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내가 고등학교 2학년때 나온 책이다.
아마도... 아는 이가 별로 없는 책일터인데 그 사연인즉슨...
그 당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성만화가 9분이 모여서 만든 동호회지이다.
작품이 실린 순서로 회원 구성을 보면 신일숙,황선나,김진,이정애,김혜린,서정희,유승희,이명신,황미나 모두 9명이다.
황선나는 황미나의 친동생.
이 책이 나온다는 안내를 어느 단행본에서 보고 신청 엽서를 보냈는데 당첨(?) 됐다고 황미나님의 화실로 직접 받으러 오란다.
당시 서울의 한구석 불광동에서 살던 나는 황미나님의 화실이 있는 봉천동은 정말 멀고 먼 미지의 세계였다.
학교 끝나고 어떻게 어떻게 찾아간 곳은 별천지... 였다고 기억을 해야 하는데 사실 별 기억이 없다 -_-
그저 책을 공짜로 받아서 너무 좋아서 입이 귀에 걸려 돌아온 기억 밖에는...
다음해에 2권이 나왔다. 1권에 이어서 이번에도 역시 비매품.
난 다시 신청을 해서 2권도 소장할수 있는 운명을 맞이했다 ㅠ.ㅠv
이번 2호에선 김진과 신일숙이 탈퇴하고 고상한이라는 고상한 이름을 가진 남자회원이 가입했다.
남자가 들어왔다고 만쉐이~ 를 부를 상황이 아니었다.
이미 순정만화에 포옥~ 빠진 나는 남자 필요없다! 김진과 신일숙을 돌려다오! 를 외칠 상황이었으니까...
2권은 어떻게 받아왔는지 생각이 안난다... --;;
가서 받아왔는지 집으로 보내줬는지 도대체 기억이 안나니 이를 어쩐단 말인가...
중요한건 아직도 내 손에 있다는 것 ^^
다행스럽게도 87년데 3권이 나왔다.
그런데 이번 책은 서점에서 팔았다!
비매품으로 나왔으면 어쩌면 갖지 못했을 책인데 서점 진열장에 놓여있는 모습이 눈에 띄어서 덥썩 물어왔다.
87년에 2,500원이면 절대 저렴한 가격이 아니리..
이번 호에는 김미상이 새로 회원가입해서 작품이 실렸다.
상업적 냄새가 슬쩍 묻어나기 시작해서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답던 '아홉번째 신화' 는 3권으로 끝이었다.
다음해부턴 비매품으로도 매품으로도 안나와 줬다. ㅠ.ㅠ
아마 지금 대한민국에 이 책, 몇 권 없으리라 생각한다.
내 끝을 알수없는 만화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소장이라는 기적을 일으켰고 만족이라는 결론을 거머쥐었다고 본다.
황선나 작가는 그림체가 참 거칠다. 내용도 매끄럽지 못하다.
황선나의 만화를 보면 만화에 대한 사랑과 노력은 분명히 보이지만 이걸로 밥 벌어 먹긴 힘들겠구나.. 싶다. (황선나님. 어설프기 짝이없는 독자의 혹평에 노여워 마소서... )
울 혜린님♡은 뭐 워낙 출중하셔서 더 말도 필요 없고... ^///^
(혜린님의 작품들은 데뷔 20주년 단편집에 모두 수록이 되어있다)
지금은 책장 제일 안쪽에 꽂혀있어 1년에 한 번도 햇볕 쬐기 힘든 책이지만
표지만 봐도, 옆구리만 쳐다봐도 뿌듯해 지는 책들이다.
딴소리 하나...
황미나님 화실 하니까 생각나는 일화.
고등학생때 난 장래 희망을 만화가로 갈것인가 심각한 기로에 놓인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때 아마추어 만화 동호회 가입도 해보고 만화가 분들 화실도 찾아다니고 했었다.
찾아간 만화가분은 황미나님과 박연님..
워낙 얼떨떨한 무스탕이라서 그 때 찾아가서 뭘 했는지 기억에 남는건 몇 가지 없는데
아직까지 분명하게 기억에 남는건 너무나도 두근거리던 여린 가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