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터미널. 서울로 가려는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졸음이 쏟아지는 얼굴로 프린트물을 보는 사람들. 사람들의 손에 쥐어진 시험지는 어떤 목표일까. 혹은 어떤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우리를 실어다줄 버스가 왔다. 부족한 잠 때문에 간질거리는 몸뚱이를 진정시키며 자리에 앉았다. 새벽 세시에 일어나 버스를 타는 지방 시험생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냥 한번 시험 보는 정도였는데 새벽부터 부산을 떨다보니 이 수고를 하면서 해야 할 뭔가가 내게 있을까란 생각이 떠올랐다. 생각한지 얼마 안 돼 잠이 와서 그 다음은 기억이 안 나지만.

 시험은... 역시나 내가 공부하지 않은 부분에서 나왔다. 역시 난 뻔한데다 뻔뻔하다. 어쨌든 시험이 끝났다. 당락은 며칠 후 결정 나니 그 전에는 신나게 놀 일만 남았다.

 지난 서울의 여름을 어떻게 보냈을까. 들어가는 곳마다 소름 돋을 정도로 강한 에어컨 바람은 사람 진을 쏙 빼놓는다. 계속 비가 와서 그렇게 후덥지근한 날씨도 아닌데 에어컨을 이렇게 틀어놓으면 어떻게 하나(어떻게 하긴, 우리 사랑은 빙글빙글 도는~) 종로에 갈까 이태원에 갈까하다 사람 많은 홍대에 갔다.(UV짱!) 서울에 왔으니 색다른걸 먹어야할 것 같아 인도 음식점에 가서 난과 탄두리 치킨 샐러드, 볶음밥을 시켰다. 시장은 반찬이라 샐러드가 좀 묵은 듯해도 볶음밥의 재료가 통조림에 있었던 것 같아 닝닝한데도 맛있었다. 친절하지도 무뚝뚝하지도 않은 인도분의 서빙도 맘에 들었다. 무엇보다 좋았던건 음식을 남기지 않은데다 요새 한창 중독된 밥 먹고 그릇 치워놓기를 깔끔하게 마친 것.

   

 밖으로 나오니 비가 오락가락한다. 놀고 싶은지 피곤해서 쉬고 싶은지 모르겠는 꼭 지금 나처럼. 홍대에 남아있는 몇 개 안 되는 골목을 돌고 상상마당에서 디자인 상품을 구경했다. 파랑 치마랑 어울릴만한 환한 노랑티를 사고 팅커벨 홀로그램 티도 샀다. 콘도 매니아에서는 콘도가 아닌 콘돔 구경을 했다. 다양한 체위에 대한 책자를 보고 그 실현 가능성의 불투명함에 대해 a와 궁시렁거리기도 했다. 상수역 근처에 있는 까페를 갈지 자주 가던 바에서 얼음을 갈고 민트잎을 잔뜩 넣은 모히토를 먹을지 달콤한 고민을 하면서 놀이터 쪽으로 걸었다. 빗발이 굵어지고 있었다.

 바는 소주 칵테일 주점으로 바뀌었고, 까페 역시 포차로 바뀌었다. 홍대의 모든 게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는 것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몇몇 사람이 즐겨 찾고 좋아하는 곳이 아니라 짐작할 수 없는 누군가의 입맛을 맞추려고 다들 비슷해지는거다. 내가 갈 곳이 없었다. 가고 싶지도 않고. 서울까지 와서 내가 사는 곳에도 허다한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가기도 싫고 캐쥬얼한 술집에서 대낮부터 낮술을 먹을 수도 없는 일. 

 상수역에서 다시 홍대 쪽으로 오다가 운좋게 국수집을 발견했다. (상호가 요기였나) 방금 난이랑 볶음밥을 잔뜩 먹은 배 생각은 안 하고 a에게 ‘초간단’한 요기를 하자고 했다. 우선 국수를 시키고, 국수 하나로 둘이 먹긴 서운하니까 납작 만두를 시켰다. 국수 국물 맛이 아주 깔끔하니 오뎅국도 조미료 맛이 아닌 담백할거란 내 꼬임에 속아 오뎅 국물에 빠진 가래떡도 시켰다. 정말 멋진, 아니 맛있는 국수였다. 국물이 살짝 매우면서 시원했다.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건 냄비가 무거웠던 것. 헬렌 니어링의 책을 읽고나서부터 내게도 묵직하고 든든한 냄비 하나 있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했는데 얕지만 무게가 제법 되는 국수집 냄비가 꼭 그랬다. 소박한 밥상을 보니 강경한 채식주의자보다는 원칙에 너그러운 사람(그게 자기합리화로 기울어지는게 아니라)이 더 낫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요새 구운 고기 대신 튀기거나 양념에 절인 고기를 가끔 먹는데 이건 너그러워지는건지 자기합리화의 포즈인지 모르겠다.

