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불매였을까.

  많은 불편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가장 컸다. 만약에 내가 공부하는 학생이라 지속적으로 책을 구매해야하고, 구내 서점이나 지역 서점에 신청을 해서 무거운 책을 가져와야하는거라면, 시립도서관에서 희망도서를 일년에 한두번 정도만 구매한다면 아마도 불매선언을 하기 어려웠을거다. 김종호씨와 연관된 알라딘 불매는 내가 상징적으로 생각하는 작은 연대를 실천하는 방법이었다. 운동으로까지 연장시키지 않은건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모르는데다 이 일의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점, 근본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문제라는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2. 불편한 점.

  만약에 내가 불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불매 입장을 고수하고 싶지 않은 경우에는 어떨까. 아마도 일상적인 이야기든, 책에 대한 이야기든 여러모로 전과 다른 기류 때문에 신경을 썼을 것 같다. 흡사 월드컵 시즌에 축구를 안 본다거나 추모 기간에 우스운 얘기를 해서 빈축을 사는 것처럼. (분명히 꼭 그래야한다고 강제하는건 아니지만 그런 분위기가 있다.) 혹은 의식없는 사람, 별다른 논리도 없으면서 사람들이 대세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를 따르지 않는 사람처럼 보일 위험이 있다. 내가 느끼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전반적인 이야기 외의 다른 얘길 했을 때 내가 느낀 감정도 비슷했다. 그 사람들을 보면서 난 지금 시국이 어느땐데란 생각을 했던걸 기억한다.

  나는 남들 불매할 때 알라딘을 계속 이용하는게 어때서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비난할 생각이 없으며 그들 각자의 입장과 소비 행위를 내가 재단할 수 있는 근거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일이 있기 전처럼 ‘구매’가 자랑하거나 권장할만한 일은 아니란 암묵적인 분위기가 생긴건 사실이다. 이런 느낌은 누가 발화하지 않았다 뿐이지, 불매가 건드는 여러 지형 중 하나가 아닐까. 앞서 몇몇분들과 불매를 선언했을 때는 다른분들이 별다른 말이 없어 서운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불매를 선언하자 힘이 되는 한편 불매를 선언하지 않는 분들은 좀 불편하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바람구두님 말씀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운동의 형태에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의도하지 않은 불편함을 낳은 것 같다. 이건 어떻게 해야할까. 편가르기도 아니고, 강제된 것도 아닌데.


3. 불매 선언만 하면 끝일까.

  자신이 불편한 느낌을 갖지 않기 위해 불매 선언을 했다. 그 뒤에 아무런 고민도 안 하고, 자기 스스로 입장 정리도 안 한 채 어느 정도의 인식있음만 -무엇을 위한 의식인지는 모르겠으니 인식있음 정도가 타당할 것 같다.- 표해주는건? 불매를 계기로 사람들은 알라딘의 성의있는 답변을 기대하거나 비정규직의 단계적 정규직화뿐 아니라(나 역시 비정규직 문제가 알라딘만의 노력으로 되지 않을 더러 인터넷 서점 업계의 관행상 어렵다고 생각한다. 다만 최대한 노동자가 소외되지 않는 안전망은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본다.) 인터넷 서점을 매개로 하지 않는 유통이나 비정규직, 정규직의 외양을 한 비정규직의 실체, 파견과 도급의 차이, 이런 부분들은 자신과 어떻게 연계를 맺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내 경우 바스타님이 페이퍼에 올린 도급과 파견의 차이를 정녕 이해하지 못해 조선인님이 제기한 문제나 애초에 김종호씨가 제기한 불법 파견이 아니냔 의문에 답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김종호씨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사실관계를 제대로 알아보려고 지속적으로 알라딘에 문의도 하지 않았다. 좀 더 열정을 갖은 분들이 일이 진행되는 상황을 전해주는걸 간접적으로만 접할 뿐이다. 나는 내가 정한 범위내의 불매로만 만족하려는걸까. 그건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 흡사 어두운 골방에서 자족적인 행위를 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이건 연대가 아니잖아, 등등. 동참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일정량의 에너지를 할애하자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4. 알라딘은 왜?

