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실 옆에 건물을 올렸다. 작년 9월쯤 공사를 시작해 후다닥 끝나버렸는데 10년이나 된 사무동 건물이나 최신식 건물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10년을 아울러 변화가 없는 건축물을 짓는 설계가에 비해 군더더기로 더욱 난감해진 설계에도 인부들은 꿋꿋했다. 한번씩 커피셔틀을 하며 벽돌이 아닌 빔을 세우고 콘크리트로 어떻게 건물을 짓는지 캐물어도 콧방귀를 껴주시는게 또 어찌나 쿨하시던지. 

 그동안 애쓰셨습니다.

 한산한 오후에는 고사를 올린다고 했다. 피아노를 치다가 시간 맞춰 갔더니 슬픈 표정의 돼지가 구멍마다 돈을 꽂고 있었다. 귀에 꽂음 뭐가 좋고 코에 꽂음 뭐가 좋고. 얼굴 모양을 유지하려고 살짝만 데쳐서 바로 먹을 수 없다는 돼지는 끝까지 슬픈 얼굴이었다. 돼지 머리 뒤쪽엔 뼈와 혈관 등등이 뒤엉켜 있었다.

 절 대표로 에이미를 내세우자 푼수떼기 누구누구는 자꾸 날 부추겨 절을 하라고 한다. 나는 대표가 있다, 절을 할 수 없는 몸이다라며 버텼다. 고사가 끝나고 음식을 먹자며 우르르 몰려갔다. 얼굴은 알지만 낯선 타부서 사람들과 주거니 받거니 머릿고기 누른 것을 김치에 싸서 꿀꺽꿀꺽 먹었다. 채식위주의 식생활은 이제 바야흐로 굳이 찾거나 사서 먹지는 않지만 있으면 먹는다주의로 바뀌는 것일까. 근무중 먹는 막걸리는 참말로 맛있었다. 나는 이렇게 나에게 관대하다.

 푼수떼기는 여기저기서 캬캬거리고 에이미는 뭘 만졌는지 모를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다. 옆에 서 있는 남자의 세번째와 네번째 손가락 마디는 잘라져 있다. 남자는 연거푸 막걸리를 먹으며 내게 건배를 해왔다. 우린 친하지 않지만 쑥쓰럽지 않게 건배를 했다. 꽤 마신 듯 얼굴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왼쪽에 있던 남자는 a를 봤다며 어서 결혼을 하란 말을 한다. 그놈의 오지랖은 나이탓인지 에이미 말대로 다크호스여서 기발한 참견을 해대는건지 알 수가 없다. 취기가 올라 알딸딸해진다. 왼쪽 남자의 말쯤은 대수롭지 않은 것이다. 홍조가 아니라 갱년기 유사 증상이라고 하는 열기가 다시금 얼굴에 꽉찼다. 맞은편 전면거울에 떼뚱한 표정으로 부지런히 입을 오물거리는 네모진 내가 있다. 나는 그 광경이 퍽 생경하다.

 가끔 잠자리에서 노력하지 않는데도 잠이 와버려 황망히 잠이 들때면 나는 이렇게 살겠구나, 이렇게 어렵지 않게 잠들고 개운치 않게 깨면서 이렇게 살겠구나 싶을 때가 있다. 막걸리가 먹고 싶은지 사람들이랑 어울리고 싶은건지 즐거운지 쓸쓸한건지 모른채 이렇게 살겠구나 싶은 순간 말이다.

 

* 일이 끝나고 막걸리와 김치 냄새를 풍기며 장구를 치러갔다. 장구를 치는 곳은 온갖 두드리는 소리로 가득차 있다. 장구를 어깨에 매고 부지런히 쳤다. 알딸딸한 기운이 오랫동안 몸속에 남아 장단에 맞춰 피가 끓고 맥박이 뛴다. 나른하게 늘어졌던 기운들이 빠르고 느린 장단에 맞춰 걷잡을 수 없이 흥분했다. 같이 풍물을 하자고 하는 사람들은 안 나오기 일쑤라 나름 총무인 나는 살짝 서운하고 속상하다. 한달째 같은 장단을 질리도록 연습했다. 그런데도 단순한 리듬과 몸의 움직임이 참 신났다. 타악기의 울림은 깊고 부지런하다. 박자를 맞추며 오금을 폈다 접었다. 처음은 어렵지만 언젠가 내 몸에 맞을 것이다.

