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째 왼쪽 어깨가 아프다. 흔히 말하는 오십견이 온 건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한데 점점 통증이 심해진다. 팔을 뒤로 젖히거나 위로 올리기가 힘들고, 밤에는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욱신거린다. 병원 가는 걸 싫어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도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야 겨우 병원을 찾는다.

 

 

  석회석건염이란다. 어깨 힘줄 사이에 돌이 생기는 것인데 노화현상 중 하나란다. 뼈 사진을 보니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석회석이 쌓여있다. 어깨를 움직일 때마다 그 돌이 다른 조직을 긁어 대서 그렇게 아팠던 것이다. 빨리 왔으면 치료 기간을 줄일 수 있었을 거라고 담당의가 말한다.

 

 

  치료과정의 번거로움과 시간적, 물적인 부담에 앞서 부끄러웠다. 병원 가기가 귀찮거나 두려운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의 하나가 자가진단이라는 무리수를 두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별 거 아닐 거야’와 ‘큰병이면 어쩌지?’ 사이를 왔다갔다하다 끝내 별 것 아닐 것이라는 자기합리화를 꾀하고 만다. 그 시간에 병원 뛰어갈 것이지, 자가진단을 하고 처방전까지 스스로 써댄다. 그러는 사이 몸과 마음은 황폐해진다.

 

 

  합리적인 것 같으면서도 모순투성이인 게 사람이란 동물이다. 제 삼자의 일일 때는 대개 객관적이고 옳은 답을 아주 쉽게 내놓는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처한 상황’으로 바뀔 때에는 모범적이고 지당하신 그 답안들은 쓸모가 없게 되어버린다. 답안과는 상관없이 끝까지 미루고, 내 식으로 판단하다 일을 그르치고 만다.

 

 

  좋은 일은 예고 없이 와도 안 좋은 일은 예고 없는 게 드물다. 어느 날 갑자기 애인이 헤어지자고 하는 일은 없으며, 충분히 준비했는데 시험을 망치는 일은 없다. 인간에겐 직감이란 게 있어, 변심한 상대의 행동을 눈치 챌 수 있고, 덜한 공부로 생기는 심리적 불안을 감지할 수 있다. 그것을 애써 무시하거나 자기 식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일이 커진다. 모든 일은 예고할 때 빨리 대처하는 게 낫다. 미루어 판단하다 보면 너무 늦다.

 

 

 

 

 

 

 

 

 

 

 

 

 

 

*인간은 몸의 약이 듣지 않음을 알게 되면 마침내 마음의 약을 찾기 시작한다.

-파샤르트

*병도 긴 눈으로 보면 하나의 수양이다.

- 허준

*어리석은 일 중에 가장 어리석은 일은 이익을 얻기 위해 건강을 희생하는 것이다.

- 쇼펜하우어

*질병은 천 개나 있지만 건강은 하나밖에 없다.

- L. 뵈르네

*질병은 몸의 고장이 아니라 마음의 고장이다.

- 에디 부인

*질병은 인생을 깨닫게 하는 훌륭한 교사다.

- W.NL. 영안

*인간은 몸의 약이 듣지 않음을 알게 되면 마침내 마음의 약을 찾기 시작한다.

-파샤르트

*인간은 타인의 사소한 피부병은 걱정해도, 자기의 중병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 탈무드

*건강은 근로에서 오고 만족은 건강에서 온다.

- 스마일즈

*인간은 자신에 대하여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건강한데도 불구하고 죽어간다고 생각하며, 또 죽어가면서도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 파스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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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01-18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그런 일이 있었군요. 걱정이 되네요.

*어리석은 일 중에 가장 어리석은 일은 이익을 얻기 위해 건강을 희생하는 것이다."
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이 가장 와 닿네요.
저도 예전에 비해 몸이 많이 안 좋아졌는데, 책을 많이 읽어서라고 봐요. 어깨와 목에 디스크 있고 안구건조증 있고 그래요. 그래서 한때 책을 끊어야 하나, 라는 생각마저 했답니다.
이젠 무리하지 않고 조금씩 보는 편이에요. 무리하면 벌써 몸의 신호가 오거든요.
컴퓨터 사용도 많이 하면 신호가 와요. 어깨 아프고 눈이 피로해져요.

팜 님, 무리하지 마시고 몸을 많이 아끼세요. 빨리 완쾌되시길 빌겠습니다.
우리 건강히 오래 오래 이곳에서 만나며 살자고요.
그럴려면 지금부터 건강 관리에 힘써야 해요, 우리.^^

2013-01-20 08: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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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8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20 08: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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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8 18: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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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0 0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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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0 17: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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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1 02: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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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1 19: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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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01-21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깨나 허리 쪽으로 아프다는 분들이 주변에 정말 많더라구요.
팜므님도 아무쪼록 빨리 나으시길 바랄께요~

다크아이즈 2013-01-24 22:24   좋아요 0 | URL
오렌님 말씀처럼 병원 가면 그런 분들 천지빼까리(!)지 뭡니까.
낫지도 않고, 고질병 될까 걱정이옵니다.
오렌님 어깨는 안녕하시겠지요?^^*
 

 

 

 

  1. 애도의 방식

 

 

  누군가 말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눈물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내가 아는 한 그미는 효녀였다. 오랜 병구완을 한 이도, 임종을 지킨 이도 그미였다. 나는 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지 않은 게 아니었다. 어머니 곁에서 이미 숱하게 울었기 때문에 더 이상 흘릴 눈물조차 남아 있지 않았던 것.

 

 

  눈물과 애도는 크게 상관이 없다. 눈물을 많이 흘린다고 애도가 깊은 것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고 애도가 얕은 것도 아니다. 애도의 양상은 다양하기 그지없다. 애도란 그 대상과 나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심리적, 정서적 상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를 읽는다. 어머니에 대한 애도 단상집이다. 사진으로 어머니를 추억한『밝은 방』을 읽었을 때 이상으로 신선한 충격이다. 스물셋에 전쟁 과부가 되어 일흔넷에 죽은, 그의 모든 것이었을 어머니를 작가는 애도한다. 노트 네 조각 낸 메모지에다 마음 깊이 어머니에 대한 단상을 이어간다. 이 년에 걸친 그의 일기는 어머니에게 다가가고자하는 작가의 내밀한 어록이다.

