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려 해도 집중이 안된다고 징징 짰더니 스스로 반성했나 보다. 냅두고 있던 코맥 매카시의 [평원의 도시들]을 완독했다. 초반을 넘기자 중후반은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영화화하기에 좋은 소설 같았다. 영화화된다고도 하고.  ... 

젊고 따뜻한 인성을 가진 청년 존의 힘겨운 사랑, 좌절, 안타깝게 곁에서 지켜봐야 하는 형과 같은 빌리. 기본적으로 두 사람의 이야기이니까.  

존은 막달레나와의 결혼을 계획하며 막달레나의 대부가 돼달라고 바의 마에스트로에게 부탁한다. 눈 먼 노인인 마에스트로의 세상에 대한 혜안을 존경한 것이다.  

마에스트로는 존의 사랑이 무모하리만큼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음을 잘 안다. 그래서 말한다.  

"당신의 사랑에는 친구가 없소......." 

존은 묻는다. "제가 머저리라고 생각하시는군요." 

그러자 마에스트로는 말한다.  

"아니 그렇지 않소. ...... 사람이 사랑을 추구할 때는 언제나 옳은 법이오." 

"설령 그 때문에 죽어도요?" 

"그래요. 그리 생각하오. 설령 그 때문에 죽어도." 

 

 

 

 

 

 

 

이런 사랑은 '노스탤지어'일까? 

코맥 매카시의 다른 작품들을 잘 모르지만, 이 책에서 존의 사랑의 행로에 대한 태도는 일단은 숭고함을 표하는 듯했다.  

이 시대에 우리에게 사랑은 도대체 어떤 가치를 갖는 걸까?   

관련하여 얼마 전 한겨레 논설위원 김선주의 글과 장정일이 강연에서 한 얘기를 놓고 요즘 젊은이들의 반응은 일단을 느끼게 해주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사랑들은 하는 거 아닐까? 

미국 현대소설과 작가들에 대한 글들을 좀 보려고 했더니 논문들이나 봐야 하는 것 같다. 단행본 책으로는 ... 더 찾아봐야 할 듯. 

 

 

 

 

 

 

 

헤럴드블룸의 [교양인의 책읽기]에서 다룬 코맥 매카시의 작품이 [피의 오후]라는데 뭐지?  

코맥 매카시의 책은 앞으로 [로드]와 [핏빛 자오선] 정도 더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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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11-25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핏빛 자오선이 혹시 피의 오후 아닐까요?

포스트잇 2009-11-25 11:31   좋아요 0 | URL
저도 그리 짐작합니다.근데, 어째서 [피의 오후]가 된 것인지는 모르겠단 말씀입니다.^^ 소설을 보면 '오후'가 맞을지도 모르고요.
 

일 많고 생각도 번다하게 많아서 책 읽기가 쉽지 않다. 어쩔 수 없는 시기이기도 하고. ...  

담 주에는 연말연시 카드를 장만해 미리미리 보내야 한다. 내년 달력도 하나 둘 받으면서 연말연시의 들뜸과 야릇한 흥분을 느끼고, 다가올 새로운 해를 설레이며 기다렸던 때가 도대체 언제였었나 잠시 생각했다. 언제부턴지 이맘 때는 만사가 귀찮고, 번다하게 느껴지고, 새 봄이 오는 것이 마냥 한심하게 여겨진다. 그러니 아마, 연중 가장 책을 읽지 못하는 때가 겨울에서 봄 사이인듯 하다. 책 읽게 놔 두지 않는 때가 이 때인듯 싶다.  

오늘 눈에 띄는 인터넷 뉴스로는 세계문학전집의 '인기'(?) 소식이었다. 출판계의 '효자' 종목이란다. 진짜루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근데 예나 지금이나 세계문학전집은 늘 전집스럽게 나오지 않았나? 꼭 요즘만 인기인지는 모르겠다.  

민음사에서 '미래의 고전이 될만한 책들'을 선정하여 '모던 클래식' 전집을 내는 모양이다. 이미 출간된 목록을 보니 나는 딱 한 권 읽었더라. 조나선 사프란의 이 책. 

 

 

 

 

 

 

글쎄, 나는 별로였는데. 물론 흥미롭긴 했다. 아버지가 남긴 열쇠의 비밀을 찾아간다는 미스터리 플롯은 싫증나지 않게 이야기를 이끌었던 듯하다. 그래도 미국의 9.11이 핵심 소재다. 딱 떼어서, 아버지의 마지막 전화를 받지 않은 상처를 간직한 소년 이야기라는 점은... 영... 못마땅하던데... 내가 편협해서 그렇다.  

