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지에서 열린 공연이 끝나고 시간이 남았다. 근처에 있는 놀이공원에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월미도의 추억이 떠올랐다. 머쓱하게 남들 타는거 구경하다 바이킹이랑 타가다를 탔던 그 날, 말했었던가. 참 고맙고 행복했다고. 먼 곳에 있어 더 그리운 사람들. 우리 언젠가는 다시 봄날으로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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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0-08-31 0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박자, 음정, 음색 삼박자가 고루 엉터리.

2. 밤손님들께 심심한 배꼽인사를

3. 저작권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바로 내리겠음.(그럼 올리지를 말던가, 내 말이)

다락방 2010-08-31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에 Arch 가 감상에 빠져 올린 노래라 그런가, 듣기에 좋아요. 이 차를 다 마시고 봄 나르러 가자~

Arch 2010-08-31 13:17   좋아요 0 | URL
봄 나르러 가자로 들었는데 가사에는 죄다 봄날으로 가자로 나와요. 봄날으로 가자니!
문법 개판인 제가 할 소린 아니지만 과연 무슨 뜻인지 궁금해요.
저거 수십번 연습한거에요. 그런데 모냥 빠지게 실수가 많았어요.

머큐리 2010-08-31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사랑스런 목소리라니...근데 반주는 어케한걸까??

Arch 2010-08-31 13:19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은 사랑 남발쟁이^^ 노래를 틀어놓고 제 목소리를 좀 키운거에요.

머큐리 2010-08-31 18:46   좋아요 0 | URL
뭐 목소리가 사랑스럽다는 거지 아치님이 사랑스럽다는 것은 아니에요..ㅎㅎ
그니까 남발은 아니지 머~~^^

Arch 2010-09-01 09:29   좋아요 0 | URL
어흑

비로그인 2010-08-31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의 고요에 촉촉히 젖은 이 목소리가 아치님이예요?
아~~~홀딱 반했어요^^

Arch 2010-08-31 13:20   좋아요 0 | URL
아항, 마기님 고맙습니다. 목소리 깐다고 하죠, 좀 그런거에요.

양철나무꾼 2010-08-3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소리가 넘넘 듣고 싶은데...
컴 스피커 연결이 안 된게 넘 아쉽네요~^^

Arch 2010-08-31 13:21   좋아요 0 | URL
흠, 어쩌죠.
언젠가 '그 날'이 오면 제가 직접 불러주죠. 히~

2010-08-31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31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31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1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차좋아 2010-08-31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아 따뜻해~~~

Arch 2010-09-01 09:31   좋아요 0 | URL
히~

뷰리풀말미잘 2010-08-31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가 미잘을 부르네요. 망가져서 엉망이 된 미잘이 다시 촉수를 추스르고 동굴 밖으로 나와요. 아치의 노래를 들어요. 이렇게 기분 좋은 노래.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오늘은 좋은 꿈 꿀 것 같아요. 잘 자요. 아치.

Arch 2010-09-01 09:32   좋아요 0 | URL
미잘, 내가 더 고마워요

비로그인 2010-08-31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한 열다섯번쯤 듣고 있는데도 좋네요. ^^

2. 저 간주부분이랑 마지막 부분의 햇살장면은 Arch님의 의도 ?..

3. 그럼 봄 나르러 간다는 뜻은 뭘까요? 궁금해요. 큿~

Arch 2010-09-01 09:33   좋아요 0 | URL
실수가 더 눈에 띄지 않나요.
물론 제 의도, 좀 유치하지만.
가사 참 멋지지 않아요?

푸른바다 2010-09-01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rch님이 직접 노래를 부른 동영상인가 보군요.^^ 안타깝게도 여기 일하는 곳은 스피커가 없어서 들어볼 수가 없네요. 집에가서 들어봐야 겠어요.^^

Arch 2010-09-01 21:07   좋아요 0 | URL
아흥, 쑥쓰러워요. (쑥쓰러운데 이런건 왜 올렸어. 엉?)

2010-09-01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1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2 0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2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2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2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2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3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3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3 1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8 0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1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9-0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다시 듣고 있어요.
한시간이나 수다를 떨었더니 다시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질 않아서 일어나서 멍때리고 있어요. 지금은 밥을 먹었구요. 나도 이런거, 노래 부르는거, 한번 해보고 싶은데 도무지 나는 이런 목소리를 뽑아낼수가 없어요. 그래서 몹시 욕심나지만 포기. 난 포기가 빨라요.

그나저나, 숙제는 열심히 해야 해요. 응?

2010-09-04 1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생일 겸 3만명 돌파 축하 이벤트 -

 오늘은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보았습니다. '네가 먹는 것이 곧 너다.'란 독일 철학자 포이어바흐의 말이 있습니다. 이곳 서재에서는 '네가 어떤 물건을 갖고 있는지 알려주면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준다'라고 할 수 있는 '세 가지 물건으로 나를 소개하기'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는데요. 현장에 나가 있는 아치, 이게 무슨 소리인가요.

