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란의 소지가 많은 댓글이 문제가 될줄 알았어요. 암요, 그렇게까지 멍청이는 아니니까요. 악플이란 말이 상처는 아니었고, 그냥 제가 했던 말과 행동들이 참 꼴불견이란 생각이 듭니다. 

 전 신지님이 의아한 표정으로 이죽거리는 흉내를 내보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해요. 논쟁 재간보다는 잔기술과 어두운데서 바늘찾는 수법으로 말이죠. 그래서 다시 궁금증 가득한 그분 댓글에 돌려서 상처줄만한 말을 생각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안 할래요. 귀찮아서도 아니고, 싸울 시간이 없어서도 아니고 자신없어서도 아니에요. 신지님이 원하는건 분란이지 제대로 자신이 이해되거나 이해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요.

  신지님이 보신대로 그 댓글 악플 맞습니다. 떼어놓고 봐도 글과 연관해서 봐도 쥴님이 너는 알아서 놀아라고 했든 악플 맞아요. 성급했고, 한심했고, 사실 좀 징그러웠어요. 쥴님과 그 댓글로 불쾌했을 분들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신지님께도 미안하구요. 한살 더 먹었는데도 이 모양이네요. 

  역시 성급하고 의욕적이었던 이벤트를 그만할까 합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알라딘에 들어와 누가 댓글을 달았을까 누가 참여를 했을까 궁금해서 손가락이 간질거렸는데 제 욕심이 너무 컸나봐요. 참여도가 낮아서 민망한게 아니라 기껏 장미로 얘기해주라고 해놓고는 두 분 글을 너무 썰렁하게 한것 같아 죄송스럽기도 하고, 이제서야 그게 너무 큰 욕심이란 것도 알게 됐으니까요. 우리 조선인님과  메피님께는 제가 다음에 밥 사드릴게요. 전에 적었던 곳 말고 원하시는 곳에서 정말 맛있는 밥 살게요. 사실 술도 같이 한잔 했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책을 보내드려야할지. 원하시는 것 있으면 살짝 남겨주세요. 두분께 제가 큰 신세진 기분이에요.

 에휴... 이런다고 서재 폭발하거나 그러진 않아요. 다만 조금 더 내실을 기해서 리뷰도 올리고, 페이퍼도 올리려구요.  흡사 모두가 어디 잘하나 한번 보자 하는 곳에서 웃겨야 살아남을 것만 같은 심정이에요. 전 남 웃기는데 재능도 없고, 주눅들면 잘 하지도 못하는데 말이죠.  

 아, 너무 추워서 머리가 꽝꽝 얼어버리겠어요. 감기 조심하세요. 제가 정말 사랑하는 알라디너 여러분들. 히~ 이건 이렇게 감상적인 밤에도 참 낯뜨거운 멘트네요. 그래도 이때 아니면 언제 또. 그렇죠? 

 잘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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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1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1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9-01-0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내가 얼마나 공들여서 이벤트에 응모했는데....!!!

Arch 2009-01-01 23:58   좋아요 0 | URL
으응... 그래서요 메피님 제가 술이랑 밥 사드릴려구요. 따로 다른 분하고 경쟁하는거 말고(게다가 경쟁상대가 조선인님이였대두요!) 편하게 드시면 돼요.
그런데 언제 제일 귀엽다고 느끼신거에요? 그건 빼놓으셨던데

Mephistopheles 2009-01-02 00:12   좋아요 0 | URL
지금이요

Arch 2009-01-02 10:43   좋아요 0 | URL
뭐야. 전 하나도 안 귀여운데요.. 관점이 달라 관점이^^

마노아 2009-01-02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벤트 참가하려고 별찜도 해놨지만 너무 어려웠어요. 조선인님과 메피님 글 보고는 다시 쓸쓸히 나가버렸다는..ㅜ.ㅜ
다음 이벤트는 꼭 참석할게요. 아치님 굿나잇!

Arch 2009-01-02 10:15   좋아요 0 | URL
어려운가? 다음엔 꼬옥 쉬운걸로 할게요. 난 쉽게 낸다고 문제 안 내고 주관식으로 한건데.

