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티브는 감성이 중요하지만 멜로디에 글을 입히는 작업은 감성과 구조적인 스킬, 즉 이성 또한 중요하다.

(작곡가 김형석 추천사)

 

멜로디와 가사를, 가수와 콘셉트를 밀착시키는 능력은 작사가에게 중요하다.

(작사가 양재선 추천사)

 

김이나가 누군지 이번에 알았다. 2005년 2만여 명의 음저협(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록 회원 중 저작권료 수입 1위인 작사가에게 수여한 KOMCA 대중 작사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그녀의 작사곡들 중에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아이유의 <좋은날> <잔소리>, 토이의 이번 앨범 《Da Capo》중 <인생은 아름다워> (다이나믹 듀오 & 자이언티),  그리고 <시크릿가든> OST <나타나>(김범수) 정도가 내가 알고 있는 그녀의 유명곡이랄까.

지금은 작사가만이 아니라 A&R(Artist & Repertoire)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작사법과 관련해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거니와, 하여 관련 서적을 찾아 읽어 본 적도 없다.

가요에 관심갖고 있는 시점에 떡 하니 이런 책이 나와주니 고맙게 읽었다.

 

작사가가 될 것도 아니어서 이 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일을 맡게 된 과정과 가사분석, 가사쓰기 팁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아서 설렁설렁 넘겼다. 가요의 90%는 곡이 먼저 만들어지고 그 곡에 가사를 붙이는 순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싱어송라이터나 특별한 경우 가사나 시가 있어 거기에 곡이 붙는 경우는 그만큼 흔치 않다.

 

이 책이 흥미로웠던 건 A&R에 대한 소개 때문이었다. A&R란 아티스트를 발굴하여 해당 가수와 맞는 음악들(레퍼토리)을 뽑아내고 정리하는 업무들의 책임자를 일컫는다. 작사, 작곡가에게 곡을 의뢰하는, 즉 곡 섭외를 담당하고 정리하며,곡이 픽스되면 녹음현장을 책임지기도 한다. 녹음 스케줄을 조정하고, 작곡가가 선호하는 세션맨 섭외, 믹싱과 마스터링 스케줄을 조정한다.

대개 프로듀서가 전체 기획 등을 잡아가지만 A&R 역시 프로듀서와 협의된 전체 그림 하에서 세부 사항들을 이끌어 가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다.

 

큰 회사 같은 경우 프로듀싱 팀에 배속되는 것 같고, 김이나처럼 능력이 입증된 경우 프리랜서로 활동하기도 하는 듯하다.

이 책에서는 SM의 프로듀싱팀 이성수 실장과 울림Ent.의 정병기 총괄본부장의 인터뷰를 실었다.

SM의 경우는 A&R만 19명이 있다는데 놀랐고, SM은 음악산업계의 대기업이 맞는 듯했다.

부서와 직무도 그렇거니와 직원들의 학벌도 만만치 않다.

 

이성수 실장의 인터뷰 중에서 다음과 같은 말은 새겨둘 필요가 있다. 

 

A&R은, 재미있는 일이 아니에요. 정말, 많이 힘듭니다. 단순히 '음악 일을 해보고 싶다' 정도의 열정만 갖고 입사하신 분들은 그래서 빨리 포기하는 경우가 많고요. 어떤 곡이 너무 좋아요, 하는 취향 보다는 어떤 곡이 왜 좋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줄 아는 사람이 좋은 A&R이 될 재목이라고 봅니다.  (74)

 

정병기 같은 경우 그의 이력이 재미있었다.

정병기는 PC통신 시절에 음악이 좋아서 음악에 대해 이런 저런 글을 음악게시판에 쓰다가 강헌과 교류하게 되고,여기 저기 글을 기고하면서 평론가로 활동한다. 서태지가 그의 글을 보고 연락해오면서 서태지컴퍼니의 콘텐츠 업무를 맡게 됐다고 한다.

이때가 스무살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일에 매달렸을지 짐작이 간다.

이후 박근태 작곡가의 개인 A&R로서 저 유명한 애니콜의 "Anymotion"이라는 광고 프로젝트를 차은택감독, 박근태 작곡가와 함께 광고음악을 만들게 된다.

