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전번에 성욕 어쩌고란 글을 썼더니 간신히 바득바득 몇십의 경지를 넘긴 즐찾 하나가 쏙 빠졌다. 

 이글루스에서 어떤 분이 자신은 어떤어떤 성적 취향이다란 글을 썼을 때 논란이 된적이 있었다. 대개의 사람들은 그 글을 청소년들이 볼 수 있다란 이유로 반대를 했고, 다른 측면에선 타협점으로 밸리란 곳에 보내지 않는다면 문제될게 없다는 얘기를 했으며, 블로그에 어떤 글을 쓰든 그건 그 사람의 자유일 뿐이란 얘기도 나왔다. 그 중에서 블로그 주인의 눈에 띈 글이라며 링크해 놓은 글을 읽은적이 있다. 요지는 자신의 글을 올바른 성의식을 위한 것 운운은 낯뜨거울 뿐더러 그건 너무 쉽다란 얘기였다. 그렇다. 성에 대해서 말하고, 몇가지 생각을 써놓으면 제목 자체의 낯뜨거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다란 것에 동의한다. 그러니까 이건 너무 쉬운 방법. 

  

 

 

 

 

 

 

 

 이 책은 라주미힌님의 서재에서 봤다. 표지가 맘에 들었을 뿐인데 책소개는 더더욱 생기로웠다. 당장 책을 사서 읽어보며 정말? 당신들도 그랬어? 이건 몇십년 전 독일 이야기잖아라면서, 그런데 왜 이렇게 내가 머리통을 벽에 찧어대며 고민했던거랑 비슷하지 등등. 오만가지 상념이 떠올랐다.  

 여성적인 경험이나 여성의 성에 대해서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세상엔 성에 대한 담론천지이고, 대한민국은 365일 여름이다. 그런데 난 자꾸 궁금했다. 

 성기결합형 섹스가 정상적이란 기준, 내가 섹스를 하는건 성욕보다는 다른 차원의 친밀감을 확보하려는건데 그게 왜 어려운건지, 그렇다면 내가 섹스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지 못하고, 원하는대로 행동하지 못하며, 원하는 것을 발설하는 순간 다시 지난한 설명과 동의와 설득을 해야하는 과정을 반복해야할까. 

 책에는 방법론적인 해결책과 통렬한 사유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그 내용이 남성 타도, 여성이 세상을 전복하자란 단순한 이분법으로 점철된 것도 아니다. 내게 있어서 책은 모름지기 머리를 퉁퉁 쳐서 좀 더 자신을 북돋아줄 수 있는게 좋다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누군가 전화로 하소연을 하듯 그들 각자의 삶에 충실한 발언들로 채워진 이 책이 곧이곧대로 와닿진 않았다. 그런데도 무장해제된채로 공감되고, 그들 마음의 면면이 들여다보이는데다 나 역시 그랬어요를 연발하는 순간, 얼마나 많은 위로를 받았는지 모른다. 위로를 받은 순간 사유와 해결책보다 더 강력한 지지와 비장의 무기는 공감이란데 두손 두발 다 들었다.

 게다가 이 책은 또 어떤가. 내가 자꾸 허튼 소리를 하자 유지나씨가 읽어보라고 권했던 책. 

 

 

 

 

 

 

 

 난 늘 내가 못생긴 여자애라고 생각해왔다. 가끔 예쁘다고 생각을 하다가도 예쁜데 촌스러워서 버려버렸단 생각을 많이 했다. 게다가 난 오지게 인기도 없었고, 내가 좋아하는 남자들은 나와는 비교도 안 되는 귀엽고 예쁜 친구들만 좋아했다. 나에게 뭐가 문제인걸까. 나는 왜 인기가 없을까. 그런데 웃긴게 난 남자들이 좋아할만한 여자가 될 생각이 별로 없었다. 몸매 관리에도, 잡티없는 화장에도, 대화시 적절하게 받아쳐주고 북돋아주는 화법에도, 고운 머릿결에도 관심이 없었다. 아주 최근에서야 몇몇 남자들은 머릿결이 좋은 여자를 좋아한다는 놀라운 사실에 그동안 푸석거리는 머리로 데이트에 임해놓고 인기없단 생각을 해서 살짝 민망할 지경이었다. 물론 그게 다가 아니란 것을 잘 안다. 그건 대체적인 흐름이지 전적으로 모든 것을 대변하는 입장은 아니란 것도 잘 안다. 그래도 난 좀 궁금했다.  