L.SHIN 2009-01-02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_-

Arch 2009-01-02 10:16   좋아요 0 | URL
에엥... 미안해요. 엘신님 참가한다고 하셨는데.. 담엔 이런 뻘짓거리 안 할게요.

2009-01-02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2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9-01-02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저도요. 이번에는 참여하려고 1번에는 답도 생각해놨었는데...
아치님!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여전히 어색하다...꾹....ㅋ)

Arch 2009-01-02 15:09   좋아요 0 | URL
치치.. 뒷북쟁이들. 앞으로 공식적인 세분의 '나도 참여하려고 했는데 치치'식의 댓글이 있다면 다시 이벤트방을 열까합니다. 우선 엘신님과 웬디양님은 접수가 됐고(이러면서 막 포섭한다.)앞으로 세분 더요. 저, 이벤트 내리고 혼자 속앓이 했어요. 아, 내 뼈찜. 삼계탕...

푸하 2009-01-02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벤트 참여를 못하게되니 정말 너무 아쉬워요.ㅠㅠ

Arch 2009-01-02 17:31   좋아요 0 | URL
그럼 다시 할게요. 열심히 참여해주세요.
아, 이런 변덕쟁이 캐릭터는 곤란한데.
 


간단했다. 일번 출구에서 내려 바로 앞에 있는 마을버스를 타고 가다가 친구가 말해준 곳에서 내리면 되는거였다. 일전에도 아빠 말씀만 듣고 강원도까지 차를 몰고 갔을 정도니 이건 누워서 떡먹기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성공적으로 길을 찾은 다음 날 발생했다. 불현듯 전철에서 내려 1번 출구까지 가는 길에 옥외 승강장을 지나쳐서 다시 계단을 두 번이나 오르내리는 일이 무모하다는 생각이 떠오르고 만 것이다. 그리하여 난 난데없이 5번 출구로 나갔고 생판 모르는 친구의 동네에서 나보다 더 그곳이 낯선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고, 기업명만 써있는 동네 소개 표지판을 보고선 계속 우왕좌왕 댔다. 우여곡절 끝에 1번 출구에 간신히 도착해 칼바람을 가슴춤에 쟁여넣으며 얼마나 아득아득 이를 갈았던가. '내, 다시는 모험, 아니 삽질 따위는 하지 않으리.'라고.

붕어 머리가 아니면 어제의 일을 반면교사 삼아 다시는 그와 같은 우를 저지르지 않겠지만 난 또 그보다 더 멍청한 짓을 하고야 말았다. 내려야할 역의 전 정거장에 떡하니 내려버린 것. 출근할 때 탔던 지선 버스로 이쪽 역에 내려 한 정거장 앞서 전철을 탔다는 생각만 했지 그게 어디인지, 어디서 타야하는지, 버스 번호는 뭐였는지, 그것보다 중요한건 11시가 넘은 이 시간까지 다니고 있을까라는건 생각도 못했다. 그리하여 다시 어제와 같은 출발점에서 우왕좌왕대려고 폼을 잡고 있는데 문득 친구 집과 무슨무슨 오거리가 가까웠던 기억이 났다. 부랴부랴 정거장으로 달려가 오거리를 찾아봤더니 모든 버스가 거의 지나간다고 표시돼 있었다. 길도 확실히 모르지만 애초부터 이런 일을 저지를만한 자가 갖고 있을만한 터무니없는 낙관이 스물스물 기어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 오거리에서만 내리면 건물이 보이겠지.'

오거리에서 내렸다. 모든 건물들이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었고, 고가도로에서 떠드는 차들은 시끄럽기 (서울역에-이런 유머 알레르기 있는 분들이겐 미안. 거지의 비하발언이 아님을 덧붙임-)그지없었다. 웬 여인숙은 이리도 많아 집이고 뭐고 괜히 묵고 싶게 하는건지.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친구 집 근처에서 봤음직한 큰 건물을 봤다. '못먹어도 고!'란 심정으로 그쪽을 향해 걷고 있는데 순간, 마술처럼 친구네 집이 보이는거다. 그것도 마을 버스나 일반 버스를 탈 때보다 심리적으로 더 가까운 위치에.

