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2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22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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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트렌드 코리아 2022>를 펼쳤다. 2020년까지는 종이책을 구매했지만 이후부턴 그냥 밀리의 서재에서 보고 있다. 굳이 종이책을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종이책을 구매하는 이유는 여러 번 다시 읽기 위함이기에, 참고를 위해 한 두 번 읽을 뿐인 이 책을 굳이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심지어 올해부터는 완독할 이유마저 없다는 생각에 이번에는 그냥 전체적으로 대~충 훑어보고 관심 가는 부분만 정독했다. 그러니 이 글은 이 책 자체의 평이 아니다. 발췌독한 네 가지 키워드에 대한 내용과 그에 관한 나의 짧은 생각일 뿐이다.


나노사회

한국 사회가 파편화되고 있다. 공동체가 개인으로 조각조각 부스러져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개인은 더 미세한 존재로 분해되며 서로 이름조차 모른 채 고립된 섬이 되어 간다. 이러한 현상을 사회가 극소단위로 분화됐다는 의미에서 ‘나노사회Nano Society’라 명명한다. - < 트렌드 코리아 2022, 김난도 외 > 중에서

지극히 개인주의자인 내 입장에선 반가운(?) 현상인 나노사회. 예전부터 난 어느 집단이든 구속되는 것을 싫어했다. 특히 학교, 군대, 회사처럼 내가 원하지 않았음에도 어쩔 수 없이 속해야 하는 관계가 너무도 싫었다. 하지만 먹고 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이 그 안에 속하려 노력했다. 이젠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로 빠르게 변하는 듯하다. 웰컴!

따로 또 같이

보다 큰 흐름에서 나노사회가 미치는 영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나의 트렌드를 당신이 모르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라는 말처럼, 트렌드의 미세화를 촉발한다. 둘째, 개인의 성공과 실패가 각자의 몫이 되어버리면서 긱gig 노동을 마다하지 않는 노동의 파편화가 강해진다. 셋째, 가정이 분해되고 그 기능이 시장화되면서 사회 인프라와 유통업 등 산업이 세분화된다. - < 트렌드 코리아 2022, 김난도 외 > 중에서

저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개인적으로 아직은 심각성을 잘 모르겠지만 무엇이 걱정인지는 이해가 간다. 허나 나노화의 물결을 거스를 순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저자들이 우려하는 에코 체임버 효과를 상쇄하기 위한 노력을 개인 차원에서 실천할 필요는 있다.

정보의 선택권을 갖게 된 소비자는 역설적으로 자신과 견해가 같은 사람들과‘만’ 소통함으로써, 반대되는 목소리는 만나지 못하게 된다. 결국 같은 의견의 메아리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 ‘옳고’ 주변 사람들도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믿게 된다. 이를 반향실 혹은 에코 체임버 효과라고 한다. - < 트렌드 코리아 2022, 김난도 외 > 중에서

평시 = 개인, 전시 = 공동체

이미 오~래전부터 인류의 역사는 집단이 디폴트인 환경에서 개인이 디폴트가 되는 사회로 변하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코로나를 비롯해 여러 원인으로 인해 그 변화가 엄청 빨라졌을 뿐인거다. 결국 인간은 여느 때처럼 새로운 변화에 적응할 수밖에 없으니 집단의 끈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따로 해야 한다. 그것이 개인과 사회 모두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개인이 각자의 취향을 맘껏 추구하는 동시에 담 밖의 다른 무엇에도 공감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삶. 우리는 그런 삶을 통해 나름의 가치와 재미를 얻을 것이고 건강한 공동체 또한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차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나노사회의 시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첫걸음이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우연한 발견serendipity’의 재미를 깨닫는 것이다 - < 트렌드 코리아 2022, 김난도 외 > 중에서

다음 키워드는 '머니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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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부업러가 콕 짚어주는 디지털 부업 50가지
김진영 지음 / 굿인포메이션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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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해 내가 모르는 종류의 부업이나 새로 등장한 부업의 존재가 궁금해 읽은 책이다. 당연히 출간일이 21년 10월 15일로 비교적 최근 책이다. 정보 습득이 목적이었기에 훑어보기만 했으니 참고하시길.

저자는 이미 4년 전부터 부업러의 삶을 시작했다. 지금은 경제적 자유를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간접적으로라도 파이프라인이나 수익 인증을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있다(빠르게 훑어보기만 해서 못 찾았을 수도 있음).

구성

크게 두 챕터로 구성되어있다. 첫 번째 챕터에선 먼저 부업이 트렌드가 된 현 상황에 대해 논하고, 이어서 왜 지금 디지털 부업을 해야 하는지, 시작하기 전에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뿐만 아니라 유익한 팁에서 주의해야 할 점까지 다룬다.

