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서울에서 놀다 왔다. 묵을 곳도 만날 사람도 정해놓지 않았다. 큰 틀은 있었지만 세세한 일정은 될대로 되란 식이었다. 될대로 되어서 곤란하기도 했지만 서울-여행은 나쁘지 않았다. 무언가를 여행화함으로써 얻는 것은 낯선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관찰할 수 있는 점이며 잃어버리는 것은 무작정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 시간!인 것이다. 그 시간에 뭔가를 끄적이거나 옆테이블의 속닥거림을 엿들으며 히죽대긴 했지만.

 부천 영화제를 친구들과 함께 했다. 라주미힌님이 따로 페이퍼를 올리셔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해도 될 것 같다. 대체 좁은 의자에 앉아 영화의 반절 이상을 손틈으로 보면서, 긴장으로 어깨까지 굳어가면서 끝까지 본 오기는 무엇이란 말인가. 끈기의 아치도 아닌데 말야. 물론 좀비 영화가 재미있는 장르고 마커스는 다양한 각도로 해석할 여지를 남긴다는 측면에서 호러무비라는 장르 설정은 별로란 생각이 들긴 했다. 더 칠드런을 보면서 아이를 보는 눈과 아이가 나를 바라보는 간극을 느꼈다. 옥찌들과 난 다시금 어떻게 잘 지내야할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새벽에 어두운 부천 시청 광장에서 영화를 보던 사람들이 떼거지로 비빔밥을 비비는 풍경은 꽤 그로테스크하기도 했고. 



라주미힌님은 남들이 다 훈남이라고 할 때 내 눈엔 2% 부족했던 지점을 파마를 함으로써 완성시켰다. 무척 탐이 나는 스타일은 승주나무님을 떠오르게할만한 했는데 그건 '라주미힌님, 승주나무님 있어도 그럴테야' 뭐 이런 어깃장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팔짱끼고 있는 라주미힌님을 보자, 여러명 조련 시키느라 늘 바쁜 승주나무님이 무척 그리웠다고나 할까.
 바밤바님은 나랑 나이차도 별로 안 나는데 무척 풋풋했다. 나오기 전에 풋사과를 먹은게(퍽퍽~)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휘모리님은 빨간 스니커즈에 양갈래 머리를 하고 나오셨다. 서재는 알라디너들을 미모순으로 뽑는다는걸 새삼 느꼈다. 아치는 만우절 특채다.  

  블라에서 그를 기다렸다. 맨날 맥주를 먹다가 커피를 마셔봤다. 사장님은 '오늘의 커피'가 탄자니아와 인도네시아 원두를 섞은 것이라고 했다. 사장님의 설명은 간단명료했는데 내 머릿 속은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근방을 떠돌다 지직거리며 과부하가 생기기 시작했다.
   
 향이 끝내주는 커피였다. 이걸 놓치면 안 된다고 정신없이 다이어리에 맛과 향을 적어내려갔다. 코도 정신없이 냄새를 빨아들였다.
 담배 한대가 간절한 순간이었다. 짐 자무쉬의 '커피와 담배'는 어찌나 적절한 조합인지. 탁자 위에 커피 눌러붙은 자국과 수북한 담배꽁초가 있는 장면. 담배 냄새를 싫어하는데도 하루에 한잔의 커피만으로 족한데도 비가 오는 찻집에선 웬지 탐욕스러워도 괜찮을 것 같았다. 굉장히 탐욕스러운 맘으로 쭉 커피를 마시니 기분마저 생기로워졌다.

   
 밤에 만난 사람과 나 사이의 거리는 적당했다. 맥주 한잔을 하러 시사영어사 뒷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곰팡이 냄새가 피어오르는 술집. 컨츄리 음악과 또 손님이 들어오면 귀찮은데란 표정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알바생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고동색 벽기둥보다 더 진한 맥주를 홀짝이면서 약간 무료하게 앉아 있었다. 피곤하고 졸려서 대화를 이어나갈 의지도 날아가버렸다. 난 입이 찢어지도록 하품을 하면서 '나 들어갈래'란 신호를 보냈다. 아냐, 이건 분명치 않다. 친구랑 얘기했듯이 무의식의 반영인지 무의식을 핑계로 지어보이는 제스처인지 알 수 없으니까. 어쩌면 난 갑작스럽게 눈을 반짝이며 서로의 이야기 속에 파묻히게 되는 순간을 고대하는 의식으로서 하품을 해보인 것인지도 모르니까. 가장 맛없는 초콜릿을 먼저 먹어 치우는 것처럼.
 그때 노랫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A. C. Jobim의 트랜디한 노래만 나오는줄 알았다. 그런데 부에나비스타소셜 클럽의 'chan chan'이 나오고 뒤이어 재즈풍의 음악이 연달아 나오자 난 그만, 여기서 춤을 추면 좋겠다고 동행한 사람에게 말해버리고 말았다. 아직 자제력이란게 있어서 그 사람이 그곳은 좁은 술집이고, 플로어도 없다는 말이 들리긴 했지만 말이다. 흑백 영화에서 여남이 흥겹게 춤을 추는 장면을 재현하려는게 진정과 자제의 범주로 들어가야하는건 분명 애석한 일이다. 현대인들은 즐길 수 있는 온갖거리에 포위되어 있으면서 정작 자신의 몸을 움직이고 성대를 울리는데 인색한 것과 마찬가지.

