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을 안 본다고 전력공사에 전화를 했다. 수신료를 청구하지 않도록 하겠단다. 혹여 나중에 방문했을 때 텔레비전이 있으면 그날부터 수신료를 내야한다고 말한다. 네네.
 새로 사는 집엔 텔레비전이 없다. 이젠 몇달 됐으니 새로 사는 집 운운하면 헌집은 자기 얘기 하는줄 모르고 딴청을 부릴지 모르겠다. A는 텔레비전을 좋아하지만 텔레비전보다 나를 더 좋아하니까 TV 대신 나와 같이 살기로 짠짜 한거다. A와 텔레비전 보기 대신 다양한 놀이를 개발했다는건 좀 어마어마하고 어쩌다 보니 몇 가지 놀이를 하게 됐다. 모월모시, 할 일 없는 아치는 페이퍼에 뭔 놀이를 했는지 적어보려 한다.

 * 표정 알아맞추기

 자주 짓는 표정이 있다. 아치는 울면서 거울 보는 사람이 아니므로 울 때는 물론 화내고 짜증내고 즐거워할 때의 표정을 모른다. 어느 날 아치의 표정을 따라하는 A를 보고 표정짓기 놀이를 제안한건 여러모로 지략과 문무를 겸비하여 머리가 큰 아치 생각이었다. 먼저 A가 시작했다.
 입은 대발로 나오고 몸을 좌우로 비튼다.
- 띠, 아치가 오리 흉내내며 뛰뚱거리는거?
- 땡!
- 띠, 아치가 배고프다며 밥 달라는거?
- 딩동댕
 에~ 뭔 표정이 그래, 그리고 난 저렇게 귀여운 표정 지으며 밥 달라고 한적 없단 말야 등등의 대응을 했으나 A는 가차없이 다음 표정으로 넘어갔다.
 이마에 삼자를 세우고, 입으로 험악한 말을 하는 듯 얼굴이 엄하다. 오른손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삿대질을 한다.
- 띠, 너 혼자 뭐 먹고 있을 때 나도 좀 달라는 표정?
- 땡!
- 혹시 지민이한테?
- 딩동댕
 그러니까 그 표정은 지민이가 장난을 치거나 누나를 괴롭힐 때 짓는 표정이라는건데, 애들이 무서워할만 했다.

 나도 A의 표정을 흉내냈다. 얼굴 근육을 잔뜩 긴장 시켰다 풀었다 하면서 과장을 했다. 그렇지만 A만큼 세밀하게 하진 못하겠더라. 표정 놀이의 급수는 평소에 상대방을 유심히 보며 쌓아놓은 관찰력과 거울을 자주 보는 습관에 따라 갈린다. 거울 잘 보는 남자-사람에게 당할 수가 있어야지. 

* 상상 스피드 퀴즈

 말 대신 온 몸으로 설명하는거다. 상상력과 지구력, 인내심과 (저렇게 쉽게 설명하는데 못맞추면 어쩌나 하는)불안감을 숨기는 기술을 필요로 한다. 버스랑 병아리, 방귀를 설명하는데 방귀는 엉덩이를 들자마자 A가 맞춰버렸다. 병아리는 닭을 먼저 흉내낸 다음에 손을 오므려서 그게 이렇게 작은거라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A가 못알아들었다. 결국 패쓰. 버스도 네모난 모양에 운전하는 흉내랑 버스 카드 찍는걸 보여줬는데 아무리해도 A가 못맞추는거다. 나중에 너라면 어떻게 할거냐니까 손잡이 모양을 제시한 다음에 그걸 잡고 이리 저리 흔들리는 모습을 흉내내는거다. 아 그렇게 하는거지! A는 상상해서 설명을 잘 하고, 나는 말로 풀어내는걸 잘 한다. 괜찮은 조합이다.
 요즘 한약을 먹는다고 장이 좋아졌는지 연신 방귀를 뀐다. A는 아치 방귀 때문에 식욕이 감퇴되고 두통이 심해졌다는 말 대신 이 그림을 붙여줬다.