 돌아오는 길에 뭔가 읽고 싶어 가판대를 둘러봤다. 김여진 기사가 있는 씨네21을 볼까, 무비위크를 볼까. 패션잡지도 보고 싶고 페이퍼도 읽고 싶다. 결국 정가 할인 없이도 사고 싶은건 ‘인물과 사상’이었다. 근 6년만에 제대로 보는 것 같다. 최규석에 관한 글은 내가 늘 쓰는 글의 느낌과 비슷해 별로(최규석이란 사람에 대한 호불호와 별개로)였지만 ‘트루맛쇼’의 김재환 감독 인터뷰는 참 좋았다. 어떤 점이 좋았냐면 지는 게임에 내기를 건다는 부분. 모두가 이기는 곳에 돈을 거는건 재미없다고 한 부분. 나 역시 이기는 게임에만 돈을 거는 부류여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세상을 재미있게 만들어가는걸 보면 즐거워진다. 나도 누군가를 즐겁게 하고 싶지만 내 패는 너무 뻔하다. ‘미국인의 자동차 생활 꼭지’도 재미있다. 포드의 성능위주에서 고의적 진부화 단계를 넘어 SUV, 섹스와 자동차의 관계까지. 그가 여전히 글을 써줘서 참 감사하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a의 엉덩이 사이에 발을 집어넣었다. 졸다 골든벨 퀴즈 맞추다 티격태격하다 집에 도착했다. 도착해 축축한 신발을 다시 신고 후끈거리는 초여름 밤공기를 들이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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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1-07-04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원에도 인도카레 전문점있는데!!! 서빙보는 사람은 몰라도 요리사는 확실히 인도인인데!!!

Arch 2011-07-05 09:13   좋아요 0 | URL
수원 오라구요? ^^

조선인 2011-07-06 08:21   좋아요 0 | URL
네 네 네네네

숲노래 2011-07-05 0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어컨 없이 더위를 받아들이기란... 힘들겠지요..

Arch 2011-07-05 09:14   좋아요 0 | URL
힘들겠지요.. 그런데 전 좀 과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에디 2011-07-25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대에서 나름 이름있는 맛집인 '요기' 를 우연히 들어가셨다니 먹을 복(?)이 있으신거에요! : )

Arch 2011-07-26 10:04   좋아요 0 | URL
히히
 

 어제 강정마을 청원 서명에 좀 더 힘을 보태려고 아는 분들에게 부탁을 했다. 내가 있는 부서에서는 반응이 시큰둥했는데 다른 부서에서는 꽤 호의적이었다. 누가 시켰냐고 묻더니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한다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 서명을 해주시는거다. 내친김에 '종이컵 왠만하면 쓰지말지' 운동본부(그런게 있다면)에서 나온 팀장님과 깊은 대화를 나누며 시크릿식 '간절하게 바라면 이루어진다'란 강의까지 들을 수 있었다. 이 얘기는 좀 더 나중에 깊게 얘기할 기회가 생길 것 같다.

 몇 사람의 서명을 받고 주소를 기입하고 우편번호를 찾고 있는데 심상치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우리과 팀장님이었다.
- 아치씨, 지금 뭐해.
- 강정마을이라고 있는데요. 거기에 해군기지를 만든대요. 그런데 그곳은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에요. 그런데 주민 동의도 받지 않고 마구잡이로 공사를 밀어부치고 있거든요. 그리고......
- 자네. 여기 일하면서 정부주관 공사에 반대하면 되겠어?
- 그게......
- 여기 있는 사람들 멍청해서 가만히 있는거 아냐. 다들 똑똑하고 잘났지만 안 하는거야.(왜요?) 자네만 생각있고 할말 있는거 아니네.

 평소 스타일이라면 조목조목 따지며 그 말이 왜 틀렸고 내가 왜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지를 얘기했을 것이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논리로도 감성으로도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감동시키는 능력이 없으니 자기만족으로 지껄였을테지만. 하지만 이번엔 슬몃 웃었다. 다시 또 얘기를 꺼내길래 말끝을 흐리며 배시시 웃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듯이 상대방 역시 하고 싶은 말만 할 것이다. 결국 그 순환을 벗어나려면 서로의 진심이 통해야하는데 일전에 팀장과 얘기한바로는 그분이나 나에게는 그럴만한 진정이 없다는걸 깨달았다. 결국 하고 싶은 말 대신 웃는게 최선이었다.

 그리고 한참동안 고민. 민간인 사찰도 한다는데 서명한 사람들 조사해서 나뿐 아니라 서명을 해준 사람들에게 불이익이 생기진 않을까. 정말 똑똑한 사람 많은데 난 왜 시끄럽게 일을 만드는걸까. 고작 서명 하나인데 이게 뭐 그리 대수라고 이런 고민을 하고 앉았을까. 그런데 정말 이러다 짤리는거 아냐.

