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남자, A의 사무실에 놀러가서 책도 보고, 일도 도와주고 왔다. 요즘의 우울은 누군가와 신나게 말하지 못해서 생긴거였을까. 두서 없이 A와 사무실의 다른 분과 수다를 떨고 나자, 거짓말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며칠 동안 내장 기관의 반란과 가족들과의 암투(응?)로 심신이 지쳐있었다. 어제 나의 힐링 장소 Zzimjilbang(^^)에서 몇 시간 묵으며 유유자적 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이 치유의 효과란. 다음엔 좋아하는 사람과 찜질방에 가야겠다. 1+1이 2일리는 없겠지만.
 
 그분들과 요즘 내가 관심을 갖는 것들에 대해 얘기했다. 쓰레기의 행방, 전통주 담그기, 환경 운동, 여성주의 공동체, 생태 공동체, 적게 일하고 많이 노는 방법, 재미있게 놀기, 천연염색, 농사짓기, 나이 관계 없이 같이 잘 놀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잘 생겼음 금상첨화) 하는 바람, 공동육아(순전히 나 좀 편하자고), 집 근처 공원엔 왜 호텔을 짓는지 등등. A는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해줬고, 전주 술박물관에 가면 시연과 체험을 해볼 수 있다는 팁도 전해줬다. 다른 분도 공동 육아는 누가 관심있어 하고 자기가 잘 아는 비혼 여성들(복수다)은 같이 모여서 재미있게 논다는 말도 전해줬다. 그 중에서 정말 까무러칠만큼 멋진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대구에는 미국기지 근처 빈집에서 연극 공연을 하는 세 여자가 있다. 이분들은 다른 연극 배우들처럼 문예진흥원의 연수 과정을 수료한 후에 학교에서 연극과 관련한 수업을 하지 않는다. 대신 동네분들과 어울리며 자급자족하면서 지낸다. 그들은 방에서 공연을 하는데 관객과 배우들 사이엔 금 하나가 다다. 몇센티 안 되는 거리를 두고 한편은 앉아서 공연을 보고, 다른편은 연극을 한다. 방에서!
 그분들과 접속할 수 있게 해달라고 A에게 부탁을 해뒀다. 우린 과연 만날 수 있을까?
 
 예전엔 일 안 하고 뭐하냐는 질문에 참 맥없는 대답만 해댔다. 하고 싶은게 없다는 말은 너무 배부른거 같아서 돈을 별로 안 쓴다고 말하기도 했고, 아무도 날 받아주지 않는다는 기만적인 대답을 하기도 했다. 그때는 내가 살고 있는 삶이 정말 내건지 잘 모를 때였다. 다른 곳엔가 내 몸에 맞는 옷처럼 꼭 들어맞는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혹은 어떤 사람으로 규정지어지는게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뭘 좋아한다고 하면 그 사람 머릿 속에 있는 몇 개의 상자에 내 데이터가 차곡차곡 분류될 것이다. 어느 날엔가는 그 사람 자신도 모르게 상자의 이름을 알려줄텐데, 내 것이 아닐지 모르는 삶에서 추출한 고작 몇 가지 것이 나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아는 친구는 자기가 제일 하고 싶은건 시골에서 농사짓는건데 고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후에 꿈을 이룰거란 얘기를 공공연히 하곤 했다. 왜 굳이 몇년동안 공부하면서 나중 꿈을 미루냐니까 친구가 말했다. '그냥 쭉 농사만 지었다는 것보다 고위 공직자의 귀향, 귀농이라고 하면 폼나잖아.' 라고.
 내게 다른 삶의 가능성이 있을거란 상상이 지금을 견딜 수 있게 했다거나 사람들의 체로 걸러지는게 별로란 말은 거짓말이었다. 난 좀 더 폼나고 싶었다. 뭐뭐 하다가 온 사람, 알고보니 귀한 집 자식 뭐 이런거. 귀한 집 자식은 아니니까 뭔가를 해보이고 싶었던거다. 능력도 의욕도 부지런하지도 않은 나로선 그럼에도 부득불 그래도 내가 이런 사람인데란 이력 정도는 끄집어내고 싶어 여태껏 아등바등댔다. 아, 이건 지독하고 독하디 독한 자기 합리화일까.

  아무튼 그래서 모처럼 신났다. 이제서야 내가 예전에 이런 사람이었는데라며 으쓰댈 필요가 없다는걸 알았으니까. (사실 매번 알고는 있다. 직접적이고 화락 알아야하는데.) 게다가 난잡한 내 관심사를 듣고 이제 나이 좀 먹을만큼 먹어서 어디서는 왕 언니 소리 듣는 나보고 아직 젊어서 그런거라며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선 할말 다 했다. 아무렴, 너무 새파랗게 젊어서 눈이 시릴 지경인데! 생체학적인 나이와 마음의 나이는 별개라는 비독창적인 견해로 두서없는 글을 맺는다.
새해에도 여전히 횡설수설하는 방패 아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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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1-13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밖에서도 Arch님은 신나게 지냈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여기 와서 같이 신나게 놀기만을 엄청 바랐는데... 알라딘 밖에서도 신날 수 있다는 걸 미처 모르고 있었어요. 나는 바보, 나는 이기적인 빵꾸똥꾸.

