐가며 키워온 고양이들. 때론, “그 따위 요물은 키워 뭐하느냐”며 이유없이 혼도 나지만 (이런 어른 꼭 있다 ^^;) 많은 분들이 귀여운 우리 아가들에 호기심과 관심을 보여주신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여러분, 그리고 이 땅의 고양이들아!
고양이가 요물의 오명을 벗고 개만큼 떳떳한 동반자가 되는 그 날까지 모두 파이팅!! ^^



<국내 최초 철가방여행을 하고 온 우게 ^^. 소개가 아직 없었쪄 ^0^ 나중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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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3-12-11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잔님, 요 밑에 고구마를 둘러싸고 회의하는 사진, 오마이디카에 응모해보심 어떨까요?
줄티가 발을 뻗쳐 건드리는 사진과 함께 두장 올리면 꼭 뭔가 상 탈 수 있을거 같은데...

그리구요.. 저도 고양이 키우고 싶은데... 우리 남편이 무지 싫어해요.
몇 년 전에 동생이 키우던 고양이를 데려왔는데, 몇일 만에 '향수병(?)' 때문에 죽은 일이 있어서 그 이후로는 더욱더... ㅜㅜ... 우리 애들 장가가면 꼭 키워야지...

늙은 개 책방 2003-12-11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헷~ 을산님~~ 덕분에 응모했어여~~~ 캬캬,,재밌다요~
저 저런 거 첨 해 봄 ^____________ ^

가을산 2003-12-11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구경가야지.. 추천도 하구...

경제극빈자 2007-10-29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FTA덕에 먹는데 부담됐던 돼지.소고기맘껏먹어서 정말좋다..FTA반대하는늠들은 좌빨들이나 기득권축산없자새.리들밖에더있나...그늠들이 돈없어가난하여 평생고기맛도못보는 극빈자의맘을알기나해?
 

한국에서 개, 고양이 키우기는 ‘아직은’ 멀고도 험한 길이다.
고양이를 키운다고 하면 “어머~ 난 고양이는 너무 무서워”가,
개 산책을 나가면 “풀어놓지 마세요. 똥 싸잖아”란 말을 종종 듣는다. ^^;;;
때문에 이웃집에 피해가 될까 산책 시 대변용 비닐은 물론이요, 소변 청소용 물뿌리개도 갖고 다니고, 고양이 소리 날까 여름에도 창문을 꽉꽉 닫고 살며 우리 집에 개, 고양이 키우는 걸 철통같이 비밀로 하며 키운다고 생각했는데!
헉…어느 새 나도 모르게 우리 식구들은 우리 동네 스타가 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아가씨, 소문났드라. 고양이 ‘마아아않~다’ 고
일요일. 집 앞 마당에서 고양이 화장실 모래를 말리는데 옆 집 아주머니 한 말씀
“아가씨, 그게 모야? 화분 흙이야?”
“아..네..(사실은 고양이 모래인데….왜 그걸 쓰느냐, 어떻게 쓰느냐 귀찮아질까봐)”
“근데, 아가씨 어디 살아. 처음 보네”
“저 2층에요”
“…어머, 그럼 아가씨 그 집이네, 그치?”(옆사람에게)
“그 …집?”
“맞다, 맞어 고양이 ‘마~~~않은’집”(기르는…이 아니라 많은 -, -;;;)
“맞어 그 집 창문 보면 한시간에 한 번씩 까만 고양이, 하얀 고양이, 노란 고양이 돌아가면서 앉아 있드라. 난 총 몇 마린가 세다가 결국 못 셌잖어”
“헉...네. 저…주인 할머니께는 비밀로…”
“무슨 소리야. 할머니한테 처음 들었는데. 가스점검 때문에 그 집 들어가셨다가 고양이 하도 많아서 주저앉고 너무 놀라 가스 점검 못 하셨다는데 호호호~”
헉…럴수럴수 이럴수가…온 동네는 물론이요 집주인까지 소문이 파다했건만 괜히 나 혼자 007작전을 해가며 산책은 신새벽에, 병원은 한 밤중에, 애들 바구니를 보자기로 쌌다, 박스에 넣었다…스파이 쇼를 한 것이었단 말인가. -, -

