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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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씩을 치르고 난 뒤 한 사흘을 멍하고 지냈다.
눈물도 마른 포화 상태의 슬픔이 흔히 동반하는 나를한 잠의 꼬리에,
조용한 부엌에 요를 깔았다. 라이너스처럼 담요를 둘둘 말고 잠든다.
위-잉, 냉장고 소리가 내 고독한 사고를 지켜주었다. 그곳에는,
그럭저럭 평온하게 긴 밤이 가고, 아침이 와주었다.
다만 별 아래서 잠들고 싶었다.
아침 햇살에 눈뜨고 싶었다.
그 외의 모든 것에는 그저 담담했다.-9쪽

위대한 인물은 있는 것만으로도 빛을 발하고,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비춘다.
그리고 사라졌을 때는 무겁디 무거운 그림자를 떨군다.
아주 사소한 위대함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에리코 씨는 여기에 있다가, 그리고 없어졌다.-75쪽

사람들은 모두, 여러 가지 길이 있고, 스스로 선택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택하는 순간을 꿈꾼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나역시 그랬다.
그러나 지금 알았다. 몰라서 분명하게 알았다. 길은 항상 정해져 있다.
그러나 결코 운명론적인 의미는 아니다. 나날의 호흡이 , 눈길이, 반복되는
하루되는 하루하루가 자연히 정하는것이다.-130-131쪽

할 수 있는 일은 했다., 싶었다.
ㅡ나는 안다. 즐거웠던 시간의 빛나는 결정이, 기억속의 깊은 잠에서
깨언, 지금 우리를 떠밀었다. 싱그럽게 불어논 바람처럼,
향기로웠던 그날의 공기가 내 마음에 되살아나 숨쉰다.-134쪽

괜찮아, 괜찮아, 언젠가는 여기서 벗어날 날이 올거야.-148쪽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때 운명은 한 단도 허디딜 수 없는 사다리였다.
단 한 장면을 빼놓아도 끝까지 올라갈수 없다. 그리고 오히려 허디디는
편이 쉬었다. 그럼에도 나를 움직이고 있었던 것은
아마 죽어가는 마음속의 빛이었으리라. 그런 건 없는 편이 차라리 편히
잠들 수 있다고 여겼던 어둠속의 빛이었다.-165쪽

한 차례 여행이 끝나고,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다시 만나는 사람이 있고,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나도 모르게 사라지는 사람, 스쳐 지나가는 사람.
나는 인사를 나누며 점점 투명해지는 듯한 기분입니다.
흐르는 강을 바라보면서, 살지 않으면 안됩니다.-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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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의 마지막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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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워지고 싶다.
지끔까지 TV나 영화에서 본 어떤 장면? 티베트의 중보다,
이스탄불의 아이들? 길거리에 누워 자는 카트만두의 소들보다
더 멀리가고 싶다. 자신의 깊은 곳으로 내려가, 내려가 닫고 닫아,
해방되고 싶다. 더럽고 질철질척한 호수 바닥의 터널이 마침내
아름다운 만으로 이어지는것처럼.-25쪽

그때 나는 비로소 어른으로 홀로서기를 하였고, 내혼과 사랑에 빠졌다.
단 한순간이라도 자기 자신과 농밀한 사랑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삶에 대한 증오는 사라진다. 고마워요, 하치, 그렇게 소중한 것을
가르쳐준 일, 평생 잊지 않을게요. 설사 사이가 나빠져서 말조차 걸지
않게 되더라도, 서로를 미워하게 되더라도, 그 일에 대한 감사는
지우지 않을께요.
열다섯 살 나는 굳게 결심하였다.-26쪽

"모든 것이 변하는 시기가 있는거야"
돌아와 그 일을 말하자, 하치가 말했다.
"모든 일에는, 변하는 때와 장소가 있어. 좋든 나쁘든."
정말 그런가 봐, 하고 나는 생각했다.-101쪽

햇볕이 내 눈물을 말리고, 치유하고 안아주었다.
산나무들은 여름이야, 여름이 왔어, 라고 나에게 말을 걸어주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여름이야, 잘 봐, 라고.
히말라야의 저 혹독하고 아름다운 자연도 하치를 안아줄 테지.
그 생각이 나를 위로하였다.-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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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카타야마 쿄이치 지음, 안중식 옮김 / 지식여행 / 2003년 12월
구판절판