그 순간, 겨울 바람에 움츠려졌던 어깨까지 펴지고 발걸음도 어찌나 가벼워지는지. 마치 대단히 높은 힐을 신었는데 발이 아프기는커녕 허리까지 꼿꼿하게 펴지는 것만 같았다. 그 정도로 비포 애프터가 확실했다는 얘기다.

만일 최단거리로만 왔다 갔다 했다면 아마 나는 친구 집에 묵은 며칠 동안 이 동네에 대해서 관심도 안 갖았을테고 이 동네가 풍기는 냄새에도 집중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동네가 지하철 역사를 좌우로 해서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뉘어졌으며 가끔씩 5번으로 시작하는 버스의 아저씨가 난폭 운전을 해서 승객들을 놀래키며 한번쯤은 봐왔음직한 이름의 여인숙들이 즐비한 길을 걷는게 어떤 쓸쓸함을 주는지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공룡같은 건물들 틈새에서 여전히 골목들은 생생하게 살아있고, 그 속에서 딱 골목만큼 낡아가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 역시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멍충이가 아닌가 싶은 삽질 끝에 마술처럼 나타난 집 덕분에 간간히 떠주는 삽질의 맛도 알게 되었다. 아마도 끝끝내 집을 못찾았다거나 에라이란 심정으로 택시를 타고 왔다면 삽질 우울론으로 끝났을 이야기가 결론이 좋았으니 다 된거 아니냔 식으로 끝내려는건 아니다. 난 다시 익숙하다고 믿지만 어디 붙어있는지 알 수 없는 장소에서 무작정 내려 삽질을 시작할테니까. 그때 만난 사람들에게는 '클로저'의 앨리스처럼 인사 해야지.


-안녕, 낯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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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12-30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 낯선 사람이란 마지막 말이 맘에 꼭 들어오네요. ^^

Arch 2008-12-31 15:56   좋아요 0 | URL
부비적 부비적..
 

 원소스 멀티유징이라고 하나의 원천 시나리오를 가지고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하는걸 말하는데요. 이와 관련된 자료를 찾고 있어요. 국회도서관과 학술정보검색, 뉴스를 다 섭렵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잘 안 찾아지네요. 그래서 서지 검색도 해봤는데 달랑 세개에 그것도 마케팅 관련된 책 밖에 찾아지질 않네요. 그러다 좀 웃겼던게 

 원소스, OSMU, 멀티유즈 이렇게 쭉 검색을 하다가 멀티를 넣고 찾다가 글쎄, 이게 걸리지 뭡니까. 

^^ 이런거 그냥 지나치질 못하다보니 클릭해서 봤죠. 저는 뭐 여자의 오르가즘을 찾는 남자 얘기 이런, 재미 드럽게 없는건줄 알았는데 남자가 자신의 오르가즘을 찾는거라네요. 그것도 저자 약력이 딱 한줄이에요. 섹스에 대해 도교쪽으로 공부한 사람.  

 시간이 나지 않더라도 좀 읽어줘야할 것만 같은 책. 커플편도 있다니 언제 시간이 나면 같이 읽어봐야겠어요. 명상을 통해 오르가즘의 경지에 도달하는 사람의 얘기를 들은적이 있는데 혹시 그런쪽이 아닐까란 생각도 살랑살랑 들고 말이죠. 

