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페미니스트 - 불편하고 두려워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록산 게이 지음, 노지양 옮김 / 사이행성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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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가 별 5개 아닌 4개를 주는 이유는 이 책이 유머러스해서다. 나쁜 여자로 살기의 연장선상에서 나쁜 페미니스트를 쓴 건 줄 알았다. 근본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더 강력한 걸 원했나보다.

나쁜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정말 나쁜 줄 알았는데 ‘조금 모자란, 완벽하지 않은, 성에 안 차는‘ 그런 뜻.... 것도 본인 판단에. 세상의 모든 차별에 반대하고 성평등을 지지하는 이를 페미니스트라고 하고 싶다. 페미니즘의 수많은 오해들을 한 방에 잠재울 「더 베스트 페미니스트」가 나오길 바란다.

본인의 어릴적 성폭행 경험담을 솔직 담담하게 털어놓은 부분은 마음 아팠다. 상담보다 돈이 적게 드는 글쓰기를 하며 극복하였다고... 고통과 아픔을 커밍아웃 하는 것(드러내기), 글쓰기는 치유의 효과가 높은 방법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개인적으로 나의 종교와 페미니즘 사이에서 평행을 달리는 낙태에 관하여서는 흥미로웠다. (여성의 신체: 양도하지 않을 권리. 207p~) 그렇지만 현실과 마찬가지로 작가 본인도 어떤 강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다. 활동가 아닌 작가 라서? 실망스럽다. 항상 이 사안을 대할 때, 여성으로서 동시에 가톨릭 신자로서 어지럽고ㅡ 비참하고ㅡ 난감하고ㅡ 어이없고 힘도 맥도 빠진다.


우리의 기억력이 나쁘지 않다는 것, 수치스럽게도 우리의 권리는 언제나 양도할 수 있는 권리였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작은 기적이 아닐 수 없다.221p



한국드라마를 보며 열광하고 나또한 작가처럼 책도 영화도 좋아한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여주는 가난하거나 나약하고(신데렐라 컴플렉스), (식스팩의 웃통 훌러덩 잘 벗고 괴로움에 혼자 샤워하는) 남주가 돈과 권력으로 그녀를 구원한다. 여주 나이가 어릴수록 로맨스는 흥미지고(롤리타 판타지), 넌 내꺼니까(가부장제) 내 말만 들으라며 거칠게 여주 손목을 잡아 끄는 박력있는 남주를 폭력적이라 생각지 않는다. 세뇌된 가부장제와 강간문화, 성폭행 및 희롱 추행 유발의 단서들은 쉽게 포착되거나 인식하기 힘들다. 페미니즘을 통하지 않고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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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18 17: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페미니스트 관련 도서 별점을 무조건 네 개 줍니다. 페미니즘 이론을 세분화하면, 상당히 광범위하고, 시대가 변하면 이론을 바라보는 인식도 달라지기 때문에 페미니즘 자체를 절대적으로 완벽한 사상으로 보지 않는 편입니다.

:Dora 2017-01-18 23:22   좋아요 0 | URL
노하우★
 

단지 세상의 끝 Juste la fin du monde 을 드디어 영화로 만난다. 궁금궁금.

희곡으로 만났던 천재 극작가 장뤽 라가르스의 작품에는 애수가 가득하다.

빈 공간은 시의 행간느낌을 연상시킨다. 자비에 돌란을 믿어보고 싶어진다.

연극은 한 편의 시라고 한다.

시를 읽듯이 연극을 영화를 본다는 건 특별하다. 나에게..

연극을 떠올리면서 영화를 보고 영화를 떠올리면서 희곡을 읽고

희곡을 떠올리면서 연극을 관람.

휑휑한 우주공간에서 별을 찾아 날아다니는 그런 기분??

그리고 레아 세이두 ♡

 

심리치유 에세이 마니아된 날..

 

 

 

 

http://www.lagarce.net/scene/extraits/idspectacle/1170/idcontent/4703/from/principales_mes 

연극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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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인권식당 - 인권으로 지은 밥, 연대로 빚은 술을 나누다
류은숙 지음 / 따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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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뛰는 인권활동가 류은숙님. L이라고 쓴 분이 이계삼 샘 맞나요? 읽으면서 잼있게 봤던 연극 해피투게더 (형제복지원) 이야기가 나와서 반가웠다. 「살아남은 아이」를 읽어봐야 겠다. 술방의 정겨움이 느껴지는 듯하다. 공감한 곳 2군데. 안 공감되는 1군데 밑줄 긋기.