 인사동길로 쭉 들어가다보면 왼편에 전북 뭐라고 써진 간판이 보일 것이다. 간판 맞은편에 좁은 골목길이 있는데 골목으로 들어서자마자 왼편 2층에 찻집이 있다. 일없는 일요일날 인사동을 어슬렁거리다 발견한 곳인데 보물 같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공예품이 전시되어 있고 조명이 아늑해 분위기가 좋고, 손수 재료를 다듬어 만든 차를 맛보는건 누군가 무언가를 마시려고 할 때 고려되는 아주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하지만 이 찻집의 경우엔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찻집에 혼자 있는 손님이 낯선건 아니다. 혼자인 손님은 찻집의 분위기에 따라 위축되거나 다른 곳보다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별다른 생각없이 들어간 그곳에서 난 자유롭고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단호박과 고구마 스무디가 참 맛있고, 오미자차는 새콤달콤했다. 주인 언니는 내가 본 어떤 서버보다 친절하고 자기 일을 좋아하며 미모롭기까지 하다.
 혼자 왔다고 주인 언니가 이것저것 설명해주고 스무디도 서비스로 줬다고 이런 얘기를 하는건 절대로 아니다. 몇번 봤다고 아는척 하면서 함초가 나왔는데 정말 맛있다며 추천을 해주고 또 오미자차를 서비스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정말! 이 사람이 속고만 살았나!
 그렇군, 그래. 

   텅빈 시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늦게까지 잠을 안 자서 나올 수가 없다고 했다. 서운했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집에 갈까 말까 하다가 집회에 가기로 했다. 2시인줄 알았는데 4시라고 했다. 다시 뭉텅 빈 두시간. 찻집에 들어가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책을 봤다.
 대관절 그 쓰고 독한 것을 왜 먹나 싶었는데 전에 배운대로 갈색 설탕을 넣어서 살살 저어가며 깊게 쭉 들이키니 이건 뭐, 내가 커피인지 커피가 나인지 모르겠는 상태가 된 것만 같았다. 숨구멍에서 커피향이 퐁퐁 소리를 내면서 배어나온다. 맛있다.
 
 며칠동안 책 한권 다 읽지도 못하면서 나올 때는 한권을 다 읽으면 어떡하나란 불안은 뭐란 말인가. 집에서 나올 때 너무 어렵지도 두껍지도 무겁지도 금방 읽어낼 것 같지도 않은 책을 골랐는데 그게 바로 장 그르니에의 '일상적인 삶'이다. 침묵과 담배. 난 '섬'에서 알베르 카뮈의 서문을 읽은 후부터 장 그르니에가 무조건 좋아졌다. 그는 어렴풋이 느끼는걸 명확하게 설명하진 않았다. 도리어 틈새로 새어나오는 여러가지 것들을 붙들어두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웃기려는 의도가 1그램도 들어있지 않은 점잖은 유머는 얼마나 가슴을 콩닥거리게 만드는지. 아치는 콩닥이고 설레고 흥분할 일도 참 많다. 

 물론 섬의 서문을 알고 있을 분들이 더 많겠지만 혹시 궁금한 당신들을 위해,  

 나는 다시 그날 저녁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거리에서 이 작은 책을 편치고 나서 겨우 처음 몇 줄을 읽어 보고 다시 덮고는 가슴에 꼭 끌어 안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정신없이 읽기 위해 내 방에까지 달려왔던 그 날 저녁으로. 그리고 나는 아무런 마음의 고통도 느끼지 못하고,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책을 열어 보게 되는 저 알지 못하는 젊은 사람을 너무나도 열렬히 부러워한다.  

 알베르 카뮈가 그토록 부러워하는 사람이 바로 며칠 전의 나래도!(뭐래) 

 늦은 밤은 조금 신나는 곡으로! 

 http://club.cyworld.com/club/main/club_main.asp?club_id=52390339  

http://club.cyworld.com/club/main/club_main.asp?club_id=52390339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미칠만큼 신나게 같이 놀아준, 사운드 박스!!! 탭댄스가 이렇게 가볍고 흥이 나는 춤이었던거야? 뭔가 늘 새삼스럽고 뒷북이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의 달인 반빗아치의 길기만 한 페이퍼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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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07-20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흣. 전 블랙데이 특채 ㅋㅋㅋㅋ

Arch 2009-07-21 08:58   좋아요 0 | URL
뭐 다 그런거죠. 흐흐

뷰리풀말미잘 2009-07-21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핫. 내가 상상한 휘모리님과 "우리 휘모리님은 빨간 스니커즈에 양갈래 머리를 하고 나오셨다"의 휘모리님은 너무 다르잖아요. 오, 이런. ㅎㅎㅎ

아마 다른 알라디너는 끝까지 모를거에요. 우리가 서로가 필요한 만큼의 추천과 댓글수를 채워주는 어둠의 계약을 한 걸 말이죠.