까만 고양인줄 알았는데 흰 고양이…어, 줄무늬네?
어느 날, 저녁에 온다던 세탁기 AS센터 아저씨가 낮에 갑자기 오신 적이 있었다. 집치울 새도 없이, 고양이 가둘 새도 없이 아저씨를 맞은 나. 다행히 낮 시간이라 모두 냉장고위, 책장 위, 소파 밑에서 잠들어 있을 시간이라 조용했다. (우리집 짐승들은 누가 와도 놀라지도 짖지도 않는다 ㅜ.ㅜ)
아저씨 열심히 일하시다가 고양이 슥~ 지나가자
“어휴…깜짝이야. 난 아까 흰 고양이 본 줄 알았는데 까만 고양이네요 ^^”
(아까 거 흰 고양이 맞아요)
조금 있다 어슬렁~ 나온 한 놈을 또 보곤,
“어, 가까이서 보니까 얼룩이네. 이래서 헷갈렸구나.”
(헷갈리신 거 아닌데)
화장실에서 손씻고 나오다 발판에 누운 개 보고
“어…고양인 줄 알았더니 개구나. 하하 잘못 봤네”
(아까 거 고양이 맞아여. 이건 딴 놈예요)
나가다 문간에 누워있는 개, 고양이 보곤
“아… 한 마리 아니라 두 마리구나. 하하, 내가 정신이 없네요.”
(흑…죄송해요. 아저씨 정신 멀쩡하세요)
어흐흑…이래서 착한 아저씨를 정신병자를 만든 나인 것였다.

To be continued...

 


<열분들은 누가 누군지 아시겄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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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3-12-10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탁기 아저씨...집에가서 계속 고민하진 않았을지..
그게 고양이였나..개였나..흰색인가..줄무늬인가????
타잔님..광견병동 읽다가 혼자 미친듯이 웃으니..우리아이들 엄마가 왜그런가
쳐다봅니다..빨리 다음편 올려주시와요...
대장금보다 잼있습니다

ceylontea 2003-12-11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틈틈히 읽다가.. 혼자 웃음 참느라 고생입니다...
나중에 다 모아서 책으로 내심이 어떠실지.. 히히 ^___^

sooninara 2003-12-12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다..책만들기.적극 추천합니다..
옥탑방 고양이보다 유명한 타잔님 고양이...
나중에 영화 찍고..드라마 만들고..(너무 오버인가요??)

늙은 개 책방 2003-12-12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저희 아가 마로가 닥스 레드 장모구요,
조 위에 애들은 장모 아가들이예욤 ^^
 


"저...뭐가 묻었네요"
"아! 똥이예요"
"허걱"
(슥 닦으며) “괜찮아요, 애기 거라 안 더러워요”
개, 고양이 키우다 보면 똥, 오줌 만지기는 일도 아니어서 내겐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남들을 가끔 놀래키는 적이 있다. ^^; 그래도 이 쯤이야 그냥 털털한 거 아니냐고 나 자신을 다독이지만 가끔은 내가 생각해도 변태 같은 일이 생기고 만다.

 

 

 