- 네, 방금 소개한 내용은 뽀가 3만 돌파 겸 생일 기념으로 준비한 판타스틱하고 재치있으며 유머러스한 이벤트입니다. 현재 다양한 성향의 서재인들이 모여 뽀씨의 이벤트에 도전 의지를 불사르고 있습니다.
- 아, 그렇다면 먼댓글이 사정없이 붙었겠는데요. 
- 그게 아직은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다들 어마어마한 물건과 글을 준비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아치가 처음으로 뻬빠질을 해서 '첫빠' 인센티브를 얻는건 어떻습니까. 어차피 내용이나 수준이 다른 서재인들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니 꽤 괜찮은 차별화 전략 같은데요.
- 그게 너무 일찍 도전하면 '정말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보일까봐 준비 다 해놨으면서도 눈치를 보고 있었지 말입니다.
- 그럼 아치의 물건을 볼까요. (처음으로 올리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저보다 부지런하고 미모도 뛰어난 pjy님이 먼저. 흑)

                              
- 좀 쑥쓰럽습니다.
- 쑥쓰럽긴요. 지난번엔 책 읽는 동영상을 올리고, 이번엔 무슨 노래 페이퍼질한다고 준비중이라면서요. 새삼스럽군요. 벌써 사진이 올라와 있네요. 저건 뭐죠?
- 테이프입니다. 제가 중학교 때 테이프 녹음하는 취미가 있었거든요.
- 가을동화, 오랜만에 봅니다. 노래 취향이, 중구난방이었군요. 저기 스티커 붙이고 한건 어떤 미적 센스라기보다는 남은 스티커를 재활용하려는 알뜰함이 돋보이는 선택같은데 좀 너저분해보이는데요.
- 역시 정확하시군요. 제가 좀 알뜰합니다. 
- 말을 제대로 안 듣는군요. 나이도 한참 먹었는데 중학교 때 테이프를 갖고 있는걸로 보면 알뜰하기보단 버리기 싫어서 싸짊어지고 다니는 습성이 있는걸로 보이는데요. 듣기로는 예전 연애 편지, 자신이 썼던 잡글, 학교 다닐 때 필기했던 노트까지 갖고 있다고 하던데 정말입니까.
- 네. 제가 좀 꼼꼼해서.
- 아치네 집을 방문한 측근에 의하면 방 꼬라지가 가관이라던데 꼼꼼한 사람은 원래 정리정돈을 잘 하는거 아닙니까.
- 그래서 제가 또 다른 사진을 준비했습니다.

                                          

- 완벽하게 정리된 모습입니다.
- 정리라기 보다는 잡동사니 도가니 같은데 말이죠.
- 그건 어떤 시각을 갖느냐에 따라 달라보이는 겁니다. 아방가르드한 취향으로 저 물건들을 보면 저 배치와 색감의 조화, 일관성 없는 물건 선택에 어떤 영감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잘 모르시나본데
- 됐구요. 남들은 하나씩 선정하는걸 또 욕심껏 보여준다고 선반 위에 있는걸 죄다 찍은 모양인데 이 물건들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습니까.
- 제일 왼쪽에 있는건 철분제 포장 상자입니다.
- 그 속에 담긴건 뭐죠?
- 일전에 선물로 받은 꽃나무의 꽃에 곰팡이가 생겼습니다. 꽃은 어쩔 수 없지만 나무를 버리는건 좀 아까워 가위로 잘라서 저 상자에 보관한겁니다.
- 왜요?
- (작은 목소리로 간질이며 속삭이듯) 아까워서
- 머리끈이랑 비녀도 보이네요. 화장품도 있고. 이 옆에서 주로 화장을 하는 모양이죠.
- 네, 주로 제 방에서 화장을 하죠. 화장을 너무 많이 하면 도깨비 얼굴이 되기 때문에 서서 쓱쓱 몇분 안에 해치웁니다. 제 방이 누워서 책을 볼 때 불이 너무 환해 전등에 한지를 발라놓는 바람에 좀 어둡거든요. 방에서 화장을 하면 그렇게 피부가 좋아보일 수가 없는데 다른 방이나 밖에서 거울을 보면 우에에에웹
- 네?
- 제가 촛불 없는 곳에선 꽤 괜찮은 얼굴이라구요.
- 설마 웃기려고 하는 소린 아니겠죠?
- 눈치가 빠르신데요. 웃음 참지 않으셔도 돼요.
- 흠...... 다음 물건 봅시다. 달력 같은데 맞나요?