 그나저나 이 자료는 어디서 찾으면 좋을까요. 혹시 자료찾기의 달인 알라디너가 있다면 서슴치 말고 댓글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귀여운 눈망울이 초롱초롱거리는 고양이 사진이라도 달고 싶지만 그것까지 근무시간에 해대면 아마 사수가 절 목 조를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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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12-30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카마수트라 부터 검색해 보심이......^^

Arch 2008-12-30 15:19   좋아요 0 | URL
에잇, 뻬빠도 안 읽고 댓글 다신거죠? 카마수트라는 초년병 시절 뗀거구요. 제가 찾고 있는건 OSMU랍지요. 일다라고 하셨네.(오타쟁이)

Mephistopheles 2008-12-30 15:31   좋아요 0 | URL
아 난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게 보였기에...OSMU라면 일본 애니메이션쪽 한번 뒤져보세요..
닌텐도의 마케팅 전략이라던지...^^ 건담이라던지...^^ 그리고 그리 성공하지 못했지만 메트릭스 역시 원소스멀티유즈를 시도했었어요. 다만 영화만 대박나고 애니과 게임은 쪽박이지만..^^

http://reportworld.co.kr/paper/view.html?no=2559706

이건 찾으셨겠죠 당연히.??

Arch 2008-12-30 15:39   좋아요 0 | URL
역시 다재다능 메피님^^ 레포트며 논문도 다 검색해봤죠. 그러다 OSMU말고 문화콘텐츠로 다시 해보니까 생각보다 범위망이 넓어지네요. 아무튼튼 고마워요. 메피님 밖에 없어요. 사실 누구누구 더 있긴해요(이건 또 뭐?)

조선인 2008-12-30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사례로 따지자면 중앙일보가 단연 일등이죠.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164621
이외에도 '열려라 공부'라든지 '레나테 홍' 건도 유명하죠. 그런데 좋게 말해 osmu지, 제가 보기엔 우려먹기의 극대화라는 생각이... 쿨럭...

조선인 2008-12-30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또, 사례가 필요하신 거라면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검색하면 꽤 찾으실 수 있을 거에요.

Arch 2008-12-30 22:40   좋아요 0 | URL
아, 조선인님 감사해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벌써 검색해봤구요. 열려라공부와 레나테 홍은 좀 낯선데요. 그래서 검색을 해봤는데 뭔지 감이 잘 안 잡히네요. 교육관련해서 사례를 찾고있긴 한데 우려먹기 극대화를 몸소 실천하는 중앙일보의 사례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어요. 열려라공부는 조인스다사컴에서 밀고 있는 무늬만 대안 교육인 프로그램 같고, '레나테 홍'건은 OSMU이기 보다는 언론내 뉴스거리 독점하기 위한 띄우기의 일환 같아요.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하루 아침에 눈이 먼 사람들은 집단 수용소에 다른 아닌 감호소에 갇히게 된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눈뜬 자들이 분배하는 식량을 먹는다. 초반에는 그럭저럭 협력이 되지만 구역이 나뉘고 권력을 향한 탐욕이 커지자 무기를 가진 다른 구역의 사람이 값비싼 물건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도대체 눈먼 자들에게 값진 물건이 무슨 소용일지 모르나 그들은 마구잡이로 쓸 수 있는 총을 갖고 있었으므로 다들 군소리없이 명령에 복종한다. 물건이 바닥이 날 즈음 그들은 여성의 몸을 원하고, 식량을 위해 눈먼 여인들은 그들의 요구를 수락한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이 부분은 생존한 세 여인이 빗물에 목욕하는 장면으로 화해되지만 그녀들이 성욕의 대상인 작은 덩어리들로 취급되는 위치는 여러가지 상념을 떠오르게 했다.

  고정된 성관념을 전시해놓는 것에 불과하더란 거친 비유는 직면한 생존 앞에서도 여성의 육체는 단지 성적으로만 소비될 뿐이란 사실을 보여준다. 색계에서 탕웨이가 일본 쪽에 투항하든 독립군으로 남든 변하지 않는건 여성이란 지위였던 것처럼. 약을  삼키려던 순간, 그녀가 떠올린건 인형의 집은 지금과는 맞지 않다며 다른 연극을 하자고 하던 친구들이 이쪽(상징적인 의미)으로 오라고 하던 모습이었다. 이런 식의 배치는 색,계를 가로지르는 주제이다. 일본식 술집에서 탕웨이가 몸을 파는 여종업원으로 오해를 받던가 아무리 독립 운동을 위해 경계 안팎을 드나들어도 동료에게는 언제 맘이 변할지 모르는 '그저 여성'인 것처럼.