 이런 여자애가 알콩달콩 연애도 하고, 재미있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란. 남자 아니면 죽는 것도 아니고, 꼭 연애를 해야한다도 아닌데 난 집착을 하고 있었다. 뭔가 여성스럽지 않다는 자의식은 부스럼처럼 가끔씩 날 간지럽게 했다. 오죽했으면 술취해서 기분이 좋아진 누군가가 '아치는 애교가 없어'를 흘러듣지 않을 정도였을까. 술먹고 무슨 소린들 못하겠냐는 상식 문제로도 출제되지 않을 정도의 상식인데 말이다. 그런데, 그게 내 문제만은 아니란다. 베즈무아란 실감나서 도저히 탐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을 쓰고 성노동을 했으며 성폭력을 당한적이 있던 저자 비르지니 데팡트. 그녀 역시 경험을 통해 여성-되기에 대해 고민했으며 이론적인 페미니즘이 아니라 온몸으로 체험하고 깨달은 여성주의에 대한 얘기를 들려준다. 

 단비 같았다. 가랑비에 옷 젖듯 나는 그녀에게 젖어들었고, 국적도 나이도 다른 여성에게서 친밀감을 느꼈다. 단지 거대한 몸으로만 존재하는 킹콩처럼 어떤 성적인 자각도 없이 '못생김' 혹은 '여성답지 못함'으로 읽히는 여자들을 킹콩걸로 칭하는 데팡트의 시각에 얼마나 환호를 보냈던가. 물론 무리하게 논리를 전개하는 부분에서 불편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이 글을 쓰면서 대략 두세번 정도의 '못생겼다'란 관용어를 쓰면서 혹 페미니즘은 원래 못생긴 여자애들이 하는 공부란 식상한 생각을 누군가 떠올리면 어떡하나란 걱정이 들었다, 라고 말하는건 사실 뻥이다. 대개의 식상한 생각은 쉬이 상하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정희진 선생님을 만났다. 모든 책과 생각들이 연대기적인 순서로 늘어서 있는건 아니다. 페미니즘의 도전을 세번쯤 읽고서야 '안다는건 상처받는거다'란 그녀의 말을 제대로 알았을 정도이니.   

 

 

 

 

 

 

 

 여자는 성적인 차별을 받고 있다란 말을 가부장제에서는 모두가 고통스럽다까지 닿는데 몇년, 여자만 억압받는다, 성적으로 도구화, 대상화 되었다.는 식상한 얘기만 나불댔던게 몇년,(이러니까 꽤 나이 먹은 사람 같은데, 맞다) 역차별의 문제, 여성의 나이, 태생적 외로움과 길들여진 외로움 등등. 정치적 올바름과 불관용의 틈. 등등 정희진 선생님은 단순하게 페미니즘은 이렇다란 얘기를 하지도, 정확한 이론의 틀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그녀 역시 나와 다른 많은 여자들처럼 고민하고, 다시 고민하는 과정을 얘기했다.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고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잘 감을 못잡겠다고 하는 분들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공감한다고 해놓고선 그 말 하는 당시엔 난 절대적으로 이 책을 믿는다 운운의 얘기를 내뱉었지만.)나 역시 명확하게 정희진 선생님이 무슨 얘기를 하려는건지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살고 생각하면서 그녀가 제기한 의문들과 성찰이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모른다. 도식적인 구조는 무너지고, 왜 그럴까, 왜 난 이렇게 행동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게 됐다.  

 내가 여성이란 이유로 허용된 관용과 남자이기 때문에 불허용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점, 가학적인 장면이나 성적인 노출에 왜 나도 남자들처럼 흥분하는지, 김규항은 왜 온화하고 다수의 여성을 끌어안을 수 있는 페미니즘을 옹호하면서(김신명숙의 '선택'서평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070727163427&Section=  ) 왜 자신은 순결, 순혈주의 좌파를 고집하는지, 여성주의에서 여성은 당사자인데 왜 도리어 의식있다는 다른 '성'에 비해 당사자로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지 등등.  

 아마 정희진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난 어느 술자리나 모임 장소에서 혼자 게거품을 물다가 자폭하는 밉상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혹시?)고민도 성찰도 좌절도 없이 자기 것만이 다라고 믿는 아둔한 사람처럼. 혹은 그것마저 깨닫지 못하고 자족하는 배부른 아치처럼.  

 앞으로 섹스 얘기만 한다는 것도 아니고, 자극적인 소재로 알라디너의 호기심을 자극하겠다는 말도 아니다. 이건 몇권 밖에 안 되는 책이지만 혹시 여성주의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해서 작성한 페이퍼이다. 나름대로 우여곡절 많은 몇년 동안의 아치를 보여주는 페이퍼이기도 하고. 아주 오래 전에 성욕 어쩌고한 페이퍼를 써놓고 혼자 구상했던 글을 임시 저장함에 오랫동안 숙성시켜놨는데 맛은 없고 시어버려서 이건 뭐, 식초인지 발효 식품인지 분간이 되야 말이지. 여전히 '못생겼다'에서 목에 뭐가 걸린 듯 답답하지만 뭐, 알만한 사람들은 내 미모(미안, 미안!)를 알테니 상관하지 않으련다. 우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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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9-07-02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희진 선생의 책을 읽고 머리를 땡하고 얻어맞았었는데;; 아직 다 못읽었지용;; 정독하겠답시고.. 미루다가 ㅋㅋㅋ
방금 찾아보니 벌써 4년 지났네요.. 올해는 꼭 읽어야지 흐흐흐

