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독'이 책벌레인 소녀와 대화를 나누며 외부와 소통하는 장면은 흑인판

레옹의 한장면 같습니다.단지 다른 점이라면 레옹에서의 마틸다가 소녀같지 않은

소녀였다는 점입니다.^^

 

감 독
짐 자무쉬 (Jim Jarmusch)    
 
출 연
포레스트 휘태커 (Forest Whitaker) .... 고스트 독
존 토메이 (John Tormey) .... 루이
클리프 고먼 (Cliff Gorman) .... 써니 발레리오
헨리 실바 (Henry Silva) .... 바고(보스)
이자크 드 방콜레 (Isaach De Bankole) .... 레이몽
트리샤 베시 (Tricia Vessey) .... 루이즈 바고
카밀 윈부쉬 (Camille Winbush) .... 펄린
 
각 본
짐 자무쉬 (Jim Jarmusch)    
 
제 작
리차드 과이 (Richard Guay)    
 
음 악
프린스 라킴 (RZA)    
 
촬 영
로비 뮐러 (Robby Muller)    
 
편 집
제이 라비노비츠 (Jay Rabinowitz)    
 
미 술
테드 버너 (Ted Berner)    
 
의상
존 A. 던 (John A. Du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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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가이가, 황금날개, 골라이온, 게타로보, 게타로보G

16위 가오가이가

가장 순수하게 로봇에 열광하는 것은 아이들이다. 그래서 로봇이 어린이 친구와 함께 악을 무찌르는 정의의 용사로 나오는 작품은 방송국 단골 메뉴이다. 가오가이가는 끝없는 용기와 정의감에 불타는 주인공, 변신 합체를 통한 파워업, 말을 할 줄 알아 친밀한 감정 교류가 가능한 일련의 용자 로봇 미학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정해(치유)를 맡는 초등학생 마모루와 전투를 전담하는 20대의 청년 가이로 이원화된 주인공 시스템. 이는 가혹할 만큼 격렬한 전투를 치르는 것이 어린이가 아니라는 해법으로 표현 수위의 한계를 확장했다. 덕분에 이 작품은 아동은 물론 청소년층 이상까지 매료시켰다. 화려함이 극치에 달한 합체씬, 풍부한 조역 메카, 공구형 무기 디자인의 참신함, 개성 만점의 등장 인물 역시 장점이다. 호기롭게 선언한 "용자왕"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 (송로사)

17위 황금날개

김청기 감독 등 <로보트 태권V>를 만든 주요 멤버들이 의기투합해 1978년 선보인 <로보트 태권브이와 황금날개 1.2.3(이하 '황금날개')>의 주인공 캐릭터. <황금날개>는 지구를 지배하려고 하는 외계인과 황금날개 삼총사가 벌이는 한판 승부를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평소 소심하고 겁 많은 고아이지만 한번 변신하면 절대적인 초능력을 발휘하는 황금날개 1호, 표범의 모습을 가진 황금날개 2호 검은표범, 지구를 수호하기 위해 산업용 로봇에서 공격용 로봇으로 개조된 황금날개 3호 청동거인 등이 외계 무리에 맞서는 주인공이다. 특히 드라마의 갈등 구조 등 다른 애니메이션에서는 보기 힘든 탄탄한 스토리로 어린이 관객을 더욱 매료시키기도 했다. <로보트 태권V>의 전성기에 '태권V' 제작진의 손에 탄생한 황금날개 삼총사는 <로버트 태권V와 황금날개의 대결>에서 강적 태권V와 맞붙게 된다. 그러나 3호 조종사 뚝심이가 죽고 황금날개 1호의 정체가 드러난 후 황금날개 시리즈는 더이상 탄생하지 않았다. (김영훈)

18위 골라이온

강력한 힘을 믿고 신에게 대항하다 신체를 5개로 분리당한 비운의 로봇. 검은색, 붉은색, 녹색, 푸른색, 노란색의 다섯 마리 사자가 각각 머리와 양쪽 팔, 양쪽 발로 합체하는 대표적인 변신 합체 로봇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어떤 물체라도 한번에 벨 수 있는 ‘십왕검’과 가슴에 새겨진 마크에서 발사되는 ‘크로스 빔’ 등의 필살기뿐만 아니라 조종사의 마음을 읽고 움직이는 비범한 재주까지 발휘해 로봇계의 절대 강자가 됐다. 반인 반수의 가르라 제국에 대항하는 다섯 청년이 이웃 혹성 알테이어 왕국으로 도망가 골라이온을 만나면서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시작된다. 다섯 명의 청년 중 푸른 사자에 탔던 김인식이 전사한 후 알테이어의 팔라 공주가 직접 푸른 사자의 파일럿으로 나서기도 했다. 깔끔하고 파워 있는 메카닉 디자인과 박진감 넘치고 판타스틱한 출격 장면 그리고 ‘다섯이 하나의 길을 간다~’로 이어지는 주제가도 빼놓을 수 없는 골라이온의 백미. 특히 80년대 초 비슷한 시기에 출현한 골든라이탄, 갓마즈, 브라이거 등 다른 로봇에 비해 완구와 프라모델 시장에서 유독 인기가 많았다. (윤혜정)

