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세상에서 제일 먼 곳 - 풀잎그림책 2
조민경 그림, 안도현 글 / 태동출판사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귀엽고 동글동글한 만복이... 만복이는 정말 귀엽다. 책을 읽어 나가는 동안 만복이를 보느라 시종일관 미소를 지었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서 서울에서 26년을 살다가 대전으로 내려왔다. 연애할 때 가끔 시댁을 방문할 일이 있으면 시골 어르신들의 서울 구경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유람선 이야기, 63빌딩 이야기 등등... 나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들으며 속으로 약간의(진짜 약간) 웃음이 나곤 했다. 서울 사는 나는 유람선에 별 관심이 없어서 타 본 적이 없는데 우리 시댁 동네 어르신들 중 서울 와서 유람선 안 타보신 분들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서울 사람들은 늘 보는 것이라 대면대면한데 시골분들에게는 인상적이었나 보다. BUT 그런데 내가 우리집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을 가면 미치겠다. 대전 촌놈들 때문에...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보이는 풍경을 보며 어찌나 촌스럽게 소리를 질러대는지... 지난 달에 서울에 갔을 때는 한강 유람선 선착장에서 오리배를 타기도 했다. 흐흐흑 ( 재미없었다) 서울 가서 혼난 이야기, 길을 잃을 뻔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좋았던 기억만 말하는 만복이를 보며 우리 아이들이 떠올라 더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가장 먼 곳 이름 대기를 하는 막판에 할아버지 고향이라는 말이 나와서 좀 놀랬다. 물론 가깝고도 먼 곳이 북한땅이고, 관광길이 열렸다고 해도 여행 경비가 없으면 가기 힘든 곳이 북한이지만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북한에 갈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비자 받기 어려운 걸로 따지면 미국도 멀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의 대상 연령이 폭넓지는 않은데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북한이 왜 가기 어려워요?"하고 묻는다면 대답이 무척 길어져서 말해주기가 좀 힘들 것 같다. 가깝고도 먼 곳을 따지자면 싸우고 얼굴도 안 보고 사는 아파트 옆 라인 친구네 집도 먼데... 우리 역사에 이렇게 남북이 왔다갔다하기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고 말해주면 그 말만 듣고 더 질문하지 말자, 아그들아... 결말 부분이 아이들에게 이해시키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운 책이다. 만복이는 그냥 만복이답게 복잡하고 심란한 것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복이를 보는 동안 잠시 근심걱정을 잊는데 만복이가 남북 분단 문제를 생각한다는 것은 정말 싫다. 만복아, 거기까지만! 만복이다운 데 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