이후 박진영이 그를 캐스팅하면서 JYP에서 크리에이브팀을 이끌며 A&R 역할을 한다. 이때 탄생한 곡이 원더걸스의 <Tell Me>.

엔터테이먼트쪽은 끌리면 가야 한다. 타고난 재능과 뚝심(주로 어려워도 밀고 나갈 줄 아는 인내와 고집)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고 그렇게 오래 하다보면 ... 어느 사이 책임지는 일을 하고 있게 된다.

 

정병기가 생각하는 A&R.

 

4, 5년은 옆에서 보고 듣고 배워야 비로소 아티스트들과 직접적으로 교류하는 A&R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티스트들을 직접 상대한다는 게 생각보다 예민한 작업인데다가, ... 그냥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안돼요. 아이디어는 많은 사람들이 내든데, 그중에서 현실화할 수 있는 것들을 가려내는 것이죠. 그리고 그것들을 현실화하는 것은 하나하나 경험치가 필요한 일들입니다. 하지만 저는 A&R로서 느끼는 성취감은, 배우는 시간 동안에 느끼는 힘듦 이상이라고 생각해요. (83)

 

딴따라 일을 하는 사람들? 무서운 사람들이다. 살아남은 사람들, 기가 세다. 여리여리 보인다고 만만하게 보아서는 절대 안된다. 그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한다는 거, 역시 기센 사람들이다. 한번 거쳐간 사람들이 쉽게 말할 수 있다. '그 바닥..' 어쩌구. 튕겨져 나간 사람들은 그 사람들 대로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만큼 세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나는 본다. 물론 타고난 팔자와 운이 함께 해야 한다. 포스가 그대와 함께 하기를. ...

 

김이나는 가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작사가다. 팬심으로 가수를 본다. '내 가수'에게 이런 곡을 줄 수 있다면... 이란 생각이 강하다. 그러니 가사도 내 가수의 말을 대신해 주는 듯한 가사를 쓸 수 있다.

임재범과의 작업을 예로 들면, 그에 대해 김이나식의 정의는 "슬픈 호랑이 같은 남자"이다.

"사납지만 어딘가 상처를 입은 호랑이" 같은 느낌.

김형석 작곡의 발라드 데모(미완성단계의 곡으로 '스케치' 정도의 곡)에 임재범이 가이드(가사가 완성되기 전, 멜로디진행만을 보여주는 녹음상태)를 해서 보내온 것을 듣고 김이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동굴 속으로 들어간 다친 호랑이가 자기를 치유하는 얘기. 거기에 얼마전 김훈의 [칼의 노래]까지 읽은 뒤였다.

그래서 나온 가사가 <어떤 날, 너에게>(임재범)의 '칼날 같은 날 품어 울던 너 기척조차 더이상 들리지 않아'...

이렇게 나왔다. 이노래는 이번에 처음 들어본 노래였다. .. 판단은 각자가...

마초 임재범을 인정하면서 '전쟁같은 사랑'을 키워드 삼아 만든 또 한곡이 <길Road> (김형석. 임재범 작곡/ 임재범).

이 곡 역시 이번에 처음 들어본 노래.

이런 식으로 '내 가수'의 노래 레파토리를 잡아 나가며 한 가수의 노래 인생을 만들어 나갈 수도 있다.

그게 임재선 추천사에 나오듯 "가수와 콘셉트를 밀착시키는 능력"일 것이다.

 

이밖에 최백호와 아이유와의 작업( <아이야 나랑 걷자>) 등. 이런 경우 지나치게 폼잡는 인생 이야기로 흐른듯하여 아쉬움이 있었다. 김이나 역시 나이가 들면서 그런 것에 특히 예민해지는 것 아닌가 싶었다.

나이가 들면서 꼰대처럼 되어 가는 건 언제나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대가 젊은가? 노래 좋아하고 어느 가수를 '내 가수'라고 생각할만큼 깊이 빠져있는가?

미친 척하고 빠져 들어가 보라. 함정은 곳곳에 있다. 그놈의 열정페이도 있을 거고, 상대방은 고사하고 자신에 대한 믿음도 부족하고, ...등등.

 

그때 '이 곡이 너무 좋아요.' 보다는 '왜 이 곡이 좋을까'를 생각하는 사람인지 한번 보라.