                                           

- 정확합니다.
- 달력에 뭘 저렇게 적어놓은겁니까.
- 앞서 말했 듯이 저는 굉장히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라
- 됐구요. 저기 보이는 줄이랑 동그라미 등등의 표시는 뭡니까.
- 생리 징조에서 생리할 때까지의 날과 생리하는 날 수를 표시한 겁니다. 달력엔 주로 그날 그날 뭘 했는지 적어놓습니다. 제 취향이 좀 고상한 편이에요. 가끔씩 나는 작년 이맘 때쯤에 어떤 즐거운 일과를 보냈을까 궁금해지거든요. 그때를 위해서도 그렇고 '내 생애 단 하루'인 날들을 적어놓고 기념한달까요. 
- 오늘은 아치 자뻑의 날도 아닌데 좀 오버하는데요. 그럼 12일 날엔 뭘 했나요.
- 이거 밝혀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제 페이퍼를 읽는 분들이 자신들은 대중없는 사는데 아치는 너무 버라이어티하게 살고 있다는 자괴감을 갖을만한 일들이 많아서 말이죠.
- 그래도 하나만 밝혀주시겠습니까?
- 12일이라... '사장의 끊임 없는 잔소리, 호박전 만들어서 선생님이랑 같이 먹음, 사장이랑 싸움, 잘 하자고'라고 적혀있군요.
- 사장이랑 싸운겁니까.
- 그게 말이죠. 저처럼 취향이 고급스러운 사람들은 싸움의 쌍시옷 발음도 경멸하기 마련인데 사장이 제 뒤를 쫓아다니면서 잔소리를 해대니 견딜 수가 있어야죠.
- 그래서 이겼습니까.
- 그게 누가 이겼다고 밝히기 참 그렇지만...... 에, 그래도 정 궁금하다면 (개미 편도염 앓는 목소리로) 제가 이겼어요.
- 누가 이긴지 어떻게 아는겁니까.
- 사장이 전화를 걸어서 친하게 지내자고 했어요.
- 그게 꼭 이긴거라고 하긴 뭐하고, 취향도 그리 고급스럽지도 않고
- 뭐라고 하시는거에요? 이 양반이 지금 나랑 한판 붙자는거야, 응? 너 몇살이야?

 지금까지 아치 방에 있는 물건으로 본 아치에 대한 인상은 참으로 '대중없다'는 거였습니다. 본인의 설명과 다르게 굉장히 더럽고, 더러움을 은폐하려고 뭔가 치장하려고 애를 쓰는데 보시다시피, '내 이럴줄 알았다' 정도였습니다. 재미 없고, 의미도 없는 페이퍼를 끝까지 읽은 분들 애쓰셨습니다. 애쓰신 분들께 심심한 결말을 대신해 책 하나 추천해드리죠.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은 이들에게 권하는,


 


다중 인격의 심리학






 어쨌거나 저쨌거나


뽀 만세 ! 우리 할머니 될 때까지 페이퍼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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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from 기우뚱하다 내 이럴줄 알았지 2012-07-03 15:10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예전엔 이력서에 특기란이 있었다. 한참을 내 특기에 대해 고민하다 적은게 '정리하기'였다. 고백하자면 특기가 아니라 소망이었다. 나는 정말 정리를 잘하고 싶었다. 미적 취향이나 센스가 후져도 정리만 잘한다면 내 방도 봐줄만한 공간이 될 수 있을거란 희망에 부풀어서는 아니었다. 단지 원하는 물건을 바로 찾고, 언젠가 쓸거라고 모아둔 물건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정리만 잘 한다면 책을 보고 메모만 해뒀던 '미처리 서류'에서 보석같은
 
 
다락방 2010-08-30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다.

Arch님, 재미있어요. 있죠, 첫번째도 두번째도 그리고 세번째 사진도 다 의외에요. 테이프를 녹음해서 저렇게 손글씨로 타이틀을 적는다는 것도 의외고, 아방가르드한 잡동사니도 의외에요. 저런 기타의 부수적인 물품보다는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이는 것만을 좋아하는 취향은 저랑 닮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린 정말 전혀 다르군요! 게다가 달력은 또 완전 꼼꼼하게 적네요. 이여자, 참 재미있는 여자야. :)


아 막 집에가서 나도 뭔가 사진찍어 참여하고 싶은데, 전 대체 아무리 생각해도 지저분한 책장, 지저분한 침대, 지저분한 화장, 지저분한 방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네요. ㅎㅎ

