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은 방귀-

 
자전거를 타면서 가장 견디기 힘든건 자전거 방향과 반대로 불어오는 바람이나 페달 구르기 몇 번에도 바닥나는 체력이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경적과 보란 듯이 아슬아슬하게 나를 스쳐지나가는 자동차들의 움직임은 자전거를 타는 매순간을 위태롭게 한다. 초보 운전을 할 때는 늦게 간다고, 빨리 간다고, 끼어든다고 미친 듯이 경적을 울려대는 주위 자동차 꼴을 보기 싫어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다녔다. 자전거로도 같은 방법을 쓸 수 있지만 자전거를 타면서 음악을 듣는데는 한계가 있다.
 
경적 소리가 식은 방귀처럼 푸힉~하고 나오면 어떨까. 이곳 저곳에서 픽픽 소리가 나서 듣는 사람은 피식 웃고, 운전자들은 핸들에 분풀이를 할 수도 있고 괜찮을 것 같은데. 운전하는 사람들이 경적을 위급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쓰인다기보다는 습관적으로 눌러대길래 한번 해본 생각. 특허낼까?

*
휘파람 -

 
버스를 기다리면서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멜로디를 넣어서 다시 불었다. ~ 꽤 잘하는데. 음 변화가 많은 곡이 아니면 휘파람으로도 불러볼 수 있다. ~
 
집에 가서 아빠한테 불어드렸더니 텔레비전 볼 때만 와서 방해한다며 때릴려고 했고, 엄마는 뱀 나온다고 그만 불라고 했다. 그런데 어째, 휘파람 재능을 이제서야 알았는걸. 열심히, 휘 불어보는거지. 내 다정한 친구는 자긴 휘파람 부를줄 모르지만, 그렇게 자꾸 부르면 폐에서 바람이 다 빠질지 모르고(과학이랑은 상관없는 대화)힘드니까 그만 불라고 하고 옥찌들은 따라해보다가 안 된다며 성질을 냈다. (누구 닮았군, 닮았어) 그래도 어떡해. 무척 잘 부르는걸.

*
아치야, 아치야 부르는 -
 
 
최근에서야 서로 오해를 풀고 친해진 누구씨가 자꾸 나를 부른다. 가서 보면 별 것도 아니다. 옥찌 사진을 찍었는데 보라는 둥, 뭐 먹을게 없냐는 둥, 나는 세상에서 가장 독하지만 금세 잊어버릴만한 갈굼 목록을 제깍제깍 생각해내서 누구씨에게 얘기해준다. 누구씨는 이거, 이거 아치를 괜히 불렀네란 표정을 지은 후 갑자기 급일 모드로 돌변한다. 하지만 얼마 안 돼 다시, 아치야 하고 부르는 소리.

*
아삭 아삭 -

 
고모네가 몇주 전에 빻은 고춧가루로 김치를 담궜다. 고추가 별로 맵지 않아 김치가 썩 맛있진 않지만 겉절이를 씹을 때 나는 소리가 좋다. 김장의 계절이 다가왔다. 일년 전 이맘 때 허리 끊어지도록 배추를 날랐던 기억이 떠오른다. 괜찮을까, 누군가를 섭외해야하는게 아닐까, 딱 이틀만 뿅~ 사라졌음 좋겠다.

*
문자 오는 -

 
요즘 가장 많이 오는 문자는 친구들이 안부를 물어오는 문자나 모임 등등의 공지 내용이 아니다. 내용도 다양하고, 스팸 문구를 이리저리 비켜가 걸러지지 않는 스팸 문자. 대출이나 싸다란 말은 들어가지 않는다. 고급스럽게 저금리라던가 상세하지만 윤곽 잡히지 않는 이율에 대해서 쓴다. 꾹꾹 누르고 꼭꼭 싸맨 문자 한통 오는 소리를 듣고 싶다.

*
삐걱삐걱 -
 
 
오랫동안 의자에 앉아 뭔가를 치거나 정리되지 않은 책상에서 간신하게 찾아낸 손바닥만한공간에서 투닥거리고 있으면 의자에서 나는 소리. 이리저리 몸을 비틀고, 의자를 놓고 다리를 펴고, 그래도 머릿 속처럼 뻐걱뻐걱. 묵직하고 점잖은 의자가 있었음 좋겠다. 다리를 촐랑거리며 흔들어도 기지개를 펴도 가만히 나를 받쳐주는 의자. 갑자기, 사람 의자가 생각났다. 하악하악

*
겨울이 오는 -

 
바람이 차갑다. 콧물이 질질 새고, 손끝이 꽁꽁 얼어버릴 것 같다. 이 겨울에 먼 곳에서 손님이 오듯, 내게 무척 다정하고 소중한 사람이 왔다. 겨울이 오는 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자, 내 주위를 서성이는 따뜻한 온기가 와락 달려든다. 꼭 끌어안고 놓지 않을테다.