어쨌든 Arch님이 신났다니까 좋구요, 신났다는 걸 이렇게 글로 써줘서 좋아요. 서재브리핑에 Arch님의 새글이 뜨면 막 반가워요. 헐레벌떡 달려온다구요. 그러니까 신나게 지내다가도 잊지 말고 흔적 남겨줘요.

Arch 2010-01-13 13:13   좋아요 0 | URL
아, 진짜. 내가 다락방님 때문에 페이퍼 쓴다니까요. (미잘씨에겐 비밀로 해주세요. 이 사람 질투가 심해요.ㅋㅋ)

안 잊어요. 알잖아요. 대기중인 페이퍼들이 얼른 등록하기를 눌러주라고 아우성 중이라는걸. 제가 이런 사람이라구요. 임시저장된걸 자랑하는건 서재 천지에 저 밖에 없을거에요. 난 그냥 신난거 말했는데 같이 좋아해주고 반가워해주니까 고마워요. 방이 거지꼴이라 청소 하고 밥도 먹어야하는데 나 또 급입질이 와서 서재에 눌러앉아 즈질 페이퍼 양산할까 염려되어요. ^^

다락방 2010-01-13 13:15   좋아요 0 | URL
난 이미 참다참다참다참다가 어딘가에 즈질 댓글 좀 달아주고 왔어요. 연달아서 다다다닥, 하고 ㅎㅎ

아 어떡해. Arch님하고 이러고 있으니까 눈물날 것 같아요. 넘 좋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Arch 2010-01-13 13:21   좋아요 0 | URL
아, 어디에 단거예요. 빨랑 주소 불러봐요. 즈질인가 아닌가 제가 감별해드릴게요. 이래봬도 제가 한때 감별계에서 총애받는 신예였습니다. 시계 방향으로 사람들 골라서 이렇네 저렇게 궁시렁 대기 시작하면 답도 없었어요.

흥분쟁이 같으니^^

비로그인 2010-01-13 13:23   좋아요 0 | URL
어디에요 어디에요? 나도 좀 가서 봅시다!

다락방 2010-01-13 13:24   좋아요 0 | URL
정말 즈질인데..어쩐담..........

http://blog.aladdin.co.kr/bronte/3335323

여기에 맨 마지막 세개 좌르륵~

비로그인 2010-01-13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신나게 지내셨군요! 이런 종류의 분주함, 정말 부러워서 몸이 비비 꼬일 것 같아요! 금 하나를 사이에 둔 연극 공연이라니.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상대방이 들어주고, 액션과 리액션이 오가는 대화.

Arch 2010-01-13 13:41   좋아요 0 | URL
쥬드님, 많이 분주하지 않았어요. 좀 심심하고 때때로 멍하기도 했는걸요. 역시 대화의 묘미는 핑퐁 같은 리듬감 같아요. 자기 말만 하는건 별로예요. ^^

무스탕 2010-01-13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가운 바람이 불어도 재미있으셨군요. 찬 바람속에서 얼굴 트는거 상관없이 막 재미있으셨군요.
언제든 놀다가 알라딘 서재로 오세요. 여기선 왕언니 소리 못듣게 제가 앞을 콱-! 막고 기다리고 있을테니까요 ^^

Arch 2010-01-13 13:43   좋아요 0 | URL
크~ 찐득거리는 로션 많이 바르고 다녔더니 안 트던걸요 ^^ 막 재미있었어요. 무스탕님이 앞을 콱 막고 있으면 털 틈새로 손을 집어넣어 공간을 만든 다음에 그러니까 그런 다음에, 쓩 빠져나가면 되지요. 히~

뷰리풀말미잘 2010-01-13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Arch 2010-01-13 20:34   좋아요 0 | URL
^^ 이건데 쑥쓰러워서 그런거에요? 히~
 


사실 악취라는 걸 알지만 난 내 똥 냄새가 좋아.

헤어스타일을 자주 바꾸는 이유는 나를 바꿀 수 없단 사실을 만회하기 위해서예요.

정원 잔디를 깎을 때마다 반지 모양으로 비료를 줬더니 잔디가 반지 모양으로 자랐다. 부모님은 지금도 외계인이 그런 줄 아신다.

가끔 해가 지면 친구랑 브라와 팬티만 입고 공원을 뛰어다니고, 그네를 타면서 맘껏 자유로움을 느껴요. 그리고 그 모습을 그려요. 우린 그걸 해방이라고 부르죠.

친구에게 이메일을 받으면 항상 며칠 후에 답장을 해요. 그것 말곤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보이기 싫으니까요.