군더더기 없이 아주 담백하게 꼭 필요한 내용 위주로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서 좋았다(읽기 편했다). 제목에서 보듯 애초에 '디지털 부업 50가지'를 기대하고 펼친 독자들에겐 앞선 부분들을 쓸데없이 어렵고 길게 늘어놓으면 입구에서 리턴하시기 십상이다.

두 번째 챕터에선 부업 50가지에 대해 정리했다. 전통적인 노동에서부터 SNS와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지식 또는 재능 공유, 적립식 만보기 앱, 캐시 워크 같은 초간단 리워드까지. 물론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진입 장벽이 꽤 있는 쇼핑몰 위탁 판매와 구매 대행도 빼놓지 않았다.

부업 춘추전국시대

정말 다양한 부업들이 존재한다. 내가 몰랐던 새로운 것들도 많았지만 안타깝게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들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잘 아는 분야들이라도 그것들을 모두 한곳에 모아놓고 보니 자연스레 특정 분야의 장점들을 비교하고 조합해보게 되었다.

이제 막 N잡의 세계에 입문 하신 분은 이 책을 입문서로 정하면 좋을 것 같다. 이미 이 바닥에 어느 정도 잔뼈가 굵으신 분은 나처럼 두 번째 챕터 위주로 읽으시길 권한다. 우리의 시간은 금보다 중하니깐 말이다.

생존을 위하여

이제 노동시장의 추는 점점 더 빠르게 N잡, 1인 기업가 쪽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실 부업이란 말도 맘에 안 든다. 평생직장은 커녕 본업마저 사라지는 시대를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다양한 직업들, 머니 파이프라인들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기본소득이 실현되는 그날까지 생존할 수 있다.

갑자기 뜬금없이 웬 기본소득이냐고? 기본소득이 아니고선 이 고용의 위기, AI가 주도할 4차 산업혁명 시대 속 노동의 딜레마를 풀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부터 빨리 적용해보고 다듬어나가야 하는데 이놈의 느려터진 정치권 하는 걸 보아하니 여든 야든 아주 그냥 하~세월이 걸릴 듯하다.

다시돌아와서;;; 밀리의 서재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읽은 책이지만 내 목적에 한해 기대 이상으로 유익한 시간이었다. 훑어보기 한 별점은 다섯 개 만점에 넷 반이다. 저자의 집필 의도처럼 40대 이상 초심자를 위한 입문서로도 제격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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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휴일 : 리마스터링
윌리엄 와일러 감독, 오드리 헵번 외 출연 / 클래식라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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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과 동시에 뉴스가 흘러나온다. 유럽 어느 왕국의 공주 앤(오드리 헵번)이 유럽 순방(?)의 고된 일정 중 로마에 도착했다. 잠깐 봤는데도 답답해 미칠 것 같은 일정이지만 공주는 우아함을 뽐내며 스케줄을 소화한다(구두 사건 빼고).

겉으로 보기엔 천상 공주지만 아직 장난기 가득한 꿈 많은 소녀인 앤. 결국 쌓인 게 폭발해 히스테리를 부리게 된다. 주치의는 그녀에게 수면제와 진정제를 처방하며 최선책은 잠시라도 그녀가 정말 바라는 걸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수면제의 약발 보다 의사의 말발이 더 셌다는 거... 그 길로 공주는 냅다 방 탈출을 해버리는데~

만인의 연인, 그 배우에 그 작품

1953년 작,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고전 오브 고전 <로마의 휴일>. 만인의 연인 오드리 헵번의 첫 주연작으로 원샷원킬루다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게 한 영화다. 헵번은 정말 '고전' 버프 따위는 필요가 없다. 지금 기준으로 봐도 너무나 매력적이다. '미모'라는 단어로만 재단하는 것마저 실례일 정도. 당연히 사진만으로는 알 수 없다. 분명 영상을 통해서야 그녀의 진가를 확인 할 수 있다.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껏 봐온 고전 영화 중 '고전'임을 감안하지 않아도 되는 몇 안 되는 작품이다. 자그마치 약 65년 전 영화인데 말이다. 보고 나면 가슴 한켠이 뭉클해지고 따뜻해진다.

방 탈출 이후

대사관저를 탈출한 그녀는 그제서야 약발이 오른 수면제 덕(?)에 길가 벤치에서 잠이 든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기자 조 브래들리(그레고리 펙)를 만나게 되고 그 둘은 평생 잊지 못할 로마에서의 휴일을 보낸다.