Arch 2009-07-02 15:16   좋아요 0 | URL
난 세번이나 읽었다요. 히~(이걸 자랑이라고!) 그래도 라주미힌님보다 제대로 모를거예요. 꼭 읽으세요! 그런게 그, 흐흐흐는 뭐예요. 좋잖아^^

무해한모리군 2009-07-02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희진 선생 책을 읽었고 논문도 찾아보았지요.
참 신선했습니다.
아 아련하다.. 남자친구랑 나눠읽고 토론하던 기억이 ㅠ.ㅠ

프레이야 2009-07-02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의도전, 몇해전 읽었어요. 몇번인가 필요한 부분을 다시 읽기도 했구요.
띵~했지요. ^^
아주작은차이, 담아갑니다. 전에 어디선가 담으려다 지나쳤던 책이에요.
아, 전 '버자이너 모놀로그'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혹시 읽으셨다면 패스 ㅎㅎ)

다락방 2009-07-02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페이퍼를 별찜했어요. 다시 한번 읽어보려고요.

Arch 2009-07-03 0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논문검색하다보면 동명이인이 좀 많다는걸 알게 되잖아요. 저도 나눠 읽고선 같이 얘기할 수 있는 녀석이 있었음... 침을 꿀꺽!

프레이야님 그렇죠! 띵~ 아주 작은 차이가 사실은 아주 큰 차이란걸 알 수 있을 거예요. 버자이너 모놀로그, 들어본 제목인데 아직 못읽어봤어요. 꼭 읽어볼게요. 누가 추천한건데^^

다락방님 으응, 별찜 꼬옥^^ 그런데 별찜 순위에서 밀리는거 아냐?
 

 며칠 전에 복잡한 직함을 갖고 있는 김태훈의 칼럼을 본적이 있다. 정확한 출처는 모르지만 요점은 데이트 비용에서 여남이 불공평하다는 얘기인데 문제제기 수준에서 그친게 아쉬웠지만 나름대로 대다수의 남자들이 제기하는 문제의 테두리 근방은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편협하고, 겉핥기식으로. 이건 절대로 글을 쓰면서 확인해본 출처가 조선일보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문화면의 조선일보는 괜찮다는식의 얘기가 아니다. 나는 조선일보가 의제를 독점하거나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줄세우기 시키는 점을 탐탁치않게 생각한다.  

 데이트 비용에 대한 과거의 내 행적은 지극히 아치스러웠다. 액면 그대로 동냥아치. 정말 돈 잘 벌고 편한 친구라고 하더라도 그 아이가 한번 사면 내가 한번 사는게 당연한건데 데이트에선 그렇지 않았다. 데이트를 할때면 대부분 남자가 비용을 지불했고, 난 모른척 하거나 생각해주는척 싼걸 고르는걸로 그나마 도리는 했다는식으로 자위를 했다. (그 자위, 아니다.) 물론 꾸준히 가난한데다 불안정한 임금 노동자란 입장도 있었지만 앞서 말했듯이 친구한테는 안 그랬다.  

 '왜'에 대해 궁여지책으로 김경의 '뷰티풀 몬스터'에서 본 낸시 랭에게서 팁을 얻었다.

  - 여자들은 남자를 만나기 위해 꾸미고, 남자를 즐겁게 한다. 나를 만나는 남자들은 행복하다. 

 낸시 랭처럼 애교있거나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지도 못하는 내가 저 논리를 따르는건 어불성설이었다. 역시 결국 며칠 안 가서 뽀록이 나고 말았다. 저 말에서 함의하고 있는바를 충족시키는 여자라도 문제는 남는다. 여자가 자기만족을 위해 꾸미는 것과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꾸미는 비용의 경계는 무엇이며, 비용의 문제가 관계 안에서 지불되는걸로 그들은 합의를 했을까라는 점. 합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교환한 가치는 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그렇다면 데이트 비용은 어떻게 부담해야할까. 가시적으로 데이트 비용문제가 나왔지만 데이트에 있어서 제반 여건들과 사회가 조장하는 데이트 신화까지 아우르지 않는다면 단순하게 누가 더 내냐 덜 내냐로만 시야를 한정하는건 문제가 있다란 생각이 든다. 능력 여하에 관계없이 여성 임금이 낮은 이유, 데이트를 하면서 여성들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감정이나 기타 비가시적인 노동 비용의 문제, 데이트를 지나 결혼을 하는 관계에서 여성이 분담해야하는 여러가지의 악조건 노동(가사, 육아, 상대 부모에게까지 잘해야하는). 실질적으로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더 낼지 모르겠지만 '직접적인 돈'외의 영역의 비용은 간과되고 있다. 