 

* 집에 가면 똥오줌 잘 가리고 식구들을 미친듯이 반기는 까만 미니핀이 있다. 이 녀석의 곰살궂음이 좋기보단 살짝 부담스럽다. 예쁜 똥을 싸고 개냄새가 안 나게 하기 위해(아직까지 내가 아는 이유는 이런 것) 맛없어 보이는 사료를 먹고 추운 집에서 낮동안 혼자 지내야하는 녀석이 안쓰럽지만 안쓰러움이 애틋하고 예쁜 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까만 미니핀을 집에서 기르려고 한건 늦게까지 일하고 퇴근하는 a와 b에게 따뜻한 환대를 해주고 싶어서였다. 나랑 단 둘이 있을 때는 생각지 않았다. 단둘이 있을 때 이 녀석도 나도 어쩔줄 몰라 허둥지둥댄다. 새침한 까만 미니핀이었다면 나는 환대받기 위해 노력했을까.

 

* 지금 나는 우리 동네 까페에서 페이퍼를 쓰고 있다. 얼른 쓰고 집에 가야하는데 쓰고 싶은 말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쥐어짜는 느낌이다. 그럼 안 써야하는데 나는 기어코 페이퍼 하나를 써낸다. 빈번한 글은 글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조각조각 이어붙이고 검토하고 살을 붙여 멋진 글을 쓰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다. 예전에 썼던 글을 보며 어떻게 이런 글이 나올 수 있었지라며 생뚱맞게 내 글에 감탄했던 글을 쓰고 싶지만 지금으로선 이게 나의 최선이다. 일기장이 아닌 페이퍼에 쓰는 나의 최선이 이 글을 볼 누군가에게 전해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이렇게 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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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1-27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가 아치 동네 까페에서 쓴 페이퍼, 이맇게 쓸 수밖에 없던 페이퍼를 내가 읽었어요. 지금, 여기, 내 방에서요!

Arch 2012-01-30 10:15   좋아요 0 | URL
음, 다락방님이시구나. ^^

무스탕 2012-01-28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월의 마지막 금요일에 쓴 글을 전 1월의 마지막 토요일에 읽었어요. 작년에 만들어서 냉동실에 넣어 뒀다가 생각나면 해동시켜 야곰야곰 먹어치우는 약식을 앞에 두고요. 건포도랑 밤이랑 대추랑 마구 씹혀요. 누른고기만큼 맛있어요 :)
난요, 장구보다 꽹과리가 치고 싶어요. 꽹과리 치는 법좀 배웠으면 좋겠어요.

다락방 2012-01-28 18:37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무스탕님의 이 댓글을 읽는데 사랑이 막 샘솟아요. 사랑합니다, 무스탕님.

Arch 2012-01-30 10:26   좋아요 0 | URL
저도 약과가 좋아요. 장구 장단을 어느 정도 익히면 꽹과리도 금방 익힐 수 있을거에요. 누른고기에는 막걸리라 좀 많이 먹어버렸죠.

다락방은^^

무스탕 2012-01-30 15:29   좋아요 0 | URL
어므낫~ 월요일부터 핑크빛 폴폴 날리는 고백이라뇨 +_+
 

* CCTV를 설치하기 위해 공구를 든 사내들이 돌아다녔다. 작업에 용이한 복장에 세련을 염두하지 않은 헤어스타일과 살짝 거친 말투. 드릴로 두꺼운 콘크리트 벽을 뚫고 배선을 위해 전기선 통로를 마련한다. 통로 안에 전기선을 넣는데까지 끝마친 후 일주일 후에 기기가 들어오는대로 카메라를 설치한다고 했다. 머리를 예쁘게 파마한 남자가 덕트를 떼내고 까치발을 세워 위쪽을 보는데 헐렁한 티셔츠 사이로 배렛나루가 보였다. 설렁설렁 납땜을 하며 그것을 유심히 지켜본건 아니고 살짝, 눈에 띄지 않게 봤는데 오랜만에 낯선 남자의 배를 본터라 한동안 심호흡을 해야했다(는건 거짓이고, 살짝 섹시하단 생각을 했다.)


* 하루키의 잡문집을 읽고 있다. 한달 전부터 읽기 시작했고 중간 정도까지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갔었다. 언더그라운드 얘기가 나오는 부분에선 하루키는 역시 잡문집이다, 이렇게 영민한 소설가가 있다니, 등등의 감탄을 했는데 이것도 한풀 꺾여 번역과 피츠제럴드 이야기는 설렁설렁 읽어내려가고 있다. 책을 진득하게 못읽는 성정 탓인지, 지난번 하루키의 여행법과 먼 북소리, 언더그라운드를 처음 호감과 다르게 끝까지 못 읽은 것처럼 하루키 징크스 때문인지 모르겠다. 첫장을 폈을 때 느꼈던 호감과 읽는 책이 사정없이 좋아지는 지점, 마지막 장까지 다 읽어내려가는데 텀이 긴건지, 끈기가 부족한건지 잘 모르겠다. 새 책에 과도하게 집중하고야마는 새 책 증후군인걸까.