Arch 2010-08-31 02:39   좋아요 0 | URL
휴우, 다행이다. 전요, 페이퍼 올릴 때마다 외면 당할까봐 조마조마해요. 특히 이렇게 객쩍은 짓하면 더더.
저도 제가 실용적인 몇가지 물건만 놓고 지낼 수 있을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아요. 다락방님만큼 재미있을라구요.
사진엔 세팅이 필요한거라고 바람결님이 알려주셨어요. 물론 제 방은 늘 깨끗하지만 (뭐래, 퍽퍽 ^^)

pjy 2010-08-30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홋~ 나의 자학페이퍼와는 차원이 다른! 에잇, 이런 멋진 글쏨씨 막 질투난당...뒤져보면? 나두 멋진 잡동사니?가 있을건데..... 그게 어딨는지 한참 뒤져도 안보이는중 @@;
알뜰하고, 꼼꼼하고, 완벽하게 정리하는 취향이 고상한 아치님^^

Arch 2010-08-31 02:41   좋아요 0 | URL
저는 다중인걸요. 자학은 자기 인격 하나쯤은 챙기지 전 뭐 ^^

뒤엣말은 아주아주 반어적인거 맞죠? ^^ (이렇게 말하면서 왠지 진짜일거라고 맘대로 생각해버리는 중)

Forgettable. 2010-08-31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중인격의 심리학 마무리 센스 어쩔 ㅋㅋㅋㅋㅋㅋㅋ
감동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티커 붙여 놓은거 너무 귀엽네여. 전 테이프란 테이프는 다 버려서 ㅠㅠ 꽃도 마찬가지. 그렇다고 방이 깨끗한 것도 아니에요. 여튼 내가 아치 방에 머무르면서 꼼꼼하게 모두 훑어 봤기 땜에 모두 상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군요. 동시에 처음 보는 것들이기도 하고 ㅡㅡ 웃기죠. 역시사람은 지 보고싶은 것만 보나봐요.

이 페이퍼를 통해 느낀 점은 난 역시 아치에 대해 꽤 알고 있어. 입니다요. ㅋㅋㅋㅋㅋ
은근 도발????? ㅋㅋ
니가 나에 대해 뭘 알아?? 막 이렇게 반격 나오면 할말 없지만요. 그래도 좋아요. 난 할아버지 될때까지 페이퍼 열심히 쓸라고. ㅋㅋ 고마워요. 아치. 날 이렇게나 아껴줘서. ㅋㅋㅋㅋ

Arch 2010-09-01 09:36   좋아요 0 | URL
재미없으면 어쩌나 조마조마했어요.
제가 좀 귀여워요. (이렇게 말하면, 너 말고 스티커 이럴거란거 알아요. 난 다 알아요 ^^) 뽀가 훑어본건 빙산의 일각이었어요. 그게 치운다고 치운 상태란걸 뽀는 상상도 못할거에요.

치, 난 다중인데 날 어떻게 다 알아. 라고 반격하려다 그것까지 미리 예상으르 한 뽀 때문에 말문이 막혔어요. 나중에 우리 자판 누르는 힘 없을 때까지 페이퍼질 해요. 서로 즐찾 경쟁하고, 방문자 비교하고, 댓글 질투하면서 히히~~

2010-09-11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렇게 재밌게 글을 쓰시다니요. '꼼꼼하고 잡동사니를 좋아하며 유일한 날들의 기록을 촘촘히 쌓아가는 다중인격자'이고 싶어지는군요....^^

세 가지 사물로 자신을 보여주기, 아이디어도 재밌어요. 난 뭘까 생각해 봤는데, 기스 잔뜩 난 갈색 뿔테안경, 칫솔 옆에 새초롬한 호랑이 토우, 아무렇게나 켜켜이 첩첩이 쌓인 책장 위의 뽀얀 먼지. 이렇게?

Arch 2010-09-11 13:04   좋아요 0 | URL
섬님 감사해요 ^^

이건 포게터블님의 이벤트 아이디어였어요. 섬님은 안경을 쓰고, 호랑이 인형을 갖고 있군요. 제 책장에도 먼지가 많아요. 히~
 

* 추천 마법사가 어떤 데이터를 근거로 내 취향을 골라내는지 모르겠다. 여성학/남성학은 수긍이 가는데 <건강>에 관한건 좀 의아하다. 물론 요새 영양과 대사 능력, 호르몬에 대한 책들을 읽고 있지만 따로 페이퍼나 리뷰를 쓴 것도 아닌데. 내가 쓴 열 손가락에도 안 드는 리뷰 중 하나가 건강에 관련된 책이어서일까. 그렇다면 에세이나 잡문을 추천해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알게 돼서 즐겁다. 물론 당장 사지는 않을테고, 사고 싶어서 안달나진 않겠지만 눈도장 찍어놨으니까 언젠가 읽게 되겠지.

 추천 마법사에서 나랑 비슷한 취향의 서재를 알려주는건 좀 귀엽다. 어렴풋하게 이 사람은 나랑 비슷하단 생각을 했지만 -역시 어떤 근거로 선정한지 분명하지 않다.- 콕 집어서 알려주니까 신선하다.

