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 - 자전적 이야기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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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베를린 어느 저녁, 우리는 낭독회를 갖는다. 사람들은 나를 보러, 내 이야기를 들으러, 나에게 질문하러 올 것이다. 나의 책, 나의 삶, 나의 작가로서의 여정에 대해. 어떻게 작가가 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것이다. 우리는 작가가 된다. 우리가 쓰는 것에 대한 믿음을 결코 잃지 않은 채, 끈질기고 고집스럽게 쓰면서(103p).

어느 날, 이웃에 사는 친구가 내게 말했다.

"텔레비전에서 외국인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프로그램을 봤어. 그 여자들은 공장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저녁에는 가사일도 하고 육아도 해."

나는 말한다.

"그게 내가 스위스에 와서 했던 일이야."

그녀가 말한다.

"게다가, 그녀들은 프랑스어조차 몰라."

"나도 할 줄 몰랐어."

내 친구는 곤란해진다. 그녀는 나에게 텔레비전에서 본 외국인 여성들에 대한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려 줄 수가 없다. 그녀는 내가 프랑스어를 할 줄 모르고 공장에서 일하며 저녁에는 가족을 돌보는 그 여자들 중 하나였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내 과거를 잊어버렸다.

나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 공장, 장보기, 아이, 식사, 그리고 마지의 언어. 공장에서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어렵다. 기계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 우리는 서둘러 담배를 피우며, 화장실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다(107-108p).

나의 시들을 실어주던 <헝가리 문예>가 있었고, 제네바 도서관에서 우편으로 받곤 했던 헝가리어 책들도 있었는데, 대부분 이미 읽은 책들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아무것도 안 읽는 것보다는 다시 읽는 편이 나았으니까. 그리고 다행히도 글쓰기가 있었다.

나의 아이는 곧 여섯 살이 될 것이고, 학교에 갈 것이다.

나도 시작한다. 학교를 다시 다니기 시작한다.

스물 여섯 살의 나이에, 나는 읽는 법을 배우기 위해 뇌샤텔 대학의 여름 학기 수업에 등록한다.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프랑스어 수업이다. 여기에는 영국인들, 미국인들, 독일인들, 일본인들, 독일어권 스위스인들이 있다. 입학시험은 쓰기 시험이다. 나는 하나도 쓸 줄 모르므로, 초심자들과 함께 수업을 듣게 된다.

몇 번의 수업 이후 선생님이 내게 말한다.

"프랑스어를 아주 잘하는데 왜 초급반에 있어요?"

나는 그에게 말한다.

"나는 쓸 줄도 모르고 읽는 줄도 몰라요. 전 문맹이에요."

그는 웃는다.

"그걸 앞으로 살펴보죠.

2년 후, 나는 우수한 성적으로 프랑스어 교육 수료증을 받는다.

나는 읽을 수 있다. 다시 읽을 수 있다. 빅토르 위고, 볼테르, 사르트르, 카뮈, 미쇼, 프랑시스 퐁주, 사드처럼 내가 프랑스어로 읽고 싶은 모든 작가들과, 포크너, 스타인벡, 헤밍웨이같이 프랑스어로 쓰지 않았지만 번역되어 있는 작가들까지 모두 읽을 수 있다. 책들이, 드디어 나도 이해할 수 있게 된 책들이 넘쳐난다.
나는 아이를 둘 더 낳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기와 철자법, 동사 변화를 연습할 것이다.

아이들이 내게 어떤 단어의 뜻이나 철자를 물어보면 나는 두 번 다시 "모른다"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한번 확인해볼게."

그리고 사전을 확인해볼 것이다. 지치지 않고 확인해볼 것이다. 나는 사전과 사랑에 빠진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프랑스어를 쓰는 작가들처럼은 프랑스어로 글을 결코 쓰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대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쓸 것이다.

이 언어는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운명에 의해, 우연에 의해, 상황에 의해 나에게 주어진 언어다.
프랑스어로 쓰는 것, 그것은 나에게 강제된 일이다. 이것은 하나의 도전이다.
한 문맹의 도전(1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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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8-25 1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우리나라 말도 외국인이 쓰기엔 넘 어렵다고 하더군요.
예를들면 신발이나 양말은 신고, 장갑은 껴야하고, 안경 역시 껴야하는데
그것을 구분하기가 어렵다고 하더군요.
그밖에 상태에 따라 달리해야 하는 말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남의 나라 말은 다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언어 잘하는 사람 보면 진짜 부럽죠.ㅠ

카알벨루치 2018-08-25 19:06   좋아요 1 | URL
우리나라 말도 어렵긴하죠 그래도 세종대왕이 진짜 글은 잘 만드신듯 합니다! ㅎㅎ책이 왔숩니다! ㅋㅋㅋ

레삭매냐 2018-08-25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국어가 아닌 다른 나라 말로 글쓰는
기분은 과연 어떨까요.