 사회적 조건이 여남에서 차이가 나니까 데이트를 할 때 비용은 남자가 좀 더 호혜적인 차원에서 부담을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고정화된 비용 부담이 단순하게 '여자들이 얄미운 족속'이기 때문이 아니란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게다가 비용 지불은 반드시 반대급부인 대가를 요구하게 된다. 대개의 경우 대가는 성적 관계로의 돌입이고, 갈수록 뻔해지는 이벤트의 면면은 어떤 절차처럼 '좀 더 화려하고 획기적으로 섹스를 한다'는 것을 의욕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내게 본래부터 없던 애교가 어느 날 갑자기 더 사라져 민망하게 엉덩이를 눌러붙이고 있기 겸연쩍어 데이트 비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변한건 아니다. 여전히 난 부지불식간에 상대방이 좀 더 큰 비용을 내길 원하고 있으며 부담을 하면서도 그냥 뭉개고 있었으면 좋았겠다란 생각을 안 하는건 아니다. 하지만 염치가 없는데다 앞서 말한 대가에 초연할 수가 없었다. 사랑하니까 모든걸 다 해주고 싶다란 입에 발린 소리가 무척 매혹적임에도 '모든걸 다 해주기'만 할 수 없는 남자, 인간의 심리를 나이만큼은 아는 까닭이다.

 나를 지나간 언니들은 더 멋지고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녀들은 자신이 먹고 입는 것만큼이나 사람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하고, 비용에 있어서도 얌체처럼 굴지 않는다. 도리어 '돈 문제'를 얘기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신성한 데이트에서 돈 얘기를 하는건 자칫 이른바 '현실적'인 입장으로 돌변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비용 부분을 분명하게 하려는 의지로 읽힐때면 연인 관계의 신성함과 현실 사이에는 공허한 경계만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와 관련된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일들을 발설할때면, 특히나 다짐이나 선언들을 말할때면 뒷통수가 간지럽다. 다음에 알라디너와 데이트를 할 때 내가 글에 쓴 것처럼 할까란 의심도 들고 과거의 행적을 '아치스럽다'라고 뭉퉁그려놓듯 퉁치는 것도 글쎄. 나를 비껴난 일들에 대해서 말하고, 생각을 정리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란 생각도 드는 야심한 밤의 아치이다.  

 누구 버릇 남 못준다고 꾸준히 그럴게 분명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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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6-22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본적으론 능력에 따라 벌고 필요에 따라 나누자가 저의 모토입니다..
커다란 얘기로야 능력에 대한 올바른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문제제기가 있고 아주 중요한 문제지요. 여성적 노동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는 큰 이슈지요.
개인적으로야 뭐 없을 땐 빌어먹고 있을 땐 좀 뜯겨주고 ㅎㅎㅎ
전 한때 '아 인간관계를 늘리고 늘려서 한끼씩 돌아가며 친구들 집에 빌어먹고 살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본걸요 ㅎ

Arch 2009-06-23 10:46   좋아요 0 | URL
그거야 저의 모토이기도 하지만 늘 뜯어먹는 쪽이라..^^

그거 좋은 생각인데요. 한끼씩 돌리고 돌려서 동그라미처럼 연결되는건. 횡설수설 글인데 여성 노동의 저평가, 짚어내실줄 알았어요.

비로그인 2009-06-2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늘 제게 편지를 쓰던 남자가 제게 물어본 적이 있어요. `나는 늘 편지를 쓰는데 넌 왜 답이 없지?' 제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네가 편지를 쓰면, 내가 그걸 읽어주잖아.'
이런 식의 대화가 그와 나 사이에 오갔어요.

'난 네게 전화를 하는데, 왜 넌 안 해?'
'네가 전화를 하면, 내가 받아주잖아.'

'왜 나만 데이트 신청을 하지?'
'네가 만나자고 하면, 내가 만나주잖아.'

그 등식에 따르면 이 대화도 성립하지요.

'왜 나만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지?'
'네가 돈을 내면, 그 돈을 내가 써주잖아.'

Arch 2009-06-23 10:52   좋아요 0 | URL
쥬드님^^ 네에, 그럴 수 있어요. 그런데 전 좀 켕겼어요...
 

  진진진가 놀이라는게 있다. 자신에 해당하는 세가지의 진실과 한가지의 거짓을 알아맞추는거다. 같이 교육 받은 분들과 한번 해봤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서 옮겨본다. 남들이 경험하지 않은 것, 특이할수록 더 재미있어지는 진가 놀이. 실은 2만명 방문자 이벤트로 하려다가 아직 멀어서 먼저 공개한다. Arch의 거짓은 무엇일까?

1. 나는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거나 방송에 참여해서 살림 장만을 해놨다. (남자분만 있으면 되는게 그게 참.) 

2. 나는 지하철에서 헌팅을 해본적이 있다. 

3. 나는 고등학교 때 학교 도서관에서 토지 한질(그 당시 13권)을 반납하지 않은 적이 있다. 