 

 

  어머니에 관한 그 어떤 형태의 문학적 완성품을 생각하면서 메모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이 글이 문학이 될까봐 경계하다가도 결국 문학이 될 거라는 모순을 예감하기도 한다. ‘내 말들이 문학이 되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에. 그런데 다름 아닌 문학이야말로 이런 진실들에 뿌리를 내리고 태어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라고 적는다.

 

 

  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애도일기는 문학적 성과물로 재탄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녔다. 한 가지 안심인 것은 애도일기가 그 어떤 다른 형태의 문학 작품으로 가공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그의 죽음이 앞당겨지지 않았더라면 그의 애도 일기는 새로운 형태의 문학 작품이 되는 바탕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완성된 문학작품보다 때로는 날것의 육성이 더 가슴을 후벼 팔 때가 있다. 온전히 일기로만 살아남은 애도일기를 읽는 것은 독자로서는 행운이다.

 

 

 

 

 

 

 

 

 

             다다다            

<아들이 보는 만화영화 다다다, 이런 아들, 무려 고등 졸업반이다 ㅠ>

 

 2. 열정이 더 중요하단다, 아들아

 

 

  나 어릴 적, 피아노를 배우는 아이들이 가장 부러웠다. 시골에서는 피아노 교습소가 있는지도 몰랐다. 고작해야 어깨너머로 배운 풍금으로 기본 화음을 넣어 '꽃밭에서' 정도를 치는 정도였다. 그것도 감지덕지였다. 도시로 나왔을 때는 한 반에 예닐곱 정도는 피아노를 배우는 것 같았다. 역시 부러웠다. 하지만 한 번도 부모님께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는 얘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 웃자란 눈치가 알아서 욕망을 제어하던 시절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피아노를 배우지 못한 건 관심과 열정 부족 때문이었다. 간절히 바랐다면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었고, 그도 아니라면 다른 길도 있었다. 심지어 성인이 되어 경제력이 확보되었을 때라도 배우면 그만이었다. 피아노를 치고 싶었던 게 아니라, 피아노를 칠 수 있는 그 환경을 부러워했는지도 모른다. 간절히, 열렬히 원하면 이루게 되어 있다. 그 가난하던 시절, 열성적인 남자 동창은 엄마를 졸라 피아노를 배웠고, 끝내 성악가가 되었다. 진실로 원한다면 환경은 문제가 될 수 없다

 

  

  그렇더라도 그 옛날처럼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하고 싶었던 걸 못했다는 소리를 자식에겐 듣고 싶지 않다. 그래서 방학 중인 아들녀석이 무에타이와 드럼, 영어와 일어를 배우고, 여행과 헬스도 하겠다고 했을 때 '무조건 오케이'라고 답했었다. 하지만 방학 전의 욕망은 다만 희망 사항이었을 뿐, 막상 아들은 그 어느 것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방구들 한 쪽을 차지하고 그 동안 못했던(?) 게임만 즐긴다. 그토록 원했던 건전한 활동(?)들은 차일피일 미루기만 한다. 겨우 영어 공부한다고 제스처를 취하는데 마뜩잖기만 하다.

 

 

  언제나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오히려 아무것도 안 하기 쉬운 게 사람이다. 간절함이 없는 시도는 제스처에 지나지 않는다. 성과를 이루는 데는 환경이 아니라 의지가 중요하다. 내가 피아노를 끝내 배우지 못한 것은 부모 탓이 아니라, 내 바람이 그만큼 간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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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5 09: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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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6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3-01-15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악가가 된 동창분의 얘기를 들으니 갑자기 공자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ㅎㅎ

(子曰 三軍 可奪帥也 匹夫不可奪志也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삼군의 사령관인 장수를 빼았을 수는 있지만 필부의 뜻을 빼앗을 수는 없다.)

만약에 어떤 뜻을 세우고 밀고 나가다가 이런저런 사정상 그 뜻을 접었다면, 그건 애초부터 '진정한 뜻'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겠지요.

다크아이즈 2013-01-16 09:47   좋아요 0 | URL
오렌님 절대공감이요. 사정상 뜻을 접으면 그건 애초부터 내 것이 아니었음을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진작에 공자님께서 저런 말을 했다는 게 약오르옵니다.^^*

2013-01-15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16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땀한땀 바느질한 핸드메이드 명품 가방 (친구 작품)

    아들이 밤늦게까지 공부할 때 한석봉 어무이 심정으로 숨어서 안 자고 만들었다 함.

    두 달 걸려서 바느질 완성. 나 같으면 들여다 보다가 속 터져 바늘에 머리를 짓찧었을듯.  

    글쓰기도 어차피 미메시스라면 한땀한땀 지대로 하다보면 그 누구 것도 아닌 저 만의 명품

    가방을 갖게 되는 거겠지.

 

 

 

 

1.    쓰려면 읽어라 - 쓰기의 어려움

 

 

 

  책에 대한 호불호는 취향의 문제이다. 남들이 아무리 권해도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건 나와 맞지 않는 책이다. 억지로 그런 책을 읽겠다고 무리하다 보면 몸과 마음에 나쁜 신호가 온다. ‘그 책 나도 읽었지’라는, 괜한 허영심을 얻기 위해서라면, 과감하게 읽기를 포기하는 게 낫다.

