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 지느러미 TURN 1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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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 삼촌의 사망 소식을 들은 건 9급 국가직 최종 면접을 마친 저녁이었다. 본가에 당장 내려오라는 엄마의 부름에 KTX를 타고 네 시간이 넘게 걸리는 여정 끝에 부안에 도착하게 된다. 삼촌은 IMF의 직격탄을 맞아 구조조정을 당하고 선형이 열두 살이 될 때까지 함께 살았었다. 그 시절 기억하는 삼촌에 대한 추억은 케이블 영화 채널 취향이 조금 특별한 삼촌이라는 것이었다. 불가사리, 미믹, 아나콘다, 피라냐 등 괴물이 나타나는 장면에서 생기를 되찾는 그런 사람이었었다는 기억 속 삼촌,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이집트로 떠나 소식이 끊겼고, 뒤로도 여러 소문들이 있었지만 모두들 이미 죽은 사람 취급을 하고 있었기에 삼촌의 급작스러운 사망 소식에도 다른 사람들은 놀라워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삼촌과 주인공 선형의 접점이라면 선형의 밴드 마지막 공연에 민영 삼촌이 왔다는 것과 살아생전 청계천 근처에 작은 상가를 가지고 있었는데 내부 물품 처리를 조건으로 선형을 지목하여 증여한다는 것이었다. 

상가 시가가 10억이 넘는다는 엄마의 다소 합리적인 귓속말에 반박할 틈 없이 삼촌이 남긴 열쇠와 엽서를 챙기곤 삼촌의 상가로 향하게 된다. 

선형은 20대를 음악과 경주라는 인물을 사랑하며 보냈다. 그렇게 열심히 사랑을 하며 살아왔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결국 모든 걸 접고 9급 교육행정 국가직 최종 면접을 앞둔 상태였다. 이 시기에 삼촌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그가 남긴 상가 건물로 가게 되면서 생전 괴물을 사랑하던 삼촌의 유품을 정리하던 도중 비밀 공간 같은 지하실에서 삼촌의 진짜 비밀인 인어 피니를 만나게 된다. 누구보다 음악과 아름다운 목소리를 사랑하는 선형을 한눈에 알아본 삼촌의 예상처럼 선형은 다시 돌아오던 현실 감각이 사라지고 인어에 몰입하게 된다. 

조예은 표 현대판 세이렌이라니 너무 매력적이라 숨도 안 쉬고 읽어 내려갔던 것 같다. 선형이 경주에게 빠진 계기를 보면 인어에게 빠지지 않을 수 없었을 거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걸 12년간 같이 살아온 삼촌은 모를 리가 없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자신과 가장 비슷한 조카 그리고 그 두 사람은 인어 피니에게 인간에게는 위험하지만 완벽한 노랫소리를 듣고 싶음에 가장 위험한 행동을 각각 다른 행동으로 보여준 두 사람의 모습은 호러 그 자체였지만 이 소설의 제목 그 자체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장마철에 식성이 변하는 것과 귀소본능 이 두 가지는 진짜 읽으면서 가장 짜릿했던 부분이라 진짜 감탄이 절로 나왔던 순간이었다.

