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서민 지음 / 다밋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이벤트를 통해서 손에 넣게 되었다. 큼직 큼직한 글씨와 여백의 미,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쉬운 글등은 이 책을 읽는데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게 하지는 않았다. 막상 리뷰를 쓰려고 보니 거의 모든 리뷰들이 찬사일색이어서 내가 이런 리뷰를 올려도 될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은이가 왕따를 무릎쓰고 의료계의 어두운 부분을 건드렸듯이 나는 이 책이 가진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 뒤에 가려진 것들에 대해서 지적해보고자 한다.

이 책을 쓴 지은이의 의도는 의학상식을 좀 더 쉽고 편하게 대중들에게 이해시키는 한편 상업적인 목적에 희생당한 잘못된 의학상식을 바로잡고, 우리들이 은연중에 소문으로만 알고 있었던 의료계의 어두운 부분을 밝은 곳에 드러내 놓음으로써, 건강을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같이 한번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보는 장(場)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지은이의 의도처럼 이 책은 의학상식을 재미나게 풀어헤치고 있다. 전문적이지도 않으면서 쉽게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지은이가 직접 겪은 다양한 체험과 여러 가지 참고문헌, 지은이의 걸걸한 입답이 한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이니 신문이니 하는 다양한 대중매체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건강을 소재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심지어는 교양오락프로라는 미명하에 의사들이 등장하여 몸에 좋은 음식이나 아니면 어떤 약이 몸에 좋은지를 침이 튀기도록 이야기하는 장면을 흔히 접하게 된다. 그러면 그 방송이 있은 다음날은 전날 방송된 프로그램 내용에 따른 음식이나 약품이 잘 팔린다고 한다.

매스미디어의 위력이 절실히 느껴지기도 하는 점이지만 우리 국민들 모두가 건강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은이의 말대로 결론은 하나!!!

제대로 된 의학정보를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과연 우리 의료계는 그러한 물음에 자신있게 답할지는 나로서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은 우리들의 삶의 양과 질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려는 과도기 단계라 하겠다. 이를 두고 꼭 무슨 열병에라도 휩싸인 이상한 국민적 정서로 볼 필요는 없다. 자신의 건강을 자신이 돌보지 않으면 누가 돌봐준단 말인가. 예전처럼 까막눈을 가진 사람들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고 정보가 공유화된다면 이러한 열병도 차츰 사라지게 될거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많은 부분에 있어 독자들에게 잘못된 의학상식에 대해서 알려주는 올바른 지침서로서의 작용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은이가 설파하는 이야기들 중에서는 이미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도 많다. 연세가 드신 분들에게는 이런 이야기들이 솔깃할지 모르겠으나 요즘처럼 매스미디어가 발달한 시기에는 조금은 동 떨어진 내용일 수도 있다.

원래 제 식구 감싸는게 하나의 관례처럼 여겨왔으나 지은이는 용감하게도 의료계의 어두운 부분을 여지없이 까발리며 그 폐단을 지적하여 신선함을 심어주고 있다. 하지만 지은이는 무조건 결론부분에서는 제약회사와 의사들이 문제라는 투의 거친 글쓰기를 해서인지 어찌보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지은이와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의료계에 대한 불신을 더 조장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다. 오히려 그러한 맹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이었더라면 더 매끄러운 글쓰기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지은이는 네이버 블로그 등 많은 포털사이트에서 정보를 가져왔는데 이런 용어들과 글 중간 중간에 보이는 최신 유행어라든지 하는 부분들은 이 책의 독자층을 한정하는 가장 큰 단점으로 보이며 정보에 대한 불확실성을 초래하게 된다. 그리고 재미나게 글을 쓰려다보니 정확한 근거없이 인터넷상의 정보나 지은이 개인적인 느낌을 적어 논리의 비약이 보이는 부분도 눈에 띠는데 이런 경우 인용문에 대해서는 정확한 출처를 제시하여 글의 신뢰성을 높였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 단적인 예를 들자면 지은이가 인터넷의 블로그 등에서 인용한 글들이나 신문기사인데 81쪽의 경우 배우자의 사망으로 '결혼'자체가 없어진다고 하지만 '결혼'자체가 없어지는 경우(결혼이라는 말은 법적인 용어가 아니고 혼인이 맞다) 즉, 혼인이 소멸하는 경우는 혼인에 무효사유나 취소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그렇고 사망으로 인하여 기왕에 있었던 혼인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상속순위에는 혈족만 해당하고 인척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다만 배우자만 예외적으로 상속을 받는 것이다. 배우자가 4촌 이내의 인척이어서 상속을 받는 것은 아니다.