 * 화투치기
 
 지난번에 동생이 놀러와서 남기고 간 건 '다시다를 넣고 맛있게 떡국 만들기' 비법만은 아니었다. 텔레비전이 없어 심심해하는 동생과 고스톱을 치기 시작했는데 그 재미가 보통이 아니었다. 평소에 사행성 노름을 멀리하고자하는 소신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고스톱을 못쳐서 고스톱을 멀리 해온 아치로선 지난 시간이 아까워질 정도로 화투치기는 재미 있었다. 동생이 간 뒤 남은 화투로 아치랑 A는 밤마다 허리 끊어지는줄 모르고 맞고를 쳐댔다.
 순진하게 생겨서 화투짝 하나 못맞출 것 같던 A가 현란한 짝짝 소리를 내며 처음부터 기선제압을 했지만 지고 있을 아치가 아니었다. 직장에서도 머릿 속에서 패맞추기, 팔목 근력 강화 운동을 거듭한 끝에 지금은 실력이 거즘 비슷해졌다. 가끔 A가 구사하는 '판을 꿰뚫어 다음패를 알아맞추기' 비법까지는 터득하지 못했지만.
 다음 사진은 옥찌들이 놀러왔다 남긴 그림. 저기 긴머리 애벌레는 아치란다. 쳇

* 지적질 놀이

 손바닥만한 살림살이지만 뭐 그리 치울게 많고 신경 써야할게 많은지 모르겠다. 부엌에 피어나기 시작하는 곰팡이는 주인집에서 '전에 살던 사람들은 아무 말도 안 했는데'에서 번번히 원래 그런갑다로 내버려둬야 했고, 환풍기에서 물 떨어지는건 비나 눈이 안 오길 바라는 수 말고는 도리가 없어 보였다. A와도 생활 습관이 다르다보니 여러가지로 신경 쓰일게 많았다. 아치는 A가 세제 뚜껑을 안 닫거나 불을 켜놓고 돌아다니는 것, 방바닥에 머리카락 있는걸 지나치는걸 못견뎌한다. A도 아치가 벗은 옷 그대로 방바닥에 굴러다니게 놔두는거나 설겆이를 드럽게 하는걸 안 좋아한다. 둘 다 깨끗함에 대한 기준도 달랐다. 아치는 물 아낀다며 안 씻고, A는 물을 아껴가며 씻는거라고 했다. 

 다툼이 생기면 맘씨 좋은 A가 먼저 양보를 한다. 아치는 그럴 때마다 좀탱이 속 같은 자신을 탓해보지만 뾰족한 수가 있는건 아니었다.

 그렇게 지내길 며칠, 무슨 말 끝엔가 A가 눈짓으로 뭔가를 가리키는데 내가 벗어서 정리 안 한 옷이 눈에 띄는거다. 그래서 나도 A의 눈과 멀티탭에 여전히 꽂혀있는 전기밥통의 콘센트에 각을 맞췄다. 안 맞는게 당연한데 그동안 너무 많은 에너지를 뺐다. 그래서 우린 싸울까봐 피하는 대신 막 지적질 하기로 했다. 길 난다고, 그렇게 하다보면 서로가 원하는게 습관처럼 맞는 날도 오겠지. 그동안은 싸우는데 에너지를 다 쓰는 대신 웃으면서 지적질-놀이를 해야겠다.

 다니기 싫은 직장에서 보기 싫은 사람들과 존재감 없이 지내는 대신 놀이를 한다. 사실 이건 몰래 카메라다, 몰래 카메라가 '몰래 카메라였습니다.'라고 밝히는 날은 내가 퇴직하는 날일거야라는 놀이, 뭐 이런걸 자주 떠올리고 상상을 자주 하다보면 현실과 상상을 구분 못하고 정신이 요래 이상해질 수 있을 위험이 다분하다. 친구가 일러준 미친척 하기, 힘을 기르기 등등의 실전 테크닉도 도움이 안 되는 날이다. 농사 지을거라고 했더니 친구는 현실 도피 밖에 안 될거란 대꾸를 한다. 딸꾹질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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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여행 에세이는 천편일률적이다. 포맷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싸이월드에 올릴법한 사진과 '후'하고 불면 날아가버릴 듯한 감상적인 글이 가득한 책, 정말 지독할 정도로 여행을 하고 또 해서 잠결에도 다음날의 일정을 줄줄 외울 정도로 빡쎈 형식의 책, 순전히 먹거리와 볼거리를 즐기기 위한 정보만을 실은 관광 책. 다종다량의 여행서가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어느 것도 내 구미에 맞는게 없었다. 내가 여행 에세이를 읽는 것은 대리만족을 위함일까. 아니면 에세이 가운데 뭔가 읽을거리가 있는건 여행책 뿐이란 생각 때문일까. 여행 에세이를 읽을수록 갈증만 더해갔다.

