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The Sense of an Ending]을 다시 읽었다. 두 번째 독서.

처음 읽을 때가 작년 7월이었던 듯 하다. 페이퍼에 작년 6월은 '되는 일 하나도 없던 달'이었다고 써 있다. 작년 6월. 흠.

딱 1년 여 만에 이 책을 다시 읽었는데 아, 이런,그땐 정말 아무런 감도 잡지 못했었구나.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이런 형식의 글쓰기가 주는 흥미를 십분 느꼈다. 마치 미스테리 소설이기도 하다. 생의 미스테리를 알아가는. 평생 모르고 살았던. 

마지막 반전을 맞이하기 전까지 헛짚고 있던 주인공 토니에게 베로니카는 이런 메일을 보낸다.

 

아직도 전혀 감을 못 잡는구나, 그렇지?

넌 늘 그랬어, 앞으로도 그럴 거고. 그러니 그냥 포기하고 살지 그래.  

(p.246)                                                                 

 

'내가 잘못한 것은 무엇이었나?'

물론 어떤 일이 벌어졌고 결과적으로 어떻게 된 사연인지는 알게 되지만, 이를 둘러싼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나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마지막까지 주인공 토니는 '거대한 혼란'의 생이었다고 토로할 뿐이다.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젊은 날 한때 스쳐지나갔던 일이었건만 누군가들은 거대한 비극을 겪으며 살아왔다는 사실 앞에서 자신은 어디까지 책임을 느껴야 하나.

 

줄리언 반스의 다른 책들도 더 읽어보고 싶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그래도 가장 쉬운 책이라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와도 어쩐지 겹쳐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무살 어느 날 가장 친한 네 명의 친구들로부터 절교당한 그이후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온  서른여섯 살의 철도회사 회사원 다자키 쓰쿠루가 이 과거에서 잃어버린 것을 찾아 순례를 떠난다는 얘기라는데, 그도 잃어버린 과거를 찾을 수 있을까?

 

언젠가 나는 하루키는 40대가 넘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썼는데 이번 주인공도 마흔을 넘기지 못한 모양이다. 생활이 없는 인물들. 철도회사에서 역을 설계하는 일을 하는 회사원이 주인공이라지만 아마도 순례를 떠나야 하기 때문에 일을 그만둬야 할 것이다, 아님 긴 휴가를 얻던지. 뭐, 그런거지. 하루키잖아.

 

책을 열권 사면 고작 한권 정도 읽고 있다. 낭비다. 지금까지도 너무 많이 낭비해왔다.

평생을 감 못 잡고 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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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06-25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 비슷하네요. 저도 10권 사면 1권 읽고 있는 중입니다.

포스트잇 2013-06-25 16:27   좋아요 0 | URL
왜 그러는걸까요? 책쌓여있는거보면 이젠 답답합니다...
가지고 있는 책들이라도 열심히 읽어야겠다고 맘 고쳐먹는 중입니다.
........서재 얼굴을 바꾸셨군요? 복숭아같은 얼굴형이네요^^
거기에 한줄기 흘러내린 머리카락이라...흐흐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4 17:06   좋아요 0 | URL
부끄럽습니다.. ㅎㅎㅎㅎㅎㅎ 복숭아 형은 처음 들어요. 전 석모 형'에요. 제 동생 이름이죠..ㅎㅎㅎ

포스트잇 2013-07-05 15:46   좋아요 0 | URL
지난번 그 복숭아형은 왜 버리셨나요?^^
변화무쌍하십니다~
 

문학쪽으로는 고전 게다가 몇몇 나라에 편중된 독서 경향이 좀체 변하지 않고 있는데 문득 번역가 김남주의 [나의 프랑스식 서재] 소개를 읽다가 '현대고전'이란 말에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록에 나오는 36권의 문학책 중에 읽은 책이라곤 어린왕자, 페스트라면 좀 심각한건가?

자신이 번역한 책에 붙인 '옮긴이의 말'과 리뷰들로 이루어진 책인 모양이다.

이거라도 읽으면서 현대고전, 현대문학도 섭렵해볼 리스트를 짜거나 의지를 다지는 심기일전 독서가 되도 좋겠다.

암만 생각해도 난 너무 편협해.

 

 

 

 

 

 

 

 

 

 

 

 

 

 

 

 

1차 봉사기간이 곧 끝나가는데 나는 이 역시도 한없이 헤매고 있다.