변태1. 고양이 젖빨기


“선생님! 어미 젖이 안 나오는지 새끼들이 젖을 안 빨아요~”
“누구 하나가 빨기 시작해서 터져야 되는데…”
새끼 낳은 설탕이 젖이 안 나오는지 아가들이 배고프다고 난리기에 동물병원에 SOS를 쳤다. 돌아온 대답은 황당~. 이젠 내가 고양이 젖까지 빨아야 한다 말인가. 하지만 갓 낳은 새끼들을 굶겨 죽일 수는 없는 노릇! 나는 과감히 엎드려 설탕이의 젖을 빨기 시작했다.
아~ 그러나 볼펜심 만한 고양이 젖은 찾기도 힘들거니와 인간의 입으로 핀트 맞춰 빤다는 게 도저히 미션 임파서블! 나는 있는 대로 입술에 힘을 주어 닭똥꼬 모양으로 오므린 뒤 (이 표현도 너무 싫지만 딱 저랬다 ㅜ.ㅜ) 눈 못 뜬 새끼 고양이처럼 설탕이의 젖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그러나 입에 닿는 것은 쭈쭈가 아닌 털 뭉테기 뿐. 급기야는 설탕이도

“엄마 왜 이래. 징그러~ “하는 눈빛으로 도망가려고 바둥거리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딸아 조그만 참아라, 이게 너 살고 새끼 사는 길이니라 -_-+ ”

그러기를 5분 여…한겨울인데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힘을 준 입술이 마비되기 일보직전이 됐을 때, 마침내 쪼꼬만 쭈쭈가 혀에 닿은 것이다. 그야말로 젖 먹던 힘을 다해 빨았더니 물총처럼 ‘쪽’ 젖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아~ 감동…그러나 감동도 잠깐, 생각하니 고양이 젖은 8개가 아니란 말인가! 7개를 더 빨 생각을 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다행히 흘러내린 젖 냄새를 맡고 새끼들이 가열차게 젖을 빨기 시작해 아가들은 배불리 맘마를 먹게 되었고 나는 또 다시 변태 짓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변태2. 고양이 똥꼬(?)의 냄새를 맡아라

- 우웨엑 울어대기
- 바바박 뒷발질 하기
- 떼굴떼굴 뒹굴기

모두 고양이 발정의 징후이다. 그러나 가짜 발정도 종종 오곤 해서 이것만 가지고는 확신할 수 없는데 이보다 확실한 증거가 있으니 바로 여자 고양이의 그 곳 (*y.y*) 에서 맑은 물이 나오는 것이다. 이것은 돋보기로 들여다 보듯 세심한 관찰이 아니면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 사실. 때문에 코를 박고 살펴봐야 한다. 이 짓을 왜 하냐고?

발정이 나면 집안에 숫놈과 함부로 눈이 맞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봄만 되면 고양이 똥꼬에 코를 박고 물이 나오나, 안 나오나 수시로 검사를 한다. 뿐이랴. 화장실에 설사의 흔적이라도 발견될라치면, 누구 배가 아픈가, 누구 똥이 굳은가… 역시 고양이 똥꼬를 들춰보며 냄새를 맡고 다녀야 하는 것이다. 아~ 누가 알까. 회사에선 잘난 척하는 과장님이 집에선 고양이 꽁무니 냄새나 맡고 다니는 변태일 줄이야! ㅜ0ㅜ




마음 넓은 변태


개,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 세상에 더러운 것이 없어진다.
어떤 날은 세면대에 따끈한 똥 덩어리가, 어떤 날은 중요한 서류 위에 흥건한 오줌이 ,어떤 날은 하얀 옷에 선명한 개발자국이, 어떤 날은 새로 빤 이불에 무수한 개털이… 매일의 생활이 이렇다 보니 남들은 기함을 토할 일에도 웬만한 일에는 끄떡도 없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이 모든 더러움(?)들이 내가 사랑하는 고양이들의 영역표시오, 개들의 애정표시인 것을 알기에. 더러워도 뭐…같이 살려면 신경 꺼야지. 더러워도 더러운 줄 모르고, 괴상해도 괴상한 줄 모르는 마음 넓은 변태의 일기는 이렇게 끝~! ^^


























< 이거봐유, 아침에 깨문 어떤 날은 이뿐 발판에 저런 똥 덩이가 있대니께유 ^^;;;....>
  : 이것은 무단이가 설탕이를 견제하며 영역표시를 한 것이므로 종종 있는 일은 아닙니다 ^^;;
    그 전날 싸운 거지요. 하하하. 
    더구나 한쪽 접힌 거 보이시죠? 저게 나름대로 묻은 거랍니다. 흙 덮듯...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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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3-12-10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물 키우기가 이렇게 힘든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일저지르고 고생시켜도 사랑스런 마음을 가지신다니..
타잔님은 변태가 맞아요..^^ 정상은 아닌듯..동물사랑이 정상인의 몇천배임...