121쪽에서는 코골이가 이혼사유가 된다고 판사가 판결했다고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코골이가 이혼사유가 아니라, 코골이로 인한 고혈압, 발기부전 등이 것이지 코골이는 직접적인 이혼사유가 아니었다. 흔히 신문기사에는 판결문을 고등어 중간부분만 남겨두듯이 앞뒤를 잘라버리고 기사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현 정부도 그런 기사를 자주 쓰는 몇몇 언론사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당하는 사람은 미칠 지경이니깐^^

편집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 책은 내용과 달리 편집은 너무 안이하게 되어 있다. 드문 드문 등장하는 삽화는 아예 안넣는 것보다 못하고, 책의 편제상 대목차, 소목차 등이 일정한 규칙없이 제 멋대로 쓰이고 있으며 각주에 쓰인 글이 본문으로 들어가 있고, 약어의 경우나 학자들의 이름은 풀어서 써주는 등의 조그마한 배려가 아쉽게 다가왔다.

의학정보나 건강정보를 전달하는 정도에만 머무는 게 대부분의 책들의 경향이었다면 지은이가 보여준 시도는 신선하면서도 투박한, 그야말로 사나이다운 글쓰기의 맛이 베어나온는 글들이었다.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 하려는 욕심이 앞서다보니 전체적으로 글의 균형이 맞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이를 별론으로 하고, 지은이의 시도에 대해서는 올바른 평가가 되어져야 할 것이며 다음 번에 나올 책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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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5-08-23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ㅅ! d(-_-+)

2005-08-23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키노 2005-08-23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수퍼겜보이 2005-08-23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아직 안읽어서 66쪽의 살인방조가 어떤 사건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러나 최근 대법원 판례는 ㅂ 병원 사건에서 보호자의 요구에 의한 의사의 퇴원조치를 부작위가 아닌 작위로서 살인방조를 적용한 것으로 압니다. 구별이 분명한 것은 아니니 그 정도는 봐주셔도...

어쨌든 비판적인 리뷰가 신선합니다~

키노 2005-08-23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의 실수네요..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도995 판결, 살인(인정된 죄명 ; 살인방조) 흰돌님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 그 부분은 삭제 내지 수정 하도록 하죠..제가 넘 성급하게 죄명만 보고 글을 올린 것 같네요.. 아마 대법원에서 의료행위 현실을 고민한 흔적의 판결이 아닌가 합니다.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수련의는 무죄고, 원래는 의사는 1심에서 살인죄의 공동정범이었는데 살인방조로 처벌한 걸 보면요.. 역시 글쓰기는 힘들군요^^;;
 
식객 2 - 진수성찬을 차려라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5가지의 에피소드를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부대찌개', 'Thanks Pa', '대령숙수(待令熟手)', '아버지와 아들', '고구마'가 바로 그 에피소드들이다.

제6화 부대찌개에서 지은이는 부대찌개가 탄생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우리들의 아픈 근대사를 한번 되새겨 보게 하고 있다. 비록 외국음식 재료들이 쓰인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한국에서 한국인만이 먹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어디를 가더라도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음식이니만큼 이는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라는 것이다. 여기서 지은이의 문화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제7화 '대령숙수'에서는 성찬이 이처럼 음식에 대한 달인의 경지에 이르른 배경을 설명하는 동시에 대령숙수라는 잊혀진 우리네 문화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생태탕으로 시합하는 부분은 드라마나 영화로 만듬직한 부분이기도 하다

제8화 아버지와 아들은 단순히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현대를 살아가는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초상이라고 할 것이다. 편하고 빠르고 다소 개인주의적인 문화에 젖은 아들과 시간은 걸리지만 전통을 고집하는 아버지 사이에 충돌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아버지가 젊은 신세대 아들의 음식문화에 대해 알려고 요리학원에 다니는 걸 본 아들은 산과도 같은 거대한 아버지의 존재에 눈물을 적시게 되는데 2권에서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라 하겠다.

제10화 고구마에서는 1권에서 우리들의 입맛이 길들여진 어머니의 음식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우리들의 마음의 고향인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그 연장선상에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받아야 하며 그리고 누구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필요함을 일깨워준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귀한 이에게 우리는 무엇보다 음식을 주고 싶어한다.
아름다운 것에 감동하고 사랑에 마음이 순해지듯,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푸짐한 맛이 놓일 때, 진수성찬이 차려진다."
고 이야기 하는데 아주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한다.