 밖에 나오니 비가 퍼붓고 있었다. 조금밖에 걷지 않았는데 운동화가 흠뻑 젖었다. 바지도 축축하게 젖어버렸다. 그제서야 맘이 진정됐다. 진정됐지만 진정으로 내 맘을 다 알았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등기로 보낸 우편물이 무사히 도착했음 좋겠다. (치니님, 혹시 보냈을 다른 분들의 서명도) 희망버스와 청문회가 한진중공업을 압박했듯이(그런데 왜 맘대로 협상을 해버린거에요.) 사람들의 희망과 간절한 바람이, 번거롭게 보내야했던 서명 우편이 절대보전지역 해제처분을 직권해제(너무 길다.)할 수 있는 작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손바닥만한 걱정으로 그치는 일에도 이렇게 고민을 하는데 그분들은 어떨까. 그 맘에 가닿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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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1-06-30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치님...
 

* GS에선 천원짜리 아이스블루베리를 살 때 음료만 사고 얼음을 안 가져가면 400원을 깎아준다. 패밀리마트에선 에누리 없이 천원이다. 가끔 편의점별 할인행사를 하곤 하는데 그럴 때면 50%할인(지금은 할인이란 말이 무색하게 종전 가격이지만) 아이스크림보다 쌀 때가 있다. 미니스톱의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완전 소중한 맛이었다. 게다가 집 앞 편의점의 경우 오픈한다며 500원에 판매한다니 반할 수 밖에 없었다. 상큼한 맛에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얼음 알갱이의 질감과 미세하게 느껴져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없는 것과는 딴판으로 느껴지는 보드라운 과자 알갱이까지. 하지만 1000원으로 오르고난 후 유지방을 많이 넣었는지 뭐가 잘못됐는지 롯데리아와 여타 소프트 아이스크림 판매업체들의 맛처럼 느끼하게 되고 말았다. GS와 세븐 일레븐에선 통신사 카드로 15%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요즘 편의점에는 CCTV가 있고 주인들이 직접 불편 사항이 있으면 연락하라며 전화 번호를 남겨놓는다. 알바생들은 생기가 없고, 새벽녘에 방전 램프를 쭉 깔아놓은 편의점에 들어서면 내 얼굴 역시 하얗게 질려있다.
 마치, '뭐야! 프랜차이즈 이용 안 한다며'.
라고 말해놓고 오로지 편의점만 이용하고 있는 요즘 날 도덕적인 아치가 힐난하는 것마냥.

* <프렌즈>와 <섹스 앤 더 시티>이후로 맘 붙일 미드가 없었는데 요즘에 루나의 델리비전이 소개한 미드에 푹 빠졌다. <오피스>와 <모던 패밀리>-아무리 로얄 패밀리를 검색해도 나와야 말이지- 가 그것. 오피스는 종이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갖고 만든 미드인데 골탕 먹이기, 직원 중 한명이 건물주라 공과금을 아끼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 사무실내 스킨십은 어디까지일까 등등 좀 엉뚱한 소재가 나온다. 오피스와 비슷하게 등장인물들이 직접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모던 패밀리에는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온다.
 바로 글로리아.
 콜롬비아 출신인 소피아 베르가라가 맡은 글로리아는 섹시하고 당당하며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완벽한 여자로 나온다. 글로리아가 자신의 문화나 언어적인 것이 농담거리고 쓰일 때 남편 제이나 다른 사람에게 소리를 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너무 좋아서 방바닥을 떼구르르 굴러버린다. 내가 소리를 지르면서도 이러면 안 되지, 나는 왜 이런담하면서 고민을 한다면 글로리아는 너무나 확고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삽으로 쥐를 죽이고 쥐 머리는 경고용으로 놔둔다니. 콜롬비아가 정말 그런건지 미드 성격상 살짝 희화한건지 모르겠지만 콜롬비아란 나라가 궁금하고 글로리아의 확신에 찬 태도와 고함 지르는 모습이 너무 멋지다.

http://iamhailey.blog.me/10097105600 

 * a가 요새 헌신적인 본모습을 되찾아 냄비밥을 해주고 있다. 그동안 온갖 의혹과 의욕과 억측 사이에서 방황하던 우리 관계는 다시 안정감을 찾을 수 있을까.
 팝트래쉬님 추천에 다락방까지 언급을 했던 책이다. 나는 가끔 너무 익숙해서 어떤 특질들과 말과 감정, 심리로 돌아가는지 모르겠는 가족 대신 a와 심리게임을 하고 있다. 게임이란 말이 가볍다면 심리 읽기 정도로 해도 될 것 같다.
 무엇 때문에 삐진 a를 냉정한 여자처럼 대해야할지 자상한 여자처럼 대해야할지 고민하기도 하고, a가 어떤 게임을 걸어오는지 분석해보기도 한다. 이 책을 맛보기 전이었다면 성격대로 화부터내거나 구태의연한 감정을 되새기기만 했을 것이다. 심리게임 맛을 아직 다 보진 못했고 여전히 내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감정을 다룬다는 개념을 좀 더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지금 우리는 깊은 바다 속에 폭탄을 숨기고 있지만 애써 잔물결을 일으키며 우리는 괜찮은 바다라고 애써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상태? 이건 순전히 내 판단일 뿐. 

