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똥 정호승 동화집 1
정호승 지음, 정현지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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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내 배가 고팠던 다람쥐는 도토리를 찾아 헤매었다.
아무리 산을 뒤져도 도토리를 볼 수 없어 두리번거리던 다람쥐 눈에 사람들이 가져가려다 남은 도토리를 발견하게 된다. 다람쥐는 이때다 싶어 배가 터지도록 도토리를 실컷 먹게 되고 고요한 달 빛 아래 수북이 똥을 누게 되며 주인공이 탄생하게 된다.

이 책의 표지는 다람쥐 똥이다. 똥이 너무 귀여워서 읽게 된 책이었다. 다람쥐 몸집보다 5배는 커 보이는 똥!
동화책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다람쥐 똥의 의인화가 궁금했다.
다람쥐 똥은 태어나자마자 자신이 똥인 것이 화가 났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똥으로 태어난 것에 화가 단단히 난 것이었는데 낙엽도 바람도 아무도 놀아주지 않는 다람쥐 똥 위로 먼 여행 차비를 하던 단풍나무 씨앗이 떨어지게 된다.
다람쥐 똥은 하필이면 똥으로 태어난 자신을 원망하며, 단풍나무 씨앗은 하필이면 똥에 떨어지게 되어 하나님을 원망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은 없다'라는 교훈! 특히 하나님은 다 이유가 있다는 동화 다운 결말이 아기자기하고 귀여웠던 내용이었다.

이외에도 백두산에서 가장 잘나가던 자작나무가 이쑤시개로 다시 만들어진 이야기, 자신의 아름다움에 한없이 높던 빨강 장미의 콧대가 노랑 장미 때문에 낮아진 이야기, 그림 밖으로 날아가고 싶던 새의 꿈같은 이야기, 밀물과 썰물의 자기반성 이야기, 조약돌의 여행으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조약돌 이야기 등 8개의 동화들이 함께한 동화 모음집이었다.

꽃, 나무, 돌, 물, 동물들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독창적인 시선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읽으며 오랜만에 동화 다운 동화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고, 때가 타서 (현실적) 어른의 시선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던 내게 동화적 시선을 느낄 수 있게 해준 동화 책이어서 기분이 좋았다. 
특히 우리 주변의 사물을 통해 세상과 시선을 맞춰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름다운 동화집이란 생각이 들어 아이들에게도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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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
니나 리케 지음, 장윤경 옮김 / 팩토리나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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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50이 넘은 평범한 중산층 여의사로 얼마 전부터 자신의 진료실이 집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이 일은 병원 내에는 비밀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심히 진행되고 있었다. 이렇게 되기 시작한 이유는 1년 전 평범한 어느 날로 돌아가게 된다. 
30년 전 헤어지고 연락 한번 하지 않은 전 남자친구를 SNS에서 찾게 되었고, 순간의 실수(?)로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답이 없을 줄 알았던 그에게서 답장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당연히 대화로만 끝날 줄 알았던 그 둘은 평범한 일상 속 활력이 되는 대화가 점점 진척되면서 왜 이런 상황이 오게 되었는지 1년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사실 소설은 여의사의 불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여의사는 가운을 입으면 언제나 많은 사람들의 고민거리를 소견서와 처방전으로 해결해 주는 해결사 같은 역할을 일상에서 하고 있었다.
하얀 가운이 잘 어울리는 중년의 주인공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평범한 의사의 모습 속에 더 평범한 인간적 고뇌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 읽는 재미를 주고 있었다. 
특히 평범하지 않은 환자들이 그 이유였는데, 
병원에 찾아오면서 자신의 치질이 무서워 볼일 보고 뒤도 안 닦고 오는 환자에 대한 불만이라든지, 기본 위생에 대한 소양이 필요한 환자였는데 그 환자가 원하는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는 소견서를 써야 하는 일이라든지,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당뇨가 있다고 착각해서 수없이 찾아오는 것에 대한 불만, MRI가 필요하지 않지만 스스로 필요하다고 우기는 환자들에 대한 불만, 여행 때문에 아기를 낙태하고자 하는 철없는 부부나, 5명의 아이를 가지고도 새로 만나는 연인의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또 다른 철없는 연인 등 가정의학과 의사로서 지친 일상을 읽으며 모든 직장인들의 고뇌를 여의사의 고뇌로 함께 공감하고 위로받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언어의 관찰자라는 별명을 가진 작가답게 이야기들로 유머를 이끌어내서 재밌게 읽어나갔다.
불륜이라는 소재가 무겁지 않았지만 함께 지내온 파트너에 대한 애정과 애증이 느껴져서 신선했고, 평범한 인간의 번뇌를 여러 가지 이야기를 통해 잘 풀어 나갔던 것 같아 꽤 재미있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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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 소설 쓰기 - 짧지만 강렬한 스토리 창작 기술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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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단편은 200자 원고지 80매 분량이라고 한다.
솔직히 원고지는 요즘 쉽게 볼 수 없는 물건이라 순간 낯설었는데, 역시 출판계에서는 분량을 원고지로 구분한다는 게 이게 작법서가 맞구나라는 생각이 번뜩 나게 했다. 어쨌든 작가님에게는 이만한 분량도 너무 많게 느껴졌다고 했다. 자신의 소설들은 대부분 20-30매 정도로 단편보다 턱없이 부족한 분량이었기에 자신을 초단편 작가로 칭하게 되었다고 했다.