* 이직 권유가 있었다. 솔깃한 제안이었지만 확신이 부족했다. 고민 중에 요새 다시 새사람으로 거듭나겠다며 코 힝힝 풀고 담배 피우는걸 자제중인 에이미에게 '너는 아치가 이 일과 잘 맞는 것 같으냐'라고 물었다. 에이미는 딱 잘라 아니라고 말해줬다. 배우려는 의지가 부족하고 좀 더 잘하려고 하지를 않는다는 말을 덧붙였다. 방어적으로 그래도 맡은 일은 무리없이 잘하지 않냐고 했더니 그건 그렇지만 이곳을 나가서 비슷한 일을 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한다. 동감. 그런데 이건 이 일이 나랑 맞지 않아서인걸까, 아니면 내 성정 자체가 그런걸까.


* 성정이 그렇다면 직장을 옮겨도 뾰족한 수가 없지 않을까. 몇달 전에 손에 힘이 빠져 한의원을 찾았을 때 한의사분은 맥을 짚다말고 내 손을 꼭 잡고 남들이 하루 24시간을 산다면 나는 30시간 가까이 사는거라고, 사는데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타입이란 소리를 해줬다. (늙어보인다는 말을 이렇게 잘 포장하다니) 비유적으로 말해 각자 태어나면서 밧데리를 하나씩 차고 나오는데 100% 가득 찬 밧데리도 있고 70~80%만 차있어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방전되는 밧데리도 있다는거다. 쉽게 기운이 빠지고 쓸데없이 위축되고 자책이 일상이었던 이유가 따로 있었던거야? 그런걸까? 좋은 기운을 갖고 태어나지 못해 이 나이 먹도록 비실대는걸까.


* 성균관 스캔들 얘기를 다시 해보자면 정약용은 남장을 해서 성균관에 들어간 윤희에게 남녀가 유별하고 변명과 핑계만 일삼는 여자가 어찌 출사를 하고 백성의 삶을 돌볼 수 있겠냐는 얘기를 한다. 윤희는 사력을 다해 대사례를 치루고 한번도 누군가 자신을 믿어준적이 없다고, 자신도 좋아하는게 있고 잘할 수 있다는걸 처음 알았노라며 기회를 줄 것을 부탁한다. 나는 너무 뻔해서 반질반질한 장면에서 울 뻔 했다.


 이런저런 궁리를 생각하고 핑계를 대고 있었지 열심히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하지 않고 사는 게 어떠냐고, 모두가 다 열심히 살 필요는 없다고 했다. 자기계발을 해야 하고, 사회 생활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그냥 순간순간을 즐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불평불만 덩어리가 돼서 모두가 나를 힘들게 한다고 투덜댔다. 관계를 편하게 만드는 지나가는 말 한마디 건네지 않으면서 소외됐다고 동굴을 파고 앉았던 것이다.


 한의원의 보약은 믿음이 있어야 효과를 나타낸다고 한다. 나에 대한 믿음도 지금에 대한 믿음도 그렇지 않을까. 그렇다면 보약은 원래 효과가 없는 플라시보, 위약인걸까, 그런데 나는 왜 한의원에 가면 기분이 좋아질까. 성정 때문인지 노력을 안 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늘 비슷한 문제로 늘 비슷하게 고민한다. 체질적으로 게으르니 손을 놔버린다거나 미친 의욕으로 노력을 하지 않는한 늘 왔다리 갔다리 하겠지.


 장구를 치고 집에 가서 미니핀이랑 이불 속에 들어가 한발짝도 안 나와야지. 잠도 푹자고 배도 따뜻하게 해야지. 오늘은 그 정도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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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1-26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쓸데없이 위축되고 자책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는 걸 본인이 안다면, 그렇다면 그러지 않으면 되잖아요. 그런데 그게 안다고 해서 고쳐지는건 아니더라구요. 나도 그래요. 나도 내가 가진 강박들이 나를 힘들게 하는데, 그걸 알면서 좀처럼 극복이 안되요. 어떻게 해야하나, 잘 모르겠어요.