난 곧죽어도 공채.

Arch 2009-07-21 08:59   좋아요 0 | URL
너가 말해서 죄다 알거다 아마! 공챈데 미모가 별로야. ㅋㅋ 막 소문내고 다녀야겠다.

조선인 2009-07-21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식 그럼 난 문지기 출신? =3=3=3

Arch 2009-07-21 08:59   좋아요 0 | URL
그런게 어딨삼! 문지기 경쟁률이 제일 셌다고 하던데.
조선인님 은근 자랑이다. 칫! ^^

무해한모리군 2009-07-21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갈래머리는 의자에 머리기대고 자기 좋으라고 한건디?

어이 위의 웬디양이랑 아치 두사람, 나보다 어리고 날씬한거 다 알거든? 왜이래 이거!!
나이드는 것도 서러운데 ㅠ.ㅠ

말미잘님 저의 이미지는 평생 비흡연자였는데, 15년된 친구도 가끔 와서 '야 담배한대 줘봐'라고 말하는 이미지죠 --;; (반듯한 아프님이 부러워부러워)

Arch 2009-07-21 09:01   좋아요 0 | URL
별로 안 좋았는디. ㅋㅋ
그냥 함 해봤어요. ㅠㅠ
휘모리님, 미잘이 생각한 의미랑은 좀 다를거예요.

그런데 휘모리님 지금 내 페이퍼에서 댓글 다는거? ^^ 따라쟁이~

무해한모리군 2009-07-21 09:06   좋아요 0 | URL
좋은건 배워야지~
미잘님의 이미지가 궁금하군요~~
제가 고를 수 있다면 다락방님처럼 여성미 물씬으로 하고 싶어요ㅎ

Arch 2009-07-21 09:27   좋아요 0 | URL
이번주에 보실 수 있을거예요^^

머큐리 2009-07-21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님과 스치듯 헤어져서 몇마디 나눠보지도 못한게 무척이나 아쉬운 1인입니다...ㅎㅎ

Arch 2009-07-21 09:02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을 다시 뵐 날이 반드시 있을거예요. ]
그렇게 된다면 제 미모로움에 흠뻑 빠지실,지,도 모른다고 아침부터 헛소리하는 아치를 정말 보고 싶은거예요? 저도 아쉬웠어요.

다락방 2009-07-21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뒷구멍 빽으로 들어왔다고 말하고 싶은데 빽도 없는 다락방.

그나저나 양갈래머리 휘모리님이라니. 완전 초대박 궁금해요 ㅎㅎ

Arch 2009-07-21 09:03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인증샷이라도 올려야겠는데요~
저는 빽이 좀 돼요. 백빽, 뭐빽, 무슨무슨빽. 미안!
 


 난 섹스를 꼭 제대로 해야겠다거나 남들보다 뒤떨어지 말아야겠단 강박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니다.  

 등이 휘어지고, 입에서 여러 해 묵혀두었던 단내가 날 정도로 절정에 이르는 오르가즘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그래서 상대방이 느끼는 순간 같이 느끼는 것이나, 죽을 때까지 안 끝날 것처럼 이어지는 오르가즘은 좀 탐이 났다. 맹렬한 욕망은 아니고 호기심 생길 정도? 물론 한번쯤 해볼만하지 않나 싶은 호기로움도 있었다.

 남자가 섹스를 하기 전 다단계의 층위를 두고 여자에 대한 환상을 키워갈 때 난 주로 오르가즘에 대한 환상을 꿈꾸었던 것 같다. 처음은 별로였고, 여러번 해도 희안하게 별로였다. 그냥 빨리 이런건 끝내고 편하고 따뜻하게 자고 싶단 생각만 있었다. 오르가즘은 나한테 해당 안 되는 일이라고 밀쳐두니 되려 맘도 편안해지고 뭐 그냥 그렇게 살아도 되겠거니 했다.

 그런데 나도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아, 이게 그 오르가즘인가'라고 생각 했던건 자위를 하면서부터였다. 성기결합으론 당췌 느껴지지 않던 게 약간 버릇을 들이고 조심스런 탐색과 오랜 연습을 하자, 말 그대로 느끼게 된거다.

 무척 좋은 느낌이었다. 여름 낮, 나무 그늘이 있는 평상에서 달게 잠을 자다 깨어났을 때 한줄기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는 것처럼 시원하고 나른했다. 포근한 이불을 몸으로 꼭 껴안고 잠들락 말락한 상태일 때처럼 따뜻했다. 하지만 환상을 키워갈 무렵의 '끝내주는 오르가즘'은 아니었다. 아 좋다. 한동안 딱 그만큼 그저 아 좋다 정도. 몸에서 뭔가가 들끓고 폭발하듯 터지는게 아니라 아, 딱 그 정도.
  