겨울 포옹은 따뜻해요, 그럼 여름에 포옹하면 땀띠가 날까요, 안 날까요. (멋진 댓글을 달아주는 분께 책을 보내드려요. 겨울맞이 이벤트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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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1-17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에 포옹하면 땀띠는 안나지만 겨드랑이 냄새가 간혹 나요. (음, 이건 멋진 댓글이 아니라 냄새 나는 댓글이구나. orz)

Arch 2009-11-17 12:30   좋아요 0 | URL
못살아~ 푸^^

현재까지 일등이에요!

2009-11-17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7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7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7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7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7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8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9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22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22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 페이퍼 주력형 알라디너

 나다. 리뷰를 써야겠다고 생각해서, 책을 읽으면서 책 귀퉁이를 접는다, 메모를 한다 난리를 치면서도 정작 리뷰에는 뭐가 정말 정말 좋았어요가 다인 나같은 알라디너를 일컫는 말.
 몇가지 특징 :
 - 잘 쓴 리뷰에 즐찾수 늘어나는건 시간 문제라는 것도 알고 있고, 같은 책을 읽은 다른 알라디너들과 나눌 얘기도 무척 많다는 것도 정말 잘 알고 있는데 페이퍼밖에 못쓴다.
- 페이퍼의 질도 점점 떨어져서 이젠 짤막하게 여러가지를 써놓고선 페이퍼 하나 썼다고 자족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고 있다.
- 책 읽기를 좋아한다는건 책 읽는 포즈가 그나마 내 특징 중에 제일 나아선게 아닐까 가끔씩 고민하기도 함.
- '이주의 리뷰'에 뽑히면 아마 '페이퍼 따위는' 이라며 콧방귀를 뀔거라고 호언장담하지만, 애석하게도 리뷰 자체를 쓰지 않는다.
--> 내가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열심히 하면 일등할거야! 어째 비슷하다.


*  뿅갈만한 로맨틱 코미디

  J씨는 동화같고, 멜랑콜리한 영화를 좋아한다. J씨가 추천한 말랑말랑하고 예쁘기만한 영화들은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J씨 따라 로맨틱 코미디계에 발을 들여놓자, 영화에서 내가 미처 상상할 수 없었던 달콤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내 남자는 바람둥이: 작명이 뷁이지만, 사랑 영화를 통해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모두 들어있다. 첫눈에 반하고, 도드라지는 차이와 반복되는 오해, 그럼에도 다시 상대방을 바라보려는 마음까지.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과도 같은 흐름에서 독특한 면이 있다. 영화 제목에서처럼 바로 바람둥이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바람둥이(세상에, 알렉 볼드윈이라니)는 타이트한 슈트와 끝내주는 미소를 갖고 여자 홀리기에 혈안이 된 양반이 아니다. 기가 막히게 성감대를 찾아내는 섹스 신동도 아니며 요란한 스킬을 가지고 정서불안 증세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이름만 바람둥이도 아니다. 나이와 유머와 여유가 있는 남자. 이 남자가 보여주는 센스있는 유머와 '딱 그 지점'의 혹할만한 눈치는 보통이 아니다. 속셈 훤한 스킬이 아니라 삶의 연륜은 지혜란 날개를 달고 사사로움까지 챙기는 알뜰함을 보여준다.
 남자 주인공만 매력적인건 아니다. DVD 커버에서 밝게 웃는 여자 주인공의 직업은 편집자. 편집의 세계에 대해서야 문외한이지만, 몇개의 챕터로 나뉜 영화뿐 아니라 교정부호와 책에 대한 이야기는 얼마나 센스있는지. 같이 본 친구에게 계속 '아아, 어떻게, 어떻게. 저럼, 아아' 란 소리로 앓아가며 영화를 봤다. 나중에 영화를 다 본 후에 친구는 내 몸을 확인하며 정상인지 계속 물어봤다. 둔한 사람 같으니!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책은 좀 웃겼다. 다 읽은건 아니지만, 무슨무슨 사례를 쭉 늘어놓은 다음에, '알겠어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답니다'를 반복하는게 무슨 세뇌같달까. 책이 영화로 나온다고 할 때도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유명 배우들을 모아놓고 삽질 퍼레이드를 할게 분명했으니까. 누군가의 글에서 이 영화가 괜찮다는 말을 듣지 않았다면 굳이 찾아보지 않았을뻔한 영화였다.
 이 영화, 눈 속에 발이 푹푹 빠져서 귀찮고 싫은데 자꾸 눈길을 걷고 싶은 것처럼 앞으로도 로맨틱 코미디의 매력에서 헤어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여자는 남자에게 정서적인 교감을 바라고, 남자는 섹스를 바라는 이분법과 '그' 주도형의 제목도 맘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일부에 불과했다. 이름만 들어도 탐이 나는 배우들이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과정이 의욕적으로 진열되지 않고 꽤 자연스럽게 배치된데다 그들이 연기하는 '사랑에 빠진 누군가'는 어느 날의 나와 무척 비슷해서 어찌나 그래, 그래 싶던지. 연애의 팁보다는 맞아, 저랬던 때가 있었어, 언제더라, 아삼아삼한 기억들의 재생버튼 같은 영화(어째 좀 씁쓸하구만.)
 이별할 때 비겁해지는 남자에게 여자들은 이런 얘기를 들려준다.
 '남자들이 이별할 때 하는 거짓말 중에 제일 센건,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거야. 쳇! 그럼 자기가 같이 하면 되잖아.' 맞아, 맞아. 아삼아삼하다.