 

 

  자꾸 읽다 보면 어떤 책이 좋은지, 어떤 책이 내게 맞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 뿐 아니다. 자주 읽다 보면 어떻게 쓰면 잘 쓰는 것인지도 덤으로 알게 된다. 지피지기해야 백전백승하는 건 글쓰기에도 통용된다. 잘 된 남의 글을 열심히 읽다 보면 글 쓰는 방법은 절로 알게 된다. 물론 방법을 아는 것과 실천하는 건 별개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잘 쓰기 위해선 잘 읽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느냐고 묻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너무 많은 답이 있어 답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건 ‘읽기’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잘 쓰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읽기를 좋아하고 읽는 데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그들은 ‘글 쓰는 법’ 등에 대해서 어느 누구에게도 묻지 않는다. 이미 책 속에서 그 답을 얻었기 때문에 물을 이유가 없다. 반면에 그런 질문을 자주하는 사람들은 책을 읽어야한다는 생각보다는 쓰는 데 더 관심이 많다. 쓰고 싶다는 다급한 열망이, 읽어야 쓸 수 있다는 차분한 여유를 가려버린다.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에 대한 답은 죽을 때까지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쓰는 게 먼저 일까, 읽는 게 먼저 일까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잘 된 글 안에 잘 쓰는 법이 있다. 글 잘 쓰는 일은 물어서 될 게 아니라, 많이 읽고 깊게 생각해야 된다. 읽기 훈련이 잘 된 이들이 잘 쓸 수밖에 없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자. 잘 쓰는 방법을 안다고 해서 아무나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했다. 잘 쓰는 행위 자체는 인내심과의 싸움이다. 그나마 다른 예술에 비해 재능이 덜 따라줘도 극복할 수 있는 게 글쓰기다. 한데, 약간의 재능만 필요한데도 글쓰기가 제대로 안 되는 것은 왜일까? 이것 또한 확실한 답이 있다. 약간의 재능만 필요한 대신 아주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서이다. 약간의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자책만 늘여가니 될 턱이 있나. 

 

 

  자문자답해본다. 글 잘 쓰고 싶은가? 깊이, 섬세하게 읽어라. 그런 뒤엔, 엉덩이 붙이고 군말 없이 쓰면 된다. 단, 글은 머리가 아니라 손으로 쓴다는 사실을 명심하도록.

 

 

 

 

 

 

 

 

 2. 오랜 강도 흐른다  - 올리브 키터리지 <강>편

 

 

 

  그 여자 까칠하다. 다른 사람에게 절대 잘못했다는 말을 할 줄 모른다. 착하디착한 남편에게도 그런 말을 해본 적이 없다. 사랑한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그 답례를 할 겨를도 없이 남편은 저 세상으로 떠났다. 대범하고, 빈정대는 이면에 여리고 따스한 여자는 그 성격대로, 상처 주고 상처 받기를 반복한다.

 

 

  여자에게 남편의 죽음보다 더한 슬픔은 유일한 혈육인 아들의 무관심이다. 우울증 앓는 아들은 재혼한 아내와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는 중이다. 담당의는 이 모든 상처는 엄마로부터 기인한다는 진단을 내린다. 여자의 악다구니, 매질, 냉소적 태도가 아들의 트라우마가 될 줄 그때는 아들도 엄마도 알지 못했다.

 

 

  우연한 계기로 여자는 한 남자를 알게 되었다. 하버드대 출신의 남자는 잘난 척에다 오만한 것으로 마을엔 알려져 있다. 하지만 데이트를 거듭할수록 남자에게 끌린다. 단 한 번도 그 잘난 하버드대 출신이라는 걸 입 밖으로 낸 적이 없다. 역시 겪어보지 않은 모든 것에는 판단 유보가 필요해, 라고 여자는 중얼거린다. 동성애자인 딸과 절연한 사연을 털어놓는 남자에게 여자는 깊이 공감한다. 여자 또한 삐걱대는 모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 않던가.

 

 

  여자의 유일한 희망은 죽을 때 숨이 금세 끊어지기를 바라는 일. 남편의 죽음과 희망 없는 아들과의 관계 앞에서 그녀가 바라는 건 그 뿐. 하지만 남자를 만날수록 생의 활기를 얻는 것은 어쩔 것인가. 의외로 보수적 정치 성향인 남자에게 실망하기도 하지만 아픈 남자가 여자를 기다릴 땐 최선을 다해 달려간다.

 

 

  정서적 심리적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노년의 남녀 눈빛은 적요하고 따스하다. 삶은 완벽하지도 아름답지도 않기에 맞잡은 두 손이 필요한 것. 여자는 아직은 세상을 등지고 싶지 않다. 늙은 소도 쟁기질 할 수 있고, 오랜 강은 안으로 깊이 흐른다고 생각한다. 여자 나이는 일흔 넷이고, 이름은 올리브 키터리지. 통찰 깊은 소설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쓴 동명 소설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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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3-01-12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우의 저 책....
저는 마지막 문장을 읽고는 뒤로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이승우는 놀라운 작가여요...

다크아이즈 2013-01-15 00:21   좋아요 0 | URL
완벽하게 쓴 작가더군요.
이진님 말처럼 놀라운 작가...
노회한 아줌마라서 그런지 이진님 만큼 쓰러질 정도는 ㅋ

프레이야 2013-01-13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ᆢ반가운 책 두 권. 구멍 숭숭 난 치즈 같은 삶을 부둥켜 안는 대목에서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어요. 굿모닝인가요, 팜님. 깊이 섬세하게 읽고 난 뒤 엉덩이 붙이고 앉아 머리가 아닌 손으로 쓰는 글. 이게 정답인데 전 요새 머리로만 쓰고 있어 큰일이에요. 아흑ᆢ

다크아이즈 2013-01-15 00:24   좋아요 0 | URL
프레님 아니라면 올리브를 어떻게 알았겠어요.
올리브는 살아있는 캐릭터예요.
엄마를 부탁해, 부류의 대척점에 있다고나 할까요.
감사할 뿐 프레님^^*

프레이야 2013-01-13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저 명품 가방이 친구분 솜씨라니 감탄신 연발이에요. 너무 멋져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방!

다크아이즈 2013-01-15 00:33   좋아요 0 | URL
바느질도 대단하지만 집안 건사하는 것도 대단한데다 착하기까지 한 지인...
세상엔 경이로운 사물과 사람이 참 많아요.
프레님도 알라딘에서 경이로운 분인걸요.^^*

마녀고양이 2013-01-13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한때 퀼트에 미쳐있었는데, 솜씨는 그다지...
요즘들어 다시 여러가지를 만들고 싶어서, 손가락이 근질근질한데
시간이 나지 않아서 아예 시작하지 않고 있어요. 더 급한게 있다 싶은거죠... ㅠㅠ.