정성이 결여된 음식은 그저 한끼를 때우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정성과 사랑이 베인 음식은 그것이 밥이랑 몇안되는 반찬이라 하더라도 이 세상 어느 음식과 비교하더라도 진수성찬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 모두의 삶에 있어서는 사랑과 정성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생활에서 자칫 잊어버리기 쉬운 것들이다. 모두가 정성과 사랑을 가지고 사람들을 대한다면 좀 더 밝고 건전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그것이 지은이가 음식을 통해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주제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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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5-08-23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권이 가장 재밌으셨나요!? 시간을 쪼개어 읽는 중이라 아직 4. 7. 8, 9권밖에 못읽었습니다.

키노 2005-08-23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3권까지 밖에 못 봤어여.한꺼번에 다 보는 스타일도 아니고 생각날때 사보는게 잼나잖아요..아무래도 1권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어요. 우리나라의 쌀문제도 있고
 
유리상자 - 동상이몽 (同床異夢) : 리메이크 앨범
유리상자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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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유리상자는 박승화와 이세준의 두 사람으로 이루어진 듀엣으로 부드러운 발라드에 강한 면을 보인다. 그런 그들이 가요계에 불어닥친 리메이크 열풍에 승차하고 있는데 기존의 앨범들과는 달리 2장의 시디에 박승화는 변진섭의 곡을, 이세준은 동물원의 곡들을 각 리메이크 하는 독특한 형식의 리메이크 앨범을 선보이고 있다.(숙녀에게와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는 같이 불러주고 있다)

앨범 제목처럼 같은 앨범에서 박승화와 이세준은 각기 다른 색깔의 노래로 다른 꿈을 꾸고 있는데 그 꿈이 악몽인지 아니면 길몽인지는 앨범을 들어보면 금방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박승화가 꿈꾸는 변진섭>

박승화의 미성은 발라드 가수이지만 변진섭의 목소리와는 많이 다르다. 변진섭의 목소리는 어느 정도 힘이 느껴지지만 박승화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부드러움의 극치라고 할 것이다. 그런만큼 변진섭의 곡에 대한 박승화의 해석이 무척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1번째 트랙의 숙녀에게'는 박승화와 이세준이 같이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유리상자 특유의 깔끔하고 부드러운 곡으로 어쿠스틱 악기와 어울린 두 사람의 목소리는 가히 일품이다. 변진섭의 노래와는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2번째 트랙의 '희망사항'에서는 요즘 '안녕 프란체스카라'는 드라마로 상종가를 달리는 개그우먼 '안성댁' 박희진이 노영심이 불렀던 ‘난 그런 남자가 너무 좋아'라는 부분을 그녀 특유의 억양으로 들려주고 있어 원곡처럼 아주 재미난 곡으로 만들었다.

그 이외에 '너무 늦었잖아요', '네게 줄 수 있는건 오직 사랑뿐',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거죠', '새들처럼'에서 유리상자가 아닌 박승화만의 독특한 색깔로 변진섭의 노래를 채색하여 듣기 편안한 노래들을 만들었다.

다만 앞서 지적한 것처럼 박승화의 보컬이 가진 여린 느낌은 6번째 트랙의 '로라'에서는 약간 실망스러운 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변진섭을 색다르게 리메이크한 잘 만들어진 음반이라고 하겠다.

<이세준이 꿈꾸는 동물원>

이세준이 불러주는 동물원의 곡들은 앞서의 변진섭의 곡들과는 달리 동물원의 왕팬이 아니라면 조금은 생소한 곡들도 있다. 그래서인지 동물원의 곡이라기 보다는 유리상자의 이세준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와닿는 곡도 있었다.

11번째 트랙의 '널 사랑하겠어'에서는 이소은의 코러스와 이세준의 감미로운 보컬이 원곡에서 들려준 김창기의 보컬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며, 12번째 트랙의 "시청앞 지하철역에서'에서는 유리상자의 절묘한 화음을 맛볼 수 있다.

15번째 트랙의 '변해가네'에서는 김진표의 랩이 가세한 힙합버전의 곡으로 들려주고, 19번째트랙의'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에서는 하림의 아일랜드 휘슬이 만들어내는 켈틱 사운드가 무척 신비롭게 전해져 온다.

박승화와 달리 이세준은 동물원의 곡에서 많은 편곡을 통하여 다양성과 변화를 부여하려고 하는데, 이는 동물원의 김광석이라는 걸출한 가인이 가진 특유의 보컬에 대한 부담감에서 라면 어느 정도는 성공한 곡의 해석이라고 하겠다.