19위 게타로보

합체 변형 로봇의 원조 로봇. 1972년 마징가 Z보다 2년 늦게 선보인 게타로보는 일본에서도 처음으로 변형, 합체의 획기적인 메커니즘을 도입했다. 인디언 전사의 이미지를 로봇 디자인에 도입하고 전대미문의 특수 효과를 사용하는 등 새로운 시도도 뒤따랐다. 보통 일체형 로봇과 이를 조종하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기존의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세 명의 주인공과 세 대의 로봇이 등장하고 훨씬 다각화된 드라마가 펼쳐진다는 점도 게타로보가 일군 성과다. 특히 게타로보의 개성 만점 삼총사 열혈(료우마), 냉소(하야토), 코믹(무사시)이 만들어내는 청춘 드라마는 로봇에 더욱 신선한 힘을 불어넣었다. 게타로보는 원래 3단 가변식 우주 개발용 로봇으로 개발됐지만 갑작스런 공룡 제국의 공격을 계기로 전투용으로 개조되며 그 진가를 발휘한다. 출동할 때 이글호, 재규어호, 베어호 세 대의 전투기로 출격하며 합체 순서에 따라 게타 1,2,3호라는 세 가지 형태의 로봇으로 변형된다. 국내에서는 TV로 방영된 적이 없는 터라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슈퍼 로봇 대전>과 같은 게임 마니아들의 열혈 지지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윤혜정)

20위 게타로보G

전작 게타로보가 선보였던 '변신과 합체'의 미학을 계승 발전시킨 작품. 원작자 나가이 고가 자동차 추돌 사고에서 얻었다는 '로봇 3대 합체'의 아이디어는 단순한 합체가 아니라 평소에는 3명의 파일럿이 따로따로 운용하는 3대의 메카닉이 합체하여 하나가 되는 것이다. 게타의 이러한 획기적인 성능은 <게타로보G>에 이르러 더욱 다이내믹해진다. <게타로보>의 게타 1, 2, 3 세 로봇은 각각 게타 드래곤, 게타 라이거, 게타 포세이돈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과거의 게타와 달리 처음부터 전투용으로 제작된 터라 성능도 더욱 강해졌다. 게타로보G의 'G'는 'GUTS', 즉 용기, 기력, 베짱, 근성이라는 뜻의 속어인데, 이는 게타로보 시리즈가 '열혈과 근성'을 모토로 삼는 거대 로봇물의 컨셉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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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2D2, 태양의 사자 철인 28호, 철인 28호,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마크로스

11위 R2D2

어쩌면 <스타워즈> 시리즈의 진정한 영웅은 바로 이 로봇이 아닐까? 미래의 제다이에게 레아 공주의 홀로그램 메시지를 전달하고 우주선의 시스템에 침입해 잠겨진 문을 열고 전투기를 조종해 제국군을 무찌르고 말 많고 허둥대는 3PO의 뒤치다꺼리를 해주고… R2D2는 나부 행성에서 온 아스트로메크 드로이드(astromech droid) 타입의 로봇으로 아미달라 여왕의 손으로 <스타워즈>의 세계에 들어와 어느 주인공보다 오랫동안 활약하고 있다. 컴퓨터 인터페이스로 모든 기계를 조작하고, 몸에 지니고 있는 각종의 유용한 도구로 가제트와 맥가이버 못지 않은 서바이벌 능력을 보여준다. 약점이라면 현대어를 구사 못하고 겁쟁이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인데, 둘 다 3PO가 해결해준다. R2D2는 서구 SF에서는 보기 어려운 우호적인 로봇으로 잡지 ‘더 페이스’에서 실시한 유명인 인지도 조사에서 영국인의 89%가 그를 안다고 대답, 당당 1위를 차지했다. (이명석)

12위 태양의 사자 철인 28호

80년대 중반 비디오가게 박스 오피스가 있었다면, 애니메이션 비디오 부문 1위는 틀림없이 <태양의 사자 철인 28호>가 차지했을 것이다. 비디오 플레이어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그 시절, 56화(51화?) 전편이 국내에 모두 출시됐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지금도 청계천 중고 비디오 도매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만화영화 타이틀 중 하나는 <태양의 사자 철인 28호>다. <태양의 사자 철인 28호>는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1962년 작 <철인 28호>를 80년대 초반에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의 원점인 <철인 28호>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한다는 것이 제작진의 목표였다. 철인의 동력은 태양 에너지로 바뀌었고, 주인공 가네다 쇼타로의 직업도 사립 탐정에서 인터폴(국제 경찰)로 바뀌었다. 나중에 등장한 <기동경찰 패트레이버>가 이 작품의 영향을 받았다고 실토할 정도로 세련된 작품으로 완성됐다. 성우 최수민(주인공 현우 역)씨와 황원(이경장 역)씨가 콤비를 이뤄 부른 “악~마가 지구를 노리고 있다~”는 주제가는 지금도 기억이 새롭다. (이종원)

13위 철인 28호

<철인 28호>는 두말할 것 없이 일본 최초의 거대 로봇이다. 이 작품은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1959년 작 원작 만화가 발표된 이래 1962년 최초의 로봇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기념비적 존재다. 리모컨으로 조종되는 땅딸막하고 둥근 거체는 지금 보아도 친근감이 느껴진다. 이처럼 친근한 추억에도 불구하고 '철인'의 탄생에는 전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원작에 따르면 '철인'은 원래 2차 세계대전 중 전쟁 병기로 만들어진 병기다. 당시 구 일본군은 '철인 보병 계획'을 수립하고 철인 1호부터 27호까지 완성시켰다. 철인 28호는 완성 직후 미군의 폭격을 맞아 역사 속에 묻혔으나, 전쟁 후 주인공 가네다 쇼타로에 발견되어 정의의 사도가 된다는 것이 원작의 줄거리다. 전후의 애니메이션이라고 이해하려 해도 어쩐지 씁쓸한 맛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이종원)