생각해보면, 항상 더 급한게 있어서 밀리는 것들은
여행이나 퀼트가 아닐까 싶어요. 평생 밀리는거 아닐까요? 아휴, 쓰다보니 저 바보같아요.

팜언니, 즐거운 일요일 저녁되셔요.

다크아이즈 2013-01-15 00:29   좋아요 0 | URL
헉, 어느새 그 방면까지 접수를...
달여우님 바지런함에 경의를...
전 손재주는 젬병이지 뭡니까.
것도 타고나야 되는 것 같더라구요.

여행하면서 퀼트하다가 책 좀 보는 것. 생각만 해도 좋습니다^^*

라로 2013-01-13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고있으려니 왜 여러군데가 따끔거릴까요???ㅎㅎ( ")
저도 달여우님처럼 퀼트로 가방도 여러개 만들고 한번은 엄마가 피아노 배우실 생각이 있다는
말씀을 하셔서 피아노가방까지 만들어 드렸는데 엄마가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그 모습이 갑자기 눈에 선 하네요,,,처음 댓글을 달땐 이 얘기를 하려던게 아닌데,,,암튼
팜님 오늘도 좋은 글 감사드려요~~~.^^

다크아이즈 2013-01-15 00:31   좋아요 0 | URL
나비님이 얼마나 고운 심성인지 이 덧글만 봐도 알겠어요.
피아노 배우시는 엄말 위해 가방 만들어주시는 님이라니...
어머님 힘드시지만 나비님 덕에 거뜬히 몸과 마음 추스릴 거예요.

어서 따뜻한 봄이 왔으면 싶어요.^^*

페크pek0501 2013-01-14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맘에 드는 글은 필사가 최고인 것 같아요. 신경숙 작가도 젊은 시절엔 잘 쓴, 작가들의 소설을 노트에 옮겨 적었다고 해요. 한 자씩 베껴 쓰면서 소설 쓰는 방법을 배웠다는 것이죠.
그 다음의 방법으론 외울 정도가 되게 반복해서 읽는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엔 책에 밑줄 친 부분을 여러 번 읽게 되더라고요.
여기서 중요한 건 부지런하기, 인 듯...
아, 저도 '올해엔 부지런하기'라고 일기에 썼는데 잘 되려나 모르겠어요.
벌써 페이퍼를 올린 지가 일주일이 다 되어 가는데, 초고도 쓰지 못했으니... 꺄륵~~

페크pek0501 2013-01-14 14:44   좋아요 0 | URL
근데 요즘 팜 님이 열심히 쓰는 것 같다, 라고 생각하며 갑니다.
나도 분발해야징... 하면서...ㅋㅋ

다크아이즈 2013-01-15 00:35   좋아요 0 | URL
페크님 자문자답 넘흐 재밌습니다.
분발하려고 쓰는 글은 아니고, 그냥 어쩔 수 없이 끼적이는 잡문이옵니다.
페크님처럼 농익은 글 쓰려면 저 몸살앓이 지대 해야 되어요.

참 두 편 글 올리시게 해서 몸살나게 한 죄 크옵니다.
몸 좀 좋아지셨는지요? ^^*

Jeanne_Hebuterne 2013-01-14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궁금해졌어요, 팜므 느와르 님.
왜 읽고 써야 하는 것일까. 다른 이들은 무슨 생각으로 읽고 써야 한다고 생각할까.
(가방에 거의 쇼크를 받고 갑니다!!! 인간이 저런 걸 만들 수 있단 말인가!!!)

다크아이즈 2013-01-15 00:38   좋아요 0 | URL
에뷔테른님 제 안테나는 감성, 지성, 논리 지대인 님 글에게로 항상 향하고 있답니다. 아무 생각없이 써야 고통 없는 글이 되는데, 쉽지 않지요.
저도 가방에 쇼크 먹었어요. 인간의 손은 위대하더군요.^^*
 

 

1. 레비나스 입문기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했을 때 그 주체와 대상은 오직 ‘나’에 관한 것이었다. 서구의 전통적 존재론을 대표하는 이 명제는 모든 생각을 ‘나’란 인식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전제한다. 그 사유 안에서는 타자가 끼어들 틈은 없다. ‘나’란 존재에 대한 고민만으로도 날 밤 샐 지경인데 언제 주변까지 시선을 둔단 말인가. 내가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 이런 생각에 몰두하느라 사유 영역을 타자로까지 넓히는 데는 인색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자아 귀환형 사고의 외곬성이 급기야는 전체주의로까지 퍼졌다고 철학자 레비나스는 말한다. 편협한 전체성을 낳는 자아와는 별개로, 타자는 운명적으로 무한자유를 향해 달려가는 존재이다. 레비나스는 이를 ‘전체와 무한’이란 개념으로 정리했다. (타자를 무한성의 개념으로 본 건 하이데가도 마찬가지.) 타자는 결코 나의 카테고리 안으로 수렴되지 않는다. 타자는 타자로서 무한을 향해 발산하는 속성이 있다. 나의 바깥에서 한없이 자유롭게 떠도는 그 타자를 나비나 잠자리 잡듯이 내 손아귀에 넣고 말겠다는 그 지점에서 세계관은 충돌한다.

 

 

  사소한 예를 들어보자. 지인의 집들이 선물로 포트메리온 찻잔 세트를 사들고 간다 치자. 그 집의 주방엔 알라딘 사은품으로 받은 머그컵이 종류별로 정돈되어 있다. 알라딘 램프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그 머그컵이 우아하거나 고급스러울 리는 없다. 하지만 실용적이고 깔끔해 집주인은 그 컵을 애용한다. 한데 같이 간 누군가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사 온 이 찻잔으로 바꿔. 하기야 이 유명 브랜드 찻잔을 알기나 하겠어?”

  (포트메리온이 유명 브랜드라는 생각 자체를 집주인은 하지 않을 것인데!)

