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혼자 자는 습관을 들이는 서양 아이들은 침대 밑이 두려움의 장소이기도 하고 호기심의 장소이기도 한가 보다. 아이들 영화를 보면 침대 밑에서 별별 괴물들이 다 나올 때가 있더니 이 책에서는 용이 나온다. 뭉글뭉글 솜털같은 용이 귀엽기는 하다. 침대 위에서 자야하는 아이는 침대 밑이 무섭고 침대 밑에서 자야하는 용은 침대 위의 아이가 두렵다니... 서양 사람들이 큰 의미를 두는 용이 왜 하필이면 남의 방 침대 밑에 둥지를 틀었을꼬? 희한하네... 처음에는 남자 병정 혼자만 등장했었는데 마지막 부분에서는 치마를 입은 여자 병정도 등장한 것이 좀 마음에 걸린다. 애초에 같이 등장하지... 분홍색, 보라색, 꽃무늬를 이용해서 그린 그림이 부드럽고 참한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맥아리가 없는 이야기같다.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의 생활이나 학습을 보면 여자 아이들이 남자 아이들보다 월등하게 뛰어나다. 이제는 여자 반장이 남자 반장보다 더 많다. 나는 아들도 딸도 있는 엄마라 그런지 여자는 여자답고 남자는 남자다웠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지만 가끔은 여자보다 더 소심한 성격의 남자 아이들, 남자보다 더 설치는 여자 아이들을 보게 되어서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학업면에서도 여자 아이들이 훨씬 월등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남자 아이의 엄마들은 신경쓸 것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아이들이 점점 크고 상급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면 수학과 과학에서 남자아이들이 우월하기 때문에 중고등학교에서는 여자가 1등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을 때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서운하다. 왜 여자는 과학과 수학을 남자보다 못하는 것일까? 여자의 탐구 능력과 지적 능력이 뒤떨어진다는 것일까? 나의 딸아이는 생각이나 IQ 자체가 수학이나 과학적인 머리는 아니다. 평범한 아이이기에 심도가 높은 문제지는 쳐다도 안본다. 평범한 내 아이는 그렇다고 해도 많은 여자들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이고 수학적인 사고를 하고 높은 지능지수를 가지고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이런 책은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 재미없을 수도 있다. 여성 발명가들의 이야기를 따로 엮어 놓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아이 같은 평범한 아이에게 더 잘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기 위해 나는 이 책을 선택했다. 너는 못하지만 여자라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시켜주고 싶고, 느끼게 해주고 싶다. 주변에서 공부 잘 하고 똑똑한 여자를 응원해주고 밀어주자는 좋은 뜻에서 말이다. 많은 여성 발명가들이 발명한 물건들, 발명하게 된 계기를 잘 설명해 주고 있는 책이다. 여성 발명가만 따로 묶어 놓은 것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나름대로 좋은 뜻이 있다고 생각되어서 딸아이에게 권한 책이다.
요즘 우리 딸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부시 대통령이 후세인을 공격하기 전 후세인을 강도 높게 비난한 것처럼 김정일 위원장을 비난했다는 뉴스를 보고는 밥을 먹다 고민을 하느라 밥도 못 먹는다. 미리 미리 걱정할 필요 없다고, 근심 걱정은 좋지 않은 것이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성격상 쉽지 않은 모양이다. 이 책에 나오는 생쥐... 하늘이 무너질까봐 걱정하는 중국 사람이랑 똑같다. 겪어 보지 않고 미리 걱정하고 근심하고 생각의 생각이 꼬리를 물게 하는 것...정말 비능률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 겁먹지 말고 일어나 세상 앞에 서서 두려워 울지마.... 클릭비라는 그룹의 '백전무패'라는 노래! 내가 좋아하는 노래이다. 내게 주어진 일, 닥친 일은 담담하게 최대한 노력을 해서 해결하는 마음자세를 좀 가져야 할 것 같다.
루비의 할아버지가 평생 중국의 한 마을에서만 산 사람이었다면 루비가 이렇게 원하고 원하던 일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미국까지 가서, 살아돌아오기 어렵다는 황금산에 가서 부자가 되어 돌아온 할아버지라면 보통 사람이 아닐 것이다. 세상을 보는 눈, 생각도 크고 넓은 할아버지의 손녀였기에 루비가 교육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할아버지가 왜 부인은 여럿을 두었을까? 대가족들과 살아보는 것이 소원이었을까? 그거 한가지는 좀 이해가 안되네... 어쨌든 여자이지만 운명에 굴복하고 순종하는 모습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루비의 마음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책이다. 본받을 만하다. 책의 앞부분에 (두번째 그림에) 가족의 단체 그림이 나오는데 몇 명인지 세어 보았다. 두 번 세어 보았는데 50명이다. 빨간 옷을 좋아하는 루비가 춘하추동 어떤 빨간 옷을 입었는지 나오는 족자 그림도 재미있다. 루비가 아마 중국의 여성운동의 선구자는 아니었을까? 대대로 아들을 대접하는 동양의 사상, 불합리한 것을 용감하게 말하는 루비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 책이다. 내 짧은 생각에는 루비 스스로는 중국 여자의 운명을 깰 방법을 찾아내지는 못했을 것 같다. 집안 어른들의 결정에 순종했을 것 같다. 그리곤 불행한 인생을 살았을 지도 모르지... 루비를 용감하고 훌륭한 여성으로 만들어 준 것은 할아버지라고 생각된다. 할아버지가 남녀 차별의 부당함을 깨닫고 여자의 지위를 높여주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루비의 소원을 들어준 할아버지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리즈가 독특한 도마뱀인 것처럼 리즈가 배낭 속에 넣어 온 집도 독특하고 멋있다. 나도 이런 집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별장처럼... 각각의 동물들은 동물들의 특성이나 생활 방식에 맞는 집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책이다. 랠프가 자기네 집에 도착해서 리즈의 집을 잊고 온 것을 깨닫는 장면, 그 장면에서 리즈는 분명히 손가락으로 베낭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알아채면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집을 갖고 왔는데도 리즈에게 이집 저집을 만들어주는 고생을 사서 한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