* 경험상 수영은 삼개월이 고비다. 발차기, 숨쉬기, 앞으로 나가기까지 배우고 자유형이랑 배형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자신감과 뿌듯함은 몇주 지나기도 전에 평형 배우기의 지루함과 쭉쭉 실력이 나아지지 않아 생기는 조급함으로 바뀐다. 아무리해도 발차기가 안 되고, 여전히 25m만 수영해도 숨이 차서 죽겠다. 그렇게 처져 있는데 옆에서 씽씽 수영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아가 난다. 저 사람들은 숨도 안 차나에서 혹시 나 보라고 저렇게 계속 수영하나란 억측에 이르면 연습할 생각은 벌써 저만치 도망가 있다.

 이론상 지금 수영을 배우는건 계단을 오르다 잠시 멈춰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지금껏 쭉쭉 올라왔으니까 계단에 앉아서 쉬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도 해보는 단계 말이다. 하지만 이론은 그 속성상 온전히 내 얘기가 아니고 내 감정을 다룰줄 모르니 계단을 아무리 머릿속에서 떠올린다고 한들 수가 생길리가 없었다. 결국 생각은 왜 나는 수영을 시작했나란 하나마나한 물음까지 가닿아버렸다.

* 그러고보니 나는 왜 시험 공부를 하니까 페이퍼를 안 쓸거라고 해놓고선 이러고 앉았는걸까. 하긴 페이퍼 안 쓰고 다른건 다 했지이~ 아침에 삼각김밥을 먹으려고 고르다 행사제품이라며 싸다고 손짓하던 음료를 600원 보태 사버렸다. 빙그레에서 나온 '내 안의 콩두유'는 양이 참새 눈문만해 한모금에 다 마시고 말았다. 정식품 것보다 나쁘지 않다. 알면서 속는다. 요 조그만 음료가 600원 이상일 리가 없다는걸 다 알아서, 결국 할인이며 1+1도 눈속임인걸 알면서도 꼭 사고야 만다. 마케팅의 힘이고 알면서 속는다는 주책맞은 자신감 때문이고 시험 공부 말고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의욕이 넘치는 요즘의 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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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6-21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아치다.
오늘 일어나서 출근을 하면서 오늘은 화요일이니까, 아치가 페이퍼를 하나 쓰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점심을 먹고 자리에 앉아 서재에 들어오니 정말로 아치가 페이퍼를 썼어요. 아치는 그러니까 내 손바닥 안에 있네요. 훗.

예쁜 아치가 억측 아치가 되었네요. 억측으로 치면 나는 세계 챔피언급인데. 그렇지만 내가 한 억측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어요. 왜냐면, 부끄러우니까.

심리게임은, 나는 재미 없었어요, 아치. 난 정말 이런류의 책에서 재미를 찾을 수 없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 페이퍼를 읽다가 저 심리게임의 표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아무 내용도 기억나질 않아요. 대체 나란 인간의 뇌에는 뭐가 들어 있는걸까요? 읽은 책의 내용대신 숲속의 벌목꾼들만 들어있나봐요.

물을 끓였어요. 나는 이제 드립커피를 마실거에요. 양치 한 후에.

(덧. 참새 눈문->은 참새 눈물로 수정해야겠네요, 아치. 처음에 나는 참새 논문 이라고 읽고 새로운 유머인줄 알았어요. 참새가 쓴 논문이라면, 하고 생각했지 뭐에요, 글쎄.)

Arch 2011-06-21 16:20   좋아요 0 | URL
화요일과 아치 페이퍼의 연관성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미잘과 다락방 손 안에 있는거군요. 나 되게 큰데^^
다락방이 재미없다고 한거 기억나요. 그래서 나도 내가 이해를 못하고 혼자 막 내 멋대로 책을 해석하고 나 좋을대로 인용하고 내 맘대로 활용하는건 아닐까란 우려가 생기지만 애초에 우려 덩어리였으니 그 정도쯤이야, 이러고 말아요. 나는 오늘 양치하다가 혹시 다락방은 복병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봤어요. J씨 처럼 다락방도 복병인거죠.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다채로운 면이 있는 사람 말예요.

오타는 다락방 때문에 알았는데 안 고칠래요. 뭔가 덜떨어져 보이고 좋아요. 그냥 유먼가, 이런 느낌?

무스탕 2011-06-21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주에 세븐일레븐에서 삼각김밥을 하서 계산을 하는데 뭔 음료를 주더라고요. 이게 뭐냐니까 삼각김밥에 딸려나온 뽀나스라고 얼음에 부어 먹는 복숭아홍차 음료였어요. 덕분에 아침부터 삼각김밥에 얼음복숭아홍차를 마셨지요.