나는 꿈꾼다. 내가 절정을 느끼는 척하는 것을 알아줄 연인이 있을거라고...

 기분이 좋아지려고 자위를 하고 날 필요로 한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 섹스를 하지. 이런 내 자신이 싫어. 

* 비밀이 생각나지 않아. 나는 비밀을 가질 만큼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란 것만 빼고.
* 웨딩 드레스가 입고 싶어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했어요.
* 재활용 따윈 신경 안 써요. (하지만 신경 쓰는 척 하면서 살죠)
* 십대 때 나는 옆집 아이를 돌보는 베이비시터를 했다. 아이가 잠들면 침실로 들어가 침대 옆 서랍장을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콘돔 한 다발을 찾아낸 다음, 하나하나 가운데를 핀으로 찔렀다. 덕분에 그 후로도 5년 더 베이비시터 일을 할 수 있었다.
* 7살 때 부모님 침대 밑에 숨었죠. 샤워 후의 아빠 성기가 어찌 생겼는지 보기 위해서요.
* 7살 때 동네 불량배가 자전거에 탄 날 멈춰 세웠다. 그리고 내 엉덩이를 만지게 하지 않으면 5살 난 여동생을 때릴 거라 말했다. 난 겁이 나서 그렇게 하도록 했다. 다음날 학교 음수대 옆에 있었는데, 그 자신이 한 무리의 남자애들과 다가오더니 내게 한 짓을 그 애들한테 얘기했다. 부끄러워진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는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며 걔네들이 떠날 때까지 고개를 들지 않는 것이었다. 지금도 나는 부끄러울 때면 목이 마르다.
* 큰 성기를 갖기 위해서라면 이 차를 기쁘게 팔 거야.
* (콘돔이 서랍에 든 사진) 이것들을 사용하는 영광을 누린 적이 없다네.
* 남자 친구에게 맞지 않으려고 정신을 잃은척 연기를 한적이 있어.
* 내가 진단도 안 되는 정신병을 가졌을까 봐 두려워.  
* 나는 동물들이 조련사를 공격하는 걸 좋아해. 그래도 싸다고 생각해.
* 직장동료들이 내가 애인이 있다고 생각하게끔 밸런타인데이에 나한테 꽃을 보냈어요.
* 나는 남부 침례고 목사 부인이예요. 아무도 내가 하나님을 안 믿는 걸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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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10-01-03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일 어색한 문장을 고르면 되겠군요. 저는 찾았습니다. ^^ 익명성이 보장된다면 저도 한 두개쯤 써 넣고 싶은게 있는데 말이죠. ㅎㅎ 엄청 충격적일거 같은데.

Arch 2010-01-03 23:56   좋아요 0 | URL
아, 진짜! 왜왜! 왜죠?
번역된거라 어색하게 느껴지는거라고 쓰면서 내가 쓴게 어색한지 확인하는 중.
그럼, 오픈할까요? 어떻게 하지... 익명 댓글? 그럼 악플이 달릴게 분명한데 ㅋㅋ

hanalei 2010-01-04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부 아치님 비밀이죠?

hanalei 2010-01-04 00:08   좋아요 0 | URL
참 추천도 했는데, 포스가 떨어져서 한개만 올라갔어요.

Arch 2010-01-04 11:40   좋아요 0 | URL
ㅋㅋ 포스가 얼른 회복되길 바랍니다.
더럽거나 섹스한건(유먼데 역시 안 웃겨요) 제거예요.

무해한모리군 2010-01-04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동료들이 내가 애인이 있다고 생각하게끔 밸런타인데이에 나한테 꽃을 보냈어요.

진작 그랬어야 하는건데요 --;;

Arch 2010-01-04 11:41   좋아요 0 | URL
전 그랬던 사람을 알고 있어요. ㅋㅋ 이건 내 비밀이 아니라 그 사람 비밀이지만.

다락방 2010-01-04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얼마전에 제가 생각하던 문장이 위에 있네요.

나는 남부 침례고 목사 부인이예요. 아무도 내가 하나님을 안 믿는 걸 몰라요.

저는 정말로 목사랑 결혼해서 무교인채로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렇다면 모든 교회 신도들이 날 욕하겠죠? 그걸 즐기고 싶었어요. 어, 내 남편 목사인데 난 무교야. 그게 왜? 하고 막 소리 지르고 싶어요.

다락방 2010-01-04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데는 '나는 알라디너중에 좋아하는 이성이 있어요.' 이런거 넣어줘야 신나는건데. 가쉽도 생기고 ㅋㅋ

Arch 2010-01-04 11:43   좋아요 0 | URL
그게 왜? 아, 남부 침례교 목사 부인이 안 돼도 할 수 있는건 뭐가 있을까. 서재인인데 한달 동안 책을 안 읽었다, 그게 왜? 혹은 삼겹살 좋아한다더니 한달 동안 삼겹살 냄새도 안 맡았다, 그게 왜? 활용예? 이런거 맞아요?