 드라마를 보면서 늘 궁금했던게 있다. 그토록 바람 피우는 남편과 매맞거나 감정노동, 가사노동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재현은 현실을 반영하는 말로 다 설명될 수 있을까란. 흔한말로 복수와 사랑, 변신등의 극적인 요소가 가미되지 않으면 드라마로서의 메리트가 떨어진단 소리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이러한 재현과 대단원의 화해는 현실을 변화시키거나 의식에 자극을 주는가. 아니, 왜 착한 드라마라 일컫는 이야기들의 싱싱한 날것의 맛보다 이런 구태의연한 상황설정을 더 땡겨하는걸까. 복수와 화해의 대단원에 익숙한 사람들은 유독 현실의 재현에 대해서는 극적인 긴장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며 관대하게 대한다. 그래서 돈이 없으면 그게 어떤 사람이든지간에 호텔 커피숍에서 물세례를 받아야하며 그런 주제에 당장 돈이 필요해도 돈봉투를 자신있게 거절할 수 있는 배짱을 지녀야 한다.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면 당연히 가문을 위해 일신을 봉사해야하고, 사회적인 성공이나 자부심과는 별개로 결혼 단 하나로 인해 모든걸 재배치하는 과감한 모험성도 지녀야 한다. 한술 더떠 모든 여자들은 곰인형과 꽃다발을 선물 받는걸 즐거워하고, 남편이 아무리 바람을 펴도 시어머니한테는 꼼짝도 못해야 한다. 되려 맞바람의 기미라도 보이면 당장에라도 주인공을 물어뜯어줄 '시'자 들어가는 무리에게까지 충성을 다해야 한다. 이게 소위 말하는 현실재현 드라마의 유구한 내러티브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뻔한 전시에 불과했던 여성의 몸이 착취 당하는 장면은 그후의 화해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벗어날 수 없는 여성이란 지위에 똑바로 눈뜨며 직면했다는 사실, 현실의 재현이지만 현실을 뛰어넘는 사유와 해석을 보여줬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녀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서로의 존재를 번호를 붙여가며 헤아리고 있을 때 영화 밖의 현실재현 매체들은 못생긴 여자에게 굴욕감을 주고(개콘을 즐겨보면서도 동의할 수 없게 만드는 지점 중에 하나, 박지선이 내겐 정말 예쁘기도 하지만, 남녀 대결 구도나 못생긴 사람을 곯리는걸로 웃기려는 수작은 너무 뻔해보여서.) 예쁘지만 내숭을 떨지 않는 여자들에게 온갖 자막을 동원해 창피를 주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현실 재현의 도구로 사용되는 많은 것들은 반어적인 의미로서 꿈에서도 보지 못한 빛깔로 다가올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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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12-30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잡담이지만.. 눈 먼 자들의 도시 라는 영화가 개봉하면서
책 띠지에 영화 포스터에 쓰인 이미지가 떡 박혀있는 걸 보고 참...싼티나 보였습니다.^^
굳이 그러지 않더라도 많이 읽히고 유명한 책인데 말입니다.

Arch 2008-12-30 14:50   좋아요 0 | URL
정말 잡담이군요^^ 농담인거 아시죠? 그럼요.. 저처럼 문외한인 사람도 읽은걸 보면.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판매가 되지않아 출판사측에서 도발을 한게 아닐까란 생각도 드네요. 도발의 긍정적인 측면은 어필과 호기심이겠지만 이게 조금만 엇나가도 촌스럽거나 식상하니까요. 아쉽게도 눈먼 자들의 도시는 후자인 듯. 그러고보니 눈 먼일 수도 있군요, 라고 하고선 검색을 해봤는데 붙여쓰기가 되어 있고. 심정적으론 띄어쓰는게 맞는거 같고. 뭘까요.