14위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로봇은 어차피 기계다. 말하자면 약간 복잡한 중장비일 뿐이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의 패트레이버는 아마도 이 순위 리스트 중 가장 덜 인격화된, 가장 기계다운 로봇 캐릭터로 보인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는 1988년 유우키 마사미의 만화와 오시이 마모루 연출의 OVA로 먼저 선을 보이고 이후 TV와 극장판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둘은 스토리 라인과 극의 분위기가 상당히 다른 편이다. 그러나 그 골간을 이루는 로봇 패트레이버의 성격에는 어느 정도 일관성이 존재한다. 시대는 근 미래(그래봤자 1998년 직후), 레이버(Labor)라는 중장비 로봇이 산업과 군사용으로 보급되어 나가고 있을 때다. 패트레이버(Patlabor)는 문자 그대로 경찰용(Patrol)의 레이버로, 특차 소대원들의 조종으로 범죄자를 퇴치한다. 직립 보행하는 로봇을 운전하는 어려움, 범죄자의 로봇 탈취와 같은 로봇을 둘러싼 많은 현실적인 설정이 인격 없는 로봇 패트레이버의 개성을 만들어낸 듯하다. 패트레이버는 한편으로는 <기동전사 건담> 이후 전개된 리얼 타입 로봇의 새로운 전통, 다른 한편으로는 폴 버호벤의 <로보캅>이 보여준 로봇 경찰의 활력을 이어받고 있다. (이명석)

15위 마크로스

<기동전사 건담>이 리얼 로봇의 포문을 열었다면,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는 이를 활짝 개화시켰다. 설문에는 그냥 "마크로스"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작품 <마크로스>에서 메카닉인 "마크로스"가 차지하는 위치는 다소 미묘하다. 시청자들을 열광시키며 후세의 여러 로봇에 영향을 미친 것은 "마크로스"라기 보다는 "발키리"라는 가변 전투기이기 때문이다. 내부에 도시 하나가 건설될 정도로 거대한 마크로스는 거함·거포주의에 입각해 있으며, 직접 육탄 공격을 감행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전략 요새라는 느낌이 강하다. 반면 현용 병기인 전투기에서 가워크 형태를 거쳐 인간형 배틀로이드로 변형하는 발키리. 이는 완전 양산형 군수품으로 일정한 파일럿 교육과 훈련을 거쳐 탑승하게 된다. 병기이긴 하지만 여전히 주역 로봇은 당대 최강의 유일무이한 존재이던 과도기적 설정의 초기 리얼 로봇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덕분에 지상전용 데스트로이드 같은 메카닉은 후속 시리즈에서 자취를 감추었지만 발키리만큼은 계속 진화한 모습으로 재등장하게 된다.

1999년 남아타리아섬에 추락한 이계 문명의 유산 마크로스 역시 시리즈의 상징물로 명맥을 유지하기는 하지만 병기로서의 활약은 줄어들었다. 전쟁, 사랑, 음악이라는 철의 3각 구도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아이돌 가수 린 민메이의 폭발적인 인기와 더불어, 무수한 미사일이 우주 공간을 날아가는 궤적 묘사로 화려한 전투씬의 영상 미학을 창조했다. 국내에서는 AFKN에서 방영된 미국식 편집 버전 <로보텍>으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비디오, 소설, 문방구에서 파는 백과류 책자를 통해 입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SBS에서조차 로보텍 버전으로 방영되고, 이로인해 후반부에 대한 한국어 더빙이 없어 DVD마저 완결편까지 나오지 못한 질긴 악연으로 꼬인 작품이기도 하다. 심지어 <기갑창세기 모스피다>가 <마크로스>라는 이름으로 방송되는 웃지 못할 일까지도 겪었다. 이런 불운에도 불구하고 마크로스는 84년작 극장판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를 통해 불멸의 명작 반열에 올랐다. 그 압도적인 퀄리티는 지금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송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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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에반게리온, 기동전사 제타 건담, 짱가, 메칸더 V

6위 건담

1979년 <기동전사 건담>으로 촉발된 리얼 로봇의 흐름은 그간 절대적인 인기를 누렸던 슈퍼 로봇에 대한 도전이었다. 군수품으로서의 로봇이라는 신개념을 선보인 건담은 2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꾸준히 후속 시리즈를 내며 사랑받고 있다.

UC 0079년, 부패한 지구 연방의 우주 콜로니에 대한 강압적인 식민 정책은 1년 전쟁 발발의 기폭제가 되었다. 레이더를 무력화시키는 미노프스키 입자와 2족 보행형 모빌 슈츠를 앞세운 지온군에게 지구 연방군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이에 접근전용 병기 개발을 위한 V 작전이 입안되고, 군의 예산과 군수 기업의 기술력이 합쳐져 건담이 제작된다.

이렇듯 뚜렷한 역할 분담,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갖춘 세계관은 건담이 군담(軍譚)과 맞닿아 있음을 드러낸다. 징병된 군인들은 정치, 경제적 이해 관계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전개되는 전쟁 속에 성장하고, 죽어갔다. 이는 로봇에 주인공을 투사하여 선악 구도로 이끌어가던 기존의 흐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건담 RX-78-2는 우주에 진출한 인류에게서 자연 발생한 보다 진화된 인류(뉴타입) 아무로 레이를 만나 백색의 사신으로 맹위를 떨친다. 지온군 샤아 아즈나블과의 숙명적인 라이벌 구도도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모노아이의 지온측 쟈쿠의 카리스마도 대단했다. 양산형의 로봇들이 병사들에게 지급되는 구조는 확실히 진일보한 것이었지만, 슈퍼 로봇의 잔재가 여전히 보이는 설정도 꽤 있었다.