4. 나는 머리를 민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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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6-2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넷 다 상당히 엽기적이라서 고르기가 참...
근데 걔 중 가장 덜 엽기적인게 1번인듯 싶군요. 전 1번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옵니다. ^^

Arch 2009-06-21 23:56   좋아요 0 | URL
흠... 흠...^^ 정말 엽기적인가요? 바람돌이님도 하나 둘 생각해내면 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데.

Forgettable. 2009-06-22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가가진 문제를 만드는게 더 쉬울것 같아요-_- 난 정말 나를 잘 모르나봐 ㅎㅎㅎ
저도 찍어보자면 4번이요-
아니라면, 사연이 정말 궁금^^ 얘기해주세요~

답을 오답이길 바라며 찍는 경우가 있긴 있군요.. ㅋㅋㅋ

Arch 2009-06-22 00:17   좋아요 0 | URL
흐음~ ^^ 댓글이 좀 더 달리면 사연 얘기해줄게요. 슈퍼 컴퓨터 돌려서 가짜를 찾고 있을 누군가를 실망시킬 수는 없잖아요.

있긴, 있겠지라고 섣부르게 짐작하는 아치.

라주미힌 2009-06-22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번....

뷰리풀말미잘 2009-06-22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번 올인.

hnine 2009-06-22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번이요.
(1,3,4 번은 다 해보셨을 것 같다는 얘기? 예 ^^)

무해한모리군 2009-06-22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나도 2번으로..
(나는 1,2,4를 해봤지롱 ^^*)

조선인 2009-06-2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1,2,4번을 해봤으니 안 해본 3번. 쿠쿠쿠

Arch 2009-06-23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과 휘모리님, 대단하삼.^^ 라주미힌님과 hnine님은 제 과단성(?)을 눈치 못채셨군요. 미잘님, 머리를 밀어본 사람이 벌써 세명이나 된다구요.

정답은 맨 처음 바람돌이님이 맞추셨어요. 깜짝 놀래서 헛기침하는거 보이시죠? 너무 쉬웠나 싶었어요.

뽀님 말씀대로 사연을 공개해보자면
1번- 몇번 선물을 받기는 했지만 살림 장만일 정도는 아니었어요.

2번- 그러니까 남잔데요. 단정하게 신문을 읽고 있는 남자의 귓바퀴가 너무나 깔끔하고 귀여워서 연락처랑 이름을 적어준적이 있어요. 쪽지를 던지다시피 남자에게 건네주고 얼굴이 벌개져서 옆칸으로 도망쳤죠. 물론 전화는 안 왔어요. 측근들은 그 남자가 날 미친 녀자로 찍혔을거라며 무척 이쁜 사람이 아닌 경우 거의 연락하지 않을거라고 하더군요. 흑.

3번- 네, 저 도벽이... 좀 있어요. 있었어요. (정말 과거형이야?) 그러니까 아직 바코드가 도서관에 정착되기 이전, 아무도 토지를 안 읽는데 분개한(늘 도벽엔 이유가 있죠) 저는 대출하는 것처럼 꾸며서 전권을 다 훔쳤습니다. 토지만 훔친건 물론 아니겠죠?

4번- 외박하고 들어왔다고 아빠랑 싸운 후 머리를 빡빡 밀었어요. 죽기 전에 꼭 한번 머리를 밀어보고 싶었는데 화풀이로 밀줄은 몰랐죠. 그 일로 또 아빠랑 몇달간 서로 말도 안 하고 애증의 부녀관계죠. 여름엔 더 덥고, 겨울엔 화끈하게 추운 민머리 경험! 재미있었어요. 이건 전의 제 페이퍼를 읽었다면 진짜인줄 알았을텐데... 고로, 미잘님은 제게 무심하다는...(이게 삼단논법이냐?)

정답을 맞추신 바람돌이님께는 소정의 상품을 드리겠습니다. 물론 책이죠! 바람돌이님 원하시는 책과 주소를 비밀댓글로 남겨주셔요.

Forgettable. 2009-06-23 23:57   좋아요 0 | URL
아 난 머리 민 나의 모습을 상상만 해도 별로라서-_-;; 정말 놀랍군요, 저 대학생 때 술먹고 11시(!!!)넘어서 들어왔다고 막 다음날 학교 못나갈 정도로 두들겨 맞았을 때도 화풀이로 머리밀 생각은 못했는뎅
ㅋㅋ

저도 중딩때 도벽이 있었는데; 책은 훔치지 못했어요 ㅠㅠ 흑 (아쉬워하는거임?) 펜이나 스티커 따위.. ㅋㅋ 아직도 토지 다 갖고 계세용?ㅋㅋ

Arch 2009-06-24 22:40   좋아요 0 | URL
무섭다... 아쉬워하는거 맞는 듯^^ 다 갖고 있죠. 인증샷이라도? (에이~)
 

