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소송]을 읽고 있다.

기막힌 소설이다.

 

카프카 연보에는 1914년에 집필을 시작한 것으로 나오는데 처음엔 주인공 K가 고용주의 금고에서 돈을 훔치는 것으로 '죄'를 설정했다고 한다.(카프카 :변신의 고통, 시공디스커버리 총서) 아마도 그런 설정을 계속 이어갔다면 이 소설이 이렇게까지 걸작이 되지는 않았을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주인공 K는 어쨌든 혐의도 모른 채 어느날 들이닥친 감시원들에게 체포되고 이어서 소송이라는 조그만한 원을 돌고돌게 될 운명에 처한다.

아주 ㅈ같은 상황에 처한 것이다. 얼마나 ㅈ같은지 읽다보면 깊이 공감하게 된다.

빌헬름 엠리히가 말하듯 그것이 결국 '법정으로서의 삶' 때문이든, 그 직업, 일에 종속된 채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끊임없이 무죄를 주장하려는 자의 인식의 한계 때문이든 어쨌든 읽다보면 공감하게 된다.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는 세계를 카프카는 그리고 있다.  

그 세계가 아주 특별하고 유니크하다. 

읽어나가는 구비구비마다 상상을 벗어나는 상황, 인물, 행동에 맞닥뜨린다.

거기에 어디서 어디로 이어지는지 공간을 도저히 구획해서 정리할 수 없는 카프카다운 공간들.

문, 창문은 어디서 어디로 이어지는지,

 

화가 티토렐리의 아틀리에에서 맞닥뜨리는 장면들은 정말 대단하다.

침대위를 밟고 지나 가야 하는 밖으로 향하는 문, 그 문을 들여다보다가 K는 반전을 만난다.

어렸을 때 카프카의 세계는 난해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면, 이제야 비로소 카프카를 온전히 좋아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얼마나 많은 카프카의 세계를 알지 못한 채 만나왔던 것인지, 새삼 고전의 위대함을 생각한다.

카프카는 꼭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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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6-01-13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문학동네 버전으로 읽었어요. 그전에 램프의 요정 중고책방에서 그렇게 사려고 해도 구할 수가 없더니 오늘 갔더니 을유문화사 버전이 있더라구요. 참 타이밍이란 정말.

포스트잇 2016-01-13 17:12   좋아요 0 | URL
몇종의 번역서가 있더군요.저는 예전에 사두었던 열린책들판을 읽었습니다..가끔 인물들이 보이는 괴상한 행동들이 있는데 비교해서 보고 싶더군요. 대성당장을 읽고 있는데..문지기 얘기의 함의가 뭔지 난해하네요ㅋㅋ
 

부엉이냐, 독수리냐.

헤겔이냐, 니체냐.. 선택하라는 건 아니고 그냥 그렇다고.

부엉이는 진짜 황혼에 날고, 정말로 독수리는 새벽에 고개를 쳐드나?

동물생태의 팩트 문제?

 

그러니까 문학 고전을 읽어나가는 데서 자꾸 방계로 읽어야할 것들이 눈에 밟히면서 시작된 헤맴이다.

2015년을 보름 남기고 이곳으로 거처를 옮겼고, 내방은 몸하나 뉠 공간을 빼곤 온통 짐으로 가득 들어차 있어서 기존에 있던 짐들을 조금 정리한 후 그곳에 책 백여권을 꽂거나 놓아두었다. 그러고도 책들을 끊임없이 구입했다. 그래서 책들은 더 들어찼다.

읽는 건 더디고 짐이 속속 들어앉는 건 순식간이다.

읽는 게 더딜 수밖에 없는 게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내 역량에 맞지 않는 책들이라서 그렇다.

철학책은 좀처럼 소화가 되지 않는다, 쓰바.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가 서울에서 읽은 마지막 책이었을 것이다.