잠깐 머릿속으로 생각만하고 만 일인데요, 지난주에 제가 임실에 이틀 있는동안 아치님께 연락해서 군산에 놀러가볼까.. 했었다지요 ^^

Arch 2011-06-21 16:23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도 오타 찌찌뽕! 오! 세븐일레븐에선 좀 큰 보너스를 주네요. 하악하악

오, 이런. 무스탕님 전 지금 군산에 없는걸요. 직장 때문에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어요. 만약 군산에 있는데 무스탕님이 연락을 했다면 당장 가서 만났을거에요. 그래서 군산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먹고 마시고 놀았을텐데.^^

루쉰P 2011-06-23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험 공부 말고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의욕 넘치는 나라는 문장에 저도 공감합니다. 저도 시험 빼고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지금 빠져 있어요. 그러나 저러나 원래 제가 처음 뵀을 때 아치님이 맞는지 요즘 헷갈려요. ㅋ 강준만 교수의 얘기를 할 때는 지적인 아치셨는데 요즘은 굉장히 엉뚱한 아치이신 것 같아서요. 같은 분의 서재가 맞는지 의심하며 들어와요. ㅋ

Arch 2011-06-23 09:23   좋아요 0 | URL
진짜 시험은 말이죠. 시험에 관한 공부 외의 것들을 다 재미있게 만들어요. 심지어 저는 원서를 읽고 영어가 이렇게 재미있는줄 미처 몰랐단 표정을 짓기까지 해요.
호호^^ 엉뚱한거, 잘 보신거에요. 제 안엔 지적이고 멍청하고 제멋대로였다 소심하고 당돌하지만 고민도 많은 아치들이 있어요.
 

* 시험이 있어서 접수한 날 맘을 다잡고 바짝 공부를 했다. 정확히 알아가는 기쁨이라던가 이게 공부의 즐거움이로소이다 어쩌고 저쩌고 하며 나는 혹시 공부 체질? 이렇게 설레발을 쳤다. 다음날부터 공부를 했다면 훌륭했겠지만 나는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 아치이기 때문에 '최고의 사랑' 간 볼겸 한번 봤다가 완전 빠져서 허우적대고 말았다. 어제는 예술고 공연을 보고 며칠 전엔 7080 콘서트에 따라가서 박수치거나 소리지르는 대신 초대 가수와 대화를 시도하는 어르신들 사이에서 혼자 빽빽 고함을 질렀다. 오늘부터 다시 공부 모드라며 앉아있는데 사랑스런 다락방이랑 얘기하느라 집중이 돼야 말이지. (다락방, 난 무려 '사랑스러운'이에요.)

 어쨌든 해봐야지. 지금 하는 공부는 좀 재미있다. 자꾸 생각을 끄집어내는 공부도 좋지만 이건 왜 이렇게 하고, 이 소리는 어떻게 나고, 이 빛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각각의 원리를 알아가고 쓸모를 알아가는 과정이 좋다. 공식으로만 알고 있던 전기도 직접 다뤄보니까 왠지 좀 재미있다. 아직 갈길은 멀지만 설렁설렁 재미있게 해보려 한다.  

시험 보니까 술 사라, 밥 사라, 떡 사줘라 졸라대는건 옵션으로 붙고 말이다.

* 아무에게나 조르는건 아니다.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만. a에 따르면 나를 보는 두가지 시선이 있단다. 그건 '눈치 없다, 지멋대로다'파와 '기특하네, 특이하네, 엉뚱하네'파. 요새 같이 도시락을 먹는 분들의 얘기가 아니었다면 나는 내가 미움 받는 원인이 그냥 내가 싫어서가 아니라 눈치가 없어서일거란 생각은 해보지 못했을거다. 어찌나 굽이굽이 눈치없는 사람들 얘기를 해대는지. 굽이치는 사연 중 내 얘기인가 싶은게 한두개가 아니라 맞장구 치기도 뭐하고 그게 뭐 어때서라며 딴지를 놓기도 뭐하고. 참말 곤란했다. 그렇다면 나는 눈치껏 하는걸 왜 이렇게 못하는걸까. 어른이 하는 말에 재미없어도 웃고 관심을 보이는게 뭐 그리 어렵다고. 그런데 윗사람들은 왜 이렇게 자신들을 대우해주길 바라는걸까.