셀럽과 일반인의 스토리는 너무나 익숙하다. 하지만 주요 캐릭터의 매력과 의외로 잘 먹히는 유머 코드가 주는 재미가 상당하다. 특히 '트레비 분수'나 '진실의 입' 같이 영화를 안 본 사람도 오드리 헵번 하면 알만한 유명한 장면이 나오는 것도 관객의 흥미를 돋운다. 이 영화를 보면 로마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최소 한 번 이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편의 동화 같지만, 결말에 이르러 현실로 돌아온다는 점이 더욱 맘에 들었다. 특히 마지막 언론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헵번의 표정과 모두가 퇴장한 후 그레고리 펙이 담담한 듯 걸어 나오다 다시 뒤를 돌아보며 아쉬워하는 장면의 연출이 너무 인상적이다. 항상 여운이 남아 볼 때마다 그 장면만 다시 돌려보게 된다.

마무으리

새해 첫날, 첫 주말 밤 마음 따뜻해지는 클래식 영화 한 편과 함께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 세월의 벽 때문에 고전 영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분들께 이 영화로 시작해 보시길 권해본다. 별점은 다섯 개 만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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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K 블루레이] 예스터데이 (2disc: 4K UHD + 2D)
대니 보일 감독, 히메쉬 파텔 (Himesh Patel)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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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드림팀에 레전드 추가요

워킹타이틀 프로젝트, 대니 보일 연출에 리차드 커티스 각본 게다가 에드 시런의 출연 등 이 작품에 대한 기대를 크게 부풀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건 역시 위대한 ‘더 비틀즈’의 존재다. 그들의 음악을 영화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드림팀 + 레전드 = 평작(?)

하지만 너무나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다 보고 나서도 어딘가 아쉬움이 남았다. '즐겁게 잘 봤다.' 정도의 감상 그 이상을 받고 싶었나 보다. 참신한 설정이라지만 음악광이었던 어릴 적에 이런 상상을 자주 했었다.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과 그들의 음악들만 갑자기 사라진다면? ㅎ

스토리는 예측 가능한 도로로만 달렸다. 이런 진행은 이젠 솔직히 진부하다. 주인공을 뺀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에드는 배우가 아니니 제외)는 만족스러웠다. 미안하지만 주인공 히메쉬 파텔은 보컬 스타일마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좀 더 정확하게는 딱 워킹타이틀식, 영국식이라고 해야 할까? 정겹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은 추억의 영화로만 즐기고 싶다. 그나저나 릴리 제임스는 왜케 사랑스러운 걸까? 진짜 화가 날 정도여! ㅋㅋ

비틀즈 음악 영화를 꼭 이렇게 써야만 속이 시원했ㄴㅑ??

3번 연달아 봤다. 재미있어서가 아니다. 억울해서다. 솔직히 처음에는 진짜 뻔하다는 생각과 실망이 함께 왔다. 그나마 횟수를 더할수록 그런 마음은 수그러들었다. 이유를 몰랐지만, 지금은 그냥 릴리 제임스와 비틀즈의 음악이 그리했다고 믿는다. 무난한 워킹타이틀식 멜로영화다. 무난하다고 했지만, 솔직히 비틀즈가 없었다면 그저 그런 작품이다.

그건 그렇고 이왕 저작권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마당에 곡을 좀 더 화끈하게 길게 사용하면 어땠을까? <보헤미안 랩소디>(2018)처럼 아예 콘서트 형식으로 길게 끌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배우의 역량이 부족했을까? 아무튼 그랬다면 좀 더 점수를 줄 수 있었을 듯하다. 특히 비틀마니아들에겐 이 부분이 매우 아쉽지 않았을까? 싶지만 '북미, 영국 및 전 세계에서 영화 <어바웃 타임>의 흥행 기록을 모두 뛰어넘은 화제의 영화'라고 하니 나만 아쉬운 듯?ㅎ

가장 좋았던 부분은 비틀즈 곡 중에 내 최애 곡인 ‘The Long and Winding Road’가 나올 때와 극 중 ‘존 레넌’을 만나는 시퀀스다. 현실에선 너무 일찍 떠난 그가 아직 살아 있으며 원하는 삶을 후회 없이 살았다고 하는 그것 자체로 감동이었다. 성공한 삶과 행복한 삶은 별개라는 메시지야 뭐 두말할 것도 없고.