음, 이성이라... 성별 구분없이 제가 좋아하는 분들이 누군지 알고 있잖아요, 달레랑스!

네꼬 2010-01-0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 의견에 한 표! 그런 가십 좋아요. (그런 가십 들으면 혹시 날까 하고 혼자 두근대는 게 저의 비밀. -_- 비루하다.)

Arch 2010-01-04 12:04   좋아요 0 | URL
네꼬님 안녕하세요~
그런 의미에서 고백이라도 해야할까요. 아, 너무 덥석 문다. ^^

다락방 2010-01-04 12:07   좋아요 0 | URL
앗 나도 두근거릴래요. 혹시 날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갑자기 막 신나고있음. 아무도 아무말도 안했는데 ㅎㅎ)

Arch 2010-01-04 12:08   좋아요 0 | URL
미치겠다. 그럼 계속 두근거리라고 말 안 하고 있어야지. ㅋㅋ
 


 눈이 많이 왔다. 옥찌들이랑 도서관에 갔다. 오는 길에 눈싸움을 했다. 옥찌들이랑 난 눈을 단단하게 뭉치거나 바닥에 덩어리진 눈을 들어서 던지고 도망쳤다. 작은 손들이 기껏해야 내 엉덩이 부근에 눈을 던질 뿐이니 나로선 그다지 스릴 넘치진 않았다. 아이들이 추울까봐 옷에 맞도록 하기 때문에 차가워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도 못보니 흥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잔뜩 신이나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눈을 가지고 해볼 수 있는 모든걸 해보려는 듯이 의욕 충만한 녀석들을 보니까, 신나는건 전염되는지 나도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집에 거의 도착할 즈음, 옷에 묻은 눈을 털어내면서 옥찌들에게 이제 눈싸움은 그만 하자고 말했다. 민은 차렷 자세로 충성을 맹세했고, 옥찌는 시큰둥하게 내 뒤를 따랐다. '이제 그만'엔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옷을 털었고, 이제 곧 집에 들어가야하니까, 놀이는 이제 그만해도 되겠단 의미 정도였다. 하지만 옥찌가 내 뒤를 따라오다 눈을 갖고 장난치는걸 보자 '이제 그만'의 의미가 부풀려졌다.


 A는 충동적이다. 그 아이의 충동적인 성향이 대체 뭐 때문인지를 생각해본적이 있다. 어렸을 때 A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욕구불만이었던 상태가 있었을까, 아니면 일관성없는 부모의 태도 때문일까. 뭔가를 당장 못사면, 당장 술을 못 마시면, 뭔가를 뭔가를 앞에서 A의 충동은 갑작스러웠고, 그 아이 스스로도 자신을 통제하지 못했다. 옥찌들이 설마 A를 닮는건 아닐까. 나 자신도 어느 때의 게으름과 늘어지고 싶음, 몸을 함부로 훼손하고 싶은 느낌에 어쩔줄 몰라하면서 늘 A의 정도는 심각하고 일탈적으로 느껴졌다. 결국 집에서 어떤 위치와 발언권을 갖고 있느냐의 문제인지도 모르는데. 나는 옥찌에게서 A의 일면을 본 것 같았다. 내가 보기엔 이제 놀만큼 놀았으니까 그만해도 되겠다 싶었고 민도 괜찮아 보였는데 옥찌만 다시 눈을 만지자 커서 A처럼 되지 않을까란 생각까지 해버린거다. 그냥 눈을 더 가지고 놀고 싶은 아이일 뿐인데.

 
 집에 와서 옥찌에게 왜 다시 눈을 가지고 놀았냐고 물었다. (이런 멍청한 질문을 하다니)
- 눈을 나 혼자 맞고 싶어서.
 흩날리는 눈을 자기한테만 뿌려주고 싶었다는 옥찌. 옥찌가 이상한 이모 만나서 고생이 많다.

 며칠 전 송년회를 하려고 집 근방 술집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가까워서 자전거를 끌고 갔다. 쥐포 튀긴걸 사정없이 먹고, 얼음물이며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노래방 커밍아웃한 사람도 아닌데 요샌 술 먹으면 무조건 노래방이라며 고집을 피워 사람들을 모두 끌어들였고, 목이 아플 정도로 노래를 불렀다. 다들 고민 많은 연말이라 그런지 놀기보다는 나가서 고민 얘기를 했지만 나와 말쑥한 청년 하나는 노래가 너무 좋아 노래방에 살지요 포스로 부지런히 노래를 불렀다. 왔다갔다 하던 사람들도 끊기자 흥도 안 나고 '어디 너네가 얼마나 부르는지 한번 보자'란 식의 주인 아저씨의 서비스 정신으로 거의 2시간 넘게 노래를 불러 더 이상 소리가 나오지 않아 아쉽지만 밖으로 나왔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얼마나 내렸는지 바닥은 온통 빙판이었다. 난 썰매 탄다고 사람들한테 손 잡아달라고 조르고, 눈맛 좀 보라며 사람들한테 눈을 던지고 다녔다. 연말이래도 이런 아치 꼬라지는 그만 보겠다며 사람들이 슬슬 집에 가고, 나도 아쉽지만 집으로 가려고 자전거를 갖고 왔다.
 노래방의 말쑥한 청년은 자전거를 보더니 '누나 한번 타보면 안 되냐'고 물었다. 누나란 말이 달콤해 눈이 와서 위험하긴 했지만 그러라며 자전거를 내줬다.