2008-12-30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30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08-12-3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같은 댓글, 이 긁어부스럼이라는 건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농담
행복한 한해 되시길 바래요 :)

모르고 있었는데 어제 밤에 자다가 갑자기 동냥아치의 '아치'로 바꾸시겠다고 하신 시니에님의 글이 급 떠올랐어요.
지나쳐가면서 봐서 몰르고 있다가 어제 잠결에 문득 생각이 나더라구요 ㅋ 히히ㅋ
그러니깐 원래 시니에님은 알고 있었는데(혼자) 시니에=아치 인것은 모르고 있었단거죵..

밤이 되니 말이 많아져요~ ㅎㅎ

Arch 2009-01-01 12:22   좋아요 0 | URL
^^ 아침인데도 말 많은 전 어쩌라고!
forgettable님도 즐거운 새해되세요.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행복하시길!!
 

 시니에란 이름을 행여 오프에서 부르게 되면 센발음에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는게 계기가 되어 닉을 바꾸고 싶어졌다. 중성적이면서 재미있고 앞뒤 발음의 길이와 숨쉬기 등으로 다른 의미들이 나올 수 있는 욕심많은 닉을 만들고 싶었다. 후보군으로 오른건 여러가지인데 다들 별다른 의미없이 떠오른 낱말들의 조합에 불과했다. 말괄량이 삐삐에서 삐삐가 아무 의미없는 말을 중얼거리듯이. 사실 내가 말괄량이 같다고 전에 아주 오래 전에 누가 흘리듯이 말한걸 주워먹은적이 있어서 이러는건 절대로 아니다. 예쁘단 말보다 말괄량이 같다는 말이 애 좋았을꼬. 

 아무튼, 

 원령공주에 나왔던 야크란 동물 이름으로 할까, 옐로? 엘로이즈. 디봉은? 그러고보니 다 캐릭터 이름이잖아. 아냐, 너무 밍밍해. 그래서 생각한게 아치란 이름인데 아취와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우리 아빠의 예화 덕분에 아치로 낙찰. 

 어느날  

새로 산 모자를 쓰고선 아빠 나 이쁘냐고 주접을 떨고 있는 내게 

울 아빠 하시는 말씀, 

-응, 아치같다. 

-응? 아치? 양아치? 

-(말 안 하고 빙긋 웃으심) 

-양아치란 말도 알아? 워~ 대단한데. 정말 양아치 같아? 그러니까 좀 튀긴 하는데 예쁘단 소리 그런거야? 

-아니. 동냥아치 

 앞으로 시니에는 아치입니다. 동냥아치는 아니고, 간단하게 아치, 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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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12-24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급한 단어 앞에 "생"을 첨부하고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3=3=3=3
(암튼 메리메리 크리스마스~)

마노아 2008-12-24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소니와 경합(?)을 벌인 친구 이름이 아치 아닌가요? 스테판도 나온 것 같고... 전 그 이름이 먼저 떠올랐어요. 그 3명 중에 가장 오래 살아남잖아요^^ㅎㅎㅎ

다락방 2008-12-24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 아치님. 이제 아치님이 잎에 붙어야겠군요. 그렇다면 저기 저 [알콩달콩 뒤죽박죽] 폴더의 게시판도 cinie가 아니라 아치로 바꿔야 되는거 아닐까요. 흐흣.

익숙해지도록 열심히 불러야겠어요. 아치,아치,아치,아치님.
:)

Arch 2008-12-26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이 원하신다면~ ^^ 그런데 이건 오프에서만 부르는거에요. 마님과 주니어와 메리 크리스마스 보내셨겠죠?

마노아님 바뀐 것 역시 동냥아치 뭐 이렇게 밀어붙여도 식상함을 벗어나긴 어려울 듯. 차라리 식상으로 지을걸 그랬나~

다락방님. 히히... 몰라요 몰라. 아치 브리핑 이러면 이상하잖아요. 이러다 요새 활동도 잘 안 하다 또 바꾼다고 폼잡을라^^

노이에자이트 2008-12-26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리에서 생긴 일에 댓글 달아주신 시니에 님이 아치가 되셨군요.

Arch 2008-12-29 20:41   좋아요 0 | URL
히히^^ 네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