이런 건담 시리즈중 국내에 정식 방영된 것은 <우주의 보라매>로 둔갑한 <기동전사 건담 0083 극장판>과 90년대식 미소년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신기동전기 건담 W> 뿐이다. 사실 79년작 퍼스트 건담의 본편을 실제로 본 사람은 극소수의 마니아들 뿐이다. 적어도 98년에 일본에서 퍼스트 건담의 LD-BOX가 발매되기 이전까지 일반적인 한국인들에게 있어 건담은 실제로 볼 가능성이 거의 없는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담의 인지도가 이토록 높은 데에는 다이나믹 콩콩대백과와 프라모델의 공이 지대하다. 세부 텍스트의 정밀성은 떨어졌지만 관련 정보가 척박한 한국 실정에서 이 책은 다량의 화보를 곁들인 건담에 관한 경전이나 다름없었다. 여기에 직접 만들어 봄으로써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프라모델 역시 인기 품목이었다. 게다가 초기 PC 통신 동호회 등에서 치열하게 전개된 밀리터리 위주의 구건담계와 상업적 포맷으로 무장한 평성 건담계간의 논쟁은 화제 거리였다. 덕분에 왠지 건담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반드시 봐야만 하는 필수 과목 같은 이미지를 구축하였다.

그러나 이제 건담은 일개 병기를 넘어 그 자체가 경쟁력 있는 브랜드가 되었다. 즉 시대적 배경도, 컨셉도 다 제각각인 무수한 로봇들이 건담이라는 이름하에 군체를 이루고 있는 하나의 장르로 확대된 것이다. 결국 건담은 리얼 로봇을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으며, 그 기원에는 바로 건담 RX-78-2로 대표되는 퍼스트 건담이 존재한다. (송로사)

 

7위 에반게리온

90년대에 들어 일본 애니메이션계가 매너리즘에 빠진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됐다. 안정적인 이윤 추구를 위해 인기가 검증된 장르에 대한 컨셉 모방이 반복되고, 돌파구를 찾지 못한 기획자들은 과거의 히트작에 대한 리메이크에 열을 올렸다. 물론 그중에는 기존 시리즈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창조적인 변주를 선보인 작품도 있었지만 대개는 퇴행적 복고에 머무르는 우를 범했다.

그런 점에서 1995년에 나온 <신세기 에반겔리온>은 하나의 컬쳐 쇼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작품은 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전파되면서 한국에서도 좁은 마니아의 범주를 뛰어넘는 신드롬을 일으켰다. 정식 수입이 되기도 전에 영화지나 문화지의 테마로 심심찮게 등장할 정도였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90년대의 최대 화두인 인간 소외와 고독의 문제를 실험적인 연출로 다루었다는 점은 호사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범용 인간형 결전 병기 에반겔리온, 통칭 에바. 이는 우리편임이 확실한 슈퍼 로봇도, 전쟁에 휩쓸린 인간들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밀리터리계 리얼 로봇도 아니다. 경찰차, 소방차, 기차등 비교적 친숙한 메카닉이 변신 합체를 하는 용자 로봇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에바는 금속성 메카닉이 아니라 생체이다. 악역에 더 어울릴 듯한 흉측한 외모에, 끔찍한 괴성을 내지르며, 심지어 폭주를 하는 경우도 있다. 덕분에 본편 중에는 두개골을 관통당해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는 초호기의 모습이나, 사도에 감염된 3호기의 목을 비틀어대는 유혈 낭자한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기존의 어떤 작품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에바의 처절한 전투는 원시적인 야만성과 폭력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심지어 생물적 본능에 충실한 에바가 적인 사도를 쓰러뜨린 후 그 내장 기관을 뜯어먹는 엽기적인 모습까지 연출된다.

게다가 우리가 알고 있는 에바의 모습은 그 힘을 억제하기 위해 씌운 구속 장치의 외형일 뿐이며, 선발되었다는 파일럿들은 비뚤어진 성격이나 사회 부적응 성향을 보이는 소년, 소녀들이다. 하지만 에바와의 싱크로율이 높을수록 에바의 고통이 탑승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설정은 사지에 내몰린 어린 파일럿들의 발버둥질을 차마 보고 있기 괴롭게 만들기도 한다.

세컨드 임팩트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재림한 정체 불명의 사도, 그에 맞서 표면적으로는 인류를 구한다는 임무를 띈 악마적 속성의 에바. 선악 구분이 모호한 혼란의 연속이다. 그러나 세기말의 불온한 기호에 영합한다고 폄하하기엔 에바의 설정과 세계관이 너무도 치밀하다. 성경을 끌어들여 묘하게 고조시킨 긴장감, 마니아의 지적 욕구를 자극하는 무수한 자료는 에바가 추구하는 바를 또렷하게 보여준다. 그 자신이 마니아나 오타쿠의 성향을 가졌기에 제작사인 GAINAX의 스탭들은 시청자의 기호와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을 잘 파악했다. 낯설고 편치만은 않은 연출을 통해 새로움을 모색하는 창작자. 스토리 진행이 뻔히 보이는 타성에 젖은 장르 안주형 로봇에 물리기 시작한 시청자. 에바는 이들이 의기투합하여 낳은 이색적이고 특이한 해답인 것이다. (송로사)

8위 기동전사 제타 건담

우리나라에서 <제타 건담>을 키운 8할은 해적판이었다. <제타 건담>은 국내에서 만화영화 한편 정식으로 방송된 적이 없음에도 인기가 높다. 만화영화가 아닌 다른 매체를 통해 한국 어린이들에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바로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의 '미니 대백과 시리즈'와 '아카데미 과학 조립식'으로 대표되는 해적판들이었다.