그래요, 아치. 잠도 푹 자고 배도 따뜻하게 해줘요. 그런데,
나 좀,

배렛나룻 .. 상상했어요. ( '')

Forgettable. 2012-01-26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배털에 반해서 남자를 꼬신적도 있지요.

다락방 2012-01-26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털 화이팅!

Arch 2012-01-26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털에서 빵터짐.

난 한참 배렛나룻인지 베렛나루인지 배렛나루인지 찾고 있었는데..

왠만하면 자책하지 말면서 살아야겠어요. 다락방~

숲노래 2012-01-26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믿음이 있으면 무얼 먹어도 보약이 돼요.
내 몸을 믿고
내 좋은 이웃과 동무들 삶을 믿으며
하루하루 즐기셔요~

Arch 2012-01-27 16:23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된장님!
 

 

 드라마나 예능을 볼 때 입소문을 듣는 경우가 많다. (라디오 스타나 무한도전, 비틀즈 코드, 최근 보기 시작한 옥펑크는 예외. 허구헌 날 텔레비전만 본다고 생각할텐데, 맞다) 조여정의 깜찍한 연기와 낭만화 된 사랑이 아니라 이해 가능한 사랑을 보여준 ‘로맨스가 필요해’는 눈썹이 진한 소년 여자가 추천을 해줬는데 무척 재미있게 봤다. 요즘 통장 잔고를 걱정하는 여자 주인공은 흔해졌지만 헤어진 남자친구가 속을 긁어놓자 ‘니 마빡도 개박살을 내놓을거야’라거나 연하남에게 ‘관뚜껑 덮고 누워있다가도 내가 만나자면 벌떡 일어나서 나와’라고 하는 대사나 통통 튀는 조여정의 존재감은 정말 사랑스러웠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첨언하자면 이 드라마를 캐릭터가 흔하고 스토리는 살짝만 바뀐 로맨틱 코미디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완벽한 이야기를 찾으려고 드라마를 보는 건 아니잖은가. 나로선 키득거리며 웃을 수 있는 이 드라마가 좋을 수 밖에.


 10아시아에서 소개해준 프로그램도 한 번씩 본다. ‘브레인’은 신하균이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게 뜨악해서 패쓰, 힐링캠프는 애석하게도 힐링이 안 돼 패쓰, 1박 2일은 강호동이 떠나고 캐릭터가 잡혔다고 하는데도 강심장과 마찬가지로 ‘좋은 생각’류의 감성을 전달하는게 맘에 안 들어 패쓰. 10아시아가 좋다고 하는 프로그램을 다 보진 않지만 10아시아의 글은 좋아한다.(특히 김희주씨의 글) ‘브레인’을 소개하며 자신의 욕망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변화하는 얘기에 공감하고 ‘나도, 꽃’에서 ‘나를 좀 안 사랑하면 어때’란 식으로 짚어준 부분도 맘에 든다. 그러게. 왜 우린 그동안 나를 그렇게 많이 사랑하고, 세련되려 노력했을까.


 얼마 전에 머리하면서 음악과 결혼했다는 서태지의 그늘에 가려 없는 사람으로 살았다는 이지아 기사를 본데다 10아시아의 펌프질도 있어 ‘나도, 꽃’을 한번 볼까 어떨까 싶어졌다.  김도우 작가의 작품이란 점과 ‘차봉선’이란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최강희 때문에 ‘내 사랑’과 ‘애자’를 봤지만 신통치 않은 성격과 이야기가 맘에 들진 않았다. 이지아란 배우에 대한 호감이 없는데 이 드라마를 봐도 될까.


 일단 보고나서 판단하기로 하고 어제 5회부터 봤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해 갔지만 썩 눈을 끌만한 요소가 안 보였다. 그런데 이건 뭐지?

 봉선이 형사계 경찰이랑 대화하는 부분을 보다가 이래서 나도 꽃, 나도 꽃 했던건가 싶어졌다.


 31살의 봉선에게 선배 경찰로 보이는 사람이 왜 결혼은 안 하냐, 내가 소개해줄까란 말들을 건넨다. 봉선은 그냥 넘겨도 될 말을 인상 잔뜩 찌푸리며 그 소리는 입사 때부터 하셨잖아요 등등의 좋게 좋게 넘어가지 않는 말들을 쏟아낸다. 선배는 애가 왜 그렇게 뻣뻣하냐란 말을 하고 대부분의 드라마가 그렇듯 그 장면은 그대로 넘어갈 뻔 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재희가 좋게 넘어가지 않을 소리를 해놓고 뻣뻣하다고 말하면 다냐고 버럭 화를 낸다.