누구나 빠지게 된다는 세이렌의 존재, 인간의 욕심으로 품에 가둘 수 있지만 선형은 더 큰 사랑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인류에는 위험이 될 수 있겠지만, 이야기의 마무리로는 열린 결말이 돼버린 것 같아 어디선가 전설처럼 존재할 인어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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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M 위픽
김유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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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걸그룹으로 데뷔했고 배우로 전향해 조연배우로 나름 유명세를 치르던 신지우가 2년 전 혼자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부터 환경보호 활동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며 집안의 쓰레기를 완벽하게 분리배출하는 모습이 큰화제를 끌면서 그녀는 비건 전도사, 에코 셀럽으로 여러 미디어에서 호명되기 시작했다. 더불어 신지우의 투룸 오피스텔로 일주일에 두 번씩 출근하던 연순은 신지유의 오피스텔 구석구석에 손닿지 않은 곳 없이 쓸고 닦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알길 없이 그 연출된 모습의 신지유에 열광을 했다. 그 결과 각종 친환경 제품의 광고 모델로 발탁되었고 주말 드라마의 주연으로 캐스팅되며 신지유는 서울숲을 지척에 둔 한강이 보이는 방 세 개짜리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연순은 풀타임으로 주5일제 근무로 페이도 원래 받던 것보다 올려 받으며 신지유의 유튜브를 위해 그녀의 집을 쓸고 닦는 일을 전업하게 된다. 그사이 연순의 딸은 간호사를 그만두고 원래 꿈꾸던 가방 디자이너로 진로를 변경했지만 가짜 명품을 만들어 전국으로 유통한 사실이 적발되며 상표법 위반에 지적재산권 침해에 해당되어 형사들의 추적을 받게 된다. 딸의 자취방을 찾아 행방을 헤맸지만 알 수 없었는데, 어느 날 신지우의 새로운 남자친구인 이선호의 작업 서류들 사이에서 입주자 신상명세서에 연순의 딸 하나의 증명사진과 신상정보를 보게 되고 그들의 프로젝트인 ' 스페이스 M'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된다.

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은 땅덩어리에 내 집하나 없는 서러움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스페이스 M은 본인 몸을 10분의 1로 줄여주는 기가 막힌 기술력으로 서울 한복판에 내 공간을 효율적인 비용으로 지낼 수 있게 만든 마법같은 신기술을 자랑하는 이야기였다. 이건 몸만 줄인 게 아니라 의식주 모두를 줄여줘서 인류의 모든 걱정거리를 한방에 해결할 만한 기가 막힌 상상력이었다. 일단 남의 눈을 속이며 비건, 에코, 환경보호를 앞장서는 여자친구를 둔 스페이스M의 개발자의 만남이 아이러니 자체였고, 처음엔 스페이스M을 최고의 공간이라고 이야기했던 하나와 연순의 입장이 바뀐 감정의 변화도 꽤 볼거리였다고 생각한다. 명품을 카피한 비싼 가죽 가방보다 에코백이 비싼 사회, 공간보다 위치가 집의 가격을 정하는 현대 사회를 제대로 비판하는 느낌이라 지금 현재를 담고 있는 소설이었다고 생각이 들어서 위픽 시리즈였지만 짧지 않게 느껴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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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 소년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유리 지음 / 마음산책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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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꾸는 이의 즐거움

봄은 특히나 행성 가꾸기를 좋아하는 외계인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한 계절이다. 잠들어 있던 행성들이 여기저기서 깨어나기 시작하고 아무 우주에나 던져놓아도 쑥쑥 자라는 재미를 즐길 수 있으니까, 동족들도 비슷한 생각인지 오늘따라 행성 단지는 평소보다 붐볐고 각양각색의 행성들 사이에서 신중하게 작고 밀도가 높은 고체형 행성을 파는 가게 앞에 촉수가 멈춰졌다. 조그맣고 귀여운 크기의 푸른얼음덩어리, 아직 볼품없게 생겼지만 이런 녀석들이 막상 키우다 보면 깜짝 놀랄 만큼 아름다워진다는 걸 몇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는 터라 둘러보는데 주인이 슬며시 내게 말을 걸어오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촉수 외계인의 지구 키우기 편은 정말 흥미진진했다. 까다롭지 않고 봄에 키우기 좋은 지구라니 얼마나 아기자기한가, 물을 잘 안 줘도 되고 빛 좋은데 두면 알아서 녹고 키우다 보면 작은 미생물이 생기는데 약도 자주 치지 말란다. 촉수 외계인은 집으로 돌아와 공전궤도랑 자전주기를 고려해서 씨앗 행성 성장하기 좋은 지점에 지구를 놓아줬다. 그래서 왠지 고마웠다. 왜 이 외계인에게 고마웠을까 어쨌든 이 지구 도감은 계속되는데 공룡부터 인간까지 삶이 지루하면 키워보길 권하는 행성 가꾸기 도감 어쩜 이런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지 시작부터 작가님이 귀엽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돌이키는 하루


