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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꿈 - 오정희 우화소설
오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초등학교 다닐 때, 중학생때 쯤 언니들 덕분에 <아모레 향장>이나 <쌍용 사보>를 꾸준히 읽을 수 있었어요. 언니들이랑 나이차가 좀 나다보니 언니들 덕을 많이 봤다고 생각해요. 또래 아이들이 읽는 책도 읽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책들도 읽을 수 있었거든요.
그 시절, <사보>나 <향장>에 연재되던 소설을 꼬박꼬박 기다렸다가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을 보는 순간, 왜 그 시절이 생각이 났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짧고 명쾌한, 그러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마음에 와 닿아서 그랫을까요?
저도 불혹의 나이의 넘겨서 그런지 이 책에 나오는 여자, 중년 여자,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남은 밥 챙겨 먹고, 무릎 나온 옷 입고도 씩씩하게 사는 아줌마라 그런지 공감되는 부분이 많고, 어릴 적 읽었던 짧은 소설이나 꽁트 속의 주인공들을 새롭게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이 책은 오정희 님께서 여러 사보나 대중매체에 기고하셨던 글들을 모아놓은 거라고 하네요. 그래서 아마 좀 낯이 익었는가 봐요. 그 시절 사보나 월간지의 연재 소설, 단편 소설들이 이런 스타일이었는가 봅니다.
남성분들이나 젊은 여성분들이 읽었을 때보다 저처럼 중년의 아줌마들이 읽으면 훨씬 더 공감이 되고, 나같이 사는 사람 여기 또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슬며시 미소지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네요.
반찬타박하고 애들 교육에 도움을 안 주시는 시어머님에 대한 미움, 그러나 그 미움이 정으로 바뀌는 순간, 딸보고는 예쁜 것, 좋은 것 먹고 입으라고 하시면서 정작 당신은 좋은 것을 아버지께 먼저 드리는 친정 어머님의 모습, 아내와의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비밀로 하는 남편의 이야기등등 주부들이 공감하고 애틋하게 여길 만한 이야기들이 꽤 많답니다.
저도 이 책을 통해 돌아가신 어머님, 멀리 떨어져 사는 언니들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되새겨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쉽게, 쉽게, 재미있게, 그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어서 부담없이 읽으셔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