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를 만나는 가장 멋진 방법 : 책방 탐사
양미석 지음 / 남해의봄날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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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취미는 독서와 여행. 독특하지 않다고 할 수 있겠으나 내 인생과 뗄 수 없을 정도로 필수적인 취미이다. 어떻게든 6시에 퇴근하여 취미생활에 집중하고자 냉큼 집으로 돌아오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도 평일에 예약해둔 책을 빌리기 위해서 차를 끌고 다른 구에 있는 도서관에 갈 정도이니, 취미라고 하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열혈 덕후라고나 할까. 여행으로 말하자면 사실 직장생활하면서 독서만큼은 하기가 힘들다. 여러가지 제약조건이 너무 많다. 그렇지만 이 또한 포기할 수 없는 취미이다. 그러니까 나의 가장 큰 행복은 여행지에 가서 책을 읽는 것이다. 매년 여름휴가는 이렇게 보낸다.

 

여행을 가서 책을 읽는 게 습관화된 터라 늘 책을 두 세권씩 챙겨가는데, 오랫동안 외국생활을 했던 때에는 불가능 했다. 영국에서 일 년간 했던 어학연수 기간 동안에는 동네에 있는 도서관을 매일 갔었다. 영어 공부도 할 겸, 원서를 빌려서 읽곤 했다. 가장 놀랐던 점은 일 년 가량 영국에서 두 지역에 거주했었는데 어디를 가도 도서관이 매우 많았고 도서관을 이용하는 주민들도 엄청 많았다는 점이다. 어렸을 적부터 왕복 한 시간을 걸어다니며 구립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던 내게 준 씁쓸하면서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처음 6개월간 지냈던 남부지방의 한 소도시에서도 도서관이 집과 멀지 않았는데, 런던 또한 내가 살던 집 바로 근처에 도서관이 있었다. 정말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영국에서 지냈을 때, 서점이 보이면 꼭 들어가서 구경을 하곤 했다. 영국 뿐만이 아니라 그 후 여행했던 나라에서 또한 책방이 보이면 굳이 책을 사지 않아도 꼭 한 번 들어가보곤 했다. 이 책을 냉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도 나와 같은 저자의 책에 대한 열정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바로 이웃나라임에도 출판시장과 책에 대한 국민성은 우리나라와 다소 차이가 나는 것 같다. 나는 주로 도서관을 이용하기 때문에 헌책방이나 소규모 서점은 가본 적이 없다. 어떤 것이든 새 제품을 사는 게 습관이 된 터라, 요즘 여기저기 보이는 프랜차이즈 중고서점도 들어가보고는 대충 훑어보고 나오는 정도에 그친다. 저자가 소개해준 도쿄의 여러 책방은 놀랍기 그지 없다. 한 가게를 아주 오랫동안 유지시키는 일본의 문화답게 책방 또한 주인들의 책에 대한 사랑이 그대로 느껴지고, 각각의 테마가 다양해서 무척 흥미로웠다.

 

헌책방이나 소규모 책방은 잘 모르겠지만, 북카페는 꽤 많다. 그러나 막상 가보면 입시공부를 위한 카페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혼자 여유있게 책을 읽을 분위기라기 보다는 치열하게 공부하는 학생들이 위주가 된 카페라서 오히려 분위기가 더 침울하게 느껴져서 안 가게 된다. 또 내가 예전에 살던 지역에 새롭게 도서관이 만들어졌는데 쾌적한 시설이 무색할만큼 늘 자리가 꽉 찰 정도로 문제집을 푸는 학생들 때문에 책을 읽을 공간이 없었다. 아마 한국에서는 입시를 테마로 한 책방을 만든다면 꽤 장사가 잘 될 것 같다.

 

책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는 책에 대한 책도 열광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역시 무척 재미나게 읽었다. 문득 내가 책을 좋아할 뿐, 책방에 대해서는 대형서점 외에는 가 본적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책에 소개된 여러 책방 주인은 주로 책보다는 책을 팔고 전시하고 독자들에게 소개해주는 것에 더 흥미를 가진 스타일이라면, 나는 책을 어디서 빌리거나 사던지 신경쓰지 않고 무조건 읽는 것에 치중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문득 사라져가는 소규모 책방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분명 우리나라에도 어딘가 대형서점에 맞서서 꿋꿋이 책을 팔고 있는 여러 이색적이고 아름다운 책방이 있을 것이다. 서울의 책방 탐사를 시작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 책이 내게 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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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살인 1
베르나르 미니에 지음, 윤진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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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하다. 스펙터클하다. 뭐라고 더 표현할 수 있을까..... 아주 오랜만에 책을 손에서 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진부하고도 그닥 흥미가 생기지 않는 책 제목과 달리 지금까지 읽었던 그 어떤 추리, 스릴러물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프랑스의 한적한 마을에서 일어난 말의 살해 사건으로 책은 시작된다. 살인이 아닌, 말의 살해이다. 여느 소설과는 다른 시작부터가 흥미롭다. 독자의 입장에서도 '뭐야' 싶지만,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건임은 책장을 넘기면 이해하게 된다. 이윽고 이 사건의 발단으로 관련있는 사람이 차례로 살해당한다. 보통 이런 경우 사건의 베일이 조금씩 벗겨진다. 사실 줄거리의 구성은 그닥 참신하지 않다. 그러나 영화로 만들어도 정말 손색 없을 만큼의 짜임새 있는 구성과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책임에도 불구하고 독자의 심장박동을 빨라지게 할 정도의 빠른 전개와 군더더기 없는 문체가 더 없이 훌륭하다. 또 등장하는 캐릭터 각각의 개성이 살아있다. 