 싸이월드엔 행복한 사람들만 있다. 그들은 슬프거나 우울한 얘기는 싸이월드에 올리지 않는다. 화사하고 밝은 순간, 자신을 가장 빛나게 하는 사건과 일화들만 싸이에 올린다. 어쩌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일상을 설렁설렁 적어내려가는 서재가 내겐 준싸이월드쯤 될 것 같다. 알라디너와 나는 즐찾과 가끔의 비밀댓글, 꾸준한 방문 등등으로 준일촌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외양뿐 아니라 글의 내용 자체도 내게 내재한 도발적이고 섹시하면서도 고지식한 부분보다는 밝고 건강한 이미지만 보여주려고 한적이 더 많았다. 누구에게도 어필하지 않는거라면 차라리 혼자 즐겁게 떠드는쪽이 더 낫다란 생각을 했는지, 우울할때면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고 먼지를 들이마시길 즐겨서 글 쓸 시간이 없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중요한건 아니니까.

 나는 떳떳하다까지는 아니어도 별로 상관없을거란 생각에 동생들에게 서재를 알려준적이 있다. 옥찌들 이야기를 같이 봤으면 좋겠다란 생각이었지만 사실은 일종의 자격지심과 틈틈히 뭔가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어필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동생들이 별다른 반응이 없었으니 그저 한번 보고 말았구나 하고선 넘겼는데 지난 일요일에 나의 이중생활을 들키고 말았다. 

 가족끼리 늦은 아침을 먹을 때였다. 엄마가 있다고 다른 때보다 더 보채는 민으로 인해 가족들이 모두 예민해져 있었다. 누구 하나 민의 마음에 공감하지 않았고, 이 녀석이 또 그런다는식으로 몰아부치는 말만 툭툭 불거져나왔다. 나는 동생이 민을 좀 더 달래주길 바라면서도(난 눈꼽만큼도 아량을 보일 생각이 없으면서.) 그 전날부터 못견디게 짜증스럽기만한 아이의 존재가 견디기 힘들었다. 식탁 의자에 앉지 않고 쿵쿵거리며 뛰어다니다 다시 와서 보채고 떼를 쓰는 민을 밀치고 매를 들거라며 위협을 했다. 민은 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 심하게 떼를 썼고, 누나까지 밀쳤다. 누적된 짜증과 서걱거리는 입 안의 밥알, 그럼 안 되는거였는데 난 좀 더 세게 민을 밀쳤다. 민은 넘어졌고, 더 심하게 울기 시작했다. 동생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제서야 민을 달랬다. 그 사이에 약올리는 아빠와 그런 아빠를 타박하는 엄마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게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돌아온 막내가 한소리를 했다. 

 너무 심한거 아니냐고, 아이를 왜 밀치냐고, 알라딘에 쓴건 다 가식이라고. 

 무슨 말을 했더라. 너는 곧 떠날거라 잘 모르지만 매일 겪는 우린 힘들다고 했던가, 동생이 통제하지 못한 상황을 내가 대신 나서서 조정한다고 했던가, 관여 안 하면 그만인 너랑 입장이 다르다고 했던가... 그러다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누군가에게 위협을 가하고 폭력을 쓰는건 어떤 방식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데(피해자의 폭력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이다.) 난 자꾸 내 입장을 동생에게 강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동생 말이 맞았으니까. 하지만 그 순간 촉발된 감정 대립에서 물러설 수 없다란 생각에 더듬거리듯 우물쭈물대면서 앞으로 내 블로그엔 들어오지 말란 말만 도장찍듯 내뱉고는 방으로 숨어들었다.  

 후회되고, 미안하고, 민망했다. 양육은 모두가 같이 책임지는건데 나 혼자 옥찌들 대장노릇을 한다며, 나 자신이 아이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돌아온 내게 아이들은 곁을 두지 않았고, 전처럼 손을 꼭잡아주며 노래를 알려주지도 않는다. 장난을 치지도 않고, 나와 같이 있는 것을 딱히 즐거워하지도 않는다. 거의 1년만에 본 막내 이모를 더 따르고 좋아한다. 동생을 향한 애착은 다른 형태로 더 심해졌고, 안정과 회피 어쩌고 나름 분석을 해대지만 공감 능력조차 터무니없이 부족한 나로선 늘 제자리 걸음이었다.  

 동생 말이 맞았다. 터무니없는 착각이었다. 지민이 떼쓰는걸 못마땅해하는 아빠가 더 큰 폭력으로 아이를 제압하기 전에 취한 조치라고 하기엔 과했다. 난 지민이 맘에 들지도 못하고 잔소리만 늘어놓기만 했다. (전에 hnine님 서재에서 전 잔소리 안 하는 이모인걸요, 한건 대체 무슨 객기였는지. 나도 귀가 따가울 지경인데.) 대체 뭘 믿고 통제 운운이란 말을 함부로 뱉은걸까.