초단편 소설, 요즘은 시간이 돈보다 소중하기에 사람들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고 했다. 길게 늘어지는 글을 찾지 않게 되는 특징을 가졌고, 공짜로 좋은 질의 글들이 넘쳐나는 현실 때문에 이 상황에서 초단편 소설은 사람들의 입맛을 잡을 수 있는 방법으로 가장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이 책이 요즘 사람들 입맛에 맞게 쓰는 방법에 대해 아주 핵심만 뽑아 책 한 권에 담아두셨다고 해서 열심히 읽어보게 되었다.

한 호흡에 읽히며 흡입력도 가져갈 수 있는 방법,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 초단편 소설에 필수인 반전을 쓰는 방법, 가독성 좋은 직선의 표현 구조로 쓰는 법,  주제 찾는 방법, 구독 독자 예상하기, 무한한 상상력에 제한을 둬야 하는 이유,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한 설명 등 진짜 지금 당장 펜을 들 수 있을 만큼 자세한 이것저것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작법도 작법이지만 작가님이 예시로 중간중간 넣어두는 글들에서 매력을 느꼈다. 작가님 이야기를 찾아서 읽고 싶었다. 우선 책을 읽었고 제대로 다시 실제 소설에 비교하여 읽을 차례라고 생각해서 작가님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완독 후 가장 먼저 들었던 것 같다.

 장르를 불구하고 초단편 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혹은 처음 소설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군더더기 없는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는 책이 아닌가 싶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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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1-12 07: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러블리땡님도 이책 읽으셨으니 초단편 소설 한편 써보시는게 ^^

러블리땡 2021-11-13 00:13   좋아요 2 | URL
헛 ㅎㅎㅎ 읽는것만 좋아해서요 ㅎㅎ 평생가도 못쓸것 같아요 😆🥲
 
고스트 프리퀀시 트리플 9
신종원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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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시리즈는 개인적으로 항상 기다려지는 단편집 시리즈물이다.
읽다 보니 대체적으로 취향이 맞는 단편 소설들이라서 이번에도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었다.
역시 이번 신간도 나오자마자 읽어볼 수 있었는데 평소와 달리 많이 어려웠다.
이해할만하면 다시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나와서 처음으로 돌아가고 처음으로 돌아가다 보니 진짜 얇은 책 두께인데도 완독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3개의 단편 중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작품은 '마그 눔 오푸스'였다.
주인공 양계진씨는 작은 비밀이 있다고 했다. 아기가 찾아올 징조라고 불리는 손자의 태몽을 꾼 것인데, 이 기쁜 소식이 비밀인 이유는 내용 때문이었다.
꿈의 장소는 어릴 때부터 지내온 고향 늪이었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늪 속으로 들어가 반짝이는 노란 물고기를 발견하게 된다. 어느 태몽처럼 그녀는 그 물고기를 잡게 되고 잡자마자 어디선가 놓아달라는 음성이 들리게 된다. 귀한 물고기를 놓아 줄 수 없어 그 음성을 거부했고, 벼락같은 호통으로 물고기를 달라고 했다. 행복한 태몽은 호통 같은 소리를 거부하고 물고기를 안은 채로 깨어났고 
이 꿈이 후 손자가 태어났으나 양계진씨는 노인이 되어서까지  태몽의 연속적인 꿈을 꾸게 된다.
가장 소중한 선물 같은 손자를 내줄 수 없는 할머니의 사랑도 느껴졌고, 작가님이 말하는 건 그것보다 더 심오한 것일 테지만 마지막은 좀 더 열린 결말로 양계진씨의 오랜 무게감을 벗어던질만한 이야기로 마무리되어 왠지 가장 편안한 내용이지 않았나 싶었다.