 그러니까. 오바해서 건든다 싶은데 왜 가만히 있는걸 예의 있다거나 침착하다는 식으로 덮어버리냐고. 언제부터 세련되고 여유 있는 자세가  성숙의 지표가 되었지? 얼마 전에 본 ‘세상의 모든 계절’의 메리도 세련미라고는 한톨도 찾을 수 없는 여자다. 감독은 좀 더 나아가 더 센 인물로 조카를 등장시키지만 구구절절함으론 메리가 한 수 위였다. 그런데 그게 왜 민폐란 말인가. 친구 아들의 맘을 오해했기로서니, 핑퐁처럼 대화 좀 못했기로서니, 싫은게 티가 나고 스위치처럼 감정 조절을 잘 못하는게 어때서.

 

 이렇게 생각하며 메리에게 공감했지만 한편으론 나는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란 생각을 했던걸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모난 사람들에게도 희망 한줄기쯤 주고 싶지만 봉선의 앞날도 영화가 끝난 후의 메리도 여전히 지지부진할 것이다. 다만 그냥 그렇게 모난대로 살아도 된다고, 자신을 사랑할 수 없다면 조금만 미워하자고 얘기해줄 수 있을 것 같긴하다. 그건 나한테 하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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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2-01-08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옥펑크는 4화까지 드문드문 본 소감으로는 기대 이하, 나도 꽃 역시 드문드문 봤는데 작정하고 볼 마음이 안 들던데요.
꾸준하게 작정하고 보는 건 하이킥 뿐, 으흑, 요새 드라마는 다시 빈곤해졌어요.
(아 참, 종편임에도 불구하고 빠담빠담을 오매불망 기다리면서 보고 있군요. ㅋ)

Arch 2012-01-08 20:56   좋아요 0 | URL
김옥빈은 생각보다 별로였지만 이태선과 데빈(대빈인가, 뭐였지)이 참 좋던데요. 좀 더 다듬어지고 각자의 개성이 더 드러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나도 꽃은 저도 그 장면이 괜찮네 하고 데면데면해졌어요. 여주인공을 좋아해야 그 드라마가 좋아지는데 이지아의 연기톤도 배우 자체의 매력도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요.
김병욱은 시트콤을 참 잘 만드는 것 같아요. 윤계상에게서 어떻게 저런 성격을 뽑아낼까 싶어서 더 좋아요.
빠담빠담은 노희경 작품이라 기대했는데 저는 생각보다 별로여서 지금은 안 보고 있어요. 여자 주인공의 성격이 좀 뻔한 느낌이 들었고 정우성의 연기가 뻣뻣하단 생각이 들어서. 그사세는 참 좋았는데.

치니님, 담에 담에 또 재미있는거 있으면 알려주세요. 성균관 스캔들은 보셨어요? 어린 연기자들이 너무 어깨에 힘준 것 같긴 하지만 또박또박 얘기를 잘 만들어나가요. 성스가 뿌리깊은 나무보다 좋아요.

다락방 2012-01-08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 저 위에 ttb 광고한것 중에 [애욕전선 이상없다]는 스포츠신문에 연재되던 그 만화인가요? 그거 되게 웃긴데. 저 아치 광고보고 으응 이건 뭐지, 내가 아는 그건가 싶어서 클릭해봤다가 보관함에 슝- 던져넣었어요. ㅋㅋㅋㅋㅋ(페이퍼와는 딴소리네요 ㅎㅎ)

Arch 2012-01-10 09:30   좋아요 0 | URL
다락방 뜬금없긴^^ 맞아요. 그 작가가 쓴 그 만화예요. 콧털 삐져나온 사람들이 비비꼬인 대사 날리며 노는 만화요~

숲노래 2012-01-09 0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은 왜 짝을 지어서 빨리빨리 시집장가를 보내려고 애를 쓸까요.
이런 말 듣는 사람이
얼마나 짜증스러울는지
어느 만큼 생각을 해 볼까요.
아마 이 연속극 보는 사람들은
이 연속그에서 나오는 말을 또 들으며
또 골이 아프겠군요..

시집장가 아닌 아름다운 삶을
예쁘게 누리면 되는데...

Arch 2012-01-10 09:31   좋아요 0 | URL
할말이 없어서 그러나보다 생각한적도 있어요. 그 사람에 대해 잘 모르니까 고작 생각해낸게 그런거죠. 직장은 잡았냐, 결혼은 했냐, 애는 낳았냐, 둘째는 언제... 저도 그런말을 생각없이 할 때가 있어서 좀 웃기단 생각을 하긴 했어요.