 싸이월드엔 행복한 사람들만 나온다. 어쩌면 난 옥찌들과의 얘기를 통해 '행복한' 의태어를 보여주려고 기를 썼는지도 모르겠다. 서재에서 로그아웃한 후로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충동적이고 의지박약에 못돼먹은 아치로 돌아가면서.   

 둘째는 그래도 언니가 반성하고, 다시 잘해보려고 하잖아란 위로를 해줬다. 반성도 하루이틀이지, 마일리지 쌓는 것도 아니고 반성 목록만 한무더기다. 앞으로는 반성 사절이다. 반성을 빌미로 세끼 밥 까먹듯이 고해성사를 바친 후 다시 변화없는 것보다 좀 더 다른 방식으로 나와 관계를 바꿔나가야겠다.  

 휴, 별처럼 예쁘지도 않고 가짓수만 늘어나는 무수한 다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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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09-06-12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포 작은게 집안 내력이었고만. 애 쫌 밀쳤다고 가식은 무슨. 우리땐 빗자루로 맞는날은 햄볶았어 이것들아!

Arch 2009-06-12 02:25   좋아요 0 | URL
내가 못살아. 왕배포쟁이. 미잘, 안 자고 뭐해요!
잠 안 오면 릴레이 영월 후기도 괜찮겠다.^^

뷰리풀말미잘 2009-06-12 02:26   좋아요 0 | URL
후기좀 쓰고 싶은데 영 시간이 안 나네요. 댓글놀이나 하다 잘까 했더니 무슨 댓글 하나 다는데 20분이 걸리죠? 군산 인터넷은 느린가?

Arch 2009-06-12 02:45   좋아요 0 | URL
엄훠, 지는^^
미잘님은 1분만에 달아놨다고 지금.. 이러시는거죠?
아, 나는 미잘이 시간을 내서 후기를 쓰면 아주아주 멋지고 재미난 후기가 쑥~ 빠져나올 것 같은데 말이죠.

hnine 2009-06-12 0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해요. 그런 의미에서라면 저도 역시 이중 생활. 안그래도 어제 남편에게 그런 말을 했어요. 알라딘서재에는 hnine이라는 이름의, 나와 이름은 같으나 실체는 다른 그런 인물이 하나 있는 것 같다고. 사람의 진심은 말보다 글에서 더 풍겨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큰 착각이었다고요. 그런데 한마디 변명을 하자면, 본의는 아니었다는 것 쯤? 말보다 오히려 고르고 다듬어 쓰게 되니,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말보다 더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결과를 낳게하는 것 같아요. (제 아이의 소원이 엄마가 소리좀 지르지 말라는 것인데, 서재 지인들 중 많은 분들이 저는 아이에게 소리 한번 안 지르는 사람인 줄 알고 계신 분이 계셔서...이젠 정말 소리 지르지 말아야지 ^^)

Arch 2009-06-13 00:32   좋아요 0 | URL
지금 민이가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다 큰 녀석이 까꿍 놀이를 하고 있어요. 밥 먹고 근처 도서관으로 마실 나가기로 했거든요. 갔다와서 더 얘기해보아요.
휴, 다녀왔어요. 옥찌도 이모가 화내면 무서우니까 화내지 말라고 말했고, 그림 그릴 때 유독 저를 화난 표정 짓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요. 처음엔 서운했는데 오죽했으면 그럴까 싶어서 자제하고, 더 많이 참고, 더 많이 설명해주려고 노력해요. 육아 철학은 왜 개발되지 않았을까요. 쩝.

2009-06-12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토랑 2009-06-12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남겨주신 글 보고 서재 마실왔어요..
저두 제자식 밀쳐놓고..건 별로 반성안하다가..-_-;; 신랑이 그러는거 보고 허걱 급반성했지요..

Arch 2009-06-13 00:35   좋아요 0 | URL
마실 좋은데요.^^ 토토랑님 리하이~(이건 좀 된 용어 같아요.)
양육자가 둘인 이유가 따로 있는게 아닌가봐요. 서로를 비추는 거울로 보이는 경우가 있을테니까요. 그런면에서 막내가 직설적이었지만 여러모로 저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2009-06-12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rch 2009-06-13 00:37   좋아요 0 | URL
그럼요. 무의식중이 아니라 아주 미워서 살짝 돌 정도의 상태였어요. 어른이었다면, 타인이었다면에 대해서 생각해봐요. 그럼 아주 다른 경우가 됐을 것 같아요. 내 맘대로 해도 되는 상대란 없는데 아이들한테는 기깔난 연장자 행세를 해대니 말예요.