그들이 하나같이 강조하던 중요한 일은 노동의 존엄성과 연대,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의 가치존중 등에 관한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몸노동으로 맞받은 것이 내가 버텨온 힘이었다.16p

노동권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유다. 노동자는 이 사회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모든 것에 노동이 있고 누군가의 몸과 마음과 정신적 노력이 투여됐기 때문에 삶이 가능하다. 노동권이란 그렇게 사회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자에게 버젓한 생활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힘이 커져야 개별 일터에서의 자유도, 사회의 총 자유도 커진다.108p

후원은 필요하고 알아서 후원해주면 고맙지만, 후원인의 눈치를 보고싶지는 않다.후원인의 눈치를 본다는 건 정치적인 문제에서도 그렇지만, 내가 누군가를 들러리 세워야하기 때문이다.20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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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통 - 상처입은 중년의 마음 회복기
마크 라이스-옥슬리 지음, 박명준.안병률 옮김 / 북인더갭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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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통 - 상처입은 중년의 마음 회복기 라고 쓰여 있다. 이걸 보고는 아재들의 중년 마음 다스리기? 정도라고 예상했다. 또다른 사춘기인  헛헛한 중년 시절을 잘 보내는 방법 정도일 거라고..  원제 Under the Lemon  Tree: A Memoir of Depression and Recovery. 이 책은 - 내가 보기엔- 우울증 극복기도 사오춘기 아재들의 마음 어루만지는 방법에 관한 책도 아니다. 옮긴이 글에서처럼 아름답고 유머러스하며 지적이고 감성에 찬 책(382p)이다. 차라리 소설에 가깝다. 내면의식의 흐름대로 글쓰기.  버지니아 울프도 생각났다. 만일 작가로서 신경쇠약, 우울증이 일종의 축복이라 한다면, 카프카의 말대로 행복하지 않은 이들이 글을 쓰는 거라면 이책은 그런 평가가 맞는 것이다. 하지만 단지 우울증을 앓는 이들에게는 너무 무책임하고 미안한 발언들일 수 있다.

 

우울증은 현대에는 흔하디 흔한 병이다. 하지만 작가의 글을 보니 섣불리 그들에게 어떠한 희망을 말을 준다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워야 할 것 같다. 혼밥생활자의 책장을 듣다가 호기심이 생겼고 북인더갭에서 만든 책이라 구입하다. 불면증에 대해 상세히 쓰여진 9장이 흥미로웠다. 하루키가 소설에 째즈곡을 많이 언급한 것처럼 작가도 좋아하는 음악과 우울증 관련 책들에 관해 써 놓았는데 좀 생소하다.

토마스만의 환멸을 읽어보고 싶다. http://aladin.kr/p/fj6Y 그리고 북인더갭의 다음 책도 궁금하다..

 

 

독일 작가들은 우울증의 대가들이다. 대학에서 읽은 수많은 독일 책의 주인공들은 신경쇠약에 시달리고, 좌절에 빠지거나 우울증에 시달렸다. 「이게 전부인가?」라는 페기 리의 노래는 토마스 만의 단편소설 「환멸」을 바탕으로 작곡된 노래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자신의 기대에 부합하는 단 하나의 체험을 갈망하며 아름다운 삶으로 뛰어들어간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 265p

 

 

나는 생일과 크리스마스를 싫어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나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선물하는 별 의미없는 싸구려 물건들도 싫어졌다. 나는 평생 아무것도 깎을 일이 없고 어둠 속이 더 행복한데도 불구하고 주머니칼이니 손전등 같은 것들을 생일 선물로 받는 사람 같았다. 크리스마스라면 누구나 받는 선물이 내게는 무서웠고 나쁜 쾌락의 짧은 순간을 이어가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아프거나 신경질적인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할 길고 고단한 여행일 뿐이었다.283p

왜 나는 내 이야기를 쓰고 있는지 이따금 궁금해진다.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내 작고 조용한 삶에 뭔가 드라마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은밀히 바란 적은 있다. 하지만 이 삶은 반드라마다. 매일매일이 똑같다. (...) 이런 삶을 얼마나 색다르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 바깥 날씨는 여전히 한 장의 사진 같다. 아무일도 다시 일어나지 안는다. 나는 그냥 있을 뿐. 그뿐이다.163p

우울증에 걸린 마음에 이성은 작동하지 않는다. 이것은 광증의 한 형태인 것이다.131p

다른 길도 있다. 끊임없이 자신을 최선으로 몰아붙이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 방향의 경우도 안타깝게도 개인이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 해도 우리의 궁극적 방향을 되돌릴 수 없다.2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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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통 - 상처입은 중년의 마음 회복기
마크 라이스-옥슬리 지음, 박명준.안병률 옮김 / 북인더갭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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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우울함과 다른 것. 어느날 이유 없이도 찾아올 수 있는 광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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