 왜 나는 성기결합을 통해서 G-스팟이니 여타의 스팟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또 그것을 결정적인 오르가즘으로 이어가지 못할까. 난 왜 섹스를 하면서 울었단 여자들처럼 되지 못할까.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 적당한 상대를 못만났거나 섹스 할 때도 씨잘떽없는 생각을 해대는 머리탓인걸까?

  

 그러다 권터 아멘트의 섹스북을 읽다가 머릴 퉁치는 충격을 받았다. 난 한번도 ‘질 오르가즘을 못느끼시는군요’란 질문에 ‘네. 저는 전체적인 느낌으로 오르가즘에 도달하거든요’란 대답을 하지 못했다. 대신 뻘쭘하게 제가 좀 섹스를 못해서란 얼토당토 않는 반응을 보였었다. 헌데 그런 질문이나 내 속에 내재된 답변은 상당히 폭력적인 문법이란걸 깨달았다.

 아무도 남자에게 당신은 페니스축 오르가즘이나 음낭 오르가즘, 회음부쪽 오르가즘, 항문 오르가즘, 귀두 오르가즘을 느끼냐고 묻지 않는다. 사정했으면 그 기분이 어떻든간에 오르가즘을 느낀걸로 짐작한다. 하지만 여자의 경우엔 괜찮았어 좋았어란 질문에 글쎄란 답변을 보내면 기다렸다는 듯이 불감증이냔 반응을 보여온다. 내가 하는 방식으로 자위를 하면 분명 느껴고 난 상당히 예민한 몸인라고 생각하는데도 질오르가즘이 없단 이유로 난오르가즘 결핍된, 늘 적당한 상대를 못 만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찌나 줄줄 늘어지는 여자 오르가즘에 대한 흉흉한 소문은 많은지.
  

 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섹스가 끝내주게 좋았단 여인네들의 이야기를 질투해왔다. 여자들의 입이 아니라 누군가를 통해 걸러진 말들 말이다. 그냥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반응하는 것 뿐인데. 강렬하고 계속되는 오르가즘보다 잔잔하고 시원한 나의 것도 좋은데. 이걸 부족함으로 아니까 뭔가 더 채워야할 것 같고 어서 도달하고 싶어 안달이 났었던거다. 그렇다고 샐쭉해져선 내가 못느끼는건 너의 성의없는 손놀림 덕분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좋고 나쁘고는 있다지만 자기 몸을 다른 누군가가 정확히 '알아서 해줄거란' 생각은 글쎄, 너무 무책임하지 않을까. 아마도 나만의 방식으로 느끼는걸 같이 즐겨보잔 권유는 해볼지 모르겠다.

 세상에 섹스를 잘하는 사람은 없다. 잘 맞는 상대가 있을 뿐. 그게 하룻밤이든 정기적인 관계이든 너무 사랑하는 사이든 몸으로 소통하는건 대화만큼이나 친숙하고 따스한 정서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당위가 끼어들면 상당히 무거워지지만 적어도 살아가면서 이건 좋은거 같아란 자신만의 기준은 있어야하지 않을까. 섹스에 있어선 아마도 나와 상대방의 취향을 맞춰가는 방식으로 나아갈 것 같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건 섹스 자체만큼이나 나의 몸과 나와의 관계, 여름 바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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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6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17 0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17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alei 2009-07-17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좋은 뻬빠에 추천이 꼴랑 5개 (그것도 OOO가 2개) 라니 알라딘 추천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이 분명하군요.

페니스축 오르가즘,음낭 오르가즘,회음부쪽 오르가즘,항문 오르가즘,귀두 오르가즘 이라니 세상은 좁으나 모르는건
너무나 많군요.

다락방 2009-07-17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자신감이 생겨요, Arch님. 세상에 섹스를 잘하는 사람은 없다. 잘 맞는 상대가 있을 뿐. 네, 그런거군요! 그렇다면 스스로 위축될 필요가 없는 거에요, 그치요?

하날리님 말씀처럼 모르는게 엄청 많네요. 저는 질 오르가즘과, 클리토리스 오르가즘밖에 몰랐어요. 아, 억울해요.

Arch 2009-07-17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날리님 전 황송한데요. 예상한 사태
1. 즐찾수 반토막
2. 수많은 문제제기 비밀댓글
3. 논쟁적인 먼댓글
4. 무반응
무반응이 아니고 좋다고까지 말씀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다락방님, 그럼요 그럼! 그렇다고 상대탓 하면서 자신의 느낌과 '기량 개발(응?)'에 소홀해지면 안 됩니다.