 호기롭게 페달을 굴리는 말쑥한 청년. 반코트 사이로 얼핏 보이는 늘씬한 다리와 가냘프지만 든든한 뒤태의 청년. 자전거를 제법 잘 끌고 가는 청년. 맞바람에 뒤뚱거리며 조금은 힘겨워 보이던 청년. 차를 피해 페달을 굴리다 어어 하는 사이에 콰당 미끄러진 청년, 아퍼 죽겠는 표정인데 정신없이 자전거를 들고 막 뛰는 청년. 청년의 뒤에서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의 깔깔 웃음 소리와 그 정도 소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엄청 크게 웃어제끼는 아치의 웃음 소리. 


나도 '사랑스러운 뽀'처럼 눈 오는 날이면 생각나는 까마득하게 아름다운 추억 하나쯤 갖고 싶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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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0-01-03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마득하게 아름다운 추억 하나쯤-은 형편 없는 기억력으로 인해 왜곡되고 미화된 것이라 실상을 알고보면 '늘씬한 다리와 갸날프지만 든든한 뒤태의 자전거를 탄 청년'보다 못한 것일 수도 ㅋㅋㅋ
아치님 다홍색 줄은 제 질투심 잠재우기용 급조된거 티나는데요 ㅋㅋ 나도 아직 카드 안부쳤으니 할말은 없음. 그러나 쿨한 아치라고 했으므로 자꾸 내가 까먹는 것 같음 ㅋㅋ

내일부턴 출근이네요. 젠장
난 너무 놀아서인지 오늘에서야 지독한 감기에 걸려버리고 말았던게죠. 지금 난 황정남 흉내내면서 놀 정도로 섹쉬한 보이쉬 보이스를 갖고 있어요. 으하하;;

Arch 2010-01-03 20:10   좋아요 0 | URL
그런 것 같기도. ㅋㅋ 다홍색 혹은 주황색은 뽀님 색이라 쓴거거든요~ 질투심은 뭐! 칫. 대체 카드는 왜 안 부치는거에요. 어디 들어나 봅시다. ㅋㅋ

감기 때문에 왜인지 독촉도 못하고, 병아리 냉가슴만 앓는 중. 그래도 감기는 얼른 나아요. 응?
 

* 페이퍼 귀신이 붙었나보다. 임시 저장함이 꽉 차도록 보류된 페이퍼가 있는데 완성을 못하고 있다. 완성만 된다면야 희대의 살인마를 넘어서 서재에 두루두루 회자될 명작의 반열에 올라 세계명작동화로 팬이 늘었다며 자랑하는 미잘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수 있을텐데......

* 삼성맨 친척 오빠를 만나고 왔다. 이건희 회장이 사면된 얘기를 꺼내자, 덕분에 보너스 나오게 생겼다며 좋아한다. 삼성이 왜 문제인지, 아는거 쥐뿔도 없는데 왠지 공감하면 안 될 것 같아 침 튀기며 얘기를 했다. 느닷없이 성아치란 호칭이 떨어지고, 나는 너무 이상적이며 공감 능력도 없고, 까칠하기만 한 사람으로 낙인 찍혔다. 삼성 신화는 동종업계 최고인 임금에서 결정된다, 노조가 없다고 하지만 노사협회가 있다, 복지가 엄청 잘 돼 있다, 이상이고 뭐고 나랑 내 자식 등 따뜻하게 지내면 최고다. 분위기는 전적으로 충실한 삼성맨의 입장을 대변했다.
 등 따숩고 배부르면 정말 최고일까? 그것만 최고라고 믿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내가 삼킨 알약은 무슨 색이길래 이다지 지리멸렬한 고민만 해대는걸까. 그나저나 친척 오빠는 여론 조성할 땐 언제고, 내 옆구리 찌르며 자기 여기 다닐 날 얼마 안 남았으니까 퇴직 한 다음에 같이 불매 하자고 했다. 물론 아고라 그만 들어가란 농담도 빼놓지 않았다.