최근에 발매된 많은 리메이크 앨범 중에서 나름대로 많은 심혈을 기울인듯한 자켓과 노래들, 그리고 기획은 유리상자를 통하여 변진섭과 동물원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함과 동시에 리메이크가 가져다 주는 음악듣기의 재미를 맛보게 될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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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라겐 2005-08-25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벌써 리뷰가 올라와 있네요... 이 음반 표지부터 너무 마음에 들어 사고 싶었거든요....개인적으로 박승화를 더 좋아라한답니다.... 리뷰를 보니 더 사고 파요..

키노 2005-08-26 0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세요 ㅎㅎㅎㅎㅎ^^;;
 
식객 1 - 맛의 시작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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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허영만은 이미 우리에게  '각시탈', '무당거미', '오! 한강', '아스팔트 사나이', '비트', '미스터Q', '짜장면' 등으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중견 작가이다. 앞서 열거한 만화들은 하나같이 한국 만화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았을 만큼 만화적 재미와 더불어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보기 드문 수작들이다.

지은이는 만화는 어린애들이나 청소년이 보는 것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만화라는 매체를 대중 문화에 있어 새로운 위치를 점하게 하는데 크나큰 공헌을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런 지은이가 '음식'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가지고 다시 우리곁을 찾아왔다.

4년간의 구상, 2년간의 취재, A4용지 1만장이 넘는 자료, 3박스를 가득 채운 음식사진들, 제7회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에서 초대 비코프 만화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 우리나라 최초의 음식만화, 영화 '올드보이'의 제작사인 쇼이스트의 영화화 결정 등 만화 '식객'에 대하여 쏟아진 찬사는 근래에 보기 드물 정도로 이례적인 일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혹자들은 이미 우리들에게 널리 읽혀진 일본 만화인 '미스터 초밥왕'이나 '맛의 달인'과 비슷한 구성이라는 점에서 그다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소재는 한정된 것이고 그 소재를 가지고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다 다르듯이 지은이는 비록 소재는 유사하지만 우리네 입맛에 맞도록 아주 맛깔스럽게 요리하여 두고 있다. 일본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요리 중심의 극적인 이야기 전개보다는 팔도를 돌면서 그 지방 특유의 정서와 우리네 문화를 음식에 녹여서는 가슴 따뜻한 그림을 그려주고 있는 것이다.

야채, 생선, 건어물 등을 차에 싣고 전국을 돌아다니는 31세의 성찬이라는 주인공을 내세워 우리들에게 친숙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만들고 있으며, 거기에 간간히 곁들여지는 기자 진수와의 로맨스는 만화가 가지는 내용의 무게감에 양념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지은이의 캐릭터 묘사와 배경설정 등에 들인 많은 노고가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1권은 어머니의 쌀, 고추장 굴비, 가을 전어 맛은 깨가 서말, 36·2·9·60, 밥상의 주인장사꾼이라는 5가지의 에피소드를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데 무엇보다도 쌀개방과 맞물린 현실위에 발을 딛고 있다는 점이 나에게 무한한 감동을 심어 주었다.

대장금의 표절시비로 문제가 있긴 했지만 올게쌀로 시작 되는 첫 에피소드에서 지은이가 우리네 농촌에 대해 가지는 따스한 시선은 이 책이 그냥 만화라고만 치부해 버리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주제임에도 쌀을 우리의 영원한 고향과도 같은 존재인 어머니에 비유하여 가슴 찡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쌀과 어머니는 닮아 있다

우리는 모두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음식을 최초의 맛으로 기억한다.
첫사랑이 그렇고 첫날밤이 그렇듯 처음 기억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것은 깊은 상흔처럼 세월 속에서도 결코 희미해지는 법이 없다.
기억은 오히려 선명해지고 향수는 깊어만 간다. 거친 물살을 헤치고
기어이 태생지로 돌아가는 연어처럼 우리에게는 최초의 맛을 찾아
헤매는 질긴 습성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유년의 밥상에 올랐던 소박한 찬을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떠올리는
것은 그리움에 다름 아니다. 남루하고 고단한 삶이어도 어머니의
사랑이 있기에 함부로 좌절할 수 없듯 그 시절의 행복한 기억은
살아가는 힘이 되어 주는 것이다.
맛은 추억이다. 맛을 느끼는 것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이다.
그러므로 절대적으로 훌륭한 맛이란 없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

쌀과 어머니는 닮아 있다. 그것은 생명의 근원이고 영원한 그리움이다.
적어도 한국인에게는 그렇다."

그렇다.
지은이는 언제나 그랬듯이 현실과 맞물린 그림을 그려왔다. 이 작품의 첫 에피소드에서도 예외없이 그는 우리네의 현실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일본의 음식만화와 비교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지은이에 대한 결례라고 하겠다.

