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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호랑나비를 보았니? ㅣ 내가 처음 가본 그림 박물관 1
재미마주.목수현 기획, 조은수 글, 문승연 꾸밈 / 길벗어린이 / 1995년 5월
평점 :
어린 시절, 조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나는 봄이 되면 신경이 예민해졌던 기억이 난다. 흰나비를 먼저 보면 안된다고 할머니가 말씀을 하셨기 때문이다. 그 해 처음보는 나비가 흰 나비이면 상을 당한다는 미신이 있었는가 보다. 흰나비를 내가 보고 싶어서 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띄는 것인데 어찌 안 볼 수 있단 말인가... 그 해 처음으로 흰나비를 봤어도 할머니에게는 호랑나비를 보았다고 거짓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신이 오래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부모없는 손녀 혼자 남겨두고 돌아가시는 것이 두려웠으리라...
이 책의 첫부분을 보며 옛날 생각이 나서 한참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한바닥 노란 장을 넘기고 예쁜 나비들이 눈 앞에 나는 그림을 보고는 책을 덮었다. 그냥 읽기 싫었다. 다음 날, 다시 책을 잡고 읽었을 때는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신사임당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담백하고 차분하고 깔끔한 그림들이 눈에 들어 왔다. 역시나, 뒷부분에 나와 있는 그림과 설명에 신사임당의 그림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우리의 옛 그림 속에 등장하는 나비들과 벌레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오랜 세월이 지난 그림들이라 말라서 바삭바삭하는 것 같은 정갈함, 깔끔함,차분함을 보여주기도 하겠지만 우리 옛 조상들이 기품을 보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