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에서 세계시인선 리뉴얼판이 나왔다. 민음사 50주년이라는군. 

음... 이건 읽고 싶다. 

고전은 웬만하면 누구나 알지만 정작 읽지는 않는책이라고 하지만, 시의 고전은 그 정도가 더 심하지 않을까. 

내 경우엔 그렇다. 

<지옥에서 보낸 한철>. 얼마나 유명하나. 제목 죽여주잖아. 근데 과연 읽어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 또한 예전에 이 시집을 구입했었다. 그냥 읽었다. 뭔 소린지 모른채.


시는 좀체 읽지 않아서.. 아니 어려워서 손대지 않는다는 게 더 솔직한 거다. 

난 시가 어렵더라. 

나 같은 경우는, 돌아보니 그다지 많은 책을 읽지 않고 살아왔다는 후회가 들었다. 

이제 인생 전환점을 맞이하면서 읽지 못했던 생활을 청산하고 가급적 많은 책을 읽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됐다. 

세계 고전이라고 하는 책들도 내겐 누락된 게 너무 많다. 지금부터 채워나가고 싶다. 

거기에 당연히 시도 있었으면 한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후회가 더 진하게 다가온다.  ........ 후회를 입에 담다니 .. 나이가 들긴 들었다. '카르페 디엠'.지나가버린 시간은 좋았다고 윤색될지도 모른다. 윤색이 후회다.) 


요새 나오는 시집들, 문지사나 창비, 민음 등에서 새로 출간되는 시집 중에서 골라 꾸준히 읽어볼까 생각하고 있었다. 

요즘 우리 시인들 사정은 어떤가 싶기도 했다.  

책 구입도 쉽지 않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건 산 책을 읽는 일이다.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총 15권


1. 카르페 디엠 (호라티우스 플라수스)

2. 소박함의 지혜 (퀸투스 호라티우스, 플라쿠스)

3. 욥의 노래 

4. 유언의 노래 (프랑수아 비뇽)

5. 꽃잎 (김수영)

6. 에너벨 리 (에드거 알랭 포)

7. 악의 꽃 (보들레르)

8. 지옥에서 보낸 한철 (랭보)

9. 목신의 오후 (스테판 말라르메)

10. 별 헤는 밤 (윤동주)

11. 고독은 잴 수 없는 것 (에밀리 디킨슨)

12.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찰스 부카우스키)

13. 검은 토요일에 부르는 노래 (브레히트)

14. 거물들의 춤 (헤밍웨이)

15. 사슴 (백석)


특히 3권 욥의 노래는 이번 기회에 읽어보고 싶다. 욥에게서 나올 수 있는 여러 질문들이 흥미롭다. 

빅토르 위고 '죄 없는 자가 왜 고통을 당해야 하는가'라는 창작의 영감을 파고들었다. 

욥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글을 읽었던 적이 있는데 자세히 기억이 안난다. 

어쨌든 '믿음'에 대해 생각했었던 것 같다. 

온갖 고통에 휩싸여 있을 때 신에 대한 믿음은 유지될 수 있는가.

신에 대한 믿음만은 아니다. 자신에 대한 믿음부터 타인, 또는 신념. 등등.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믿음. 


그외에도 12권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는 찰스 부카우스키 다운 제목인 듯하고. 랭보의 지옥과 사랑이란 개를 보낸 부카우스키의 지옥은 어떠한지도 궁금하다. 

브레히트의 <검은 토요일에 부르는 노래>도 읽고 싶다. 한나 아렌트는 브레히트가 '가장 위대한 서정시인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서정시. 


그밖에 신형철이 '슬픔을 공부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야한다'는 에밀리 디킨스의 <고독은 잴 수 없는 것>도 읽고 싶고. 

고딕낭만이라는 형용모순처럼 느껴지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에드가 알랭 포의 <에너벨 리>도 빠뜨릴 수 없고, 

초역이라는 헤밍웨이의 <거물들의 춤>은 시로 처음 만나는 헤밍웨이 아닌가. 


하루키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헤밍웨이에 대한 재밌는 언급을 했다. 

헤밍웨이는 초기작들이 더 좋은데 그건 아무래도 소재에서 힘을 얻어 스토리를 써나가는 유형의 작가였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진단했다. 자원해서 전쟁에 참가하고 사냥이며 낚시를 하고 투우에 빠져드는 생활을 계속해나간 것도. 항상 외적인 자극을 필요로 한 작가.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체험이 부여해주는 다이너미즘은 조금씩 저하하고 만다.

이 시들은 어떤가 궁금하다.  


아, 김수영의 <꽃잎>도 빼면 섭하다. 

김수영도 제대로 다 못 읽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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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순이 후다닥 지나버리고 이제 중순에 접어들었는데 문학동네판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언제 나오나요?

진짜로 29일 뭐 이따우 날짜에 나오는건 아니겠지요?