* 읽고 싶은 책과 읽는 책
 
  전통주- 예전에 박물관 컨텐츠 조사를 하러 다니면서 우리 조상들의 생활 코너에서 소줏고리를 본적이 있다. 그때 난 생활의 지혜 운운하는 상투적인 말은 떠올리고 싶지 않다며 저항했는데도 불구하고, 정말이지 그 작은 도구의 간단하면서 과학적인 면을 보고선 지혜, 우리 조상-내게 어떤 조상이 있는지도 모르는 주제에- 등등의 문구를 떠올리며 황홀해했다. 내가 술을 담그는 일은 요원하겠지만, 꼭 읽어보고 싶다. 책 읽다 취하면 은근슬쩍 페이퍼를 쓰며 술 담근다고 설레발을 칠지 모를 일이다. 자매품으로 우리술 빚기, 지구촌 술 문화, 술, 멋, 맛이 있다.

  사라진 내일- 난 쓰레기의 행방이 궁금했다. 하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이 책을 몇페이지 안 읽었는데 벌써부터 신이 난다. 저자는 뭘 해야하고,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도의적인 책임을 추궁하는게 아니라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알려줄 뿐이다. 제대로 알려주는건 '해야한다'보다 효과적이다.

  그저 좋은 사람- 뭔가를 읽고 싶을 때 누군가의 서재나 책소개 책자를 놓고 책을 고르는 것처럼 신나는 일이 있을까. 물론 도서관과 서점을 기웃거리며 읽고 싶은 책을 골라내고, 관심있는 작가의 신작 소식을 메모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가슴이 뛰는 일이다. 이번엔 문학 MD님의 서재였다. 이 책 말고도 닉 혼비<어바웃 어 보이,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란 영화는 봤는데, 마이클 셰이본, 요네 하리마리와 궁합이 맞는지 보고 싶다. '그저 좋은 사람'에 엊힌 화려한 수사는 잠시 내려놓고 천천히 이 책을 읽고 있다. 재미있으면 좋겠는걸.


  당신과 눈 뜨는 아침- 어떨까, 난 로맨스 소설을 로맨틱 코미디처럼 달콤하게 읽어나갈 수 있을까. D님이 뿅갈만한 간식거리와 함께 보내준 책.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주인공들이 낯설지만 왜 헤어졌는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아, 책보다 더 간질거리는 리뷰를 쓰고 싶다. D님이 캬악!~ 아치! 이러길 기대하며? ^^

  이기적 유전자- 이번달 독서 모임에 선정된 책. 에휴, 안 읽힌다. 그러니까 모든게 유전자 때문이라는 리처드 도킨슨의 얘기는 알겠는데, 자꾸 그래서 어쩌라구란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한다. 에휴, 딱딱한 책 체질이 아닌거야? 미사리(불륜의 메카)는 괜찮대잖아. 남들이 혁신적인 책이라고 했다고. 그런데도 에휴. 에효, 음가를 달리하는 한숨 소리만. 다 읽을 수,는, 있을까?






* 친구들이 왔다.

 친구들이 와서 동동주도 먹고, 옥찌들이랑 아치랑 놀아줬다. 시간이 별로 없었고, 지난번 이벤트랑 마찬가지로 준비가 안 돼 있었으며 춥기까지 했다. 마음 게이지란게 있어서 사람들의 맘 상태를 원할 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꾸 괜찮다고, 좋다고 하는 너무 착한 친구들에게 몹쓸 여행을 권한게 아니었을까라며 심각하게 고민하면서도 다음엔 어떤 이벤트를 할까 궁리중인 소심하면서도 일 만들기쟁이인 아치.