그리고 두분! 그 오르가즘 말이죠. 둘 사이를 어떻게 구분할 수 없는 여자의 오르가즘처럼 정말 남자는 어떻게 느낄까를 생각하다가 만든 아치 용어예요. 남성의 성적 기관+ 오르가즘. 두분이 모르시는 것도 아니고 억울할건 더더욱 없어요.

무척, 감사해요.

다락방 2009-07-17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저 책, 읽어보고 싶긴한데,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저로서는 휴..음..포장해서 가지고 다닐까..음... 암튼 보관함에는 넣어놓고 ㅋㅋ

Arch 2009-07-17 10:32   좋아요 1 | URL
푸~ 하나도 안 야해요. 제목만 저래요. 그리고 생각보다 사람들은 누군가 무슨 책을 읽는지에 대해서 관심이 없답니다. 혹시 아나요. 예쁜 사람이 다락방님의 과감함에 반할지도.

2009-07-17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17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19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alei 2009-07-17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질문 있오요.
"페니스축 오르가즘" 에서 '축'이 무엇인지 당체 알 수 없는데 답해 주실수 있나요?

Arch 2009-07-20 09:30   좋아요 1 | URL
페니스가 축 같아서 그냥 갖다 붙인 얘기라고 하면 당췌 알 수 없었던 맘이 좀 억울해질 것 같은데...
그래도 그게 사실이라.

머큐리 2009-07-18 1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인데 왜 즐찿수가 반토막 일까..혹 두배로 늘어야 하는데... 사실 여자 몸에 대해 잘 모르니까 뭐라고 말씀드릴게 없어서...ㅎㅎ 그나저나 저 책 제 아들놈 사춘기 오면 성교육 교재로 사용하려고 읽어본 책인데...건전하지요...성기그림도 검열당하고(남성건 그래도 여성건 많이 궁금했었던지라..)..에고 최근거는 좀 수정되었으려나...

Arch 2009-07-20 09:32   좋아요 1 | URL
예전 그대로라고 알고 있어요. 머큐리님 만나뵈어서 정말 반가웠어요. 저도 남자 몸을 잘 모르는걸요. 제 몸도 잘 모르고. 아들에게 좋은 책이 될거예요.

2009-07-21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1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 두가지 일을 한다. 아직 일주일밖에 안 됐지만 시간이 몸에 착 달라붙은 원피스마냥 쪼여지는게 느껴진다. 첫날은 피곤했고, 둘쨋날은 회의가 들었지만 셋째날부터는 재미있었다. 일하는게 재미있다기보다는 마약같은 '열심히 살고 있구나, 아치!'란 환각이 괜찮았달까. 안다. 열심히라기보다는 아빠 말씀대로 몸을 혹사시키는 미련한 짓을 하는 중이란걸.  
 알바가 아닌 직장을 잡아야겠다란 생각에 일을 구하는 동안 알바를 했다. 얼마되지 않아 직장을 잡게 됐고, 한달도 안 된 알바를 그만둘 수가 없어서 병행중이다. 잠정적이지만 둘 다 재미있어서 놓치고 싶지 않다. 잠이 부족하니 약간 힘이 없고, 틈만 나면 머리를 어디에 대려고해서 문제지만 아직은 견딜만하다.  

* 새로 다니는 직장은 시내에서 좀 떨어져있다. 아침이면 출근 한시간 전에 나가서 버스를 타고 교외로 나가야 한다. 어떤 날은 비가 왔고, 다른 날은 쨍쨍 해가 쏟아졌다. 별거 없는 서술이다. 날씨가 그렇다는건데. 하지만 희안하게도 서울에서 출퇴근할 때는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신경이 곤두서서 어쩔줄을 몰라했었다. 논이 있고, 나무가 더 눈에 많이 띄어서일까? 더운 날은 더운날대로 따사롭고, 비가 오면 비오는대로 촉촉하다. 이곳저곳 시골 마을을 돌아 제시간에 오는 버스조차 사랑스럽다. 이곳은 나무들마저 약간 무심한듯 무성하며 모른척 쑥쑥 자란다. 사육되듯이 좁은 땅에 틀어박혀 있는듯 없는듯 자라던 서울 나무들에게는 좀 미안한 일이지만. 

* 직장 사수. 내가 미친듯이 창을 바꿔가며 눈치껏 알라딘에 글을 쓰고 댓글을 달자 블로그가 있냐고 묻는다. 네네, 아니오. 흐리멍텅한 대답을 흘리고선 열심히 일하는척을 했다. 그는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부득불 내곁으로 와서 자신의 블로그를 열어보였다. 보는둥 마는둥, '나 일하는 중이거든요.' 숨소리 한 방울, 두 방울. 그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다시 블로그에 대한 설명을 하는 사이 듣는둥 마는둥. 아, 그러다 '관심받고 싶어요.'란 그의 속삭임이 귀를 간질였다. 내가 그랬듯이 그 역시 그러고 있었다. 그런데 어쩌나. 서로가 필요한 시점이 들어맞는 마술같은 시간은 온갖 잡무를 떠맡고 있는 사무실 여직원에게는 사치인걸.