그러고보니 요시모토 바나나의 이책도 읽었다. 그 감성이 아련하게 기억난다.   

 

 

 

 

 

 

 

미래의 고전이 될만하다니 다시 한 번 들여다볼꺼나, 얇기도 하지.  

오르한 파묵의 [내이름은 빨강]은 1권 읽고 그 뒤로 끊었다. 이 책 읽을 때도 일이 많아서 집중할 수가 없었던 때다. 나중에 ... 패쑤~. 

 

 

 

 

 

 

 

이 책 궁금하네. ....   

그리고 코맥 매카시. 누군가는 정말 좋아하게 된 작가라고 하는데.. 나는 몇 번 시도했지만.. 좀체 읽기 힘들데. [핏빛 자오선]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읽었는데, 솔직히 그다지 흥미있게 읽지는 못했었던 책이다. 잘 기억도 안난다. 흐이구...   

 

 

 

 

 

 

국경 3부작이라는 책들도 읽어볼 셈이지만, 어째 영... 읽기가 힘들다. 지금은 때가 아니고.  

리뷰나 페이퍼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도대체 코맥 매카시의 매력이 무엇인지.  

[안나 카레니나]는 드디어 2권 읽기 시작했다. 요즘 유일하게 그나마 십여 페이지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재밌다. 아무래도 안나와 브론스키의 연애 행각이 궁금해서 계속 집어들게 된다. 그렇지만 진도 안나간다.  

 

 

 

 

 

 

 

 

브론스키와 모스크바에서 첫 만남 후 서둘러 귀가한 안나는 역에 마중나온 남편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를 객차 창문으로 발견하자마자 그의 '귀'가 왜 저렇게 생겼는가 라는 생각부터 한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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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토요일 아침이다. 행복함은 순간순간 찾아온다. 오늘 아침처럼, 컨디션 나쁘지 않고 왠지 싱싱함이 느껴지는 그런 순간. 어제 밤부터 손에 든 [안나 카레니나]는 완전 재밌다. 이 책이 이렇게 재밌는 책이었나? 이번 주말은 좀 행복할 것 같다. 컨디션만 좋다면... .   

 

 

 

 

 

 

 

 

그리고 두 사람의 '청춘의 독서'를 조금씩 읽었다. 김상중과 유시민. 

 

 

 

 

 

 

  

 

[청춘의 독서]에 이런 말이 나온다. 

 "엄청난 세상의 변화를 다 견디고 내 마음에 남은 것이 무엇인지". 청춘시절에 읽은 책들을 3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으며 찾으려 한 '지금 내 마음에 남는 것'. 

내가 이런 책을 내기 위해 글을 쓴다면, 나는 어떤 책을 선택하여 다시 읽기를 할까. ......어째 좀 난감하다. 생각좀 해봐야겠다.... 이런 젠장, 헛살고 있는 거 아닌가? 

[청춘의 독서]를 아무래도 먼저 읽고 있는데, 순서대로가 아니라 관심가는 책에 대한 글부터 그냥 읽어가는 중이다. 10장,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가[종의기원], 글에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외 몇 권을 [종의 기원]을 제대로 알기 위한 입문서격으로 먼저 읽기를 권한 책이 있다.   

스티브 존스의 [진화하는 진화론], 마크 리들리의 [HOW TO READ 다윈]을 꼽았다.  

이런 책들을 다 읽고 나서, 관찰로 얻은 개별적 사실에서 일반적 명제를 끌어내는 논증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 때 [종의 기원]을 읽으라고 권했다.  

그래서 구입하려는데, [이기적 유전자](을유문화사) 번역에 대해 부정적 의견들이 있다는 사실에 주저하고 있다. 어떤 분은 '어렵지만 대단히 좋은 책'이라고 했고, ㅈ욕을 하는 분도 있다. 권장도서이기도 하고. 이런 경우는 성격대로, 내가 직접 확인할 밖에. .......  

 

  

 

 

 

 

  

 

엇, 애덤스미스의 [도덕감정론] 개역판이 출간되는군. 금융위기로부터 휘청거리는 자본주의에 대해 숙고해보는 정신들이 애덤스미스의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을 다시 떠들어보게 했다 운운하는 얘기들이 나돈 후라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손을 봐 책을 낸 모냥이다. 출간되면 서점에 가 실물을 좀 보고 구입할 생각이다. 언젠간 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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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 뭐, 물론 작가가 허술하게 놓아두지 않고 나름 메꾸려고 하고 그 밀폐성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럴듯하지는 않다.  