가을산 2003-12-11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젖빨기는 아니었지만, 강아지를 구강대 구강 인공호흡 해준 적은 있습니다.
대학생때 생후 2개월 정도 된 강아지를 데려왔는데, 너무 예뻤는데, 몸이 약했나봐요.
털도 빠지고, 기운 없더니, 배가 빵빵해지는거에요. 동물병원에 데리구 갔더니, 가망 없다고 돈도 안받고 약만 처방해주더라구요. 집에 와서 약을 먹였는데, 조금 후부터는 갑자기 숨을 헐떡이는거에요. 흑흑... 그래서 급한 김에 입에다 대고 인공호흡을 해주었어요. 하지만 보람도 없이 죽어버렸답니다.
예쁘다는 생각에 너무 어린 강아지를 데려와서 고생만 시킨 것 같아 무척 미안했어요. ㅜㅡ

sooninara 2003-12-12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너무 슬픈 사연입니다..
 

“회사에 나와 있을 땐 누가 애들을 봐줘요?”
“애들 밥 주려고 집에 가느라 저녁 약속은 꿈도 못 꾸겠네요?”
개, 고양이하고만 산다고 하면 대개의 분들이 저런 걱정을 해주신다.
하지만 웬 걸! 철없는 30대는 이틀이 멀다 하고 새벽 술을 마시고, 밤마다 심야영화관에서 영화평론가를 꿈꾸며, 주말이면 산 넘고 물 건너 21세기 대동여지도를 그리는 것였다. 그럼 아가들은 누가 돌보냐고? …..혼자서 다 잘 해요 ^^;

가짜 쥐는 싫어, 진짜 파리가 좋아
타잔 농장(^^;) 친구들은 식구가 많아 외로움을 타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사람이 들어와도 ‘어, 왔어…’하는 시큰둥한 반응과 ‘놀아줄게~’하며 덤비면 앞발로 ‘툭’ 치며 ‘귀찮아…’하는 눈빛으로 엄마를 서운하게 하는 게 더 문제랄까. --    
하지만 1년 열 두 달 눈도 비도 안 오고, 은은한 라일락 향으로 계절의 변화도 느낄 수 없는 집안에서 크는 것이 안쓰러워 집안을 365일 논스톱 테마파크로 만들고 싶은 나였다. 때문에 값비싼 크레이지 서클이며 (동그란 통 안에 쥐가 왔다갔다 하는 장난감), 얌체공이며, 발톱 긁개며, 개 검을 갖고 온갖 재롱을 다 떨며 놀아주려 했는…데!
이 무심한 놈들 --; 엄마 맘은 안중에 없는지 외제 수입장난감은 거들떠도 안 보고, 오히려 매일 보는 우편물, 머리끈, 볼펜, 휴지조각같이 시시껄렁한 것들만 가지고 던졌다, 물었다 침대 밑으로 넣었다, 꺼냈다 ‘생 쑈’를 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집 안에 파리 하나만 들어와 보라! 사냥을 하는 정글의 표범처럼 잽싸게 날쌔게 목숨 걸고 ‘집안을’ 뛰어다니는 11마리 짐승들! 그리고 마침내 파리를 잡았을 때의 뿌듯한 표정들이란! (사슴이 아니다. 파리인 것이다 ㅜ.ㅜ) 전리품을 가득 안고 돌아온 징기스칸에 다름 아니다. 
패턴이 정해진 소꿉놀이나 게임보다 언제 어떤 물건을 가지고도 놀 줄 아는 내추럴 본 플레이어! 우리집 애들은 혼자서 더 잘 놀아여! *^^*