80년대 당시 1,000원짜리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의 '미니 대백과 시리즈'는 로봇에 심취한 남자 아이들의 바이블이었다. 같은 시기에 봇물 터지듯 쏟아졌던 일본만화 해적판 가운데서도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는 미려한 번역과 깔끔한 편집으로 단연 돋보였다. 그리고 '미니 대백과 시리즈' 라인업 40여 권 중에서 절반 가까운 20여 권을 차지한 것이 바로 <제타 건담> 시리즈였다. '미니 대백과 시리즈' 는 세련된 모빌 슈트 설정 자료와 진지한 줄거리를 소개하면서 남자아이들의 상상력을 한껏 부풀렸다. 자연히 <제타 건담>에 대한 어린이들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학교 근처 문방구 한 쪽에 가득 쌓였던 이른바 '조립식'도 당시 남자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또 하나의 보물이다. 100원짜리 담뱃갑만한 로봇부터 1만 원짜리 완전 작동 탱크까지 수많은 조립식이 있었지만, 그중 가장 조립하기 어렵고 '뽀대나는' 조립식은 아카데미 과학의 2,500원짜리 '제트 건담'이었다. 손가락 하나하나가 움직이는 섬세한 설계에 비행기인 '웨이브라이더'로 변신하는 복잡한 구조여서 어린이들이 조립하기엔 결코 쉽지 않았다. 비행기로 변신하는 이 건담 역시 일본 반다이사 프라모델의 해적 카피판이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에서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1986년 방송 당시 <제타 건담>의 시청률이나 인기 순위는 같은 제작사인 '선라이즈'가 만든 <더티 페어>보다도 뒤졌다. 제작 수익의 상당 부분은 '건프라'라고 불리웠던 반다이사 건담 프라모델과 관련 설정 자료집의 매출액이 차지했다. <제타 건담>의 변신도 프라모델 판매를 염두에 둔 것임은 물론이다. 이에 대해 메카닉 디자이너 후지타 카즈미는 "건담을 '발키리'처럼 변신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마크로스>를 <제타 건담> 제작진들도 상당히 의식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첫 방송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제타 건담> 프라모델의 인기는 한국이나 일본 모두 지금도 여전하다. 일본의 프라모델 메이커는 3만 원에서 수십 만원대의 다양한 <제타 건담> 프라모델을 개발해 불티나게 팔고 있다. 해적판 조립식을 찍어 팔던 아카데미 과학은 이제 일본제 건프라의 한국 내 정식 수입원이 됐다. 그 시절 2,500원짜리 해적판 '제트 건담'을 만들던 10대 어린이도 이제는 2~30대 청년이 되어 수십 만원짜리 '퍼펙트 그레이드 제타 건담'을 구입한다. 해적판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온 <제타 건담>은 이제 '어른들의 장난감'이 되었다. (이종원)

9위 짱가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요즘 현대인 가운데 이 노래를 듣고 <우주소년 짱가(이하 '짱가')>를 연상하는 사람이 아직 남아 있을까? 탤런트 전원주씨가 지붕 위를 날아다니는 복고풍 CF를 떠올린다면 차라리 낫다. 기껏 가수 김건모씨나 코미디언 최양락씨가 부른 <짱가> 노래를 생각하기 십상이다. 이제 <짱가>는 우리에게 줄거리나 로보트가 아닌 주제가로서밖에 남지 않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짱가>라는 정감 어린 이름은 70년대 다른 로봇들이 그러했듯이 창씨개명의 결과다. 일본어 원제는 <아스트로 강가>. 1972년 일본에서 처음 선보였으니 인간으로 치면 벌써 30대다. 같은 해 빛을 본 <마징가 Z>와 동갑내기지만 세대차는 훨씬 크다. <마징가 Z>가 과학의 산물이라면 <짱가>는 아직 신화의 세대에 한 다리를 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짱가>는 '살아 있는 로봇'이다. 이 로봇은 칸타로스 별의 '살아 있는 금속'으로 만들어져 지구의 화산열 에너지를 영양분 삼아 오랜 세월 성장해 왔다. 침략자 블래스터인을 피해 지구로 도피한 칸타로스인 마야가 만든 이 로봇은 아들인 훈이(일본 명 칸타로)만이 조종할 수 있다. 칸타로스 별의 피를 잇는 주인공만이 <짱가>와 융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훈이는 짱가와 융합되어 지구의 산소를 노리는 블래스터인을 맞아 싸운다.

설정으로 미루어 알 수 있듯이 <짱가>는 신화 속 거인이자 수호신인 '골렘'에 가까운 존재였다. 비단 짱가뿐만이 아니다. 1972년 이전의 일본 로봇들, 1963년의 '철인 28호'를 필두로 1966년의 '마그마 대사', 1967년의 '자이언트 로보'는 모두 기계가 아니었다. 생김새도 각진 데 없이 둥글둥글하다. 후배 로봇들의 무표정한 얼굴과는 달리 눈, 코, 입에 눈동자까지 갖고 있어 갖가지 표정을 지을 수 있다. 이들은 조종사인 어린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수호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골렘의 주술 대신 과학을 주문 삼아, 진흙 대신 금속으로 재료가 바뀌었을 뿐이다.

'짱가'는 이들 '살아있는 로봇'의 마지막 세대였다. 같은 해인 1972년 등장한 마징가 Z가 로봇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꿔놓았기 때문이었다. 마징가 이후의 모든 로봇은 자동차나 오토바이처럼 조종사가 직접 운전하고 정비되고 개량되는 기계가 되었다. 기계로 만들어진 후배 로봇들이 판치는 가운데에 짱가와 같은 정감 있는 로봇은 잊혀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CF 삽입곡으로만 남았다.