  사실관계를 설명해줘도, 앞으로 성수기 인력 관리를 어떻게 하겠다는 지침을 얘기해줘도 좋다. 납득의 기대치나 알라딘이란 기업에 갖고 있는 진보적인 이미지가 대단히 큰 것도 아니니 적어도 불편한 느낌에서 시작한 불매를 그만둘 수 있는 대책은 알라딘 내부적으로도 여러 가지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왜 묵묵부답일까. 혹시 알라디너의 불매는 알라딘이란 기업의 경영 방향이나 매출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는건 아니지 않을까. 일전에 고객 서비스 업무를 담당했을 때 고객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사항이 있어서 여러번 윗선에 보고를 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기업 입장에선 고객을 대면하는 분야를 세심하게 관리해야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고객감동이란 허울만 가져다 쓸 뿐 일방적인 서비스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고객과 접촉하는 빈도가 높은 사람들은 윗선의 업무지시와 고객 대응 스킬을 활용할 뿐, 직접적으로 기업의 고객 서비스 마인드 자체를 변화시키기엔 무기력했다. 혹시 알라딘도 그런걸까. 그런데 왜 나는 알라딘으로부터 답을 구하는걸까. 다른 방식은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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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9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Arch 2009-12-09 13:2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너무 맘 쓰지 않으셨음 해요.

라주미힌 2009-12-09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련 페이퍼를 다 읽어보질 않았지만..)

지난번 알라딘측에서 쓴 해명글의 어디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공식적'으로 누군가가 '정리' 좀 해서 하면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요? 불매 하겠다고 하면서도 어떻게 해달라는 건 '잘' 보이질 않네요. 희끄무레한 반응에 명징한 반응을 기대할 수는 없죠.

Arch 2009-12-09 13:29   좋아요 0 | URL
역시 '어떻게'가 문제예요. 왜에 대해선 생각했지만.
 
다락방님 그냥 뭐 별건 아니고..

 한번 가주시면 안 돼요? 라고 했더니, 다들 눈치채시고! 아응, 센스쟁이들^^
미잘에게 포스팅 1등을 뺐겼지만, 난 뭐, 좀 예쁘게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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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2-08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 뭐하게 뭐하게 뭐하게 뭐하게 뭐하게 뭐하게 뭐하게요!!!!!!!!!!!
아 눈물나요. 너무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rch 2009-12-08 14:24   좋아요 0 | URL
왜일까요~ 아휴, 다 방문했던 사람들이라... 아휴

Arch 2009-12-08 14:29   좋아요 0 | URL
19분 남았어요. 아, 떨려요.ㅋㅋㅋ

다락방 2009-12-08 14:30   좋아요 0 | URL
아 그니까 왜 Arch님이 떨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스탕 2009-12-08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
감 잡고 다시 왔어요 :)
지금은 8분 남았더군요. 빠샤~~~~~~~~~~~~

Arch 2009-12-08 15:02   좋아요 0 | URL
하악하악, 그 사이에 경쟁자가 생기다니! 무스탕님 영화보러 안 가요? ㅋㅋ
나는 이도 못닦고, 화장실도 못가고, 응? 아이구

다락방 2009-12-08 15:09   좋아요 0 | URL
전.....전..........전...........
아무것도 약속한게 없어요, 아무것도. 잡...잡.....잡지 마세요!

Arch 2009-12-08 15:14   좋아요 0 | URL
ㅋㅋㅋ 겁먹기는~

뷰리풀말미잘 2009-12-08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야 뭐야. 왜 난 감을 못 잡은겁니까?

다락방 2009-12-08 14:59   좋아요 0 | URL
말미잘님 빵꾸똥꾸!!

Arch 2009-12-08 15:03   좋아요 0 | URL
여기서 이 멘트가 나와야 합니다. 미잘과 다락방은 어떻게 친구에서 빵꾸똥꾸가 되었는지.

뷰리풀말미잘 2009-12-08 15:03   좋아요 0 | URL
그, 그게 뭔데요?

다락방 2009-12-08 15:04   좋아요 0 | URL
아~ 난 정말 이럴때의 Arch님이 자지러지게 좋더라.

