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천식을 앓고 있는 가영이가 도시를 떠나 산이 가까운 서울 교외에 살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박진감있게 펼쳐 주고 있어서 재미있었다. 가영이가 차바퀴에 밟힌 나무를 심어 주고, 그 나무의 정령인 박달나무 할아버지가 가영이와 몸이 아픈 동물들을 치료해준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100% 믿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 한국사람의 정서로 볼 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아프다고 줄창 병원에 가고 약만 먹을 것이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속에서 치료를 한다는 것은 옳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영이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 된 것도 참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아이들이 이런 혜택을 받는다면 좋을텐데...
올해 칠십이신 친정고모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젊었을 적 멋있고 깍쟁이고 하이톤의 목소리를 가지고 아이들을 혼내고 부부싸움을 하던 씩씩한 고모의 모습은 어디가고, 이제는 너무 너무 낮은 톤의 점잖고 느릿느릿한 말을 듣고 있으면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참 신기하게 느껴진다. 우리 고모의 젊은 혈기는 다 어디가고 저렇게 편하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실까 싶어서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고모 생각이 많이 났다. 백만번이나 태어났다 죽은 고양이, 이 고양이는 자기의 윤회를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세상일에 사람들에게 정을 주지 않고 무관심할 수 밖에... 그러다가 마침내 진정한 임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와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린다. 그러나 그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삶다운 삶을 누리게 해주었던 사랑하는 그녀가 떠나자 그는 더이상 윤회를 하지 않는 삶을 마감하게 된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백만번이나 죽고 살았다는 말도 끔찍하고 고양이가 맞이하는 죽음을 구경하는 것이 좀 싫었지만 그의 진정한 사랑이 나이를 먹으며 할머니 고양이가 되었을 때 한층 부드럽게 야옹야옹 거린다는 구절을 읽고는 마음이 편해졌다. 늙으신 고모 생각도 나고, 30대초반의 왕성한 혈기가 다소 누그러진 나의 모습도 생각나고, 나랑 닮은 고모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미래도 그려보았다. 한마리의 고양이가 나에게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더 이상 윤회하지 않게된 고양이에게 축복이 있기를...
'그림을 망쳐서 속상했던 모든 아이들에게' 라는 작가의 말씀을 속표지에 담고 있는 책. 일단 겉표지부터 굉장히 단순하고 깔끔할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나쁘게 말하면 별볼일 없는 내용일 수도 있다는 것이겠지... 반들반들한 미색종이에 단순하게 그려진 그림과 색. 상당히 깔끔하다. 그리고 한 장의 앞면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고 뒷면에 빈종이다. 내용이 빈약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림을 잘 그리려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들어보고, 오늘은 그만 할 줄도 알라고 한다. 억지로 그림을 그리면 엄청 짜증이 날 테니까 말이다. 앞에도 그만 하라는 말을 해놓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만 할 줄도 아는 것이라는 반복되는 말이 나와서 좀 이상했다. 앞의 얘기나 뒤의 얘기나 다른 것이 뭘까... 그리고 엉망으로 그리던 아이가 선물을 할 때는 단순한 빨간 하트를 그린다. 잘 그릴 줄 알면서 내숭은... 작가분이 아프리카 태생이고 프랑스에서 많은 시절을 보냈다는데 내용이 좀 허하다. 굳이 의미를 붙이자면이야 인내는 쓰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아이들이 이 책을 보고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상당히 서구적인 얼굴을 가진 앨리스이지만 신데렐라와 바비인형과 닮은 얼굴이라 어색하다거나 낯설지 않은 친근한 얼굴이어서 좋다는 생각은 든다. 디즈니 만화의 앨리스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 놓아서 예쁘고 깔금한 인상을 준다. 아이들에게 이상한 나라의 모습을 원작에 충실하게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시간의 흐름을 따라 대강이라도 보여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다 읽고 난 후에는 1-20까지 점잇기 하기, 앨리스와 모자 장수가 마주 앉아 있는 장면에 스티커도 붙일 수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앞의 본문에 나왔던 주인공들의 스티커여서 앞서 책에서 보았던 내용을 상기시킬 수 있어서 좋다는 생각이 든다. 숨은 그림 찾기, 같은 그림 찾기도 나와서 게임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세권의 시리즈로 되어있는데 이 책 세권만 있다면 왠만한 전집류의 과학책을 능가한다는 생각을 한다. 비싼 하드보드 정장을 가진 전집류의 책 못지 않게 알찬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아이들은 과학책을 싫어하는 편이라는데 우리 아이는 이 책은 굉장히 좋아해서 보고 또 보고 또 본다. 사진이 화려한 전집으로 된 책은 안 봐도 이 책은 잠자리에 누워서도 편하게 읽는다. 그럴때 엄마는 책 사준 보람을 느낀다.... 세 권의 책에 부제가 달려 있어서 공룡편, 우주편, 발명발견편이라고 구분은 되어있지만 공룡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동물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도 나오고, 지구에 대한 상식도 나와서 재미있다. 책의 앞부분에 목차가 잘 나와 있어서 숙제를 하거나 퀴즈를 풀 때 모르는 것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만화의 등장인물도 네명뿐이지만 단순하거나 지루하지 않고 알찬 내용을 가지고 있어서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