순오기 2009-06-13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만에 들러 무지개보고 쨍했는데~~ 바탕이 어두워서 글씨 보기 힘들어서 패스예요.ㅜㅜ

Arch 2009-06-13 23:52   좋아요 0 | URL
피이^^
 

 A사의 인터넷 계정을 두개 갖고 있었다. 동생이 집으로 들어오면서 갖고 온건데 그중 하나는 정지해놓고, 다른 하나만 사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정지가 3개월 밖에 안 된다는데다 두개를 갖고 찜쪄먹을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조만간에 정리하자, 정리하자 하고 있었는데 마침 B사에서 우리걸로 바꿔보지 않겠냐고 전화를 걸어왔다. 위약금이며 뭐며 자신들이 다 물어주겠다고 하는데다 나이 많은 상담사 아저씨의 강력하고도 확신에 찬 어투에 감화받아 그러마 해놓고선 B사에 전화를 걸어 요금과 위약금 내용을 확인했다. 

 정리하자 했으면서도 미뤄놨던건 웬만해선 예외적인 상황도 허용하지 않는 관료적인 서비스 태도가 눈에 보였기 때문이었고, 자세한 내용을 모른다는 이유로 한눈에 보기에도 과한 금액을 이것저것 갖다 붙이는 직원과 피차 피곤하게 이러저러한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날의 전화는 좀 달랐다. 

 내가 이전할거란 뜻을 비추자마자 상담원은 나에게만 예외적인 상황으로 한 계정을 위약금 없이 해지를 한 후 이용할 수 있겠다란 파격적인 제안을 했고, 평소에 A사를 이용하는데 별다른 불만이 없었던 나로선 조금 귀찮은 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다시 B사에 전화를 걸어 사정 얘기를 하고, 그대로 이용하는게 낫겠다란 의사를 표명하자 아저씨는 예상했던대로 펄쩍 뛰면서 자신의 조건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감지를 못한게 아니냐며 득달같이 나를 설득했다. 한번 뱉은 말도 있고, 아저씨의 영업 이익과 아저씨가 나로 인해 소요된 시간을 생각해서 A사의 해지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조건으로 다시 또 맘을 바꿨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한 통신사를 꾸준히 이용하는게 좋다. 게다가 난 B사의 비싼 요금과 서비스에 불만을 갖고 있는터였다. 자꾸 옮기는건 몇번의 전화와 설치 기사의 방문 등 소요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란 생각이다. 하지만 굳이 해지 의사를 비춰야만 고객을 붙들기 위해 예외적인 사항을 만들어내는 영업행태를 조금이라도 접하기만 한다면 티끌만한 이득에도 움직일 수 밖에 없다란 생각이 든다. 이 경우 해지 의사를 밝힘으로써 A사로부터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최저요금과 몇가지 부가적인 혜택이 있었음에도 바꾸는걸 철회하지 않았다. B사의 영업 직원과 긴밀한 접촉을 한데다 통신회사간의 과열경쟁으로 소외된 소비자로서 괘씸한 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업하시는 분의 말씀에 따르면 광랜이든 전화선이든 인터넷 망 작업은 대개 끝났다라고 한다. 기본적인 수요는 한정되어 있고, 통신사마다 보유하고 있는 망으로 가입자수를 늘리다보니 경쟁이 붙을 수 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소비자가 이득을 보냐 하면 또 그렇지는 않다. 우선은 인터넷 요금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있어야 하고(A사의 경우 인터넷 TV는 약정에 포함시키지 않아 위약금을 부과할 때 이 부분을 패키지로 묶길 권유받았다고 주장하면 허용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어느 곳으로 옮기든 요금은 비슷하다. 몇몇 제휴 카드를 이용한다는 조건이 붙겠지만. 오래 이용한 고객에게 별다른 혜택없이 (울지 않으면 젖을 물리지 않는다.) 관리를 안 하다가 해지 의사를 밝혀야만 너 거기 있었냐는 식으로 대응한다. 

 인터넷 뿐만이 아니다. A사의 휴대폰의 경우 이른바 로얄 고객이라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한 통신사만을 이용하다 핸드폰이 고장나 기기변경을 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A사의 고객 관리를 한다면 충성고객들을 위한 서비스 정책을 개발했을 것이다. 뭔가 대단히 복잡하고, 세세하게 따져보지 않는 이상 혜택이랄 것도 없는 것 말고. 하지만 대리점 특히나 직영점이 아닐 경우에는 중고폰이나 다름없는 핸드폰을 고객에게 권해주고선 생색을 낸다. 충성고객은 쉽게 맘을 바꾸진 않지만 한번 바꾸면 절대로 맘을 돌리지 않는다. 물론 기업이 손해보는 장사를 할 수는 없지만 어느 것에 우선 순위를 둬야할지는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까다로운 소비자, 구매자가 될 생각은 없다. 결국 내가 상대하는건 격무와 클레임으로 녹초가 된 서비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고 그들에게 내가 원하는걸 말한다고 시정이 될거란 기대를 하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B사로 옮기는 것을 탐탁치 않아하는 내게 '그럼 1년 뒤에 다른 곳으로 옳기면 되지.'라고 말하는 아저씨를 보자 문득 봉이 김선달이 떠올랐다. 사실 봉이 김선달은 둘째치고, 그대로 A사를 쓸 것 하는 후회가 먼저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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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0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0 17: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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