우리말로도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데
외국어로 글쓰기란 정말.

카알벨루치 2018-08-25 20:37   좋아요 0 | URL
진짜 그 느낌 어떨까? 영작하는 느낌~우아!!!ㅜㅜ 참 레샥매냐님 덕에 로맹가리와 에밀 아자르가 같은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았네요! 진짜 대박! 에밀 아자르 <자기만의 생>이 있어 그것부터 볼까 합니다! 추천해주신 1,2번째 도서는 전부 품절이라 일단 판매알림신청 해 놨네요 감사해요! 근데 로맹가리 사후에 에밀아자르와 동일인물로 밝혀진 사실은 넘 충격적이네요! 햐~
 

 

<메이저리그의 영웅들> 스티브 라이치/ 한스컨텐츠

 



 

이 책 우연챦게 구입했는데 진짜 멋진책이다.

한 사람, 메이저리그 한 사람의 일생과 삶, 가치관과 이야기를 조망하면서 그들의 인생, 선수의 인생 가운데 드러난 주요한 카리스마Charisma를 보여준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알버트 푸홀스가 크리스챤이었다는 사실!

Moise Alou의 아버지, 펠리페 알루, Paul Loduca는 어머니가 그를 야구선수로 키우기 위해서 뒷마당에서 강낭콩과 회초리로 타격연습을 했다는 이야기, Mike Cameron은 상대방을 너무 많은 점수로 이기는 것은 비신사적인 행위라는 것을 알기에 의도적으로 점수를 내지 않은 인격에 관한 에피소드는 진짜 감동적이다.

    

 

200252,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카메론은 한 경기에 4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그리고 다섯 번째 홈런을 기록할 찰나에 있었다. 그는 다섯 번째 홈런을 칠 기회가 두 번 더 있었다. 하지만 7회에 힛바이피치볼로 진루했고, 마지막 타석인 9회에는 우익수 플라이 아웃되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9회 한 게임에서 5개의 홈런을 친 최초의 선수로 기록될 기회를 안타깝게 놓친 순간이었다. 카메론 자신은 그 역사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했다. 하지만 스포츠정신을 희생하면서까지는 아니었다. 9회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을 때, 카메론의 인품이 드러났다고 한다. 스리 볼! 다음 공은 패스트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카메론은 그 공을 보내버렸다. 그의 팀이 11점 차로 이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홈런을 쳐서 기록을 만들고 싶었지만 30스트라이크의 볼카운트에서는 스윙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패스트볼이었기 때문에 그 공을 쳤더라면 다섯 번째 홈런이 될 수도 있었을테지만, 우리 팀의 명예에 먹칠을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라고 카메론을 말했다.

    

 

카메론은 기록을 추구하기 보다는 예의와 스포츠정신을 택했다.

메이저리그에는 선수들 사이에 통하는 불문율이 하나 있다. 우리팀이 상대팀을 크게 앞서고 있을 땐 3-0의 볼카운트에서는 스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3-0의 볼카운트에서 패스트볼을 흘려보내 3-1이 된 상태에서 카메론은 다섯 번째는 파울공을 쳤고 여섯 번째는 우익수 깊숙이 경계선(warning track)까지 날아가는 직선타구를 날렸다. 그는 기회를 잃어버린 것에 대해서 초연했다.

제가 3-0상황에서 스윙을 하는 것은 우리 팀에겐 바람직한 일이 아니죠. 그런 식으로 야구를 하진 않거든요.”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시애틀 매너리스를 154로 대파한 후, 카메론은 클럽하우스로 들어가기가 무척 힘들었다. 동료들이 망토와 왕관을 만들어 씌워주었는데 왕관에는

 

‘King Cam 5-2-02(카메론 왕 200252)’

 

이라고 쓰여 있었다.

 

카메론이 상대팀에게 힘을 과시하지 않기로 한 경기 후에 화이트삭스의 단장 켄 윌리암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마이크 카메론의 품격이 드러난 경기였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이런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 감동적이고 도전적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 그것도 기독교인이라면 이 책을 읽고 다분한 감동을 전해받을 것으로 확신한다.