Arch 2009-12-08 15:09   좋아요 0 | URL
에이, 여기다 그냥 수정을 해야겠네~ 댓글이 주렁주렁 달려서 원^^
난 늘 다락방이 좋았는데, 쳇 ㅋㅋ

뷰리풀말미잘 2009-12-08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랑 빵꾸똥꾸는 대체 어떤 관계인 것일까요. 4분 남았습니다.

다락방 2009-12-08 15:08   좋아요 0 | URL
빵꾸똥꾸는 되게되게되게되게되게되게되게되게되게되게되게 미운 사람을 이르는 말이에요. 흥!

뷰리풀말미잘 2009-12-08 15:17   좋아요 0 | URL
헉.

무스탕 2009-12-08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108, 총 50000 방문

여기다 이걸 복사해다 붙이는 이유는?
푸하하하하하~~~~~
완전 추카추카추카~~~~~~

뷰리풀말미잘 2009-12-08 15:21   좋아요 0 | URL
증거 있어요?

뷰리풀말미잘 2009-12-08 15:30   좋아요 0 | URL
http://blog.aladdin.co.kr/avantgarde/3254295


Arch 2009-12-08 15:51   좋아요 0 | URL
미잘 심각하긴~ ^^ 무스탕님 저랑 같은 시간에 다락방님 서재에서 부비적 거린거에요. 그렇죠?

무스탕 2009-12-08 16:2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증거 없어요. 그냥 복사해서 여기저기(여기서 '여기' 말 그대로 '여기' 고 '저기'란 다락방님 서재를 말하는거지용~) 붙인거 밖엔 죄 없어요.

맞아요. 아치님. 우리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서 같이 부비적 거린거 밖에 암것도 없어요 ^^

paviana 2009-12-08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 댓글들 보면서 18분을 18minute로 혼자 착각한 빵꾸똥꾸가 여기 있어요. 흑흑

다락방님 축하드려요.

다락방 2009-12-08 16:12   좋아요 0 | URL
오옷- 에잇틴미닛츠로 착각하셨군요! 고마워요, paviana 님. ㅎㅎ

Arch 2009-12-08 16:34   좋아요 0 | URL
paviana님, 빵꾸똥꾸는 미운 사람한테 쓰는건데? 난 좋은데! ^^

다락방 2009-12-08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 미치겠네. Arch님 대체 왜 여기저기 소문내고 막 그러는거에요, 네? 네? 저는 은둔형 서재인이란 말이죠. 아, 오늘 너무 공개적인 서재인 됐다.

그런데 나는 못하는 저런거, (저런거 이름이 뭐죠?) 해줘서 고마워요. 기분 좋은데요!
그리고 우리 나중에 만나면 비린 남자 얘기 비려 터지게 해대도록 하자구요. 난 비린 남자 얘기가 좋아요.

아, 근데 저 위에 '안젤리나 졸리보다 예뻐서' 이 멘트 자꾸 걸려요. 나 이제 온라인 사람들...어떻게 만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안젤리나 졸리보다 예쁜 줄 알고 나 만나러 나왔다가 나를 보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오프 만남 못하게 할려고 일부러 그랬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무스탕 2009-12-08 16:30   좋아요 0 | URL
뚝!!!!!

Arch 2009-12-08 16:38   좋아요 0 | URL
일부러 그랬다는데 한표! 농담이에요. ^^ 조금 덜 예쁘다고 했다가 옥찌들한테만 부정형이 안 좋은게 아닌 것 같다란 안일한 생각에 그만, 그래도 뭐, 나만 계속 만나면 되잖아. ㅋㅋ 배째라야, 아주!
저런거는 포토샵인데, 그냥 초보들이 툴 가지고 신기해서 해보는 정도라 해놓고도 민망했답니다.