플로베르는 김영하 [읽다]를 보다가 생각나서 집어들었고, [마담 보바리]를 완독하고 집어든 것이 예전에 구입했던 김화영 교수의 편역인 [현대 프랑스비평의 이해]라는 책이다. 하도 오래된 책이라 알라딘에서는 찾을 수도 없다.  

이른바 '신비평' 계보의 필자들이 쓴 문학비평글들을 편역한 것인데, 서론격에 해당하는 첫 글만 읽은 듯하고 뒷부분은 깨끗했다.

부록에 장 루세의 『[보바리 부인], 무(無)에 관한 책 - 플로베르의 소설기술의 한 국면 : 시점 』이 있길래 이번에 읽었다.

이글의 정리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무척 흥미로운 글이었다는 것만 우선 써둔다.

역시 묵직한 고전이자 플로베르는 후대 작가와 평자들이 현대소설의 시조로 꼽을수밖에 없다는 점을 납득하기 충분한 글이었다.

[마담 보바리]를 읽을 때는 그저 무심코 읽었던 것들이 플로베르가 얼마나 정밀하게 설계하며 만들어나간 세계 속에서 움직인 것인지 새삼 경탄하게 되는 것은 이런 글들 덕분이다. 조만간 [마담 보바리]를 다시 읽어볼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 처음 읽은 책은 줄리안 반즈의 [플로베르의 앵무새]다.

 

 

 

 

 

 

 

 

 

 

 

 

이번에 읽을 때는 '플로베르'관련 정보에 더 집중한 듯하다. 퇴임한 의사 브레이스웨이트는 자살(명확히 표명된 적은 없는듯하지만)한 아내 앨런의 삶을 이해해 보려는 한 방편으로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의 의사 샤를이 엠마가 죽은 후 그녀를 이해해 보려 했던 길을 따르듯이 플로베르의 삶과 작품 세계를 추적해본다. 앨런은 엠마처럼 부정을 저지르기도 했다.

샤를-엠마, 브레이스웨이트-앨런.

다음에 다시 읽을 때는 이 관계에 집중해서 읽고 싶다.

 

플로베르를 좋아했던 작가로는 카프카가 있다.

그래서 나의 독서는 카프카로 이어진다.

그러다보니 카프카에 대해 쓴 들뢰즈를 발견한다.

들뢰즈의 [카프카 :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

 

 

 

 

 

 

 

 

 

 

 

 

나는 문학과지성사에서나온 책(조한경 역)을 가지고 있는데 과거에도 읽다가 채 완독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번에 이진경 번역본을 새로 구입했다.

들뢰즈는 하, 난제라서 과제처럼 받아들 수밖에 없는데, 들뢰즈를 뒤적거리다 니체를 다시 만난다.

그리고 고병권.

그의 책 [니체의 위험한 책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었을 때 꽤나 흥미롭게 읽었는데 최근에 그가 [언더그라운드 니체]라는 책을 냈다는 걸 알았다.

 

 

 

 

 

 

 

 

 

 

 

 

고병권. 그의 강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게 됐는데.. 인상적이었다.

고병권... 이 사람을 보라.

.........

지금은 일단 여기까지.

일해야 한다. 계속...

 

아, 철학하는 시간.

아침놀이 아니라 [서광]. 새벽. 독수리가 날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

요즘 나의 밤은 비몽사몽 보내는 밤이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밤을 새우는 것도 아니고 잠을 자는 것도 아닌.