 

 

 

 

 

 

 

 

 

 

 

 

 

 

 

"곡이 얼굴이라면 가사는 성격"이라는 말처럼 오랜 기간 사랑받는 곡의 가사는 좋을 확률이 높다.

싱글 뿐만 아니라 앨범에 참여하는 수많은 전문가들. 작사, 작곡가, 가수, 프로듀서, 편곡자, 엔지니어, 세션. ..

윤상과 오랜 기간 작업해온 작사가 박창학에 대해서도 이번에 눈여겨 보게 되었다.

그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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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하는사람 2015-05-17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비현실적인 창작을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pastparty 검색 해 주십시오.
놀라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댓글이 보기 안 좋다면 죄송합니다.

포스트잇 2015-05-17 12:30   좋아요 0 | URL
대단하시네요^^ 색과 형태, 몸, 소리..다 이용하셔서 작업하시는 그 창작의 세계 부럽네요..
상상력을 따라가는 것만도 벅차서..ㅎㅎ ...계속기대하겠습니다.

mjsim0704 2015-10-30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해서 이 포스팅 하나로 읽고 또 읽게 됩니다. 마음이 끌리나봅니다. 좋은글 정말 감사합니다.

포스트잇 2015-10-30 16:56   좋아요 0 | URL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읽고 또 읽으신다니..태어나서 이런 칭찬해주신 분 만나기 쉽지 않겠죠? ㅎㅎ 오후가 환해집니다~가요와 음악에대해 어느때보다 관심갖고 들여다볼때 쓴글이라 정성은 쪼금 들였던거 같아요. 저도 다시보고 그때 생각했네요..고맙습니다.

mjsim0704 2015-10-31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맙습니다 ^^ 음악쪽 일하시는건 아니시구요? 요즘 책읽거나 음악들을 시간이 많아져서 쓰신글들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음악쪽 관심도 많아졌구요~ 밑에 책 꼭 읽어보고 싶네요!

포스트잇 2015-10-31 09:38   좋아요 0 | URL
일을 하는 건 아니고요, 가요에 대해 잘 모르다보니 관심이 가서 들여다봤네요. 최근엔 강헌의 [전복과 반전의 순간]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강헌이 더 읽어보길 권하는 책들 찾아 읽어보고 ... 뭐 그렇게 하는 정도가 제가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ㅎㅎ

mjsim0704 2015-10-31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요즘 대중음악과 앨범 아티스트 관련해서 책을 찾아보고있는데 강헌님의 책은 피할수가 없겠더라구요! 저도 찾아 읽어봐야겠네요~!

포스트잇 2015-11-04 12:30   좋아요 0 | URL
강헌 책 읽다가.., 가요라는 명칭이 일제시대 일제가 지침으로 한 국민가요에서 나온거라네요, 우리가 썼던 말은 유행가였다고하니..우리가 미처 모르고 그냥 쓰는것들이 많아서 조심스럽네요ㅜ

mjsim0704 2015-11-04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참고해야겠네요~ 책을 굉장히 많이 읽으시나바요!다방면으루.. 우리나라 독서량도 많이 줄고 그런걸로 아는데 대단하신듯... 저도 많이 읽고싶은데 습관이 안되서인지 잘 읽혀지지않아요 ㅜㅜ 세상이 여유없이 각박해진 영향도 클듯 하구요~

포스트잇 2015-11-04 01:16   좋아요 0 | URL
ㅎㅎㅎ제가 읽는 독서량은..평균보다는 좀 높겠지만 정말 많이 읽는 사람들에 비하면 명함도 못내밀 수준인걸요. 독서는 확실히 습관인듯요~매일 분량을 정해서 습관을 들이는 방법도 있겠죠^^
 

화학공학자이자 뮤지션인 루시드폴(조윤석)과 의사이자 시인인 마종기가 스위스 로잔과 플로리다(또는 여러곳)를 사이에 두고 2년여간 메일로 주고받은 편지 모음글.
오늘같은 날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
이젠 그럴 일도 쉽지 않다..
잘 지내셨는지요. 연초록 잎 사이로 비가 내리는 봄날....저는 여기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뭐 이렇게 시작하는...