 이런 여행책(혹은 에세이)은 없을까, 골목에 오랫동안 서서 찬찬히 누군가의 삶을 기록하는 책.(유동훈의 어떤 동네) 크고 번쩍거리는 곳 대신 작고 낡은 곳에 대해 얘기하는 책.(소도시 여행의 로망-고선영) 혹은 '서재 결혼시키기'에서 소개한 '책을 읽으러 돌아다니는 여행'을 기록한 책은?(여행자의 독서-이희인) 아니면 아예 낯선 곳에 머물며 쓰는 책은? 혹은 기존 여행서와 비슷한 경로의 여행을 하지만 이런 얘기는 어떨까. 아무도 그곳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던 얘기랄지, 사적인 이야기지만 가만히 귀 기울이면 결국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있는 듯한 책은?

 그러던 중에 김영하의 여행자 시리즈를 알게 되었다. 여행지에서 쓴 소설과 사진, 짧은 에세이와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 이야기는 성글었지만, 가끔씩 눈에 띄는 구절들은 오로지 작가만이 떠올릴 수 있는 부분인지라 그 자체로 생동감이 있었다. 인공적인 공간에 대한 느낌으로 '일본이 꾸는 꿈'이란 표현을 쓴 부분이나 거품이 맥주 그 자체를 대신하는 것에 대한 감상은 재미있었다. 그러고보니 여행책에 바라는바를 이러쿵 저러쿵 떠들긴 했지만 결국 내가 바라는건 단순했다. 책장을 넘기며 여행 장소와 분위기 사이 사이에 작가의 의도나 생각들이 켜켜이 쟁여지는걸 읽고 싶다는 것 정도. 어쩌면 생각보다 과한 주문이었던걸까. 리파리에서 머문 김영하가 쓴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의 시시콜콜한 서술이 따분했던걸 보면.
 
 머릿 속을 맹랑하게 돌아다니는 생각들이 있다. 막연하게 이걸까, 저걸까 하다가 그것을 표현할 말이나 글을 떠올리지 못해 답답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 맘을 쏟 빼닮은 가요에 동요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글을 읽기 전엔 나 역시 여행에 대한 모든 서술들이 막연하게만 느껴졌다. 뭐가 먹고 싶은지 모르겠어 점심 때마다 고민을 하고 고민 끝에 메뉴를 정해놓고도 만족을 못하는 점심 무렵 여느 직장인처럼.

 9시 이후에는 알코올음료를 팔지 않고, 보행자들이 가미가제 특공대처럼 찻길에 뛰어들어도 아무도 경적을 울리지 않고, 길거리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 곳. 이것이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슬로베니아, 그중에서도 블레드의 모습이다. 기질적으로 쾌락을 음미하는 듯 보였던 파리 사람들과 비교하면, 여기 사람들은 청교도라 해도 과한 말이 아니다. 파리에서는 지구 최후의 날처럼 죽을 힘을 다해 담배를 피워대고, 애첩처럼 귀애하는 레드와인 덕분에 대낮에도 불콰한 낯빛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아마 그런 것이 도시의 스타일이고 규칙일지 모르겠다. 몸 사리지 않고 즐기는 것 말이다. 내가 인상적으로 본 블레드의 모습은 어쩌면 이 작은 호수마을에 국한된 특징일 수 있겠고, 우연적인 관찰을 침소봉대하여 대단한 미덕으로 일반화시키고 싶어 하는 미숙한 여행자의 편견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9시 이후에 알코올을 팔지 않는 이 깐깐한 동네가 맘에 든다. 그 시간 이후로는 묽은 위로를 팔지 않으니 책을 읽든 정사를 나누든 다른 길을 알아보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는 태도가 미더운 것이다. 허튼 기대를 버리면 인생은 조금 더 수월해진다.

 이런거였다. 어디에 뭐가 있고, 무슨 음식이 맛있으며 어디서 자야할지 말할 필요가 없다. 물론 실용적인건 중요하고 때론 유용할 때가 있다. 그렇지만 그런 정보는 굳이 여행 에세이란 이름을 달고 나온 책들이 악착같이 소개하지 않아도 된다. 정보는 널려 있고, 낚시 바늘이 아니라 마우스를 클릭하거나 본격 여행 안내서를 뒤적이면 정보는 충분하니까. 그래서 그녀에게 물어봤다. 왜 동유럽에 갔냐고, 정말 그곳은 어땠냐고. 