     

 

 

 

 

 

 

  이 경우 영국제 찻잔의 우위성에 점수를 주는 ‘나’의 전체성은 사은품 머그컵을 애용하는 ‘타자’의 개별적 무한성을 침범한 경우가 되겠다. 생활수준이 비슷하다면 브랜드 찻잔과 실용성 머그컵 사이는 취향의 차이 딱 그만큼이다. 한데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파의 존재론적 전체성에 함몰된 우리는 무한 발산하는 타인의 취향이나 의중은 고려하지 않고 내 식의 방식을 전수하려한다. 내 식으로 문화 코드를 바꾸라고 타자에게 충고하기를 즐긴다. 이런 생각이야말로 엄연한 폭력이다.

 

 

  유폐된 우물 안 개구리식 세계관은 스스럼없고 무한한 에너자이저인 타자에 대해 관용적일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레비나스가 타자에 대한 윤리성을 강조한 것은 눈여겨볼만하다. 그에 의하면 윤리는 모든 것에 우선한다. 독립된 차원인 그의 에티카는 전체성에 대한 경고보다도 우선한다. 물론 여기서 윤리란 타자 앞에서 갖춰야 할 ‘나’의 도덕관을 말한다.

 

 

 

 

2. 자기계발서 단상

 

 

  자기계발서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것은 필요에 의한 남편의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유를 덧대자면 그런 책에 편견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것들의 주된 내용은 대개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라거나 성공하려면 생각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라, 처럼 뻔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알지만 그야말로 실천하기가 어려운 행동 강령들의 압박 앞에서 독자로서 자괴감과 게으름만 확인할 뿐이니까.

 

 

  한데 좀 더 현실감 있는 자기계발서 한 권을 만났다. 반값 판매 도서를 사면서 함께 주문했는데『마흔, 당신의 책을 써라』이다. 저자 김태광은 처음 들어본다. 첫 책을 낸 이래 몇 달에 한 권 꼴로 책을 냈단다. 마흔이 되기 전에 110권의 책을 써 기네스북에도 등재가 되었다나.

 

 

  수많은 그의 책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이 한 권의 책은 무척 고무적이다. 독자의 나태한 생활을 질타하고 정신무장을 독려한다. 시간이 나야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없는 시간을 내서 글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가가 되어야 책을 내는 게 아니라, 책을 내야 작가가 된다고 역설하기도 한다.

 

 

  글에 미친 사람들의 특징은 글 관련 이외의 활동에는 자제심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도 마찬가지다. 글쓰기, 강연, 글 가르치기, 독서 외에는 그 어떤 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나처럼 낮잠을 자거나 수다를 떨지도 않고, 술잔을 기울이지도 않는다. 자아실현에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게으름과 핑계라나. 성공하려면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 건 진리이다.

 

 

  일상이 평화롭기만 하거나 성공할 마음이 없는 사람, 성공했거나 성공했다고 믿는 사람 등은 자기계발서가 별로 필요치 않다. 춥고, 배고프고, 열망하는 자들만이 그런 책을 펼친다. 열망하는 모든 이들이 자기 입맛에 맞는 자기계발서 한 권 쯤은 읽어도 좋을 계절이다. 비록 물질적 욕망일지라도 그 욕망을 실현한 사람들이 보내는 채찍과 동기부여가 힘을 주는 건 사실이니까.

 

 

  여기서 잠깐, 자기계발서 작가들엔 두 부류가 있다. 성공해서 책을 낸 부류와, 성공하기 위해서 책을 낸 부류. 김태광 작가는 후자이다. 달걀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 아리송하긴 하다. 하지만 자기계발서의 현실적 목적은 물리적 성공이고, 궁극적 목적은 자아실현이니 독자로서 둘 다 옳다고 해두자. 진정성은 차치하고라도 두 그룹 다 치열하게 살고 있으니 그 자체로도 본받을 만하지 않은가. 자기계발서는 책 내용보다 그 저자의 정신력을 눈여겨볼 때 더욱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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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1-09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인사가 늦었어요, 추천 1빠는 접니다~ ^^
포토메리온 모르는 1인, 알라딘 머그컵이 좋아요!ㅋㅋ
자기계발서를 낸 분은 분명 성공한 인생이겠죠~
책을 낸다고 다 작가가 되는 건 아닌데, 작가와 저자의 구별을 안하는 거 같아 좀 불만이에요. 저는....^^

다크아이즈 2013-01-10 14:48   좋아요 0 | URL
예술성과 창작성의 유무에 따라 작가와 저자로 나누려는 순오기님 뜻 백 번 이해해요.ㅎㅎ 넌 이런 책 쓰니 저자이지 작가가 아니다, 라고 말하기에도 넘 야박한 듯. 본인들이 작가라고 하는데 굳이 독자가 저자라고 고쳐 말하는 것도 좀 그렇잖아요.
작간들 어떻고 저잔들 어떻겠어요? 저는 그저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부러울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순오기님도 제 부러움의 대상^^*

댈러웨이 2013-01-09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D.H. 로렌스의 소설들을 읽고 있는데 해설서보니까 여기서도 타자성 운운하면서 나오길래 일단은 휘리릭 덮었어요. 저는 이 타자, 혹은 타자성이라는 개념이 그렇게 어려워요, 팜므느와르님. 로렌스 소설 다 읽고 작품해설집 볼 때 공부좀 해야 겠어요. (아...저 지금 너무 창피한 소리 하고 있나요? --;)

자기계발서 하면 저는 론다번의 시크릿을...한때 열심히 믿었... --; 오래가지는 않지만, 그렇죠. 자기계발서가 고무적이긴 하죠. 그나저나 저도 알라딘 컵 하나 좀 있어봤으면... 팜므느와르님 알라딘 컵 디게 많네요. ㅠ.ㅠ

다크아이즈 2013-01-10 15:00   좋아요 0 | URL
댈러님 저 원래 철학책 안 좋아해요. 어려버서... 한데 우연히 이 개념을 풀어 쓴 강신주의 위의 책 한 부분을 보고 꽂혔지 뭡니까. 다른 철학 부분보다 이해하기 쉽고 공감이 막 가더라는... 완전히 이해한 건 아니지만 넘 재밌는 거예요.
누군가 철학 개념을 <예시를 팍팍 들어서> 설명 좀 해주는 글 좀 써줬으면... 소피의 세계,도 뜬 구름인데다 두루뭉술하잖아요. 그런 책 많을 것 같은데 몰라서 헤매고 있습니다.