마종기 시인의 편지들이 대체로 무뚝하고 다소 슴슴한 안부라면, 루시드폴의 편지는 훨씬 살갑고 ...글이 좋네. 한참 일이 많고 여러가지를 생각하던 때라서인지 격동(?)적이고 부드러운 듯하지만 열정적인 장면이 많다.
노래만큼 표현력이 평이한듯 하면서도 가끔씩 탁 울리는 표현을 적을 줄 안다.

 

2008년 가을부터 그해 말에 이르러 루시드폴은 인생의 큰 결정을 하게 된다.

20대말에서 30대 초까지를 보냈던 외국 유학생활을 끝내고 음악가의 길을 가기로 한 것이다.

그는 편지를 통해 몇 차례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마종기 시인에게 심경을 토로한다.

 

그동안 그리 짧지만은 않았던 20대 말과 30대 초반의 외국생활 동안 저의 내부에 끊임없이 쌓여온 어떤 내상이 이젠 역으로 서서히 저를 무너뜨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자가 진단을 비로소 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시 한 대목처럼 키 큰 서양 사람들을 당해내려고 목을 너무 길게 빼면서 살아왔기 때문일까요. ...... 

연구소에서 만났던 이국의 수많은 동료들과 교수님들과의 소통의 한계나 정서적 차이에 치이고 치여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임계점까지 다다른 탓도 있지만요.

 

 

그를 지치게 하고 떠나야겠다고 마음먹게 한 '내상(內傷)'.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나는 지금 무언가를 놓치면서 사는 건 아닐까, 그중 하나는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깊어집니다. 고국에서 친구, 가족, 사랑하는 이들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절실해졌습니다. 그리고 동료들과의 음악연주, 협연, 술자리, 나의 음악적 발전, 이런 모든 것들을 더 이상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었지요. 어쩌면 고향에서의 휴식이 제 생각을 바꾸어놓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해야 할 일들을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하고 떠나고 싶습니다.

 

어쩌면 고향으로 내려가서, 감사하게도 아직 건강하게 계신 어머님과 한두 달 지내면서 애써 배우고 당해내고 살아남으려 하던 습관을 버리다보면 지금은 뭔가 한두 마디로 말할 수 없는 그 내상이 조금은 낫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 이렇게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다 정리하고 이곳을 떠나려고 합니다. ...

 

인생에서 내려야 할 결정들. 크고 굵직한 결정들. 

개인적으로... 이 대목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오갔다.

내가 입은 나의 내상은.....지금은 다시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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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가지 못하고 집에서 뒹굴어야 할 처지. 천근만근...

아침부터 손부채질하다.

줄리언 반스의 [용감한 친구들]을 일단 읽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거지, 가 궁금해 급하게 대충대충 줄거리 따라가며 읽게 된다. 이게 뭐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야, 가 마지막 장을 덮으며 들게 되는 생각이었다. 날 밝아 다시 읽어보면 알게 될거야, 라며 책 덮고 잤다. 보는 것과 믿는 것과 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은 오는데 다시한번 첫 장부터 되짚어 보며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아서가 아이였을 때 보게 되는 어떤 것, 마지막에 조지가 아서의 심령추도식이 벌어진 후 텅빈 무대를 망원경으로 본 어떤 것.

뭔지 잘 모르겠는, 몇 가지, 아서는 어렸을 때 보았던 그 이야기를 대놓고 말하게 된 게 60년이 지난 후라는데.. 언제 그런 얘길 꺼냈었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또, 조지의 아버지는 조지에 대해 딸 모드에게 걱정스러운 말을 했다. 무엇을 걱정했던 것인가? 모드는 오빠인 조지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

아서의 딸 메리는 엄마 투이에게서 조지가 재혼하게 될 것이며 그 상대는 진(아서의 두번째 부인)이 될 거라고 말해줬다지만, 정작 아서는 뒷말을 알지 못했다.

아서가 조지를 처음 만날 때 미리 와있던 조지를 먼 발치에서 발견하고 그가 무죄라는 것을 단박에 '안다.'

그러나 사실 조지는 아서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아서는 그 사실을 모른 채 '알았다.'

나, 이거 다시 읽어야 하는 거 맞지?

(표지부터 잘 읽어야할 듯하다. 오..)