 나는 모든 사물이 쓸모 있기를 바라는 완고한 낭만주의자이고 나무들에게 배울 것이 많다고 느끼는 느슨한 자연주의자이다. 가난한 승려처럼 홀연히 달관한 척하기를 즐기고, 때로는 토끼를 발견한 시라소니마냥 무섭게 삶을 움켜쥐려 하기도 한다. 결과론적인 판단이지만, 나에게 동유럽은 기질적으로 잘 어울리는 곳이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뭐가 그렇게 좋았냐고 물으면 한번에 시원스럽게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었는데, 우연히 N님 덕분에 알게 된 책인 <신을 찾아가는 아이들>에서 단서를 발견했다. 나는 그 한 마디를 하지 못해서 이렇게 장황해야만 했던가보다.

 독수리를 보자마자 너는, 느닷없이, "사람은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네가 생식을 뜻했는지, 노아의 방주를 뜻했는지,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을 뜻했는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 그 어느 쪽이든 그 당시 나로서는 다소 답하기 힘들었다. - 너는 다시 물었고, 그래서 나는 부모가 그래서는 안 되지만 임시변통으로 네게 대답했다. 나는 사람은 "저 뒤 동쪽에서" 왔다고 말했다. 너는 이 대답에 만족한 것 같았다. 

 사람은 어디서 왔느냐니. 어쩌자고 어린이들은 저런 질문을 하는 거냐. 어린이는 어른을 물 먹이기 위해 태어난 존재들인가. 혹시 조카 녀석들이 저렇게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저 뒤 동쪽에서"보다 더 근사한 대답은 떠오르지 않는다. 동쪽이 그냥 동쪽이라서 좋았는데, 사람의 고향이라고 하니까 아늑하게 느껴져서 더 좋다. 그러니까 우린 모두 '동쪽에서 온 사람들'의 자손인 거다. 매일 해가 지고 다시 새로 떠오르듯이 사는 건 끝없는 부침의 연속이고, 매일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기분으로 살아가라는 말을 저보다 더 간략하고 무책임하게 할 수 있을까. 삶의 의지를 갱신하는 것이 마치 부침개 한 장 뒤집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듯이. 
 
 해갈될 기미가 보이지 않던 갈증이 이 책 하나로 단번에 풀어진건 아니다. 차가운 바람이 몹시 부는 이곳에선 갈증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모든 게 휙휙 돌아가고 있으니까. 아마도 그녀라면 이 갈증과 바람에 대해 그녀다운 얘기들을 해주겠지만 난 가당찮은 아치니까 이 정도로 해둬야겠다.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났고, 온풍기는 꺼졌다. 굴라쉬 브런치를 읽으며 아주 많이 흡족, 아니 배불렀다는 얘기로 이 페이퍼를 마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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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1-17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드러운 손으로 잘 익은 채소를 골라 조용히 씻어 주시는군요 ^^

Arch 2011-01-18 20:22   좋아요 0 | URL
이 비유는 제것이 아닌걸로 보이는데, 그래도 얹혀가보자면...
바람결님, 좋아요!

2011-01-18 0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8 2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1-01-18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많이 흡족한채로, 배부른채로 퇴근했던거죠? 잘했어요.
:)

Arch 2011-01-18 20:24   좋아요 0 | URL
헤헤, 다락방님 ♡

토토랑 2011-01-18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런 멋진 페이퍼인데..
전 우와 굴라쉬!!!! 먹고 싶다, 굴라쉬 드신건가? 사진이라도 하면서 와다닥 클릭질해서 왔답니다.
흙 굴라쉬 먹고 싶은 마음에 아치님의 멋진글이 ㅜ.ㅜ 눈에 안들어와요 우어~~

Arch 2011-01-18 20:29   좋아요 0 | URL
토토랑님, 이 댓글을 보고 말이죠. 제가 아는 그분이 맞나 님 서재에 들렸다 왔어요. 맞네!
말뜻도 못알아먹어서 흙 굴라쉬란게 있나 싶어 찾아보고 그랬지 뭡니까. 그런데 전 너무 감상 위주의 글이라 조마조마했어요. 좋다고 해주셔서 고마워요.

산사춘 2011-01-18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 감덩입니다.
체코 가서 굴라쉬랑 맥주 이빠이 먹으려던 아련한 기억이 떠오르면서리... 눈물 한 방울, 뚝!