 

 

 

 

 

 

   -마이크 카메론은 2012년 300도루-300홈런을 앞에두고 은퇴를 선언했다.(사진출처:http://www.ajunews.com/common/redirect.jsp?newsId=20120220000566)

 

외계인의 별명의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자기 나라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자기 연봉을 털어 야구장을 지어주는 헌신과 기부, 한동안 마돈나와의 스캔들과 약물파동으로 말썽을 피우다가 지금은 엉덩이 수술을 받고 있는 A-ROD가 웨스트민스터 고등학교 출신이었다는 사실! 랜디 존슨, 놀란 라이언, 토니 바티스타, 그리고 흑인 영웅, 재키 로빈슨...

 

이 책은 메이저리그의 그리스도인들의 이야기이다.

 

진짜 감동적인 일화들이 듬뿍이다. 메이저리그를 좋아해야만 반드시 그럴 수 있는 이야기들!!!

이 책에는 아래의 수 많은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흥미롭게 기재되어 있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에서 얼마나 조 디마지오에 대해 이야기했는가! ㅎ

      

 

 



 

<내용물>

피 위 리즈의 동료애  

팀 버크의 희생  

커티스 프라이드의 인내  

일라 보더스의 인내  

존 스몰츠의 신념과 전념  

제프 킹의 겸손  

채드 크루터의 인내  

제리 마누엘의 존경과 지혜 

브랜치 리키의 리더십 

재키 로빈슨의 용기 

펠리페 알루의 리더십 

토니 바티스타의 관대함 

앤디 베네스의 성실 

테리 블록커의 희생 

마이크 카메론의 명예 

션 케이시의 명예와 올바른 시각 

찰스 존슨의 믿음과 용기 

토드 존스의 겸손 

폴 로두카의 인내와 감사 

미키 맨틀의 믿음 

에드가 마르티네즈의 탁월함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나눔 

폴 모리터의 올바른 안목 

쟈니 오츠의 희생 

존 올레루드의 용기 

알버트 푸홀스의 우선순위 

마리아노 리베라의 겸손과 리더십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약속 

놀란 라이언의 탁월함 

랜디 존슨의 올바른 시각 

놀란 라이언과 랜디 존슨의 리더십 

팀 새먼의 인내 

스티브 스파크스의 만족과 준비 

마이크 스위니의 겸손과 선량함  

데이브 발리의 나눔 

존 웨트랜드의 겸손

    

전설적인 MLB선수들의 이야기는 김형준씨의 책!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김형준씨의 데이타분석과 방대한 기록을 토대로 한 레전드의 글, 근데 좀 두껍다...틈틈히 심심할 때 볼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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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를 학창시절에 읽고, 북프리쿠키님 덕에 지난주였던가 재독을 했는데, 심장이 벌렁거려서 혼났다(북프리쿠키님,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여기 친구분들 중에 감사해야 할 분이 많은데, 틈틈히 감사드리기로 하겠습니다. 기억력의 노쇠가 와서 도전받은 분들께 자주 감사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제가 읽은 <노인과 바다>/별글클래식 인데, 짧고 얇아서 좋긴 한데, 해설이나 기타 부연설명이 하나도 없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의 심연에서 터져나오는 텍스트의 활자들이 내 영혼의 오장육부에 활력을 불어넣는 느낌이었다. <노인과 바다>를 좀 더 세밀하게 볼 수 있을까 싶어 <헤밍웨이의 말>(마음산책)을 구매했다. 아침에 커피한잔(두잔이네요! 믹스 한잔 마시고, 드립커피 내려 또 한 잔! ㅋ) 하면서 가슴에 다가오는 말이 있어 적어본다. 헤밍웨이를 생각하면 마음 한 구석이 저리는데, 그 이야긴 다음으로 미루었음 좋겠다. 

-내가 노트링제도용펜(독) 다음으로 좋아하는 사라사볼펜(일)과 함께! 이 사진을 보니 <노인과 바다>가 연상된다.

 

 

"작가는 우물과 비슷해요. 우물이 마르도록 물을 다 퍼내고 다시 차기를 기다리는 것 보다 규칙적인 양을 퍼내는 게 낫습니다."

(헤밍웨이의 말, 7p)

 

 

 헤밍웨이: 나는 늘 책을 읽습니다. 읽는 책은 다 읽죠. 언제나 공급이 떨어지지 않도록 잘 배급해가면서(헤밍웨이의 말, 43-44p).

 

 

 

 

마음에 그냥 잔잔하게 다가와 몇 자 짧게 올립니다. 어제 페이퍼 너무 길어서 쓴다고 후유증이...그래도 매일 쓸 수 있어 감사하네요! 오늘 이웃분들 하루도 힘차게 보내시고, 태풍 조심하십시오! ^^

 

"작가는 우물과 비슷해요. 우물이 마르도록 물을 다 퍼내고 다시 차기를 기다리는 것 보다 규칙적인 양을 퍼내는 게 낫습니다."