현재 이들 살아 있는 로봇들의 직계 후배라면 '에반게리온' 정도일까? 하지만 에반게리온조차 제멋대로 폭주하며 적을 먹어치울 뿐, 선배 로봇처럼 어린이를 지켜주는 수호신은 아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곧바로 나타날 '짱가'와 같은 수호신이 가끔씩 그립기도 하다. (이종원)

10위 메칸더 V

<메칸더 V>하면 맨 처음 생각나는 것은 3분의 타임 리미트다. 지구를 침략한 콩기스터 군단은 위성 궤도에 오메가 미사일을 설치, 원자력을 사용하는 지구 방위군의 모든 병기를 공격한다. 원자력 항모, 원자력 발전소, 원자력 잠수함 등 모든 무기를 파괴당한 지구는 순식간에 95%의 영토를 점령당한다. 지구의 마지막 희망인 메칸더 V도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하는 존재. 오메가 미사일이 도달하는 3분 안에 적을 해치우지 못하면 끝장이다! 당시 TV를 지켜보는 어린이들은 3분의 시간을 재며 손에 땀을 쥐어야만 했다.

1977년 일본 작품인 <메칸더 V>는 당시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온 수많은 로봇물의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몇 가지 참신한 아이디어를 의욕적으로 선보였다. <울트라맨>을 연상시키는 3분간의 시간 제한은 물론이고, 전 지구의 95%가 이미 외계인에게 점령당했다는 긴장감 넘치는 설정은 단연 돋보인다. 가니메데 출신의 주인공 지미 오리온이 적에게 세뇌당한 어머니와 싸워야 하는 기구한 운명, 전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지구 방위군의 현실적인 전략 전술은 나중에 등장하는 <건담>을 연상시킨다. 이렇듯 <메칸더 V>는 <마징가 Z>(1972)로 대표되는 수퍼 로봇물과 <기동전사 건담>(1979)으로 상징되는 리얼 로봇물 사이에 위치한 과도기적 로보트였다.

참신한 출발에도 불구하고 <메칸더 V>의 끝마무리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다. 1987년 MBC 방송분을 시청했던 독자라면 이 작품이 이야기 중반부부터 갈팡질팡하기 시작하는 것을 기억하리라. 메칸더 V가 갑자기 적에게 파괴돼 합체 로봇으로 개조되더니만, 급기야는 옛날 방송분을 또다시 편집해서 재방송하다가 얼렁뚱땅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던 것이다.

이러한 시행착오는 이 작품의 스폰서였던 일본의 완구 업체 '블루마크'사 때문이었다. 완구 판매가 예상외로 부진하자 블루마크사는 메칸더 V를 합체 변신 로봇으로 바꿀 것을 제작진에게 요구했다. 비슷한 시기에 인기를 끌었던 5단 합체 로봇 <콤바트라 V>를 흉내내려는 의도였다. 이러한 고육책에도 불구하고 결국 블루마크는 방송 중간에 도산해 버렸고, 자금이 떨어진 제작진은 과거 방송분을 재탕, 삼탕 방송하는 파행적 제작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1977년 일본 방영 당시 <메칸더 V>는 의욕적 출발에도 불구하고 잊혀져 버린 실패작이 됐다.

하지만 한국에서 방송됐을 때는 상황이 달랐다. 1987년 MBC 방송 당시 <메칸더 V>는 88 서울 올림픽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당시 올림픽 중계를 대비해 저녁 방송 시간이 오후 5시 30분부터 오후 4시로 앞당겨졌다. 오후 4시 방송된 이 작품은 다른 만화영화보다 한 시간 앞서는 자투리 시간대 공략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메칸더 V>는 첫 방송된 지 10년이 넘어서 바다 건너 한국에서 비로소 빛을 본 셈이다. (이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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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완 아톰, 그레이트 마징가, 그랜다이저

3위 철완 아톰

커다랗고 둥근 눈에 뾰족 머리, 굳세게 쥔 주먹에 불길이 솟아오르는 발. 만화의 '만'도 쳐다보지 않고, 애니메이션의 '애'도 들여다보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의 얼굴과 이름을 모를 수 있을까?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로봇의 아버지인 동시에 그 아들 누구보다 젊은 소년, 아톰.

1951년 <아톰 대사>가 월간지 '소년'에 처음 등장해, 수많은 시리즈의 출판 만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캐릭터 인형으로 그 역사를 이어온 아톰은 일본을 넘어 한국에까지 밀어닥친 '인격화된 로봇 신화'의 명실상부한 원조다. 만일 아톰이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로봇 20선'은 '한국인이 가장 무서워하는 로봇 20선'으로 대체되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서구에서 시작된 로봇의 신화는 거의 언제나 '자신을 부려먹는 인간들에 대항해 싸우는 기계 괴물의 복수극'이었기 때문이다. 아톰의 창조자 데즈카 오사무 역시 한때 자신의 로봇 아이들을 그러한 비극의 희생자로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 기술에 대한 믿음과 행복한 미래에 대한 기대를 버릴 수 없었던 데즈카는 황폐한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똘똘하고도 사랑스러운 소년 로봇 아톰을 빚어냈다.

<철완 아톰>은 일본 내에 만화와 애니메이션 열풍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고, 로봇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SF를 주류 중의 주류 장르로 만들어낸 당사자다. 하지만 그는 그 아들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 그에게는 마징가 Z나 그랜다이저와 같은 거대한 몸집도 세계를 부수어버릴 만한 강력한 무기도 없다. 제법 다부진 몸집에 강력한 전투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는 파괴의 로봇이라기보다는 건설과 우애의 로봇에 가깝기 때문이다.