Arch 2011-01-18 20:30   좋아요 0 | URL
산사춘님 신기해요. 전 중국 한번 간거 말고는 해외를 안 가봤는데 체코에서 정말 굴라쉬 브런치를 먹다니! 부럽다기보다는 정말, 신기해요^^
 

 

  한동안 같은 팀 사람들과 인사조차 안 하고 지낸적이 있다. 내가 일하기 전에 몇 달 동안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안 줬다. 한명은 잔소리로, 다른 한명은 성질을 부리며 내가 얼마동안 버틸 수 있는지 시험하는 것 같았다. 환상 속 아치라면 그들이 부리는 텃새를 불굴의 의지로 헤쳐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아치는 눈치있거나 적응력 뛰어난 인간이 아니었다. 왜 나만 그들 비위를 맞추냐 싶어 말 안 하고 버티기 일쑤였다.

 먼저 삐걱댄건 일이었다. 각자 분야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협의해야 풀어질 수 있는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하면 안 부딪히고 넘기나로 정신이 집중되니 일이 제대로 돌아갈지 않았다. 그 다음은 심리전. 감정 노동이 싫어 피한 관계에서 감정적으로 더 버겨워지는건 아이러니였다. 상대방의 무심한 행동을 악의로 받아들이는건 기본이고, 혹시 나를 골탕먹이려고 하는건가, 저건 무슨 의도일까를 해석하는데 지칠줄 모르는 에너지를 낭비했다. 그렇게 지내다 어느 날 아침엔 돈 벌어서 뭐하나, 일해서 뭐하나란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이 나서 아픈‘척’ 병가를 냈다.

 직장 동료와 잘 지내는 법이라던가, 뭐가 문제라면 내가 바꿔야된다는식의 자기계발서식 조언은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이 싫었고, 선선한 관계가 아니라 친한 사이가 돼야 일을 할 수 있다는 강요된 분위기가 싫었다. 까라면 까야는데 왜 내가 까야는지도 모르겠고, 말이랍시고 전해주는 윗사람들의 얘기가 죄다 험담인 것도 싫었다. 왜 내 험담을 다른 사람한테 하고, 또 그걸 이 사람들은 태연하게 전해주는걸까. 험담의 내용이란 것도 일적인게 아니라 사람들이랑 잘 못어울린다는건데 그게 나한테만 책임을 물어서 되는 일일까.

 병가를 낸 다음날 초췌한 몰골로 출근을 했다. 둘 중 한명이 다가와 괜찮냐는 말 대신 작정한 듯 다시 누군가가 내 얘기를 했다며 그 말들을 전해줬다. 환장할 것 같았지만 꾹 참고 내 할 일만 했다. 그들이 먼저 퇴근한 후 뒷정리를 했다. 책상에 앉아 다시 이 일을 계속하냐 마냐고 고민하고 있는데 그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술집에 있으니 와서 얘기를 하자고 했다. 

 갈까 말까 망설이다 가보고 후회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물론 이보다 더 할 건 없겠단 만만함도 있었다. 급하게 술을 먹었는지 낯이 붉은 그들이 나를 맞았다. 맞았다기보다는 힐끔 쳐다보기만 한 것 같아 내심 불편했지만 꾹 참고 자리에 앉았다. 술이 몇 번 돌고 그들이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너는 이런 점을 고쳐야 한다, 내가 너를 밀어내려고 했는데 쟤 때문에 참았다, 여기는 조직이니 네가 적응해야 한다.'

 한참 내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를 듣다가 나도 할 말이 있어 입을 여는데 그만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창피했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 아닌 건 나도 잘 안다.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별로인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정도로 엉망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나를 자꾸 엉망으로 만든다. 어쩌면 요리조리 잘 피해가면서 요령껏 살아와 별탈없이 지내왔는데 이제서야 진면목을 들켰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견딜 수 없는지도.

 맨 처음 이 페이퍼를 썼을땐 서로 꿍한걸 술로라도 풀려는 그들 때문에 서운하거나 안 맞는 부분도 내가 노력하려고 다짐한다는류의 글을 쓰려고 했다. 그들 역시 낯가림 심하고 사람 어려워하는 사람들이고, 내가 유별나게 그들과 안 맞을 수도 있는거니까. 그런데 이 글을 처음 쓴지 한참이나 지난 지금으로선 잘 모르겠다. 자신들이 기분 좋을 때만 껌처럼 던져주는 살가움에 고마워하며 괜찮다고 하기엔 뭔가 불편해지고 말았다. 불편한 사람들끼린 그냥 불편하게 지내면 안 되는걸까. 직장에선 불편함을 가식적인 웃음으로 무마해야하는걸까. 이런게 올 한해 내가 풀어야할 미션이라면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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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1-09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게모르게 나도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날리자고 강요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아치의 이 페이퍼를 읽다가 생각했어요. 어쩌면 좀 편해지자는 허울좋은 핑계로 상대에게 상대의 단점이라며 따박따박 읊어댔을지도 모르구요. 매일 보는 사람들끼리 불편한건 좀 아니잖아, 라는 생각은 늘상 저도 하고 있긴 했거든요.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까 스스로에게 좀 짜증이 나요. 그러다가 이 페이퍼 말미의

불편한 사람들끼린 그냥 불편하게 지내면 안 되는걸까.