Forgettable. 2012-01-09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생각 류의 감성이라 ㅋㅋㅋ 전 "아오 자막이 오글거려서 시러 ㅋㅋ" 정도밖에 안되던데 ㅋㅋ 이런 느낌이었군요. 전 예전부터도 이지아 별마음 안생겼는데 나도꽃도 주인공이 징징거리고 무뚝뚝하고 툴툴거리다보니(제가 본 부분만 그럴라나) 딱히 볼 맘이 안들더라구요. 그런 캐릭터는 주위에도 많으니 ㅡㅡ 하지만 그런 여자애 목매는 재벌 훈남은 없으니 ㅡㅡ

Arch 2012-01-10 09: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자막도 오글오글거려요.
저도 그랬어요. 머리 컬링이나 스타일이 예쁜 여자 주인공이 좋은줄 알았는데 제가 좋아하는 연기톤이 있더라구요. 기광인 예쁜데 한두번 밖에 안 나오니...
엄마와 오해가 풀린 부분은 찡했는데 그것만으로는 쭉 볼만한 힘을 얻지 못했어요. 결국 모난 캐릭터는 드라마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가 싶어 씁쓸.

2012-01-10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1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무실 상사가 할 일이 없는지 일하는 직원을 꼬여내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상사의 요설에 따르면 조직에 맞는 사람은 누군가 추천해준 사람이란다. 공개로 사람을 모집하는 건 검증이 안 된다는거다. 할 일 없어 사람들 달달 볶고 오만 간데 참견하고 잔소리하기를 서슴치 않는거야 그렇다치지만 비개념어를 남발하는 것도 모자라 호응까지 원하는건 정말 꼴불견이다.

 

 친밀한 관계의 누군가가 얼토당토 않는 얘기를 하면 건성으로 듣거나 대꾸를 안 한다. 서로 엉터리라는걸 알기 때문에 말한 사람도 호응을 보이지 않은 사람도 선선하게 넘어간다. 하지만 직장에선 상사가 엉터리로 말해도 가식적으로라도 호응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싸가지 없는 누구로 찍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상사의 조직론에 따르면 공개채용을 한 사람은 말을 안 듣고 일을 잘 안해서 부적합하단다. 상사가 일하는걸 본적이 없어서 역시 개념없단 생각이 들지만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다. 직장에선 일을 잘하는 것만큼 눈치 있고 무능한 상사들을 두루두루 챙겨주며 ‘일 하는 척’하는 게 더 중요하다. 지난번 외교관 자녀 특채채용에는 분노했지만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이런 일들에는 무감해진다.

 

 지원자들은 이번에도 그랬듯이 다음에도 들러리가 될 것이다.

 

 줄 타고 들어온 사람들은 메이드 인 조직원일까 싶을 정도로 조직 적응력이 뛰어나고 일도 잘 한다. 하지만 그들 역시 부모 욕 먹을까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뿐이다. 자신도 촌스럽고 한심하지만 자신의 밥줄을 만든 줄이 결국 족쇄가 되는거다. 일이 아니라 평판과 조직의 생리를 위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내가 속한 조직만 그런걸까.

 

 상사의 상사가 나오지 않아 2시간 동안 점심시간을 보내고 온 상사가 다시 흰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언제까지 들어줘야할까.

 

 일이 끝나고 집에 가면 장판을 켜놓고 이불 속에 쏙 들어가 성균관 스캔들을 본다.

 

 원칙주의자 이선준의 주장에 격하게 동의하며 이선준 같은 사람이 좀 더 많아지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융통성 없이 꽉 막혔지만, 올바른 길로 가려하고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사람. 둥글둥글하지 못하지만 기죽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말하는 사람. 드라마는 이선준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갈등과 성장을 다룰 것이다.