마무으리

참 애매한 영화다… 멜로 영화로도 음악 영화로도 선뜻 추천하기가... 그래도 시간이 아까운 정도는 아니다. 다만, 기어이 보겠다면 너무 기대하고 보지 말 것! 별점 다섯 개 만점에 넷(비틀즈 빼면 셋)

그나저나 비틀즈의 음악은 정말 신비하다. 동시대나 그 이후 708090 음악들은 요즘 음악과 비교할 때 시대 보정(?)으로 가점을 주게 되는데 비틀즈의 음악은 그딴 거 없다. 그냥 좋다. 이런 게 진정한 클래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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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 - 동물농장.1984년 e시대의 절대문학 6
조지 오웰 원작, 박경서 지음 / 살림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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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다. 원래 다큐 영화와 리얼리즘 문학을 선호하거니와 오웰만큼 삶이 흥미로운(?) 작가도 드물기 때문이다.

그는 '대영 제국의 부족한 것 없는 집안의 엘리트'라는 물질적 지위를 내려놓고 고난이 훤히 보이는 정치적 작가의 길을 걸었다. 그의 삶과 작품은 마치 거울처럼 서로를 투영하기에 오웰은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인물이다.

전작 읽기 1번 타자

어느 날 조지 오웰의 전작 읽기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자기 전에 누워서 책장을 훑어보는 데 오웰의 거의 모든 작품이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이 시작이었다. 소설 외에 에세이와 몇 권의 관련서도 있었기에 이 책 <조지오웰>(박경서, 살림, 2005)을 1번으로 정했다. 뭐든 처음은 제일 무난한 책을 선택해야 하니깐.

이 책은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과 그의 대표적인 두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쓰였다. 이 책에서 나의 주된 관심사는 20세기 전반 영국의 모더니즘 문학의 토양 속에서 당대의 '정치 이데올로기'와 '인간의 삶'을 묘사한 '정치소설가'로서의 오웰과 그의 작품을 살펴보는 것이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2부와 3부는 단순히 오웰의 대표작인 <동물농장>과 <1984년>을 축약한 것(2부 : 저자 피셜 '리라이팅')과 조지 오웰 관련서 목록과 연보(3부)다. 그래서 난 1부만 읽었다(?). 1부는 총 3장으로 되어있다. 오웰의 삶과 작품을 다룬 1장과 그의 정치적 글쓰기에 관해 이야기하는 2장, 나머지 3장은 <동물농장>과 <1984년>에 대한 작품론이다.

에릭 블레어에서 조지 오웰로

1927년 휴가차 영국에 온 블레어는 제국주의 경찰을 그만두기 위해 그해 가을 사표를 낸다. "나는 제국주의뿐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는 모든 형태로부터 도피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그때 가졌던 괴로운 심정을 밝히고 있다. - 29p

그는 그렇게 작가의 길을 걷는다. '제국 경찰 에릭 아서 블레어'에서 '정치적 실천적 작가 조지 오웰'로 재탄생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가 더 특별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특정 종교, 특정 민족, 특정 사상의 추종자가 아니라 그것 위, 또는 그 모든 것의 베이스에 '인간'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을 억압하는 그 어떤 것도 그에겐 쓸모없는 것…. 이라기 보다 위험한 것이다.

불가피한 선택

그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 맹목적이 되거나 염세주의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치적 글쓰기를 택했다. 아니 택해야 했다. 당시 그의 기준에 그것은 불가피했으니까.

오웰은 작가가 글을 쓰게 되는 동기는 '순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 등 네 가지가 있는데, 평화로운 시기에 살았더라면 정치적 목적보다는 앞의 세 가지를 더 중요시했을 것이라고 적고 있다. - 70p

작가란 무엇인가

이 책의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1부 2장 오웰의 정치적 글쓰기'였다. 오웰은 당대 영국 문단에선 별종에 가까웠다고 한다. 대부분의 작가가 정치에는 무관심한 체 모더니즘에 빠져있었다. 정치와 사회문제보다는 '개인', 주제보다는 '형식'에 더 심취한 것이다.

물론 한 명의 예술가가 어떤 가치에 집중하는지는 본인의 자유다. 그래도 지극히 혼란스러운 시기에 현실 사회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결과물에만 침잠하는 작가가 그렇게 고와(?) 보이지도 않는다.

그는 시대와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당대의 정치 상황과 그것에 희생당하는 인간의 모습을 제대로 전달해줄 누군가가 이 세상에 나타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가는 바로 그런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 73p

마무으리

이 책은 살림 출판사의 'e시대의 절대문학 시리즈'다. 특정 작가나 작품의 입문서로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특히 평소 책과 친하지 않은 분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크기와 두께다.

원작을 읽기 전이나 후에 가볍게 읽으면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근데 '리라이팅'은 굳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 독자들이 원작은 아예 읽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담은 것도 같은... 설마 분량 채우려고 넣지는 않았을 거고... 아무튼 별점 다섯 개 만점에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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