라는 문장을 읽으니, 그러게, 왜 그러면 안되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왜 그러면 안되지? 했다고 해서 그냥 그러자, 하게 되는것도 아니구요. 이건 아주 많은 생각이 필요한 일인것 같아요.

Arch 2011-01-11 09:23   좋아요 0 | URL
요즘 일하면서 많이 위축돼 있어요. 어쩌면 일을 별로 열심히 하고 싶지 않은걸 들켜서 어쩔줄 몰라하는건지도 모르겠고. 사람 사이에 있는 힘의 축이 상대방쪽으로 기울어져서 그런 것 같아요. 내쪽이었다면 나도 다락방처럼 우리 불편하게 그러지 말고 다 풀자 이랬을거에요.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면 좋겠는데 잘 안 되네요. 새삼 나 때문에 불편했지만 말 안 했을 지난 누군가들에겐 좀 미안해져요.

2011-01-10 0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1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0 0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1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0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1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1-01-10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구구, 토닥토닥. 하루의 절반 이상을 훌쩍 넘긴 시간을 보내는 곳인데, 이리 마음이 힘들어서야.
생각하자고 들면 너무 많은 생각이 떠오르는 일이지만, 어찌 보면 그런 인간들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을 말아버리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인 것 같기도 해요. 그게 잘 되냐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자세히 모르지만, 분명 아치님 만의 잘못으로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아니니 절대 너무 자조/자학하지 마시길.

Arch 2011-01-11 18:08   좋아요 0 | URL
치니님 고맙습니다.
어떨땐 머리를 좀 떼어놓고 싶어요. 생각 좀 그만하게. 안 맞는 자리에 낑겨있는 기분이지만, 잘 할 수 있을거에요. 네, 저를 너무 못살게하지 않을게요.

2011-01-14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7 1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이퍼를 안 쓴지 어언 일주일째. 일을 하면서 페이퍼 올리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렇지만 정말 쓰고 싶고 할 얘기가 많은데 안 쓰는건 아니다. 일을 하면서 즐기는 페이퍼 한 구절의 짜릿함을 아는데 안 쓸 리가 없다.

 서재 권태기일까. 동물들이 털갈이를 하듯이 나도 어떤 전환기를 맞고 있는걸까. 할 얘기가 없는건 아니다. 장을 보면서, 대포집에 앉아 글라스로 소주를 마시는 분들을 보면서, 안주로 나오는 추어탕에 밥 한덩어리 넣을거냐고 묻는 아줌마 옆에서, 심장을 뜨근하게 해주는 막걸리의 맛에 대해서, 가격과 맛이 아니라 몸에 이로운 음식은 어떤걸까란 생각 끝에서, A의 헌신과 가끔 피부 끝에 날카롭게 돋아나는 짜증에 대해서, 내가 떠드는 말들은 누군가 묵묵히 살아가는 것보다 못하단 한심함에서 어떻게 하면 이 느낌과 생각들을 글로 쓸 수 있을까를 궁리했다. 그런데 그 모든게 글이 되어 나오지 않는다.

 그동안 옥찌들과 있었던 일과 일하는 것, 누구를 만나고 뭔가 맘에 와 닿는 순간에 대해 써왔다.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의식만 다를 뿐 일기와 다를바없는 글을 써오면서 변화를 주고 싶었다. 가슴을 부풀리며 ‘이것 보라구,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라고 하기엔 걸리적거리는 것들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있는 척이나 잘난 척 대신 없는 척, 소박한 척, 생각많은 척 해온 글들이 조금 지나니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생각해낸게 정갈한 글을 쓰자, 리뷰를 좀 더 많이 쓰자, 글 욕심을 양이 아니라 질로 채우자였는데 이 중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계속 지지부진 중인거다. 이래놓고보니 페이퍼 쓰기가 뭐라고 이렇게 고민을 하고, 쓰네 마네, 잘 쓰네 잘 써야하네 할까 싶을 정도다. 도리어 아예 안 쓰면 되지 왜 사서 고민을 할까 싶고, 이렇게라도 고민을 해야 나답다고 느끼는 이 ‘체’는 또 뭔가 싶다.