그래서 새벽은 몹시도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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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오후부터 눈이 펑펑내렸다.
아주 오래전부터 별다른 길이 없을거라는 생각으로 결정한 일이지만 막상 닥치고보니, 아니 다른 길도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는건 마음이란 그런건가보다 싶을지경이다. 최선을 선택한건지 알 수 없다.
어젯밤 짐으로 둘러싸인 방에서 피곤에 절은 몸을 뉘우면서..내가 무슨짓을 한것인가 놀라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책들은..전적으로 짐이었다.
이제사 책상자들 목록이며 카메라로 찍어둔 것들을 보며 어디에 뭐가 있는지 리스트를 만들 생각을 했지만, 당분간 책을 보기는 힘들것같다. 책만 아니었다면 아주 수월한 이사가 됐을 것이다.
책짐 싸느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했다.
읽은책과 읽지못한책, 읽다 중단한책으로 크게 분류한뒤 다시 세부로 분류해서 상자에 넣을걸 그랬다.
괜히 나름 분류한답시고 했더니 나중에 지쳐버렸고 결과적으로 이도저도 아닌 짐이됐다.
여기엔 책장을 놓을수도 없다.
책을 정리해 꽂아둘 공간하나 없는 이곳에서 과연 나는 얼마나 잘 적응하며 정신 망가지지않고 살아갈 것인가.
아,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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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2015-12-17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저두 그랬답니다.

포스트잇 2015-12-17 05:56   좋아요 0 | URL
앗, 같은 경험을..;; 책짐의 경험이신지..,일종의 아득함을 느끼신 경험일지 모르겠지만 동지적 느낌같은 느낌이랄까요ㅎㅎㅎ
온갖 짐들로 어질러지고 꽉차있는 공간에서, 문득 하루키의 세상의끝..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문짝도 떨어지고 착실히도 망가진 집에서 투르게네프의 [루진]을 읽던 주인공이 떠올랐답니다..아마 혼자였다면 저도 루진을 읽었을 겁니다ㅠ
 

서평가 금정연을 살리지 않을까?
이번 책에서 다룬 작가와 소설들을 읽을 일이 없을것같다고 해놓고는 계속 궁금한 것이 머릿속에 맴돌아서 결국 손에 넣었는데 고전읽기나 서평서 중에서도 자기만의 계통을 잡아 많은 사람들이 읽지는 않으나 궁금은 한 책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구매를 독촉할듯.
추천의 글을 정성일이 썼는데 엄청난 분량의 글을 보내와서 금정연이 감격했다는 트윗을 봤다. ㅎㅎㅎ
정성일, 이제 영화평론가만이 아니라 영화감독이라고 괄호안에 병기해놨다. ㅋㅋㅋ
영화감독, 대단한거지. 입봉 기다리는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투자받아 뭐 어찌됐든 영화를 만들었다는건 무시할건 못되니까.

정성일이 추천의글에서 정확히 지적하듯이 금정연의 [난폭한 독서]는

˝대부분의 서평가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려고 작정한 모험이다.˝

서평서들, 독서일기류 책들도 범람하는 마당에 서평가도 살려면 남들이 `가지않은 길`을 찾아야 한다. 그게 다루는 책 목록에서든 스타일 또는 매혹적인 방식에서든.
아, 물론 너무 먼 길로 아주 가버리면 독자를 만날 일은 없을테니, 그길을 잘 찾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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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5-12-12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저도 이 글을 한번 읽었었네요.. 그리고 금정연 님의 책 속에 실린 목차를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이런 책들에 대한 서평글만으로도 책을 낼 수 있구나 하고 말이지요. 이 책에 담긴 작품들 가운데 제가 읽은 책은 고작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안영옥 번역, 열린책들)와 『걸리버여행기』(박용수 번역, 문예출판사), 『성』(홍성광 번역, 펭귄클래식) 정도밖에 없더라구요. 그나마 며칠 전에 라블레의 『가르강튀아·팡타그뤼엘』과 볼테르의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를 마련했으니 다행이다 싶네요. 아무튼 포스트잇 님의 이 글이 제가 책을 사는데 도움이 된 듯해서 고맙다는 말씀 드립니다^^

포스트잇 2015-12-12 13:39   좋아요 1 | URL
전 걸리버여행기는 고작해야 동화로 읽은 게 전부구요, 돈키호테, 성도 보관만해뒀을 뿐 아직 읽지 못한 자입니다..;;; 그래서 아예 여기서 소개한 책들을 읽을 생각을 안했습니다만, ..읽다보면 원작들을 읽고 싶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ㅎㅎㅎ
 

눈 내리는 토요일.