알라디너들의 서재에 민음사 세계문학스페셜 콜라보 이벤트로 표지를 새롭게 한 고전작품 소개가 눈에 띄는데...

나는 전혀 끌리지 않음....


아직도 번역되지 않은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 같은 작품 번역이나 좀 했으면 좋겠다. 

또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도 간절히 원하고, [데이비드 코퍼필드]는 새번역으로 봤으면 한다. 

닉 혼비는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찰스 디킨스의 [햄릿]이라고 했다. 캐릭터의 향연.


표지 같은 거에 무신경하다보니 욕심 나는 게 없는데...

책다운 판형이라든지, 좋은 번역은 언제나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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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딸 2016-05-11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문학동네판 <전쟁과 평화>를 저도 기다립니다.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도.

포스트잇 2016-05-11 10:18   좋아요 0 | URL
문학동네판 전쟁과 평화는 5월 출간 예정이라 기다리고 있답니다. 박형규 교수의 번역이고요. 4권 분량입니다.
아직도 번역안된 고전들 좀 차근차근 내줬음 합니다. 세계문학전집이라고 나오는 데만 몇 군데인데요.
기다리자고요.
 

아침이면 순례처럼 도는 블로그에서 이책이 소개된 것을 보고 직감처럼 봐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책 소개에서 잠깐 스치듯 봤는데 최근 옥시 사태로 인해 다시 한번 뜨끔하고 이책이 새삼스러워졌다.

옥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건 이미 이명박 정권 때인 2007년이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기조로 한 정책들을 맘껏 펼치던 정권시기였다.

 

2012년에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 보다 해로운가]로 나왔는데 제목을 [위험한 정치인]으로 심플하게 바꿨다.

뉴욕대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1900년부터 2007년까지 자살률과 살인율을 검토한 결과 대통령 권력교체 기간과 변화주기가 관계 있음을 발견했다고 한다. 공화당 대통령이 집권할 때마다 자살과 살인이 늘어났다는 사실에서 뭘 봐야 하는건가.

물론 통계의 위험, 단순화시킬 때 발생하는 오류를 조심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얘기는 일단 통념상, 직감적으로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결과는 너무나 명백하다.

보수가 집권하면 언제나 사람들이 더 많이 죽는다.

(쓰바, 우린 그냥 보수도 아니고 극우꼴통정권이 집권하고 있다)

 

누구에게 투표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목숨이 달렸다...이건 우리에겐 더 실감나는 중대사 아닐까.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서 나라가 이모양이고 사람이 죽어나간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사는 우린 왜 자꾸 잘못된 결정을 반복해서 하는가.

 

죽음과 정치의 미스터리? 그들이 추구하는 정책이 죽음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누가 죽음을 몰고 올지 잘 판단할 필요가 있다.

자꾸 주도 정당들이 우클릭을 해대는데 이또한 정신차리게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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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는 1967년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약 6개월에 걸쳐 하버드대학에서 시에 대해 강연한다.

[보르헤스, 문학을 말하다]는 30여년이 지난 뒤 나온 강연집이다.

 

당시 이미 시력을 잃어 앞이 보이지 않았던 보르헤스는 이렇게 말한다.

 

가끔 저는 집에 쌓인 많은 책들을 바라보면서 그 책들을 다 읽기 전에 죽을 것이라고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새 책을 사고 싶은 유혹을 견딜 수 없답니다. 서점에 들어가서 제 취미 - 예를 들어 고대 영시, 또는 고대 노르웨이 시 - 에 딱 맞는 책을 발견할때마다 저는 이렇게 되뇝니다.

 "저 책을 살 수 없어서 얼마나 애석하냐. 이미 집에 한 권이 있으니 말이야." 

 

나는 이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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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기대하는 것 중 하나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새롭게 만나볼 수 있다는 거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박형규 선생이 번역한 총 4권의 책이 될 예정이다. 

범우사판으로 3권까지 읽다 뒀다.

4권은 문학동네판으로 읽어야지.

아주 오래전부터 왠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겨울에 읽어야만 할 것 같았다.

밖에 눈은 펑펑 내리고 사방은 고요한데 벌겋게 타고 있는 난로 앞에서 편한 의자에 쏙 파묻혀 장대한 드라마에 빠져드는 한나절 같은 이미지는 '책을 읽다'라는 말의 가장 낭만적 형태인 것만 같았다.

그러나 범우사판으로 읽을때도 겨울이 아니었고 이번에도 겨울은 아닐 것 같다.

가을도 아니고 5월에 읽게 될 줄은 몰랐다.

 

인명만 559명이고, 톨스토이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거의 도서관분량의 책을 보고 조사연구했다고 한다.

또한 결말 부분 등 전체를 8번인가 정도 고쳐쓰기도 했고,

작가란 그런 것이다.

 

설레발치는데 설마... 5월 29일 뭐 이따우 날짜에 나오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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