* 버스. 내 앞에 두 분의 할아버지들이 앉아계셨다. 창밖 트럭에서 엄마 무릎에 앉은 꼬마가 보였다. 꼬마는 손을 들어 우리에게 흔들어보였다. 무기력해 보였던 두 할아버지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더니 아이를 향해서 느릿느릿 손을 흔들어주신다. 할아버지들이 웃는다. 김영하는 여행자 도쿄에서 핸드폰의 막강한 기능으로 도시에 풍경을 만들어준걸 꼽고 있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웃는 사람들의 표정은 도시의 온도를 다르게 한다고. 휴대폰과 동급이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겠지만 아이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통해 낯선 사람과 얘기를 나누고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어버리는 것이다.

* 혼자서 노래를 부르고, 시를 읽고, 히죽거리면서 뭘 할지를 생각하는 날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또 어떤 과잉인가. 난 밀려나지 않았어, 난 괜찮다고. 아무도 묻지 않고, 나조차 궁금하지 않은 색다를 것도 없는 생각과 행동을 보면서 본래 애인 몰래 바람피는 사람들이 더 애인에게 잘한다는 말이 떠오르고 말았다. 나는 그다지 만족하고 있지 않아서 감정을 목까지 끌어올려 '잘 지내고 있어!'라고 소리치는걸까? 안 들키기 위해 더 잘하는 바람여남처럼? 응? 

* 같이 일하는 방글라데시의 바달. 내 나이를 묻더니 바로 '누나'라고 해준다. 방글라데시아 총각이 발음하는 누나라는 말은 너무 달콤해서 가끔은 오토리버스로 설정해놓고 계속 들어보고 싶다. 바달은 한국어를 제법하지만 서로 이해가 안 될때는 영어를 쓰기도 한다. 영어 발음이 구리네 어쩌네란 생각이 얼마나 촌스러운건지 요즘 잘 느끼고 있다. 둥근 발음이 안 되는 바달과 R과 T가 어색한 나 사이는 웃음과 몸짓으로 넘기는 경우가 제대로 된 문장으로 말할때보다 많지만 서로 안다. 영어를 잘하고 싶은 마음보다 영어를 재미있어 한다는 것을. 그럼, 내 취미는 영어 공부라니까!  

* 사람들을 만나면서 기상예보보다 더 정확하게 맞추는게 있다. 이 사람이 혈액형을 말할 것인가, 아닌가. 잘 맞추지도 못하면서 나보고 무슨 형이라고 단정짓길래 아니라고 했더니 내가 이상해서 그렇단다. 그리고나선 다같이 짠 것처럼 자기 혈액형의 특징과 자신의 연애사에서 피했어야할 혈액형에 대해 얘기를 해준다. 듣고 싶지 않다고. 안 들을래. 소용없다. 이상한 혈액형, 소심한 혈액형, 무난한, 그리고...... 소용없다니까요. 난 이상한데 그 혈액형이 아니고, 난 그 혈액형이 아닌데 소심하다구요. 달콤 살벌한 연인의 박용우처럼 톡톡 쏘아붙이는 재미를 느끼기엔 난 너무 귀찮거나 무료한지도 모르겠다.  

 *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비를 맞았다. 펄럭이던 스커트가 몸에 착 달라붙고 뒤집어진 셔츠도 물로 무거워졌다. 구두엔 빗물이 스며들고, 머리속까지 하얗게 젖어들었다. 비를 맞는다. 비가 온다. 빗물을 몇방울쯤 먹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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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7-12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지치지는 않는지..
그래도 힘을 내고 있는듯해 보기 좋으네요.
금요일날 내가 만나면 힘날 것 사줄게요 ^^
(뭘 머그면 몸보신이 될까?)

Arch 2009-07-13 10:02   좋아요 0 | URL
알라딘질 할 힘만 남아도 페이퍼 쓴다.니까 아직 괜찮은 것 같아요. 휘모리님 고작 일주일이래두^^
금요일날 만남! 넷째주가 모임이라 어떻게 할까 상의하려고 했는데.
좋아요. 우리 맛난거 먹읍시다.^^ 히~

무해한모리군 2009-07-13 11:27   좋아요 0 | URL
오기 힘들면 취소해도 좋아요.
일이 이리바쁘니 금토 밤을 새는건 힘들겠다 ^^
그럼 파마에 성공한 라주미힌님과 데이트 하는거죠 뭐~

Arch 2009-07-13 12:08   좋아요 0 | URL
둘중에 하나를 선택해야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중이었어요. 지난번에도 모임 빠지고 해선.
일이, 그리 안 바빠요. 약간 핼쓱해진 것 정도? (티도 안 남.)
한번 가보고 싶었어요. 알라디너분들과는 간김에 만난다고 급만남이라도 제안해야겠어요. 히^^

그런데, 둘 데이트에 내가 껴서 진상 놓는거 아니죠?