막 소문낸건 아니고, (정말 아님!) 숫자가 안 올라가잖아요. 화장실도 못가 방광 아프고 정신도 아득해지는데, 화장실 갔다온 사이에 숫자되면 다락방님이 책임질거에요? 네? ㅋㅋ (<--아치 얘 웃긴다.^^)

비린 남자는 물론 ~ ^^

무스탕님, 그쵸? 다락방, 괜히 엄살은 응? ^^

뷰리풀말미잘 2009-12-08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근데 50000힛 잡으면 뭐가 좋은 거였는데요? -_-a

다락방 2009-12-08 16:28   좋아요 0 | URL
그....그.....그게..........그러니까............. ( '')

다락방 2009-12-09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이 커진것도 사실이고 살짝 부담이 되긴 하지만 이렇게 스리슬쩍 넘어가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ㅎㅎㅎㅎㅎ
앗. 갑자기 페이퍼 쓰고 싶어졌다. 페이퍼 쓰러 가야지. 히히

Arch 2009-12-09 13:4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제가 이래서 다락방님을 좋아해요.
 

몇 가지로 정의된 말들을 좋아한다. 한담일 경우는 나른하게, 화자가 쓸데없이 강조하는 경우엔 대놓고 늘어지게 하품하면서 듣는 맛이랄까. J씨가 요즘 춥다며 내 근처를 맴돌다 들려준 몇 가지 정의.

- 세상엔 믿을 수 없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어.
- 어떤 사람인데요.
- 장사꾼 (끄덕끄덕), 사기꾼(맞아, 맞아), 사장님

사장님이 뻥치고 다녀서 만약에 자신이 여기서 일하다 그만두면 동종업계에 재취직은 생각도 못할거란다. 그 사람들한테 부끄러워 얼굴을 못들거라나.

 J씨가 이렇게 헐렁하게 보여도 알고 보면 능력자다. 그는 내가 듣도 보도 못한 최신의 기술을 많이 알고 있다. 아마 나 빼고 세상 사람들은 다 알지도 모르겠다. CD를 Mp파일로 변환하는거나, PPT템플릿을 무료로 다운받는 법, 해상도가 높은 사진을 돈 주고 사는 법까지. 그와 나의 비슷한 능력은 가끔 내기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간만에 뽐낼 구실을 주기도 한다.

 

어느 날엔가는 안경을 사러 간대서 나도 같이 가자니까 자기 와이프랑 가는데 내가 왜 끼냐고 묻는거다. 셋이 같이 가면 좋지 않냐고 무리수를 두는데 J씨는 심각한 표정이 되어선 와이프가 오해할지 모른다고 하는거다. 회사 동료인데 오해할게 뭐있냐고 한정없는 무리수를 또 두는데 J씨 왈,

- 내가 좀 인기가 많거든.
- 응?
- 학교 다닐 때 내가 인기가 많아서 와이프 질투가 장난이 아니었어.
- 응? (J씨가 절대로 인기 있을리가 없다는 눈빛을 팍팍 쏴줬다.)
- 진짜래도.

 옆에서 깐죽남은 날 쳐다보며 -절대 J씨를 쳐다보진 않는다.-오갈데 없는 여자들일거야라고 속닥거렸다.


 Ch가 장난친다며 내 어깨에 팔을 두르길래 J씨에게 일렀더니 저 사람도 좋지만은 않았을거야라고 쿨하게 말하는 J씨. 틈만 나면 ‘가만 있어봐. 내가 모든 일을 다 끌어안고 그만둔다.’라고 호언장담 했다가도 다음 날 아침이면 누구보다 먼저 회사에 나와있는 J씨. 종이컵을 너무 많이 쓰길래 딸 아이가 살게 될 지구를 생각해보라고 하자, 종이컵으로 지구가 망하진 않는다고 모른체 하는 J씨. 누구누구 다 묶어서 그만두게 하려고 사장이 갈군다고 하길래 나한테는 안 그런다고 하니까 아치는 어려운 사람이라 사장이 말하기 어려워한다고 말하는 J씨. 사장이 발악하듯이 바닥 청소를 해서 J씨에게 대체 왜 그러냐고 묻자, ‘내가 어떻게 알아. 내 새끼도 아닌데.’라며 태연하게 콧방귀 뀌는 J씨. 엄청 바쁜척을 하길래 무슨 일이냐고 묻자, 인수인계중이라고 혼자 업무 정리하고 앉았는 J씨.