처음 돌이키는 하루 설정 버튼을 누른 건 중학교 1학년 때였다. 무심코 목뒤에 쏙 들어간 부분을 쓰다듬다가 그 속에 있는 버튼을 손톱으로 꼭 눌러버렸는데, " 오늘 하루를 평생 돌이키는 하루로 설정하시겠습니까? 설정 후에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라는 소리를 듣고도 버튼을 더 눌렀고 누르고 나서야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누구나 특별히 끝내주는 날을 돌이키는 하루로 설정하고 싶어 하지만 내가 설정한 하루는 어쩌다 보니 지극히 평범한 중학교 1학년 어느 하루였다. 등굣길에 중학교 3년 내내 절친한 친구와 등교하고 평소처럼 1교시는 영어 수업이 시작되며, 수업 시간에는 친구들과 끄적끄적 필담을 주고받고, 딴짓도 좀 해주고, 점심시간은 누구보다 빨리 뛰어나가는 아이들 사이에 내가 끼워져있다.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 여유로운 점심시간, 해도 해도 끝없이 재미있던 친구들과의 수다가 왜 이렇게 소중하고 애틋한지, 반복돼서 지겨울 만도 한데 돌이켜질 때마다 더 소중한 느낌이 든다.


아주 특별한 순간보다, 아주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순간이 가장 소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에피소드였다. 나에게도 돌이키는 하루가 주어진다면 가장 평화롭고 따뜻한 하루를 주인공처럼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들지 않는 부모님과 끝없이 수다 떨 수 있는 친구들, 그리고 그리운 학교 수업 종소리들 흉내 낼 수 없는 급식을 실컷 맛보고 즐기는 하루를 갖고 싶어 욕심나던 이야기였다.


5분 동안


현재 지구에는 눈으로 침투하는 치명적 바이러스가 발생했다.
뉴스로 매번 대기오염 수치를 발표하여 바람의 방향과 오염 수치가 가장 낮은 5분을 추정하여 기준을 발표하고 안전 고글 사용자에 한 해 65분가량 고글을 착용하지 않을 경우 5분 정도 눈을 뜰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유미와 원은 한집에 살고 있지만 서로를 바라볼 수 없었다. 구호물품과 라디오에 의지하며 하루에 5분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바이러스로 눈을 잃고 집에 갇힌 사람들의 모습은 왠지 미래에 있을법한 일이라는 생각에 현실감이 느껴져서 한편으로는 소름 돋던 에피소드였다.


투데이 이즈 무드

오전 7시 눈을 뜨자마자 현관문을 확인하는게 루틴이다.
그리고는 얌전히 놓인 분홍빛 상자를 집안으로 들여놓는다. 상자를 받는 시간은 마음대로 지정할 수 있지만 주로 아침 출근 시간 전 받아보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투데이 이즈 무드는 작년에 론칭하여 벌써 국내 구독자가 500만 명이 넘는 '기분 구독 서비스'로 구독자라면 꼭 지켜야 하는 룰이 세 가지 있다. 매달 50만 원의 정기 구독료를 한 번이라도 연체하면 두 번 다시 구독 신청을 할 수 없는 것, 매일 받아보는 '기분 상자'는 긍정적인 기분이 들어있는 분홍 상자와 부정적 기분이 들어있는 파란 상자 중 무작위로 배송된다는 것, 받은 상자는 무엇이든 간에 무조건 열어서 체험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오늘 받은 상자를 체험하지 않으면 다음날 받은 상자를 열어도 아무 기분을 느끼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고 했다.
근데 박 대리님이 사흘 연속 파란 상자를 받았다고 한다. 연락두절인 박대리님이 종로 투데이 이즈 무드 본사에서 투신 소동을 벌였고 온 인터넷이 박 대리님 기사로 난리가 나버렸다.