화법으로는, 고백이 너무 많은 게 실험과 한계를 모두 싸안고 있는 듯하다.  

 

 

 

 

 

 

  

자애자와 구도자, 어머니와 아들의 장이 다소 흥미로웠고, 전반적으로 지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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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대 작가들의 소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동안 소설과는 거리를 두고 살았던 관계로 이쪽 세계를 전혀 모른다. 서사를 주의깊게 보려한다. 어떻게 얘기를 풀어가는지 그 방식에 관심 있다.   

코맥 매카시, 필립 로스, 토머스 핀천과 함께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로 꼽힌다는 돈 드릴로의 소설 [화이트노이즈]는 한 마디로 재밌다. 1985년 발표작이다.

 

 

 

 

 

   

 

소설은 좀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할듯 한데, 내 처지도 그렇고, 성격이 느긋하지도 못한터라(단,체력이 찌질할 뿐) 진짜, 좀 후다닥 읽는다. 그래서 오래 기억에 안남는 건가?... 뭐, 어쨌든.  

옮긴이 강미숙의 약 10여 페이지에 이르는 '옮긴이의 말', "테크놀로지 시대의 욕망찾기/벗어나기"는 책에 대한 좋은 안내서이다. 잘 정리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존 어빙의 책이라곤 [가아프가 본 세상] 밖에 본 게 없지만, 어쩐지 비슷한 책읽기 경험이었다. 특별히 작가가 웃기자고 쓴게 아닌데 펼쳐지는 상황이나 대화, 인물의 행동이 우습다. 흐흐흐 웃을 수 있는 대목이 많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쓸쓸하고 적막한 슬픔이 배어난다. 기가 막히는 글쓰기다. 가족, 부부, 아이, 별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는 듯한 평범한 현대 미국인들에게 드리워진 이상한 불안과 공포. 거기서 벗어나고자 또는 잊어버리고자 하는 욕망이 보여주는 안타깝고도 우스꽝스러운 후반부는 과도한 듯 하지만 작가의 밀어부치는 힘을 느끼게도 한다. 좋은 작품이다.  

   
 

 배비트와 나는 우리가 구입한 상품들의 질량과 다양성에서, 저렇게 빽빽하게 들어찬 봉투들이 암시하는 저 순전한 충만함 - 속에서 우리가 느낀 재충전감, 이를테면 이런 상품들이 우리 영혼 속의 어떤 아늑한 집에 가져다주는 행복감, 안전감, 만족감으로 존재의 충만함을 성취한 것 같았다. 이런 감흥은 외로운 저녁 산책을 중심으로 삶을 꾸리면서 물질을 덜 필요로 하고 덜 기대하는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p.38)

 
   

   
  세상에는 채택되지 않는 의미들로 가득하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에서 나는 예기치 못한 주제들과 충격적인 사건들을 발견한다.(p.317)  
   

   
  그 컴퓨터 전문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고, 그가 내 이력을 두들겼더니 얼마나 비관적이고 엄청난 기록이 나왔는지도 말해주었다. 우리는 우리의 데이터의 총합이야. 우리가 우리의 화학적 충동의 총합인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야, 이렇게 그녀에게 말했다. (p.351)  
   

   
  "당신, 괜찮은 내과의 알고 있냐고 묻지. 진짜 권력이 있는 곳이 거기니까. ...... 사람들은 조세전문 변호사나 자산운영자, 그리고 마약상에 대해 물어.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바로 내과의예요. "당신 내과의는 누굽니까?" 어떤 사람이 도전적인 어투로 물을 거요. 그 질문은 당신의 내과의 이름이 생소하다면 당신은 췌장에 버섯 모양의 종양이 나서 죽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당신 장기에서 피가 뚝뚝 흐를 수도 있어서가 아니라 그 문제에 대해 의뢰할 사람을 알지 못해서, 어떻게 연락을 해야 할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몰라서 당신은 열등하고 죽을 운명에 처해 있다고 느껴야만 한다는 거죠. 군산복합체 따위는 신경끄시오. 진짜 권력이 일상적으로 휘둘러지는 것은 바로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이런 사소한 도전과 훈계조의 말을 할 때니까." (p.377)  
   
 

   
 