  얼마 전에 만난 친구는 남들 다 아는 얘기를 인상을 써가며 말하는 속셈이 뭐냐고 따져 물었다. 옥찌들과 같이 놀던 A는 내가 지민이에게 말하는 방식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얘기해줬다. B에게 진화론의 문제점을 뭉퉁그려 말하다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하고 싶냐고 추궁당한적도 있다. 이 글을 쓰면서도 한꺼번에 머릿 속에서 쏟아져나오려는 단어들을 쓰임에 맞게 제자리에 놓을줄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짓이 좋다. 그래서 아마 계속 쓸텐데 계속 쓰면서 자꾸 불안해 아마도 지금처럼 전전긍긍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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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4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4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1-01-04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쓰자마자 추천 받을거면서 왜 망설이는거에요, 대체.

Arch 2011-01-04 16:15   좋아요 0 | URL
아, 다락방.

산사춘 2011-01-09 17:20   좋아요 0 | URL
글게요. ㅎㅎㅎ

먹는 얘기랑 허리 얘기가 절반이 넘는 페퍼만 죽도록 쓰는 잉간도 있어요.
그래도 몸무게 50되면(닭쵸!) 리뷰 써볼 거예요.

Arch 2011-01-09 18:36   좋아요 0 | URL
리뷰 쓸 날이 얼마 안 남은거 아니에요? 히~

2011-01-04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4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4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5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11-01-05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자뻑질이거나 행복한 고민이 아닌가..
요새는 글을 써도 보는 사람이 없는데~~
내 서재와서 추천질이나 해줬으면 ㅎㅎ
새해복 많이 받구요~

Arch 2011-01-05 09:37   좋아요 0 | URL
아아, 진짜 심각한데~ 파워있는 승주 블로거님께서 그런 엄살을!

제가 추천 많이 해드릴게요.
승주나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뷰리풀말미잘 2011-01-05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쓰네-

Arch 2011-01-06 10:07   좋아요 0 | URL
미잘!
(꼬옥)
 

 

 못질하는건 즐겁다. 내가 없으면 일의 어느 한부분이 돌아가지 않는데서 느껴지는 퇴행적인 쾌감도 나쁘지 않다. 나를 애타게 찾는 목소리를 들으면 없던 존재감도 생기고 나도 뭔가 남들에게 보탬이 되는 인간인 것 같은 착각이 유용할 때도 있다. 그런데도 때때로 돈을 벌기 위해 아침 일찍 나와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게 견딜 수 없을 때가 있다. 물론 같이 일하는 분들의 의사를 우선적으로 존중해 (그들이 담배 피고 싶다거나 쉬고 싶은 리듬에 따라) 일을 하는데서 오는 꼬운 맘이 있고, 역시나 이 일이 정말 내가 해야할 일일까란 무슨 일을 하든 드는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다. 혹은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을 정도로 게으름뱅이인 나를 위해 갖가지 합리화를 시도하고 있는지도.
  
                                                                                        

그래서 요즘 이런 책을 읽는다. 언더커버보스를 보면서 저렇게 열심히 일하면 나도 나중에 CEO 만나서 보상받는건가란 생각보다 대체 얼마나 열심히 해야 그것도 몇 년 동안 일해야 바늘 구멍만한 확률을 거쳐서 내 일을 인정받는가란 폭폭함이 더했다. 기껏 며칠 말단 사원의 일을 체험하면서 근로의 위대함을 역설하는 CEO의 번들거리는 민낯이 민망하기도 했다. 일을 안 하면서 살 수는 없는걸까. 회사의 구석진 공간에 숨어서 책을 읽거나 페이퍼를 쓰면서 조심스럽게 월급을 받을 수 없는걸까.



 

  이토록 끝없이 심각해질 수 있을까. 주인공 래리 고프닉은 연달아 벌어지는 심난한 일들 때문에 동아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랍비를 찾는다. 하지만 번번히 답을 얻을 수가 없다. 이 일에는 분명히 신의 의지가 개입됐을 것 같고 이건 무슨 의미일까 고민하지만 정작 돌아오는 답은 애매모호할 뿐이다. 뇌물을 주고 간 학생의 돈을 받기로 맘 먹고 성적을 고친 순간, 엑스레이 검사 결과를 직접 만나서 얘기해보자는 의사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러다 영화는 끝나버린다. 