로렌스 소설에서 타자성이 어떻게 언급되는지 궁금해지는 걸요.
다 읽고 말씀해 주시어요.^^*

oren 2013-01-09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팜므님의 글 가운데 자기계발서에 관한 대목을 읽다가, 문득 제가 군대에 근무할 때 끄적거렸던 독서노트를 우연히 펼쳤더니, 이런 말이 쓰여져 있네요.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겠죠.
* * *
오늘의 금언(1984.9.20,수)
수고가 많지 않은 자에게 인생은 혜택을 베풀지 않는다. - 호라티우스 <로마>

다크아이즈 2013-01-10 14:57   좋아요 0 | URL
오렌님 말씀이 딱 맞지요. 세상에 공짜 없고, 혜택은 수고 뒤에 따르는 법이지요. 해서 열심히 살려고 하는데, 체력과 의지력이 안 따라 준다는... 오렌님 보면서 힘을 얻습니다. 용기 얻으러 마실 자주 나갈게요^^*

프레이야 2013-01-10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매일 커피 마시는 찻잔ㅋ
근데 전 왜 알컵이 오질않죠. ㅜㅜ
타자의 개별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 별로에요.  우리모두 하나되자느니ᆢ그런것도요. ㅎㅎ
팜님, 굿모닝이에요^^ 울적한시간도 흘러가겠지요. 훌쩍~ 말에요.

다크아이즈 2013-01-10 16:03   좋아요 0 | URL
아휴, 프레님 저와는 비교가 안 되지요. 저는 책 사서 따라오는 거고, 프레님은 그야말로 알라딘에서 선물로 주는 거잖아요. 오늘 내일, 이쁜 컵 배달되지 않을까요?ㅋ

글쵸? 타자는 무한하고 개별적이며 전방위적인데 고정된 '나'가 그걸 관장하겠다고 나서니 문제가 되는 거지요. 우주적 타자를 상대해야 하니 모든 '나'들이 얼마나 힘겹겠어요. 이것이 인생인 것을...ㅠ
프레님, 며칠 꿀꿀했던 기분 오늘 좀 나아졌어요. 님 위로도 컸다는^^*

마녀고양이 2013-01-10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닭과 달걀 중 저도 아리송하네요. ^^

포트메리온 찻잔이 참 예쁘네요, 굉장히 우아해요... 탐나는걸요.
그리고 포트메리온과 알라딘 컵에 관련하여 '침범'을 언급하신 부분, 무한 공감합니다. 우리는 서로 이런 저런 침범을 많이 하는데 얼마나 참아줄 수 있고 허용할 수 있는지가 결국 관건 같아요. 어떤 이는 허용치가 높고 어떤 이는 허용치가 낮고, 하지만 침범을 당하면, 뭐랄까, 공격당하는 것 같아서 자동적으로 방어를 시작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충고란게 그다지 효과가 없나봐요, 특히 저같은 독립적이고 자기 주장 강한 사람은 말이죠... ^^

추신. 알럽 컵은 제작년이 제일 별루였고, 작년이 젤 이쁜거 같아요....
벌써 세개 탔는데, 하나 더 기다리고 있는 중이랍니다.

다크아이즈 2013-01-10 15:22   좋아요 0 | URL
우아한 포트메리온보다 실용적인 알라딘 컵이 좋은 게 문제라는...
우리집은 온통 알라딘컵 마니아.
저것 말고도 딸내미, 아들내미 기숙사에도 각 한 개씩 분양했다는 전설이^^*
이와사키 치히로의 <눈 오는 날의 생일>- 산타 모자에 빨간 장갑 낀 꼬마, 버전은 언제적 컵인지요? 전 그거 넘 이쁜데 올해는 밋밋하네요. 그래도 빨간색은 하나 더 갖고 싶다는...

침범 당하면 공격성 방어 기제가 작동하는 건 맞아요. 오늘 누가 알랭 드 보통 책 별로라고, 그런 책 권하느냐고 저에게 완곡하게 말했을 뿐인데도 전 그걸 침범 당했다 생각하고 심리적으로 벌써 공격적 자세가 되지 뭡니까ㅠ.

달여우님 짧지만, 전문적인 통찰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몰라요. 에브리데이 감사지요^^*

다크아이즈 2013-01-10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실수 갈쳐주신 익명 분 무척 감사드립니다.
방금 고쳤습니다.ㅎㅎ 복 받으실거예요. 덧글은 삭제했으니 양해 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어요.

페크pek0501 2013-01-10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과 커피 잔과 자기계발서의 조합이라...
저도 이런 글 써 보고 싶어요.

팜 님처럼 새벽에도 글을 쓰는 그런 정신이 저에게 필요한 듯해요. ㅋ

다크아이즈 2013-01-10 18:23   좋아요 0 | URL
페크님,설마 낯설게하기 기법 뭐 이런 걸 염두에 뒀을 린 없고,
그냥 눈에 띄길래 조합한 죄밖에 없어요.ㅋ
페크님은 지금도 충분히 유니크한 방식을 고수하고 계신걸요.^^*

새벽에 쓰는 건 어쩔 수 없을 때예요ㅠ
 

 

 

 

 

 

** 『레 미제라블』어떻게 한 마디로 이야기할까. 주문한 책은 왔지만 아직 읽지 못했고, 영화와 뮤지컬 본 단상을 앞으로 생각날 때마다 적바림해봐야겠다. 장발장의 박애, 자베르의 원칙, 마리우스와 코제트의 사랑, 팡띤느의 애잔함, 가브로쉬 꼬마의 전진, 테르나디에 부부와 그 일당, 그리고 빼놓으면 안 되는 민중과 혁명... 오늘은 그 중 가장 선명한 감정이입을 가져다줬던 에포닌에 대한 헌사로 시작해야겠다.