무해한모리군 2009-07-13 15:42   좋아요 0 | URL
밤 12시에 부천에서 과연 급만남이 될까 ㅎㅎㅎ
표는 벌써 세장 예매해 놓았으니까
편안하게 생각해요.
힘들겠다 싶으면 전화만 주오,
일단 부천시민 머큐리님이 11시에 맛난걸 사주시기로 했어요 ^^
꽃미남과 데이트도 좋지만, 꽃미남 꽃미녀랑 같이 하는 데이트는 더 좋지않을까?

다락방 2009-07-13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래도 직장내의 부러운 풍경인건 말이죠, 누군가 나 블로그해, 너도 하니? 라고 묻는거에요.
세상에, 제가 있는 곳은 아무도 블로그를 안해요. 한명, 예쁜 직원이 있는데, 게다가 얘기를 할때마다 그 예쁜 감정이 마구 차올라서 이녀석이 하는 블로그라면 즐겨찾기 해줄수도 있다, 라고 생각했는데 물어보니 안한대요. 블로그는 귀찮다나요. 블로그를 한다면 더 친해질 자신이 있는데 아, 너무 아쉬워요. 그러니 제 블로그를 생뚱맞게 알려주기도 좀 뭣하잖아요. 나는 해, 나는 하니까 여기와서 놀아, 라고 말하기도 어째 뻘쭘. 그래도 슬쩍 알려줬는데 그다지 관심 있어 하지 않아요. 사람은 모름지기 자기가 하고 있는거, 관심 있는거에 관심을 보이니, 내가 블로그 있다니까, 하고 아무리 소리친들 관심 없으면 뭐 시큰둥 하는거죠.

Arch님, 힘 조금만 남아도 페이퍼 쓰는거 계속 해줘요. 이렇게 일기같이 좌르륵 내뱉는 페이퍼 말예요. 읽다 보면 저도 무언가 생각하고 떠오르고 그러잖아요. 아, 그 예쁜 직원은 왜 대체 블로그를 안하는걸까요? 대체 왜? ㅜㅜ

Arch 2009-07-13 12:09   좋아요 0 | URL
아 진짜? 일기같이 좌르르 쓰느라 정작 일기는 못쓰고 있어요. 저도 무척 즐거운걸요! 그 예쁜 직원은 그냥 예쁘기만 한게 아닐까요? 다락방님은 예쁘고 블로그를 하지만. 막 갖다붙인 티가 좀 나죠?
 

 저러면 왜 사귀나 싶은, 내가 아주 오래 전, 안달복달하며 이어보려고 했던 관계. 

남탓도 내탓도 누가 더 하자인지 우길 이유도 필요도 없다. 

- 니가 하는게 뭐 그렇지. 

 꽤 진실된 표정으로 이런 말을 건네는 남자는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정말 못생겼다. 아마 난 속으로 주제넘게 저런 말을 잘도 하는구나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웃을 때 주름이 자글자글해져서 이쁘네.'란 말에 시큰둥해지다가 다른 말들에 금세 웃어버리고, '너같은 애를 어디서 찾니'란 소리에 다시 샐쭉해서 입이 댓발로 나온 그녀, 그 여자. 우린 살아온 날도 달랐지만 어렴풋이 서로의 공통점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의 그녀와 예전의 나는 모두, 봄햇살처럼 빛나는 순간을 잊지 못하는거다. 그래서 이게 아닌줄 뻔히 알면서도 미련하게 버티고 있는거다.

 잘 이용하지 않던 메일 계정에서 옛날에 만나던 친구의 편지를 발견했다. 손, 외투, 바닷가, 그리고 따뜻하게, 따뜻하게. 잊고 있거나 잃어버린게 아닌데 자꾸 그 말 하나하나에서 아련한 감흥이 감지됐다. 생각날 때마다 그 사람과의 연애를 반성하고, 다시는 연애에 들어선다고해서 맘을 놓지 말자고, 남자와 여자가 생각하는 연애관은 하늘과 땅처럼 넓으니까 좀 더 여우처럼 굴자 등등 반성의 가짓수는 많아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좀 맹할 정도로 다시 어딘가로 뛰어들 생각에 문득 문득 설레곤 한다. 설레임 중독 내지는 연애 돌입 전 증후군. 

 제목 때문에 내게는 별로 눈에 안 띄었던 '사랑도 흥정이 되나요.'라는 영화. 굳이 왜 이 영화에 출연했을까 싶게 겉도는 모니카 벨루치와 머리숱이 얼마 없는데도 꽤 섹시했던 남자배우가 나왔는데 그들 각각의 사정과 별개로 영화는 감독이 '몰라 몰라'라고 머리를 감싸며 찍었을게 분명할 정도로 막 만든티가 확연했다. 그렇지만 영화에서 잊혀지지 않는 대사가 있었으니, 

 남자 주인공의 친구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유방암에 걸렸다는 얘기를  하는 부분이었다. 여자는 가슴을 절제해야하지만 살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그럴 수는 없다라며 이렇게 말한다. 