 

 

 

 

 

 

 

 

 

 

 

 

 

 

 

요즘 관심가지고 보는 게 가요다. 그렇다고 폭 넓게 찾아 듣는 적극적인 리스너가 아니다.이건 뭐 확실히 취향의 문제다. 들어도 소음처럼 들려서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노래와 음악이 있고 몇번을 반복해서 듣게 되는 노래도 있고, 그 사이의 함부로 건널 수 없는 뭔가가 있는데 그게 이런 저런 이유 때문이라고 딱 잡아 말할 수 없다. 어떤 음악이 더 고급지고 세련되었다고 말한다면... 그래 받아줄게, 들어보려고 노력은 해 볼게, 그런데 여기서도 김훈의 문장. "너와 나, 남으로서 복되다". 나의 방패가 되는 문장이 되었다면, 김훈 옹께서 웃으시려나?

 

최근 어떤 기사에서 '500원 노래방'이 생겨나고 있는 고시촌 얘길 본 적이 있다. 각종 시험,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기분을 풀고 즐기기 위해 찾는 노래방들이 있다는데, 곡당 500원으로 혼자와서 노래를 부르다 가곤 한다는 것이다. 내가 노래방 싫어하는 거야 .. 몇 사람은 잘 알고, 500원에 노래 한곡이라. 혼자서 온갖 청승, 또는 고래고래 부르다 그렇게 돌아간다는 거 아니냐. 아 애잔하다. 어쨌든 노래부르기 좋아하고 웬만하면 가수 뺨치는 보통 사람들 찾기 힘들지 않다는 한국에서 이건 대중의 니즈를 기막히게 포착하는 노래방 주인들의 영민한 전술이잖은가.

 

정승환을 알고부터 무섭게 집중해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급기야 그가 안테나뮤직을 소속사로 선택한 후 이 회사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원래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회사고 소속 가수들이어서 반가운 마음이 더하긴 했는데 그 관심도 오래전이어서 최근엔 멀어졌었는데 다시 한번 소속 가수들 노래도 찾아보고 있다. 주식 산다는 사람들은 뭐냐?

 

루시드폴과 시인 마종기가 2007년 겨울부터 주고받은 편지를 묶은 [아주 사적인 만남]과 그로부터 5년후 20013년부터 1년간 다시 시작된 편지질(아, 죄송!)의 결과물을 다시 묶은 [사이의 거리만큼, 그리운]을 읽으려고 한다.

 

 

 

 

 

 

 

 

 

 

 

 

 

 

루시드폴(조윤석)의 음악은 꽤 오래전부터 좋아했지만 적극적으로 찾아 듣지는 못했다. 그는 소설도 썼다.

서간집의 시작은 출판사 기획으로부터 시작된 것 같은데, 2007년 스위스 로잔에서 공부하고 있던 루시드폴이 플로리다에서 살던 마종기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독특한 인연이 이어진다.

루시드폴이 한국에서 공연했을 때 한 팬이 그에게 건네준 마종기의 시집 한 권이 이 인연의 시작이었다고 해야 할까.

유학을 떠나면서 가방에 쓸어넣었던 책 중의 한 권이 마종기의 [이슬의 눈] 시집이었고, 기나긴 유럽의 겨울에 도착한 그의 '외로움과 무서움'을 위로해준 시집이었다고 한다.

 

 

 

 

 

 

 

 

 

 

 

 

 

 

 

 

마종기의 시는 읽고 또 읽어 거의 외우다시피 했다는데 놀랍게도 이 서간집의 일부가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모양이다. 여튼, 쉬는 날 틈틈이 읽으며 몸과 마음을 추스려야겠다.

책을 읽고 또 읽고, 노래를 듣고 또 들으며 자꾸 욕망만 늘어가는 이 주책없음을 조금이라도 달래보려 한다.

... 음원 녹음에도 관심이 간다... 아직 음악 녹음실을 가본적이 없는데.. 젊었던 때 다 놓치고 이게 뭔지...

 

(* 그는(조지)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해 상실감을 느끼는 일이 거의 없다.  ([용감한 친구1], 30p

 상실감이나 회환없이 살아가는 게 필요하다.......상상도 하지 말고, 조지처럼 고요히..재미없어도 정적으로..가능한가?)