과학과 음악 속 주술론적 이야기를 찾는 사람들에게 맞을 만한 단편집이 아닐까 싶었다. 모든 사람의 취향을 찾아가는 시리즈물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트리플 시리즈를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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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진상 - 인생의 비밀을 시로 묻고 에세이로 답하는 엉뚱한 단어사전
최성일 지음 / 성안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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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은 맨 앞장의 사용설명서의 설명을 읽을 필요가 있다. 이유는 책이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인데,
우선 제목 없는 시를 읽고 나서 (주제 혹은) 제목을 유추해 보고 뒷장에 제목 없는 시의 제목으로 된 에세이를 즐기면 되는 구성이라고 했다. 사실 전에 본 적 없는 구성이라 처음엔 이게 뭐지? 싶었다. 
왜냐하면 시가 엄청나게 유머러스한 반면 시 다음에 등장하는 에세이는 엄청 진지한 이야기들이어서 생뚱맞지만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덕분에 금방 책의 매력에 빠져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제목 없는 시 중 하나를 소개해 보자면
니가 아무리 몸부림 쳐봐야 
나의 눈을 가릴 수는 없다.
니가 아무리 짓밟아 봐야 
나의 입을 막을 수는 없다
너의 나태와 오만을 
무책임함 삶의 무게를 
나에게는 숨길 수는 없다
너는 결코 
나를 속일 수 없다.
너는
너는 53, 61, 82, 105 ... <11P>

라고 설명했던  제목 없는 시가 있었다. 
첫 장부터 난감했고 굉장히 진지해서 뭔가 싶었는데
정답은 저울이었다.
생각해 보면 저울 앞에 선 우리는 아무리 감추려 해도 (몸무게를) 감출 수 없고, 우리가 싫어하고 미워해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숫자(몸무게)를 보여준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아니꼽고 맘에 차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나의 몸무게, 뭔가 읽고 나니 진지하게 읽었던것 치곤 굉장히 빵 터지게 되어서 첫 장 이후 힘 빼고 웃으며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굉장히 재미있었던 책이었다.
글감이 되는 단어를 이용해서 작가님의 경험과 생각들로 단어를 설명하는 방식 외에도 
시->에세이 순서 뒤에 꼭 독자의 의견을 쓰는 칸을 따로 준비하고 있어서 마무리는 독자 스스로 단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는데, 이 부분 때문에 독자와 함께 책을 다시 만들어나가는 느낌을 갖고있어 이 부분도 굉장히 독특하게 느껴졌다.
(빈칸들을 채우다 보니 왠지 글쓰기 교본이라는 생각도 들 만큼 활용도가 다양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빵 터져 읽었던 저울 이외에도 작가님이 살아가면서 겪어온 이야기를 여러 단어들을 통해 통쾌하게 답을 내려주고 있었는데, 여러 희망적인 메시지들이 많았고 재미뿐 아니라 감동적이기도 해서 여운을 남겼던 것 같다.

여러모로 색다른 경험이었다. 
흔히 알던 단어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해줘서 신선했고, 살아온 삶의 방법에 대해 여러 조언들이 담겨 있었다. 덕분에 가지고 있던 여러 가지 고민들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던 책이었다.
단어의 진상이자 단어의 잔상을 남겨주는 굉장히 재미있는 책이라고 소개하며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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