아톰은 로봇 신화의 리스트 중에는 참으로 특이하게 휴머노이드 계열의 작은 로봇이다. 다른 거대 로봇들도 어느 정도 인격을 갖추고 있지만, 인간 조종사를 필요로 하는 등 기계적 속성이 그 기초를 이루고 있다. 반면에 아톰은 몸이 기계라는 것 이외에는 거의 완벽한 인간의 감정을 소유하고 있는 로봇이다. 나아가 인간의 선악을 판별할 수 있는 등 이상적인 인간의 가치에 가까운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다른 거대 로봇들이 매력적인 격투기 선수, 믿음직한 아버지의 의미가 강하다면 아톰은 함께 손잡고 학교에 가고 싶은 소년 친구로 느껴진다.

아톰의 휴머노이드 후예로는 <사이보그 009>의 사이보그들, <잭과 엘레나> 시리즈의 두 주인공, <오즈>의 '1019'와 '1024',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인간의 영혼과 기계의 몸이라는 이중적 상황에 대해 상당히 심각한 고민을 겪지만 아톰은 그런 문제를 쉽게 극복한다. 초반의 설정에서 아버지가 자신을 버리고 서커스에 팔려가는 등 <피노키오>와 비슷한 처지에 처하지만, 곧 착한 인간들에 의해 구해지고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흔쾌히 받아들인다. 그런 면에서 아톰은 가장 덜 문제적인, 가장 덜 배신할 것 같은 로봇의 이미지에 부합한다.

한국민이 아톰에 대해 가지는 감정은 이중적일 수밖에 없다. 1970년대 TV 애니메이션을 통해 첫선을 보일 때 그에 대한 애정은 무한한 신뢰감으로 둘러싸여져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를 지나며 숨겨진 그의 국적이 밝혀지게 되고, 그에 대한 사랑이 자칫 매국의 모습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깨닫게 된다. 아톰은 프로 축구단 '포항제철'의 마스코트로 등장했다가 팬들의 항의 속에 퇴장했고 <아기 공룡 둘리>가 국가적인 지원 속에 그의 맞상대로 키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톰이 우리 국민들에게도 다른 어떤 로봇보다, 어떤 만화 주인공보다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사실 크게 고민하는 일 없이 묵묵히 착한 일을 하기 위해 애쓰는 그의 모습은 한국인들의 심성에 가장 부합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이명석)

4위 그레이트 마징가

<그레이트 마징가>는 마징가 Z에 이어 등장한 완전히 새로운 히어로다. 극장 애니메이션 <마징가 Z와 암흑제왕의 대결>에서 보여준 마징가 Z와 그레이트 마징가의 로봇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극적인 '주인공 교체극'은 이후 거의 모든 로봇 애니메이션에서 원용하는 결과를 낳았을 만큼 강력한 임팩트로 세대 교체의 미학을 완성시켰다.

<마징가 Z와 암흑제왕의 대결>에서 마징가 Z는 이전의 적 기계수들과는 한 차원 다른 전투수들의 압도적인 화력에 난자당해 만신창이가 된다. 이때 마징가 Z에 대비될 만큼 화려하게 등장하여 기계수들을 단숨에 처단하는 새로운 히어로, 그레이트 마징가! 실로 그 이름에 걸맞는 '그레이트(great)'한 등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단순한 로봇의 교체만이 아니었다. 그때까지 할아버지가 만든 로봇을 자연스레 조종하게 되었던 <마징가 Z>의 주인공 쇠돌이(일본 명은 가부토 코지)와는 달리 처음부터 그레이트 마징가를 조종하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자란 파일럿 철이(일본 명은 츠루기 테츠야)는 냉정 침착한 성격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그레이트 마징가와 철이를 데리고 나타난 사람은 지금껏 죽은 줄로만 알았던 쇠돌이의 아버지 강박사(일본 명 가부토 겐조)였다. 초합금 Z와 광자력 반응로 개발 도중 폭발 사고로 사망한 줄로만 알았던 강박사는, 사실 사이보그로 되살아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마징가 Z>의 라이벌이었던 헬박사보다도 더욱 무시무시한 적인 고대 미케네 제국인이 호시탐탐 세계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비밀리에 그레이트 마징가 개발과 파일럿 철이의 훈련에 몰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개발된 초합금 NZ(뉴 Z)와 그레이트 마징가를 앞세워 암흑제왕이 지휘하는 미케네 제국과 기나긴 싸움에 나서게 된다.

전작 <마징가 Z>의 마지막 제92화에서 시작된 암흑제왕의 광자력 연구소 공격에, 부상당한 마징가 Z와 강박사를 돕기 위해 나타나는 그레이트 마징가의 모습은 이후 극장판인 <마징가 Z와 암흑제왕의 대결>에서 더욱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준다. 2.35:1이라는 압도적인 시네마스코프 사이즈 필름이 보여주는 <마징가 Z와 암흑제왕의 대결>의 웅장한 화면에 펼쳐지는 세기의 대결전, 그 화려한 클라이맥스에서 펼쳐지는 두 마징가의 더블 브레스트 파이어는 정말이지 필설로 다할 수 없는 감동을 줬다. 마지막 그레이트 마징가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 아무 말 없이 사라진다. 관객들의 궁금증을 뒤로한 채 나머지 이야기는 후속작 <그레이트 마징가> TV판에서 이어진다는(<마징가 Z와 암흑제왕의 대결> 개봉일은 1974년 7월 25일, <그레이트 마징가> TV판은 1974년 9월 8일 방영 개시) 이 멋진 상황 연출에 당시 어린이들은 넋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실 다른 작품에서도 히어로가 위험에 빠지는 경우가 드물지는 않다. 하지만 1974년이라는 시대에, 이만큼이나 극명하게 전작의 히어로가 적들에게 완전히 파괴된 뒤 후속 작품의 히어로가 화려하게 데뷔하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당시의 어린이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안겨줬던 마징가 Z의 처참한 패배와 그레이트 마징가의 화려한 등장은 일본 만화사의 걸작 <마징가 Z>를 창조했으며, <게타로보> 시리즈를 통해서 변신과 합체라는 로봇의 낭만을 구현해낸 거장 나가이 고와 그의 창작 집단 다이나믹프로덕션이 낳은 신화였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이후 와 출판 만화로 발표된 <마징 사가>, 최근의 까지 포함하여 일본 만화의 근저를 유지하는 힘이 되고 있다. 후속작 <그랜다이저>가 여성 취향의 스토리와 아름다운 미남 미녀 캐릭터들이 펼치는 화려한 화면을 선보였다고 한다면 바로 이 <그레이트 마징가>야말로 남성미 넘치는 박력 있는 스크린으로 브라운관을 꽉 채웠던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선정우)