* 연말과 연초에 누군가를 굳이 만나려고 애쓰지 않았다. 명절이나 휴가 때면 꼭 만나던 친구가 있었는데 건너뛰었다. 달리 큰 이유가 있는건 아니고 어쩌다보니,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지난번에 그애 친구와 같이한 술자리 때문이었을까? 친구의 친구인 A가 궁해서 만난 여자 아이의 깨는 외모와 행동을 희화화해서 얘기를 했다. 친구와 A는 깔깔대며 웃고, 나도 분위기 맞춘다며 웃긴 했는데 뒤끝이 썼다. 왜 별로 재미있지 않은지 얘기를 하다가 정치적인 올바름에 대해 말했던가. 친구는 정색을 하며 대체 언제까지 그럴거냐고, 재미있어서 웃는건데 왜 그걸 정치적으로 해석하냐고 물었다. 달리 할말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웃는 것처럼 난 이제 자연스럽게 웃음 코드 외의 잡다한게 생각난다. 개콘을 볼 때면 짜증이 나고, 여자는 이렇고 남자는 어쩌고 하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그게 왜 아닌지 얘기를 하는거다.
 여자는 시사에 관심없다는 고릿적 통념을 깬다며 정말 잘 모르면서 어딘가에서 아는체 하고 있는 나는 좀 좀스럽고, 좀스러운 내 말에 별다른 태클없이 웃어 넘기는 주변 사람은 대견하고, 뭐 그렇다. 그래서 안 보게 된건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고 말았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질기게 미워할 때도 우리가 이렇게 연락 안 하는 사이가 될 줄 몰랐다. 미움보다는 무관심이 사랑의 반댓말이란 유치한 말이 유치하게 잘 들어맞는 순간.

* 어느 모임 자리.(굳이 만나려고 하지 않았다면서 여러군데 엉덩이 걸치고 앉았던게 분명하다.) 그곳의 한 남자. 이 남자가 하는 말이 번번히 씹힌다. 사람들이 의도한건 아니다. 누군가는 그를 북돋아주려고 부러 개인적인 질문을 하는데 종결 어미가 시원치 않다. 질문에 질문으로 답변을 하는건 무슨 경우인지. 결국 그 누구도 애써서 구원 투수를 자처하지 않았고, 남자는 남자대로 자멸의 길을 치닫고 있었다. 추임새는 빗나갔고, 사람들은 서둘러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즈음에 문득 깨달았다. 아, 이 남자 내 애인이잖아.

* 재고 소진은 터무니없이 지체되고 있다. 이유는 세상엔 새 책이 너무나 많고, 그 중에 읽고 싶은 책도 너무 많다는 것. 알랭 드 보통의 신간과 사라진 내일, 한윤형의 키보드워리어 전투일지, 뉴라이트 후기, 한국의 책쟁이들, 닉 혼비의 다른 책, 섹슈얼리티 강의 다시 읽고 정리해보기... 잡다하고 터무니없이 늘어지는 목록. 소진이 안 되는 이놈의 욕심. 작년까지 우디알랜의 인터뷰집만 간신히 마무리 했다.

그 밖에 읽은 책으로는
캣우먼의 발칙한 연애 관찰기
닉혼비- 딱 90일만 더 살아볼까
촛불 세대를 위한 반자본주의 교실
화장품에 대한 50가지 거짓말
얄팍하다.(책 제목 아니다.)
1월엔 꼭 집에 있는 책 재고를 소진하겠다.

* 집에 아무도 없다. 프렌즈의 레이첼처럼 알몸으로 자연스럽게 집안 곳곳을 돌아다녀볼까? 난방비 절약한다며 추워서 보류. 친구들을 불러서 진탕 마셔볼까? 좀 귀찮다. 청소를 할까? 이 시간에, 대체 왜? 별.로.할.게.없.다. 집에 혼자만 있으면 엄청 좋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찌보면 뭐만 없으면 혹은 뭐만 있으면 뭐만 어떻게 되면 등등의 가정을 할 때가 더 괜찮은 순간인지도 모르겠다. 가정을 현실화 시키며 가정의 가짓수를 소거해나가다보면 금세 권태로워질지 몰라. 아, 저 포도는 아주 시고 어쩌고.