(헤밍웨이의 말, 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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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8-24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헤밍웨이를 딱히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헤밍웨이의 말은 읽고싶어지네요. 카알벨루치님 덕에요!

카알벨루치 2018-08-24 09:29   좋아요 0 | URL
인터뷰내용인데 술술 읽히실 겁니다 ~도움되시면 좋겠슴돠 ㅎ

북프리쿠키 2018-08-25 1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알벨루치님 덕은 제가 더 많이 보는걸요 ㅎ 두근대고 설레임을 갖고 책을 대하시는 걸 보니 책앞에서 우리는 영원히 사춘기인가 봅니다^^

카알벨루치 2018-08-25 12:30   좋아요 1 | URL
우아 근데 톨스토이 전기 왔는데 내가 괜한 짓을 한건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노인과 바다>리뷰도 쓰고 싶은데...오늘 날씨 엄청 덥네요 오늘도 건강하십시오! 두렵고 떨리는 마음, 그것인 것 같습니다 ㅎㅎ
 

 

 

읽은 것은 표현해야하고, 표현한 것은 읽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리뷰한 것이 작년 11월이었는데, 워낙 사람들이 많이 읽은 베스트셀러라 옮겨적기가 민망하다. 그래도 기록보관차원에서 가볍게 오늘은 리뷰한다.

 

소설이 잘 읽혔다. 단숨에 읽었다.

30대직장여성, 대한민국 대표격이름 '김지영'(예전에 '선영아 사랑해'란 슬로건이 인기가 있었는데! 선영이나 지영이나 대표적인 이름이다.)

 

 

'잃는 것만 생각하지 말라며. 나는 지금의 젊음도, 건강도, 직장, 동료, 친구같은 사회적 네트워크도, 계획도, 미래도 다 잃을지 몰라. 그래서 자꾸 잃는 걸 생각하게 돼. 근데 오빠는 뭘 잃게 돼?'(136p)

 

'배불러까지 지하철 타고 돈벌러 다니는 사람이 애는 어쩌자고 낳아?'(141p)

 

'나도 남들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커피나 마시면서 돌아다니고 싶다...맘충 팔자가 상팔자야...한국여자랑은 결혼 안하려고...'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164p)

 

'그 커피 1500원이었어....오빠 나 1500원짜리 커피 한잔 마실 자격도 없어? 아니, 1500원이 아니라 1500만원이라도 그래. 내 남편이 번 돈으로 내가 뭘 사든 그건 우리 가족 일이쟎아. 내가 오빠 돈을 훔친 것도 아니잖아. 죽을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내 생활도, 일도, 꿈도, 내 인생, 내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돼?'(165p)

 

 

직장여성이 결혼을 해서 결국 임신하고 육아하다가 거진 직장을 내려놓는다. 그러면서 서서히 무너져가는 아내의 존재감을 <82년생 김지영>이 보여준다. 마음이 아프다.

 

 

난 솔직히 페니미즘에 대해 잘 모른다. <나쁜 페미니스트>를 구매해놓고 아직 읽지를 못했다. 하지만, 여성의 자리, 존재, 위치 등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을 필두로 페미니즘이 힘을 받고 사회 전반부가 많은 변혁의 파도를 일으켰다. 그만큼 파장이 컸고, 그래서 더 의미있는 책으로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전에 나온 <며느리사표>에 대한 책 인터뷰한 것을 보았는데, 제목이 파격적이고 충격적이지, 그 안에 내용을 들여다보면 모든 게 상처투성이고 거기서 구원받기 위한 간절한 '며느리'된 여성의 몸짓이었다. 여자가 느끼는 감정과 입장과 생각들....결코 온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공감하고 싶고, 그렇다.

 

 

대한민국에서 직장여성의 현실과 여성이 가진 모든 굴레들, 남자와 여자가 평등을 외치기 보다는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면 평등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인데.

 

 

<그녀 이름은>은 이제 대한민국 페미니스트의 대표주자인 조남주가 쓴 글이기에,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게 되었다. 그만큼 <82년 김지영>은 코페르니쿠스적인 혁명을 가져온 작품이다. <그녀 이름은>도 잘 읽히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신선함은 떨어지지만, 여성의 다양한 포지션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글에 잘 배여나 있다.