5위 그랜다이저

1975년 10월 5일에 후지 TV를 통해 안방극장 데뷔 신고식을 치른 그랜다이저. 원작을 담당한 나가이 고와 다이나믹 기획, 제작을 담당한 도에이가 합심하여 빚어낸 결실로 초기 마징가 3부작 중 막내에 해당한다. 총 74화 완결로, 둘째인 그레이트 마징가보다 더 긴 장편 시리즈의 위용을 갖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작 시리즈의 스탭들이 같은 시기에, 같은 제작사에서 만들어진 <강철 지그>에 대거 투입됨에 따라 공공연히 서자 취급을 당하는 설움도 겪었다. 탑승자의 의지에 따라 신도 악마도 될 수 있는 강철의 성(城) 마징가 Z의 카리스마. 츠루기 테츠야라는 새로운 히어로의 등장 및 업그레이드 된 성능의 그레이트 마징가. 그에 비해 그랜다이저는 확실히 디자인이나 스토리의 설정에서부터 차이점이 느껴진다. 덕분에 순혈주의를 중시하는 입맛 까다로운 마니아들의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런 그랜다이저가 한국인이 사랑하는 로봇 5위에 랭크되며 선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집권 신군부가 어린이의 정서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는 황당무계한 유해물이라며 SF 애니메이션에 대한 탄압을 본격화 하기 전, 한국은 슈퍼 로봇의 전성기였다. 테크놀로지가 현실이 되고, 다양한 영상 매체가 범람하는 오늘날에 비해 오히려 예전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여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굳이 과학적인 설정을 들먹이며 리얼리티를 구현하려 애쓰지 않아도 그런 것쯤은 얼마든지 상상력으로 커버할 수 있는 열정이 있었다. 이런 비교적 윤택한 SF시대의 자양분을 머금고 자란 세대의 로봇 사랑은 각별했다. 그만큼 예기치 못한 방영 중단의 충격도 컸다. 중단 원인에 대한 그럴듯한 루머도 분분했다. 하지만 요절한 스타는 전설이 되고, 최종화를 보지 못한 작품은 환상을 낳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랜다이저의 구체적인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그 이름만큼은 확실하게 각인되었다. 물론 그랜다이저의 인기가 이렇듯 전부 환상에 기인한 거품이었다는 것은 아니다.

먼저 방영된 다른 작품을 통해 슈퍼 로봇 장르의 관습을 체득한 시청자들에게 그랜다이저는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외계 과학기술 문명의 산물인 그랜다이저는 심지어 적인 원반수들의 초기 모델이기도 했다. 팔을 엉거주춤하게 벌려 둥글 넓적한 스페이저의 옆구리에 붙인 거북이 같은 모습은 괴기스럽기까지 했다. 베가성인의 침공으로 고향 프리드성(星)을 잃고 지구에 온 이방인 듀크 프리드가 주역이라는 것도 이색적이다. "지구는 우리가 지킨다"는 배타적 정의관의 고정 관념에서 살짝 비켜났기 때문이다. 로봇은 감정이입의 대상이자, 동경의 대상이기에 절대 무적의 파워와 굳은 신뢰감을 갖춰야 마땅했다. 따라서 우리편 로봇은 외계에서 쳐들어 오는 악의 무리를 미리 감지한 박사님이 지구의 최첨단 과학기술을 결집하여 제작한 것이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약속이 존재했다. 그런 점에서 태생부터 다른 그랜다이저는 독특한 맛이 있었다.

한편 그랜다이저는 전작들에 비해 디테일이 풍부해졌다. 숄더 부메랑을 이용하여 만든 창과 낫을 합친 듯한 모습의 더블 하켄, 중거리 타격용 스크류 크러셔 펀치, 특수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반중력 스톰, 얼굴 옆의 노란 뿔을 이용한 스페이스 썬더까지 유용한 필살기가 많다. 뿐만 아니라 더블 스페이저, 마린 스페이저, 드릴 스페이저를 옵션으로 착탈할 수 있다. 덕분에 조합에 따라 구사 가능한 전술도 다양한 편이다. 시청자들이 열광할만한 요소는 두루 갖춘 것이다.

물론 그랜다이저는 슈퍼 로봇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역할까지는 하지 못했다. 원작자인 나가이 고가 구축한 세계관이 너무 확고했던 탓도 있겠지만, 제작 연도인 1975년은 슈퍼 로봇의 태동기이나 다름없다. 그때만해도 슈퍼 로봇 장르의 원형을 완성하는 역할에 매진해야 할 때였기에, 아무래도 완전히 새로운 시도는 무리였을 것이다. 결국 오랜 베가성인과의 싸움을 승리로 마무리 지은 그랜다이저는 최종화에서 지구에 이별을 고한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지구에 남아 있어달라고 조르기에는 고향 프리드성의 재건에 투신해야 하는 그의 사명이 너무도 막중하다. 떠나야 할때가 언제인지 알고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에 박수를 보낼 뿐이다. (송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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