생각보다 아이들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지난 토요일, 시간이 끝나고 나서야 아이에게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담당자에게 들었다. 점심이라도 먹여 보냈어야 했는지,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는 후회가 떠나지 않았다.

<학교2013> 마지막 회에서 오정호는 등록금이나 학비를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담임선생님에게 말한다.

"이번엔 어떻게 되겠죠. 그럼... 그 다음에는요?"

 

오늘 우연히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소개한 글을 읽게 되고, 어릴 때 읽었지만 전혀 기억나지 않는 이 책이 보고 싶어졌다.

최초 완역본이라는데, 그렇군, 내가 읽었던 건 완전치 못했던 거였군.

제제 같은 아이를 만났다. .... 오는 토요일에도 빠지지 않고 올지 모르겠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꼭 오기를....

이 아이들은 일찍 잠을 자지 않는다. 심지어 한밤중까지 깨어있기 일수다. 몸은 또래보다 왜소하다.

 

[햇빛사냥]과 [광란자], 10대가 된 제제, 성인이 된 제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는 것도 오늘에야 알았다.

초등학생용으로 된 책도 따로 나온 모양인데 ... 생각해볼 일이다.  

 

 

 

 

 

 

 

 

 

 

 

 

 

 

 

 

 

 

 

 

 

 

 

 

 

 

 

 

 

 

올해 우리의 젊은작가들도 만나봐야할 것 같아서, 가격이 착하기도 하고, 현대고전, 현대소설로도 마음을 좀 넓혀보자는 의미에서 택했다. 문제는 늘, 마음 먹은대로 안된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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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철학교사 다이앵 클레르제 귀르노는 무력할 때는 아리스토텔레스를 보라고 하는 모양이다.

이런 젠장...

 

원제가 이거였는지 국내 출간하면서 제목을 지은 건지 모르겠다.

 

 

 

 

 

 

 

 

 

 

 

 

 

 

이젠 어딘가 아프면 철학자를 처방해줄 태세다. 자기계발과 힐링이 철학자 세일을 하는 모양새다.

가볍고 거기서 거기인 계발서분야가 철학 당의정을 입는 것인가?

그래도 읽는 게 쉽진 않겠다. 곧 죽어도 철학 아닌감? 구경 좀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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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를 생각할만큼 내가 성숙하지도 영민하지도 못한데, 니체만은 계속 걸린다.

20대 후반, 사연이 많았던 내 젊은 날이었는데......,

한참 어린 친구의 작업실이자 생활 공간이었던 홍대 근처 지하작업실에서 술마시고 놀던 중, 그 친구가 갑자기 책을 읽어주겠다며 꺼내 장대하게 낭독해주던 책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어느 대목이었다. 무슨 구절이었고, 대목이 어디쯤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 친구는 낭독을 마친 후에도 저 혼자 '대단하지 않냐고...'고 감탄해가며 도취된 모습으로 한참을 웃었다.

세로쓰기로 된 책이었던 것 같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어쨌든 그 책은 아름다워보였고 책을 쥐고 있던 그 친구의 손은 섹시했다.

대학시절, 니체는 도저한 낭만성을 지니고 있는 듯해보였다. 그런거 읽고 있을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나와 니체는 엇나갔다.

세월이 흘러 은은한 조명이 켜진 지하 작업실에서 술 취한 채 들었던 니체는 내용보다는 철학서와 어린 친구라는 참으로 허세스런 조합으로 내 기억에 오래 남게 됐다.

 

잊고 살았는데 니체와 힐링이 묶이는 걸 얼마전부터 보게 되면서 다시 니체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김정현의 [철학과 마음의 치유: 니체, 심층심리학, 철학상담치료]도 계속 보관함에 있는 책인데, 읽을 자신이 없어서 그냥 두고 보고만 있다. 김정현은 이미 [니체, 생명과 치유의 철학]을 저술했기에 이 주제에 대한 관심이 오래되었고 깊어가는 모양이다.

 

 

 

 

 

 

 

 

 

 

 

 

 

 

 

 

게다가 몇 주 전 책 관련 글들 속에서 [차라투스트라...]를 다시 만나게 되는데, 이 글에는 펭귄판(홍성광 역)) [차라투스트라...]가 쓰였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은 민음사(장희창 역)의 것이다. 완전 소장용이다. 펭귄판의 [차라투스트....]를 구입하게 된 이유는 순전히 표지 때문이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니체의 이 책과 어쩜 그리 잘 어울리는지, 이건 그냥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펭귄은 잘 맞지 않는데(펭귄클래식 번역본 중 제대로 읽은 게 없다, 흑) 그래도 일단 구입해뒀다. 그러고 보니 민음사판 표지도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사용했는데 펭귄판만큼 인상적이지 않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니... 제법 어울린다. 

