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감기 뚜렷하게 구별되는 점 - P45

건강한 사람도 심한 기저질환 갖고 있거나 백신을 접종해도 항체 만들어내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있다. - P62

진료 받을 때 불필요한 약, 수술을 권하지 않는 릐사를 더욱 신뢰 - P87

백산 접종 후에도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손 씻가를 잘하고 사회덕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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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설헌 -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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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올해들어 네 권 정도 읽었는데, 소설 읽는 맛이 느껴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난설헌 같은 소설을 읽으니 또 소설을 읽고 싶어지는 느낌입니다.

초희(난설헌)가 15살에 시집갈 날짜를 받아두고 비가 쏟아지는 예감이 좋지 않은 일들로부터 시작됩니다.


아버지 초당 허엽은 임금 곁에서 정사의 잘잘못을 간하는 대사간으로 있었고, 첫째부인에서 1남 2녀의 초희의 배다른 오빠와 언니들, 둘째부인 강릉 김씨에서 오빠 허봉과 동생 허균, 그리고 초희가 있습니다.


배다른 큰오빠 허성은 조선통신사였고 이조판서까지 올랐고,

허봉은 명나라에 수행사신의 서장관으로 다녀와 하곡조천기의 기행문을 썼었고, 동생 균은 학자이자 문장가이며 최초 국문소설인 우리가 다 아는 『홍길동전』의 작가입니다. 난설헌의 시를 모아 『난설헌집』을 엮어 중국과 일본에 출판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난설헌 또한 동생 균과 함께 손곡 이달에게 배우면서 이달 선생은 초희의 시를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곤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여자가 책읽어 뭐하냐 할 수 있는 시대에 살림보다 책을 가까이 하는 초희에게 부모 또한 쇠 추를 달지 않은 것 보면 특히 아버지가 깨어 있는 사람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렇듯 지체있는 집안에서 왜 김성립의 집안으로 시집을 보내는지 의아하기도 합니다. 여자가 책 읽는 것에 대하여 반대가 아니라면 난설헌이 책을 볼 수 있는 시간과 시와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반대하지 않는 집안으로 시집을 보냈을 수도 있을 터였는데, 김성립의 어머니는 시집오는 날부터는 책이고, 지필묵이고 붓을 놀릴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말하지요.

김성립은 기생방에 자주 드나들며 매년 과거시험마다 떨어지는 걸 정신 상태가 제대로 박히지 않은 자신의 아들 탓이 아닌 며느리를 탓하는 시어머니.


존중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시대에 태어나 모진 시집살이, 그렇다고 따뜻한 남편도 아닌, 기생과 놀다 첩살림에 첩이 안방까지 차지하는 일까지, 딸을 낳았다고 쳐다보지도 않는 시어머니, 아들을 낳았을 때 유모에게 키우게 하겠다고 내 아이를 안아볼 수도 없는 상황들까지.


내 아이 내가 키우겠다고 말할 수도 없는 이런, 마음만 아려왔다.


불덩이가 된 딸아이(소헌)가 곡기를 끊으니 그제서야 어미에게 보내졌다.

엄마 품에 안긴 소헌이 그제야 살포시 눈시울을 밀어올린다. 까맣게 말라붙은 작은 입술이 달싹거렸다.

"어머니…… "

그미는 아이를 안고 토닥인다.

울컥 치미는 오열, 붉은 피눈물이 눈앞을 가린다.

"소헌아, 소헌아, 내 딸 소헌아."

……

소헌의 가느다란 손목을 잡고 진맥을 하던 의원의 고개가 설레설레 흔들린다.

"우리 아기 살려주셔야지요. 이대로 보낼 수는 없고, 내 이렇게 부탁드리지 않소."

두 손을 마주 잡고 고개 숙이는 그미의 절절한 애원을, 의원은 차마 바라보지 못한다.

……

그미가 의원에게 간절하게 부탁한다.

"방법이 없다는 말씀은 하지 마시오."

"아기씨도 아기씨지만, 아씨께서 탕제를 드셔야 하겠습니다. 건천동 마님께서 탕약을 지어 보내셨지요."

……

"우리 아기가 곡기를 끊었는데 내 어찌 혼자 살자고 입에 쌀알을 씹을 수 있겠느냐."