한국적인 향과 한국적인 맛이 느껴지는 그의 만화 '식객'은 아마 나의 오감을 고정시킬것이 틀림없으며, 여러분들에게도 은은한 맛을 풍기는 음식과도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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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5-08-20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이렇게 진지한 걸작을 만나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디다. ㅎㅎ

키노 2005-08-21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셨군요, 사요나라님!!
 
M.C. The Max! - Memory Traveler
엠씨 더 맥스 (M.C The Max) 노래 / 이엠아이(EMI) / 200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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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요계에서는 리메이크가 하나의 붐처럼 되어버렸다. 리메이크 자체가 나쁘다느니 좋다느니 하는 말을 하기 이전에 리메이크로 앨범 전체를 꾸민다는 것은 한마디로 도박과 같은 작업이다. 리메이크의 경우는 언제나 원곡과의 비교를 당하는게 일반적인데 그 원곡이 아주 유명한 곡이라면 일반 대중들에게 리메이크로 다가가기가 쉽지 않은 점을 생각한다면 이것만큼 무모한 도박은 없을거다. 그런만큼 리메이크를 기획하였다면 자신들의 노래나 연주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는 가수들이 아니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본다.

리메이크도 하나의 창작이라면 원곡이 가진 맛을 살리면서도 리메이크로서의 또 다른 매력을 풍긴다면 그것만큼 음악생활을 즐겁게 하는 경우도 잘 없지 않을까한다. 근자에는 J.K.김동욱, 박효신, 이승철 등 가창력을 자랑하는 굵직 굵직한 가수들의 음반이 발매되면서 어느 정도 대중들의 호응과 작품적인 면에 있어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여기‘사랑의 時',‘행복하지 말아요’등의 노래로 젊은이들에게 발라드 뮤지션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신세대 그룹인 M.C THE MAX가 자신들의 정규앨범을 발표하기 이전에 한국이 낳은 국민적인 가수 "조용필"의 곡을 리메이크한 앨범 "Memory Traveler"를 발표했다.

그룹의 색깔이라 할 수 있는 이수의 보컬은 이 음반에서도 우리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있다. 다만 한가지 흠이라면 원곡이 가지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다조용필이 가진 파워풀하면서도 한맺힌 듯한 보컬이 이수의 보컬에서는 나긋나긋하면서도 우는 듯한 보컬로 바뀌면서 그 깊이를 잃어 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어떤면에서는 아직 신인의 티를 벗어나지 못한 그룹이 가요계의 지존 중의 지존이라 할만한 조용필의 곡을 리메이크 대상으로 선택한 것에서부터 그런 점은 예견되었는지도 모른다.

편곡에 있어서도 015B같은 경우 '단발머리'를 자신들의 스타일에 맞게 펑키하면서도 디스코적인 사운드로 원곡이 가지는 느낌과는 다른 차별화를 두었지만 이번 앰씨 더 맥스의 앨범에서는 그러한 편집의 묘에서도 조금은  뒤떨어지는 감마저 없지 않아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돌아와요 부산항', '눈물의 파티'는 나름대로 원곡의 분위기를 살리는 동시에 리메이크 곡으로서의 독특한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조용필에 대한 헌정앨범으로서의 의미가 강하다보니 원곡이 가지는 느낌을 되도록이면 유지하면서 앰씨 더 맥스의 분위기를 살려보려고 노력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그래서  조용필이라는 거목이 지닌 득음의 보컬이 주는 중압감을 떨쳐버리려  이수는  편하고 쉬운듯하게 노래하였지만 이는 앰씨 더 맥스도 아니고 그렇다고 원곡으로서의 느낌도 아닌 , 전체적으로 음반은 이도 저도 아닌듯한 인상을 풍기는 점을 어찌할 수 없다.

리메이크 앨범이 가지는 한계를 보여주는 면인지도 모르겠지만 리메이크로서 승부를 걸려면 처음부터 기획의도를 잘 드러내는 색깔이 있는 음반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리메이크 앨범이 양산되는 요즘 단순한 리메이크 앨범으로 끝나기 보다는 새로운 색깔을 입힌 색로운 느낌의 곡을 들어보고 싶다(이 부분은 주관적인 점이어서 사람들마다 편차는 있을 것이다). 앰씨 더 맥스의 정규앨범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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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8-14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C THE MAX 굉장히 좋아해요. ^-^ 와우! 음반리뷰도 쓰시는군요!

키노 2005-08-15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가시장미님은 서재를 잘못 찿으신것 같아 ㅎㅎㅎㅎ

귀차니즘 2007-04-11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인은 아니지 않나요? 데뷔한지 7년이 넘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