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음악을 돌아본다, <대한 인디 만세 (한국 인디 음악 10년사)>와 <90년대를 빛낸 명반 50>
음악은 귀로 듣는 것이고, 책은 눈으로 보는 것이지만 그 둘이 만나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게 마련이다. 잡을 수 없는 그리움 같은 음악이 활자로 기록될 때, 우리는 그 아름다움과 위대성을 또 다른 형태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방향은 조금 다를지언정 우리 음악의 소중함을 더욱 알리고자 노력한 두 권의 책이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 '인디만이 살 길이다!'라는 구호 아래 꾸준히 인디 문화 정착에 힘 써온 박준흠의 <대한 인디 만세 (한국 인디 음악 10년사)>(2006, ;세미콜론)와 나우누리 대중음악 동호회 뮤즈(Muse) 출신인 신승렬, 김영대, 박찬우, 오준환이 함께 쓴 <90년대를 빛낸 명반 50>(2006, 한울)이 그것이다.
박준흠의 의견에 따라 한국 인디 음악 신 형성을 가장 빠르게 1994년 펑크 클럽 '드럭'의 탄생에서부터 본다고 하면, 두 권의 책은 1990년대의 메인 스트림과 언더 그라운드를 아우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대중음악을 조망한 책들이 대부분 90년대 이전이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제 21세기에 들어서 새롭게 세기말을 정리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일단 <대한 인디 만세 (한국 인디 음악 10년사)>는 작가가 과거에 발표한 저서 <이 땅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1999, 교보문고)과 비슷하게 그의 설명과 뮤지션의 인터뷰로 이루어져 있다.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연대기별로 주목할 만한 앨범과 아티스트를 선정, 그들에 대해서 집중 조망하는 형식으로 정리된 이 책은, 언니네 이발관부터 허클베리 핀, 바셀린, 이장혁 등을 거쳐 소규모 아카시아밴드까지 아우르고 있다.
무엇보다 박준흠이 정리한 '인디 음악에 대한 정의, 오해, 역사, 의미, 제안', 그리고 '인디 음악 10년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이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통해, 평소 일반 대중들이 갖고 있던 인디 음악에 관한 분산된 의견을 하나로 종합하는데 주력한다. 또 인디 뮤직은 오로지 마니아의 점유물이라거나 오버 장르에 비해 '있어 보인다'는 기존의 편견을 제거하고, 그들의 역사 및 음악성과 상업성 모두를 지극히 현실적으로 기술한 점이 돋보인다.
오로지 음악을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뭉친 사람들의 저서 <90년대를 빛낸 명반 50>은 1990년대를 한국 대중음악의 황금기로 정의한다. 그 시기는 탄탄한 팬덤을 통해 뮤지션이 가장 인정받은 때였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1990년부터 99년까지의 음반 중 50장만을 네 저자의 투표와 토의 과정을 거쳐 선정, 당시의 사회 상황과 맞물려 사랑을 받은 가요들을 총정리 했다.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1991)이나 서태지와 아이들 <1집>(1992), 넥스트의 (1994) 등 기존에 이미 인정을 받은 앨범들을 포함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했던 댄스 음악인 노이즈 <2집>(1994), 박진영의 <썸머 징글벨>(1996) 등도 다뤘다. 또한 당시의 언더라고 할 수 있는 크래시의 (1995), 델리스파이스 <1집>(1997), 미선이 (1998)도 포함, 90년대 화제가 되었던 모든 음악을 구분 없이 수용하여 과거의 찬란했던 기억들을 오롯이 발굴해냈다.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간격이 가장 적었으며, 인디 신이 태동하기 시작한 1990년대. 경제적 불황과 급변하는 매체의 이동 때문에 예술 · 산업적으로 가장 침체기를 겪고 있는 요즘의 음악계에서 분명 1990년대부터 오늘날까지의 변천 과정은 우리가 주의 깊게 돌아봐야 할 부분이다. 이 두 권의 책은 과거를 정리하고 현재를 직시하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우기 위해, 그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음악의 가치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2006/10 신혜림 (snow-forg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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