 

 

 

 

 

 

 

 

 

  모든 혁명은 미완이다. 영원히 성공한 혁명이라는 건 애초에 있을 수 없다. 혁명의 속성은 지속적인데다 언제나 희생을 요구한다. 일회성 혁명인 ‘쿠데타’는 민중이 원하는 혁명의 기본 정신을 영속적으로 충족시켜주진 못한다. 그래서 언젠가 새로운 혁명을 야기하는 촉발제가 될 뿐이다. 혁명은 자고로 미완의 계속을 향해 질주하는 민중의 염원이이다. 그런 의미에서 빅토르 위고가『레 미제라블』에서 실패한 혁명인 1832년의 공화파 청년들의 봉기 사건을 소설적 모티프로 삼은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도 어디선가 혁명은 일어나고, 누군가는 혁명을 꿈꾼다. 혁명은 민중들 삶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낭만적 자기 구원법이다.

 

 

 

  레 미제라블 열풍에 편승해 최근 개봉한 영화와 국산 뮤지컬 둘 다를 보았다. 영화와 뮤지컬은 각기 장단점이 있었다. 애초에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했기 때문에 구조와 음악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영화는 도입부부터 스펙터클한 장면으로 눈길을 끄는데다 자막이 따라주니 이해하기가 쉬웠다. 뮤지컬은 우리말로 진행되는데도 가사전달이 쉽지 않아(어쩌면 우리말에도 자막을 마구 쏘아대는 텔레비전 프로에 너무 길들여진 탓인지도) 영화를 먼저 보지 않았다면 섬세한 부분은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배우들의 호흡과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이 어우러진 현장성이 고스란히 전해져 몰입도 면에서는 뮤지컬이 나았다. 그렇지만 관객의 마음을 울리고 움직이는 힘은 영화 쪽이 좀 더 나은 것 같았다. 영화 속 비 맞는 에포닌의 아리아 앞에서 폭풍 눈물이 흘렀지만 뮤지컬에서는 그 감흥이 일지 않는 차이 정도라고나 할까.

 

 

 

  수많은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애정이 가지만 감정이입이 가장 잘 되는 인물은 단연 에포닌이었다. 짝사랑하는 마리우스와 그의 연인 코제트를 위해 사랑의 전령사가 되어주는 것도 모자라 마리우스의 총알받이를 자처한다. 하지만 마리우스의 애도는 애석하게도 인간애적 연민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맘에 코제트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성 간의 사랑이 될 수 없었던 것. 영화와 뮤지컬에서 에포닌의 경우, 지고지순한 사랑과 희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설과 달리 아무래도 감동을 얻어내기 위해 미적 장치를 극대화 한 것 같다. 당연히 관객들은 더 빨리 더 쉽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에포닌이 비 속에서 안타까운 짝사랑을 노래할 때 여기저기서 눈물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설보다 덜 내밀하고 덜 생각하게 하지만, 소설보다 더한 낭만적 감동을 자아내니 영화나 뮤지컬로서의 역할은 다했다고 본다.

 

 

 

  주인공도 아닌 에포닌의 역할이 무척 비중 있게 다뤄진 점이 의심스러워 소설에서 에포닌이 어떻게 그려졌나 싶어 열심히 찾아봤다. 역시 소설은 인간 보편적 감정에 더 호소한다. 사랑하면 질투하게 되어 있다. 그 점을 원작에서는 놓치지 않았다. 지게 되어 있는 싸움인 혁명 전야의 바리케이드로 마리우스를 유인한 것은 에포닌이었다. 어차피 모두의 파국이 예견되어 있다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그 죽음을 맞이한다고 해서 뭐 그리 잘못일까, 하고 에포닌은 생각했던 것. ‘이젠 그 누구도 이 사람을 빼앗을 순 없겠지.’하는 행복한 가슴으로 마리우스 품에서 죽어간다. 코제트의 편지를 전해주는 마지막 전령사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그녀가 행복하게 죽을 수 있었던 건 마리우스의 죽음 또한 멀지않고, 그 곁에는 코제트가 아니라 자신이 있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혁명에만 바리케이드가 필요한 게 아니다. 혁명과 사랑을 동시에 꿈꿨던 에포닌이란 바리케이드가 없었다면 마리우스와 코제트의 사랑이 이루어졌을까. ‘불쌍한 사람들’의 대표 아바타이자 장발장의 마스코트인 코제트 보다 에포닌에게 더 눈길이 가는 건 그녀의 캐릭터야말로 아름다운 민중의 표본이기 때문이다. 그녀야말로 가장 낮은 곳의 민중의 대변자로 내 눈에 비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혁명은 높은 곳의 생각이 아니라 낮은 곳의 행동으로 그 임무가 완수된다. 혁명과 사랑의 희생양이 되었으면서도 그걸 최대의 행복이라 여긴 에포닌을 충분히 애도해주고 싶다.

 

                                                          

 

     비가 오면 도로는 은빛으로 반짝일 테고, 강물엔 도시 불빛이 아롱질 거다. 별빛에 나무는 빛나고 아침이 올 때까지 에포닌은 길을 걷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에포닌의 상상일 뿐, 실제 강물은 떠나고 도시 불빛도 꺼졌다. 세상은 낯설고 에포닌이 없어도 마리우스는 잘 살 것이며 혁명 또한 계속 될 것이다. 죽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은, 그녀의 빗속 아리아 on my own이 계속해서 환청으로 들린다.

 

 

 

 

 

**반값하는 더클래식의 레미제라블 읽기에 큰 무리는 없고, 완역본인 것 같다.

   (설마 영어본을 원본에서 줄였을 리 없겠지 하는... 자신은 없다.)

   영어로 번역된 것을 텍스트로 삼았으니 영어본을 덤으로 넣었겠지.

 

   기왕이면 불어판 원본으로 번역하고 줄 것이지... 그럼 남는 게 없을라나.

