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성인이 제자들과 함께 사람들의 뼈가 산더미처럼 쌓인 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무서운 전란이 휩쓸고 지나갔던 모양이다. 문득 성인은 마른 뼈 무더기 앞에 자기 몸을 던져 공손히 절을 했다. 제자들이 물었다. "아니, 숱한 사람이 존경하는 스승님께서 어찌하여 이 보잘 것 없는 마른 뼈에 절을 올리십니까?'
그러자 성인은, '이 한 무더기의 뼈는 나의 전생의 오랜 조상이거나 부모님의 뼈일 수도 있기에 내가 지금 절을 한 것이다. 그건 그렇고 너희 중 누가 여기서 여자의 뼈를 가려낼 수 있겠느냐?' 고 물었습니다.
제자들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았습니다. 이 때 성인이 숱한 뼈들 가운데 뼈 하나를 골라 쳐들고서 말했다.
"자, 이 뼈가 바로 여자의 것이다."
"스승님, 어찌 그것을 아십니까?"
'남자의 뼈는 희고, 여자의 뼈는 검고 가벼우니라. 여자의 삶을 생각해 보아라. 어려서는 여자이기에 남자보다 대접을 받지 못한다. 결혼하여 아기를 낳을 때마다 서 말 서되나 되는 엉킨 피를 쏟고, 그렇게 태어난 아기를 키울 때 여덟 섬 너 말이나 되는 흰 젖을 먹이는 까닭으로 여자의 뼈는 검고 가벼우니라."
제자들은 성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기 어머니들의 고난에 찬 삶을 생각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