밥그릇의 개밥은 싫어, 침대 밑의 먼지투성이 메추리알이 좋아
타고난 놀이꾼들인 개, 고양이. 그들은 놀이시간에만 놀지 않는다. 먹을 때, 쌀 때 가리지 않고 논다. 메추리 알을 삶아서 먹기 좋게 밥그릇에 담아주면 깨작깨작 먹던 놈들이 껍질도 까지 안은 메추리 알을 신발장 밑, 방석 밑에 숨겨 놓으면 보물이라도 찾은 양 흥분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메추리알인데…
‘라라라~’ 제 갈 길 걷던 고양이, 침대 밑 메추리 알을 보고 화들짝! 이름 모를 새의 알이라도 발견한 양 놀란다. (발견한 게 아니다. 원래부터 그냥 보였다.) 머리를 낮게 숙여 주위를 살핀 후, 경계하고, 으르렁대고 먹다가, 긴장하기를 10여 분….(그러나 사실 그 주위엔 아무도 없다 혼자서 그러는 것이다. ㅜ.ㅜ) 먹다먹다 남으면 저만 아는 방 한 귀퉁이에 먹이를 숨기기 시작한다. ‘박박’ 결코 덮여지지 않는 장판 바닥을 긁어가며 ‘나름대로’ 먹이를 감춘 뒤, 주위를 한바퀴 휘~ 돌아본 후 안심을 하곤 그 자리를 뜨는 것이다.
바로 이어 ‘토토토’ 그 곳을 지나가던 강아지. 아무 생각 없이 메추리 알을 홀라당 먹어버리고. 다시 돌아온 고양이는 먹이가 없어진 것을 알고, 여기 숨겼나, 저기 숨겼나, 내가 착각을 했나…집안의 모든 귀퉁이는 죄 돌아다니는 것이다. 아~ 사소한 메추리알 하나 갖고도 탐정게임을 즐기는 그대…당신은 시대의 게이머입니다. m-.-m

삶의 소소한 행복
조그마한 벌레 한마리, 구겨진 휴지 조각, 살포시 먼지 내려앉은 물살까지 … 이 세상 어느 것 하나 궁금하지 않은 것 없고, 재미없는 것 없이 즐겁게 놀 줄 아는 타잔 농장 가족들. 놀 줄 안다는 것은 시간을 보낼 줄 아는 것이라 했던가. 나는 그들에게서 삶이 남루하다거나 지루하다고 느끼는 듯한 표정을 본 적이 없다.
가장 큰 행복은 삶의 가장 소소한 것들로부터 나온다는 비밀을 알아채 버린 그들. 오늘도 나는 그들에게 인생을 배우러 수행의 길을 떠나리라. 자~ 이제 화장실 10개를 치워볼까요!! *^^*


<파리 쫓는 냥이들 ... 폼이 똑같네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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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3-12-12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동물 참 좋아해요. 벤지라는 16세 먹은 마르치스를 키우고 있지요. 이 녀석이 요즘 좀 기력이 약해진 게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식욕은 여전히 좋구, 팔을 빌려주면 아직도 한창 때처럼 자위를 합니다. 님의 일기 보고 깔깔대고 웃었습니다. 동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비슷한 줄 알았는데, 님은 한차원 위이신 것 같습니다. 갑자기 부럽네요. 그렇게 20여마리가 같이 모여살면 심심하지 않을 테니까. 벤지는요, 저만 출근하면 인생에 재미가 없어요. 심심함을 타개해 보려고 한마리를 더 샀지만, 미니핀 녀석이 성질도 더럽고, 무엇보다 벤지가 질투를 아주 심하게 하더군요. 그래서...다른 곳에 보내야 했죠. 처음부터 같이 길렀어야 하는데 말이어요.
 