* 조직의 윗사람들에게 다른 사람들이 의례적으로 하는 행동을 보다가 문득 예전 일이 떠올랐다. 경차를 타고 다닐 때였다. 심부름으로 아빠차를 몰고 나간 일이 있었다. 경차를 탈 때는 못느꼈던 쾌적한 승차감 이런건 모르겠고 누군가에게 중형차를 모는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안달이 나는거다. '보세요. 나는 이렇게 젊고 예쁜데(으하하하) 괜찮은 차를 몬다구요.' 이렇게 말이다.
 지금보다야 덜하지만 쎄고 쎈게 차이고 그 차 속 운전자를 누가 알아봐줄까 싶었을텐데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든건 아마도 그렇게라도 티끌만한 존재감을 느끼고 싶어선 아니었을까. 그런데 그런 존재감이래야 누군가 인정해야 의미가 있는거지 내가 아무리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고 굿을 떨어도 소용없는거 아닐까. 그렇다면 윗사람의 대우를 바라는건 자신의 다양한 면들을 통해 관심받기 보다는 그저 직장에서 오래 버틴 딱 그만큼의 존재감을 인정해주기 바래선 아닐까. 씁쓸한 안달이다.

* 짧고 굵게 쓰려고 했는데 오랜만에 페이퍼를 쓰니 하고 싶은 말이 뭉텅이로 쏟아져나온다.

* 어제, 스파티 필름과 로즈마리를 샀다. 샀다로 떨어지는 말이 너무 정확해보여 빌려왔다로 바꿔야할 것 같다. 지금 따뜻하고 부드러운게 몸 안에서 쓱쓱 굴러다니는 것 같다. 방금 막 효진씨의 책을 다 읽었거든.

 나도 그래요, 그런데 어떻게 같이하자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정말 내가 오늘 종이컵 하나 쓰는게 그렇게 문제가 되는거야? 효진씨도 드라마에서 보니까 플라스틱 생수통 갖고 다니더만. 등등의 생각은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해도 될 듯.

 샴푸와 린스를 쓰지 말자고 할 수는 없다. 나도 그렇게 하긴 힘들다. 그래야만 환경을 지키는 건 아니라고도 생각한다. 어렵고 불편해서 포기하는 것보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는 게 낫지 않을까? // 

‘하고 싶은걸 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능한 것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실천해보자’


 
게다가 환경 얘기는 (문제 말고 얘기) 환경 얘기로만 그치는게 아니다.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 법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자주 생각하게 됐는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편안해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런 일들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있는 환경을 힘들어하기보다, 그 안에서 가장,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매일매일 소소하게나마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은 두려움을 이기고 즐거울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이다. 

 난 이 책을 읽은 모든 분들이 자기 자신을 더 많이 돌보고 사랑하길 바란다. 과음한 내 간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알고, 하루 종일 걷고 서 있느라 고생한 내 두 다리에게도 고생했다고 위로할 줄 알고, 퇴근 후 붉게 충혈된 두 눈에게도 고마워할 줄 아는 그런 여유를 가진 따뜻한 자신이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많은, 당연한 것에 감사하기 시작하면 당연했던 것들이 새롭게 보인다. 당연히 여기던 파란 하늘이, 공기가, 또 이 지구가 고마워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무한할 것 같았던 것들이 그렇지 않다는 무거운 사실을 알게 되고, 그래서 그것들을 함께 아끼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린 파란 하늘을 매일매일 보게 되지 않을까?

 
   

 * 수영 얘기도 하고 싶고, 수영복 입은 간지나는 사진도 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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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게임에 비추어보는 a와 나의 관계 얘기, 누군가는 나보다 먼저 내가 바라는대로 살고 있구나란 부러움, 지난 날을 그리워했는데 지금도 언젠가는 지난 날이겠구나란 생각, 아치 혼자만 자신을 페셔니스트라고 믿은 사연, a가 얘기해준 나무와 벌레의 비유를 통해 보는 욕망과 기회비용 등등을 얘기하고 싶지만 지금으로도 페이퍼가 너무 길어져버렸다. 허나 욕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 서재의 온갖 기능을 다 해보인 이번 페이퍼는 바로 바로 다음 사진으로 끝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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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6-08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보고 빵터졌어요. 오락실이에요? 나 살면서 오락실 딱 한번 가봤는데. 스물두살때인가, 날나리 남자아이랑. 얼른 나가고 싶어서 죽을뻔했었네요.

아치. 나 지금 스마트폰의 푸딩얼굴인식 인가 하는 어플로 내 얼굴과 닮은꼴 연예인 찾는데 누구 나왔겠요? ㅋㅋㅋㅋㅋ 양택조 71세 나왔어요. ㅋㅋㅋㅋㅋ 76세랬나. 아~ 나는 양택조 닮은 여자에요. 게다가 70대의 양택조를 닮은. ㅠㅠ
콱, 죽어버릴까요? ㅠㅠ

오케이 알았어요, 아치. 가장 최신 업뎃으로 나에게 애정을 표현한건 아치네요. 좋았어요. 내 사랑은 아치에게 주겠어요. 아치 만세!!
보고싶어요, 아치. 7월달에는 내가 확신할 수 없지만(이것저것 꼬여있어요 ㅜㅜ) 그래도 가급적 아치를 만날거에요. 8월달에도 아치를 만날거에요. 나 8월달에 생일있어요. 그러니까 마치 생일선물인듯 내 앞에 샤라라랑 나타나서 날 웃게 해줘요, 아치.