"지금 중대한 사실을 깨달았어."
"이번엔 뭐?"
창 밖을 보던 있던 그녀는 조금 귀찮다는 듯 돌아보았다.
"아키의 생일은 12월 17일이잖아."
"사쿠짱 생일은 12월 24일이고."
"그렇다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나서 아키가 없었던 적은,
지금까지 단 일초도 없었어."
"그렇게 되나?"
"내가 태어난 이후의 세계는 전부 아키가 있는 세계였던 거야."
그녀는 난처한 듯 눈썹을 모았다.
"나한테 있어서 아키가 없는 세계는 완전히 미지의 세계이고,
그런것이 존재할지 어떨지조차 모르겠어."-173-174쪽

머릿속 가득 새파란 여름 바다가 펄쳐졌다. 거기에는 모든것이 있었다.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았다. 모든것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추억을 만지려고 하면 내손은 피투성이가 되어 버린다.
그대로 영원히 떠돌고 싶었다. 그리고 아키와 둘이서
바다의 반짝임이 되어 버리고 싶었다.-181쪽

이상한 기분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한 사람을 태운 연기가 가만히
겨울 하늘로 퍼쳐 올라는것을 보는것은. 한창동안 그곳에 서서
연기의 행방을 눈응로 쫓았다. 연기는 검거나 하얗게 높이 올라갔다.
마지막 연기가 G빛 구름에 섞여 보이지 않아게 되었을때,
내 마음속까지도 완전히 텅 비어 버린듯한 기분이 들었다.-191-192쪽

바람이 불고 꽃잎이 흩날렸다. 꽃잎은 발 밑까지 날아왔다.
다시 손바닥에 있는 유리병으로 눈길을 돌렸다. 작은 불안이
가슴을 스쳐갔다. 후회하지 않을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아름다운 벚꽃 눈이 내린다.-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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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4-09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 최근에 영화로 봤거든요~ 몇몇 구절은 영화에서도 나와...인상깊게 새긴 구절임니다요~ 으앙...

실비 2005-04-09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만간 영화도 함 볼라구여 ^^ 잔잔하면서도 괜히 가슴한쪽이 애리는 느낌이에염.
 
황진이 2
전경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4년 8월
품절


"시인이란, 그 날카로운 예지로서 천지의 드러나지 않은 오의를 파헤쳐 사람들의 인식을 보다 고원한 곳으로 인도하며 온갖 사물을 관찰하여 거기에 감추어진 의미를 발견해내는 사람이다. 시인은 자신의 기준에 따라 세속의 질서나 사람들의 행위에 대해 시를 통해 마음껏 비판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으며 시인은 세속 사람들이 추구하는 겉모양의 꾸밈보다는 한편의 훌륭한 시를 창작하기 위한 고초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또 시인은 남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오직 시를 통해 마음껏 자신의 포부를 펼치며 시를 쓰지 않을수 없는, 억제할수 없는 충동을 가진 자이다."-67쪽

"별채 뒤 연못 물위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들리셔요?""
"으음.."
소세양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독 커다란 옹기에 떨어지는 빗소리도 들려셔요?"
"으음.."
소세양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무가 유기대야에 떨어지는 빗소리도 들려셔요?"
소세양이 고개를 끄덕였다.
"댕댕댕, 울리는구나."
"지붕 기와 위에 떨어지는 빗도리도 들리셔요?""
"장구채로 두드리는 듯하구나."
"제 가슴에 떨어지는 빗소리도 들리셔요?"
".............푸른 연잎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처럼 아프고도 환하구나."-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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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1
홍석중 지음 / 대훈닷컴 / 2004년 8월
품절


'어떤 삶이 검은창자를 벌리고 나를 기다릴지라도, 그곳이 산이든,집이든,
풀숲이든,길 가운데든, 중이 되어 걸식하든, 벌레가 되어 기든,상것이 되어
손과 발이 되도록 상하며 살든, 나는 나다. 나는언제나 진이다.
나는 홀로 나의 신앞에 선다.'-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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