  

 난 동동주 마니아, 조껍데기술이 제일 좋아.
지난번에 이어서, 종아리아치. 종달새 아치의 자매격?

야호! 웬디양님 따라서 TTB 광고를 한다. 나는야, 따라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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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11-15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로서 세명째. 나 뒷북쳐놓고나서도 어쩐지 좀 트렌드세터가 된 기분 ㅋㅋㅋㅋㅋ (실은 페이퍼주력형 알라디너라고해서 내이름이 있지않을까 했어요- ㅋㅋㅋ 그런데 엉뚱한데서 등장한 웬디씨 ㅋㅋㅋㅋㅋㅋ) 그러고보니 저는 40자평 주력형 알라디너이지요 흐흐.

Arch 2009-11-15 23:26   좋아요 0 | URL
ㅋㅋ 난무 댓글 좋습니다, 그려(옥찌 말투 흉내낸거에요.)
아니, 책들이 옆에 있는 서재는 많이 봤는데 뭔줄 알아야죠. 꼭 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오호, 그런데 웬디양님이 했다고 하니까, 왠지 나도 하고 싶어지는거 있죠. 40자평 주력형 알라디너로 페이퍼 하나 써줘요. 페이퍼 주력형 알라디너님^^

나무처럼 2009-11-16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의 질도 점점 떨어져서 이젠 짤막하게 여러가지를 써놓고선 페이퍼 하나 썼다고 자족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고 있다."
제 이야기 같아서 화들짝... 페이퍼라도 주력해야 할 알라디너가 아닌가 반성 중...

Arch 2009-11-16 10:19   좋아요 0 | URL
다들 자신의 얘기인줄 알고 깜짝들 놀라시는군요. 호~
나무처럼님은 페이퍼에 주력해도 나무처럼하면 문제없다할 정도로 멋진걸요!

2009-11-16 0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6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6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6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turnleft 2009-11-16 0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처럼 잠수 주력형 알라디너도 있습니다;;

Arch 2009-11-16 10:25   좋아요 0 | URL
끄덕끄덕^^

다락방 2009-11-16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맨 마지막 사진 완전 예술이에요, Arch 님. 사진 진짜 좋다. 그러니까 색감이나 구도나 이런걸 잘 모르지만서도 완전 요즘 나오는 사진만 가득한 책 저리가라에요. 와- 눈물나게 멋지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나저나 저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완전 밑줄 그으면서 낄낄대고 읽었어요. ㅎㅎ 너무 재미있어서 친구에게 선물도 했다능 ㅋㅋ
저 저영화 되게 보고 싶었어요. 저거 알렉 볼드윈 나오는거죠? 『내남자는 바람둥이』말예요. 검색해보고 디비디 안비싸면 사야겠다. 저거 보고 싶어서 친구랑 보자 이랬었는데 친구가 뒤져보니 천안에서만 개봉했대요. 제목처럼 상영관도 뷁 스러워서 이거야 원 ㅠ.ㅠ 암튼, 페이퍼 반가워요! :)

비로그인 2009-11-16 09:14   좋아요 0 | URL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그 책을 친구에게 선물했다가 친구의 남자친구로부터 무척이나 미움을 받았더랬습니다. 흑

Arch 2009-11-16 10:2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저건 친구가 아치에게 사진을 알려준다며 찍어준거에요. 난 막 그 친구 다락방님에게 소개해주면 눈물나게 멋진 느낌이 들까란 생각을 해보고^^
전 책보다 영화가 더 좋았어요.
나도, 그 멋진 바람둥이가 알렉 볼드윈인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어쩜, 어쩜! 어쩐지 멋있더라. 멋있는 사람은 나이도 염색도 명성도 다 필요없이, 그냥, 멋진거라니까요!

나도나도, 반가워요^^

쥬드님, 끄덕끄덕

비로그인 2009-11-16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보고 난가? 하면서 들어왔지요. 에헤헤헤
그저 좋은 사람, 참 좋아요.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제가 주력하는 문체에서도 훌륭했습니다.

Arch 2009-11-16 10:28   좋아요 0 | URL
찔리는 알라디너가 많은데요? ^^ 쥬드님은 리뷰도 잘 쓰면서 치치~
으흠! 맞아요. 그저 좋은 사람의 문체는 단순명료하면서 뭘 말하고 싶은지 다 들어있어요.