마지막 사진은, 정말 좋았어요.
그런데 수영복 입은 사진도 사실 살짝 기대되요. 히히히히히


-이상 양택조 닮은 다락방 씀.

Arch 2011-06-08 15:46   좋아요 0 | URL
되게 길게 썼는데 사진 얘기만 하다니, 칫! ^^
그렇지만 71세 양택조 닮은 다락방이니까 용서할게요.
네, 꼭 8월에 봐요. 8월은 덥고 습하겠지만 막걸리 먹으면 몽롱해지니까 괜찮아요.

다락방 2011-06-08 15:51   좋아요 0 | URL
7월달에도 연락해요! 내가 최선을 다해서 나갈거에요.

양철나무꾼 2011-06-08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전 Arch님을 영접하는 재주가 있나 봐요.
스피드 리더를 잘못 표현한 건 줄 알고 들어와 읽다 사진 보고 알았어요.
멋진, 간지 나는 스피드 라이더세요.

이렇게 사진으로 자주 보다가 정들어 버리겠어요.
수영복 사진도 올려 주실거죠???

Arch 2011-06-08 16:11   좋아요 0 | URL
완전 몰입하는 앞쪽 사진도 있는데 그건 너무 쑥쓰러워서^^
수영복이 좀 작아서 못올려요. 살이 다 튕겨나왔어요. 살이 문제인건 절대 아니에요!

영접이라뇨, 가끔 이렇게 보니 제가 더 고맙고 좋은데요

루쉰P 2011-06-08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수가!! 리뷰를 열심히 미친듯이 읽다가 수영복이란 글에 급 흥분한 나머지 펼쳐 봤다가 완전....기절할 뻔 했어요. 대단하십니다. 크흑!! (노총각의 마음에 눈물이...)

스피드 라이더라 전 광릉내의 슈마허라고 불립니다. 저의 애마는 1999년 산 마티즈죠. 통칭 불꽃 마티즈로 불립니다. 언제고 한 번은 제 앞을 가로지르는 경차가 있다면 그것은 스피드 라이더 아치님이라고 마음대로 짐작하겠습니다.

마지막 사진에서 뒷태 완전 작렬!! 아하하 아치님 너무 웃겨요.

Arch 2011-06-10 09:12   좋아요 0 | URL
살짝 느끼해요^^ 수영복 사진을 올릴리가 없잖아요.
경차는 예전에 탔던거고 지금은 걸어다녀요. 내 차도 99년산 마티즈였는데. 어쩌면 돌고 돌아 그때 그 차를 다른 누군가가 타고 있는거겠네요. 자전거 타는거 좋아하는데 사는 족족 도둑놈들이 훔쳐가요. 쌀집 자전거라도 사야하는건지.

^^ 고맙습니다.

무스탕 2011-06-09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을 정면으로 돌파하려고 달리는 아치님이시군요.

어리다는 객관적.주관적 느낌이 절대 느낄수 없는 나이때 무대꾸미기에 슬쩍 관심이 갔었어요. 특히 조명쪽이 환상의 세계였죠. 어떻게 해야 조명을 배워볼수 있을까 생각까지만 하고 알아본다거나 뛰어든다거나 그런 실천은 전혀 없던 시절이 있었는데 오늘 새삼 그 시절이 떠오르는 글이랑 책을 보네요 :)

Arch 2011-06-10 09:14   좋아요 0 | URL
정말요? 실제로 해보면 더 재미있어요. 그러니까 이건 좀 정확한 분야잖아요.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된다. 기술적으로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저랑 좀 맞는 것 같아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그냥 사진 보다가 올려본건데 좀 웃기죠~
 

 * 요즘은 무슨 서술 끝에 왜,라고 쓰는 기사 제목이 유행인가보다. 
 
 왜라는 물음이 붙은 제목 중 배우 김여진에게 욕을 한 한나라당 자문위원 박용모에 대한 기사가 올라왔다. 쟁점은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의 의미나 그 당시 군수통치권자인 전두환에 대한 문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험한 말을 한 자문위원이란 사람에 대한 비난과 첫 발화자인 김여진씨가 '과연 학살이란 말을 전대통령에게 써도 되는지'란 문제로 의미가 좁혀질 것이고 결국 개념없는건 누구누구 정도로 의미는 압축될 것이고 며칠 지나지 않아 5.18의 잊혀진 사람들이 아니라 학살자 vs 미친X만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벌써 '김여진 독설'로 신나게 검색 순위가 올라가고 있다.

 학살이 맞는데 그런 사소한 것에 꼬투리 잡혀 김여진씨가 왠 무개념('김여진 빼고 다'에게 죄송이라니! 아유, 창피해) 에게 비난 당하는걸 보면 주장할 때 단어 하나에도 신중을 기해야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앞에 적은 내용은 이 책의 추천 서문 중 하종강씨의 이야기가 와닿아 적어봤다. 결국 학살이란 단어를 써서 말 했느냐 안 했느냐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자기들 맘에 안 드는건 어떻게든 해버리고 말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에게 꼬투리 하나쯤 만드는건 일도 아니니까.
 