 J씨가 일주일간 멕시코로 출장을 갔다. 사장이 직접 자르기 싫으니까 신종 플루 걸려오게 하는거라고 앓는 소리를 하면서 가던 우리 J씨. 그의 빈자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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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12-08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들이 학교에서 교장 흉보면서 지내는 것처럼 회사에선 사장흉보는군요. ^^

Arch 2009-12-08 11:55   좋아요 0 | URL
그렇다니까요. 흉볼게 너무 많아 아이디어가 샘솟아요.^^

다락방 2009-12-08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장이 직접 자르기 싫으니까 신종 플루 걸려오게 하는거라고, 라니. 아, J씨랑 같이 일하고 싶어요 ㅜㅡ

Arch 2009-12-08 11:56   좋아요 0 | URL
할 수만 있다면 다락방님에게 J씨를 빌려주고 싶어요.

다락방 2009-12-08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다. 울 해외영업부 직원도 오늘 멕시코로 출장갔어요. C대리라고. 나한테 맨날 구박당하는 ㅋㅋㅋㅋㅋ

Arch 2009-12-08 14:40   좋아요 0 | URL
구박하지마요. 구박하는 사람은 기억 못한다아! 당한 사람만 기억해.ㅜㅜ
 

  발단은 시사인에 실린 김종호씨의 글에서 시작했다. 불매 선언을 하는 알라디너들을 보면서 내가 힘이 될 수 있는건 없을까란 생각에 알라딘 고객센터에 문의를 했다. 만족스러운 답변은 아니었지만,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별로 없는데다 나 하나의 불매가 어떤 효과가 있을까 싶어 미적지근하게 대응했다. 그러다 게슴츠레님의 페이퍼를 보고선 내가 알라딘에 터를 잡고 있어서, 노동자로서라기보다는 소비자로서 사안에 접근해 불매를 해야할 당위보다는 불편한 상황을 건너뛰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불매를 시작했다. 실체적 사실로 보자면 김종호씨의 경우가 현재의 고용관계에서 특별히 부당한 해고도 아니고, 알라딘의 전적인 책임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나로선 내가 좋아하고 앞으로도 이용할 기업이 도덕적인 방향으로 바로 섰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고, 미흡하나마 누군가에게 힘이 돼주고 싶었다.
 
책 구입량이 많은 편이 아니고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사거나 도서관을 이용하므로 내가 불매에 끼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건 불매 선언과 12월에 전에 올렸던 질문과 답변에 해당되는 내용을 확인하려는게 다였다. 그 과정에서 좀 헷갈렸다. 보이지 않는 장막에 가로막혀 허우적거리는 느낌도 들었다. 내가 하는게 바른 것까지는 모르겠고, 제대로 된건지, 운동의 정당성은 있는지, 얼마나 도움이 될런지, 섣부르게 뛰어든건 아닌지...... 물어볼 곳도 없었고, 같이 동참하자고 말할만큼의 확신도 없었다.

  이슈에만 관심을 쏟았다 잊기를 반복하는건 지양하려고 했던터라 꾸준히 관심을 갖고 일이 진행되는 추이를 살펴보려고 했다. 일전에 게슴츠레님과의 댓글을 통해서 생각한바로는 밝혀진 사실이 없는데 그 사실의 대부분을 알라딘측으로부터 제공받은건 아닌지란 의구심도 든다. 다른 알라디너들의 참여가 어느 정도 압박이 되어서 알라딘측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있었으면 한다. 나보다는 게슴츠레님의 몇가지 제안이 더 설득력 있어 해당 댓글 페이퍼를 붙인다.

http://blog.aladin.co.kr/toeuzen/3199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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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3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3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6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7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 민. 엄마 다리에 누워서 다 큰 녀석이 울고 있다. 왜 울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내가 옆에서 다 컸는데 운다고 곯리자, 홀겨보던건 또렷이 기억난다.
 회사 앞에서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민. 민은 가방도 잘 메고, 형들한테 오빠라고 부르고, 인형놀이할 때 인형 욕심도 많이 낸다. 이걸 여성적인 면모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애교 부리는건 누나 저리가라다.