 마법사야, 앞으론 잡문도 많이 추천해주렴.

* 얼마 전에 읽은 한윤형의 <키보드 워리어>에서 강준만 선생님에 대한 내용을 읽었다.
 한윤형은 진중권이 이문옥 서울 시장 후보에 대한 관점을 강준만에게 물어보는 것으로 시작된 논쟁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수십 년간 제도정치권 내에서 빛과 그늘을 모두 맛보았던 김대중과는 달리, 아웃사이더 체질의 노무현을 옹호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논변은 어느 선량하면서 고생을 많이 한 무명 군소후보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알았을 때에도, 그(강준만)는 민주당이라는 제도권 정당이 지니는 현실성을 무시하는 진중권의 논의를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비록 그 자신이 그 지점을 정연하게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과연 그 자신의 생각대로 강준만은 컨텍스트의 남자였다. 그에겐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구축된 감각적인 판단이 있었고, 옳지 않은 것들에 대한 분노도 있었다. 진중권이 논리적 일관성을 위해 존재론적 모순을 선택했다면, 강준만은 존재의 일관성이 논리적 비일관성을 설명해 버리는 사람이다. 두 사람의 전략을 비교하다보면 일관성이라는 말이 결코 쉽지 않은 어떤 강박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절로 깨닫게 된다.'
 
 강준만 선생님이 민주당, 호남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열린 우리당 창당 과정에서 강준만 선생님이 욕을 먹고, 결국은 실패한 기획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은 것 정도가 내가 아는 것의 전부. 정말, 정치는 어렵고 역사는 복잡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누군가의 흔적을 좇아가는 독서는 필요보단 재미의 요소가 더 많다. 이번 경우는 안티조선에서 시작한, (미잘 말에 의하면) 인터넷 무림 세계에 관한 것이니 말할 필요도 없다.

* '초등학교 3학년 시절, 교과서에 실린 동시를 처음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어렸을 때부터 여백이 없어 새까맣게 백지를 사용하고 또 그 위에 덧칠을 하도록까지 절약 교육을 받았던 내게, 교과서에 실린 동시는 인쇄가 잘못된 이상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종이의 낭비가 심했던 것이다. 어려서 시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몇 개의 단어와 짧은 시행이 거느린 드넓은 여백은 신비한 풍요를 품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시인이 되기로 했(다.)' 는 시인은 공무원이 돼서 퇴근 후 독자로 사는 삶을 꿈꿨단다. 그러나 지금은 그의 책을 읽는 독자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저자가 됐다.

'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으면서, 독서에 관한 내 관념은 몇차례나 바뀌었다. 젊었을 때는 그저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수단으로 책을 읽었다. 그때 책은 아파트 평수를 넓혀 가는 것과 같이, 내 개인적인 재산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다른 사람과 이해와 사랑을 나누는 방법으로 책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지식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책을 통해 타인과 관계를 맺어 가게 된 것이다. 무엇엔가 중독된다는 말은 곧 외로움으로 통하지만, 책에 중독된다고 해서 외로워지지는 않는다.'

 그 저자의 이름은 장정일이다.

* 장정일의 독서일기 7권을 읽고 있다. '아담이 눈뜰 때'나 '보트 하우스'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그의 책은 특별하거나 너무 싫지 않은, 딱 고만고만한 정도였다. '생각'을 읽으면서 '정말 이런 생각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어느 부분에선 내가 나 아닌 것으로부터 단속했던 생각들이 무척 신기했다. 그래도 확 좋진 않았다. 안티 미스코리아 운동을 두고선 당사자가 말하게 해야지, 누가 대신 하는건 무리라는 얘기가 좀 불편했고, 자본대 반자본의 이분법적인 도식은 좀 뻔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난 후에 그의 책의 충실한 독자가 되기로 했다.

  독서 일기만큼이나(특히 엉터리 책을 읽고 난 후, 자제하는 듯하면서 어깃장 놓는 방식은 유쾌하다) 그가 읽은 '책에 대한 책'의 내용도 좋다. '서재 결혼시키기'에서 '전작주의자의 꿈' 등 책에 대한 책은 항상  나를 설레게 한다. 맘에 드는 작가가 좋아하는 책의 지도를 그려볼 수 있고, 어떤 흐름으로 책을 읽었는지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물론 신간 소개나 출판사 소개로 책을 선택할 수 있지만, 그건 왠지 '그저 책'일 뿐 '읽고 싶은 책'의 아우라가 안 풍긴다.

 아니 프랑수아의 <책과 바람난 여자>에선 책과의 물성애에 빠진 그녀가 책을 사랑하는 방법을,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에선 권력과 지식을 남성들이 독차지하던 시절에 '책 읽기'로부터 차단된 여성이 나온다. <꿈 꾸는 책들의 도시>는 너무 두꺼워서 읽기를 망설였는데 혹할 것 같은 내용이 아니라 이참에 깨끗이 단념하기로 했다.