 

밝은세상에서 나온 책들의 공통점은 줄거리의 흡인력이다. 더글라스 케네디, 기욤 뮈소 등 대표적인 작가의 책들은 독자를 사로잡는 일러스트가 그려진 표지와 눈을 뗄 수 없는 줄거리의 특색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다소 작위적이고 어떤 작품은 실망스럽다고 느껴진 경우가 있었다. 그 두 작가의 신간이 나올 때면 큰 기대없이 책을 펴게 되었는데, 베르나르 미니에는 내가 일부로 그의 또 다른 작품들이 국내에 번역이 되어 있는지 찾아볼 정도로 반해버린 작가이다. 불행히도 아직 <눈의 살인>만 국내에 소개되었다. 

 

이 책은 꼭 겨울에 읽기를 추천한다. 제목에서 눈치챌 수 있듯, 겨울이 배경인 작품이기도 하지만 좀 더 책 속의 내용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눈 오는 흐린 겨울날에 읽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 

 

그의 다른 작품이 무척이나 기대되는데.... 국내에 출간되지 않은게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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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의 윈드노츠 - 제22회 마쓰모토세이초상 수상작
누카가 미오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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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은 후 역자의 말에서 이 책의 작가가 나보다 어리다는 걸 알게 되었다. 90년대에 태어난 작가.... 그래서 이런 섬세한 감정 표현을 했구나 싶었다. 여기서 말하는 섬세한 감정표현이란, 문체의 유려함이나 등장하는 캐릭터에 대한 묘사력이 아니다. 지극히 일본적인 감정묘사이다. 이지메가 빈번한 나라답게 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에서의 교우관계에 대한 묘사를 의미한다. 자아가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 사이의 알력과 신학기때 볼 수 있는 친구관계에 대한 묘사가 사실은 숨이 막힐 정도로 많이 표현되어 있다. 나 역시 학교 다닐 때 이런 걸 너무 많이 느껴본 터라 어른이 되어서 사회생활을 하고 난 후에는 조금 숨통이 트인 느낌이다. 일본에서 학교를 다녀보지는 않았지만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책의 내용 역시 지극히 일본적이다. 마치 학교를 배경으로 한 순정만화에 얼마전에 보았단 영화 <치어댄스> 믹스 된 느낌이랄까. 학교 동아리의 관현악부 이야기를 담았는데, 주인공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을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의 여자아이이다. 드러머인 아버지가 죽고 난 후, 드럼에 대한 관심이 생겼는데 그 타이밍에 우연히 관현악부 동아리 부장의 눈에 띄어서 스카웃 된다. 동일본 대회를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는 동아리를 그린 책이다. 

 

책을 덮고 이 작품이 어떤 상을 받았다는데, 그 상이 얼마나 저명한지 잘은 모르지만 어쨌든 수상에 조금 의아했다. 상을 받을 정도의 작품성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진부한 내용과 문체의 아름다움은 하나도 없는 이 책이 내게 독특함을 선사한 이유는 앞서 설명했듯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의 교우관계에 대해 그려진 부분이다. 관계에 대한 묘사에 굉장히 치중한 걸 보면 저자가 학교를 다니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 꽤 많이 생각을 하고 많은 경험을 했던 것 같다. 마치 어린아이가 쓴 책 같다고 느껴졌는데, 역시나 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안 된 작가의 책이라니... 놀랍지 않다.

 

책을 읽으며 어렸을 적의 나를 다시 보는 것 같아서 조금 오묘했다. 요즘도 가끔 저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행복했기 때문이 아니라...돌아간다면 행복한 과거로 만들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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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에 관하여
샤먼 앱트 러셀 지음, 곽명단 옮김, 손수미 감수 / 돌베개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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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돈이 없어서 굶어본 적은 없었다. 늘 음식에 대해서 부족함은 없었다. 단지 너무 비싼 음식에 대해서는 쉽게 먹지 못할 뿐, 삼시세끼를 먹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적어도 내 주변의 사람들 또한 자발적인 아닌 굶주림은 거의 본 적이 없다. 