“어바바~ 멈멍이 (멍멍이) ….”
“안돼! 더러웟!”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기 엄마가 개를 만나면 십중팔구는 이 반응이다. 문득, 엄마들 때문에 애들이 개를 더 싫어하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아가들은 처음엔 개, 고양이를 그림이건, 진짜건 아주 좋아하는데 개와 처음 마주친 순간, 엄마의 반응을 보고 겁을 먹게 되는 것을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아가 돌보기는 충분히 주의할 필요가 있지만 개가 꼭 더럽고 사나운 것만은 아니지 않나…^^; 친구로 만들어 주는 것이 개는 둘째 치고, 아이에게 더 좋을텐데.

소년, 어미 잃은 새끼 고양이를 줍다
‘따르릉~’
“여보세요. 나 회의 중이야, 왜?”
회의란 말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린 조카는 숨 넘어가는 소리로 계속 조잘댄다. 약간 짜증스러워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데 도저히 끊을 수 없는 말 한마디.
“고양이가 숨을 안 쉬어. 어떻게 해?”
허걱. 자칭 동물해결사의 약점이 잡힌 것이다. 이렇게 되면 회의는 뒷전.
“저, 집에 어머니가 쓰러지셨다는데요”(어머니, 죄송합니다 ㅜ.ㅜ)
재빨리 빠져 나와 얘기를 들어본 즉, 조카의 친구가 길에서 눈도 못 뜬 새끼 고양이를 주웠다는 것이다. 마음 같아선 당장 달려가 살려내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는 처지. 이러저러하라고 대충 일러줬지만 어린 애들이 잘할 수 있을까 불안했다. 나중에 들으니 시킨 대로 새끼용 젖병을 사다가 우유를 데워 먹여 고양이는 무사히 살아났다고 한다.
그런데, 얘들이 어디서 새끼는 어미가 자꾸 혀로 핥아줘야 된다는 얘길 들은 모양이다. 혀로 하자니 도저히 못하겠고, 안 하자니 가엾고. 고민하던 아이들의 방법이 기발하다. 비닐 랩을 혀에 씌우고 아가를 쭐쭐 핥아줬대나, 뭐래나. 손으로 살살 만져줘도 될 것을. ^^.그 날, 새끼 고양이는 우유보다도 아이들의 따뜻한 체온과 사랑으로 살아난 것이리라

소녀, 보신탕 집에서 개를 구출하다
“아저씨, 이 개 훔쳤죠?”
“뭐라카노! 썩 집에 가라, 마!!”
시장통을 지나다 안 그래도 마뜩찮던 보신탕집 앞에서 아이가 아무 물증 없이 따졌다. 제 생각에는 묶여있는 개가 털도 복슬복슬한 것이 여느 똥개와는 확연히 달라서 주인이 개장국용으로 판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신탕집 주인은 뜬금없는 꼬마 형사의 혐의에 꾸중으로 응수하고 말았지만, 어린 형사의 집요함이란. -, - 그 길로 소녀는 칼을 사다 줄을 끊고 개를 탈출시키고 말았다. 
주인이 볼 새라 비린내 질펀한 시장바닥에 엎드려 50원짜리 면도칼로 두꺼운 끈을 썰기를 30여분, 안타깝게도 줄은 개 목 바로 위에서 잘렸고, 덩치 큰 개를 끌고 열 정거장이나 되는 길을 오느라 아이는 개를 끄는 것이 아니라 끌려오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개를 구했다는 뿌듯함이랴. 집에 와 ‘보신탕 탈출사건’의 영웅행세를 하려고 하니 애 아버지 曰,
“정신나갔냐? 이건 도둑질이야. 그 아저씨가 훔치는 거 네가 봤어? 다시 데려다 주고 와!!”
목숨 하나 살리려는 아이의 마음이 왜 기특하지 않았겟느냐먀는 남의 재산 손대는 거 아니란 걸 가르치려는 아버지의 호통에 아이는 그저 서러울 뿐이었다. 그래도 그 아버지, 호통은 쳤지만 밥이라도 한 끼 먹여 보내라며 고깃국에 밥 말아 내왔더니 뚝딱 한 그릇을 해치우는 개. 굶주린 거 가엾다고 다음엔 오뎅 볶은 기름에 밥을 비벼 내왔더니 이것이 웬 일이냐. 입맛 까다로운 똥강아지, 살아난 게 어딘데 고기 안 들었다고 두번째 밥은 물리는 것이 아닌가.-.-;  . 아이 아버지 다시 曰.
“아, 안 데려다 줘!!”
그러나, 그 후로도 오랫동안 개는 계속 음식타박을 해가며 아이 집에서 잘 컸다고 한다. 아이는 아직도 동물에 미쳐 ‘자칭 동물해결사’칼럼니스트가 돼 있고. ^^