 

 

단편소설집 <현남오빠에게>는 잘 읽었는데, 마지막에 구병모의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은 좀체 잘 읽히지 않아 마지막 몇 페이지는 건너뛰었다. 짜증이 났다. 그 이유는 아마도 글을 각색하고 삽입하고 뭐 이러면서 글이 자신의 글이 아닌 만들어진 글 같은 느낌에서일까? 모든 글이 다 만들어지지만, 논문쓸때 베겨오면 좀 어색하고 자기 말이 아닌 뭐 그런 느낌...나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독자에게 읽히지 않는 글은 씁쓸하다. 억지로 읽으려고 하지 않아야 하고, 저절로 읽혀져야 하는게 책, 텍스트가 아닌가! 고전과는 또 다른 차원이지만. 암튼, <위저드베이커리>는 잼나게 읽었는데, 이 단편은 영 읽기가 싫었다는...

 

 

 

'조남주'작가의 글이 당긴다(땡긴다). 다른 소설도 읽고싶게 하는 문체와 스토리텔리이다. 흡인력은 맥시멈이다!

 

‘그 커피 1500원이었어....오빠 나 1500원짜리 커피 한잔 마실 자격도 없어? 아니, 1500원이 아니라 1500만원이라도 그래. 내 남편이 번 돈으로 내가 뭘 사든 그건 우리 가족 일이쟎아. 내가 오빠 돈을 훔친 것도 아니잖아. 죽을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내 생활도, 일도, 꿈도, 내 인생, 내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돼?‘(1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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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18-08-20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딴 얘기지만 글씨체가 정말 개성있으시네요ㅎㅎ

카알벨루치 2018-08-20 10:18   좋아요 1 | URL
아 감사합니다 ~변변찮아서 ㅋ

stella.K 2018-08-20 1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육필 노트를 넣어주니까 글이 더 뽀대가 납니다.
적절히 잘 활용해 보시길...^^
저는 악필인데가가 사진 찍는 건 별로라서.ㅋ
 
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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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날 이후, 소녀를 지배한 건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그리고 인생의 절대 목표는 바로 그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는 거였다. 그녀가 좁은 산골마을을 떠난 것도, 부둣가 도시를 떠나 낙엽처럼 전국을 유랑했던 것도, 그리고 마침내 고래를 닮은, 거대한 극장을 지은 것도 모두가 어릴 때 겪은 엄마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았다. 그녀가 고래에게 매료된 것은 물을 뿜는 푸른 고래를 만났을 때, 그녀는 죽음을 이긴 영원한 생명의 이미지를 보았던 것이다. 이때부터 두려움 많았던 산골의 한 소녀는 끝없이 거대함에 매료되었으며, 큰 것을 빌려 작은 것을 이기려 했고, 빛나는 것을 통해 누추함을 극복하려 했으며, 광대한 바다에 몸을 뛰어듦으로써 답답한 산골마을을 잊고자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바라던 궁극, 즉 스스로가 남자가 됨으로써 여자를 넘어서고자 했던 것이다.’(271p)

‘무모한 열정과 정념, 어리석은 미혹과 무지, 믿기지 않는 행운과 오해, 끔찍한 살인과 유랑, 비천한 욕망과 증오, 기이한 변신과 모순, 숨가쁘게 굴곡졌던 영욕과 성쇠는 스크린이 불에 타 없어지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함과 아이러니로 가득 찬, 그 혹은 그녀의 거대한 삶과 함께 비눗방울처럼 삽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3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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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8-18 1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카알벨루치님 육필이로군요!

<고래> 재밌다고 많이들 그러던데 옥의 티라고
고점이 좀 아쉬우셨군요.
천명관이 시나리오 작가인 줄은 알고 있었는데
영화 감독도 했군요. 그건 몰랐습니다.
영화로 나오면 좋을 거라고도 하던데...^^

카알벨루치 2018-08-18 13:47   좋아요 2 | URL
갑자기 영화화 이야기하시니 주연배우로 누굴할까? 생각해봤는데, 떠오르는게 고현정! ㅋㅋ

카알벨루치 2018-08-18 13:49   좋아요 2 | URL
3부 춘희 이야기도 보통소설보다는 흥미롭죠 근데 금복이야기의 방대한 이야기꺼리보단 조금 덜하죠 두꺼운책인데 잼나서 훅 읽었죠!

2018-08-18 1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8-08-19 0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씨체 참 멋져요!^^

카알벨루치 2018-08-19 00:23   좋아요 1 | URL
감솨합니다 편안한 밤되세요^^

[그장소] 2018-08-19 01:41   좋아요 1 | URL
네~ 카알님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