비로그인 2009-11-16 19:39   좋아요 0 | URL
제가 리뷰를 쓴 지가 어언......(먼 산)

Forgettable. 2009-11-16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술 만들고 싶다!! 만약 조만간 비자 일이 잘 풀려 일을 그만두게 된다면 노는 동안 술빚어야겠어요.
미사리 ㅎㅎㅎ

난 이사하느라 죽는줄 알았어요. 내가 없었다면 아마 무지막지하게 원망을 들었을 것 같아요;; ㅋㅋ

Arch 2009-11-16 10:31   좋아요 0 | URL
난 뽀가 빚은 술 한잔 먹고, 뽀에게 뿅갈만한 질문을 하고 싶다.^^ 그런 질문은 있잖아요. 옷 앞섶을 풀어헤치며 자꾸 날 보여주고 싶게 해요.

맞아요. 이사가 보통일이 아니에요. 뽀가 향후 가족들에게 제명되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도록 내가 눈물을 머금고 뽀를 보낸거란거 기억해야해요. ^^

2009-11-16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6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6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7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9-11-19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전통주의 장인입니다.ㅎㅎ
매실이든 살구든 잘 씻어서 유리병에 넣고
소주만 부어주면 되더라고요.=3=3=3

오랜만에 마실 왔습니다.
조껍데기 한잔 내놓으시라요.^^


Arch 2009-11-20 08:55   좋아요 0 | URL
그건 담금주가 아닌가요? 마찬가지인가. ^^ 누룩 빚어서 만드는 술을 먹고 싶어요.ㅋ
조껍데기술 꼭~ 같이 먹고 싶어요.
 

* 쌈치기
 프로그램 저작권 문제로 컴퓨터 사용이 금지된 지난 며칠. 회사 직원들은 금단 초기 증상을 호소하듯 두리번거리고, 초조해했다. 그러다 안 되겠는지 갖가지 놀이들을 개발해냈는데 그 중 하나가 쌈치기였다.
 벽면에 동전을 던져서 어떻게 어떻게 하는거라는데 -게임 규칙은 어렵다.- 한번 팅하고 동전 튕기는 소리가 날 때마다 환호성과 야유가 교차하는 뭐 그런 놀이인 것이다. 난 쭈구려 앉으면 다리가 아파서 안 하겠다고 하고선 그들 주위를 서성였다. Ch가 그 모습을 보더니,

- 아치야, 내가 돈 따서 과자 사줄게.
한다. 그래서 내가
-
그럴거면 차라리 집을 사줘.
라고 했더니 자기는 현실적인 사람이라 지킬 수 있는 얘기만 한다나 뭐라나.

그렇게 말하는 Ch가 무척 사랑스러웠다.

 

* 김연수님께 질문
(
문학 MD님이 작성한 페이퍼다. http://blog.aladin.co.kr/bbs/3157109 )
 

알라딘 : 알라디너 Arch 님은 지금 <밤의 노래한다>를 읽고 계신데, 이정희나 여옥처럼 날 것 그대로 생생하고 멋지고 건강한 여성 캐릭터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혹시 작가님의 여성관...이나 여성 화자를 떠올릴 때 염두에 두고 계신 게 있는지 물어보셨습니다.

김연수 : 여성관... (웃음) 제 소설의 남자들은 여성 화자에 의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인물들이에요. 어떤 여성을 사랑하지 않았으면 하지 않았을 일을,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여성 화자가 좀 멋지고 세요. 한 남자가 사건에 휘말리게 해야 하고, 한 남자의 인생을 바꿔야 하니까. (웃음) 장편 같은 경우는 훨씬 더 큰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센 캐릭터가 나오게 되는 것이고요. 소설적 필요에 의해 이런 인물들이 만들어지는 것인데, 주변에 보여주면 여자분 들은 이런 게 어디 있냐, 이렇게 멋질 수가 있느냐고 하시더라고요. 기억할 만한 지나침에 등장하는 여고생 캐릭터는, 말 그대로 연구처럼 작정하고 쓴 것이죠. 소녀에 대해 쓰고 싶었거든요. 근데 이 역시, 주변 여성분들은 동의하시지 않더라고요. 여고생이 이렇게 멋질 리가 없다고. (웃음) 

알라딘 : 다시 Arch 님의 질문입니다. Arch 님 은 <청춘의 문장들>이나 <여행할 권리>를 좋게 읽으셨다고 하는데요. 두 편의 장편 소설을 구상 중이란 얘기를 다큐멘터리 [할매꽃] 시사회에서 들었다고 하시면서, 다른 장르의 책을 출간할 계획이 없냐고 하셨어요.