 

 현실에서도 성균관 스캔들처럼 우여곡절 끝에 모두가 원칙적이고 공정하게 지내는 날이 올 수 있을까. 도리어 현실은 ‘용서받지 못한 자’와 닮은건 아닐까. 어쩌면 이선준의 원칙이 모든 불합리와 관습적인 것에 자극을 주는건 노론의 수장인 아버지의 후광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승영이 친구인 태정의 빽을 믿고 까불었던 것처럼. 결국 원칙주의자의 행복한 결말을 위해선 상병쯤의 빽이 아니라 좀 더 굵직한 빽이 필요한걸까. 꼬우면 니가 상사해라는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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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2-01-08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급 궁금한 거 - 그러는 그 상사 님은 공개 채용으로 뽑혔어요 아니면 줄 타고? 본인이 공개 채용으로 온 거면 저리 말하지 않겠다 싶기는 해도, 그래도 궁금. (난 왜 이런 것들이 일일히 궁금할까요. ㅋㅋ) 에혀, 아무튼 아치 님네만 그런 게 아니라 어느 조직이나 다 그럴 거다라는 게 거의 확실해서 씁쓸하기 짝이 없네요.

Arch 2012-01-08 15:39   좋아요 0 | URL
그분은 시험봐서 들어왔죠. 이 조직은 시험보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정직원이고 아닌 사람들은 줄타거나 지원해서 들어와요. 타잔도 아닌데 막 줄타고^^
그러니까요. 여기만 벗어나면 좋겠다 싶지만 나가도 다를게 없다는걸 아니까 멈칫거려요.

숲노래 2012-01-08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arch님은 그 회사에 어떻게 들어가셨나요?
설마 줄타기로... ㅋㅋㅋ
어떤 회사인지 몹시 궁금하네요 @.@

그러니까, 빨리빨리
그 상사보다 웃사람이 되어야
주절거림과 흰소리에서 풀려날 수 있겠군요 ㅠ.ㅜ

Arch 2012-01-08 21:00   좋아요 0 | URL
제가 지원한 분야는 줄로 세울 수 있는 자격 조건을 갖춘 사람이 없어서 (나름 희소가치 있는 인력) 공개채용으로^^ 줄타기하면 제 줄은 여러모로 욕 들어먹었을거에요.
어쩌면 상사가 취미를 갖도록 독려하는게 더 빠른 방법일지도 몰라요.
 

 우듬지는 나무의 꼭대기 줄기이다. 우듬지란 말을 두권의 책에서 본적이 있다.


                                         

 

 

  

 밤은 노래한다에 나온 구절은 '삼나무 높은 우듬지까지 올라가 본 까마귀, 다시는 뜰로 내려앉지 않는 법' 이다. 어떤 경지 혹은 이면을 봐버린 사람은 다시는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김연수는 소설 속에서 이 구절을 여러번 불러낸다. 하라 켄야는 '포스터를 훔쳐라'에서 우듬지에 올라가 본 사람은 그곳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해줄 필요가 있다면서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라 켄야는 디자이너라는 본업만큼 에세이스트의 매력을 십분 발휘한다. 그의 글은 에세이 탐독 전문 독자인(누구?) 내가 봐도 참 좋아 두장 건너 한장은 꼭 책 귀퉁이를 접어놓을 정도였다.

 김연수의 우듬지에 대한 얘기는 멋진 말이긴 한데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버릇이나 습관을 기껏 바꿔놓고도 무심결에 그래버리는 것처럼 이면의 충격이나 감동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까마귀는 다시 뜰을 거닐고 가끔 우듬지를 바라보는걸 낙으로 삼지는 않을까. 아니면 우듬지에 올라가본 적이 없어 우듬지라는 이면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치니님의 사루비아 다방 선정 도서 추천책을 읽다가 오오, 하다가 아차 싶은 구절을 만났다. 김지운의 <달콤한 인생>에 관한 부분인데 다음과 같다. 

“그런 거 말고... 진짜 이유가 뭐야?” 보스는 선우에게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캐묻는다.

 보스의 믿음은 원인-결과로 확인되는 부하의 객관적 충실도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그 객관성을 비집고 꿈틀거리며 올라오는 부하의 주관성은 단지 배신의 시늉이 아니다. 말하자면, 보스는 그가 조직의 세계에서 ‘돌이킬 수 없이’(이것은 이 영화의 채택되지 못한 제목이기도 했다.)어긋난 존재가 되어버렸다고 직감했던 것이다. 사과의 맛을 본 아담이 돌이킬 수 없이 낙원에서 멀어진 것처럼, 소크라테스를 만난 플라톤이, 혹은 예수를 만난 바울이 돌이킬 수 없이 변해간 것처럼, 그 여자의 어떤 이미지를 접한 그는 이미 객관성(인과의 충실성) 속에 붙잡아둘 수 있는 조직의 단말기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보스의 과도한 반응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선우는 늘 자신의 소임을 오차 없이 수행하는 해결사로서 ‘체계의 노동’에 완벽했지만, 스쳐 지나가야만 했던 그 여자의 인상에 밟힌 그는 실없는 ‘정서의 노동’을 자임하며 보스의 체계와 치명적으로 대치한다. (‘체계의 노동’이나 ‘정서의 노동’과 더불어 삼발이를 이루는 ‘인식의 노동’은, 선우가 자신이 몸 바쳐온 그 체계와 치명적으로 대치하는 과정을 통해서 수행적으로, 그리고 뒤늦게 찾아온다.)

