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답니다.
누군가로부터 도라지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화천 살던 때가 언듯 생각났지요.
사년전에 저는 처음으로 강원도라는 곳으로 이사를 갔지요.
처음으로 강원도라는 곳에 살게 되었다는 두려움을 잔뜩이나 안고 우리 가족은
포장 이사짐 차를 따라 굽이 산길을 몇번이나 돌아 화천이라는 곳으로 갔지요.
그곳에 살면서 옛날 동화속에 나오는 첩첩 산중이란 말을 실감하며 호랑이가 산을
하나 넘을때마다 나타나 떡을 달라고 했던 동화가 그저 지어낸 옛날 이야기가 아니고
사실이었겠구나..하며 몸서리치고..
그래요. 화천하고도 더 멀리 들어간 풍산리 골짜기는 제가 살기에
너무나도 두려운 곳이었죠...하지만 이사 온지 얼마 안되었는데 꼭 그림에서나 본
그런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지는걸 보고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십일월에 이사를 했건만 그곳은 워낙에 추운 곳이라 눈도 빨리 내리더라구요.
아파트 앞 풍경은 말 그대로 날마다 신선이 내려와 그려놓고 가는 겨울 산수화가 펼쳐지고
봄에는 아래쪽에서 부터 초록으로 물들기 시작해서 여름이 되어야 잔설이 녹으며
산꼭대기에는 초록이 되었지요..
이렇게 그림같은 풍경을 마주하며 삼년을 살았지요.
그곳에서 군대 생활을 했던 울 형부는 눈이 조금만 많이 내려도 염려되어 전화하시고
비가 조금만 많이 내려도 염려가 되어 전화를 하시곤 하셨지요.
어느 눈 많이 내리던 날 언니는 전화를 걸어
"니네 형부가 니네 눈속에 파 묻히지 않고 살아 있는지 전화 해 보란다."
하하하~~~
난 강아지마냥 신나서 아이들 사진찍어 주느라 눈속을 헤치며 다니는데..
이 한여름에 겨울을 이야기 하니 시원하죠?
그러다 큰아이가 전교생 마흔명도 안되는 곳에 입학을 하게 되었답니다.
저는 아이가 다니는 찻길이 위험해서 아침에는 산책겸 데리고 학교엘 가고 끝날때쯤이면
아이를 데리러가서 함께 손잡고 돌아오는 길에는 참으로 이쁜 꽃들이 많이 있었답니다.
거기에서 도라지꽃을 보았답니다.
흰색과 보라색으로 온 밭에 흐드러지게 피어 그렇게도 곱던 도라지꽃....
어릴적 한두개를 보았었는데 한꺼번에 어울려 피어 있는 도라지는 처음이었기에
너무나도 이쁘더라구요..
그때는 지나치면서 한참씩 쳐다보곤 했었답니다. 그 후론 잊고 살았나 봅니다.
친구의 멜 속에서 발견하기 전까지는......
도라지꽃 흐드러지게 피어있을!
그리운 얼굴들이 정겹게 살고 있을 그곳에 잠시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2001.8.18.박이화
화일 정리하다가 예전에 원주 방송국에 보내서 가족 사진 찰영권을 받은 글을 옮겨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