김연수 : 저는 긴 에세이를 쓰고 싶어요. 수전 손택 같은 글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요. 수전 손택, 낸 골딘, 메리 올리버... 다 제가 사랑하는 여인들이죠. (웃음)


*
한달에 한번, 모임 날짜를 정한다는 핑계로 사람들에게 전화를 한다. 누구는 당황하고, 누군 반가워하고, 다른 누군 부러 전화하는거면 귀찮은거 아니냐고 묻는다. 처음엔 더딘 의사결정 과정이 답답해서 하기 시작한 전화였다. 강제나 의무가 수반되는게 아니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전화였다. 그러다보니 전화를 하면서 두런두런 얘기하는 재미가 적지 않다. 추운 날엔 추운대로 좋고, 더운 날엔 더운대로 분명 좋은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


*
아침에 지각을 했다. 늦을지도 모른다에서 늦어버린걸 안 순간, 맘이 좀 편해졌다. 바람은 좀 찼지만 정거장에 앉아 책을 읽을만큼 춥진 않았다. 난 여전히 강준만 선생님 책을 읽고 있다. 2페이지만 읽으면 끝이다. 한권 읽기가 이렇게 어려울줄이야. 이 책의 리뷰를 쓴다면 좋은 평점을 줄 수는 없을 것 같지만, 난 여전히 내가 강준만 선생님과 같은 시대에 살고, 그가 쓴 따끈따끈한 글들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
얼마 전, 하얀으로 시작하는 두 분의 알라디너를 그야말로 발견했다. 호들갑을 떨고 싶지 않지만, 두분의 총총 빛나는 예전과 지금 글을 보는건 정말 즐겁다. , 이 넓은 알라딘 마을엔 얼마나 많은 숨은 알라디너가 있을까. 분명히 다른 포탈이나 블로그 전문 사이트도 있는데 난 유독 알라딘이 좋다. 한동안 다른 곳으로 떠보려고 색다른 컨셉(이를 테면 주접 안 떠는 컨셉? ~) 을 잡고 어수선을 피웠지만, 내가 있을 곳은 여기뿐이란 생각이 들고야 말았다.

 


*
급한 불을 껐다. 어거지 바가지인 누구누구 주문을 어거지로 맞춰서 어쨌든 일을 끝냈다. 다른 모든 일을 보류하고 한가롭게 페이퍼를 쓴다. , 달콤해라.

 아, 방금 위풍당당하게 들어온 Ch는 쌈치기에서 이겼다며, 과자 따위 문제없다는 얘기를 전했다. 역시! 이 친구, 메신저 친구맺기를 하자길래, 우리가 친구냐고 반문했더니, 먹을걸 주면 친구란다.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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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10-29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잇힝 나와의 대화가 그렇게도 재미졌나요? *^^*
오늘 어째 2개째나 김연수 관련 페이퍼를 보게 되네요. 다른 분은 김연수 낭독회에 다녀왔대요.
부러워요? (내가 다녀온 것도 아니면서;; )

Arch 2009-10-29 17:33   좋아요 0 | URL
노코멘트. ㅋㅋ 네, 알스님 페이퍼 봤어요^^ 전 낭독회는 별로에요. 내가 잘 아는 누군가가 책을 읽어주는게 더 좋아요.

Forgettable. 2009-10-29 17:41   좋아요 0 | URL
난 누군가가 내게 책 읽어준 적 단 한번도 없는데. ㅠㅠ
엄마가 읽어줬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기억엔 없어요.

아! 슬프다.

Arch 2009-10-29 17:48   좋아요 0 | URL
전 옥찌가 읽어줘요. 지민인 자기가 상상해서 읽어주기도 하고. 제가 담에 읽어줄게요.

2009-10-29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9-11-02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하얀으로 시작하는뎅...ㅋㅋㅋ
자수합니당...

Arch 2009-11-02 11:44   좋아요 0 | URL
아~ 광명을 드리죠!

무해한모리군 2009-11-03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저 인터뷰에 아치님 이름이 줄줄히 등장해서 보고 웃었잖아 ㅎㅎㅎ

Arch 2009-11-04 09:56   좋아요 0 | URL
^^
 

 

뭐 고치라고, 뭐 고치라고 하는 것까지는 그런가보다 했다.

뭐가 맘에 안 들어서 그런가보지 했다.

그런데 지가 고치라고 해놓은데를 고쳤더니 다시 전으로 가는게 좋겠다고 하는데서 확 꼬라지가 나버렸다.

내가 혼자 고치는 것도 아니고 업체에 의뢰해서 수정을 부탁하는건데,

벌써 몇번째 전화를 하고 메일을 보내는지 모르겠다.

내가 무능해서인가, 요새 서재질도 자제하고 열심히 일하는 내가, 내가 문젠가?

(누가 맞다고 할까봐 독백처럼 처리한다.)