애와 동물에 관한 진실
요즘 애들 삭막하네, 정이 없네…해도 아이들은 늘 해맑고, 살아있는 한 인간은 따뜻하다. 아이들은 해맑은 본성과 따뜻한 마음을 베풀고 싶어도 베풀 곳이 없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 하지만, 분명 자기보다 연약한 누군가에게 받은 사랑을 다시 주고 싶어한다. 그들이 사랑을 하고 싶을 때, 그 마음을 받아줄 작은 친구가 곁에 있으면 그들이 조금 더 크게 자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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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3-12-09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신탕집에서 용감하게 개를 구한 소녀가 타잔님이신가요?
사진에 보이는 소녀는 타잔님 어릴적 모습인가요?

늙은 개 책방 2003-12-09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캬, 보신탕을(?) 구한 건 20년 전의 저 맞고요, 사진의 아가는 제 조카예용 ^^ (8살)
캬캬...또 그녀가 한 엽기하야...앞으로 그녀의 활약상을 많이 기대해주세욧~
저 글을 쓸 때만 해도 그녀가 어릴 때라 얘깃거리가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아주
개, 냥이와 함께 저희 식구들을 느무느무 웃겨 준답니당 *^^*

ceylontea 2003-12-09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항... 그렇군요... 장난기 가득한 조카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기대해볼께요...
음... 방명록에는 하루에 조금씩만 올려달라 썼는데...
앙.. 몰것다... 많이 많이 올려주세요...
눈빠지게 읽지요 머.... 쓰는 타잔님보다 힘들기야 하겠어요?

sooninara 2003-12-09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한편의 소설이군요..
밤새는 타잔님이야 괴롭지만 글읽는 저희는 즐겁습니다..
타잔님이 이름만 타잔이 아니군요..
정글의 왕..타잔님의 동물사랑..활약상을 열심히 읽겠습니다

가을산 2003-12-10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주 어렸을 때 (5-6살?) 길에서 귀에 상처 입어서 피흘리는 개를 집에 데려온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골드 리트리버나 무슨 하운드 정도 되는, 당시의 제 어깨정도 오는 개였는데, 무척 순하고 불쌍했습니다. 다가가서 등을 쓰다듬어주니까 제 얼굴을 핥아주더라구요. 그런데, 그 개를 본 엄마는 깜짝 놀라서 제가 물리지 않은것만 해도 다행이라며, 그 개 귀에 묻은 피만 닦아주고는 경찰에 신고했어요.. ㅜㅜ
그당시만 해도 그렇게 무정한(?)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니 제가 너무 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늙은 개 책방 2003-12-10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그렇지요. 사실 길에 유기되는 개는 위험하기도 하고, 물릴 수도 있는데
어릴 때는 저런 일 있음 "어른들은 다 나뽓~~ >_< " 막 일구 반항하잖아요
(것두 맘 속으로만 -_- ) 캬캬...저두 저런 경험 무지 많았어유.
글고 지금도 저희 조카가 개를 너무 좋아해서 큰 개가 지나가두 막 겅중겅중 안구
이래서 저두 가슴 굼적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