 

김영하의 [읽다]를 읽고, 가장 먼저 읽고 싶어진 책은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이다.

 

나는 펭귄판 책을 가지고 있는데, 꺼내 보니 2부 7장 시작되는 곳(184)에 책갈피가 끼워져 있다.

완독한 경우 책갈피는 제거된다. 책갈피가 아직 거기 있는 건 완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곳까지 읽으면서 몇번을 그만 읽어야겠다고 망설였던 기억이 난다.

도무지 가까워지지 않는 소설이었다. 플로베르의 의도가 뭥미, 했던 기억.

도대체 핵심은 언제 나오는거야, 왜 변죽만 울리듯이 주변의 디테일에 이렇게 장황해지는거지를 수없이 마음속으로 되뇌이며 이걸 계속 읽어야해 말아야해, 했었던 기억. 그러다 결국 저 지점에서 책을 덮었을 것이다.

몇년전의 일이다.

그리하여 소설의 줄거리는 다 알지만 어떻게 쓰여졌는지는 모르는 그야말로 '고전'으로 계속 남아있을 뻔 했다.

이번에 김영하의 책을 읽으면서 재도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독자들과 끝까지 게임을 벌이는 플로베르.

 

독자들은 지름길로 '감춰진 중심부'에 도달하려 애쓰고, 플로베르는 쉽게 도달할 수 없도록 독자들을 엉뚱한 방향으로 유인합니다. (김영하, 읽다, 98)

 

1차전에서 나는 플로베르가 깔아놓은 미로에서 멈췄고, 후퇴했다.

 

고전은, 아니 책은 이런 저런 얘기들을 주워듣는 것에서 그칠 게 아니라, 직접 읽어야 한다. 이것은 진리도 아니고 뭣도 아닌 그냥 '비오고 바람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해야하는 일이다.

자꾸 책에 관한 책, 책을 읽는다는 것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외곽만 돌고 있는 꼴이기도 해서,

그보다는 바로 그 소설을 읽자.

 

서평가라는 직업에 대한 자의식이 강한(잘은 모르지만) 금정연의 책이 새로 나왔다.  

[난폭한 독서]가 제목인데 고전 중에서도 소설의 시원을 얘기할 때 언급되는 책들과 사람들이 많이 읽지는 않는 소설을 선택해 소개한다.

서평가의 역할이 단순히 책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책을 읽고싶게끔 하는 것이라는데 있다 해도, 서평가 금정연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그가 택한 소설들이 녹록치 않은 책들이라, 과연 직접 읽고 싶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흠. 카프카의 [성]과 [소송]은 반드시 읽을 책으로 꼽고 있긴 하지만 다른 책들, 프랑수아 라블레(쿤데라를 비롯해서 많은 작가들을 통해 익히 들어온)의 [가르강튀아/팡타그뤼엘]. 볼테르의 [미크로메가스]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드니 디드로의 [운명론자 자크], 로렌스 스턴의 [신사 트리스트럼 샌디의 인생과 생각 이야기], 요제프 폰 아이헨도르프의 [방랑아 이야기], 그리고 금정연이 읽지 않는 게 좋다고 소개한 플로베르의 [부바르와 페퀴세]. 이 책들을 내가 읽을 것 같지는 않다.

언젠가부터 내가 가지고 있는 책(많지도 않은데..;;)을 둘러보며, 내 남은 평생 이 책들을 다 읽고 떠날 수 있나,.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이사를 앞두고 책이 고스란히 짐이 되는 지금의 상황에서도 책을 갖고 싶다는(읽고 싶다 보다는) 생각이 더 자주 드는 건 아, 문제다.   

 

 

 

 

 

 

 

 

 

 

 

 

 

 

 

 

 

아, 쓰바, ... 탑밴드 보느라 아침이 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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