소헌이 별당으로 내려온 다음부터 그미는 통시에 가는 일 말고는 한시도 아이 곁에서 떠나지 않았다. 가쁜 숨길을 내뿜으며 잠든 소헌이 곁에서 잠시 무거운 눈꺼풀 덮으면, 가닥가닥 찢어발긴 녹의홍상의 참혹한 자락들이 눈앞에서 자맥질을 치곤한다. 그게 저주의 자락이었는가.

……

"아가, 눈 좀 떠보렴."

……

"엄마 …… ."

말라붙은 소헌의 작은 입술에서 열기가 배어 나온다. 문 갑속을 뒤지자 친정에서 보내온 우황청심환이 그나마 남아 있다. 손톱 크기만큼 청심환을 잘라내 물을 개어 먹이려 했지만, 아이는 약을 삼키지 못하고 입술 밖으로 흘린다. 화로를 안은 듯 절절 끓는 아이를 안은 채 그미는 처음으로 세상을, 사람들을 한없이 원망했다.

난설헌 p311~315

안채 출입이 금지된 그미는 아들 제헌의 자지러지게 우는 소리를 듣지만 가서 달랠 수도 안을 수도 없이 먼발치에서 소리만 듣기만 합니다.

결국 뒤늦게 시어머니 송씨 방으로 가니 아이는 삭정이같이 말라있었다고 한다.


차갑게 식은 아이를 품에 안은 그미는 눈물도 나지 않았다.

제헌을 품에 안은 채 그미는 버선발로 별채로 돌아왔다.

거처로 내려오고 나서야 그미는 솟구쳐오르는 오열을 토해냈다.

오만 가지 서러움이 복받쳐올랐고, 온몸이 갈기갈리 찢어지고 부스러지는 것만 같았다.

……

밤이 기울도록 죽은 아이를 끌어안고 있던 그미는 불현듯 아이를 요 위에 눕히고 장롱을 열었다. 오라버니 허봉이 중국 걸음에서 선물로 주고 간 비단을 꺼냈다. 황금색 바탕에 재 색깔로 무늬를 아로새긴 비단을 마름질하기 시작했다. 제헌의 키보다 길게 홑두루마기를 지었다. 바늘에 실을 꿰고 한 땀 한 땀 이어가면서 그미는 딱 한 가지 생각, 이 어미도 금방 뒤따라 갈 것이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난설헌 p317


눈물없이는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난설헌 시를 많이 썼고, 기생 수연은

"그 심정 어찌 모르겠습니까만 세상에 자식 말고도, 남편 말고도, 살아갈 가치는 있는 것이잖아요. 아씨에게는 그것 말고도 또 다른 무한한 세계가 있지 않아요. 절대로 마음을, 손을 놓아서는 아니 됩니다. 살아 숨쉬는 시어들이 줄줄 흘러나오는 그 귀한 보석함에 자물통을 채우시면 안 됩니다, 나설헌 아씨."

라고 말한다.

자식 둘이나 먼저 앞세워 보내고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까?


그미는 자신을 돌보던 몸종 단오에게 말합니다.


단오야, 네 배앓이로 낳은 자식만은 네가 잘 거두어라.

멍에가 아니겠니.

그건 네 눈이요, 귀요, 입이나 마찬가지야.

그것 없이는 못 듣고, 못 먹는 것처럼

그 자식이 네게는 살아내야 하는 끈이 아니겠느냐.

가거라.

너무 지체했구나.

난설헌 p344


아이가 있어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됨의 표현이 다가오는 구절입니다.

허난설헌 하면 허균의 누나로만 알고 있던 내게 온전히 허난설헌의 결혼 전과 결혼 후의 삶이 대비되는 삶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고 발휘할 수 있었던 반면 결혼하면서 얽매여 사는 삶들이 난설헌을 안타깝게 하는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에 능력 있던 여자가 허난설헌일 뿐이랴,

시대, 신분, 성별 때문에 드러나지 못했음이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난설헌을 통해 허난설헌의 삶을 보며 나의 삶도 생각해 보며 공감하기도 하고, 슬퍼하며 울기도 하면서 내 마음 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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