* 아빠는 냉장고 청소를 하신다. '나도 해야되냐'고 여쭸더니 '안 하느니만 못한다'며 깨끗이 거절하셨다. 그래서 집안일 하는 대신 페이퍼를 쓴다. 그러니까 이 페이퍼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대체 이런 음식을 반년 가까이 냉장고에 '처'넣어놓은 누군가를 규탄하는 아빠의 욕설과 얼음 가득 담긴 텀블러 덕에 씌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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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8-27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아직 한번도 읽어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제 읽어볼까 싶어지네요. Arch님 덕에 말이죠. 물론 더 흥미가 가는 책들은 [책과 바람난 여자],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이긴 합니다만.

- 고백하자면, 이 글을 두 번 읽었는데 왜냐하면 처음에 빨리 읽느라고 '아니 프랑수아'를 얼핏 '아프락사스'로 읽었기 때문이에요. 하하하핫;;


- 약올리자면, 나는 커피빈의 '아이스 모카 캐러멜 라떼' 기프티콘을 생일 선물로 받아서 가지고 있어요. 아직 안 바꿔 먹었어요. 먹고싶죠? 하하핫

(다섯시간 후) [책과 바람난 여자]는 품절이네요. 흐음.

Arch 2010-08-27 20:07   좋아요 0 | URL
* 우리 다락방은 왜 이렇게 예쁘게 말해요, 응? ^^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의 그림은 괜찮았는데 글은 별로였고, 책과 바람난 여자는 장정일에 의하면 책에 대한 한편의 수다로 읽힐 수 있대요.

* 아니 다락방도 아니고 저 글자를 어떻게 아프락사스로 읽혔을꼬~

* 아니아니 저는 커피빈 커피는 별로에요. 얼음이 좋다는거죠. 조그만해가지고 입에서 아삭아삭 씹히는거 말예요. 터미널에서 버스 탈 때면 텀블러에 얼음 넣어갔고 나와요. 몰래, 도둑질 하듯이.

도서관엔 있을지 몰라요. 왜 이렇게 빨리 품절되나 몰라.

2010-08-27 2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8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30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pjy 2010-08-29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이 냉장고청소에 꼿힙니다....왜 항상 욕과 시작해서 욕과 끝나는지 저도 모르겠더라구요ㅋㅋㅋ

Arch 2010-08-30 14:08   좋아요 0 | URL
그건 해본 사람들이면 누구나 공감할걸요. 그래서 전 손도 못대고 있는데 부지런한 아버님께서 그만^^ 전 오래 살거 같아요.
 

* 그에게 농담처럼 말했다.

떨어져 있을 때 참 보고 싶어요. 그런데 보잖아요. 그럼 그냥 그래요. 왜 보고 싶었나 싶고.

그는 자기 얘기냐며 한번 더 되묻고선 그러니까 아치가 날 보고 싶어하네 이러면서 자꾸 놀렸다.

 고백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에 사는 것 같다. 자꾸 보고 같이 있어서 즐겁다면 당연히 좋아하는거지 굳이 맘을 다잡아 고백하는게 좀 겸연쩍다. 고백하고나서 달라질 것도 없다. 우린 전처럼 사이 좋은 동네 친구이고, 서로에게 허용되는게 어떤건지 잘 알 정도로 상식적인 사람들이니까. 서로 맘이 다하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조금씩 멀어지는게 인지상정. 허기질 때면 내 옆에서 종알거리며 떠들어줄 그가 생각나기도 하겠지만 그게 그렇게 심각하고 고통스럽진 않을 것 같다고 쓰려고 했는데, 그건 좀 오만했다.

 이건 아주 먼 얘기고 우선은 정서 불안처럼 자꾸 여름 다 가기 전에 아치가 비키니를 입어야 한다며 해수욕장에 가자는 그를 좀 말려야 했다.
- 저 배가 아직 안 들어갔어요. 그리고 수영해야하는데 비키니는 좀 오바다.
 그는 자기가 선교사들이 수영하는걸 봤는데 다른 나라 사람은 배 나와도 비키니 잘만 입더라고 내 기인지 자신의 의도인지를 모르겠는걸 자꾸 북돋았다. 아우 참, 아우 참하면서 내 할일을 하는 틈틈이 그의 말을 흘려듣자니 왠지 이 정도의 거리가 참 좋다란 생각이 들었다.
 비키니를 꼭 입어야하나 걱정할 필요도 없고, 자기 말하는데 나는 내 일에 몰두하고 있어서 서운하지 않을까란 염려는 붙들어맨, 누군가는 열심히 선교사 얘기를 하고 다른 사람은 그냥 흘려들으면서 가끔 눈을 봐주며 씽긋 웃어주는 거리.  


