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뉴욕타임스>에서 올해 최고의 시집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던 김혜순의 <날개환상통>이 전미도서상을 탔다고 광고가 나오기에, 그걸 우리나라 사람도 탈 수 있는 건가 싶어 다시 확인해 보니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s)이 아니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ational Book Critics Circle Awards)이었다.
이름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미도서상은 1936년에 시작되어 퓰리처상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도서 분야의 최고 영예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반면, 전미도서비평가상은 1975년에 시작된 것으로 아무래도 비슷한 이름의 전미도서상보다는 인지도나 무게감이 약간은 떨어진다고 봐야 맞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굳이 비유하자면 명칭은 똑같지만 인지도나 무게감 면에서는 상당히 차이가 있는 미국 아카데미상(Oscar Awards)과 영국 아카데미상(BAFTA Awards)의 관계와도 유사해 보인다. 후자도 1949년에 시작되어 제법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그보다 20년 앞선 1929년에 시작된 전자의 명성에 미치지는 못해 보이기 때문이다.
여하간 알라딘에서는 두 가지 상의 정확한 명칭을 혼동했는지, 광고며 태그에서는 "전미도서상"이라고 잘못 표기했다가, 이벤트 페이지에서는 "전미도서비평가상"이라고 제대로 표기하는 등 들쭉날쭉하다. 물론 고의가 아니라 실수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정확히 무슨 상인지도 모르면서 홍보하는 셈이 아닌가.
그나마 전미도서비평가상은 명칭을 통해 대충 어떤 상인지 짐작이 가는 반면, 가끔은 도대체 들어 본 적도 없는 온갖 생소한 문학상들의 수상 실적을 후광처럼 두르고 나오는 책들도 있으니 우스운 노릇이다. 이에 비하자면 하버드나 서울대 추천 도서라느니, 모 유명 인사의 추천 도서라는 정도는 차라리 양반이다.
심지어 예전에 어떤 출판사에서는 이미 다른 곳에서 간행 중인 책을 중복 간행하면서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학회를 만들어낸 다음, 자사의 번역서가 그곳에서 수여하는 번역상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일까지 있었으니, 이것이야말로 수상 실적에 대한 과다한 집착이 부조리에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그나저나 나귀님으로선 앞서 <날개환상통>의 영역본을 "2023년 최고의 시" 가운데 하나로 선정한 칼럼니스트 엘리사 가버트의 <뉴욕 타임스> 기사에서 함께 소개된 다른 시집에 눈길이 가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 기사에서 소개한 다섯 권 가운데 하나가 한국계 미국인 여성 작가 모니카 윤의 <프롬프롬>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베트남계 미국인 여성 작가 에이미 콴 배리의 <옥션> 표지에는 한국인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천으로 만든 변기 사진이 들어 있다는 점도 특이했다. 이른바 K-컬처니 국뽕이니 하는 것에는 질색하는 나귀님조차도 이쯤 되니 뭔가 이전과는 다른 조류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한국인 말고 한국계 미국인으로까지 폭을 넓혀 보면 전미도서비평가상 말고 전미도서상을 이미 수상한 사람도 없지 않다. 이번에 전자를 수상한 김혜순의 시집 번역자인 최돈미가 2020년 전미도서상(즉 후자) 시 부문 수상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인보다 번역자가 더 대단한 사람이라 해야 하는 것 아닌지...
[*] 월요일(3/25)에 다시 확인해 보니 알라딘에서 해당 문구를 슬그머니 고쳐 놓았다. 이놈들아, 알바비 내놔라!
[**] 아직 하나 더 남았다. 이놈들아. 도대체 몇 개를 틀린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