이 서비스 왠지 마음에 들었다. 랜덤이긴 하지만 좋은 기분을 위해 나쁜 기분쯤이야 견딜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도 박 대리가 될 수 있겠지만 설마 사흘 연속 받는 불행은 피해 가지 않을까?


웨하스 소년

날개 달린 사람이 광역버스에 올랐다. 꽤 유명인으로 어릴 적 웨하스 소년으로 유명했던 사람이다. 여기저기서 아는체하는 사람들의 눈빛이 보이지만 정작 본인은 담담해 보인다.
웨하스 소년의 시작은 5살 때 T 제과 웨하스 광고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하늘하늘한 원피스에 곱슬곱슬한 파마머리 아기가 천사 분장을 하고 웨하스 한입을 먹고 눈이 동그래져 제자리에서 날아오르는 게 전부였으나 그에게는 날개가 있었고 그 덕에 광고 역사상 길이길이 남을 히트를 쳤다고 했다. 그 이후 웨하스 소년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고 꽤나 탄탄한 아역배우의 삶을 살아왔다고 했다. 하지만 열 살 이후 더 이상 아기 때처럼 날 수 없게 되면서 와이어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고 15살이 되면서 땅에서 1센치도 날 수 없게 되면서 배역에 한계점이 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대형 체인점인 어머니 분식점에서조차 사람들의 요구도에 못 미치는 사람이 되어버리자 웨하스 소년은 드디어 날개를 없애기로 마음먹고 수술대에 오르기로 한다.


특별함은 어렵다. 웨하스 소년을 바라는 사람들과 그것을 충족시키는 삶을 살아온 웨하스 소년은 행복했을까? 왠지 날개를 없애기로 마음먹었지만 웨하스 소년으로 살아온 인생은 후회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까지 나오는 CF 로고송과 입안에 퍼지는 웨하스의 맛처럼 날개를 없애도 언제나 사람들 머릿속에 그는 웨하스 소년으로 기억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리 작가님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유해함 없는 유머가 담겨있어서 좋다. 찾아 읽고 싶어서 매번 신간을 기다리게 된다. 취향에 맞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는 걸 안다. 한두 개라도 이야기가 끌린다면 취향이라고 장담하니 어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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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독서노트
문재인 지음 / 평산책방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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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열심히 쓰고 공들여 만든 좋은 책들이 독자를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시작한 책 추천이 100권이 넘었고 추천 글들을 묶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평산책방과 어울리는 일, 그게 이 책의 목적이라고 했다.

요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가지고 다니는지 궁금해하며 콘텐츠로 '왓츠인 마이 백'을 공개하곤 한다. 속 뜻을 알아보면 '항상 들고 다닐 만큼 가치 있는 물건'이라는데 나는 그 사람의 책장, 추천해 주는 책 리스트들인 '왓츠인 마이 북 케이스'를 궁금해하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무려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하는 책 102권이라니 읽기 전부터 설렘에 한 장 한 장이 소중한 느낌이었다.

일단 책의 순서는 취임 이전인 2012년도부터 재임 시기인 2017년도 그리고 퇴임 이후인 2022년 이후부터 현재까지로 되어 있었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리고 그때그때의 저자의 독서 흐름에 따라 책들이 나열된 느낌이었다.