* 연극적인 상황이었다. 다른 때의 나라면 이건 나와 맞지 않는 일이고, 좀 웃긴다고, 너 되게 위선적이란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고백 대신 살짝 웃으며 넘어갔다. 그 일이 나에게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기도 했고, 사사건건 날을 세우는 것보다 지나치는게 훨씬 더 나을거라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 
 기를 쓰면서 상대방과 나의 간극을 줄이려고 노력한다거나 왜 그게 잘못된 생각인지 꼬치꼬치 따져대는걸로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도리어 서로의 차이를 메울 수 있는 시간조차 허락할 수 없을 정도로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사사건건에는 '나는 이토록 너에게 최선을 다한다'란 진심이 담겨있다고 착각했다. 내가 편해지려는 최선이었지 상대방에게 필요한 최선은 아니었다. 


* 남자가 생선을 발라주면 어떤가란 웃기지도 않은 주제가 나온적이 있다. 한 남자가 자기는 여자 친구한테 생선 발라주고 고기 구워주는게 좋다란 말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좀 웃기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단순히 취향 문제인줄 알았는데 같은 자리에 있던 여자분들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여자가 손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해주는건 여자 고유의 주체성을 훼손한다는 얘기를 하는데 나는 자꾸 웃음이 나왔다. 변덕스러운 자아지만 그깟 생선 발라주는 것으로 쉽게 좌지우지 되진 않는다던가, 대체 누군가를 좀 챙겨주는 것과 주체성은 무슨 상관이며, 선뜻 '여성 노동'을 하는 남자를 칭찬해주지는 못할 망정 몰아세우면 되겠냐고, 그건 꼭 부엌 들어가면 꼬추 떨어진다고 겁주는 할머니들 같다는 얘기를 하려다 말았다. 

 대신 여자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남자에게

- 저는 생선 발라주는 남자 좋아해요. 술잔 비면 술 따라주고, 자꾸 예쁘다고 하는 사람도 좋아요. 고기는 잘 못먹지만 밑반찬 아낌없이 챙겨주는 남자도 좋아해요. 비올 때면 둘 다 우산 있어도 우산 하나로 같이 쓰자고 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꾹꾹 눌러담은 문자 말미에 하트 숑숑 보내주는 사람도 좋아해요.

 라고 말하려 했으나 '아치, 술이 과했구나'라며 약올릴 것 같아 꾹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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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8-23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생선 발라주는 남자 좋아해요. 남자라면 모름지기 생선을 발라줘야 진짜 남자라고 생각해요. 고기를 먹을때는 생마늘이 다 떨어지지 않았는지 미리 챙겨주는 남자가 좋고, 술잔이 비면 따라주는 남자가 좋아요. 자꾸 예쁘다고 하는 사람도 좋구요. 이 술을 다 먹지 못할 것 같다고 하면 내 잔을 기꺼이 가져다 마시는 남자도 좋아요. 비오는 데 우산 하나로 같이 쓰자고 하는 남자도 좋아요.

남자 둘이 있다면, 그러니까 생선 발라주는 남자와 발라주지 않는 남자가 내 앞에 나란히 앉아 있다면, 나는 생선 발라주는 남자를 더 많이 쳐다볼 거에요. 자꾸 예쁘다고 해주는 남자와 예쁘다는 말에 인색한 남자가 있다면, 나는 예쁘다고 말해주는 남자한테 더 웃어줄 거에요.


Arch 2010-08-23 17:56   좋아요 0 | URL
아, 내 맘 같은 다락방이 있었군요^^
제가 기획력과 추진력이 있다면 전생발 만들면 좋겠단 생각을 해봤어요. 전국 생선 발라주는 남자들의 모임? 크~

차좋아 2010-08-23 18:4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아치님의 글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제가 그 남자가 되곤 합니다.
이야기 후반으로 갈수록 함량미달의 남자가 되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꿈을 잠시나마...ㅎㅎㅎ

생선을 발라줘야한다면 저는 횟집만 갈꺼에요~ (아줌마 꽁치구이 주지마세요) 나 보고 남는 음식 먹으라 하면 내가 짬통이야! 먹기 싫음 버려, 이러는 남자거든요^^



Arch 2010-08-23 19:04   좋아요 0 | URL
차좋아님은 그런 남자 사람이구나! 뭐 남자가 그럼 생선 잘 발라주고 우산 잘 씌워주는 여자 만나면 되죠~ 그래서 연애하는거 아니겠어요.

아기가 남긴 음식도 못먹는 저로선 음식 남은거 먹으라는 사람은 별로에요.