* 며칠 전 일은 지금은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는 분의 글 때문이었다. 두 분이 어떤 분인데 이깟 아치 때문에 나갔으랴만은 어느 분이 페이퍼에서 A란 이니셜을 언급하며 결과적으로 두 사람을 쫓아내놓고 다른 사람들과 시답잖은 농담을 한다는 글을 쓴걸 봤기 때문이다. 처음엔 '무슨 이런 글이 있담'하면서 지나쳤는데, 무서운 속도로 그 글이 추천을 얻는걸 보고 다른 분들이 따로 내게 말은 안 했지만 혹시 그렇게 생각하나 싶어졌다. 그분의 글을 붙여서 반박을 할까, 어떻게 할까 하다가 만약에 그분의 비아냥처럼 내가 문제를 일으켰다면 사과해야할 것 같아 페이퍼를 썼다.
 결과적으론 내 기우에 불과했다. 다행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느낀점 : 내가 실수하거나 멍청한 짓을 하면 제일 먼저 달레랑스님이, 달레랑스님이 너무 바쁘면 내가 알고 믿고 좋아하는 분들이 말을 해줄테니 잘 모르는 분의 넘겨짚는 말에는 너무 맘을 쓰진 말자.
 친구가 말했다. 제대로 된 비판이고, 그게 날 성장시킬 수 있다면 인정 안 할거냐고. 충고나 단점 지적엔 민감하지만, 나만 옳다고 하는게 아니라 나도 멍청한 소리를 보통 하는게 아니니까 정말 그렇지 않냐고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단 생각을 하고 있다. 생각과 실재는 얼마나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 고백 : 자금이 필요해서 (급전 종류는 아니었으나) 책을 좀 팔고, 책이 아닌 다른걸 구매했다. 왠지 고백해야할 것 같다. 아치가 구매했다란 공지가 대문에 걸리는 꿈을 꿨다니까! 일시적 구매 후론 불매 계속 할 것이고, 논의되는 사안에 대해 열심히 생각하겠다. 전에도 말했지만 이건 서재 효과-서재에 말하고 나면 꼭 지켜야할 것 같고, 말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효과(아치 사전)-를 누리기 위해 미리 적어보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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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1-02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말한 달레랑스가 제가 아는 그 달레랑스가 맞나요? 히히히히
뭔가 길게 댓글 달았다가 갑자기 마우스 눌러 다 지워버린 1人

Arch 2010-01-02 22:31   좋아요 0 | URL
그 달레랑스가 그 달레랑스는 맞는데. 왜죠? 왜 다 지운거죠? 왜요?
뭘까 뭘까 하악하악 ^^

2010-01-02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2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10-01-02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젊다는건 좋은거예요. 그냥 아치님 글 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늙은 바람돌이는 가치관의 차이는 그의 삶의 토대가 바뀌지 않는 이상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더 이상 싸울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아 적당히 응수하고 말아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답니다.한편으로는 편하나 한편으로는 서글프지요.ㅠ.ㅠ
제 서재는 이제 일상으로 복귀시켰습니다. 리뷰도 쓰고 페이퍼도 쓰고 그리고 구매도 합니다. 되도록 구매를 줄이는 노력은 하겠지만 별 의미없는 행동이지요. 불매운동은 이제 알라디너들간의 싸움으로 변한듯합니다. 큰 또는 작은 온갖 생각의 차이들이 현재의 상황을 만들어낸거겠지요. 하지만 그것들이 더 이상의 알라딘측의 다른 대답을 가져오지는 못할 것 같군요. 조유식 사장의 답변이 나온 날 이미 예견된 상황이기도 하구요. 지금의 알라디너들의 싸움에는 더 이상 개입하고 싶지 않습니다. 덧없는 말들의 향연... 좀 힘드네요. 그냥 저는 이 사건으로 알라딘측이 앞으로는 좀 더 고객의 눈치를 보게 될테고 실질적인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주목하렵니다. 그것도 잘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건 제 한계이기도 하다는 생각에 좀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아치님게 많이 감사했습니다. 새해에는 더 건강하고 복도 많이 많이 받으세요. 아치님 글 보면서 많은 생각들을 해볼수 있어 좋아요. ^^

2010-01-02 2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2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1-02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비상자금이 될 수도 있구나.. 더욱 사모아야겠다는 생각이 ㅋㄷㅋㄷ

Arch 2010-01-02 22:41   좋아요 0 | URL
ㅋㄷㅋㄷ 제 페이퍼에서 교훈을 얻는 유일한 서재인인걸요. ^^

Mephistopheles 2010-01-02 0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서운 속도로 그 글이 추천을 얻는걸 보고 다른 분들이 따로 내게 말은 안 했지만 혹시 그렇게 생각하나 싶어졌다."
-이렇게 생각하면 전 총살형이고 로쟈님은 능지처참입니다..ㅎㅎ

Arch 2010-01-02 22:43   좋아요 0 | URL
그 무슨 어마어마한 말씀을! 아, 애드리브 치고 싶다, 센걸로~ 메피님 유머의 발끝에라도 닿을 수 있는 애드리브. 메피님 때문에 신년부터 애드리브 욕심 나잖아요.

뷰리풀말미잘 2010-01-02 0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도전 받아드리죠.

Arch 2010-01-02 22:43   좋아요 0 | URL
쳇! 각오해요~ ㅋㅋ

승주나무 2010-01-02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성맨 친척이 있는데 저는 포기한 지 오래 됐습니다. 왜 삼성이 이렇게 안티를 받을까 궁금해하면서도 별로 들으려고는 하지 않는게 삼성맨들의 공통점이었습니다. 간혹 돌연변이가 있는데, 삼성이 만약 변화를 맞을 수 있다면 돌연변이들 덕분일 겁니다..... 새해 인사 릴레이 하러 다녀요.. 아치 님도 좀 와서 인사도 하고 그래요 ㅋㅋㅋ 새해에는 좀더 멋진 인생이 펼쳐지기를..