   급하게 기획된 것인지 교정 덜 된 부분이 있어 실소가 나오지만

   읽는 데엔 무리가 없다. 팀 번역이라는 별로 신뢰 안 가는 방법을 썼는데도 일관성은 있어 뵌다.

 

   민음사판형 세계문학 전집이 얼마나 읽기 불편하게 뻣뻣한지 

   성토하는 자라면  싼 값에 이만한 책 얻은 걸 다행으로 여겨도 좋을 듯. 

   (기회가 되면 펭귄, 민음사 것을 빌려와서 번역이 어떤 게 매끄러운지 봐야겠다.

    문학작품 번역은 또 다른 문학이니 직역 고집하지 않고, 복문 즐기지 않고

    경제적으로다가, 문학성을 살려 번역한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과연 누가 승일까.)

 

*** 바리케이드 우리말 표기가 맘에 안 든다.

      최대한 불어에 가깝게 발음하려면 아래처럼 표기해야한다.

      한마디로 우리말 표기로는 불가능.

      <바 ㄹ히 까 드ㅓ> !!! 써 놓고도 웃긴다. 

      (불어는 엑센트 표시 안 하지만, 엑센트는 바, 모음에 쏠려 있다.)

      누가 우리말은 모든 언어를  표기할 수 있다고 구라까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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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01-07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팜님 뮤지컬까지 보셨군요. 전 영화로 만족하고 펭귄클래식 원작 읽으려구요. 반값이 유혹이긴 하지만 처음 맘먹은대로ㅎㅎ

다크아이즈 2013-01-09 04:03   좋아요 0 | URL
프레님 잘하셨어요.
더클래식 것은 우려한 만큼(!) 나쁘지는 않았어요.
완역본이 아닐까봐, 엉터리 번역일까봐. 나름 괜찮습니다.

프레이야 2013-01-09 19:50   좋아요 0 | URL
아직 고민중이긴 한데
더클래식 것 괜찮다고 하시니 다시 갈등돼요.ㅎㅎ
어쩌나..

다크아이즈 2013-01-10 15:25   좋아요 0 | URL
프레님 소장하시기엔 싼 만큼 책의 탄력이 별로예요.
읽기 위한 것이라면 괜찮구요.
현명한 선택 하시어요.

뮤지컬은 이곳 끝나면 그곳으로 이동하니 관심 있으시면 보셔도 좋을 듯...

oren 2013-01-09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뮤지컬 공연이 아직도 진행중인가요?

저는 리암 니슨 주연의 <레미제라블>을 먼저 보고, 이번에 개봉된 뮤지컬 영화를 봤는데, 배역과 각색에 따라 영화 속 인물들의 개성이 너무 차이가 나더군요. 1999년 작품에서는 '자베르'가 인상적이었던 반면, 이번 작품에서는 러셀 크로우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코제트 역에서도 예전 작품이 나았던 듯싶은데,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장발장의 '나는 누구인가'와 '혁명 상황'에 대한 아주 세밀한 묘사가 정말 뛰어난 데 놀랐어요.

저는 이번 영화를 보면서 (딱 한 번) 마리우스 때문에 눈물을 쏟았는데, 혁명동지들이 다 스러지고 난 뒤 비밀 아지트로 되돌아와 '그들의 죽음을 나에게 묻지 말라'던 대목이 가장 감동적이었어요.

다크아이즈 2013-01-10 15:38   좋아요 0 | URL
오렌님이 계신 곳이 어딘지 모르겠는데 대구, 부산 공연은 1, 2월에 잡혀 있는 것 같고, 서울 정보는 잘 모르겠어요. 검색해보시고 오렌님 가시기 좋은 곳으로 선택하시는 게...
저도 리암 니슨 것 봤는데(얼마 전에도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더군요.) 저도 장발장의 리암 니슨보단 자베르 역의 제프리 러쉬만 각인되더라는...

영화마저 여성적 시각을 못 버리는 스스로를 봅니다. 오렌님이 장발장과 마리우스에게 꽂히는 것처럼 저 또한 팡띤느와 에포닌에 눈길이 더 가는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ㅋ 사람은 환경에 지배를 받는 동물이다? ㅋ 입매가 매혹적인 마리우스 역 배우, 유명 배우이던데 전 이름을 모른다는...


댈러웨이 2013-01-09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팜므느와르님, 우왕 사진 봤어요. 완전 제 스타일!

서재 어느분께서-단잠님이었나...- 펭귄판이랑 민음사판 번역을 대표적인 단어들만 나열해서 비교한 걸 본 적이 있는데요. 펭귄판이 불어발음에 가깝게, 민음사는 영어식 발음?, 해서 민음사가 읽기엔 더 부담이 없겠더라구요(제 기준). 펭귄판은 너무 불어식이라 저는 좀 아!? 이랬어요. ㅎㅎㅎ 서점에서 비교해볼 수 있음 좋겠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잉. 아, 저도 민음사판은 읽기가 너무 불편해서 첨엔 손에 쥐도 나고 그랬어요. --;

다크아이즈 2013-01-10 15:48   좋아요 0 | URL
댈러님 저 오죽하면 서재닉네임이 <까망여인>이겠습니까? (프레이야님은 밤의 여인, 이라 생각하셨다 해서 요즘은 그게 더 좋아 해석을 바꿔 볼까 싶습니다.) 시커멓고 못생겼습니다 ㅠ 개성이려니 억지위안 삼습니다.

펭귄판이랑 민음사 어떤 게 낫대요? 저도 그 글 찾아 봐야겠어요.
님 말씀대로라면 전 당연히 펭귄판을 선호할래요. 등장인물부터 원어에 가깝게 번역했을 것 같아서요. 예를 들면 <팡띤느>와 <판틴> 간에는 하늘과 땅 같은 뉘앙스 차이가... 댈러님은 아무래도 영어식 버전을 선호할 것 같아요. ^^*

민음사 판형이랑 재질 좀 어떻게 바꿔주면 안 될까요?
판형보다 더 문제가 재질 같아 보이네요. 술술 넘어가는 양질의 종이를 좀 써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