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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1만 년 나이테에 켜켜이 새겨진 나무의 기쁨과 슬픔
발레리 트루에 지음, 조은영 옮김 / 부키 / 2021년 5월
평점 :
홀로그램 들어간 책 표지 정말 예쁜데, 사진을 잘 못찍어 아쉽네요.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제목만 보고, 우종영선생님이 쓰신 책처럼 에세이 형식인 줄 알았더니, 이 책은 과학자가 쓴 과학적인 내용과 역사도 볼 수 있었습니다.
발레리 트루에 저자는 세계적인 연륜연대학자로 애리조나대학교 나이테 연구소 교수로 재직중이라고 합니다. 지난 2000년 동안 지구 날씨가 어떻게 변화해 왔고, 인류 문명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히고자 노력해 왔다고 합니다.
총 16장으로 구성되어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 합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처음부터 연륜연대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성장하는 과학자는 없다고 말합니다. 아마도 선호도가 높지 않고, 비인기학과가 아닐까 생각이 들지만, 우연히 발을 들였다가 눌러앉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자의 나이테 연구는 읽으면 읽을 수록 열정이 있고, 애정과 자부심이 얼마나 높은지 느낄 수 있습니다.
또이 책을 따라 읽다보면 탄자니아, 스위스, 시에라네바다, 시베리아로 나이테를 연구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고생하며 목편을 추출하는 과정을 보면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나무의 나이테라고 하면 일 년에 나이테가 하나씩 생긴다는 고작 이런 어린 수준의 것만 알고 있었는데, 나이테를 보고, 그 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알 수 있고, 특히 기후와 관련이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고 놀랐습니다.
모스 부호를 통하여 과거의 날씨도 알 수 있었습니다.
스코틀랜드에 폭우가 내리면 모로코에 가뭄이 드는 이유 부분에서 우암 석순의 기록으로 스코틀랜드에서 비가 많이 온 해에 모로코는 가물었고, 모로코가 긴 가뭄에서 벗어났을 때 스코틀랜드는 가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35)
나이테 기록은
가뭄이나 극단적인 기온 변화를
재구성하는 데 주로 쓰이지만,
홍수나 폭풍 같은 다른 극한 기후를
재구성하는 데도 활용된다.
로마 기후 최적기는 기원 후 약 250년 무렵에 끝이 났고 변덕스러운 날씨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서 추운 여름이 동반되면서 기원후 550년경에는 여름 기온이 바닥을 찍었다고 합니다. 이 기후가 불안정했던 이 300년은 마침 로마 제국에 있어 중요한 과도기였고, 유럽을 영원히 바꾸어 놓은 두 사건이 중첩된다고 합니다. 서로마 제국의 분열과 게르만족의 대이동. 게르만족 이동기에 게르만족과 훈족이 로마 제국을 침입하면서 멸망의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195)
여름에 북대서양 제트기류는 평균 북위 약 51도, 스코틀랜드의 북쪽에서 동쪽을 향해 흐른다고 합니다. 제트기류는 북쪽의 차가운 북극 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아열대 공기를 가르는 경계를 형성하면서 유럽의 여름을 따뜻하게 만드나 2012년 여름처럼 북대서양 제트기류가 평소보다 남하하면 차가운 북극 공기가 유럽 북부까지 내려온다고 합니다.
북대서양 제트기류가 유럽의 여름철 기온 양극화와 나이테 양극화의 원인임을 저자는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247)
최근 북대서양 제트기류의 변동량이 증가한 것은 최근 제트기류의 극한 위치와 파형이 자연적인 기후 변동성의 일부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기후 변화와 연과되어 있음을 암시한다고 합니다. (250)
제게 인상깊었던 몇 부분을 적어보았습니다.
읽는 데 시간이 좀 걸렸고, 외국의 숲이름이나 지명은 처음 들어보는 경우가 많아 다시 읽기도 했습니다.
연륜연대학자들을 통하여 나이테로 가뭄, 극한의 날씨, 상승하는 기온으로 미치는 영향, 변화하는 기후로 어떻게 달라졌는지, 산불과 곤충으로 인한 발병이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나는지, 숲 생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책을 통하여 알 수 있습니다.
과학, 특히 자연과학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연륜연대학의 학문과 나무의 깊은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