 

 

 
 
며칠 전, 숨어서 페이퍼를 쓰고 있는데 직급은 같지만 경력은 이 회사에서 최고로 많은 직원이 말을 걸어왔다. 딴 짓을 하는 것 가지고 트집을 잡으려나 싶어 딴청을 부리고 있는데 그가 심상하게 자신이 그동안 해왔던 일 얘기를 했다. 한달에 한번꼴로 10미터가 넘는 천장까지 아시바를 쌓고 빔 프로젝트 렌즈를 갈았던 일에서 아무것도 안 알려주던 사수에게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애썼던 일, 자신이 이 일을 하는걸 정말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 세 가지 분과의 일을 한 번에 처리하느라고 뭐 빠지게 바빴던 일까지. 워낙 닳고 닳은 사람이라 분명 내게 뭔가를 주입시키려고 한거란걸 안다. 그가 사람을 어떻게 다루는지 도가 튼 사람인 것도, 게으른 내가 쉽게 변하지 않으리란 것도 잘 안다. 그런데도 쑥스럽게 그의 말을 듣다 나도 모르게 의욕이 불끈 솟고 말았다. 

  난 그동안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는 과정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남들 다 하는 일을 나는 유별나게 여기고 있었으며 자꾸 늘어지고 싶어한다. 일을 안 할 때는 직장을 잡는게 최고의 소원이라며 나를 달달 볶았다. 이것만 보면 뭔가 분명해지는 느낌이고, 동료의 말을 들었을 때는 조금 알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아직 하나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게 고쳐야할 채점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의사에게 전화가 걸려오는 것도 아니니 나는 이 중간 어디쯤에서 늘 허둥지둥 댈게 분명하다. 애석하게도 이것 하나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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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0-12-14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쯤에서 추천합니다, 이 책 - 게으름에 대한 찬양 (버트란드 러셀 지음)
저는 사악한 치니인가봐요. ^-^;;

Arch 2010-12-14 15:52   좋아요 0 | URL
사악한 치니님? 에이~ 저는 뒤죽박죽 아치구요. 그러고보니 우리 이름은 한자씩 같네요.

게으른걸 찬양까지 하면 안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저쯤에서 피어나고 베짱이처럼 될까봐 걱정되고 그래도 베짱이는 노래라도 잘했지까지 미치면 좀 염려되지만, 이렇게 살아온걸 어떻게 또 단번에 바꾸겠어요.

마녀고양이 2010-12-14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아치님.

정말 좀 더 심플하게 살 수는 없는걸까요?
내내 제게 던지는 화두네요. ^^
회사 동료분의 말씀에... 쑥스럽게도 의욕이 불끈 솟고 말았다는 문구에 그만 빙긋 웃고 말았어요.
저도 그런 적 있거든요... ㅎㅎ. 추운 날이예요. 건강 챙기고 즐거운 날 되셔요!

Arch 2010-12-14 15:53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저는 정말 너무 순식간에 자주자주 의욕이 솟아요. 의욕만큼만 했다면 뭔가 대단한걸 이룰 수 있었을텐데. 마녀고양이님도 그랬구나, 조금 힘이 돼요. 고양이님, 감기 조심하세요!

Forgettable. 2010-12-14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이영화 봤음 ㅋㅋㅋ 시리어스 아치는 어울리는데 시리어스 뽀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지 않나요???
암튼 그러다가 치니님 댓글 보고 또 악. 괜히. 그냥 좋은 책이랑 좋은 영화 한 페이퍼에서 동시에 보게 되니까. 기분이 이상했어요.

Arch 2010-12-14 19:16   좋아요 0 | URL
뽀님이 보고 좋다고 했잖아요. 저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고선 이 형제가 정말 좋아졌어요. 몇년 전 본 '파고'는 어리기도 했고, '영화는 무조건 서사'란 입장에서 봤기 때문에 참 싱겁단 생각을 했지만.

러셀의 책(이러니까 이 사람 책을 많이 읽은 것 같지만 달랑 이게 하나)을 보다가 저축만 할 게 아니라, 사람들이랑 먹고 마셔야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죠. 문득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졌어요.

비로그인 2010-12-20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몇 마디.

"애석하게도 이것 하나만 분명하다."

이거 읽으면서 제 일년의 일요일을 며칠 쯤 떼다가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Arch 2010-12-20 21:20   좋아요 0 | URL
그럼 좀 떼어주세요. 아흠! ^^

바람결님 오랜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