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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스 - [초특가판]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 니콜 키드먼 외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5년 3월
평점 :
영화 '디 아더스'는 '떼시스', '오픈 유어 아이즈' 단 2편으로 알프레드 히치콕을 이을 천재감독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스크린에 등장한 스페인의 신예 감독인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가 헐리웃의 러브 콜을 받고 만든 작품입니다.
이전의 작품들에서도 등장인물들의 내면 심리묘사에 있어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며 스릴러가 가지는 서스펜스를 카메라에 잘 담아내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재능은 유감없이 발휘되었습니다.
이전 작품들과 달라진 점이라면 미장센에 있어서 데뷔시절의 약간은 투박한 듯한 단계를 벗어나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풍스러운 미장센에서 느껴지는 우아함과 치밀한 각본 그리고 니콜 키드만이 보여주는 히스테리컬하면서도 지적인 이미지(정말이지 니콜 키드만은 이 영화에서 너무나 아름답다 못해 숨이 막힐 지경이더군요^^;;)는 이 영화를 더욱 빛나게 해주고 있습니다.
이미 '식스 센스'라는 영화에서 한번 거쳐간 장르의 반복 답습이라는 점과 6, 70년대식의 공포영화에서 느껴지는 장면들의 차용이라는 점을 들어 이 영화를 평가절하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나 기본적으로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식스 센스'에서 보여준 공포의 대상과 '디 아더스'에서 보여준 공포의 대상과 수준은 그 차원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감독이 짜놓은 영화의 장면들에서 보여지는 미술은 워낙 정교하고 디테일하다 보니 오히려 그 반작용으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약간의 거부감을 가지게 하는 것입니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집, 저절로 울리는 피아노, 히스테리컬한 그레이스, 창백한 두 아이들, 얼굴에 표정이 없는 하인들 이 모든 장치들이 영화의 장면곳곳을 수놓으며 영화를 보는 이들로 하여금 색다른 공포감을 안겨줍니다.
우리는 보통 일상생활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 즉 '타자'를 자신의 눈을 통하여 보고 자신의 잣대에 맞추어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한 타자 The Others가 주는 이미지를 이 영화에서는 인간이라는 틀을 벗어나 타자를 바라보게 하고 있는데 여기서 파생되어져 나오는 공포는 기존의 피가 뒤범벅이 되고 거친 음향이 난무하는 공포영화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에서 오는 공포감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자신의 심리속에서 그리는 공포감이 주는 강도는 눈앞에서 보여지는 것에서 오는 공포감보다 엄청나다는 것을 이 영화는 보여줍니다. 각본과 감족, 음악의 1인 3역을 하면서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는 적절한 음향의 사용과 빛의 조절, 그리고 폐쇄적인 저택을 통하여 매혹적인 영화보기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부분의 반전에서 보여지는 것에서 오는 당혹과 놀라움보다는 그레이스와 그의 아이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보고서 느끼는 것에서 오는 우울과 연민의 정이 더하게 느껴지는 것은 기존의 공포영화와 차별화된 것이라면 차별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따스한 감정이 전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영화로 오랜 동안 기억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만 같은 영화입니다.
디비디 타이틀의 화질이나 사운드는 레퍼런스 급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감상하기에 별 무리가 없으며 무엇보다 영화에 관련된 스페셜 피처와 한글자막 처리가 비용 대비 아주 만족할 만한 부분입니다. 요즘 범람하는 기괴한 일본 공포영화나 피가 넘실대는 영화와 다른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로 이 영화를 보지 못하신 분이라면 이번 여름 이 영화를 꼭 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