꼬라지가 나서 씩씩대다 다시 업체에 전화를 하려고 하는데,

이모 화날 때는 심호흡 해란 옥찌들 말이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성질내는 대신 그 양반이 뭐 찾길래 모른척 했다.

, 계속 못찾길래 선심쓰는 듯 찾아주기도 했다.

J씨가 출장가서 그래. 같이 궁시렁대기라도 해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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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09-10-27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사][방언]
1 ‘꼬락서니’의 방언(경기, 경상, 전남, 충청).
2 ‘성깔’의 방언(전남).

꼬라지를 1번 의미로만 알고 아치님을 비난하려고 했음을 고백합니다. 사과드릴게요. 무식의 소치였어요.

앗, 근데 아치님 전남사세요? (알면서 괜히 묻는다.) ㅎㅎ

Arch 2009-10-27 11:41   좋아요 0 | URL
11시 11분에 댓글다는 미잘의 센스. (어쩌다 그랬던걸 알면서 괜히 의미 부여한다.^^)
그래요, 사과를 받아줄테니, 나중에 같이 사과 먹어요. (언어유희 개그라 낯선가본데 살짝만 웃어주면 돼요.)
나도 찾아봤는데 써도 되겠거니 싶어서 그냥 놔뒀죠. 나 찾아보는 아치야, 이거 왜 이래.ㅋㅋ

뷰리풀말미잘 2009-10-27 11:47   좋아요 0 | URL
심장이 철렁 하는 개그로군요. ㅎㅎ

Arch 2009-10-27 11:49   좋아요 0 | URL
개그를 좀 아는군요. 못알아들으면 설명을 해줘야하나 어쩌나 잠시 고민했는데, 다행이다.^^ 이건 반어법 개그.

다락방 2009-10-27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나도 1번인줄로만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흐음...하고 그래도 확실하지 않아서 댓글은 못달고 패스했었는데, 찾아보는 과정을 어여쁜말미잘님이 해주셨네. 좋아라.

개그를 아는 말미잘님과 Arch님. 점심 시간이에요. 밥 잔뜩 먹고 배 두들겨가면서 일하삼~~

Arch 2009-10-27 13:20   좋아요 0 | URL
어여쁜이란 형용사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미잘은 어여쁘기보다 귀엽다구요~ 그나저나 다락방님, 나한테도 좀 써줘요.ㅋㅋ 흐~

다락방님~ 커다란 쟁기를 들고 작업하듯이 배를 막 두드리며 일하는 모습을 상상하니까 아, 웃긴데요^^

머큐리 2009-10-27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라지라는 말...넘 오랜만에 듣네요... 반가운 말이에요...ㅋㅋ

Arch 2009-10-28 08:57   좋아요 0 | URL
그래요? 아는 사람은 다 안다니까요.
 

 학원 갈 때까지 시간이 남았다.

 시장에 가서 떨이로 마구 퍼주는 나물 종류를 사도 됐고, 그저 구경만 해도 배가 찰 것 같은 그곳 분위기를 훑어도 됐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는 스니커즈 멀티숍에 들어갔다. 당장 살건 아니었지만, 정말 맘에 들면 못살 것도 없었다. '구경만 할게요.'란 말에 위축될 이유도 없었다. 그러니까 처음은 무척 유연했다는 소리다.

 사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다가와 이것 저것 설명을 해주며 여러 디자인의 신발을 보여줬다. 남자가 보여주는 신발 가운데 대부분이 나이키여서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보여달라고 했다. 남자는 그런가보다 하더니 세번인가 더, 왜 나이키 신발을 안 신냐고,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왔다. 누군가를 그렇게 궁금하게 하는건 나 역시 안달나서 잘 못하는 짓이다. 남자가 듣고 싶은 맘이 사라지기 전에 말해줬다.
 '나이키는 어린 아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기업이니까 그 제품을 이용하지 않으려구요.'
 남자는 안 그러는 다국적 기업이 어디있냐며, 다른 신발 회사를 언급하며 다 똑같다고 말했다. 난 난처해하며 잘 빠진 신발들 사이에서 우물거렸다. 상징적인거니까, 아동 노동력 착취에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란 말을 했을 것이다. '팔려는 의지'로 똘똘 뭉친 남자의 몸 안에서 냉소가 피식 새어나왔다. 그따위 냉소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표현하고 싶었지만, 표현하려는 의지는 애시당초에 존재하지 않는 듯 사라져버렸다.