책의 장르는 다양했다. 상대 후보였던 안철수 후보의 책부터 경제, 역사, 웹툰, 시, SF 소설도 있었고 유명한 작가들의 책부터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 그리고 책과 관련된 짧고 긴 서평들은 저자의 독서에 대한 애정과 깊이를 담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행에서 낭송한 시에 대한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낭만적으로 느껴져 기억에 남아 책을 한 번 더 찾아보게 했고, 416단 원고를 다룬 책을 이야기하며 사회의 무책임과 무반성이 다시 한번 우리에게 다른 사고를 낳게 한다는 것에 대한 과제를 다루며 참사에 대한 반성과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특히나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굉장히 역작으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세밀화 도감은 꼭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저자의 숨은 애정이 조금 더 느껴진 부분이었으며, 요리는 감이여란 책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애정 하는 책이었는데 추천으로 만나니 뭔가 더 반갑고 신기했다. 이 밖에도 책 한 권 한 권에 모두 애정이 담긴 느낌이라 책방 지기에게 추천받는 느낌도 있었다.

책을 읽기만 하는 건 참 편하고 행복한 일이지만 누군가를 위해 추천하고 서평을 남기는 건 한 번 더 품이 드는 일인데, 그럼에도 꼭 필요한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좋은 책을 많이 추천받아서 좋았고, 여기서 추천받은 몇몇 책에 대한 리뷰를 다시 다뤄봐야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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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헌책 - 책에 남은 흔적들의 우주 아무튼 시리즈 65
오경철 지음 / 제철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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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는데 온갖 이유를 갖다 붙이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이유가 생겨버렸다. 소소하게 모으는 아무튼 시리즈였고, 무려 헌책에 대한 이야기라니 신간 코너의 등장에서부터 참을 수 없게 만들어서 장바구니에서 결제로 행동을 옮기는데 주저하지 않게 만들었던 것 같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만한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많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일단 수집이란 행위는 애호하는 누군가와 도란도란 나누는 순수한 한담이자 정담이나 매한가지라는 이야기가 가슴을 치고 갔다. 나 역시도 이래저래 모으는 것이 참 많은데 일단 책이 바로 그중 하나였기 때문에 작가님의 책 수집에 무한 공감하며 읽어나갔던 것 같다.

나만 해도 왜 쓸모도 없는걸 그렇게 모으냐는 소리, 폐지 모으는 걸 벌써부터 하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었는데 수집에서 발견하는 환희와 내가 찾지 못하는 물건과 만나지 못할 때의 좌절감, 그리고 채워지지 않는 욕구에 대한 마음에 대한 설명이 마치 그려지듯 설명돼 있었다.

 

좋은 책을 발견하려면 좋은 눈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나, 안목이 높은 주인이 운영하는 헌 책방에 가면 그런 질서와 체계를 눈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은 작가님과 같은 고서 수집가는 아니지만 나만의 헌책 수준을 높이고 싶다는 욕심과 배우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했다. 


고서들의 기준과 진귀한 고서들을 알아보는 눈에 대한 이야기, 현대의 고서들은 박물관이나 도서관의 수장고, 귀중본 보관실 개인 소장가의 서재들에 들어가 있다는 말도 굉장히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들이었다.


헌책방에 대한 작가님의 코멘트들도 인덱스를 덕지덕지 붙여가며 읽었던 부분인데, 헌책방은 시간이 떠난 서점이라는 부분이 뭔가 헌책방의 장소를 연상하게 했던 것 같았다. 시간을 잊게 만드는 마법의 장소, 현재라는 시간을 무심하게 하는 책들의 공간에서 특별하게 나와 눈 마주침 당할 책을 만날 순간을 고대하는 모습이 떠올라 두근거림이 상상됐고 그런 따뜻함이 있는 순간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었다.


책 수집가가 왜 산 책을 또 사게 된 건지, 책을 사는 기준은 어떤 것인지, 그 집 책꽂이 상태는 어느 정도인지, 정리해도 계속 뱉어내는 책들과, 읽으려고 샀는데 읽은 책보다 쌓여가는 책이 많을 때 느끼는 감정들과 아직도 사야 할 리스트가 많을 때 느끼는 양가감정, 책 덕후들이 소개하는 비밀스러운 귀한 책 리스트들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번 아무튼 시리즈 역시 단숨에 읽어갈 수 있을 거라고 강력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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