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에서 독특한 생일 이벤트로 생일을 맞은 아이와 그 친구들에게 자신만의 일기장을 만들어 보는 기회를 주는 어머니를 본 적이 있다. 북아트 회사의 직원이 집으로 도구와 재료를 가지고 와서 아이들이 쉽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요즘 북아트, 특히 자기들이 직접 만드는 책에 대한 수요가 많은 모양이다. 하긴 종이와 책이 귀하던 시절에는 일일이 손으로 써서 베끼고 엮은 책들을 보았으니 북아트의 유래는 꽤 오래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은 아이들이 스토리를 구상하는 법, 좋은 글을 쓰는 요령, 실제 책을 만드는 과정까지 알려주고 있다. 글의 양은 제법 많아서 저학년들이 보고 이해하고 만들어보기에는 좀 어렵지 않겠나 싶다. 말귀를 알아듣는 고학년들에게는 시도해 볼 만 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보는 순간 "진작 이 책이 있는 줄 알았더라면 좋았을텐데 조금 아깝다 잉~'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전에 있는 엑스포 과학 공원에서는 자주 과학축제가 열리는데 행사장에 가면 나무조각을 이용해서 곤충을 만드는 부스가 꼭 차려져 있다. 신기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나도 두 개의 재료를 사서 도움을 받아 만들어 온 적이 있는데 돈 아깝네... 이런 책이 있는 줄 알았으면 보고 재료 구해다가 집에서 만들어 보는 건데... 그 부스 담당 직원이 작고 예쁘고 앙증맞은 솟대를 보여주며 '옛날에 산에 나무하러 갔던 나무꾼이나 귀향 가서 할 일 없던 분들이 이런 작고 예쁜 나무 작품을 만들었는 모양'이라고 말을 해준 적이 있는데 왠만한 레고보다 더 멋지고 독특하게 느껴지는 나무 곤충 작품이다. 이 책을 잘 골랐다고 생각한다. 내년 여름에는 아이들과 함께 대전의 유명한 산에 올라 나무 조각들을 줏어다가 곤충을 만들어 보아야 겠다. 돈 주고 살 때는 비싸서 한 아이당 한 마리씩밖에 만들어 볼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잔뜩 줏어다 놓고 맘껏 만들어 보라고 해야겠다.
'인생은 공, 파멸'은 권진규 선생이 목을 매어 자살을 하며 유서로 남긴 내용이다. 이 책을 쓰신 조은정님이 두 아이의 어머니이시기 때문에 권진규님의 불행했던 삶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으셔서 인터넷 검색으로 권진규님에 대해 찾아볼 수 밖에 없었다. 책의 내용에도 저자의 약력 소개 부분에도 죽음에 대한 부분, 도모라는 여인에 대한 언급이 정확하지 않아서 좀 서운했다. 자살한 것이 잘못도 아니고 권진규님의 인생이 외로웠고 수전증때문에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은 것이 자살했다는 것으로 탁 와 닿는데 슬며시 말꼬리를 돌려 놓아서 좀 아쉬웠다. 도모라는 여인과는 결혼을 했는데 이혼을 했고, 도모 외에도 여러 여인들이 있었지만 행복한 만남은 아니었다는 것도 그의 불행했던 마음을 표현해주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만든 작품에 모델들의 이름을 그대로 붙여 희정, 영희, 지원, 봉숙, 애자라는 이름을 작품으로 붙였다는 것을 보면 소년같은 마음을 가진 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꼭 두 개씩 만들어서 자신도 갖고 모델에게도 주었다는 것을 보면 정도 많았던 분인가 보다. 피카소나 로뎅의 사생활이 그린 나쁘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권진규님의 외로웠던 삶도 슬쩍 암시를 주었으면 아이들이 권진규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퀴즈를 푸는 내내 아이가 즐거워하고 흥미로워한다. 답을 찾으려고 궁리하는 모습이 기특하고 귀엽다. 그림을 서로 비교해서 찾아내는 퀴즈도 있고, 그림을 기억해 놓았다가 답을 찾아보는 퀴즈도 있고, 숫자 퀴즈도 있어서 다양한 문제를 푸는 재미가 있다. 도형 퀴즈도 있어서 아이들 수학 학습과 연관성도 느껴져서 좋았다. 특히 캔을 쌓아놓고 보이는 않는 곳의 캔의 수까지 계산해야 하는 문제는 2학년 수학에 나오는 나무 토막 쌓기 단원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풀어보라고 적극 권장한 책이다.
주인공이 학교 가는 길에 주운 빨간 책... 그 책을 펼치니 낯선 아이가 책을 보고 있는데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책에 주인공의 모습이 비쳐지고 있다. 즉 그 빨간책을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아이가 서로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한 아이는 눈 내리는 대도시에 살고 있고, 한 아이는 자연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섬에 살고 있다. 겨울과 여름, 도시와 도시가 아닌 곳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아이들 또한 주인공은 여자 아이이고 책 속의 아이는 남자 아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풍선을 많이 산 아이... 그 풍선을 타고 섬에 사는 아이를 만나러 간다. 그런 줄도 모르고 보고 있던 책 속에서 여자 아이가 없어지자 슬퍼하는 남자 아이... 결국 둘은 만나게 되지만 여자 아이가 떨어뜨린 책은 또 다른 누군가가 가져간다.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이야기라 팍팍 땡기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이런 책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마천루보다 높다. 내게도 이런 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또 다른 책을 어떤 이가 가지고 있느냐도 중요하겠지... 그건 그 때 그 때 다를 테니까... 그나저나 문학 작품에서 이런 걸 따지면 안되는 줄은 아닌데 걱정이다. 집에는 언제쯤, 어떻게 돌아올 것인지도 걱정스럽고, 아이에게 풍선을 잔뜩 판 풍선 아저씨도 괘씸하다. 적당히 팔아야지.... 책을 통해 책 속의 세상으로 여행을 가는 것과는 또 다른 경우를 보여주는 책이라 독특한 느낌이 든다.