 

굶주렸을 때의 생물학적인 기작에 대해서는 생물학을 공부했을 때 간략히 배웠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이 책에서는 그 보다 더 디테일하게 설명해준다. 그렇다고 이 책이 생물학 책은 아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배고품과 관련된 생물학적 지식과 역사속 배고픔과 관련한 여러 사건을 소개하고, 사회적인 의미를 짚어보는 인문학책에 가깝다. 엄청 독특한 책이다. 이런 소재는 지금껏 본 적이 없다. 궁금했던 적도 사실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책을 읽으면서 배고픔이라는 소재로 이렇게 책 한 권이 완성될 정도로 이야기거리가 많다는 점에 놀라움과 흥미로움을 동시에 느꼈다. 진부하지 않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굉장한 책이다. 

 

왜 종교에서는 신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 단식을 하며, 사회 운동에서도 자신의 의사표현을 관철하기 위해서 단식을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또한 거식증에 대해서도 짚어주고, 미네소타 기아 실험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해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 실험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실험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증상을 보면 인간이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게 된다. 

 

다소 아쉬웠던 부분은 원서가 출간된지가 엄청나게 오래 되었기 때문에 책에서 다룬 많은 지식들이 지금도 유효한지에 대해서 다소 의심이 생겼다는 점이다. 그러나 감수자가 따로있는 만큼 책의 번역이나 내용을 까다롭게 편집했음을 알 수 있었다. 소식하는 사람이 장수할 확률이 높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책이 출간 된 이후 또 다른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아직 신뢰할 수 없음을 각주로 달아 준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다. 쉽게 만들어진 책이 아님은 내가 늘 믿고 읽는 출판사 답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해주었다.

 

과체중인 내가 살을 빼기 위해서 많은 다이어트를 시도하고자 하지만 절대 굶주림은 선택해본 적이 없다. 미네소타 실험을 보아도 알지만, 인간의 괴로움은 불행과 같음을 알기 때문에 금식은 내 인생에서 절대 있을 수 없다. 책을 덮고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이를 다짐하게 되었다.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는 소재인 굶주림을 책을 통해서 들여다 보는 동안 굶주림을 상상하느라 심적으로 무척이나 괴로웠다. 그러나 책을 덮은 후에는 인간에게 굶주림이란 어떤 사회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지에 대한 마음의 양식을 듬뿍 먹은 느낌이라 포만감과 행복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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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아파트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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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의 작품을 읽을 때면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지만, 간혹 억지스런 내용에 코웃음 친 적이 많다.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도 뭣하고 로맨스 소설이라고 하기에도 뭣한 어중간한 위치의 아주 재미있지만 너무 재미만을 추구하다보니 억지스러움이 가미된 소설이라고나 할까..... 역자의 말에서는 그의 작품에서 '사랑'을 빼면 논할 거리가 없을 정도라고 표현하는데, 내가 모든 작품을 접해 본 게 아니라서 기욤 뮈소가 이토록 '사랑'이라는 소재를 좋아하는지는 이 책을 통해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는 사랑 뿐만이 아니라 '부성애'도 담겨있다.

 

나처럼 복잡한 세상사를 너무나도 싫어하는 사람 가스파르, 희곡 작가인 그는 작품을 집필 할 때면 그 누구도 쉽게 찾지 못하는 곳에 칩거하면서 고독을 즐기며 일을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그가 프랑스에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집에 기거하게 되지만 이내 서류상 하자로 그 집에 또 다른 동거인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 여자 매들린. 둘은 원래의 집주인이었던 화가 '숀 로렌츠'의 비극적인 과거를 알게 된다. 둘은 아들과 부인을 잃고 뉴욕에서 돌연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된 숀 로렌츠의 행적을 되짚어본다. 미스테리가 하나씩 풀리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비밀이 하나 둘씩 드러나게 된다.

 

기욤 뮈소와 더글라스 케네디는 다른 나라 사람이지만, 한국의 같은 출판사에서 비슷한 표지 스타일로 출간되는 탓에 어딘지 모르게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둘의 작품은 일단 흥미롭다. 그리고 재미있다. 독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겨냥한다. 그러나  간혹 그 뿐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매우 재미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난 후, 느껴지는 허무함과 같다고나 할까. 지나치게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는 느낌이랄까. 문체나 서사에 유려함과 고급스러움 진중함보다는 너무 가벼움과 재미만을 추구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파리의 아파트>라는 제목이 사실은 이 책을 읽고 난 후 잘못 지었다고 느낄 정도로 어울리지 않아서 아쉽다. 내용면에서는 '이것이 사실일 수 있을까?' 싶은 억지스런 부분이 있었는데, 물론 픽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니.... 더 따지는 것이 웃길 것 같다.

 

다음 작품은 '사랑'과 '서스펜스'가 잘 머무려지고, 좀 더 무게가 느껴지는 작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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