그런데 전,
전에 수유 너머에서 밥을 먹은적이 있는데 욕심껏 음식을 담아서 남긴적이 있어요. 거기선 그러면 정말 안 되는데 말이죠. 그때 정말 더 먹으면 체하겠고, 안 먹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끙끙댄적이 있는데 옆에 계신 분이 선뜻 제 밥을 먹어주시더라구요. 와, 굉장히 고마웠어요. 그땐 고맙기보다 죄송하고 민망했지만.

pjy 2010-08-24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히 생선발라주는 남자가 좋은거죠~ 고기먹을때 알아서 제때 뒤집어주는 센스는 있어야 남자인거죠^^ 술잔이 비면 최소한 자기 술잔은 알아서 채우는 남자가 좋아요~ 전 별로 욕심없어요ㅋㅋ

Arch 2010-08-25 10:17   좋아요 0 | URL
그런데 왠지 우리 욕심꾸러기 같아요.^^ 사실 그냥 좋으면 다 좋은건데, 고기 내가 뒤집으면 되고, 생선 나도 잘 발라먹으니까~
 

 남자가 내 잔이 빈걸 알고 술을 따라줬다. 남자는 잔을 살짝 잡고 예쁜 손으로 술을 따랐다. 행여 한입에 털어넣을까 너무 적거나 많지 않은 양을 잔에 부어준다. 무슨 얘기 끝엔가는 아치가 말을 참 예쁘게 한다며 살짝 꼬인 혀로 대꾸를 해주고, 슬쩍 편을 들어줬다고 아치밖에 없다며 농담을 곁들였다. 살뜰하게 챙겨주면서 생색내지 않는 마음이 참 예뻤다. 그때 문득 '그'가 아니라 '그와 같은 사람'과 연애를 하고 싶어졌다.

 그가 자기 옆지기 닮은 딸아이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기 때문에 '그'와의 연애를 꿈꾸지 못하는건 아니다. 실제로 액션을 취하고 말을 걸기 전에 그저 꿈만 꾸는건데 그의 혼인 여부가 크게 문제될리는 없으니까. 내가 좋아하는건 정체를 알 수 없는 '그'가 아니라 '연애하기에 이상적인 어떤 유형의 사람'이라는걸 안다. 그래서 술자리의 남자와 살짝 무릎이 닿았을 때 짜릿하기보다 비현실적인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연애 결핍 증세로 알딸딸해져서인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배가 고팠다. 건조된 당면이 들어있는 국수를 먹고 싶어 편의점을 기웃거렸다. 세 군데를 돌았지만 한곳에서도 국수를 팔지 않았다. 잘 안 팔리는 물건은 진열장에 없었다. 그 새벽에 당면 국수를 먹고 싶은건 나뿐이었나보다. 참치마요네즈 삼각 김밥을 샀다. 음악을 들으며 삼각 김밥을 먹었다.

 이번 선곡은 괜찮았다. 여름 밤에서 달짝지근한 냄새가 나는데 노랫말 중에도 라일락 향기 운운하는 부분이 나온다. 사랑해달라고 애원하거나 사랑이 뭐 별거냐고 콧방귀 뀌는 요즘 가사가 아니었다. 사랑이란 말 하나 없이 라일락 향기만으로 퐁퐁 맴도는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노랫말이었다. 그 밤엔 라일락 꽃 무더기 속에서 잠이라도 잘 일이었다.

 연애를 하고 싶은건 누군가와 밥을 먹고, 연락을 주고 받고,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간단한 욕구라고 생각했다. 연애할 때는 그렇지 않으면서 말이다. 밥 한끼 먹는데도 서로가 먹고 싶은 음식을 정하고 상대의 식성과 그날의 기분, 그 전 식사에서 무엇을 먹었고, 밥을 먹은 후에 뭘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도 연애를 안, 아니 못해서 생기는 허전함은 막연하게도 딱 이것 하나만 같이 할 수 있는 상대면 괜찮을 것 같단식이다.

 그래서 처음은 쉽고 연애 중반부터 허덕인다. 좋게 끝날 리가 없다. 그런데도 연애를 안 할 때면 매번 끼니때마다 뭘 먹을지 고민하는 식이다. 아, 이 글의 시작은 문득 연애가 하고 싶을 때였지, 지난 연애를 반성하는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다시 시작해야겠다.

 술자리에서 만난 남자가 중저음의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어주는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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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8-22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며칠 올리신 글 읽다보니 왠지 "백만번산 고양이" 를 읽어주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짝에 대해 다시 설명해 줘봐" 하는 목소리도 들리는 듯 합니다.
목소리들이 마치 조용히 돌림노래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요 ^^

Arch 2010-08-22 21:22   좋아요 0 | URL
멋진, 댓글이에요. 사람마다 어떤 감각기관이 유독 발달하는거라면 바람결님은 소리에 민감한 것 같아요. 그게 참 좋다구요.

2010-08-23 0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3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