Arch 2010-01-02 22:45   좋아요 0 | URL
친척 오빤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다 알고 있는데 어쩔 수 없으니까 자꾸 저 약올릴려고~

승주나무님 서재에 좀 갔다와! 아니, 민준인 어찌 이리 예쁜겁니까.

뷰리풀말미잘 2010-01-02 23:40   좋아요 0 | URL
내가 사준 내복 입었거든. ㅎㅎ

Arch 2010-01-02 23:49   좋아요 0 | URL
오바는, 점 비슷한거 하나 보이는데요? 정말이에요?
아, 미잘은 내복으로도 사람을 빛나게 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구나. 나 도전 거둬야겠다. ㅋㅋ

승주나무 2010-01-04 00:56   좋아요 0 | URL
미자리 님이 어케 내복 궁하다는 걸 알고 선물했을까요? 조카가 많으신 듯... 이제까지 마님이 받은 선물 중 가장 흡족했다는 것이에요. 한번 전면 인증샷 찍어봐야겠어요 ㅎㅎ

2010-01-02 2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고구마랑
떡을 쪄줄거에요.


나랑 놀면,



 오뎅국도 끓여줘요. 다시마, 멸치, 표고버섯으로 국물을 우린 다음에 씹기 좋을 정도로 끓인 오뎅국에 고구마라니! 앗흥.
 그리고 식혜도 만들어줄거에요. 아, 저는 식혜 초보라 맛은 장담하지 못합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 아니냐구요? 이 알라디너들이 사람을 어떻게 보고! ^^
 
식혜를 어떻게 만드냐구요? 모르는구나, 알려줘, 말아~


먼저 엿질금을 사와요.


엿질금을 물에 담근 후 저어요. 그런 다음 30분 정도 놔둔 후에


 체에 바쳐서 걸러내요. 큰 체, 작은 체로 두번 정도 나눠서 걸러요. 작은체로까지 걸렀는데 짙은 회색의 엿질금 가루가 남아있으면 나중에 같이 끓일 때 넣지 말아요. 얘를 넣으면 식혜 색이 너무 진해져요.


찹쌀로 밥을 지어서 동동 뜨는 식혜 밥알을 만들어요. 밥은 약간 되게 지어야해요.



 다 지어진 밥에 엿질금 물을 거른 것을 붓고 4-5시간 정도 삭혀줘요.

 그런 다음에 엿질금 물 남은 것과 삭힌 엿질금+찹쌀밥 물을 섞은 후 설탕, 생강 저민 것을 넣고 팔팔 끓이면 식혜 완성! 너무 어렵다구요?

 어쩌나, 나랑 놀면, 내가 좋아서 막 만들어주는데.

그나저나
 최측근인 아버지께선 사진 찍는 아치 꼬라지보고선, 그걸 먹으라고 만든거냐 하셨어요. 하하하하, 농담이 별로 안 웃기지 않아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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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12-23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고구마는 됐구요.
떡이랑 밤은 좀 괜춘. ㅋㅋ 초보 식혜도.
군산가면 되나요? 재워주고 먹여주나요?

Arch 2009-12-23 16:53   좋아요 0 | URL
가련한 뽀 영혼이 값싼 뽐뿌질에 걸리다니! ^^

Forgettable. 2009-12-23 17:01   좋아요 0 | URL
아, 이런 농담은 좋다. 웃겨요. ㅋㅋㅋ (뭔가 날 평가하는거면 다 좋대 ㅋㅋ)

이매지 2009-12-23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식혜! +ㅁ+

무해한모리군 2009-12-23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러니까 식혜도 주고, 오뎅국도 주고, 고구마도 주고 막 이러는 거군요..
놀기만 하면!!
솔깃해 꽤나 솔깃한 이야기야 ㅎㅎㅎ

뷰리풀말미잘 2009-12-23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법이에요 아치 ^^ 이쯤되면 일등 신부감 아니겠어요? ㅎㅎ 아, 제 입도 꼬매주세요. 가능하다면 감치기로요.

hnine 2009-12-23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혜는 제가 열번 만들면 아홉 번 실패하는 음식 중의 하나거든요. 4-5시간이 아니라 10시간을 기다려도 밥알이 동동 안뜨는거예요. 그런데 찹쌀로 밥을 하시는군요? 저는 그냥 멥쌀로 하는데...

순오기 2009-12-23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혜는 끓이지 않고 전자자에 넣어 한밤 자고 나면 밥알이 동동 뜨지요~
아가씨가 별 걸 다해요~ ^^

Arch 2009-12-24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휘모리님 ^^
미잘님, 홀치기로? 미싱으로 박아요? 자기가 일등 신랑감이니 내 이번 한번만 봐줄게요. 어줍잖게 컵 버리는 것만 빼면.^^
hnine님 네, 찹쌀로 해야 뜬대요. 저도 엄마한테 들어서 왜 그런지는 잘 몰라요.
순오기님, 제가 별걸 다 하는 아치라서^^

2009-12-24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4 1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