 우듬지는 버릇이나 습관보다는 좀 더 관념적이다. 예컨대 관습은 도덕의 이름을 빌려 제도에 얹혀있는 것 뿐이라던가, 여성우위나 남성비하가 아닌 진짜 페미니즘은 뭘까, 지구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란 의식을 하면서 사람의 행동이나 말은 예전과는 좀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을 습관이나 버릇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조금 달라진' 것일 뿐이니 뜰로 내려앉는건 순간일 뿐이다.

 이런 면만 놓고 보면 나는 사람의 변화나 진보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뭔가를 권하고 나에게 강박적으로 주문을 외우거나 자책하고 속상해하는건 왜일까. 자기계발와 위안의 덫 사이에서 헤매는걸까. 여전히 내게 뭔가 남았다는 희망이 있는걸까. 느즈막한 저녁에 배불리 밥을 먹고 '성균관 스캔들'을 보는 정도로 하루를 마무리하는데서 왜 불안한 만족을 느끼는걸까.

 '포스터를 훔쳐라'를 읽으며 모두가 모두의 이야기를 한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농심은 과자의 뒷부분에 나온대로 과자를 만드는걸까? 회사 컴퓨터로는 아무리해도 안 되는 양면 인쇄를 같은걸 제본소에서는 어떤 식으로 척척 해내는걸까. 그 일을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기자, 소설가처럼 자기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 말고 다른 사람들도 자기 얘기를 털어놓는다면 어떨까. 물론 인터넷 매체에 자기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기술적이거나 단도직입적인 것 말고 문화인류학자가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듯이 촘촘하고 삶의 결을 따라 이야기를 한다면 어떨까.

 이런 방면에서 가장 뛰어난건 하라 켄야가 아닐까 싶다. 디자이너로서 철학은 물론 일을 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까지. 그의 글쓰기처럼 나도 나의 일에 대해 쓰려 했으나-피아노는 어떻게 닦아야할까(가 그 시도)-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상황을 시트콤처럼 보고 무리해서 웃기려고 한다. 누군가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소재나 전문적인 내용도 과도한 의욕으로 흐지부지 되어버린다. 어쩌면 일에 대한 철학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일지도 모른다. 우듬지에 올라가보지도 못했는데 우듬지 얘기를 한다니, 아니될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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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5 1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4 1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5 1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5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2-01-04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알콩달콩하고 속 깊은 페이퍼. 재밌다 재밌어요. :)

Arch 2012-01-04 19:37   좋아요 0 | URL
히~ 고맙습니다. 치니님.
뭔가 대단한걸 쓰고 싶어서 무려 한달 동안 이 페이퍼를 묵혀뒀는데 결국 제가 할 수 있는건 대단한 글을 쓰는것보다 한편의 페이퍼를 '쓰는 것'이란걸 알았어요.

nada 2012-01-08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페이퍼 참 좋아요.
아치님 글 좋다니까요.
아치님 속내는 어떨지 몰라도, 과도한 의욕이나 무리해서 웃기려는 욕심은 별로 느껴지지 않아요.

저도 나름 "에세이 탐독 전문 독자"인데ㅎㅎㅎ 하라 켄야 읽어봐야겠어요.
아치님 덕분에 우듬지에 대해 알게 되었네요.
저는 우듬지에 올라가고 싶은지,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뜰에서 깔짝거리는 삶도 괜찮다 싶고.

근데, 아치님도 이제 사루비아 다방 인문강좌 나가시는 거예요?^^

Arch 2012-01-08 13:54   좋아요 0 | URL
으아, 아이.. 좋아라.
아무래도 분위기를 타는 것 같아요. 웃기겠지, 했는데 안 웃으면 내가 좀 오바했나 싶은 것 같은 느낌 있잖아요.

네, 하라 켄야는 글을 참 잘 쓰는 디자이너예요. 우듬지의 비유는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단어들 좋아요.

한번쯤 나가고 싶은데 워낙 짬이 안 나네요. 치니님이 인문강좌 얘기하셨을 때 읽어본 책이에요. 이 책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