"내 걱정은 하지 말게나." 그가 말했다. "다리 조금 저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야. 내 나이엔 누구나 저니까. 나이가 들면 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기침하는 것도 신경쓰지마. 기침은 건강에 좋은 거야. 속에 든 것이 이리저리 움직이게 해주잖아. 그게 한곳에서 자릴 잡고 몇 년이나 그 자리에 가만있지만 않으면 아무 해가 없는 법이야. 그러니까. 기침도 괜찮아. 불면증도 그렇지 불면증은 아무 문제 없어. 내가 잠을 자서 얻는 게 뭐가 있단 말이야? 자네들도 1분 더 자면 1분 줄어드는 그런 나이가 곧 될 거야. 기침하고 다리 절고 할 시간이 줄어든다 말이지. 여자 문제는 신경 꺼. 여자들은 괜찮아. 우리는 카세트를 빌려서 섹스도 좀 하고 그렇게 지낼 거야. 섹스는 피를 심장으로 펌프질해 주지. 담배 피운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어. 그럭저럭 잘 넘어가고 있다고 자신하고 싶으니까. 모르몬교도들이나 담배 끊으라고 해. 그들도 담배만큼 해로운 것 때문에 결국 죽을 거야. 돈은 아무 문제가 안돼. 수입 면에선 완전히 고정적이니까. 연금 제로, 저축 제로, 주식과 채권도 제로야. 그러니 걱정할 필요가 없지. 저절로 굴러갈 거야. 치아 때문에 신경쓸 것도 없어. 이는 괜찮아. 이가 헐렁해질수록 혀로 흔들어 줄 수 있어. 그러면 혀도 할 일이 생기는 거야. 손 떠는 것도 걱정하지마. 누구든지 가끔은 떠는 법이야. 그리고 왼손만 떨잖아. 손 떠는 걸 즐기는 방법은 말이야, 그게 다른 사람 손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체중이 원인도 모르게 갑자기 줄어도 걱정할 필요 없어. 눈도 시원찮은데 먹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 눈 걱정도 하지마. 눈이야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가 없지. 정신이 온전할까 하는 걱정은 깡그리 잊어버려. 정신이 몸보다 먼저 가는 법이야. 그렇게 돌아가는 거지. 그러니까 정신이 어떨가 걱정하지 마. 정신은 온전해. 차에 대해선 걱정을 해야만 해. 핸들이 좀 휘어졌거든. 브레이크도 세번이나 리콜된 거고. 푹 파진 곳을 지나가면 후드가 위로 치솟든단 말이야." 

완전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444~445)

 
   
주인공 잭의 장인의 도저한 무심함? 그런데 정작 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건네 준 이는 바로 이 장인이다.  
 
   
 

"아주 멋져요, 잭. 죽음이 없다면 삶이 다소 불완전하다고 믿으시나요?" 

"그게 불완전할 수 있겠어요? 죽음이야말로 삶을 불완전하게 만드는 것인데." 

"우리가 죽음을 인식하기 때문에 삶이 더 소중해지는 건 아닐까요?" 

"두려움이나 불안에 근거한 소중함이란 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불안해서 덜덜 떠는 존재일 뿐인 게지." 

"맞아요. 더없이 소중한 것은 우리가 든든하게 느끼는 사람들이죠. 아내나 아이 말이죠. 죽음의 유령 때문에 아이가 더 소중해지나요?" 

"아뇨."    (p.495)

 
   
   
 

 나는 사진틀, 금속으로 된 책받침대, 코르크 받침접시, 플라스틱 열쇠고리, 먼지 쌓인 머큐로크롬 병과 바셀린, 굳어버린 그림붓, 덩어리진 구둣솔, 응고된 수정액 따위를 버렸다. 촛대, 얇은 판으로 된 식탁용 깔개, 낡아빠진 주전자받침도 버렸다. 그 다음엔 천을 감은 옷걸이와 자석 달린 메모판을 버렸다. 나는 뭔가에 앙심을 품은 듯 거의 광포한 상태였다. 이 물건들에 대해 개인적인 원한을 품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것들이 나를 이런 궁지에 몰아넣은 것이니까. 이것들이 나를 파멸시키고 어디로도 도망가지 못하게 했으니까. (p.512)

 
   

주인공 잭은 집안 물건들을 하나하나 버린다. 딸이 말릴 정도로 갖다 내 버린다.  

나도 가끔, 집안을 둘러보며 내가 부려놓은 이 것들을 다 버리고 가야 할텐데, 버려야 할텐데...... 한없이 둘러보곤 한다. 뭐, 곧잘 한 움큼씩 버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휘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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