 그동안 김여진씨가 벌여온 유의미한 말과 행동보다는 박용모씨가 말한 내용 때문에 더 이슈화되는 것도 문제다. 청소 노동자들과의 연대, 반값 등록금까지 그녀의 멋진 말과 행동이 얼마나 많은데. 그녀가 이번 일에 너무 맘 상하지 않았으면 한다.

* 비정규직 노조 위원회 투표를 했다. 근무하는 사무실이 다르고 그다지 왕래가 없던지라 오래 근무할수록, 여러 사람이 이름을 알수록 유리한 투표였다. 이름뿐인 자리였지만 나를 찍으라며 생떼를 부리고 다녔다. 뭔가 잘 해보겠다는건 늘상 있는 의욕이고 푸념이나 불만으로 그치고 말았던걸 좀 더 공론화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있었다. 결국 인사 잘하고 아치는 무대포니까 절대 아치 찍으면 안 된다고 강조를 했던 분이 노조 위원이 되었다. 반아치 세력이 결집이라도 했던걸까. 노조의 성격보다는 협의 기구로서 성격이 더 강할거라고 하는데 어쨌든 잘 운영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비정규직의 반수 이상인 여성들이 쉴 수 있는 여성자치위 사무실 뭐 이런거 하나 만들면 어떨까란 생각도 들었다. 

*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데 봄에 입으려고 b에게서 뺐어온 원피스를 한번도 입어보지 못했다. 부랴부랴 꺼내서 입었는데 사람들이 예쁘다고 난리가 났다. (으하하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아치가 예쁘다고 하는 말을 진짜로 믿고 기고만장 해질 것을 대비해 예쁘다 뒤에 나올 말도 좌르르 쏟아내줬다. 그 전엔 운동화 질질 끌고 다니더니, 옷이 좀 너저분했잖아, 얼굴도 꺼매가지고 어떨땐 남자로 보이기도 했어 등등.
 여성들이 쏟아내는 그런 말에 '아, 여자는 이렇게 예쁜 여자로 길들여지는구나'란 생각은 잠시, 모처럼 통풍 잘 되는 치마를 입고 봄바람을 쑥 맞으니 기분이 참 좋다. 그래서 본격 서평 전문 아치로 거듭나려는 수년 전의 계획을 망각하고 다시금 처음에만 의욕 넘치는 요런 페이퍼를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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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5-19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응? 나는 그동안 치마 입은 아치를 본 적이 없던가요? 그럼 늘 예뻤던 아치는 뭐지? 나 만날라고 꾸미고 나왔던 거였어요? 그나저나, 내가 거기 같이 있었으면 노조 위원으로 아치를 뽑아달라고 선거 운동 해줬을텐데!!!!!

Arch 2011-05-20 16:29   좋아요 0 | URL
다락방, 이제야 댓글을 다네... 늘 예뻤던 아치라, 에비~~ ^^ 전 나서기만 좋아하고 일은 잘 못하는거 같아요. 사람들이 알아본거겠죠. 암튼 다락방이 있었다면 하고 잠깐 아쉬워지네요.

pjy 2011-05-20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님 떨어진 보복?으로 인사잘한다는 노조위원에게 정말 제대로 협의하라고 쿡쿡 옆구리 찔러주세요! 인사만 하고 노조일 안하고 놀면 소문내시고요ㅋ
담번에 아치님이 될꺼예요~ 원래 사람들은 뚜렷한 주관없이 메뚜기선거를 좋아하거든요^^;

Arch 2011-05-20 16:30   좋아요 0 | URL
ㅋㅋ 제가 우스개처럼 얘기했지만 그분도 잘하세요. 다음에 좀 더 큰 감투감이 나오면 꼭 써보려구요. 전 정말 나서는걸 좋아하나봐요. 다락방님한테도 얘기했지만 이 의욕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루쉰P 2011-05-20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서재에 이렇게 함부로 놀렀왔습니다. ^^ 노조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리뷰가 그 내용과 좀 연관이 돼 있는 것 같아 구경하고 갑니다. 노조와 치마라 은근히 어울리기도 하네요 ^^

Arch 2011-05-21 08:55   좋아요 0 | URL
함부로라뇨~ 근 몇달만에 보는 새로운 얼굴이라 반가운데요! 노조라기보다는 노사 합의체로서 성격이 강해요. 명목만 노조인. 자주 놀러오세요. 루쉰P님

루쉰P 2011-05-21 17:52   좋아요 0 | URL
노사합의체라...음 뭔가 제가 공부하는 것에 관련된 단어가 나오니 좋은데요. 명목만 노조인이라 하실지라도 분명 제가 가르쳐 주실 것이 있으리라 믿씁니다. 넵! 자주 놀러 오겠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