 왜 난 좀 더 자신있게 같이 냉소하거나 당신의 반응은 내게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하지 못했을까. 같이 냉소하지 못한건 내가 뜨겁지 않기 때문에 행여 그 뜨겁지 못함을 비난받을까봐라고 지레 짐작해서였다. 중요하지 않다는 반응을 못보인건 당황해서이기도 하지만 애시당초 남을 신경쓰지 못할 정도의 신념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남자 말처럼 아이들이 착취 당하는게 어디 나이키 뿐이겠는가. 도처에 널린게 다국적 기업의 횡포인데. 친환경이나 인간 존중은 그들 광고에서나 떠들어대기 좋을 뿐이다.

 늘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너 하나가 바뀐다고 뭐가 되겠냐고. 내가 종이컵 안 쓰고, 불 끄고 다니고, 대기전력 낭비 말자며 콘센트를 뽑고 다녀도, 세제를 안 쓰려 노력하고, 음식을 남기지 않으려 과식하고(이건 좀 다른 욕망이다.), 색소나 향료가 든 음식은 가급적 먹지 않으려 노력하고, 휴지 대신 손수건을 쓰고, 재활용을 한다고 해서, 기껏 나 하나로 뭐가 바뀌겠냐고. 그런데 난 바뀐다고 생각했다. 거칠게 표현해, 대형 마트 돈은 지역 경제에 보탬이 안 된다는 말로 가족들에게 추석 장은 가까운 마트에서 보게 한 것도, 그 말을 꽤 그렇듯하게 받아들인 것도 조금씩 바뀌는 징후라고 보여지는 것이다. 자기는 뭐 하나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말만 그렇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그나마 이 정도라도 하고 있지 않냐고 얘기할만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순간. 예기치 않게 너도 사실은 나이키 신고 싶지란 뉘앙스를 느꼈을 때, 너도 귀찮으니까 그냥 콘센트며 모니터를 놔두고 싶지, 너도, 너도란 물음에서는 개운하지가 않다.

 나이키를 너무 신고 싶은데 참는건 아니다. 나이키 상표를 달아서 더 예뻐보이는건지, 원래 나이키가 디자인이 꽤 괜찮은건지도 헷갈린다. 나로선 휴지 대신 손수건을 쓰는게 좋고, 할 수만 있다면 사람들이 쉬는 시간에 회사에 있는 모든 컴퓨터의 모니터를 끄고 돌아다닐 수도 있다. 이건 내가 좋아서 하는 짓이다. 절약해서 말뿐인 녹색성장에 일조할 생각도 아니고, 나 하나의 노력으로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없다는 것도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그저 내가 편하고 좋아서 하는 짓이다. 책을 사버리면 안 읽은다는 이유도 있지만 가까운 도서관에서 빌려보면 되니까, 아주 좋아하는 책 말고는 누군가에게 주고 싶다란 생각도 뭔가를 참거나 억압해서 나온건 아니다.

 이번 경우처럼 당황하게 되는 순간,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도 은근한 지지를 해주길 바랐다는 맘을 눈치챌 때가 문제될 뿐이다. 이럴 때는 당신은 그럴 수 있지만 나는 이래요 정도로 약간 넋나간 웃음을 지으며 대응하면 좋을텐데......

 표정을 연습하려고 거울을 봤다. 한증막에서 땀 뺀 것처럼 희뿌연한 얼굴이 동동 떠있다. 웃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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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lei 2009-10-26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껏 나 하나로 뭐가 바뀌겠냐고" --> 혼자가 아니랍니다. 절대 절대 절대 절대

Arch 2009-10-26 09:37   좋아요 0 | URL
알고 있어요^^

다락방 2009-10-26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어떤것들은 혼자 하고 있어요.
나는 종이컵을 안써요.(아니 최소한 사무실에서는 머그컵을 써요.) 그리고 나는 마트에서 비닐을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구요. 공중화장실에서 손 씻고 타올을 뽑아쓸 땐 꼭 한장만 뽑아 써요. 또 손 씻고 비누 칠할때는 반드시 세면대에서 수돗물을 잠가요. 그렇지만 이 모든것들을 누군가에게 같이하자 너도 꼭 해 라고 하지는 않고 있어요. 그냥...혼자 해요.....

우리는 어쩌면 모두들 저마다 무언가는 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나이키를 권한 아저씨도 정작 나이키를 권하기는 했지만, 어쩌면 분리수거를 철저히 할지도 몰라요. 그냥..그렇다구요...

Arch 2009-10-26 13:37   좋아요 0 | URL
그럼요, 어쩌면 당연한걸 하면서도 알아줬음 하는 내 맘을 본 것 같아서 주저리주저리 쓴거에요.
전 종이 타올을 세장씩 연속으로 뽑아쓰는 분들을 볼 때마다 말리고 싶고 그래요. 뭐라고 댓글을 달지? 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