- 언제 사랑에 빠질지 모르는데 그건 너무 가혹하잖아.(정확하진 않은거 같다. 아치가 그렇지 뭐.)

  사랑, 연애는 여자의 속성인가? 나는 왜 그토록 설레임과 자기연민에 번번히 빠지는가. 친구는 남자들도 연애 문제로 고민하지만 창피해서 겉으로 드러내놓지 않는다고 했고, 나 역시 빈번한 멤버 체인지와 여자다운 속성이라 일컬어지는 연애 문제에서 비껴나고 싶어 가까운 친구조차에게도 연애 고민을 토로하지 못했다. 그런데 글을 쓰거나 가만히 뭔가를 생각하고 있을때면 틀림없이 섹스든 연애든 사람 사이 관계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연애만은 아니었다. 나는 사람으로부터 에너지를 얻고, 사람에게서 행복을 찾으며 마찬가지의 이유로 비통해한다. 사람 때문에 자지러지듯이 웃어제끼고, 펑펑 울어대고, 자책하고, 원망하고, 갈망하고, 배척한다. 온갖 감정들 사이에서 내가 아는 사람들이 자리해 있다. 연애뿐만은 아니었다. 연애가 좀 더 직접적이고 적나라한 방식으로 맺어진 관계였을 뿐이다. 이름 붙여지지 않은 사이와 조목조목 이름이 붙은 관계들 사이에도 분명히 내가 간과하거나 더 집중했을 감정의 웅덩이가 있을 것이다.  

 그럼,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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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6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버젓이 카메라 앞에서 사람을 치는 전경. 그는 이미 시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한명의 충직한 하인일 뿐이다. 제목은 뉴스에서 브리핑을 하는 고위 경찰 관계자에게 가한 전경을 문책한다는 내용을 접한 아빠가 단박에 내뱉은 말씀이다. 물론 지들 앞에는 빠르고 강력한 욕이 배치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이메일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들춰본다는데 블로그야 오죽하겠냐싶어 따로 욕은 적지 않는다. 물론 국민들이 알고 싶을 정도로 아치가 유명한건 아니라 배포 문제로 비화되겠지만.

 아빤 이명박 얘기를 하면서 불우했던 환경과 자수성가했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그만큼 서민의 입장을 이해하지 않겠냐는 말을 하신적이 있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고 크게 나빠질건 없다고 생각하셨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 나이 드신 분들, 이명박을 찍었던 사람들까지 모두 광장으로 나오고 있다. 이렇게까지 할줄 몰랐다는거다. 정치적 무관심과 공부하지 않는 자신을 탓하기 보다는 아주 뜬금없이 이런 일이 일어난 것처럼 격분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냉소적으로 관망하고 싶지는 않다. 대체 우리는 왜 이명박을 찍었을까. 

 우리 안의 리틀 이명박론을 얘기한 김현진의 말처럼 사실 알게 모르게 나는 아니라고 하지만 이명박의 성공 신화는 나 자신의 속물적인 취향을 건드린 지점이 분명히 있었다. 조갑제보다 강준만이 더 나쁠 수 있다는 주장을 한 김규항의 말처럼 알량한 계급적 지표의 우위에 자족했는지도 모른다. 어려운 사람들은 나와 별개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고, 난 그렇게까지 죽을 정도는 아니란, 나도 마찬가지로 '곧 성공'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 희망을 유예시키면 드러나는건 바닥인데도 사람들은, 그리고 나는 세부적인 목록만 허무맹랑하게 갈아치웠다. 

 조금만 제대로 봤어도 쭉정이는 골라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사람이 뭘 강하게 원하고 있는지, 이 사람의 과거가 아니라 지금 이 사람을 구성하는 것에 좀 더 눈을 붙여두었을지도. 혹은 꾸준히 민주주의와 역사를 공부해왔다면 우린 좀 더 달라졌을까. 이제서라도 광장으로 나오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응원해주고 싶다가도 여전히 이슈에만 목메는 것 같아 망설여지기도 한다.  

 당분간 극장에 가지 않을거다. 가더라도 영화가 막 시작할 때 들어갈 생각이다. 4대강 정비 사업 홍보물을 내 돈 주고 봐야한다는 것까지는 정녕 아이러니다. 부족한 세수는 만만한 사람들로부터 보충하고 국민건강보다는 돈벌이를 위해 담뱃값을 인상하고, 역시 마찬가지의 국민건강, 의료산업을 위해 시시각각 의료민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정부. 너네 어떻게 할래, 나중에 어떻게 다 책임지려고. 자꾸 무슨 왕처럼 과문한 신하들이 자신의 맘을 못알아준다고 투정부리는 것도 아니고. 

 울일도 싸울 일도, 화내고 미치도록 짜증날 일도 많아질 것이다. 그럴때일수록 맘을 단단히 먹어야한다. 우리, 쉬운거였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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