 인형놀이 하니까, 내 동생의 만행이 생각났다. 한가로운 저녁에 옥찌들이랑 동생이 인형 놀이를 했다.
옥찌- 야, 미미야 같이 노니까 정말 즐겁다. 우리 파티하러 갈까?
민- 나나야, 나 예뻐?
동생- 응, 예뻐. 그런데 너네 목마르지 않니? 우리 파티 가기 전에 생맥주 마시러 갈래?
 순간 옥찌들은 얼음처럼 굳었다. 동생은 혼자 웃겨 죽겠다며 깔깔대다 생맥주 대신 아이스크림 먹자고 말해 옥찌들의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못된 엄마 같으니. 그런데 난 동생이 옥찌들을 막 대하는 듯 하지만, 그 속에서 그 아이 나름의 생각과 유머들이 녹아들어서 참 좋다.



 한낮의 약국. 약국 유리창으로 햇살이 쏟아진다. 옥찌들은 구경만 한다면서 저만치서 비타민이며 뽀로로 모양의 칫솔을 보고 있다. 약사는 우리가 먹는 약이 어떻게 쓰이는지 설명해준다. 친절하고 고마운 사람이다. 옥찌를 불러서 사진을 찍었다. 뭔가 쑥쓰러운거야, 옥찌?

 
 Ch는 친절하기도 하지. 그가 보내준 호박 고구마로 올 겨울은 내내 따뜻해질 것 같다. 옥찌들에게 고구마를 쪄줬다. 민은 고구마를 보자마자 손으로 짚고선, 왜 뜨거운걸 말 안 했냐면서 나를 구박했다. 흑흑. 민은 감칠맛나는 고구마 한입에 눈이 하트가 돼서 행복해했다. 그렇다. 우린 맛난거면 하트 숑숑도 금세 만들어내는 먹순이들인 것이다.

 옥찌들과 버스를 탔다. 옥찌는 왜 사람들이 자꾸 타냐고, 기사 아저씨한테 어디 가는지 말 안 해도 되냐고(이거 전 페이퍼에서 썼던 것 같기도) 묻는다. 버스타기가 신기하지만 아직은 낯설어 '얼음'인 옥찌들.
 


 시립 도서관에서 옥찌에게 보리 국어사전을 보여줬다. 처음엔 시큰둥하더니 자기가 좋아하는 말을 찾기 시작했다. 사랑, 포옹, 하트 등등.
 머리 묶는 옥찌. 코를 잔뜩 찡그리는 표정이 좋다.



 아이들끼리 편지를 주고 받는걸 보면 알라뷰, 사이좋게 지내자, 건강하자 등등의 별다른 특색없는 말이 대부분이다. 우리 앞으로 좀 더 많이 싸워보자라던가, 모험이 넘치는 얘기라던가, 재기발랄한 면을 기대하기엔 아이들이 너무 어린걸까? 삐뚤삐뚤한 글씨 사이로 틀린 글자들이 보인다. 이런 글을 보는게 난 왜 이리 좋은건지. 특색없다고 궁시렁댄건 결국 나한테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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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12-03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옥찌들 오랜만이에요 (저 옥찌들 팬인거 아시죠?)
마지막의 저 편지, 어떻게해...너무 사랑스럽잖아요. 알라뷰, 알라뷰, 자꾸 따라해보고 싶은 말이네요. 영어의 I love you 보다 훨씬 덜 느끼하고 정이 있어요.

Arch 2009-12-03 08:51   좋아요 0 | URL
크~ 감사합니다. hnine님 댓글 덕분에 제가 이중 삼중의 감시망을 뚫고 뻬빠질을 한다는거 아실런지 몰라^^
저도 그럼 슬쩍, 알라뷰~

hanalei 2009-12-03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일관성이 없어요.

Arch 2009-12-03 08:51   좋아요 0 | URL
치~

비로그인 2009-12-03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스에서 찍은 사진, 참 좋아요. 오래도록 들여다볼 수록 새로운 모습들이 보입니다.

Arch 2009-12-03 15:18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전 옥찌들이 약간 멍~해서 귀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