 

 

 

 

   

 

 

 

 

 

 

 

 

 

 

 

 

진은영의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웃음과 망치와 열정의 책]도 함께 구입했는데, 진은영은 철학을 전공했고 니체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데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열세살 때 구백팔십원으로 서점에가서 골라 산 책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문고책이었다고 한다. 진은영은 열세살 때 자신의 길과 만난 운 좋은 사람이었네.

 

 

 

 

 

 

 

 

 

 

 

 

 

웅진주니어에서 나온 이 책은 '책읽는 고래' 시리즈 중 하나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고전을 쉽게 해설해주는 시리즈라는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이런 책을 읽는 사람은 누구일지 너무나 궁금해졌다. 저자는 이 책을 읽을 대상을 얼마나 생각하고 썼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지금 누구에게 누구를 통해서 어떻게 읽히게 되는지 참으로 궁금하지 않는가.

물론 나는 읽었고 '더 읽으면 좋은 책'이라고 추천까지 해줘서 박찬국의 [전통도덕에 도전하다 니체의 도덕계보학]까지 주문했다. 이 책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이란다.

 

 

 

 

 

 

 

 

 

 

 

 

 

 

이런 책은 누가 읽냐고? 나 같은 사람이 읽는다. 정작 이 책의 대상이라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이 책을 읽을까? 읽어야 하나?

기회는 많다. 그 기회에 가 닿을 수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누군지 궁금하다.

 

정작 니체의 원저서는 읽어본 적이 없고 참고서적만 보고 있는 격이다. 지금부터 약 10여 년 전에 읽은 고병권의 저서는 쉽고도 재미있었던 것 같은데, 그 이후 니체를 다시 들여다 본적이 없다.

 

 

 

 

 

 

 

 

 

 

 

 

 

 

니체와 치유의 철학이라는 주제가 이 시대에 먹히는 주제가 된다는 게 재밌다. 아, 물론 소수에게 이겠지만.

진은영의 저 책을 주말 걸쳐 읽으면서 아, 젊은 책이구나, 젊은이의 마음을 설레게 할 수는 있겠구나,

'웃음과 망치와 열정의 책'이라는 부제가 걸리지 않는 건 아니다. 열정을 강요하고 열정마저 착취의 대상이 되는 이 시대에 불행하게 읽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망치, 열정, 이 시대 핫코드 아닌가? 일단 조심스럽게 읽어볼 일이다. 고병권이 '위험한 책'이라고 한지 10년이 지난 뒤다. 여전히 위험한 책일지.

 

이 책, 칭찬이 많긴 하던데,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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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이 너무 많아도 탈, 너무 없어도 탈.

뭔 도치문이 이리도 많다냐.

이쯤 되면 구입한 걸 후회하고 .... 읽을 때마다 나의 선택에 화가 나가 된다네.

 

 

 

 

 

 

 

 

 

 

 

 

 

 

 

 

사놓고 냅다 던져놨던 김정환 번역의 셰익스피어 역사극 중 헨리 6세 1부를 읽고 있다.

요즘은 마음이 너무 산만하고 안좋을 때 문학책을 집어들게 된다.

정화. 안식. 위로.... 뭐 이런 걸 구하는 거다.

며칠 만에 환히 비치는 햇살에 살 것 같다.

내게 더 많은 햇살을.

 

 

 

 

 

 

 

문서를 어따 날려먹고 회차 보고서가 반복되어 있는 것이냐...

그짓을 다시 해야 하다니... 미쳤구나... 아   책이나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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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잇 2013-05-31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제 서재 역사상 가장 긴 댓글이 달려있어서 화들짝 놀랐답니다, 하하하.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잔다르크가 나오는 부분에서 놀라는 중입니다. ㅋㅋㅋ
특히 탈봇과 아들 존의 '눈물겨운' 장면과 대비해 보면 잔과 아버지와의 '패륜적' 대화도 다분히 감정적인 듯하더군요.

아마도 영국 쪽에서 당시에 잔다르크에 대한 많은 일반인들의, 적어도 극을 보러 오는 관객들의 인식이 저 정도였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동적인 측면이 있지 않나 ... 뭐 그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