 

정승환은 안테나뮤직에서도 조금은 독특한 존재가 될 듯하다. 주로 고등학교 시절에 쓴 시들을 보면 그가 보여줄 자작곡의 세계도 기대하게 만드는 게 있다. 많이 보고 싶다.

그래도 그의 팬카페 가입까지는 못하겠더라. 팬질은 그냥 관심갖고 그의 소식을 기다리고 아마 음반 나오면 구매하고, 콘서트하면 찾아가고... 그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안테나뮤직은 아직도 계약서 같은 거 쓰지 않는 건가? 싫으면 자연스럽게 떠나면 되는 식? 변했겠지....

 

오늘 아침부터 듣는 노래는 <안테나뮤직 워리어스> (2011)에 실려있는 <뜨거운안녕>. 슬픈데 들썩거려,.. 기운나게 한다.

공연영상으로 봐야 좋다.

 

 

 

 

<뜨거운안녕> (작사 유희열 / 작곡 김태훈. 유희열. 2006년)

 

조금 더 볼륨을 높여줘

비트에 날 숨기게

오늘은 모른척 해줘

혹시 내가 울어도

친구여 그렇게 보지마

맘껏 취하고 싶어

밤새도록 노랠 부르자

 

이밤이 지나면 잊을께

너의 말처럼 잘 지낼께

가끔 들리는 안부에

모진 가슴 될 수 있길

어떤 아픔도 견딜 수 있게

 

소중했던 내 사람아 이젠 안녕
찬란하게 반짝이던 눈동자여
사랑했던 날들이여 이젠 안녕
달빛 아래 타오르던 붉은 입술
떠난다면 보내드리리
뜨겁게 뜨겁게 안녕

............

............

............

 

 

노래방에서 목에 핏대 세우며 부르던 ... 그 아이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풋.

결혼은 했겠지.

 

클럽 순회공연을 한다고 해도 ...내가 갈 수가 없다...사랑했던 날들이여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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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조지 파트 시작하며 조지에대해,

˝어쨌거나 조지는 다른 사람들의 상상력을 충실히 따라갈 수 있다. 노아의 방주, 다윗과 골리앗, 동방박사의 여행, 그러나 그 스스로는 이런 상상렄을 발휘하지 못한다˝ (13p)

...슬프지 않나? 상상력 없는 인간..따라갈 순 있지만 ..발휘하진 못하는 불우함. 가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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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잇 2015-05-01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플 해볼까 했는데, 연동되는 바람에 매력이 떨어졌음.
살면서 필요한 몇가지만 하고 살자,....라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끌려간다. 북플도 전혀 관심없었는데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게 되다보니 그때그때 간편하게 몇자 적는 식으로 앱을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이다.
앱은 간단히, 여기 서재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좀 진중한 포스팅을 하는 걸로. 근데 연동되는 바람에 책과 관련해 짧게짧게 느낌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쓸데 없는 것이 됐다. 생각 좀 해보고...
 

오후 나들이 전에 맘잡고 책 읽다.

 

[용감한 친구들]. 이제 막 1백 페이지 넘어섰는데, 아서는 드디어 셜록홈스를 창조해 내고 엄청난 명성과 부를 거머쥔다.

거대한 저택에 안온하게 자리잡은 가족. 아서는 "한 가족의 생계를 담당하는 가장이었고, 부조금과 백지수표를 써대길 좋아하는 가족의 우두머리였다."(1권, 113)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신에게 솔직해지자면, 이제는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었다." (114)

"그의 에너지가 그를 갑작스럽게 어디로 데려갈지 누가 알겠는가." (115)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서가 아직 젊어서였을까.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 명성과 부, 단한순간도 불행하지 않을 것 같은 삶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흔들리는 것이 아서 같은 사람이다.

누구나 그럴까. 조지 같은 이는 사무와 평온하고 고요한 일상에서 마음에 아무런 동요도 일으키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사람으로 1부에 이어 2부 초반까지 묘사된다.

 

어떤 이는 헛헛함을 주체하지 못하는 기질을 지니고 태어나는 것 같다. 그런 기질이 평생 꿰어지지 않고 흩어지는 구슬만을 만들지 결국 단단하게 엮여 완성된 형상을 만들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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