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들어 주말마다 결혼식, 돌집에 찾아다니라 바빴던 우리 식구들... 모처럼 행사가 없는 일요일에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그곳에서 우리 집 아이들 두 녀석이 동시에 외치는 말! "저 아줌마 프리즐 선생님 같아. 하하하..."였다. 아이들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40대 후반의 아주머니가 까만 바탕에 온갖 색깔의 꽃무늬가 있는 치마를 입고 강아지를 쫓아 뛰어가고 있었다. 파마 머리는 질끈 묶고.. 아이들이 그 아주머니의 화려한 치마를 보는 순간 프리즐 선생님을 생각해 낸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놀고 왔다. 이 책에는 4번이나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는..."이라는 발언이 나온다. 그러나 그런 말은 몰라서 하는 말! 프리즐 선생님을 만났기에 이런 재미있는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인데... 평범한 일반인은 천둥 번개가 치는 날 비행기를 타면 보험금을 산정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할만큼 위험한 것인데,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비, 눈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보고 있는 것이다. 정말 부럽다. 아널드가 알려주는 천둥,번개 피하는 요령이 재미도 있고 실용적이라서 좋았다. 포스트 잇을 연상시키는 노란 바탕에 줄무늬가 정겹다. 천둥 번개를 몸소 체험하고 돌아온 아이들이 정말 부럽다.
꿀벌처럼 작아져서 꿀을 먹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 돼지... 꿀벌처럼 작아져 보았더니 날개가 없어 꿀을 따 먹을 수도 없는데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자 다시 돼지가 되기를 원한다. 다시 돼지로 변하게 해달라고 했더니 마법사가 너무 배가 고파서 정신이 없었는지 돼지를 코끼리만하게 만들어 놓았다. 우째 이런 일이... 마법사는 돼지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을 하지 못한다고 흉보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해 본 돼지의 용기는 본받을만하다. 다만 그 방법을 잘못 알았을 뿐! 도구를 이용하거나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보아야 했는데 꿀벌처럼 작아지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 잘못된 선택이다. 자기 만족을 못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교훈일 수도 있지만 꿀을 먹기 위한 방법을 잘못 선택한 생각이 짧은 돼지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나저나 돼지는 앞으로 어떻게 사나? 큰일이네...
아름다운 그림과 좋은 내용이 돋보이는 책이다. 비무장 지대에 사는 동물들의 모습과 민통선 안의 철원 평야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차분한 어조로 설명을 잘해주고 있어서 고맙기도 한 책이다. 사람보다 동물이 주인같은 땅이 있다는 것이 고맙기도 하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옥의 티가 하나 있다면 비무장지대에 호사비오리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차주표 카메라기자 아저씨와 함께 철원으로 갔다는 부분이다. 차분하고 섬세한 설명으로 책을 잘 읽으며 흠뻑 빠져 있다가 그 부분에서 생각이 분산되었다. 어? 카메라 기자? 그럼 이 아저씨들은 방송국 작가란 말인가? PD인가? 이 책을 쓴 분의 직업은 뭐란 말인가? 갑자기 쓸데없는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방송국에서 비무장지대 동물들을 취재하고 프로그램 만들고 덤으로 책까지? 이 책을 쓰신 분, 그린 분보다 차주표 카메라기자 아저씨의 이름이 더 기억에 남는다. 그림도 좋고 글도 좋은 책이라 참 마음에 드는데 책의 표지를 보면 '그 카메라 기자 아저씨 이름이 뭐였지? MBC인가 EBS인가 SBS인가?' 그것이 궁금하다.....
사과를 사과처럼 보이게 그리는 사람도 부러워하는 나는 그림치다. 보고 그리는 것, 베끼는 것은 잘하는데 창의력이 떨어지는 탓인가 보다. 이 책을 읽으며 점 하나라도 자기가 완성한 작품, 자기 스스로 한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아이, 아이가 자신감을 갖도록 도와주는 선생님, 자기처럼 자신없어 하는 아이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아이.... 정말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상황들이 마음에 든다. 요즘은 미술대회나 백일장이 자주 열리는데 그런 곳에 참석해 보면 엄마들이 주도권을 쥐고 아이들의 작품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미술대회가 좋아하는 그림 공식이 있다고 할 정도이다. 게다가 요즘 그림에는 까만 유성펜으로 테두리를 그린다. 선명한 색감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러는 모양인데 컬러풀한 시대에 물감 그림이 약해보이기 때문에 그런 방법을 쓰는 모양이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기 전에 까만 유성펜으로 테두리를 쳐 주는 엄마들, 미술대회에 나오기 전에 미술학원에서 똑같은 그림을 여러번 그리고 오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꼭 잘 그려야 하고, 꼭 상을 받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냥 기쁘고 즐겁게 그림대회를 즐기다 오면 어떠냐고 말하고 싶다. 점 하나에서 시작된 아이의 자신감이 멋진 그림들을 완성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잊지 말아야 겠다.
아이들과 함께 바다를 여러번 가보기는 했지만 주로 해수욕장이나 번화한 바닷가였지 실제 어촌 마을에 가 본 적은 없다. 이 책을 보며 올 여름에는 꼭 바닷가 어촌 마을에 가서 '갱물가에 개발하러 가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트에서 파는 새콤달콤한 해초 무침을 먹으면서도 미역줄기 외에는 정확한 바닷풀 이름도 모르는 엄마의 무지함을 아이들과 함께 깨뜨려 보고 싶다. 소박하고 편안한 그림이 보리 출판사 책들의 특징이고 장점인데 이 책 또한 편안하고 순박한 그림이 마음에 쏙 드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책이다. 레오 리오니의 그림이나 무지개 물고기같이 화려한 책을 본 후 이 책을 읽으면 입맛이 개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